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이 장은 대법원이 법인이 주의와 감독을 다하였는지를 무엇으로 가리는지를 묻는다. 대법원 2009도5824 판결요지에 든 판단 요소를 나열하고, 각 요소가 요구하는 사실과 요소 사이의 관계를 차례로 적는다. 확정 사실이 어느 요소에 대응하는지를 놓아 보고 판단 요소의 경계에서 맺는다.
5.1상당한 주의의 판단 틀
결정이 남긴 경계는 법인의 면책 기준이 어디에 머무는지를 가르쳤다. 그렇다면 상당한 주의 자체를 판단할 때 무엇을 두고 살펴야 하는지를 세울 차례이다. 이 물음에 답하는 기준은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도5824 판결의 판결요지에 담겨 있다.
그 판결요지는 먼저 양벌조항이 적용되기 위한 요건을 밝힌다. 판례는 "형벌의 자기책임원칙에 비추어 보면 위반행위가 발생한 그 업무와 관련하여 법인이 상당한 주의 또는 관리감독 의무를 게을리한 때에 한하여 위 양벌조항이 적용된다고 봄이 상당하며"라고 하였다. 법인이 처벌을 받으려면 위반행위가 그 업무에서 나왔음은 물론 법인이 그 업무와 관련하여 상당한 주의를 다하지 않은 때에 한정된다는 뜻이다.
상당한 주의를 게을리하였는지는 무엇을 두고 판단할 것인지도 함께 제시되었다. 판례는 "구체적인 사안에서 법인이 상당한 주의 또는 관리감독 의무를 게을리하였는지 여부는 당해 위반행위와 관련된 모든 사정, 즉 당해 법률의 입법 취지, 처벌조항 위반으로 예상되는 법익 침해의 정도, 그 위반행위에 관하여 양벌조항을 마련한 취지 등은 물론 위반행위의 구체적인 모습과 그로 인하여 실제 야기된 피해 또는 결과의 정도, 법인의 영업 규모 및 행위자에 대한 감독가능성 또는 구체적인 지휘감독 관계, 법인이 위반행위 방지를 위하여 실제 행한 조치 등을 전체적으로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하였다. 이 판시는 판단 대상으로 입법 취지에서 출발하여 실제 행한 조치에 이르는 여러 사정을 함께 두고, 어느 한 사정만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고 전체적으로 종합할 것을 요구한다.
이 틀을 이 자리의 사실관계에 놓으면, 법인이 위반행위 방지를 위하여 실제 행한 조치는 판단의 한 축이 된다. 그러나 준법감시 매뉴얼 비치와 교육 실시만으로 상당한 주의가 곧 인정되거나, 조치 기록이 없다는 사실만으로 곧 게을리한 것으로 단정되는 것은 아니다. 경의 시세조종 주문과 관련한 내부 절차, 보고 경로, 내부 점검의 내용은 여전히 미정으로 남아 있다. 이 사실들을 모아도 법인의 확정 손해나 경의 고의로 바로 이어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상당한 주의의 유무에 관한 결론도 위 판시가 낸 사정들을 전체적으로 놓아야 비로소 서게 된다.
따라서 상당한 주의와 감독의 판단은 하나의 징표로 단정하지 않는다.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도5824 판결이 제시한 사정들을 두루 놓고 종합하는 틀 안에서만 판단이 이루어진다.
5.2판단 요소의 나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의 판단 틀이 모든 사정의 종합으로 정해졌다면, 이제는 그 종합 안에 무엇이 담기는지를 차례로 확인해야 한다.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도5824 판결은 판단해야 할 사정을 하나의 문장 안에 나열해 두었다.
그 판결요지는 법인의 의무 위반을 판단할 때 "당해 법률의 입법 취지, 처벌조항 위반으로 예상되는 법익 침해의 정도, 그 위반행위에 관하여 양벌조항을 마련한 취지 등은 물론 위반행위의 구체적인 모습과 그로 인하여 실제 야기된 피해 또는 결과의 정도, 법인의 영업 규모 및 행위자에 대한 감독가능성 또는 구체적인 지휘감독 관계, 법인이 위반행위 방지를 위하여 실제 행한 조치 등을 전체적으로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였다(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도5824 판결). 나열된 항목은 앞의 세 가지와 뒤의 네 가지로 갈리며, 앞의 세 가지는 법률과 위반행위를 둘러싼 일반적 사정이고 뒤의 네 가지는 행위와 법인의 관계를 구체화하는 사정이다.
앞의 세 가지 항목은 법인의 실태보다 법질서가 그 행위를 어떻게 다루는지를 가리킨다. 입법 취지와 양벌조항의 마련 취지는 개별 조문이 보호하려는 바를, 법익 침해의 정도는 위반이 예상되는 피해의 무게를 살핀다. 이 사례에서 경의 시세조종 주문에 대하여 같은 항목들을 읽는다면, 다루어질 문제는 자본시장 질서라는 법익과 그 침해의 예상 정도일 것이나, 그 평가가 어떻게 내려지는지는 판결요지가 정해 두지 않았다.
뒤의 네 가지 항목은 구체적 사실로 채워져야 한다. "위반행위의 구체적인 모습과 그로 인하여 실제 야기된 피해 또는 결과의 정도"는 행위 자체와 그 결과를 함께 본다는 뜻이고, "법인의 영업 규모 및 행위자에 대한 감독가능성 또는 구체적인 지휘감독 관계"는 법인의 크기와 함께 경에 대한 실제 감독 여건을 함께 본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법인이 위반행위 방지를 위하여 실제 행한 조치"는 회사가 마련한 장치를 셈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장치가 행위 방지에 실제로 작동했는지를 묻는다. 이 항목들에 대응할 사실이 무엇인지는 항목의 문언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나열된 항목 사이에 우열이나 충족 점수는 두어져 있지 않다. 판결요지는 여덟 항목을 "전체적으로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만 하였고, 어느 항목이 어느 정도의 비중을 갖는지, 어느 항목이 결여되면 의무 위반이 확정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 사례에서 열한 건의 경보가 있었으나 조치 기록이 드러나지 않은 점과 준법감시 매뉴얼 비치 및 교육 이수 명단 보관이 있었다는 점이 각각 어느 항목에 놓일지는, 사정을 나열한 이 자리에서 확정할 수 없다.
그러므로 판단 요소의 나열은 그 자체로 결론을 만들지 않는다. 앞의 세 가지와 뒤의 네 가지 항목은 각자 사실을 요구하는 질문으로 남고, 회사와 경을 둘러싼 사실 가운데 어느 것이 그 질문에 응하는지는 항목 하나하나에 붙여 따져 보아야 한다.
5.3요소가 요구하는 사실
나열된 요소는 각기 특정한 사실을 찾도록 요구한다.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도5824 판결은 "법인이 상당한 주의 또는 관리감독 의무를 게을리하였는지 여부는 당해 위반행위와 관련된 모든 사정, 즉 당해 법률의 입법 취지, 처벌조항 위반으로 예상되는 법익 침해의 정도, 그 위반행위에 관하여 양벌조항을 마련한 취지 등은 물론 (…) 등을 전체적으로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힌다. 사안이 이 요소를 채울 것을 요구하는 사실의 종류를 판시문언의 순서에 따라 살핀다.
먼저 제도 배경과 관련된 사정은 두 가지이다.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도5824 판결은 그 하나를 "당해 법률의 입법 취지"로 든다. 위반행위를 규율한 조문이 보호하려는 바가 무엇인지에 관한 사실이 요구된다.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도5824 판결은 또 다른 하나를 "그 위반행위에 관하여 양벌조항을 마련한 취지 등"으로 든다. 그 위반행위에 법인 책임을 묻도록 한 까닭이 무엇인지에 관한 사실이 요구된다. 여기에 더해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도5824 판결은 "처벌조항 위반으로 예상되는 법익 침해의 정도"도 함께 본다고 한다. 위반행위가 실제 침해할 수 있는 법익의 중대함이 어느 정도인지가 그 사실에 해당한다. 이 세 가지 사정은 위반행위 자체가 아니라 그 행위를 둘러싼 규범의 배경에 관한 것이므로, 개별 기업의 내부 사정과는 구분된다.
다음으로 위반행위의 모습이 요구된다.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도5824 판결은 "위반행위의 구체적인 모습과 그로 인하여 실제 야기된 피해 또는 결과의 정도"를 함께 본다고 한다. 행위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그 행위로 실제로 어떤 결과가 생겼는지가 여기에 대응하는 사실이다. 행위의 모습과 실제 결과는 별개의 사실이므로 각각 확인되어야 한다.
법인 쪽을 향한 요소로는 두 가지가 나온다.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도5824 판결은 그 하나를 "법인의 영업 규모 및 행위자에 대한 감독가능성 또는 구체적인 지휘감독 관계"로 든다. 법인의 영업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법인이 그 행위자를 실제로 감독할 수 있었는지, 법인과 행위자 사이에 어떤 지휘감독 관계가 있었는지에 관한 사실이 여기에 들어간다.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도5824 판결은 다른 하나를 "법인이 위반행위 방지를 위하여 실제 행한 조치 등"으로 든다. 법인이 위반행위를 막기 위해 실제로 무엇을 하였는지에 관한 사실이 여기에 들어간다.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도5824 판결이 요구하는 것은 조치를 실제로 행하였다는 사실이며, 조치의 종류를 미리 정해 놓지 않았다.
E증권의 사실 가운데 요소가 요구하는 사실과 맞닿는 것은 한정되어 있다. 경의 시세조종 주문에 관한 행위의 모습과 그 결과의 정도는 미정이다. 법인의 영업 규모와 경에 대한 구체적인 지휘감독 관계도 미정이다. 회사가 준법감시 매뉴얼을 비치하고 연 2회 교육을 실시하여 이수 명단을 보관한 사실, 이상 거래 탐지 시스템이 같은 기간 열한 차례 경보를 낸 사실, 조치 기록이 발견되지 않은 사실은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도5824 판결이 든 "법인이 위반행위 방지를 위하여 실제 행한 조치 등"을 판단하는 자리에 놓이는 사실들이다. 다만 이 사실만으로 법인이 상당한 주의 또는 관리감독 의무를 게을리하였는지가 바로 정해지는 것은 아니고,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도5824 판결은 "전체적으로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요구한다.
5.4요소 사이의 관계
요소마다 요구하는 사실을 차례로 밝힌 뒤에는, 요소들이 서로 어떤 관계를 이루는지 살피지 않을 수 없다.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도5824 판결은 판단 기준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나열된 항목들이 어떻게 모아져 판단을 이루는지를 함께 말하고 있다. 판결요지가 요구하는 방식을 먼저 인용해 확인하면 다음과 같다. 판결요지는 구체적인 사안에서 법인이 상당한 주의 또는 관리감독 의무를 게을리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당해 위반행위와 관련된 모든 사정, 즉 당해 법률의 입법 취지, 처벌조항 위반으로 예상되는 법익 침해의 정도, 그 위반행위에 관하여 양벌조항을 마련한 취지 등은 물론 위반행위의 구체적인 모습과 그로 인하여 실제 야기된 피해 또는 결과의 정도, 법인의 영업 규모 및 행위자에 대한 감독가능성 또는 구체적인 지휘감독 관계, 법인이 위반행위 방지를 위하여 실제 행한 조치 등을 전체적으로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인용한 문장은 판단의 재료를 항목별로 적은 뒤 그것을 "전체적으로 종합하여" 판단하도록 요구한다. 요소들은 각자 독립하여 성립 여부를 표결하는 항목이 아니다. 요소들은 함께 놓고 읽어야 할 사정들이다.
그런데 인용한 문장의 첫머리가 짚어 두는 것은 판단의 방향이다. 판결요지는 그 사정들을 "당해 위반행위와 관련된 모든 사정"으로 묶는다. 판결요지는 모든 사정이 대상인 위반행위를 향해 정렬되어 있음을 분명히 한다. 요소 사이의 관계는 먼저 이 관련성의 줄로 묶인다. 각 요소가 요구하는 사실은 해당 위반행위와 무관한 법인의 일반적 상황이 아니라, 그 위반행위를 둘러싼 것으로서 의미를 가진다.
사정들의 묶이는 방식에는 층위도 있다. 인용한 판결요지는 앞부분에서 "당해 법률의 입법 취지, 처벌조항 위반으로 예상되는 법익 침해의 정도, 그 위반행위에 관하여 양벌조항을 마련한 취지 등"을 먼저 놓고, 뒤이어 "위반행위의 구체적인 모습과 그로 인하여 실제 야기된 피해 또는 결과의 정도, 법인의 영업 규모 및 행위자에 대한 감독가능성 또는 구체적인 지휘감독 관계, 법인이 위반행위 방지를 위하여 실제 행한 조치 등을" 놓는다. 앞의 무리는 법령과 위반행위의 성격에서 나오는 사정이고, 뒤의 무리는 그 사안에서 벌어진 일과 법인의 처지에서 나오는 사정이다. 판결요지는 이 두 무리를 "등은 물론"이라는 표현으로 이어 붙인다. 한쪽만 보고 판단을 마치지 않도록 요구하는 셈이다.
그와 같은 요구가 무엇을 막으려는 것인지는 같은 판결의 둘째 판시에서 드러난다. 그 사안에서 갑의 행위가 구 도로법 제83조 제1항 제3호 위반죄에 해당한다는 사실만으로 법인을 처벌한 원심에 대하여, 대법원은 "갑 소속 법인의 주의의무 내용이나 그 위반 여부에 관하여 나아가 살피지 아니하고 같은 법 제86조의 양벌조항에 따라 갑 소속 법인을 처벌한 원심판결에 양벌조항의 사업주 책임에 관한 법리오해 또는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이다. 갑의 위반행위가 인정된다는 사실 하나로 법인 책임의 판단을 대신한 것이 잘못이라는 뜻이다. 요소 사이의 관계는 이와 같이 한쪽 요소가 다른 요소를 대신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성립한다. 법인이 실제로 무엇을 하였는지에 관한 요소는 갑이 무엇을 하였는지에 관한 요소로 대체되지 않는다.
판결요지는 요소들에 우선순위나 가중치를 적어 두지 않았다. 어느 요소가 다른 요소보다 앞선다고 하거나, 몇 가지 요소가 모이면 판단이 정해진다고 하지도 않았다. 판결요지가 요구하는 것은 이와 반대로, 관련된 사정을 모두 모아 전체를 놓고 보는 일이다. 그러므로 요소 사이의 관계는 순서나 무게의 문제로 정리할 수 없다. 요소들은 같은 판단 안에서 함께 놓여야 한다는 점과, 어느 요소의 결여나 강조만으로 판단을 확정지을 수 없다는 점에서 연결되어 있다.
5.5확정 사실의 요소 대응
요소 사이의 관계를 읽은 결과, 어떤 사정을 함께 봐야 하는지는 밝혀졌지만 각 사정이 이 사안에서 무엇을 채우는지는 남는다. 그러므로 확인된 사실만을 판시사항 [1]이 열거한 판단 요소에 대응해 보고, 빈 자리를 있는 그대로 두어야 한다. 판시사항 [1]은 법인이 상당한 주의 또는 관리감독 의무를 게을리하였는지를 판단할 사정을 "당해 위반행위와 관련된 모든 사정, 즉 당해 법률의 입법 취지, 처벌조항 위반으로 예상되는 법익 침해의 정도, 그 위반행위에 관하여 양벌조항을 마련한 취지 등은 물론 위반행위의 구체적인 모습과 그로 인하여 실제 야기된 피해 또는 결과의 정도, 법인의 영업 규모 및 행위자에 대한 감독가능성 또는 구체적인 지휘감독 관계, 법인이 위반행위 방지를 위하여 실제 행한 조치 등을 전체적으로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도5824 판결)고 정한다. 확인된 사실 가운데 먼저 자리를 잡는 것은 "법인이 위반행위 방지를 위하여 실제 행한 조치"이다. E증권은 준법감시 매뉴얼을 비치하고 연 2회 교육을 실시해 이수 명단을 보관했다. 이 사정은 회사가 경의 시세조종 주문을 막기 위해 마련해 실행한 조치의 존재를 보여준다.
그 조치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했는지는 다음 사실에서 갈린다. 같은 기간 이상 거래 탐지 시스템이 열한 차례 경보를 냈으나, 경보에 대해 조치한 기록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 두 사실은 조치의 마련과 조치의 작동이 각각 다른 것임을 드러낸다. 매뉴얼 비치와 교육 실시가 방지 조치의 마련에 관한 사실이라면, 경보의 발생과 조치 기록의 부재는 그 마련된 조치가 위반행위를 막는 방향으로 이어졌는지를 묻게 한다. 그러므로 이 사안에서의 방지 조치는 준비된 정도까지만 확인되었고, 실행된 결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행위자에 대한 감독가능성 또는 구체적인 지휘감독 관계"는 사실관계에서 아직 비어 있다. 경의 주문이 어떤 내부 절차를 거쳐 처리되었는지 미정이고, 준법감시인이 경보를 보고받았는지도 미정이다. 감독가능성은 감독할 수 있었던 위치와 경로를 전제로 하는데, 그 위치와 경로를 구성할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이 요소는 이 사안에서 채워지지 않았다. 회사가 경보 이후 어떤 내부 점검을 했는지도 미정이라, 방지 조치의 작동 여부를 뒷받침할 사실 역시 남는다. 회사의 영업 규모나 경의 행위로 야기된 피해의 정도처럼 판시사항 [1]이 함께 보도록 한 다른 사정도 확정된 사실로는 드러나 있지 않다.
확인된 사실이 요소에 부합하는 것과 요소가 요구하는 사실이 모두 갖춰진 것은 구별되어야 한다. 매뉴얼 비치와 교육 실시는 방지 조치 요소의 일부를 채우고, 경보 무조치 기록은 그 조치의 실효성에 물음표를 남긴다. 그러나 미정인 절차와 보고 사실을 추정해 채우면 종합 판단의 근거가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 상상이 된다. 그러므로 이 사안에서 상당한 주의 또는 관리감독 의무의 게을림 여부는 미정인 사실이 확인될 때까지 판단을 확정할 수 없다. 앞의 판시사항 [2]가 원심을 깬 까닭도 법인의 주의의무 내용이나 그 위반 여부를 "나아가 살피지 아니하고"(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도5824 판결) 처벌한 점에 있었으므로, 사실의 공백을 채우지 않고 판단을 서두르는 것은 같은 위험에 빠진다.
5.6판단 요소의 경계
요소에 부합하는 사정을 갖추고도 결론을 유보한 채, 무엇이 따라오고 무엇이 따라오지 않는지를 분리할 차례다. 대법원은 2010. 2. 25. 선고 2009도5824 판결에서 판단에 끌어들일 사정을 폭넓게 적시했다. 구 도로법 제83조 제1항 제3호 위반과 같은 사안에서 법인이 상당한 주의 또는 관리감독 의무를 게을리하였는지는 "당해 위반행위와 관련된 모든 사정, 즉 당해 법률의 입법 취지, 처벌조항 위반으로 예상되는 법익 침해의 정도, 그 위반행위에 관하여 양벌조항을 마련한 취지 등은 물론 위반행위의 구체적인 모습과 그로 인하여 실제 야기된 피해 또는 결과의 정도, 법인의 영업 규모 및 행위자에 대한 감독가능성 또는 구체적인 지휘감독 관계, 법인이 위반행위 방지를 위하여 실제 행한 조치 등을 전체적으로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도5824 판결). 이 나열은 판단의 재료를 넓히되 단정은 유보하라는 지시에 가깝다.
그 사정 가운데 "법인이 위반행위 방지를 위하여 실제 행한 조치"가 빠지면 판단은 멈춘다. 그 역으로, 그 조치가 있다고 해서 법인의 주의의무가 곧 지켜졌다고 이어지지도 않는다. 앞 절에서 확인한 대로, E증권은 준법감시 매뉴얼을 비치하고 연 2회 교육을 실시해 이수 명단을 보관했다. 그 구비 사실은 해당 요소에 부합하는 사정으로 잡히지만, 그 자체로 회사가 상당한 주의 또는 관리감독 의무를 다하였는지까지 결정하지 않는다.
더욱이 사건에는 "법인의 영업 규모 및 행위자에 대한 감독가능성 또는 구체적인 지휘감독 관계"에 해당하는 자리가 비어 있다. 경의 주문이 어떤 내부 절차를 거쳐 처리되었는지, 준법감시인이 경보를 보고받았는지, 회사가 경보 이후 어떤 내부 점검을 했는지는 미정이다. 미정으로 남은 사실을 가정으로 채워 넣는다면, 그 가정에 따라 판단 요소의 대응이 달라지므로 결론은 확정되지 않는다.
한편 대법원은 같은 판결에서 위반행위의 원인만으로 법인 책임을 단정한 태도를 바로잡았다. 운전 차량이 계측된 뒤 정지요구를 받고 검문소를 통과한 행위가 구 도로법 제83조 제1항 제3호 위반죄에 해당한다는 사정만으로 법인을 처벌한 원심을 두고, "갑 소속 법인의 주의의무 내용이나 그 위반 여부에 관하여 나아가 살피지 아니하고" 법인을 처벌한 조치에 "양벌조항의 사업주 책임에 관한 법리오해 또는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하였다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도5824 판결). 종업원의 위반이 확정되었다고 해서 법인의 주의의무 위반이 함께 확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경의 시세조종 주문이 확인되었다는 사실도 같은 취급을 받는다. 경의 행위가 어떤 성질을 띠는지와 별개로, 회사 측의 감독 의무를 다하지 않았는지는 별도의 판단 대상이다. 이상 거래 탐지 시스템이 같은 기간 열한 차례 경보를 냈고 그에 대한 조치 기록이 발견되지 않은 사정은 법인의 방지 조치를 헤아리는 데 들어가지만, 경보의 미조치가 곧 법인의 과실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매뉴얼 비치와 교육 실시가 회사에 유리한 사정으로 잡힌다고 해서 면책이 따라오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지막으로 남는 경계는 책임의 종류다. 사정들을 모두 모아도 그것이 곧 법인의 확정 손해나 경의 고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손해의 확정과 경의 고의는 판단 요소의 나열 안에 들어 있지 않으므로, 각각 별도의 근거로 뒷받침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