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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한 권리보호: 보전·집행·증거·안전 · II-11 · Chapter 8 · First edition

직접 확보의 한계와 원본이 없을 때의 확인 경로

자료를 직접 확보할 수 있는 한계는 어디까지이고, 원본이 없을 때 무엇으로 사실을 확인하는가?

Length
about 2,700 words · 12 min
Sources
4 statutes · 1 decisions
As of
2026-10-11
On this page
  1. Summary
  2. 8.1직접 확보의 권한과 한계
  3. 8.2문서제출신청의 허가 심사
  4. 8.3자기이용문서의 판단 기준
  5. 8.4제출하지 아니한 때의 효과
  6. 8.5소실 원인과 책임의 분리
  7. 8.6원본 부재의 대체 확인 경로
  8. Statutes referred to
  9. Decisions referred to

Synthetic case The parties and facts in this chapter come from the volume's synthetic case, not from a real matter.

Summary

자료를 직접 확보할 수 있는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원본이 없을 때 무엇으로 사실을 확인하는지를 묻는다. 직접 확보의 권한과 한계를 살핀 뒤, 문서제출신청의 허가 심사와 자기이용문서의 판단 기준, 제출하지 아니한 때의 효과를 검토한다. 소실 원인과 책임의 평가를 분리하여 살피고, 원본이 없을 때의 대체 확인 경로를 정리하며, 소실 책임이 본안에서 결론 나는 방식은 다루지 않는다.

8.1직접 확보의 권한과 한계

공식 절차가 막힌 뒤에는 자료를 스스로 확보하려는 유인이 커진다. 그러나 자료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이 곧 그 수단을 적법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직접 확보의 허용 범위는 개인정보 보호법 제15조와 민법 제750조의 틀 안에서 읽어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15조는 수집과 이용을 각 호의 요건에 묶어 둔다. 개인정보처리자가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경우를 열거하면서 "① 개인정보처리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으며 그 수집 목적의 범위에서 이용할 수 있다. <개정 2023. 3. 14.>"라고 선언한다(개인정보 보호법 제15조). 수집의 가능 여부는 각 호가 정하는 요건의 충족 여부에 달렸고, 목적을 벗어난 이용은 같은 조항이 금지한다.

여기서 급박한 사정에 관한 예외가 있기는 하다. 조문은 "5. 명백히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급박한 생명, 신체, 재산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별도의 근거로 둔다(개인정보 보호법 제15조). 이 사례에서 매출채권의 양도 정황과 자금 이동 기록은 재산상 이익과 관련된 정황이기는 하다. 다만 급박성과 필요성이 "명백히" 인정되어야 한다는 조문의 요건은 그대로 남는다. 정황을 확인했다는 사실만으로 이 호가 요구하는 급박성이 충족되었다고 보지는 않는다.

같은 조 제1항제6호는 개인정보처리자의 정당한 이익을 또 하나의 근거로 둔다. 다만 그 문장에는 조건이 뒤따른다. "6. 개인정보처리자의 정당한 이익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서 명백하게 정보주체의 권리보다 우선하는 경우. 이 경우 개인정보처리자의 정당한 이익과 상당한 관련이 있고 합리적인 범위를 초과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한한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15조) 권리 우선성, 상당한 관련성, 합리적 범위의 세 요건이 함께 충족되어야 한다. 상대방과 담당자를 둘러싼 조사 목적이라는 사정만으로 이 셋이 충족되는 것은 아니며, 본안 청구의 인용 가능성은 아직 미정이다.

직접 확보한 자료의 취급에 관해서도 같은 조가 기준을 제시한다. 조문은 "③ 개인정보처리자는 당초 수집 목적과 합리적으로 관련된 범위에서 정보주체에게 불이익이 발생하는지 여부, 암호화 등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조치를 하였는지 여부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 <신설 2020. 2. 4.>"라고 규정한다(개인정보 보호법 제15조). 계약 분쟁에서 얻은 자료를 그대로 본안에서 쓰려면 당초 목적과의 관련성, 불이익 유무, 안전 조치 여부를 따져 보아야 한다.

수집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민법 제750조가 뒤를 잇는다. 민법은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선언한다(민법 제750조). 위법한 수집으로 상대방에게 손해가 생기면 배상 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 확보가 필요했다는 점은 위법성을 소멸시키지 않으므로, 수단의 선택은 그 자체로 별도의 법적 평가를 받는다.

이 사례에서 일부 메시지와 원자료가 삭제된 흔적, 담당자의 자금 이동 기록, 계좌 잔액 내역, 장비의 소재,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의 작성 시점이 확인되었다. 삭제된 원자료의 내용과 삭제 주체는 미정이고, 양도의 실제 시기와 상대도 미정이다. 이러한 확인 사실은 각 호가 정하는 수집 근거의 충족 여부를 대신하지 않으며, 근거 밖의 수집이라면 그 행위는 위법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 직접 확보는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택할 수단이 아니라, 조문이 정한 근거 안에서만 선택할 수단이다.

8.2문서제출신청의 허가 심사

자료를 스스로 확보하는 행위의 허용 범위를 제쳐 둔다면, 남은 경로는 법원을 통한 문서의 확보다. 민사소송법은 문서제출신청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따져 제출을 명할 수 있는지 정하고, 그 심사의 기준이 무엇인지가 여기서 물을 바이다.

먼저 조문의 문구를 살펴보면, 민사소송법 제347조 제1항은 "법원은 문서제출신청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결정으로 문서를 가진 사람에게 그 제출을 명할 수 있다"고 선언한다. 여기서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한 때"가 제출명령의 관문이며, 신청이 접수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곧 제출이 명해진다고 단정할 수 없다. 대법원 2016. 7. 1. 자 2014마2239 결정도 문서제출 거부사유가 인정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법원이 문서제출이 필요한지 및 문서제출신청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판단하여야 한다고 본다. 즉, 제출거부사유의 부존재는 제출명령의 충분 조건이 아니라 심사의 출발점에 불과하다.

그럼 정당한 이유를 판단할 때 무엇을 헤아려야 하는지, 대법원 2016. 7. 1. 자 2014마2239 결정이 나열하는 요소를 확인한다. 그 결정은 "문서가 쟁점 판단이나 사실의 증명에 어느 정도로 필요한지, 다른 문서로부터 자료를 얻는 것이 가능한지, 문서 제출로 얻게 될 소송상 이익과 피신청인이 문서를 제출함으로 인하여 받게 될 부담이나 재산적 피해 또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나 법인 내부의 자유로운 의사 형성 및 영업 비밀, 기타 권리에 대한 침해와의 비교형량 및 기타 소송에 나타난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과연 문서제출이 필요한지 및 문서제출신청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 7. 1. 자 2014마2239 결정)고 밝힌다. 이는 필요성·대체가능성·이익형량을 함께 본다는 뜻이며, 사례에서 남아 있는 잔액 내역이나 보유 장비의 소재 같은 자료가 쟁점 증명에 얼마나 가닿는지가 심사의 축이 된다.

문서 자체가 서증으로서 필요하지 않거나, 문서로 증명하려는 사항이 청구와 무관하다면 정당한 이유가 서지 않는다. 대법원 2016. 7. 1. 자 2014마2239 결정은 "법원은 제출명령신청의 대상이 된 문서가 서증으로서 필요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제출명령신청을 받아들이지 아니할 수 있다"고 하였고, "문서제출명령의 대상이 된 문서에 의하여 증명하고자 하는 사항이 청구와 직접 관련이 없는 것이라면 받아들이지 아니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담보 제공 의사나 본안 청구의 인용 가능성처럼 아직 미정인 사항이 확인되기 전에, 구체적 청구와의 관련성을 특정하지 않은 채 제출의 범위를 넓히는 신청은 이 요건에서 걸러질 수 있다.

제출의 범위가 일부에 그치는 경우에도 조정이 가능하다. 민사소송법 제347조 제2항은 "문서제출의 신청이 문서의 일부에 대하여만 이유 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그 부분만의 제출을 명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같은 조 제3항은 "제3자에 대하여 문서의 제출을 명하는 경우에는 제3자 또는 그가 지정하는 자를 심문하여야 한다"고 부가하며, 같은 조 제4항은 "법원은 문서가 제344조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문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그 문서를 제시하도록 명할 수 있다. 이 경우 법원은 그 문서를 다른 사람이 보도록 하여서는 안된다"(민사소송법 제347조)고 하여 비공개 심사를 마련한다. 제3자 명의 매출채권의 양도에 관한 자료가 상대방의 층위를 넘아 제3자의 손에 있는 때에는 심문과 제한된 제시 절차를 거쳐 접근 범위가 정해진다.

끝으로, 제출을 정당화하는 다른 근거도 함께 둔다. 대법원 2016. 7. 1. 자 2014마2239 결정은 "임직원의 급여 및 상여금 내역 등이 개인정보 보호법상 개인정보에 해당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문서소지인이 문서의 제출을 거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하여 개인정보 보호를 문서제출거부사유로 쓰지 못하게 하였다. 아울러 거부사유가 없는 경우에도 법원은 민사소송법 제347조 제1항에 따라 정당한 이유를 판단하여야 하므로, 삭제된 원자료나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처럼 자료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곧 제출의 확정을 뜻하지는 않는다. 정당한 이유의 유무는 위 기준에 따라 별도로 심사된다.

8.3자기이용문서의 판단 기준

제출신청의 허가 심사가 어떤 기준으로 이루어지는지 살핀 데 이어, 이번에는 상대방 측이 내부 문서를 오로지 자기 이용을 위한 문서라며 제출을 거부할 경우 그 주장이 언제 받아들여지는지가 쟁점이 된다. 대법원 2016. 7. 1. 자 2014마2239 결정은 민사소송법 제344조 제2항 제2호의 자기이용문서 해당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밝히고 있다. 그 기준에는 신청자가 열람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문서인지, 문서에 담긴 정보의 외부 개시나 공익성이 문제는 아닌지가 함께 놓인다.

그 결정은 먼저 자기이용문서의 뜻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어느 문서가 오로지 문서를 가진 사람이 이용할 목적으로 작성되고 외부자에게 개시하는 것이 예정되어 있지 않으며 개시할 경우 문서를 가진 사람에게 심각한 불이익이 생길 염려가 있다면, 문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규정의 자기이용문서에 해당한다." (대법원 2016. 7. 1. 자 2014마2239 결정) 이 문장은 문서의 표제만으로 단정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한다. 위 사례에서 삭제 흔적이 확인된 원자료가 작성 목적상 외부 공개가 예정되지 않았는지는 표제를 보는 것만으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대법원 2016. 7. 1. 자 2014마2239 결정은 판단의 방법을 구체화하면서, 아래와 같이 설시한다. "여기서 어느 문서가 자기이용문서에 해당하는지는 문서의 표제나 명칭만으로 판단하여서는 아니 되고, 문서의 작성 목적, 기재 내용에 해당하는 정보, 당해 유형·종류의 문서가 일반적으로 갖는 성향, 문서의 소지 경위나 그 밖의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는데, 설령 주관적으로 내부 이용을 주된 목적으로 회사 내부에서 결재를 거쳐 작성된 문서일지라도, 신청자가 열람 등을 요구할 수 있는 사법상 권리를 가지는 문서와 동일한 정보 또는 직접적 기초·근거가 되는 정보가 문서의 기재 내용에 포함되어 있는 경우, 객관적으로 외부에서의 이용이 작성 목적에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는 볼 수 없는 경우, 문서 자체를 외부에 개시하는 것은 예정되어 있지 않더라도 문서에 기재된 '정보'의 외부 개시가 예정되어 있거나 정보가 공익성을 가지는 경우 등에는 내부문서라는 이유로 자기이용문서라고 쉽게 단정할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16. 7. 1. 자 2014마2239 결정) 이 기준을 위 사례에 적용하면, 상대방이 제출을 거부하는 문서에 자금 이동 내역이나 양도 정황과 같은 정보가 포함되어 있으면 내부 결재 문서라 하여 그대로 거부사유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실제 기재 내용과 작성 목적은 확인이 필요한 것으로 남는다.

자기이용문서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도 제출 여부는 여기서 곧바로 확정되지 않는다. 대법원 2016. 7. 1. 자 2014마2239 결정은 "한편 자기이용문서 등 문서제출 거부사유가 인정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법원은 민사소송법 제290조에 따라 제출명령신청의 대상이 된 문서가 서증으로서 필요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제출명령신청을 받아들이지 아니할 수 있고, 민사소송법 제347조 제1항에 따라 문서제출신청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한 때에 결정으로 문서를 가진 사람에게 제출을 명할 수 있으므로, 문서가 쟁점 판단이나 사실의 증명에 어느 정도로 필요한지, 다른 문서로부터 자료를 얻는 것이 가능한지, 문서 제출로 얻게 될 소송상 이익과 피신청인이 문서를 제출함으로 인하여 받게 될 부담이나 재산적 피해 또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나 법인 내부의 자유로운 의사 형성 및 영업 비밀, 기타 권리에 대한 침해와의 비교형량 및 기타 소송에 나타난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과연 문서제출이 필요한지 및 문서제출신청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위 사례에서는 회수 가능한 재산의 범위와 본안 청구의 인용 가능성이 모두 미정이므로, 서증으로서의 필요성과 신청의 정당한 이유는 별도로 살펴야 한다.

그 판단에 고려할 사항도 함께 밝혀진다. 대법원 2016. 7. 1. 자 2014마2239 결정은 "문서가 쟁점 판단이나 사실의 증명에 어느 정도로 필요한지, 다른 문서로부터 자료를 얻는 것이 가능한지, 문서 제출로 얻게 될 소송상 이익과 피신청인이 문서를 제출함으로 인하여 받게 될 부담이나 재산적 피해 또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나 법인 내부의 자유로운 의사 형성 및 영업 비밀, 기타 권리에 대한 침해와의 비교형량 및 기타 소송에 나타난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과연 문서제출이 필요한지 및 문서제출신청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고 밝힌다. 따라서 위 사례에서 보유 장비의 소재나 특정 계좌 잔액 내역을 다른 확보 자료로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는지, 제출이 상대방에게 가할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가 함께 형량된다. 자기이용문서라는 주장이 배척되어도 제출이 명해진다고 확정할 수는 없다.

8.4제출하지 아니한 때의 효과

자기이용문서의 범위를 가르는 기준을 확인한 뒤에 남는 문제는, 그 문서가 끝내 제출되지 않을 경우 법원이 어떤 효과를 인정할 수 있는지이다. 이때 두 가지 경우가 나뉘어 있다. 하나는 제출명령에 따르지 아니한 때이고, 다른 하나는 상대방의 사용을 방해할 목적으로 문서를 훼손하거나 사용할 수 없게 한 때이다.

문서를 가진 쪽이 제출명령에 따르지 아니한 때의 효과에 관하여 민사소송법 제349조(당사자가 문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때의 효과)는 "당사자가 제347조제1항·제2항 및 제4항의 규정에 의한 명령에 따르지 아니한 때에는 법원은 문서의 기재에 대한 상대방의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라고 정한다. 이 조문은 법원에 인정의 판단을 맡기므로, 제출이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상대방의 주장이 자동으로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제출명령의 대상과 기재 내용이 특정되어 있는 문서라면, 법원이 그 기재에 대한 상대방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삼을 수 있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사용을 방해한 때의 효과에 관하여 민사소송법 제350조(당사자가 사용을 방해한 때의 효과)는 "당사자가 상대방의 사용을 방해할 목적으로 제출의무가 있는 문서를 훼손하여 버리거나 이를 사용할 수 없게 한 때에는, 법원은 그 문서의 기재에 대한 상대방의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라고 정한다. 여기서는 명령에 따르지 아니한 경우와 달리, 사용 방해의 목적과 훼손 또는 사용 불능의 행위가 요구된다. 일부 메시지와 원자료가 삭제된 흔적이 확인된 경우에도, 삭제의 주체와 당시의 목적이 미정이므로 제350조의 요건 충족 여부는 단정할 수 없다.

제349조와 제350조의 효과는 모두 문서의 기재에 대한 상대방의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하는 데 그친다. 따라서 상대방이 계약 해지와 손해 배상을 주장하며 여러 버전의 계약서, 변경 이메일, 자금 기록, 전문가 계산서를 제출한 상태에서도, 제출이 없는 사실이나 사용 방해의 흔적이 곧 본안 청구의 인용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본안 청구의 인용 가능성은 미정이며, 우선 회수 가능한 재산의 범위와 우선순위를 따지는 별도의 판단이 남아 있다.

결국 제출하지 아니한 때와 사용을 방해한 때는 각각의 요건에 따라 나누어 읽어야 한다. 이 사례에서 확보된 자료에는 특정 계좌의 잔액 내역, 보유 장비의 소재,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의 작성 시점이 포함되어 있고, 위협 메시지와 접촉 사실을 적은 기록도 일부 남아 있다. 그러나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가 아니라는 점을 전제로, 어느 쪽 조항이 어느 범위의 자료에 적용될지, 그리고 그 적용이 어떤 효과를 낳을지는 확인을 거쳐 판단할 일이다.

8.5소실 원인과 책임의 분리

절차상의 효과를 확인한 데에서 나아가, 소실의 원인에 관한 평가와 그 책임의 귀속이 어떻게 나뉘는지 살필 차례이다. 자료의 일부가 삭제된 흔적이 확인된 지금, 그 삭제가 무엇 때문인지 밝히는 일과 그 책임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 정하는 일은 서로 다른 물음이다.

소실 자체로 손해 배상 책임이 성립하는지에는 민법 제750조가 놓여 있다. 법령은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민법 제750조)고 정한다. 이 조문은 고의 또는 과실과 위법행위, 손해의 발생을 요건으로 두고, 이 가운데 어느 한 가지라도 빠지면 배상 책임의 성립은 확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삭제된 원자료의 내용과 삭제 주체가 미정인 현재, 이 요건을 충족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절차적 측면에서 소실의 의도가 문제될 때는 민사소송법 제350조가 가리키는 바가 분명하다. 법령은 "당사자가 상대방의 사용을 방해할 목적으로 제출의무가 있는 문서를 훼손하여 버리거나 이를 사용할 수 없게 한 때에는, 법원은 그 문서의 기재에 대한 상대방의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350조)고 정한다. 문헌은 사용 방해의 목적과 훼손 또는 사용 불능의 행위를 함께 요구하며, 그 효과 역시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선택적 형태에 머문다. 이 규정이 이 사례에 적용되려면 삭제의 목적과 주체가 먼저 특정되어야 하고, 그 사실이 미정인 지금 그 적용 가능성도 미정으로 남는다.

삭제 주체가 특정되지 않은 채로는 책임의 귀속 방향을 정할 길이 없다. 담당자가 자녀 회사로 자금을 이동한 기록이 남아 있지만, 이 기록만으로 삭제 행위와 그 책임이 연결된다고 볼 수는 없다. 자료가 확인되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로 이어지지 않음은 앞에서 확인한 바와 같다. 원인의 확인과 책임의 판단이 분리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계약 해지와 손해 배상을 주장하는 측이 여러 버전의 계약서와 변경 이메일을 제출한 상태에서, 소실된 원자료를 무엇으로 대신 확인할지의 문제는 별도로 놓인다. 원본이 없을 때 사실을 확인하는 경로는 이 사례에서 아직 열려 있고, 소실 책임의 결론이 그 확인을 대신하지 않는다. 삭제된 원자료의 내용과 삭제 주체, 위협 메시지의 발신 주체가 미정으로 남는 한, 소실의 원인에 관한 평가와 그 책임의 귀속은 각각의 물음으로 갈라져 있고, 어느 쪽도 미리 결론 내려지지 않았다.

8.6원본 부재의 대체 확인 경로

소실 책임의 귀속을 본안에서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남은 것은 확인 경로의 문제이다. 원본이 없을 때 무엇으로 사실을 확인하는지는 민사소송법 제349조와 2013도2511 판결이 정한 증거능력 논리에서 읽을 수 있다.

민사소송법 제349조는 당사자가 법원의 문서제출 명령에 따르지 않은 때의 효과를 다음과 같이 정한다. "당사자가 제347조제1항·제2항 및 제4항의 규정에 의한 명령에 따르지 아니한 때에는 법원은 문서의 기재에 대한 상대방의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 이 조문은 제출이 이루어지지 않은 문서의 기재를 대신 확인할 수 있는 경로로, 법원이 상대방의 주장을 인정할 수 있다는 선택을 열어 둔다. 이 사례에서 삭제된 원자료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확인할 때도, 그 기재에 대한 주장은 이 경로로 검토될 수 있다.

그러나 제출되지 않은 문서를 확인하는 경로와 이미 없어진 자료를 무엇으로 대체할 것인가는 분리하여 본다. 2013도2511 판결은 정보저장매체에 기억된 문자정보를 증거로 쓰기 위한 요건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압수물인 컴퓨터용 디스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정보저장매체(이하 ‘정보저장매체’라고만 한다)에 입력하여 기억된 문자정보 또는 그 출력물(이하 ‘출력 문건’이라 한다)을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정보저장매체 원본에 저장된 내용과 출력 문건의 동일성이 인정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정보저장매체 원본이 압수 시부터 문건 출력 시까지 변경되지 않았다는 사정, 즉 무결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이 사례에서 보유 장비의 소재와 특정 계좌의 잔액 내역이 담긴 자료를 출력물로 제시하려 할 때도, 원본과 출력물의 동일성 및 그 변경 여부가 우선 확인되어야 한다.

같은 판결은 원본을 대신할 매체를 거쳐 출력한 문건의 경우에 추가로 요구되는 사정을 다음에서 확인한다. "특히 정보저장매체 원본을 대신하여 저장매체에 저장된 자료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로부터 출력한 문건의 경우에는 정보저장매체 원본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 사이에 자료의 동일성도 인정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용한 컴퓨터의 기계적 정확성, 프로그램의 신뢰성, 입력·처리·출력의 각 단계에서 조작자의 전문적인 기술능력과 정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이 사례에서 삭제 주체가 미정이고 원자료의 내용 자체가 남아 있지 않은 상태라면, 이 요건을 대체할 수단의 확인이 남는 과제로 남는다.

같은 판결은 그 증명 방법의 순서를 구체화한다. "이 경우 출력 문건과 정보저장매체에 저장된 자료가 동일하고 정보저장매체 원본이 문건 출력 시까지 변경되지 않았다는 점은, 피압수·수색 당사자가 정보저장매체 원본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의 해쉬(Hash) 값이 동일하다는 취지로 서명한 확인서면을 교부받아 법원에 제출하는 방법에 의하여 증명하는 것이 원칙이나, 그와 같은 방법에 의한 증명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는, 정보저장매체 원본에 대한 압수, 봉인, 봉인해제,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 등 일련의 절차에 참여한 수사관이나 전문가 등의 증언에 의해 정보저장매체 원본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 사이의 해쉬 값이 동일하다거나 정보저장매체 원본이 최초 압수 시부터 밀봉되어 증거 제출 시까지 전혀 변경되지 않았다는 등의 사정을 증명하는 방법 또는 법원이 그 원본에 저장된 자료와 증거로 제출된 출력 문건을 대조하는 방법 등으로도 그와 같은 무결성·동일성을 인정할 수 있으며, 반드시 압수·수색 과정을 촬영한 영상녹화물 재생 등의 방법으로만 증명하여야 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 원본 부재의 사례에서 증언과 대조가 남은 경로라는 뜻이며, 이 경로가 열려 있다는 점이 곧 그 증언이나 사본의 증거능력을 단정하는 근거는 아니다.

한편, 같은 판결은 증언 자체의 증거능력을 절차의 적법성에 묶어 두고 있다. "헌법 제27조 제3항 후문, 제109조와 법원조직법 제57조 제1항, 제2항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헌법 제109조, 법원조직법 제57조 제1항에서 정한 공개금지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재판의 심리에 관한 공개를 금지하기로 결정하였다면 그러한 공개금지결정은 피고인의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서 그 절차에 의하여 이루어진 증인의 증언은 증거능력이 없고, 변호인의 반대신문권이 보장되었더라도 달리 볼 수 없으며, 이러한 법리는 공개금지결정의 선고가 없는 등으로 공개금지결정의 사유를 알 수 없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이 사례에서 원본을 대신할 증언이 채택되는지는 그 증언이 이루어진 절차가 적법했는지와 함께 검토될 문제로 남는다.

따라서 이 사례에서 원본 부재를 대체할 확인 경로는 두 갈래로 남는다. 하나는 제출되지 않은 문서의 기재를 상대방의 주장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경로이고, 다른 하나는 원본과 대체 매체의 동일성 및 무결성을 증언이나 대조로 증명하는 경로이다. 어떤 경로도 삭제된 원자료의 내용과 삭제 주체를 미정인 채로 결론 내리지 않으며, 담보 제공 의사와 본안 청구의 인용 가능성 역시 확정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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