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제307조의 증거재판주의와 제308조의 자유심증주의가 증거의 수집과 평가를 어떻게 나누어 규정하는지를 읽는다. 배제 법칙이 자유심증의 평가 문제가 아니라 증거로 쓸 수 있는가의 문제임을 구분하되, 구체적 예외 기준은 다루지 않는다.
3.1제307조가 정한 인정의 근거
정해진 것과 남겨진 것을 나누어 둔 데서 곧바로 넘어가, 사실을 인정하는 힘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물어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307조는 이 물음에 대한 첫 답을 담고 있다. 조문의 구조와 문언을 그대로 읽어 둔 뒤에, 이 사례의 네 증거에 무엇이 요구되는지를 따져 보자.
사실 인정의 출발점을 제307조 제1항이 밝히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1항은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이 문장은 인정에 이르는 경로를 증거로 한정한다. 증거를 빼고 사실을 인정하는 길은 이 조항에서 열려 있지 않다.
그다음 문장이 인정의 높이를 정한다.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은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고 정한다. 증거에 의하여 나아가더라도 범죄사실에 이르는 데에는 이 정도가 넘어서야 한다. 제1항이 근거를 증거로 제한하고, 제2항이 그 증거가 도달해야 할 높이를 함께 정한 셈이다.
두 항 사이에는 서로 다른 대상이 놓여 있다. 제1항은 사실 일반을, 제2항은 범죄사실을 말한다. 그러므로 이 둘을 한 문장으로 뭉뚱그려 읽지 않는 편이 좋다. 앞 단위에서 나누어 두었던 것처럼, 무엇을 근거로 삼을 것인지와 그것이 어느 높이에 이르러야 할지는 각각의 항이 맡은 물음이다.
이 조문에 남은 자리는 문언이 적어 둔 자리이다. 제307조는 증거의 종류를 나누지 않고, 증거마다 요구되는 요건을 따로 적지 않았다. 또한 어떤 증거를 배제할지에 대한 규칙을 이 조문 안에 넣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 사례의 압수 장부, 경의 수사 단계 자백과 법정 자백, 그리고 신의 증언에 무엇이 요구되는지는 이 조문만으로는 정해지지 않은 채 남는다.
제307조 제1항과 제2항은 함께 사실 인정의 근거와 높이를 그렸다. 그 위에 무엇을 얹을 것인지는 다음 물음이다. 증거에 이르는 힘, 즉 증명력을 어느 자리에서 어떻게 가릴 것인가의 물음이 그다음에 놓여 있다.
3.2제308조가 맡긴 증명력
제307조가 사실 인정의 근거를 증거에 묶어 둔 데 이어, 그 증거가 무엇을 얼마나 보여 주는지의 문제는 별도의 조문이 맡는다. 형사소송법 제308조는 증거의 증명력 판단 주체와 방식을 한 문장에 담고 있다. 그 문언은 다음과 같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자유심증주의)는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한다"고 선언한다. 사실 인정의 바탕과 그 바탕이 떠받치는 힘을 서로 다른 조문이 관장한 셈이다.
제308조는 먼저 판단의 주체를 법관으로 특정한다. 증명력의 고하를 가늠하는 권한이 수사기관에 있지 않고, 채택 여부를 결정하는 다른 기구에 있지 않고, 오직 법관에게 있다고 못 박는다. 이는 이 사례에서 경의 법정 자백이나 신의 법정 증언에 어느 정도 무게를 실을지의 문제를 법관이 스스로 저울질함을 뜻한다.
한편 조문은 판단의 방식을 자유판단이라 적는다. 법정한 증명력의 등급이나 미리 정해진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법관이 판단한다는 의미가 이 두 낱말에 담긴다. 다만 이 자유는 조문 어디에도 근거 없는 자의를 허용하는 표현으로 쓰이지 않았다. 제308조는 증명력의 판단을 법관에게 맡길 뿐, 그 판단이 무엇으로부터 자유로운지를 새로 정하지 않는다.
이 사례에서 수사관이 압수영장에 기재되지 않은 창고에서 회계 장부를 압수한 뒤 경에게 보여 주었고, 경은 수사 단계에서 범행을 자백하였다. 석 달 뒤 법정에서 경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으며 다시 자백하였고, 장부에 이름이 기재된 거래 상대방 신도 법정에서 증언하였다. 네 증거 각각이 얼마만큼의 힘을 지녔는지는 제308조가 법관에게 맡긴 바로 그 판단에 속한다.
다만 제308조의 문언은 증거의 수집 방식이나 채택 가능성을 다루지 않는다. 압수영장에 그 장소가 기재되지 않은 경위와 수사관의 인식, 장부의 작성 시기와 보관 상태, 경의 자백 내용과 장부 기재 내용이 겹치는 범위, 신의 증언이 장부 외의 자료에서 비롯되었는지 여부는 미정이다. 제308조에 한계를 덧붙이지 않은 채로 읽는다면, 이 조문은 증거에 실린 증명력을 법관에게 맡기는 것에서 멈춘다. 네 증거 각각의 증거능력과 채택 여부는 이 조문만으로 확정된 법적 평가가 아니다.
3.3두 조문이 나누는 영역
제308조가 증명력 판단을 법관에게 맡긴 뒤에도, 사실 인정이 서야 할 자리는 조문이 따로 정해 둔다.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1항은 사실 인정의 바탕을 이와 같이 한정한다.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형사소송법 제307조). 이 문언은 증명력의 크기를 가리는 문제가 아니라, 사실 인정이 딛고 설 재료의 성격을 먼저 선을 그어 둔다. 즉 자유판단이란 증거에 의한 인정의 자리에서만 열리는 판단이다.
사실 인정에 필요한 증명의 정도 역시 같은 조문이 함께 묶어 둔다.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은 범죄사실의 인정 기준을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형사소송법 제307조). 이 요구는 증거가 모였다는 사실만으로 끝나지 않음을 분명히 한다. 증명력이 높게 평가된 여러 증거가 있을지라도, 그것이 합리적인 의심을 넘는 확신에 이르렀는가는 별도로 판단할 일이다.
이렇게 보면 두 조문이 나누는 영역이 드러난다. 제307조는 사실 인정의 근거와 그에 필요한 증명의 정도를 정하고, 제308조는 그 증거의 증명력을 누가 어떻게 가릴지를 정한다. 한쪽이 문을 닫으면 다른 쪽이 열리지 않는다. 증거에 의하지 않은 사실 인정은 제308조의 자유판단으로 정당화되지 않고, 합리적인 의심을 넘지 못하는 확신은 그 증거의 증명력이 아무리 높아도 범죄사실의 인정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 자리는 다만 두 조문이 그린 구분을 확인하는 자리다. 이 두 문언 안에는 증거를 모으는 과정의 규제도, 그러한 증거를 재판에서 배제한다는 기준도 들어 있지 않다. 앞의 합성 사례에서 압수영장에 기재되지 않은 창고에서 거둔 회계 장부를 법정에 내놓을 수 있는지, 그 장부를 바탕으로 한 경의 자백과 신의 증언이 얼마나 무게를 가질지는 이 두 조문만으로는 정해지지 않는다.
다만 그 자료들이 일단 증거의 자리에 서면, 그때부터는 제307조와 제308조가 나눈 대로 판단이 진행된다. 사실을 인정하려는 법관은 먼저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범죄사실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로 증명되어야 하며, 각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이 자유판단한다. 두 조문이 나눈 이 경계선이, 증거의 수집과 배제를 다루는 문언이 놓일 바탕이 된다.
3.4제308조의2의 문언이 서는 자리
제307조와 제308조가 사실 인정의 근거와 증명력의 영역을 나눈 뒤에 남는 것은 그 앞 단계의 문제다. 증거를 사실 인정에 쓰기에 앞서 그 증거를 법정에 들일 자격이 있는지가 먼저 정해져야 하며, 이 물음에 답하는 조문이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는 제목을 "위법수집증거의 배제"로 달고 그 내용을 한 문장으로만 적는다.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형사소송법 제308조의2). 이 문장이 선언하는 것은 판단의 기준이 아니라 사용의 금지다. 무엇이 사실인지 평가하기 전에, 그 증거를 사실 인정의 재료로 삼을 수 있는지부터 가로막는다.
문언이 정하는 요건은 오직 하나다. 증거를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것이어야 한다. 조문은 어떤 절차가 적법한지 목록을 적지 않고, 위법의 정도나 중대성을 가르는 기준도 두지 않는다. 다만 수집한 증거 전체를 "증거로 할 수 없다"고 단정함으로써, 일단 요건에 걸린 증거는 사실 인정에 쓰일 여지를 원천적으로 닫는다.
이 문언에 예외를 달지 않은 점에 유의하여야 한다. 단서도 없고, 예외의 요건도 없다. 예컨대 범죄의 중대성이나 증거의 중요성을 들어 사용을 허용하는 통로는 조문 안에 존재하지 않는다. 요건에 해당하는 증거는 쓰지 못한다. 이것이 문언이 서는 자리다.
이 사례에 이 기준을 놓으면, 수사관이 압수영장에 기재되지 않은 창고에서 회계 장부를 압수한 수습이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것에 해당하는지가 먼저 문제된다. 압수영장에 그 장소가 기재되지 않은 경위와 수사관의 인식이 아직 미정이므로, 이 압수가 조문의 요건에 드는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요건에 든다면 그 장부는 증거로 쓸 수 없다는 결론까지는 문언이 이미 정해 놓았다.
한편 경의 수사 단계 자백, 경의 법정 자백, 신의 법정 증언은 각기 다른 경로로 법정에 온 증거다. 경의 자백이 장부를 보고 나왔고, 신의 증언이 장부 외의 자료에서 비롯되었는지가 미정이다. 이 증거들 각각이 장부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확정된 법적 평가가 아니며, 어느 것이 요건에 걸리는지는 이 자리에서 정해지지 않았다. 문언이 요구하는 것은 우선 개별 증거의 수집 경로를 살펴, 적법한 절차를 따랐는지를 가리는 일이다.
3.5배제와 자유심증의 구분
배제가 무엇을 가로막는지를 문언에서 확인한 뒤에 남는 물음은, 이 가로막힘이 법관의 판단과 어떤 관계에 놓이는가이다. 증거재판주의와 자유심증주의 사이에 놓인 배제 법칙의 자리를 가늠하려면,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가 선언하는 금지와 제308조가 맡긴 판단이 서로 다른 문제를 다룬다는 점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두 조문은 나란히 놓일 때 그 경계가 드러난다.
우선 자유심증의 규율 대상이 무엇인지를 형사소송법 제308조에서 읽는다. 그 조문은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한다"고 선언한다(형사소송법 제308조). 이 선언은 법관에게 증거의 증명력을 맡기지만, 증거로 삼을 수 있는가의 전제 문제는 그 판단의 범위에 두지 않았다. 증명력을 논하기에 앞서 그 증거를 심리의 재료로 삼아도 되는지가 먼저 정해져야 하며, 자유심증은 그 정해진 틀 안에서 작동한다.
다음으로 배제 법칙의 규율 대상이 무엇인지를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에서 읽는다. 그 조문은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선언한다. 이 선언은 수집 절차의 적법성을 기준으로 증거로 쓸 수 있는가를 가른다. 배제는 증거의 가치를 낮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증거를 심리의 자리에 들이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 둘을 대조하면 서로가 겪지 않는 문제가 분명해진다. 증명력의 유무를 묻는 자유심증의 판단은, 증거로 삼을 수 있다고 전제된 물건을 두고 이루어진다. 적법 절차 위반을 이유로 한 배제의 판단은, 그 전제가 성립하는지를 두고 이루어진다. 전자가 값을 매기는 일이라면 후자는 그 값이 매겨질 자리에 해당 물건을 놓을 수 있는지를 묻는 일이다. 두 판단은 순서도 다르고 기준도 다르다.
이 구분을 압수영장에 기재되지 않은 창고에서 수집한 회계 장부에 대입하면, 먼저 물을 것은 그 장부를 증거의 자리에 들일 수 있는가이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의 문언이 그 문제를 규율하며,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에 해당하는지가 그 문언의 쟁점이다. 압수영장에 그 장소가 기재되지 않은 경위와 수사관의 인식이 미정인 지금, 그 쟁점의 결론은 미정으로 남는다. 그 결론이 정해지기 전에 장부의 증명력을 자유심증의 틀에서 논할 수는 없다.
같은 구분이 수사 단계의 자백과 법정에서의 자백, 그리고 거래 상대방의 증언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각 증거는 증거의 자리에 들일 수 있는가의 판단을 먼저 거쳐야 하고, 그 판단이 자유심증의 평가와 뒤섞여서는 안 된다. 배제가 무엇을 가로막는지를 문언에서 확인한 자리에서, 자유심증이 무엇을 맡기는지를 함께 읽어 두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3.6배제 법칙이 차지하는 자리
배제와 자유심증의 구분이 서자, 이제 세 조문이 이루는 자리가 드러난다. 증거재판주의는 사실의 인정이 무엇에 의해야 하는지를 정하고, 배제 법칙은 그 증거를 무엇으로 삼을 수 있는지를 가로막는다. 형사소송법 제307조는 증거재판주의로서 "①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고 선언한다. 이 조문은 사실을 말할 때 뒤에 어떤 자료가 있어야 하는지를 요구하며, 그 자료의 자격에 대해서는 직접 답하지 않는다.
같은 조문이 증명의 정도까지 함께 정한다. 형사소송법 제307조는 "②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 요구는 확신의 수준에 관한 것이며, 앞의 제1항과 이어져 사실 인정의 외형을 이룬다. 그러나 어느 자료가 그 수준을 채우는 데 쓰이는지는 별도의 문제로 남는다.
그 자료의 자격은 제308조의2가 맡는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정한다. 이 문장은 수집의 절차를 묻고, 절차가 어긋난 자료는 애초에 심판의 재료에서 제외한다. 그 자료가 설사 유력하더라도 예외를 두지 않은 채 쓸 수 없다고 못 박으므로, 이 단계는 증명력의 높낮이와 무관하게 앞선다.
자료의 자격이 확보된 뒤에야 제308조가 작동한다. 형사소송법 제308조는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한다."고 선언한다. 자유심증은 남은 증거들의 무게를 재는 자리에서 열리며, 배제된 자료는 저울 위에 올릴 수 없다. 배제와 평가가 구분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전자는 들어오느냐의 문을 여닫고, 후자는 들어온 것들을 저울에 올려 사실로 이룰 수 있는지를 가늠한다.
이 사례에서 수사관이 압수영장에 기재되지 않은 창고에서 회계 장부를 압수한 것은 수집의 절차를 묻는 문제에 속한다. 그 장부의 쓰임은 제308조의2의 문턱을 통과했는지에 달려 있으며, 통과하지 못하면 자백·재판정 자백·신의 증언에서 그 장부를 떠나 확인할 부분이 남는다. 다만 장부가 위법하게 수집된 사실과 그 자료의 파급 범위는 미정이므로, 이 자리에서 확정하지 않는다. 세 조문은 사실 인정은 증거로, 그 증거는 적법한 절차로, 남은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판단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그리고, 배제 법칙은 그 흐름의 중간에 놓여 앞의 자격과 뒤의 평가를 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