Summary
이 장은 의사결정을 어떤 단계로 나누고 공식 권한과 실제 영향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의사결정의 단계 나누기와 이사회 권한의 범위 및 한계, 의사록이 남기는 결정의 자취를 차례로 살핀다. 정보의 생성 시기와 결정 단계의 관계, 확정 전 정보와 이용의 요건을 검토한 뒤, 공식 권한과 실제 영향의 구별과 당시 선택 가능한 대안의 확인을 정리한다.
8.1의사결정의 단계 나누기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가 당시 인식을 온전히 되돌려 주지 못함을 확인한 뒤, 남은 물음은 기록을 어떤 순서로 놓고 읽을 것인가이다. 제안에서 집행에 이르는 과정을 가르면, 어느 기록이 어느 시점의 무엇을 말하는지가 드러난다. 다만 이 나눔은 읽기의 틀이며, 자료가 정하지 않은 단계의 명칭이나 법적 요건을 새로 붙이는 일이 아니다.
제안과 검토의 단계는 의사를 모으고 근거를 모으는 자리다. 이 단계의 기록에는 검토 대상 자료와 검토하지 않은 자료가 함께 남는다. 이 사건에서 상대방이 제출한 자료 묶음 가운데 계약 파일 세 개는 이름과 작성일 표시가 서로 다르다. 어느 파일이 승인된 본인지는 미정이다. 세 파일의 차이를 검토 단계의 흔적으로 읽되, 승인의 결과를 여기서 결론짓지 않는다.
의견과 결정의 단계는 합의 내용이 특정되는 자리다. '변경합의'라고 적힌 이메일은 본문에 합의 내용을 요약해 두었다. 그런데 본문이 말한 첨부 파일은 묶음에 없다. 이메일 헤더에 송수신 일시와 경유 서버가 적혀 있으나, 이 기록이 결정의 시점과 방법을 무엇까지 증명하는지는 이 자료가 밝히지 않는다. 첨부가 존재했는지, 헤더의 시각이 다른 기록들과 같은 시간대 기준인지도 미정이다.
집행의 단계는 결정이 실행에 옮겨졌는지를 남긴다. 이 사건의 자료 묶음에는 결정의 내용과 그 배경을 서술한 설명 문서가 사건 뒤 작성돼 들어 있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 문서는 당시 인식의 복원 자료로는 한계를 갖는다. 문서 작성 당시 어떤 자료가 검토됐는지 역시 미정이다. 기록에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가 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함께 둔다.
단계를 나누어도 남는 한계는 공식 권한이 어느 단계에 관한 것인지이다. 상법 제393조는 이사회의 권한을 두고 "중요한 자산의 처분 및 양도, 대규모 재산의 차입, 지배인의 선임 또는 해임과 지점의 설치·이전 또는 폐지 등 회사의 업무집행은 이사회의 결의로 한다"고 정한다. 이 조문은 결의를 요구하는 업무집행의 범위를 열거할 뿐, 이 사건 기록들이 어느 단계를 남긴 것인지는 정하지 않는다.
기록의 완결성을 가르는 잣대도 함께 둔다. 상법 제391조의3은 이사회의사록에 관하여 "의사록에는 의사의 안건, 경과요령, 그 결과, 반대하는 자와 그 반대이유를 기재하고 출석한 이사 및 감사가 기명날인 또는 서명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이 기재 항목은 안건에서 경과, 결과, 반대에 이르는 흐름이 함께 남아야 함을 보인다. 이 사건 자료 중 이 항목에 맞는 기록이 있는지는 미정이다.
결국 기록을 제안·검토·의견·결정·집행의 단계로 나누어 놓으면, 각 기록이 말하는 자리와 침묵하는 자리가 구별된다. 세 계약 파일의 차이, 이메일 첨부의 부재, 헤더 시각의 기준, 설명 문서의 작성 시점은 각각 다른 단계의 물음이다. 이 물음들에 답이 더해질 때 단계의 경계가 확정되고, 그 확정은 공식 권한의 범위를 읽는 일이 뒤따른다.
8.2이사회 권한의 범위와 한계
제안·검토·의견·결정·집행의 단계를 나눈 뒤에는, 이사회 권한이 그 가운데 어느 단계의 사안에 관한 것인지 물어야 한다. 상법 제393조는 이사회의 권한을 어떤 단어로 규정하고 있는지 먼저 살펴본다.
「상법」 제393조 제1항은 이사회의 결의 대상 업무집행을 열거한다. "중요한 자산의 처분 및 양도, 대규모 재산의 차입, 지배인의 선임 또는 해임과 지점의 설치·이전 또는 폐지 등 회사의 업무집행은 이사회의 결의로 한다." (상법 제393조) 문장의 끝에 오는 결의 요구는 열거된 사항이 이사회의 판단을 거쳐 확정되는 성질임을 밝힌다. 앞 단계의 제안이나 검토 자체는 이 규정이 말하는 결의에 해당하지 않는다.
결의로 확정된 사항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같은 조 제2항의 감독 규정에서 짚힌다. "이사회는 이사의 직무의 집행을 감독한다." (상법 제393조) 이사회 권한이 결의에 그치지 않고 집행 단계를 지켜보는 데까지 미친다는 뜻이다. 감독은 집행의 대체가 아니며, 집행은 여전히 이사의 몫으로 남는다.
감독이 작동하려면 집행 상황이 이사회에 전달되어야 한다. 같은 조 제3항은 이사의 보고 요구권을 두어 "이사는 대표이사로 하여금 다른 이사 또는 피용자의 업무에 관하여 이사회에 보고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상법 제393조) 정기 보고도 요구된다. 같은 조 제4항은 "이사는 3월에 1회 이상 업무의 집행상황을 이사회에 보고하여야 한다." (상법 제393조) 이 두 항에서 보고는 집행 단계에서 이사회로 거슬러 올라오는 통로다.
지금까지 읽은 조문은 결의 대상, 감독, 보고의 통로를 밝힐 뿐이다. 이사회 권한을 다른 주체에게 넘기거나 다른 주체가 행사하는 데 필요한 요건은 이 조문 안에 적혀 있지 않다. 권한의 위임이나 이양에 관한 요구를 이사회 권한 규정에서 읽어낼 수 없으므로, 위임이나 이양의 요건은 정해진 것으로 볼 수 없다.
이 사례에서 상대방이 제출한 자료 묶음은 계약 파일 셋과 '변경합의' 이메일,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를 함께 담고 있다. 어느 계약 파일이 이사회 결의를 거친 본인지, 첨부로 말한 파일이 실제로 있었는지는 미정이다. 결정의 단계와 집행의 단계를 가르는 데 쓸 근거가 모자란 셈이다.
따라서 이사회 권한의 범위는 결의로 확정할 사안과 그 결의가 집행되는 과정을 감독하는 데까지 미친다. 상대방 자료에 권한의 이양이나 위임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권한 행사의 정당성을 뜻하지는 않는다.
각주
상법 제393조(이사회의 권한).
8.3의사록이 남기는 결정의 자취
공식 권한이 어느 단계의 결정에 관한 것인지를 가른 뒤에는, 그 결정이 남긴 기록이 무엇을 어떻게 남기는지가 남는다. 상법 제391조의3은 이사회의 의사에 관하여 작성할 문서를 정하면서 그 안에 담을 사항을 나열한다. 그 첫 단서는 기록의 대상과 시점을 이렇게 밝힌다.
상법 제391조의3 제1항은 기록 의무의 범위를 정하는데, "이사회의 의사에 관하여는 의사록을 작성하여야 한다"라고 선언한다. 이사회의 의사가 있었다면 그 의사에 관하여 의사록을 작성해야 한다는 뜻이다. 조문은 회의가 열린 사실만을 조건으로 삼고, 결의가 성립했는지 여부를 작성 의무의 전제로 두지 않는다.
이어지는 제2항은 작성한 의사록에 담을 내용을 지정한다. 상법 제391조의3 제2항은 기재 사항과 확인 방식을 함께 규정하는데, "의사록에는 의사의 안건, 경과요령, 그 결과, 반대하는 자와 그 반대이유를 기재하고 출석한 이사 및 감사가 기명날인 또는 서명하여야 한다"라고 정한다. 안건과 경과요령, 결과와 반대이유가 나란히 기재 사항으로 지정된다는 점이 이 사례의 출발점이다. 결과만이 아니라 경과요령이 함께 요구되며, 반대자가 있으면 그 사람과 반대이유까지 남겨야 한다.
경과요령이 무엇인지는 이 조문이 따로 정하지 않는다. 의사의 진행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에 관한 기록이라는 뜻으로 읽을 수 있을 뿐, 그 안에 녹취록이나 발언자별 진술을 담아야 한다는 요구는 조문에서 찾을 수 없다. 그러므로 세 계약 파일 가운데 어느 것이 승인되었는지, 또는 '변경합의' 이메일이 어떤 논의를 거쳐 작성되었는지에 관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그 빈 자리를 경과요령이라는 항목이 채워 주는 것은 아니다. 기재되지 않은 논의를 추정해 채우는 일은 이 조문이 정한 범위를 벗어난다.
결과의 기재와 경과요령의 기재는 서로 다른 항목이다. 합성 사례에서 설명 문서가 당시 의사결정의 배경을 서술한다 하더라도, 그 문서가 상법 제391조의3 제2항이 말하는 의사록에 해당하는지, 안건과 결과를 기재한 문서인지는 자료가 정하지 않는다. 문서 앞뒤의 작성 일자 표시와 본문이 말하는 시점이 다르다는 사실은 기록의 시점 문제를 드러낼 뿐이다. 어느 시점의 기록이 조문이 요구한 기록인지는 판단의 대상으로 남는다.
출석한 이사와 감사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은 기재 사항과 함께 요구되는 확인 절차다. 제2항의 후단은 서명을 기재의 부수 조건이 아니라 별도의 의무로 다룬다. 따라서 이름과 작성일 표시가 서로 다른 계약 파일 세 개가 묶음에 들어 있다 하더라도, 출석한 이사와 감사가 서명했다는 사실은 그 표시만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서명이 있는지 없는지는 별도로 살펴야 할 사항으로 남는다.
그렇다면 의사록이 남기는 자취의 범위는 조문이 지정한 항목에 한정된다. 안건, 경과요령, 그 결과, 반대자와 반대이유가 그것이며, 이 밖의 것을 기록에 추가해야 할 사항으로 읽어 내는 것은 조문의 문턱을 넘는 일이다. 이메일 첨부가 존재했는지, 세 기록의 시각이 같은 시간대 기준인지에 관한 물음은 기록의 바깥에 놓여 있으며, 자료가 제공되지 않았다는 점이 곧 법적 평가의 결론이 되지는 않는다.
8.4정보의 생성 시기와 결정 단계
의사록이 결의의 결과를 남기는 형식이라면, 그렇다면 정보는 어느 시점에서 법적으로 존재하는 것인지를 물어야 한다. 대법원 2009. 11. 26. 선고 2008도9623 판결은 그 물음에 대한 기준을 판시사항 [1]에서 제시한다. 그 판시사항은 다음과 같다. "[1] 미공개정보의 이용행위 금지에 관한 구 증권거래법 제188조의2 제2항에 정한 '투자자의 투자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의 의미 및 그 정보의 생성시기" (대법원 2009. 11. 26. 선고 2008도9623 판결). 이 판시사항은 정보의 의미와 그 생성 시기를 한 쌍으로 묶어 다룬다. 정보의 의미를 정하는 기준이 곧 생성 시기를 정하는 기준이 된다는 뜻이다.
판결요지는 우선 '투자자의 투자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의 의미를 대법원 2009. 11. 26. 선고 2008도9623 판결에서 다음과 같이 밝힌다. "구 증권거래법(2007. 8. 3. 법률 제8635호로 공포되어 2009. 2. 4. 시행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부칙 제2조로 폐지) 제188조의2 제1항의 '중요한 정보'의 인정 기준인 같은 조 제2항의 '투자자의 투자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란 법인의 경영·재산 등에 관하여 중대한 영향을 미칠 사실들 가운데에서 합리적인 투자자가 그 정보의 중대성 및 사실이 발생할 개연성을 비교 평가하여 판단할 경우 유가증권의 거래에 관한 의사결정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하는 정보를 가리킨다" (대법원 2009. 11. 26. 선고 2008도9623 판결). 이 정의는 두 요소의 비교 평가를 요구한다. 하나는 정보의 중대성이고, 다른 하나는 사실이 발생할 개연성이다. 합리적인 투자자의 판단이 그 비교 평가의 기준이 된다.
생성 시기에 관한 판결요지의 논지는 그 정의에서 이어진다. "한편 일반적으로 법인 내부에서 생성되는 중요정보라는 것이 갑자기 한꺼번에 완성되지 아니하고 여러 단계를 거치는 과정에서 구체화되는 것이므로, 그러한 정보가 객관적으로 명확하고 확실하게 완성된 경우에만 중요정보가 생성되었다고 할 것은 아니고, 합리적인 투자자의 입장에서 그 정보의 중대성 및 사실이 발생할 개연성을 비교 평가하여 유가증권의 거래에 관한 의사결정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할 정도로 구체화되었다면 중요정보가 생성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09. 11. 26. 선고 2008도9623 판결). 이 기준은 완결된 문서나 확정된 결의를 생성의 요건으로 삼지 않는다. 대신 여러 단계를 거치며 구체화하는 과정 자체를 생성의 무대로 본다. 앞서 살핀 의사록이 남기는 결의의 결과와 달리, 정보는 그 결과가 확정되기 전 단계에서도 이미 생성되었을 수 있다.
판시사항 [2]가 다루는 쟁점은 특정 정보의 해당 여부이다. 그 판시사항은 대법원 2009. 11. 26. 선고 2008도9623 판결에서 다음과 같다. "[2] 특정 회사가 주가 부양 방법으로 '자사주 취득 후 이익소각'을 검토하고 있다는 정보가, 제반 사정에 비추어 이미 현실화될 개연성이 충분히 있었고 그 정보의 중대성 역시 인정된다고 보아 구 증권거래법(2007. 8. 3. 법률 제8635호로 공포되어 2009. 2. 4. 시행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부칙 제2조로 폐지) 제188조의2 제1항에서 정한 '공개되지 아니한 중요한 정보'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대법원 2009. 11. 26. 선고 2008도9623 판결). '검토하고 있다는' 단계의 정보가 그대로 중요한 정보로 인정되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결정이 확정되지 않은 시점의 검토가 정보 생성의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본 것이다.
이 기준을 상대방이 제출한 자료 묶음에 대입해 어느 파일이 승인된 본인지, 이메일 첨부가 존재했는지, 설명 문서가 어떤 시점에 작성되었는지를 결론짓지는 않는다. 계약 파일 셋의 작성일 표시가 서로 다르고, 설명 문서의 일자 표시와 본문이 말하는 시점이 어긋난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기록의 상태를 보여줄 뿐이다. 판결요지가 말한 정보의 생성 시기는 합리적인 투자자의 비교 평가를 전제로 하는 기준이므로, 묶음 안의 기록 몇 가지가 언제 만들어졌다는 사실만으로 그 기준이 충족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자료가 있다는 사실은 법적 평가의 출발점일 뿐, 그 평가의 결론이 아니다.
8.5확정 전 정보와 이용의 요건
정보의 생성 시기가 결정 단계에서 어떻게 놓이는지를 확인한 데서 나아가, 이제 내부 의사결정 절차가 끝나지 않은 정보를 언제 중요정보로 보아야 하는지, 그리고 그러한 정보를 이용했다고 인정하려면 무엇이 더 필요한지가 문제이다.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4조 제1항이 금지하는 대상이 무엇인지부터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4도11775 판결은 그 의미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여기에서 ‘미공개중요정보’란 상장법인의 경영이나 재산상태, 영업실적 등 투자자의 투자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부정보로서 불특정 다수인이 알 수 있도록 공개되기 전의 것을 말하고, 법인의 업무 등과 관련하여 법인 내부에서 생성된 것이면 거기에 일부 외부적 요인이나 시장정보가 결합되어 있더라도 그에 해당한다." 이 정의에 따르면 정보가 법인 내부에서 만들어졌다면 시장 정보나 외부 요인이 섞였다는 사정만으로 그 성격이 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 내부에서 만들어진 정보라도 의사결정 절차가 끝나지 않았다면 실현 여부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이다. 이 경우의 기준을 위 판결은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그리고 법인 내부의 의사결정 절차가 종료되지 않아 아직 실현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정보라도 합리적인 투자자가 정보의 중대성과 현실화될 개연성을 평가하여 투자에 관한 의사결정에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구체화된 것이면 중요정보로 생성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절차가 끝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생성을 부정할 수 없는 동시에, 그 사정만으로 생성을 인정할 수도 없게 된다. 합리적인 투자자의 평가를 거쳐 구체화된 정도가 요건이 된다.
정보가 생성되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도, 이를 이용했다는 판단은 별개의 문제이다. 위 판결은 이용의 요건을 다음과 같이 정한다. "한편 미공개중요정보를 이용하였다고 하려면 정보가 매매 등 거래 여부와 거래량, 거래가격 등 거래조건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인정되어야 하고, 이는 피고인이 정보를 취득한 경위 및 정보에 대한 인식의 정도, 정보가 거래에 관한 판단과 결정에 미친 영향 내지 기여도, 피고인의 경제적 상황, 거래를 한 시기, 거래의 형태나 방식, 거래 대상이 된 증권 등의 가격 및 거래량의 변동 추이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살펴서 판단하여야 한다." 거래와 정보 사이의 영향이 인정되어야 하고, 여러 사정을 종합해서 살핀 뒤에 판단이 가능하다.
합성 사례로 돌아오면, 상대방이 제출한 자료 묶음에는 계약 파일 세 개와 '변경합의'라고 적힌 이메일 본문·헤더,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가 들어 있다. 이메일 본문에는 합의 내용이 요약돼 있고 헤더에는 송수신 일시와 경유 서버가 적혀 있으나, 본문에서 말한 첨부 파일은 묶음에 없다. 어느 계약 파일이 승인된 본인지, 이메일에 첨부 파일이 실제로 존재했는지, 세 기록의 시각이 같은 시간대 기준인지, 설명 문서 작성 당시 어떤 자료가 검토됐는지는 미정이다. 위 판결의 기준에 따라 판단하려 하더라도, 합리적인 투자자가 받아들일 만한 구체화 정도를 정할 자료가 아직 주어지지 않았고, 거래에 대한 영향을 살필 자료 역시 남아 있지 않다. 자료가 제출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정보가 생성되었거나 이용되었다는 평가가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8.6공식 권한과 실제 영향의 구별
절차가 끝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정보의 생성이나 이용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확인한 뒤, 이 단계는 권한을 가진 결정과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친 요소를 나누어 보아야 한다. 상법은 이사회의 권한을 열거하면서 그 범위를 분명히 적어 두고 있다. 상법 제393조 제1항은 "중요한 자산의 처분 및 양도, 대규모 재산의 차입, 지배인의 선임 또는 해임과 지점의 설치·이전 또는 폐지 등 회사의 업무집행은 이사회의 결의로 한다"고 정한다. 이사회가 결의할 사항을 법률이 미리 정하여 두었으므로, 회사의 업무집행에서 공식적으로 효력을 지니는 결정은 이사회가 권한에 따라 한 결의이다.
그 권한은 집행을 감독하는 일로 이어진다. 같은 조 제2항은 "이사회는 이사의 직무의 집행을 감독한다"고 하였다. 이사회가 결의를 한 뒤에도 이사가 그 직무를 어떻게 집행하는지 살펴보는 일은 여전히 이사회의 몫이다. 회사 안에서 어떤 판단이 실제로 영향을 미치었는지를 살필 때, 이사회가 감독의 주체라는 점이 함께 놓인다.
이사회는 이사의 보고만 받는 것이 아니다. 같은 조 제3항은 "이사는 대표이사로 하여금 다른 이사 또는 피용자의 업무에 관하여 이사회에 보고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고 하였고, 제4항은 "이사는 3월에 1회 이상 업무의 집행상황을 이사회에 보고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이 규정은 이사회에 오르는 정보의 통로를 두 갈래로 열어 두고 있다. 하나는 이사가 요구하는 보고이고 다른 하나는 이사가 정기적으로 하여야 하는 보고이다. 이사회가 권한을 행사하는 데 필요한 사실을 받아 보는 경로가 조문에 이미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권한이 있는 자가 결정을 하였다는 사실과, 어떤 자료가 실제로 그 결정에 영향을 주었는지는 서로 다른 물음이다. 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4도11775 판결은 정보가 거래에 미친 영향을 판단하는 데 필요한 사정을 여러 가지로 들고 있다. 그 판결은 "이는 피고인이 정보를 취득한 경위 및 정보에 대한 인식의 정도, 정보가 거래에 관한 판단과 결정에 미친 영향 내지 기여도, 피고인의 경제적 상황, 거래를 한 시기, 거래의 형태나 방식, 거래 대상이 된 증권 등의 가격 및 거래량의 변동 추이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살펴서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실질적인 영향은 이처럼 여러 사정을 함께 놓고 판단할 몫이며, 권한의 유무만으로 곧바로 가려지는 것이 아니다.
이에 비추어 상대방이 제출한 자료 묶음을 놓고 보면, 권한에 관한 사실과 영향에 관한 사실이 서로 엇갈려 있다. 계약 파일 세 개의 이름과 작성일 표시가 서로 달라, 어느 것이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 승인된 본인지는 미정이다. '변경합의'라고 적힌 이메일 본문은 합의 내용을 요약하고, 그 헤더는 송수신 일시와 경유 서버를 적고 있으나, 본문이 말하는 첨부 파일은 묶음에 없다. 첨부가 실제로 존재하였는지도 미정이다. 사건 뒤에 작성된 설명 문서는 당시 의사결정의 배경을 서술하지만, 문서 앞뒤에 붙은 작성 일자 표시와 본문이 말하는 시점이 서로 다르다. 작성 당시 어떤 자료가 검토되었는지 역시 미정이다.
이 자료 묶음에서 확인되는 것은 세 기록이 함께 놓여 있고, 각 기록이 말하는 시각과 작성 시점이 서로 어긋난다는 사실뿐이다. 세 기록의 시각이 같은 시간대 기준인지도 미정이다. 여기에 상법 제393조가 정한 결의와 보고의 통로를 겹쳐 보면, 이사회가 권한에 따라 결의를 하였는지, 그리고 어떤 자료가 그 결의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주었는지를 각각 따져 보아야 한다는 구별이 선다.
이 구별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점은,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가 아니라는 점이다. 묶음에 들어 있는 계약 파일과 이메일, 설명 문서는 당시 선택 가능한 대안과 그 선택에 관한 단서를 이룰 뿐이다. 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4도11775 판결이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살펴서 판단하여야 한다"고 한 기준에 따라, 당시의 판단이 서 있었던 시점에 놓였던 대안을 확인하는 일은 그 판단을 평가하는 첫 걸음이 된다. 사후에 드러난 결과로 당시의 판단을 재단하는 것은 이 구별에서 한 걸음 물러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