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이 장은 감독 책임이 어떤 경로로 경영진 개인에게 가고 어떤 경로로 법인에 남는지를 묻는다. 상당한 주의와 감독의 판단 기준과 책임주의의 기준을 함께 놓고, 경영진 개인에게 가는 경로와 양벌규정이 법인에 남긴 자리를 찾는다. E증권의 사실이 두 경로로 각각 어떻게 놓이는지도 함께 본다.
13.1상당한 주의와 감독의 판단 기준
앞 절에서 남겨 둔 쟁점은 법인이 어떤 태도를 보일 때 책임을 나누어 질 수 있는지의 기준이었다. 그 기준은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도5824 판결에서 구 도로법의 양벌조항을 다루며 정리되어 있다.
이 판결은 양벌조항이 적용되는 조건을 먼저 밝힌다. 형벌의 자기책임원칙에 비추어 보면, "위반행위가 발생한 그 업무와 관련하여 법인이 상당한 주의 또는 관리감독 의무를 게을리한 때에 한하여 위 양벌조항이 적용된다고 봄이 상당하며"이다. 대리인이나 종업원의 행위가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이루어졌다는 사실만으로 법인이 곧 처벌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E증권에서 경의 시세조종 주문이 고객 계좌 처리 업무 중에 나왔다고 하여도, 법인 책임의 성립은 별도의 판단을 요구한다.
무엇을 보고 "상당한 주의 또는 관리감독 의무를 게을리"했는지를 정하는 기준도 이 판결에 담겨 있다. 그 판단은 하나의 요소로 정해지지 않는다. "구체적인 사안에서 법인이 상당한 주의 또는 관리감독 의무를 게을리하였는지 여부는 당해 위반행위와 관련된 모든 사정, 즉 당해 법률의 입법 취지, 처벌조항 위반으로 예상되는 법익 침해의 정도, 그 위반행위에 관하여 양벌조항을 마련한 취지 등은 물론 위반행위의 구체적인 모습과 그로 인하여 실제 야기된 피해 또는 결과의 정도, 법인의 영업 규모 및 행위자에 대한 감독가능성 또는 구체적인 지휘감독 관계, 법인이 위반행위 방지를 위하여 실제 행한 조치 등을 전체적으로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본 것이다. 여기에 나온 항목이 곧 별도의 성립 요건으로 더해지는 것은 아니다. 여러 사정을 모아 한 번에 평가하라는 이야기다.
이 기준을 E증권의 사정에 놓고 보면, 회사가 준법감시 매뉴얼을 비치하고 교육을 시행한 사실, 그리고 이상 거래 탐지 시스템이 경보를 열한 차례 냈다는 사실이 "법인이 위반행위 방지를 위하여 실제 행한 조치"에 관한 자료가 된다. 다만 조치 기록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이 함께 놓여, 이 조치가 실제로 어떻게 행사되었는지는 미정이다. 경의 주문이 어떤 내부 절차를 거쳐 처리되었는지, 준법감시인이 경보를 보고받았는지, 회사가 경보 이후 어떤 내부 점검을 했는지 역시 미정이다. 미정인 사실은 미정으로 남는다. 이 사실들이 모여도 곧 법인의 확정 손해나 경의 고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여기에서 법인의 주의의무 위반이 확정된다고도 볼 수 없다.
판결은 나아가 판단을 건너뛴 결과에 대해 말한다. "갑 소속 법인의 주의의무 내용이나 그 위반 여부에 관하여 나아가 살피지 아니하고 같은 법 제86조의 양벌조항에 따라 갑 소속 법인을 처벌한 원심판결에 양벌조항의 사업주 책임에 관한 법리오해 또는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이다. 종업원의 행위가 위반죄에 해당한다는 이유만으로 법인을 처벌해서는 안 되며, 법인 자신의 주의의무 내용과 그 이행 여부를 따로 살펴야 한다는 뜻이다. 이 판결이 제시하는 것은 판단의 틀이지, 감독 수단의 형식이나 절차의 구체적 요건이 아니다. 어떤 서류를 갖추었다는 사실 하나로 상당한 주의가 입증되거나 입증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결국 양벌조항 아래에서 법인 책임은 종업원 행위의 존재와 별개의 물음이다. 법인의 업무 규모, 행위자에 대한 감독 가능성, 실제 취한 예방 조치를 비롯한 사정이 함께 놓여 판단된다. 법인이 상당한 주의나 관리감독 의무를 게을리한 때에 한해 처벌로 이어진다는 이 기준은, 경영진 개인의 책임을 묻는 길을 밝히기 전에 확인해 두어야 할 전제이다.
13.2경영진 개인에게 가는 경로
법인이 상당한 주의와 감독 의무를 게을리하였는지의 기준은 양벌규정 아래에서 법인의 책임을 가리는 척도였다. 그런데 경이 고객 계좌를 이용한 시세조종 주문을 낸 행위가 문제되는 자리에서는 경 개인의 책임을 묻는 길이 함께 열린다. 이 길을 열어 주는 법리는 무엇이며, 미정인 사실들이 그 길을 막는지 살필 차례이다.
개인의 형사책임은 자기를 위한 형벌이므로 먼저 행위자의 행위에 관한 구성요건 충족이 확인되어야 한다. 2009도5824 판결에서 대법원은 양벌조항을 적용하기 위한 요건을 세우면서 행위자 개인의 행위를 전제로 삼았다. 판결요지에 확인되는 판단 기준은 법인의 책임을 가리는 것이었다. "구체적인 사안에서 법인이 상당한 주의 또는 관리감독 의무를 게을리하였는지 여부는 당해 위반행위와 관련된 모든 사정, 즉 당해 법률의 입법 취지, 처벌조항 위반으로 예상되는 법익 침해의 정도, 그 위반행위에 관하여 양벌조항을 마련한 취지 등은 물론 위반행위의 구체적인 모습과 그로 인하여 실제 야기된 피해 또는 결과의 정도, 법인의 영업 규모 및 행위자에 대한 감독가능성 또는 구체적인 지휘감독 관계, 법인이 위반행위 방지를 위하여 실제 행한 조치 등을 전체적으로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는 기준이 바로 그것이다. 이 기준은 법인이 관리감독 의무를 게을리하였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경 개인의 고의나 과실을 가리는 기준이 아니다.
경의 주문이 시세조종에 해당한다는 결론도 바로 나오지 않는다. 회사가 적발한 것은 2024년 3월부터 6월 사이 경이 고객 계좌 여러 개로 시세조종 주문을 냈다는 사실이다. 이 사실만으로 시세조종 행위의 구성요건이 충족되는지는 자료가 밝히고 있지 않다. 경이 어떤 동기에서 이 주문을 냈는지, 알고 냈는지, 회사의 지시나 관행에 따른 것인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동기를 확인하지 않은 채 고의를 서둘러 확정하면 자료가 따라가지 않는 결론이 된다.
경 개인의 과실을 논할 자리도 아직 비어 있다. 준법감시 매뉴얼의 비치와 연 2회 교육 실시, 이수 명단 보관은 회사가 준비한 감독 수단이다. 이 수단들은 경의 주문 처리 과정에서 지켜졌는지 그대로 나타나 있지 않다. 경의 주문이 어떤 내부 절차를 거쳐 처리되었는지, 준법감시인이 경보를 보고받았는지, 회사가 경보 이후 어떤 내부 점검을 했는지는 미정이다. 게다가 같은 기간 열한 차례 나온 시스템 경보에 대한 조치 기록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보 무조치의 뜻은 자료가 밝히고 있지 않다. 경 개인이 경보를 보고받았는지부터 확인되지 않으므로 경에게 주의의무가 귀속되었는지도 미정으로 남는다.
경영진 개인에게 가는 길은 이렇게 두 갈래로 나뉜다. 한쪽은 경의 행위에 관한 구성요건 충족과 고의·과실을 가리는 길이고, 다른 쪽은 법인의 관리감독 의무 위반을 가리는 길이다. 2009도5824 판결이 밝힌 종합 판단의 기준은 후자의 길에 놓인다. 이 기준은 경 개인의 죄책을 대신 확정해 주지 않는다. 모인 사실들이 경의 고의를 가리키지 않듯이, 미정인 사실들은 경의 과실도 가리키지 않는다. 확인된 사실만으로 경 개인의 책임을 확정하기에는 남은 물음이 있다.
13.3양벌규정이 법인에 남긴 자리
경영진 개인에게 가는 경로를 밝힌 뒤에는, 그 개인을 고용한 법인이 같은 행위에 대해 어디에 남는지가 남는다. 대표로 선임감독상의 과실이 개인의 책임 근거가 되는 자리에서는, 법인이 그 감독 의무를 실제로 이행했는지가 별도의 문제로 놓인다. 이 물음은 개인의 귀책사유를 묻는 것과 겹치지 않으며, 법인이 처벌 조항에 직접 걸리는 구조를 읽어야만 자리를 가를 수 있다.
이 구조를 다룬 결정이 있다. 헌법재판소 2007. 11. 29. 2005헌가10 결정은 종업원의 위반행위에 대해 영업주까지 처벌하는 양벌조항이 형사법상 책임원칙에 반하는지를 쟁점으로 삼았다. 당시 다수의견 가운데 네 명의 재판관은 해당 조항의 구조를 이렇게 적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종업원의 업무 관련 무면허의료행위가 있으면 이에 대해 영업주가 비난받을 만한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자동적으로 영업주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그 문언상 명백한 의미와 달리 “종업원의 범죄행위에 대해 영업주의 선임감독상의 과실(기타 영업주의 귀책사유)이 인정되는 경우”라는 요건을 추가하여 해석하는 것은 문리해석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으므로, 결국 위 법률조항은 다른 사람의 범죄에 대해 그 책임 유무를 묻지 않고 형벌을 부과함으로써, 법정형에 나아가 판단할 것 없이, 형사법의 기본원리인 ‘책임없는 자에게 형벌을 부과할 수 없다’는 책임주의에 반한다. (헌법재판소 2007. 11. 29. 2005헌가10 결정) 이 인용은 선임감독상의 과실을 조문에 새로 보태는 해석이 문리해석의 한계를 넘는다고 본 데서 출발한다.
같은 결정에 함께 한 나머지 네 명의 재판관은 법정형의 무게까지 보태어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 그들은 이렇게 밝혔다. "일정한 범죄에 대해 형벌을 부과하는 법률조항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범죄에 대한 귀책사유를 의미하는 책임이 인정되어야 하고, 그 법정형 또한 책임의 정도에 비례하도록 규정되어야 하는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문언상 종업원의 범죄에 아무런 귀책사유가 없는 영업주에 대해서도 그 처벌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사 위 법률조항을 종업원에 대한 선임감독상의 과실 있는 영업주만을 처벌하는 규정으로 보더라도, 과실밖에 없는 영업주를 고의의 본범(종업원)과 동일하게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형’이라는 법정형으로 처벌하는 것은 그 책임의 정도에 비해 지나치게 무거운 법정형을 규정하는 것이므로, 두 가지 점을 모두 고려하면 형벌에 관한 책임원칙에 반한다. (헌법재판소 2007. 11. 29. 2005헌가10 결정) 선임감독상의 과실만 있는 영업주를 본범과 같은 법정형에 두는 구조까지 함께 본 이 평가에서, 귀책사유가 없는 처벌 가능성과 비례하지 않는 법정형은 서로 다른 두 하자가 되었다.
한편 이 결정에는 반대의견도 실려 있다. 재판관 이동흡은 "이 사건 법률조항은 문언상 자신의 ‘업무’에 관하여 종업원의 ‘위반행위’가 있는 영업주만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일관된 대법원 판례와 같이 ‘영업주의 종업원에 대한 선임감독상의 과실’이 있는 경우에만 처벌하는 것으로 보는 것은 문언해석의 범위 내에서 허용되는 합헌적 법률해석이라 할 것이고, 이를 전제로 할 때에 위 법률조항은 책임주의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하며, 국민건강이라는 보호법익의 중대성과 영업주라는 지위에 대한 비난가능성 등에 비추어 보면, 영업주의 선임감독상 과실의 죄책은 직접 행위자와 동등하게 평가될 수도 있는 것이므로, 영업주에게도 종업원과 동일한 법정형을 규정하였다고 하여 입법재량의 한계를 벗어나 책임과 형벌의 비례성원칙에 위반된다고도 볼 수 없다. (헌법재판소 2007. 11. 29. 2005헌가10 결정) 반대의견은 선임감독상의 과실을 조건으로 보는 해석을 문언해석 안에 두며, 이 해석을 전제로 하면 책임주의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본다. 이 결정이 남긴 대립점은 곧 면책 사유를 조문에 둘 수 있느냐에 놓여 있다.
이 대립을 E증권의 사실에 옮겨 놓으면 자리는 다음과 같이 정해진다. 회사는 준법감시 매뉴얼을 비치하고 연 2회 교육을 실시해 이수 명단을 보관했지만, 같은 기간 열한 차례 경보에 대한 조치 기록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 기록들만으로 회사가 선임감독 의무를 이행했다거나, 반대로 그 의무를 방기했다고 확정할 수 없다. 경의 주문이 어떤 내부 절차를 거쳐 처리되었는지, 준법감시인이 경보를 보고받았는지, 회사가 경보 이후 어떤 내부 점검을 했는지는 미정이다.
따라서 법인이 처벌 조항에 걸리는 자리는 두 가지로 갈린다. 앞서 인용한 다수의견이 본 구조에서는, 법인의 귀책사유를 따져 묻지 않고 처벌이 가능해지므로 법인은 그 자체로 조항 안에 남는다. 반대로 반대의견이 본 구조에서는 선임감독상의 과실이 처벌의 조건이 되므로, 법인은 그 과실이 있는지에 따라 조항 안팎이 갈리는 자리에 선다. 다만 2005헌가10 결정은 면책 사유의 요건이나 입증책임의 배분을 새로 정하지 않았으므로, 회사가 경보를 방치했는지가 곧 법인의 확정 손해나 경의 고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13.4책임주의와 면책 사유의 쟁점
양벌규정의 문언이 개인인 영업주를 종업원의 범죄와 함께 묶어 처벌할 때, 책임주의에 어긋나는지가 남는 쟁점이다. 앞에서 본 자리의 배분과 달리 이 문제는 규정의 문언이 무엇을 요구하는지에서 출발한다. 헌법재판소는 2007. 11. 29. 2005헌가10 결정에서 책임주의와의 충돌 여부를 구체적으로 다루었다. 그 결정은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6조 중 제5조에 의한 처벌 부분, 즉 이른바 이 사건 법률조항을 심판의 대상으로 삼았다.
위헌 쪽의 다수의견은 먼저 문언의 의미를 문제 삼는다. 재판관 이강국,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민형기, 재판관 목영준은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종업원의 업무 관련 무면허의료행위가 있으면 이에 대해 영업주가 비난받을 만한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자동적으로 영업주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그 문언상 명백한 의미와 달리 “종업원의 범죄행위에 대해 영업주의 선임감독상의 과실(기타 영업주의 귀책사유)이 인정되는 경우”라는 요건을 추가하여 해석하는 것은 문리해석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으므로, 결국 위 법률조항은 다른 사람의 범죄에 대해 그 책임 유무를 묻지 않고 형벌을 부과함으로써, 법정형에 나아가 판단할 것 없이, 형사법의 기본원리인 ‘책임없는 자에게 형벌을 부과할 수 없다’는 책임주의에 반한다." 이 인용은 선임감독상 과실 같은 요건을 규정에 덧붙이는 해석이 문리해석의 범위를 넘는다고 보았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합리적 해석을 통해 책임 요건을 회복하려는 길이 열려 있지 않다는 뜻이 여기에 담긴다.
같은 결론에 이르면서도 근거를 달리한 별개 의견이 있다. 재판관 이공현,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김희옥, 재판관 송두환의 의견은 법정형의 비례성까지 함께 보았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일정한 범죄에 대해 형벌을 부과하는 법률조항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범죄에 대한 귀책사유를 의미하는 책임이 인정되어야 하고, 그 법정형 또한 책임의 정도에 비례하도록 규정되어야 하는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문언상 종업원의 범죄에 아무런 귀책사유가 없는 영업주에 대해서도 그 처벌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사 위 법률조항을 종업원에 대한 선임감독상의 과실 있는 영업주만을 처벌하는 규정으로 보더라도, 과실밖에 없는 영업주를 고의의 본범(종업원)과 동일하게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형’이라는 법정형으로 처벌하는 것은 그 책임의 정도에 비해 지나치게 무거운 법정형을 규정하는 것이므로, 두 가지 점을 모두 고려하면 형벌에 관한 책임원칙에 반한다." 따라서 이 의견에 따르면 책임 요건의 유무와 법정형의 무게는 서로 다른 축에서 각각 살펴야 한다. 과실만 있는 자를 고의의 본범과 같은 형으로 묶는 설계 자체가 책임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뒤따른다.
반대의견은 같은 문언을 다르게 읽는다. 재판관 이동흡은 합헌적 법률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문언상 자신의 ‘업무’에 관하여 종업원의 ‘위반행위’가 있는 영업주만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일관된 대법원 판례와 같이 ‘영업주의 종업원에 대한 선임감독상의 과실’이 있는 경우에만 처벌하는 것으로 보는 것은 문언해석의 범위 내에서 허용되는 합헌적 법률해석이라 할 것이고, 이를 전제로 할 때에 위 법률조항은 책임주의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하며, 국민건강이라는 보호법익의 중대성과 영업주라는 지위에 대한 비난가능성 등에 비추어 보면, 영업주의 선임감독상 과실의 죄책은 직접 행위자와 동등하게 평가될 수도 있는 것이므로, 영업주에게도 종업원과 동일한 법정형을 규정하였다고 하여 입법재량의 한계를 벗어나 책임과 형벌의 비례성원칙에 위반된다고도 볼 수 없다." 이 입장은 선임감독상 과실을 요건으로 읽어 넣는 해석이 문언해석의 범위 안에 머문다고 본다. 법정형이 같더라도 보호법익과 지위에 대한 비난가능성이 정당화의 근거가 된다는 설명이 첨가된다.
이 쟁점은 면책 사유 없는 양벌규정이 법인에 남긴 자리와 맞닿는다. 다수의견이 본 책임의 부재는 법인에 책임을 남기는 구조가 그대로 갖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결정이 면책 사유의 요건이나 입증책임의 배분을 제시한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가 책임의 근거이고 어디에서 면책이 시작되는지는 이 결정이 밝힌 범위 밖에 남는다. 위헌선언이 내려졌다는 사실만으로 면책 사유 없는 모든 양벌규정이 같은 결론에 이른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이 결정은 다만, 문언이 어떤 해석도 받아들이지 않는 채 책임 요건을 비워 둘 때 책임주의와 부딪힌다는 쟁점을 분명히 했을 뿐이다.
13.5E증권 사실의 두 경로
면책 사유 없는 양벌규정이 책임주의와 부딪힌다고 확인한 뒤, E증권에 관한 사실들이 앞서 구분한 두 경로 가운데 어디에 놓이는지 살핀다. 경이 2024년 3월부터 6월 사이 고객 계좌 여러 개로 시세조종 주문을 낸 사실은 경 개인의 행위 경로에 먼저 자리를 잡는다. 회사 측의 준비와 감시 장치는 법인 경로의 근거 후보가 된다. 그 근거가 어느 범위까지 미치는지는 사실마다 가르러야 한다.
회사가 준법감시 매뉴얼을 비치하고 연 2회 교육을 실시해 이수 명단을 보관한 사정은, 법인이 위반행위 방지를 위하여 실제 행한 조치에 관한 자료이다.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도5824 판결은 법인의 관리감독 의무를 판단할 때 살펴야 할 사정을 아래와 같이 들고 있다. "…법인의 영업 규모 및 행위자에 대한 감독가능성 또는 구체적인 지휘감독 관계, 법인이 위반행위 방지를 위하여 실제 행한 조치 등을 전체적으로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도5824 판결)라고 판시하였다. 이 판시는 매뉴얼 비치와 교육 실시가 판단의 한 요소임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그 요소가 곧 면책의 확정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같은 기간 이상 거래 탐지 시스템이 열한 차례 경보를 낸 사실과, 그 경보에 대해 조치한 기록이 발견되지 않은 사정은 방향이 다른 근거이다. 회사가 감시 장치를 가동한 점은 앞서 본 실제 조치의 한 모습이다. 반면 경보가 반복되고도 조치 기록이 없다는 점은 그 조치가 이행에서 그쳤는지를 묻게 한다.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도5824 판결은 "당해 위반행위와 관련된 모든 사정, (…) 위반행위의 구체적인 모습과 그로 인하여 실제 야기된 피해 또는 결과의 정도, 법인의 영업 규모 및 행위자에 대한 감독가능성 또는 구체적인 지휘감독 관계, 법인이 위반행위 방지를 위하여 실제 행한 조치 등을 전체적으로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정을 전체적으로 종합하라는 판시에 비추어, 조치 기록의 부재는 종합의 한 항목으로 놓일 뿐이다. 같은 판결은 나아가 법인의 주의의무 내용과 그 위반 여부를 살피지 아니하고 양벌조항을 적용한 것을 "양벌조항의 사업주 책임에 관한 법리오해 또는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도5824 판결)로 분류한다. 이 판시는 결론을 서두르지 말라는 뜻으로 읽힌다.
주문 처리 절차, 경보의 보고 경로, 경보 이후의 내부 점검은 미정이다. 그 사실들이 채워지지 않은 채로 남아 있으므로, 여기에서 채울 수 있는 범위는 정해져 있다. 미정의 항목을 임의로 채워 법인의 확정 손해나 경의 고의로 이끌면,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도5824 판결이 지적한 심리미진의 위법을 되풀이하는 셈이 된다. 앞서 본 열한 차례의 경보와 조치 기록의 부재는 의무 이행을 묻는 데까지 나아간다. 그것이 경의 주문 처리 내부 절차를 통해 회사가 알고 있었는지, 또는 알 수 있었는지에 대한 답은 아니다.
헌법재판소 2007. 11. 29. 2005헌가10 결정은 앞 절에서 본 책임주의의 벽을 다시 상기시킨다. 그 결정은 종업원의 범죄행위에 대해 영업주의 책임 유무를 묻지 않고 형벌을 부과하는 부분이 "형사법의 기본원리인 '책임없는 자에게 형벌을 부과할 수 없다'는 책임주의에 반한다"(헌법재판소 2007. 11. 29. 2005헌가10 결정)고 보았다. E증권의 사정에서도 법인의 책임 근거를 찾는 일과 경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일은 각기 놓여야 한다. 매뉴얼과 교육, 경보와 조치 기록은 법인 경로의 판단 재료이다. 경의 시세조종 주문은 경 개인의 행위로 남는다.
결국 확인된 사실은 두 경로에 나뉘어 근거의 후보가 될 뿐이다. 회사의 준비와 감시 장치가 법인 경로에 놓이고, 그 이행의 흔적이 묻히며, 경의 주문이 경의 경로에 남는다. 미정인 항목은 미정으로 둔다. 그것들을 채우는 일 없이 법인의 확정 손해나 경의 고의를 선언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