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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주의의 경계: 임의제출과 동의의 진정성 · Volume 23 · Chapter 1 · First edition

서명 한 줄 앞에 놓인 물음

동의서의 서명 한 줄은 임의제출의 임의성을 어디까지 증명하는가?

Length
about 2,100 words · 9 min
Sources
2 statutes · 0 decisions
As of
202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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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mmary
  2. 1.1서명이 남긴 임의성의 기록
  3. 1.2영장주의가 그어 놓은 선
  4. 1.3동의가 미친 제출 범위
  5. 1.4체포된 처지에서의 동의
  6. 1.5제출 목록이 남겨야 할 기록
  7. 1.6판단 전에 멈춰야 할 자리
  8. Statutes referred to

Synthetic case The parties and facts in this chapter come from the volume's synthetic case, not from a real matter.

Summary

이 장은 동의서의 서명 한 줄이 임의성의 기록으로 무엇을 남기는지 묻는다. 서명이 남긴 기록, 영장주의가 그은 선, 동의가 미친 제출 범위, 체포된 처지에서의 동의, 제출 목록이 남겨야 할 기록을 차례로 살피고 판단에 앞서 멈춰야 할 자리를 둔다. 진술의 임의성과 위법수집증거 배제의 최종 결론은 이 권의 범위 밖이다.

1.1서명이 남긴 임의성의 기록

서명 한 줄이 무엇을 기록하는지 묻는 일에서 시작한다. 동의서의 서명은 종이 위에 남은 흔적이다. 동시에 그것은 누군가의 말에 대한 응답으로 남는다. 기는 새벽에 긴급체포된 뒤 조사실에 앉아 있었다. 그는 휴대전화를 내면 빨리 끝난다는 말을 들었고, 그 말을 듣고 임의제출 동의서에 서명했다. 서명이 남긴 것은 그 말에 응한 사실이다. 서명이 제출의 임의성까지 확정하지 못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218조는 영장에 의하지 아니한 압수의 한 갈래로 임의제출을 열어 둔다. 영장을 대신할 근거가 되는 문장이 무엇인지 보기 위하여 그 조문을 그대로 옮긴다. 형사소송법 제218조(영장에 의하지 아니한 압수)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또는 그 밖의 사람이 유류한 물건이나 소유자, 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을 영장없이 압수할 수 있다"라고 정한다. 이 문장에서 '임의로'라는 말이 붙은 제출이 곧 영장을 대신하는 자료의 근거가 된다. 따라서 동의서에 남은 서명은 그 제출이 임의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기록한 증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서명은 임의성을 확정하는 데 필요한 모든 정황을 함께 담지 않는다. 기는 새벽에 긴급체포된 처지에서 조사실에 앉아 있었다. 책상 위에는 제출 목록을 적은 종이가 놓여 있었다. 동의서에는 제출 범위가 '휴대전화 1대 및 저장된 전자정보 일체'라고 인쇄되어 있었다. 기가 인쇄된 문구를 읽었는지, 거부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는지, 제출 범위를 설명받았는지는 미정이다. 체포 당시의 구체적 처지 역시 미정으로 남는다. 서명이 이러한 물음들에 답을 주지 못한다는 뜻이다.

서명이 남기지 못한 자리를 살피면 임의성이 다루는 대상이 드러난다. 그것은 서명의 진위가 아니다. 서명에 이르는 동기가 강제 없이 형성되었는지가 임의성이 다루는 대상이다. 기가 들은 말은 제출이 수사를 빨리 끝내는 길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그 말이 서명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기가 그 말을 자유로운 선택의 근거로 삼았는지 여부는 정하여져 있지 않다. 서명은 결정의 결과를 남긴다. 그러나 결정을 형성한 과정은 함께 기록하지 않는다.

여기서 서명의 의미를 한 가지 더 가려야 한다. 서명은 제출의 사실을 보여 준다. 제출의 임의성을 보여 주지는 못한다. 제출의 사실과 제출의 임의성은 서로 다른 물음이다. 앞의 물음에 대한 답이 서명에 남았다고 하여, 뒤의 물음까지 답이 끝난 것은 아니다. 기가 서명한 시점이 체포된 직후라는 점은 관찰된 사실이다. 그 사실이 임의성에 어떤 뜻을 가지는지는 여기서 정하여지지 않았다.

압수된 전자정보가 범죄 혐의와 관련되는 범위는 미정이다. 목록이 기에게 교부되었는지도 미정이다. 이 장면은 임의성이나 적법성이라는 법적 평가가 확정된 자리가 아니다. 그것은 그러한 평가의 재료로 놓인 관찰에 지나지 않는다. 서명 한 줄이 남긴 것은 기록이다. 그 기록이 증명하지 못하는 자리는 미정으로 열려 있다.

1.2영장주의가 그어 놓은 선

서명이 기록한 임의성의 흔적을 좇으면, 그 다음에 놓이는 물음은 임의제출된 물건을 국가가 거두어들이는 행위가 허용되는 경계가 어디인가이다.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는 영장에 의하지 아니한 압수의 허용 범위를 먼저 규정한 조문들을 차례로 읽어야 한다.

그 경계를 가장 먼저 그어 놓은 것은 헌법이다. 헌법 제12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 (대한민국헌법 제12조)라고 선언한다. 여기서 압수는 법률에 의하지 않으면 받지 아니할 수 있는 행위로 열거되어 있다. 이 선언이 임의제출물의 압수에 어떤 뜻을 갖는지는 문장만으로 곧바로 드러나지 않으며, 뒤의 단서에서 예외의 형체가 보이기 시작한다.

영장의 요건과 그 예외는 같은 조문에서 이어진다. 헌법 제12조 제3항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 다만, 현행범인인 경우와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도피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을 때에는 사후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 (대한민국헌법 제12조)고 정한다. 다만 이 열거된 예외는 현행범인 경우와 특정한 범죄에 도피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겹치는 경우이다. 새벽에 긴급체포된 뒤 조사실에서 서명을 받은 사정은 이 열거 안에 속한다고 쉽게 말할 수 없다. 이 예외의 요건을 확장하여 새 경우를 만들어내는 것은 이 조문을 새롭게 해석하는 일이 된다.

법률은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는 자리를 더 구체화한다. 형사소송법 제218조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또는 그 밖의 사람이 유류한 물건이나 소유자, 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을 영장없이 압수할 수 있다." 고 규정한다. 여기서의 핵어는 유류한 물건과 임의로 제출한 물건이다. 이 조문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을 영장 없는 압수의 대상으로 함께 열거하면서, 그 행위의 적법 여부를 임의성에 연결한다.

따라서 영장주의가 그어 놓은 선은 서명의 존재 여부만으로 넘어서지는 않으며, 임의제출이 성립했는가의 확인을 거쳐 그 선 안에 들어온다. 이는 서명의 의미를 이미 읽은 앞선 물음과 이어지는 부분이다. 다만 헌법 제12조 제1항이 요구하는 법률과 적법한 절차, 제3항이 정한 사후 영장의 요건이 어떤 구체적 사정에서 충족되는지는 여기서 새로 정의되지 않는다. 새벽에 긴급체포된 처지, 인쇄된 문구를 읽었는지, 거부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는지, 제출 범위를 설명받았는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임의제출의 성립 여부가 미정인 채로 놓인 이 관찰은 그 평가의 재료일 뿐, 영장 없이 한 압수의 적법성이 이미 확정된 사건이 아니다.

1.3동의가 미친 제출 범위

영장에 의하지 아니한 압수의 자리를 확인한 뒤, 동의가 실제로 미치는 범위라는 물음에 이른다. 형사소송법 제218조의 '영장에 의하지 아니한 압수'는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는 물건으로 "피의자 또는 그 밖의 사람이 유류한 물건이나 소유자, 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을 둔다. 이 조문은 압수의 대상에 제출된 물건을 넣으면서 그 제출이 임의로 이루어진 것을 전제한다. 그런데 물건을 내놓기로 한 임의성이 어느 범위까지 미치는지까지 정해 주지는 않으므로, 동의의 대상이 되는 범위는 따로 물어야 한다.

조사실에서 기가 서명한 동의서에는 제출 범위가 '휴대전화 1대 및 저장된 전자정보 일체'라고 인쇄되어 있었다. 조사실 책상 위에는 제출 목록을 적은 종이가 놓여 있었다는 사실도 함께 확인된다. 이 장면에서 동의의 대상으로 표시된 것은 인쇄된 문구에 적힌 범위이다. 다만 그 문구가 실제로 설명되었는지, 기가 그 문구를 읽었는지, 거부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는지는 아직 정해져 있지 않다. 그러므로 동의가 '저장된 전자정보 일체'까지 미친다고 단정하기에는 확인된 사실이 모자란다.

제출 범위에 관한 설명과 이해가 함께 놓여야 동의의 대상 범위를 확정할 수 있다. 기가 인쇄된 문구를 읽었는지, 제출 범위를 설명받았는지가 미정인 상태에서 동의서의 문구만으로 동의의 범위가 곧바로 확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형사소송법 제218조가 압수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임의로 제출된 물건이므로, 제출 범위에 관한 합의가 없었다면 그 범위의 전부가 동의 아래 놓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동의서에 인쇄된 범위와 제출자가 받아들인 범위가 서로 어긋난다면, 그 어긋난 만큼은 임의로 제출된 물건의 자리에 놓이지 않는다.

동의서에 '저장된 전자정보 일체'라고 인쇄된 범위가 설명이나 이해와 무관하게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지도 정해져 있지 않다. 압수된 전자정보 중 어느 범위가 범죄 혐의와 관련되는지가 미정이고, 목록이 기에게 교부되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제출 목록이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는 관찰만으로는, 그 목록이 제출 범위의 확인 절차로 기능했는지를 가릴 수 없다. 이 사정들은 동의가 미친 범위를 가르는 데 필요한 확인 사항이지만, 그 확인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동의의 대상 범위를 다루는 데 필요한 사실이 이처럼 남아 있으므로, 이 장면에서 동의가 '휴대전화 1대 및 저장된 전자정보 일체'에 이르렀는지는 미정이다. 인쇄된 문구와 설명·이해의 관계, 제출 목록의 처리에 달려 있다. 동의서의 인쇄 문구는 제출 범위가 표시된 형태를 보여 줄 뿐이고, 그 표시가 동의의 실제 범위를 이루었는지는 별도의 확인을 요구한다. 동의의 범위에 관한 평가는 이 관찰을 재료로 삼되,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는 미정으로 남겨 두어야 한다.

1.4체포된 처지에서의 동의

제출 범위가 인쇄된 문구로 한정되어 있더라도, 서명을 한 사람이 어떤 처지에서 동의했는지는 별도로 살펴야 한다. 긴급체포 뒤 조사실에서 이루어진 서명은 그 자체로는 자발적인 제출의 표시이지만, 구금된 처지가 동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헌법이 정한 적법한 절차의 틀 안에서 따져야 한다.

대한민국헌법 제12조는 신체의 자유와 관련하여 "제12조 ①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대한민국헌법 제12조) 이 조항은 체포된 사람의 처지가 자유로운 상태와 같지 않다는 전제 위에 서 있다. 새벽에 긴급체포되어 조사실에 앉아 있는 기의 서명은 바로 그러한 처지에서 이루어졌다.

체포된 사람을 두고 헌법은 고지와 변호인의 조력을 따로 보장한다. 대한민국헌법 제12조 제4항은 "④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다만, 형사피고인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가 변호인을 붙인다."고 하면서, 아울러 같은 조 제5항에서 "⑤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의 이유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고지받지 아니하고는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하지 아니한다.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자의 가족등 법률이 정하는 자에게는 그 이유와 일시·장소가 지체없이 통지되어야 한다."고 규정한다.(대한민국헌법 제12조) 이 조항들이 정하는 고지와 조력의 보장은 구금된 처지에서 이루어지는 진술이나 동의의 형성을 둘러싼 기준을 이룬다.

동의의 진정성에 관한 판단은 자백의 증거능력에 관한 규정이 다루는 사정과 겹친다. 대한민국헌법 제12조 제7항은 "⑦피고인의 자백이 고문·폭행·협박·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망 기타의 방법에 의하여 자의로 진술된 것이 아니라고 인정될 때 또는 정식재판에 있어서 피고인의 자백이 그에게 불리한 유일한 증거일 때에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삼거나 이를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기가 조사실에서 휴대전화를 내면 조사가 빨리 끝난다는 말을 들은 뒤 서명한 정황이 기망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판단되지 않았다.

임의로 제출된 물건을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다는 조항은 동의에 기한 압수의 근거가 된다. 형사소송법 제218조는 "제218조(영장에 의하지 아니한 압수)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또는 그 밖의 사람이 유류한 물건이나 소유자, 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을 영장없이 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이 요구하는 임의로 제출되었다는 요건은 구금된 처지에서의 서명이 그러한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문제로 남긴다.

체포 당시의 구체적 처지, 기가 인쇄된 문구를 읽었는지, 거부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는지, 제출 범위를 설명받았는지는 미정이다. 이러한 사정이 확인되지 않은 채로는 임의성이나 적법성이라는 법적 평가가 확정될 수 없다. 지금 놓인 사실은 그 평가의 재료로 놓인 관찰에 지나지 않으며, 거부 가능성을 통지받았다는 사정이나 설명을 받았다는 사정은 확정된 사실로서 자리하지 않는다.

1.5제출 목록이 남겨야 할 기록

동의의 진정성이 구금된 처지와 함께 놓여 확인되어야 할 문제였다면, 서명 뒤에 이어지는 물건의 제출에서는 그 범위가 무엇을 가리키는지가 다음 물음이 된다. 형사소송법 제218조는 임의제출 물건의 압수에 관해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또는 그 밖의 사람이 유류한 물건이나 소유자, 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을 영장없이 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조문은 압수의 적법성을 임의제출이라는 전제 위에 두고 있어, 제출이 임의로 이루어졌는지와 함께 무엇이 제출되었는지가 함께 남겨져야 함을 뜻한다.

조사실 책상 위에 놓였다는 제출 목록은 그 기록 가운데 하나이다. 동의서에 인쇄된 '휴대전화 1대 및 저장된 전자정보 일체'라는 문구는 제출 범위를 넓게 적고 있고, 목록은 그 범위를 구체적인 낱개의 자료로 풀어 적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기가 인쇄된 문구를 읽었는지, 제출 범위를 설명받았는지 미정이라면, 목록이 제출의 범위를 제한하거나 확정하는 데 실제로 기여하였는지도 함께 미정이다.

압수된 전자정보 중 어느 범위가 범죄 혐의와 관련되는지 미정이라는 사정은 목록의 의미를 한층 무겁게 만든다.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자정보는 하나의 물건 안에 여러 범위의 자료를 담고 있어, 제출 목록 없이 압수된 정보가 어디까지인지 확인하기 어렵다. 형사소송법 제218조가 무영장 압수를 임의제출에 묶어 둔 취지에 비추어 보면, 제출된 물건의 범위는 압수될 수 있는 범위와 이어져 있고, 그 범위는 목록과 같은 기록으로 남겨질 때 확인될 수 있다.

목록이 작성되었는지, 작성되었다면 기에게 교부되었는지는 미정이다. 목록이 책상 위에 놓여 있었던 사실만으로는 기가 그 내용을 알았다고 볼 수 없고, 교부의 여부가 미정인 이상 목록이 기에게 남긴 기록의 크기 역시 미리 정해지지 않는다. 다만 목록이 적어도 작성과 교부를 통해 제출 범위를 특정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는 점은 형사소송법 제218조의 전제와 함께 검토할 쟁점으로 남는다.

동의서 서명 뒤의 물건 제출에서 무엇이 기록으로 남아야 하는지는 이렇게 목록과 범위의 정황에 놓여 있다. 이 장면은 임의성이나 적법성의 평가가 확정된 것이 아니라, 그러한 평가의 재료로 놓인 관찰에 지나지 않으므로, 작성 여부와 교부 여부, 그리고 정보의 관련 범위는 미정으로 남는다. 남아야 할 기록의 내용이 확인되지 않은 채로 서명 앞의 처지와 함께 이 사정이 판단의 자료에 놓인다.

1.6판단 전에 멈춰야 할 자리

제출 목록이 무엇을 기록으로 남겨야 하는지를 살핀 뒤에 남는 물음은, 지금 여기에 놓인 사실들이 법적 판단의 재료인지 이미 난 결론인지이다. 조사실에서 서명한 동의서 한 줄을 앞에 두고 임의성과 적법성을 확정하기 전에, 그 판단이 어떤 문헌에 기대는지부터 가려야 한다. 헌법은 신체의 자유와 증거 수집의 한계를 하나의 조문 안에서 다룬다. 대한민국헌법 제12조는 먼저 강제처분의 근거와 절차를 요구하는데, 그 문언은 다음과 같다. "제12조 ①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 이 문장은 법률의 근거와 적법한 절차를 함께 요구하므로, 서명의 진정성만으로 압수의 근거가 모두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같은 조문은 진술의 자유를 별도로 보호한다. 헌법 제12조 제2항은 "②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고 선언한다. 따라서 체포 직후의 조사실에서 서명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강요의 존재를 뜻하지 않지만, 진술의 자유가 제약될 수 있는 지점에서 서명이 놓였다는 점은 판단의 재료로 남는다. 압수의 문제와 진술의 문제는 이 조문에서 나란히 다뤄지므로, 어느 한쪽만으로 양쪽을 모두 해결할 수는 없다.

영장의 제시 요건과 그 예외도 같은 조문 안에 있다. 헌법 제12조 제3항은 "③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 다만, 현행범인인 경우와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도피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을 때에는 사후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단서는 영장 없는 압수의 정당화 조건을 표시하므로, 제출에 따른 압수의 적법성을 논할 때 이 문언을 빼놓고 판단할 수 없다.

제출에 의한 압수는 형사소송법에 별도의 근거를 둔다. 형사소송법 제218조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또는 그 밖의 사람이 유류한 물건이나 소유자, 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을 영장없이 압수할 수 있다."고 정한다. 여기서 "임의로 제출한"이라는 요건이 전제되므로, 조사실에서 얻은 서명이 임의의 제출에 해당하는지가 먼저 물음이 된다. 동의서에 인쇄된 범위와 책상 위의 목록은 그 요건을 판단할 때 함께 놓이는 사실이다.

그런데 서명과 목록만으로는 판단에 필요한 몇 가지가 아직 비어 있다. 체포 당시의 구체적 처지, 기가 인쇄된 문구를 읽었는지, 거부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는지, 제출 범위를 설명받았는지가 미정으로 남아 있다. 압수된 전자정보 중 어느 범위가 범죄 혐의와 관련되는지, 목록이 기에게 교부되었는지도 미정이다. 헌법 제12조 제2항이 금지하는 강요와 형사소송법 제218조가 요건으로 삼는 임의는 같은 사건 안에서도 서로 다른 축을 이루므로, 이 사실들이 확인되기 전에 어느 축의 결론을 먼저 정할 수 없다.

결국 지금 자리에서 확정할 수 있는 것은 서명·범위·처지·기록이라는 네 가지가 판단의 재료로 놓여 있다는 사실뿐이다. 이 장면의 결과는 임의성이나 적법성이라는 법적 평가가 확정된 것이 아니라, 그러한 평가의 재료로 놓인 관찰에 지나지 않는다. 자료가 제공되지 않은 항목은 그대로 미정으로 남기고, 서명 앞에 놓인 물음은 열린 채로 다음 판단으로 넘겨야 한다.

Statutes referred 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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