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이 장은 강제처분에 영장을 요구하는 구조에서 임의제출이 놓인 자리를 묻는다. 헌법 제12조의 영장 제시 요구 문언과 압수·수색에 관한 법률의 체계를 견주어 예외의 자리를 정하고, 자발성을 묻게 되는 지점을 찾는다. 각 조문의 구체적 요건 문언은 뒤의 장에서 읽는다.
2.1영장 제시를 요구하는 헌법 문언
판단이 멈춰야 할 자리에서 이어지는 문제는 앞 장면의 서명과 범위 표기 같은 관찰들이 어떤 법의 문 앞에 놓이는지이다. 이 문의 첫 자리는 헌법 제12조가 맡는다. 그 조문이 누구의 무엇을 보호하고, 어떤 절차를 요구하는지부터 읽어야 앞 장면의 재료들이 올바른 자리에 놓인다.
먼저 자유의 주체와 그 범위를 정하는 문언이 있다. 대한민국헌법 제12조 제1항 전단은,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고 선언한다 (대한민국헌법 제12조). 이 문단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 주체를 '모든 국민'으로, 그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수단으로 체포·구속·압수·수색·심문을 나열한다. 처벌·보안처분·강제노역은 '법률과 적법한 절차'를 요건으로 붙인다. 여기에 앞 장면의 긴급체포와 임의제출 서명이 놓인다.
다음으로 영장의 문이 요구하는 절차를 정하는 문언이 있다. 대한민국헌법 제12조 제3항 본문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 문단은 제1항 전단이 나열한 행위 중 '심문'을 뺀 나머지를 영장 제시의 대상으로 삼는다. 체포·구속·압수·수색이라는 네 행위를 할 때 '제시'가 요구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같은 조항은 다만, "현행범인인 경우와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도피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을 때에는 사후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고 단서를 둔다 (대한민국헌법 제12조). 이 단서는 본문이 요구한 사전 영장 제시의 예외를 두 가지 경우로 한정한다. '현행범인 경우'와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도피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을 때'가 그것이며, 그 경우에도 사후 청구가 가능할 뿐이다.
대한민국헌법 제12조 제4항 본문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보장하고, 같은 항 단서는 "다만, 형사피고인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가 변호인을 붙인다"고 둔다. 이 문단은 체포·구속의 시점에 변호인 조력권이 생김을 선언한다. 앞 장면의 조사실에서 서명이 이뤄진 시점이 이 보장과 겹치는 문제를 뒤에 남긴다.
제12조는 고문과 불리한 진술 강요를 금지하는 제2항, 체포·구속의 이유와 변호인 조력권을 고지할 의무를 둔 제5항, 적부 심사 청구권을 둔 제6항, 자백을 유죄의 증거로 삼지 못하는 경우를 둔 제7항을 함께 둔다. 이 문단들은 앞 장면의 관찰들이 평가의 재료로 놓이는 법적 지형을 넓힌다. 다만 조문에 없는 요건이나 예외를 여기서 보태지 않는다.
이 조문이 선 자리에서 앞 장면의 인쇄된 범위 표기와 조사실 책상 위의 목록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확정되지 않는다. 조문이 요구하는 것은 '영장의 제시'이지 서명이나 목록이 아니다. 반대로 서명과 목록이 어느 절차에 속하는지, 어느 행위가 이 문 앞에 서는지는 뒤에 읽을 문제로 남는다.
2.2영장 문 앞에 선 행위들
적법한 절차와 영장 제시의 문언을 확인한 뒤에 남는 질문은 그 문에 닿는 처분의 범위다. 무엇이 영장의 문 앞에 서는 행위인지를 가르지 않으면, 문은 비어 있는 자리에 서게 된다. 헌법 제12조는 이 물음에 대한 답을 그 문안 안에서 나열로 내놓는다.
영장을 요구하는 처분을 헌법은 셋째 항에서 네 가지로 꼽는다. 대한민국헌법 제12조 제3항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 다만, 현행범인인 경우와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도피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을 때에는 사후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하였다.(대한민국헌법 제12조) 영장의 문 앞에 서는 행위가 체포·구속·압수·수색임을 이 문언이 가르친다. 다만 현행범인인 경우와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도피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을 때라는 조건 아래에서 사후 영장 청구가 허용된다는 단서도 함께 읽어야 한다. 이 사례에서 기가 새벽에 긴급체포된 처지가 이 단서에 닿는지의 여부는 확정되어 있지 않다.
조문 앞뒤의 배치도 같은 범위를 가리킨다. 대한민국헌법 제12조 제1항은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라고 하여 영장의 대상인 네 가지를 먼저 나열하고, 그 뒤에 심문을 함께 둔다. 제3항이 영장 제시를 요구하는 처분은 체포·구속·압수·수색 네 가지다. 심문은 제1항의 법률 근거 요구 안에 놓여 있을 뿐, 제3항의 영장 제시 요구까지 함께 지는 것은 아니다. 나열된 네 가지가 영장의 문에 닿고, 그 밖의 심문이 그 문 앞에 서지 않는다는 구분이 문언에서 드러난다.
그 밖의 처분을 이 문 안으로 끌어들이는 일은 삼가야 한다. 확인된 법령 문언 중 대한민국헌법 제12조가 영장을 요구하는 처분으로 꼽는 것은 체포·구속·압수·수색이다. 그 나열에 없는 행위를 같은 항의 영장 요구 아래에 두는 해석은 이 문언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이 장면에서 조사실의 책상 위에 놓인 제출 목록이나 제출 범위를 적은 인쇄 문구가 어떤 처분에 해당하는지는 확정되어 있지 않다.
기가 임의제출 동의서에 서명한 일이 이 나열에 닿는 행위인지의 판단 역시 미정으로 남는다. 자료는 동의서에 인쇄된 범위와 목록 종이의 존재만을 말할 뿐, 그 서명이 체포·구속·압수·수색 가운데 어느 것에 해당하는지를 정해 주지 않는다. 체포 당시의 처지, 인쇄된 문구를 읽었는지, 거부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는지, 제출 범위를 설명받았는지가 모두 미정이므로, 이 장면을 영장의 문 앞에 선 행위로 확정할 수 없다. 그러한 평가의 재료로 놓인 관찰만이 남는다.
영장의 문 앞에 서는 행위의 범위는 헌법 제12조 제3항의 네 가지로 한정된다. 나열에 없는 처분을 이 문 안으로 끌어들이지 않는 태도를 이 자리에서 확인하였다. 체포·구속·압수·수색 밖의 행위가 별도의 법령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는지는 이 자리에서 정하지 않고 미정으로 남긴다.
2.3법률이 두는 압수와 수색
영장이 요구되는 행위를 나눈 자리에서 형사소송법 제215조의 문 앞에 서면 압수·수색·검증이 수사 절차의 어디에 놓이는지가 보인다. 동조는 이 셋을 한 조문 안에 묶어 두고, 각각에 요구되는 요건과 절차를 함께 적고 있다. 조문은 사법경찰관의 행위를 규율하면서도 그 행위가 이루어지는 조건을 나누어 놓았다.
형사소송법 제215조 제2항은 행위의 주체와 시기, 의심할 만한 정황, 대상과 사건의 관계를 함께 적는다. 그 문언은 "사법경찰관이 범죄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고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 검사에게 신청하여 검사의 청구로 지방법원판사가 발부한 영장에 의하여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형사소송법 제215조). 이 한 문장 안에는 범죄수사가 필요한 때라는 시점,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 대상이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될 수 있다는 한정이 함께 들어 있다. 이 사례에서 기에게 이루어진 압수가 어느 시점에, 어떤 정황 아래 행하여졌는지는 미정이다.
동조가 대상에 관해 두는 한정을 문언 그대로 따라가면, 압수·수색의 범위는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머무른다(형사소송법 제215조). 대상이 사건과 무관한 것까지 이 문안에 들 수 있는지 여부는 이 한정이 그어 놓은 경계에서 판단할 사안이다. 형사소송법 제215조 제2항에 적힌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고"라는 조건도 이와 나란히 놓인다. 정황에 관한 판단과 대상과 사건의 관계에 관한 판단은 조문 안에서 각각의 자리를 차지하며, 어느 쪽도 다른 쪽을 대신하지 않는다. 기의 휴대전화와 그 안에 저장된 전자정보가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되는 범위는 확정되어 있지 않다.
절차에 관하여 형사소송법 제215조 제2항은 이어지는 세 단계를 차례로 놓는다. 그 문언에 따르면 행위자는 "검사에게 신청하여 검사의 청구로 지방법원판사가 발부한 영장에 의하여"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을 한다(형사소송법 제215조). 검사에게 하는 신청, 검사의 청구, 지방법원판사의 영장 발부가 이 순서로 놓임을 문언은 밝히고 있다. 사법경찰관 스스로가 대상의 범위를 확정하고 그에 관한 판단을 마무리하지 못함도 이 문장의 배치에서 드러난다. 이 사례의 압수에 이 절차가 어떻게 밟혀졌는지, 어느 단계에 관한 관찰이 놓여 있는지는 미정이다.
같은 조문은 ①항을 삭제하고 ②항을 두고 있다(형사소송법 제215조). 형사소송법 제215조의 항 배치가 이러한 것임은 이 조문의 표기에서 확인된다. 삭제된 자리가 무엇을 규율하였는지, ②항의 문언이 그 자리를 어떻게 이어받았는지는 이 조문만으로 확정되지 않는다.
이렇게 놓인 조문은 압수·수색·검증을 수사 절차 안에 두는 자리를 보여 준다. 대상의 한정과 절차의 차례가 한 문장 안에 함께 적혀 있음이 그 자리의 특징이다. 이 장면에서 기의 압수가 이 자리에 비추어 어떻게 놓이는지는 판단의 재료를 갖춘 뒤에야 밝혀질 일이다.
2.4헌법의 문과 법률의 문
법률이 두는 압수와 수색의 자리를 형사소송법 제215조에서 확인한 뒤, 예외가 어느 문에서 열리는지를 가리기 위해서는 헌법의 문과 법률의 문을 함께 놓고 보아야 한다. 이 물음은 두 조문이 각각 무엇을 요구하는지, 그리고 그 요구가 어느 층위에서 예외를 허용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신체의 자유와 강제처분의 한계를 적은 헌법 제12조 제1항은 처벌에 관한 한계와 함께 강제처분의 근거를 요구한다.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 (대한민국헌법 제12조) 이 문언은 압수와 수색이 법률에 근거하지 않으면 행하여질 수 없음을 선언한다. 본 사례에서 기의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도 이 요구 앞에 놓인다.
같은 조 제3항은 영장 제시를 요구하면서도 그 요구의 시점에 예외를 둔다.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 다만, 현행범인인 경우와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도피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을 때에는 사후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 (대한민국헌법 제12조) 이 단서는 영장 제시의 시점을 사후로 미룰 수 있는 경우를 둘 뿐, 압수와 수색을 영장 없이 행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을 더하는 것은 아니다. 기가 긴급체포되었다는 사정은 이 문이 다루는 영장 시점의 문제에 대응할 뿐,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 자체를 영장 요건에서 벗어나게 하지는 않는다.
형사소송법 제215조는 강제처분으로서 압수와 수색이 지나야 할 문을 절차로 구체화한다. "사법경찰관이 범죄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고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 검사에게 신청하여 검사의 청구로 지방법원판사가 발부한 영장에 의하여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215조) 이 문은 헌법이 요구한 법률 근거를 압수와 수색에 관한 수사 절차로 받치면서, 압수의 범위를 범죄 혐의와 관련된 것으로 한정한다. 따라서 휴대전화에서 범죄 혐의와 관련되는 범위를 넘는 전자정보가 압수되는 경우 이 한정은 그때 비로소 문제의 기준이 된다.
이와 함께 두 문의 자리를 나란히 놓으면, 예외가 어느 문에서 열리는지가 분명해진다. 헌법 제12조 제3항의 단서는 현행범인 경우와 도피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영장 청구를 사후로 미루도록 한다. 형사소송법 제215조 제2항은 영장에 의한 압수와 수색의 요건을 정할 뿐, 영장 요건을 벗어나는 별도의 예외 유형을 두고 있지 않다. 앞의 법률이 두는 압수와 수색의 자리에서 확인한 요건 문언은 이 자리에서 새로 정해지지 않으며, 위 두 자료에 확인되지 않는 예외 유형은 이 자리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리하여 본 사례의 임의제출 동의서와 제출 범위는, 헌법의 문과 법률의 문이 함께 요구하는 영장 요건의 앞이나 안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문의 구조 위에 놓인 관찰의 재료이다. 기의 동의로 인한 제출이 두 문의 어느 자리에 놓이는지는, 동의의 임의성과 제출 범위에 관한 별도의 판단이 뒤에서 다루어질 문제로 남는다.
2.5예외 자리에 놓인 제출
형사소송법 제215조가 강제처분의 문을 법관의 영장에 두었다는 점에서, 임의제출은 그 문 앞이 아닌 다른 자리에 놓인다. 이 자료가 마련한 구조 위에서 제출의 자리를 읽어둘 필요가 있다.
헌법 제12조는 압수·수색을 영장의 자리에 묶어 둔다. 압수·수색을 할 때의 요구를 분명히 하기 위하여 헌법은 다음과 같이 정한다.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 다만, 현행범인인 경우와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도피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을 때에는 사후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 (대한민국헌법 제12조) 이 문은 강제로 압수·수색을 할 때에 요구되는 절차를 말한다. 제출이 스스로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이 문에 닿는지가 별개로 남는다.
형사소송법 제215조 역시 압수·수색·검증을 영장에 놓는다. 수사기관이 범죄수사에 필요한 때에 할 수 있는 압수·수색·검증을 형사소송법은 다음과 같이 한정한다. "사법경찰관이 범죄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고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 검사에게 신청하여 검사의 청구로 지방법원판사가 발부한 영장에 의하여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215조) 이 문은 수사기관이 하는 강제처분의 문을 여는 조건을 정한다. 그렇다면 영장 없이 전자정보를 얻는 길은 이 문 안에 놓이지 않는다.
임의제출이 영장의 문 바깥에 놓인다는 것은 제출이 강제처분의 형을 띠지 않는 경우를 가리킨다. 소지자가 수사기관에 물건이나 전자정보를 내놓을 때, 수사기관이 형사소송법 제215조의 영장에 의하지 않고 그것을 받는 장면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자리에서 제출은 강제처분의 문을 통과한 결과가 아니라, 별도의 길을 지나 얻어진 것이다.
이렇게 놓인 제출의 자리는 앞에서 본 두 문이 규율하는 방식과 다르다. 헌법 제12조와 형사소송법 제215조는 압수·수색을 할 때의 절차를 정한다. 반면 스스로 하는 제출은 압수·수색의 절차를 밟지 않고 이루어진다. 그래서 제출의 자리를 강제처분의 문 앞에 두는 읽기는, 이 자료가 정한 구조와 맞지 않는다.
다만 제출이 어느 자리에서 이루어졌는지는 그 자체로 다른 문제를 남긴다. 제출이 스스로인가, 아니면 강제처분의 다른 이름인가는 이 자리에서 정해지지 않았다. 합성된 장면에서 기가 임의제출 동의서에 서명한 것은 관찰된 사실이고, 그 제출이 자발적인지 여부는 아직 미정이다. 자료가 제출의 자리를 법령의 문에 두어 둔 만큼, 제출이 스스로인가라는 물음은 별도로 서야 한다.
2.6자발성을 묻게 되는 지점
임의제출이 강제처분의 문 앞이 아닌 다른 길에 놓임이 확인된 뒤에는 제출이 스스로인가라는 물음이 남는다. 형사소송법 제215조는 강제처분으로서의 압수·수색이 검사의 청구와 지방법원판사가 발부한 영장에 의할 것을 요구하며, 그 문 앞에 서지 않은 제출은 별도의 정당화 근거를 찾지 않으려 한다. 그런데 제출의 자리를 정하는 것과 제출이 자발적인지를 묻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다.
형사소송법 제215조는 사법경찰관이 범죄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고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 검사에게 신청하여 검사의 청구로 지방법원판사가 발부한 영장에 의하여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다고 정한다. 이 문장이 요구하는 정황·관계·영장의 요건은 강제처분의 문을 열기 위한 것이다. 강제처분의 문에 이르지 않은 제출에서 이 요건을 묻지 않으려면, 제출이 스스로인 근거가 따로 있어야 한다.
사례에서 기는 조사실에서 휴대전화를 내면 조사가 빨리 끝난다는 말을 듣고 임의제출 동의서에 서명하였다. 동의서에는 제출 범위가 '휴대전화 1대 및 저장된 전자정보 일체'라고 인쇄되어 있었고, 조사실 책상 위에는 제출 목록을 적은 종이가 놓여 있었다. 이 장면은 동의서라는 형식이 갖추어진 상태에서 벌어진 제출의 관찰을 담는다.
그런데 형식이 갖추어졌다는 사실만으로 제출이 스스로인지는 결정되지 아니한다. 체포 당시의 구체적 처지, 기가 인쇄된 문구를 읽었는지, 거부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는지, 제출 범위를 설명받았는지는 미정이다. 이 사정들은 자발성을 묻는 자리에서 비어 있는 재료이다. 압수된 전자정보 중 어느 범위가 범죄 혐의와 관련되는지, 목록이 기에게 교부되었는지도 미정이다. 이 역시 제출의 범위와 이후 처리를 가늠하는 데 놓인 관찰에 지나지 않는다.
자발성을 묻게 되는 지점은 바로 여기이다. 제출이 강제처분의 문 앞에 서지 않았다는 점만으로는 제출이 스스로인 근거가 다 채워지지 아니하고, 남은 질문이 제출의 의지이다. 제출의 의지를 묻는 이 자리는 제출의 자리를 정한 데서 저절로 따라오지 아니한다. 제출의 자리는 강제처분의 문과 예외의 문을 나눈 데서 정해지지만, 제출이 스스로인지는 그 나눔만으로는 정해지지 아니한다.
이 사례가 놓아 둔 관찰은 형식의 갖추어짐과 동의의 실질 사이가 갈라지는 지점을 가리킨다. 동의서에 서명이 있고 제출 범위가 인쇄되어 있다는 사실은 관찰로 확인된다. 그 인쇄된 범위가 기에게 무엇을 뜻했는지, 서명이 어떤 처지에서 이루어졌는지는 확인되지 아니한다. 앞서 제출의 자리를 정한 데서는 이 갈림을 다루지 아니한다. 따라서 이 장면은 자발성을 묻는 자리에 놓인 것으로 남는다.
이 자리에서 자발성을 판정할 사정이나 기준을 정하지 아니한다. 미정으로 남은 사정들은 그 판정의 재료로 놓여 있을 뿐이다. 이 장면은 그러한 평가가 확정된 결과가 아니라 평가의 출발점임을 남긴다. 제출이 스스로인가라는 물음이 남았다는 확인에서 그치고, 그 물음을 어떻게 풀 것인지는 다음 논의로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