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이 장은 재산국외도피 같은 경제범죄에서 법인의 책임과 얻은 이익이 어떤 관계로 놓이는지를 묻는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의 죄와 행위를 읽고, 행위자와 법인의 동시 처벌, 가중 법정형의 자리, 도피 재산과 이익을 차례로 살핀다. 이 자리에서 열지 않는 쟁점과 경계를 밝혀 둔다.
12.1제4조의 죄와 행위
면책의 길을 끝으로 열어둔 채 법인 책임의 근거를 묻는 다음 문제는, 우선 처벌되는 죄와 행위가 무엇인지 밝히는 일이다. 이 절에서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의 문언만으로 그 범위를 읽는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는 제1항에서 재산국외도피의 죄를 다음과 같이 둔다. "법령을 위반하여 대한민국 또는 대한민국국민의 재산을 국외로 이동하거나 국내로 반입하여야 할 재산을 국외에서 은닉 또는 처분하여 도피시켰을 때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해당 범죄행위의 목적물 가액(이하 이 조에서 “도피액”이라 한다)의 2배 이상 10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한다." 이 문언은 "법령을 위반하여" 재산을 국외로 이동하는 행위와, 국내로 반입하여야 할 재산을 국외에서 은닉 또는 처분하여 도피시키는 행위를 처벌한다. 법인 책임을 논하기에 앞서, 법인의 대리인 등이 한 행위가 이 두 유형 가운데 어느 하나에 속하는지부터 확인되어야 한다.
도피액이 크면 형이 무거워진다. 제4조 제2항은 이렇게 정한다. "제1항의 경우 도피액이 5억원 이상일 때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가중처벌한다." 이어지는 각 호는 "도피액이 50억원 이상일 때: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라 하고, "도피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때: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라 한다. 가중처벌은 도피액이 5억원 이상인 경우에 한정되며, 그 상한은 제4조 제2항의 문언 안에서만 정해진다.
실행에 이르렀으나 목적을 이루지 못한 경우도 죄가 된다. 제4조 제3항은 "제1항 또는 제2항의 미수범은 각 죄에 해당하는 형으로 처벌한다"라고 하여 미수범의 처벌을 명시한다. 시세조종 주문이 실제 국외 이동·은닉·처분으로 완성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제4조 제3항의 문언에 비추어 미수범의 처벌 여부는 별도로 살펴야 한다.
법인이 함께 처벌되는 통로도 이 조문에 놓여 있다. 제4조 제4항은 법인 책임의 출발점을 이렇게 적는다.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제1항의 벌금형을 과한다." 이에 따라 행위자가 대표자·대리인·사용인·그 밖의 종업원인지, 그 행위가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이루어졌는지가 함께 요구된다.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위반이라야 제4항이 작동한다.
제4조 제4항에는 단서가 뒤따른다. "다만, 법인 또는 개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법인 또는 개인이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면, 제1항의 벌금형이 과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단서는 제4조의 문언이 스스로 법인의 면책 근거를 둔 부분이며, 앞서 살핀 면책의 길과 이어지는 지점이다.
이 사례에서 경은 E증권의 대리인·사용인·그 밖의 종업원으로서 고객 계좌로 주문을 냈다. 다만 그 주문이 제4조 제1항이 정한 국외 이동 또는 은닉·처분에 해당하는지, 도피액이 5억원 이상인지, 제4조 제3항의 미수범에 해당하는지는 이 사례의 사실만으로 확정되지 않는다. 회사가 준법감시 매뉴얼을 비치하고 교육을 실시해 이수 명단을 보관했으며 이상 거래 탐지 시스템이 열한 차례 경보를 낸 사실은 제4조 제4항 단서의 판단에 닿는다. 그러나 경의 주문이 어떤 내부 절차를 거쳐 처리되었는지, 준법감시인이 경보를 보고받았는지, 회사가 경보 이후 어떤 내부 점검을 했는지는 미정이다. 미정인 사실들이 남아 있으므로, 이 사례에서 법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 이르렀는지와 그로 인한 면책 여부는 이 사례의 사실만으로 확정되지 않는다.
12.2행위자와 법인의 동시 처벌
제4조가 처벌의 두 축을 거느린다는 점에서 논의는 이어진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4항은 그 나눔을 법문으로 밝히는데,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제1항의 벌금형을 과한다. 다만, 법인 또는 개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이 인용은 행위자와 법인이 함께 벌을 받는 구조가 법률에 직접 쓰여 있음을 보인다.
이 구조에서 법인에게 벌금형이 과해지는 것은 행위자의 위반행위가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이루어졌다는 사정에 놓인다. 제4조 제4항은 대리인·사용인·그 밖의 종업원의 위반행위를 업무 관련성의 틀 안에 두고, 그 법인 또는 개인에게 제1항의 벌금형을 과한다. 이에 따라 법인의 처벌은 행위자의 처벌과 나란히 놓이며, 행위자를 벌하는 것과 별개의 자리에서 벌금형의 근거를 갖는다. 다만의 단서는 이 나눔의 한쪽 끝에서 법인의 입장을 다룬다. 앞의 인용에 함께 실린 "다만, 법인 또는 개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문장은,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 벌금형을 과하지 아니한다는 뜻을 법문에 두어, 법인이 처벌되는 자리를 제한한다.
E증권에서 경이 시세조종 주문을 냈다는 사실에 이 구조를 놓아 보면, 경의 행위가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이루어진 위반행위인지가 제4조 제4항의 앞부분에 닿는다. 회사가 준법감시 매뉴얼을 비치하고 연 2회 교육을 실시해 이수 명단을 보관한 사정은 단서에서 말하는 주의와 감독을 둘러싼 사실로 놓인다. 그러나 이상 거래 탐지 시스템이 같은 기간 열한 차례 경보를 냈는데 조치한 기록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정과 함께, 경의 주문이 어떤 내부 절차를 거쳐 처리되었는지, 준법감시인이 경보를 보고받았는지, 회사가 경보 이후 어떤 내부 점검을 했는지는 미정이다. 이 사실들만으로 곧 법인의 확정 손해나 경의 고의가 이어지지는 않는다.
법인의 면책 사유는 조문이 놓은 단서에서 나온다. 앞서 인용한 대로, 법인 또는 개인이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 벌금형을 과하지 아니한다. 이 문장이 말하는 주의와 감독은 방지라는 목적 아래 업무에 관하여 요구되며, 그 구체적 수준은 조문 밖에서 새로 만들 필요 없이 이 단서의 문구에서 읽힌다. E증권의 경우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했는지는 앞의 사실들과 미정의 사실들이 모인 자리에서 판단할 문제로 남는다.
따라서 제4조 제4항에 의하면 경의 업무 관련 위반행위가 확인되면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법인에게도 벌금형이 과해지되, 법인이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이 구조 안에서 법인의 처벌은 행위자의 처벌과 함께 놓이지만, 그 벌금형이 실제로 과해지는지는 단서가 놓은 조건을 둘러싼 사실이 채워질 때 비로소 정해진다.
12.3가중 법정형의 자리
동시 처벌의 구조를 확인한 뒤 제기되는 물음은, 가중된 법정형이 법인에 놓이는 자리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는 도피액의 규모에 따라 형을 높이면서도 법인에 과하는 형의 준거를 따로 두고 있다. 가중 법정형이 어디에 걸리는지, 그리고 그 밖의 형이 법인에 미치는지를 차례로 읽어야 한다.
제4조 제2항은 도피액이 5억원 이상인 경우를 가중처벌의 대상으로 삼는다. 그 기준은 다음과 같다. "② 제1항의 경우 도피액이 5억원 이상일 때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가중처벌한다. 1. 도피액이 50억원 이상일 때: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 2. 도피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때: 5년 이상의 유기징역"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2항). 이 규정이 정하는 가중의 양태는 징역형에 관한 것이다. 무기 또는 장기의 유기징역이 도피액의 구간에 따라 정해진다.
제4조 제4항은 업무 관련 위반행위에 대해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벌금형을 과한다고 정한다. 그런데 그 벌금형의 준거는 특정하다. "④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제1항의 벌금형을 과한다. 다만, 법인 또는 개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같은 법 제4조 제4항). 제4항이 법인에 가리키는 형은 제1항의 벌금형이다. 제2항의 무기징역이나 장기 유기징역은 그 지시를 받지 않는다.
이 구분은 법인이 징역형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과 맞물린다. 제1항의 벌금형은 도피액의 2배 이상 10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으로 정해진다. 제2항의 가중처벌이 도피액 구간에 따라 징역형만을 높이므로, 법인에 과해지는 형의 자리는 제1항의 벌금형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가중의 효과는 행위자의 형량에 머물고, 법인의 형량 자리는 제4항이 가리키는 그대로 남는다.
다만 이 범위 안에서 벌금형이 과해질 수 있다는 뜻이지, 벌금의 액수 산정이나 양형의 구체적 수준이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제4조는 그에 관한 기준을 새로 두지 않는다. 다만 제4항 단서는 법인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를 제외하므로, 법인에게 형이 과해지는지는 그 조건의 충족 여부와 함께 판단된다. 회사의 준법감시 매뉴얼 비치와 교육 실시, 그리고 이상 거래 탐지 시스템 경보에 대한 조치 기록 부재가 이 판단에 어떻게 작용할지는, 미정인 사실들이 채워져야 비로소 논할 수 있다.
가중 법정형의 자리는 이와 같이 정리된다. 도피액이 커져도 법인에 가리키는 형은 제1항의 벌금형이며, 제2항의 징역형은 그 자리를 넓히지 아니한다. 법인 책임의 크기를 논하기 전에, 형벌의 틀 자체가 법인에게 어느 범위를 남기는지를 먼저 확인한 셈이다.
12.4도피 재산과 이익
가중 법정형이 법인에 놓이는 자리를 확인한 뒤에 남는 질문은, 그 형벌이 겨누는 대상인 재산이 무엇이며 이익과 어떻게 맞물리는가이다. 경의 행위를 둘러싼 사실들이 모였다고 곧 법인의 확정 손해나 경의 고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우선 조문이 정한 도피액의 범위부터 읽어야 한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은 도피죄의 구성과 그에 따른 벌금의 기준을 함께 두고 있다. 그 구성에 관한 문언은 다음과 같다. "제4조(재산국외도피의 죄) ① 법령을 위반하여 대한민국 또는 대한민국국민의 재산을 국외로 이동하거나 국내로 반입하여야 할 재산을 국외에서 은닉 또는 처분하여 도피시켰을 때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해당 범죄행위의 목적물 가액(이하 이 조에서 “도피액”이라 한다)의 2배 이상 10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한다." 이 항에 따르면 벌금의 상·하한은 목적물 가액을 곱한 액수로 정해진다. 이 규정이 법인에 놓이는 형벌의 기준도 결국은 목적물 가액에 직접 맞물린다.
도피액의 규모는 더 무거운 법정형이 놓이는 자리를 가른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2항은 도피액이 일정 규모 이상일 때의 가중처벌을 정하는데, 그 문언은 다음과 같다. "② 제1항의 경우 도피액이 5억원 이상일 때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가중처벌한다. 1. 도피액이 50억원 이상일 때: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 2. 도피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때: 5년 이상의 유기징역"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도피액의 규모가 정해지는 시점과 범위에 따라 가중되는 법정형의 자리가 달라진다. 같은 조 제3항은 미수의 경우까지 형벌의 범위를 넓혀 두고, 그 문언은 다음과 같다. "③ 제1항 또는 제2항의 미수범은 각 죄에 해당하는 형으로 처벌한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도피가 완성되지 않았더라도 이 조가 정한 형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4항은 법인에 대한 양벌 규정을 두고, 그 단서로 법인의 주의·감독 여부를 예외 사유로 든다. 그 문언은 다음과 같다. "④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제1항의 벌금형을 과한다. 다만, 법인 또는 개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이 규정에서 법인에 과해지는 벌금형은 제1항의 벌금형이다. 제1항의 벌금은 도피액을 기준으로 산정되므로, 법인에 놓이는 벌금의 크기도 같은 기준에 묶인다.
단서가 정한 예외는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다. 합성 사례에서 회사는 준법감시 매뉴얼을 비치하고 연 2회 교육을 실시해 이수 명단을 보관했다. 이상 거래 탐지 시스템은 2024년 3월부터 6월 사이 열한 차례 경보를 냈으나, 경보에 대해 조치한 기록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의 주문이 어떤 내부 절차를 거쳐 처리되었는지, 준법감시인이 경보를 보고받았는지, 회사가 경보 이후 어떤 내부 점검을 했는지는 미정이다. 이 사실들은 모두 법인의 주의와 감독이 어떠하였는지를 가리는 자료로 남는다. 단서가 법인의 책임을 제외하는지 여부는 이러한 사실이 갖추어져야 비로소 판단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법인 책임의 자리에 놓이는 형벌은 도피액에 맞물려 있다. 경이 고객 계좌 여러 개로 시세조종 주문을 냈다는 사실만으로 도피액이 정해지는 것은 아니며, 도피 재산의 범위나 경의 고의는 정해지지 않았다. 법인이 얻은 이익과 도피액의 관계, 그리고 법인에 과해지는 벌금과의 정확한 맞물림은 그 범위가 정해져야 비로소 확인된다. 도피액의 범위가 정해지는 것은 곧 이 법인에 대한 벌금의 기준이 자리를 잡는 일이기도 하다.
12.5남겨 둔 쟁점과 경계
앞 절이 도피 재산과 이익의 관계를 정리해 둔 것에서 이어져, 이 절에서는 법인 책임의 자리가 어디까지 확정되고 어디서 멈추는지를 살핀다. 아울러 경의 행위를 두고 남겨진 사실관계가 무엇인지 가려서, 서둘러 결론을 내지 않는 태도를 분명히 한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는 법인의 대표자나 대리인·사용인·종업원이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위반행위를 한 경우의 양벌규정을 두고, 그 문언은 다음과 같다.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제1항의 벌금형을 과한다. 다만, 법인 또는 개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이 규정은 업무 관련 위반행위가 확인된 자리에서 법인에 대한 벌금 부과의 근거와 그 면책 사유를 함께 제시하며, 반대로 업무 관련 위반행위의 확정 없이 법인 책임을 곧바로 성립시키지는 않는다.
이 규정에 도달하려면 먼저 어떤 행위가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위반행위에 해당하는지가 가려져야 한다. 제4조 제1항은 "법령을 위반하여 대한민국 또는 대한민국국민의 재산을 국외로 이동하거나 국내로 반입하여야 할 재산을 국외에서 은닉 또는 처분하여 도피시켰을 때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해당 범죄행위의 목적물 가액(이하 이 조에서 "도피액"이라 한다)의 2배 이상 10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3항은 "제1항 또는 제2항의 미수범은 각 죄에 해당하는 형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시세조종 주문을 낸 행위가 이들 규정의 어느 위반행위에 놓이는지는 이 법문만으로는 바로 정해지지 않으며, 미수범 처벌조항이 별도로 있다는 점만이 확인된다.
경이 2024년 3월부터 6월 사이에 고객 계좌 여러 개로 시세조종 주문을 낸 사실과, 회사가 준법감시 매뉴얼을 비치하고 연 2회 교육을 실시해 이수 명단을 보관했으며, 같은 기간 이상 거래 탐지 시스템이 열한 차례 경보를 냈던 사실은 확인되었다. 그러나 경보에 대해 조치한 기록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의 주문이 어떤 내부 절차를 거쳐 처리되었는지, 준법감시인이 경보를 보고받았는지, 회사가 경보 이후 어떤 내부 점검을 했는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이 사실들이 모여도 곧 법인의 확정 손해나 경의 고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남겨 둔 쟁점이 드러난다. 이상 거래 탐지 시스템의 경보 열한 차례가 위반행위 방지를 위한 상당한 주의와 감독의 이행으로 평가될 수 있는지, 반대로 경보 이후 아무 조치 기록이 없다는 사정이 그 이행의 게을러짐을 뜻하는지는, 확인된 사실만으로는 단정할 수 없다. 준법감시 매뉴얼의 비치와 교육 실시는 회사가 관련 업무에 관심을 기울였다는 정황을 이루지만, 그것이 제4조 제4항 단서가 요구하는 상당한 주의와 감독에 미쳤는지는 별개의 판단을 요한다. 경의 고의는 이 법문의 요건으로 제시되지 않았으므로, 보충되어야 할 것으로 적어 둔다.
이상에서 이 장은 경제범죄에서 법인 책임의 근거인 양벌규정과, 그 책임이 가리키는 이익의 성격을 함께 읽어 보았다. 도피액이 벌금의 산정 기준으로 놓인다는 점, 그리고 그 도피액이 성립한 위반행위의 목적물 가액에 매인다는 점이 앞서 확인된 바 있다. 이로써 법인 책임의 자리는 업무 관련 위반행위의 확정과 그 방지를 위한 주의·감독의 이행 여부라는 두 축으로 정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