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디지털 증거가 일반적인 증거와 달리 내용이 원래 그대로임의 증명을 따로 요구하는 까닭을 묻는다. 압수 현장과 법정 사이의 간극과 흔적 없이 바뀌는 정보의 성격을 살피고, 판결요지가 동일성과 무결성이라는 두 낱말로 그 문제를 어떻게 벼렸는지를 읽는다.
1.1압수 현장과 법정 사이의 간극
복제본에서 뽑은 파일 300개와 분석 보고서가 법정에 이르는 길에서 무엇이 먼저 증명되어야 하는지가 문제이다. 대법원은 출력 문건을 증거로 쓰는 조건을 이렇게 밝혔다. "압수물인 컴퓨터용 디스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정보저장매체(이하 ‘정보저장매체’라고만 한다)에 입력하여 기억된 문자정보 또는 그 출력물(이하 ‘출력 문건’이라 한다)을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정보저장매체 원본에 저장된 내용과 출력 문건의 동일성이 인정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정보저장매체 원본이 압수 시부터 문건 출력 시까지 변경되지 않았다는 사정, 즉 무결성이 담보되어야 한다"고 선고한 대법원 2013. 7. 26. 선고 2013도2511 판결이다. 이 판결이 요구하는 무결성의 기간은 압수 시점에서 문건 출력 시점까지이다. 노트북의 내용을 복제한 때부터 법정에 제출된 때까지가 그 사이에 놓인다.
복제본을 거쳐 출력한 경우에는 확인할 거리가 하나 더 늘어난다. 같은 판결은 그 까닭을 이렇게 말한다. "특히 정보저장매체 원본을 대신하여 저장매체에 저장된 자료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로부터 출력한 문건의 경우에는 정보저장매체 원본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 사이에 자료의 동일성도 인정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용한 컴퓨터의 기계적 정확성, 프로그램의 신뢰성, 입력·처리·출력의 각 단계에서 조작자의 전문적인 기술능력과 정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고 선고한 대법원 2013. 7. 26. 선고 2013도2511 판결이다. 노트북에서 복제본을 만든 일이 앞의 단계이고, 복제본에서 파일 300개를 뽑은 일이 뒤의 단계이다. 이 사례에서 분석 도구의 종류와 설정, 그리고 파일을 고른 기준과 그 판단이 누구의 것인지는 미정이다.
확인의 방법으로는 서명한 확인서면이 원칙에 든다. 앞의 판결은 우선할 방법을 이렇게 둔다. "이 경우 출력 문건과 정보저장매체에 저장된 자료가 동일하고 정보저장매체 원본이 문건 출력 시까지 변경되지 않았다는 점은, 피압수·수색 당사자가 정보저장매체 원본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의 해쉬(Hash) 값이 동일하다는 취지로 서명한 확인서면을 교부받아 법원에 제출하는 방법에 의하여 증명하는 것이 원칙이나"라고 선고한 대법원 2013. 7. 26. 선고 2013도2511 판결이다. 수사관이 해시값을 확인서에 적고 피압수자 무의 서명을 받은 일은 이 원칙에 걸맞은 모양이다. 다만 해시값을 처음 계산한 시점이 언제인지는 미정이며, 이는 확인서면이 무엇을 언제 기록한 것인지를 가르는 데 걸린다.
원칙에 따른 증명이 막히면 다른 방법이 열린다. 앞의 판결은 그 대신할 길을 이렇게 적는다. "그와 같은 방법에 의한 증명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는, 정보저장매체 원본에 대한 압수, 봉인, 봉인해제,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 등 일련의 절차에 참여한 수사관이나 전문가 등의 증언에 의해 정보저장매체 원본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 사이의 해쉬 값이 동일하다거나 정보저장매체 원본이 최초 압수 시부터 밀봉되어 증거 제출 시까지 전혀 변경되지 않았다는 등의 사정을 증명하는 방법 또는 법원이 그 원본에 저장된 자료와 증거로 제출된 출력 문건을 대조하는 방법 등으로도 그와 같은 무결성·동일성을 인정할 수 있으며, 반드시 압수·수색 과정을 촬영한 영상녹화물 재생 등의 방법으로만 증명하여야 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라고 선고한 대법원 2013. 7. 26. 선고 2013도2511 판결이다. 이 사례의 보관 기록에는 9일간의 빈칸이 있고, 그 9일 동안 복제본이 누구의 손에 있었는지는 미정이다. 그 빈칸이 어떤 증명으로 채워질지는 여기서 정해지지 않았다.
압수 현장과 법정 사이에 놓인 이 시간과 경로가 왜 증명의 대상인지는 앞의 요구들이 함께 가리킨다. 원본과 출력 문건의 동일성, 그리고 원본이 그대로라는 무결성은 저절로 보이지 않으므로 따로 세워야 한다. 이 사례에서 확인서면과 보관 기록이 가진 자리는 그와 같다. 다만 압수 현장과 법정 제출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절차나 요건은 여기서 새로 정하지 아니한다.
1.2흔적 없이 바뀌는 정보
그 간극이 왜 증명의 대상인지를 밝힌 뒤에 따라오는 물음은, 디지털 정보가 그 간극에서 어떻게 다루어지는지이다. 정보저장매체에 입력된 내용은 종이에 적힌 글자와 달리 그 자체로 드러나지 않는다. 종이의 글자가 고쳐지면 지우개 자국이나 덧붙인 획이 남지만, 저장매체의 내용은 조작이 있어도 눈에 띄는 자국을 남기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대로라는 사정은 내용을 들여다보아서는 확인되지 않고 별도로 세워야 한다.
대법원 2013. 7. 26. 선고 2013도2511 판결은 출력 문건을 증거로 쓰기 위한 요건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압수물인 컴퓨터용 디스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정보저장매체(이하 '정보저장매체'라고만 한다)에 입력하여 기억된 문자정보 또는 그 출력물(이하 '출력 문건'이라 한다)을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정보저장매체 원본에 저장된 내용과 출력 문건의 동일성이 인정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정보저장매체 원본이 압수 시부터 문건 출력 시까지 변경되지 않았다는 사정, 즉 무결성이 담보되어야 한다."(대법원 2013. 7. 26. 선고 2013도2511 판결) 판결은 원본의 내용과 출력 문건이 같은지에 더하여, 원본이 압수 시부터 출력 시까지 바뀌지 않았는지를 따로 요구한다. 이 요구가 바로 바뀌어도 흔적이 남지 않는 정보에 대응하여 세워지는 증명이다.
복제본을 거친 경우에는 그 범위가 넓어진다. 위 판결은 "정보저장매체 원본을 대신하여 저장매체에 저장된 자료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로부터 출력한 문건의 경우에는 정보저장매체 원본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 사이에 자료의 동일성도 인정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용한 컴퓨터의 기계적 정확성, 프로그램의 신뢰성, 입력·처리·출력의 각 단계에서 조작자의 전문적인 기술능력과 정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고 하였다(대법원 2013. 7. 26. 선고 2013도2511 판결). 복제본이 끼어들면 확인할 대상이 하나 더 늘고, 확인에 쓰인 기계와 사람도 함께 살펴야 한다. 이 사례에서 법정에 제출된 것은 복제본에서 뽑은 파일 300개와 분석 보고서이므로, 원본과 복제본 사이의 동일성뿐 아니라 그 파일을 뽑고 분석하는 데 쓰인 도구와 조작도 이 범위에 놓인다.
그 증명은 서명한 확인서면이 원칙이다. 위 판결은 "출력 문건과 정보저장매체에 저장된 자료가 동일하고 정보저장매체 원본이 문건 출력 시까지 변경되지 않았다는 점은, 피압수·수색 당사자가 정보저장매체 원본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의 해쉬(Hash) 값이 동일하다는 취지로 서명한 확인서면을 교부받아 법원에 제출하는 방법에 의하여 증명하는 것이 원칙"이라 하였다(대법원 2013. 7. 26. 선고 2013도2511 판결). 수사관이 해시값을 확인서에 적고 피압수자 무의 서명을 받은 일은 이 원칙에 부합하는 모양이다. 다만 판결은 이어서 "그와 같은 방법에 의한 증명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는, 정보저장매체 원본에 대한 압수, 봉인, 봉인해제,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 등 일련의 절차에 참여한 수사관이나 전문가 등의 증언에 의해 정보저장매체 원본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 사이의 해쉬 값이 동일하다거나 정보저장매체 원본이 최초 압수 시부터 밀봉되어 증거 제출 시까지 전혀 변경되지 않았다는 등의 사정을 증명하는 방법 또는 법원이 그 원본에 저장된 자료와 증거로 제출된 출력 문건을 대조하는 방법 등으로도 그와 같은 무결성·동일성을 인정할 수 있으며, 반드시 압수·수색 과정을 촬영한 영상녹화물 재생 등의 방법으로만 증명하여야 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대법원 2013. 7. 26. 선고 2013도2511 판결). 확인서면이 이 사례에서 이미 갖추어졌다고 해서 나머지가 저절로 증명되는 것은 아니다. 보관 기록에 9일간의 빈칸이 있고, 해시값을 처음 계산한 시점과 그 9일 동안 복제본이 누구의 손에 있었는지, 사용한 분석 도구의 종류와 설정, 파일 300개를 뽑은 기준과 그 선택이 누구의 판단에 따른 것인지는 미정이다. 확인서면에 적힌 해시값이 언제 계산된 것이며 그 사이의 경로가 어떠하였는지에 관한 사정은 여전히 밝혀야 할 자리로 남는다.
이 사례에서 수사관이 이미징한 뒤 해시값을 확인하고 무의 서명을 받은 사실과, 보관 기록의 9일 빈칸·미정으로 남은 항목들은 관찰된 사실의 나열일 뿐이다. 그 나열이 곧 무결성의 확정이나 증거능력의 유무를 뜻하지는 않으며, 무결성과 동일성이 무엇에 붙는 낱말인지는 별도로 살필 일이다.
1.3동일성과 무결성의 낱말
복제본에 대한 보관 기록에 빈칸이 놓인 채 법정에 제출된 것은 파일 300개와 분석 보고서이므로, 그 제출물이 곧바로 노트북 하드디스크의 내용과 같은 것으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로 남는다. 정보가 눈에 보이는 흔적 없이 바뀐다는 점을 전제하면, 제출된 자료가 처음에 담겨 있던 내용과 같은지에 대한 증명은 서류의 형태만으로 저절로 얻어지지 않는다. 이 증명의 겨냥점을 가리키는 낱말이 판례에 두 개로 벼려져 있다.
대법원 2013. 7. 26. 선고 2013도2511 판결은 증거로 쓰는 출력물에 대한 요건을 설명하면서 두 낱말을 나란히 둔다. 그 판결은 압수물인 정보저장매체에 입력된 문자정보 또는 그 출력물을 증거로 사용하기 위한 요건으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정보저장매체 원본에 저장된 내용과 출력 문건의 동일성이 인정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정보저장매체 원본이 압수 시부터 문건 출력 시까지 변경되지 않았다는 사정, 즉 무결성이 담보되어야 한다"(대법원 2013. 7. 26. 선고 2013도2511 판결). 이 인용에 의하면 동일성은 두 대상이 서로 같은가에 붙고, 무결성은 하나의 대상이 시간이 지나며 변하지 않았는가에 붙는다.
그 판결은 나아가 원본을 대신한 사본에서 출력한 문건의 경우로 눈을 옮기며 이 구분을 한층 더 분명히 한다. 대법원 2013. 7. 26. 선고 2013도2511 판결은 원본을 대신하여 저장매체에 저장된 자료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로부터 출력한 문건의 경우에 관하여 "정보저장매체 원본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 사이에 자료의 동일성도 인정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용한 컴퓨터의 기계적 정확성, 프로그램의 신뢰성, 입력·처리·출력의 각 단계에서 조작자의 전문적인 기술능력과 정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사본을 거친 장면에서도 원본과 사본 사이의 대응은 동일성이 맡고, 원본 그 자체가 시간을 건너며 보존되었는지는 무결성이 맡는다.
무결성이 다루는 시간의 폭에 관하여 대법원 2013. 7. 26. 선고 2013도2511 판결은 "정보저장매체 원본이 압수 시부터 문건 출력 시까지 변경되지 않았다는 사정, 즉 무결성이 담보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에 따르면 무결성의 시점은 압수 시에 시작되어 문건 출력 시에 끝난다. 압수 현장에서 복제본의 해시값을 확인서에 적었으나 그 해시값을 언제 처음 계산했는지가 미정인 이 사례에서, 무결성의 시작점이 어느 시점에 놓이는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채 남는다.
동일성이 겨냥하는 대상의 수는 판례가 다루는 장면에 따라 달라진다. 앞의 인용에서 동일성은 원본에 저장된 내용과 출력 문건의 비교에 붙었고, 사본을 거친 장면에서는 원본과 그 사본 사이의 비교에 다시 붙었다. 노트북의 하드디스크에서 파일 300개를 뽑아 법정에 낸 이 사례에서는 어느 것과 어느 것을 놓고 같은지가 정해져야 비로소 동일성의 문제가 열린다. 두 낱말은 이처럼 서로 다른 자리에 붙으며, 어느 쪽이든 판례가 정한 다른 요건을 그 말 자체에 겹쳐 넣지 않고 그 자리와 대상을 가려 읽는 것이 출발점이다.
1.4원본과 사본 사이의 증명
동일성과 무결성이 각각 무엇에 붙는지 가려진 뒤에 남는 문제는, 두 낱말이 겨냥한 대상이 실제로 같은지를 어떤 방식으로 보여 주느냐이다. 대법원 2013. 7. 26. 선고 2013도2511 판결은 그 증명의 지점을 정보저장매체 원본과 출력 문건의 대응에 두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정보저장매체 원본에 저장된 내용과 출력 문건의 동일성이 인정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정보저장매체 원본이 압수 시부터 문건 출력 시까지 변경되지 않았다는 사정, 즉 무결성이 담보되어야 한다"(대법원 2013. 7. 26. 선고 2013도2511 판결). 증명은 원본에서 출력 문건에 이르는 한 줄의 대응 관계를 겨냥하고, 그 둘 사이에서 내용이 바뀌지 않았다는 무결성이 그 대응을 떠받친다.
이 판결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대응 관계의 가운데가 끊기는 경우를 따로 다룬다. 사례에서 수사관은 하드디스크의 내용을 복제한 뒤 그 복제본에서 파일을 뽑았으므로, 법정에 제출된 것은 원본과 곧바로 맞대어 볼 수 있는 출력물이 아니라 복제본에서 가려낸 자료이다. 그와 같은 경우에 관하여 대법원 2013. 7. 26. 선고 2013도2511 판결은 "정보저장매체 원본을 대신하여 저장매체에 저장된 자료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로부터 출력한 문건의 경우에는 정보저장매체 원본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 사이에 자료의 동일성도 인정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용한 컴퓨터의 기계적 정확성, 프로그램의 신뢰성, 입력·처리·출력의 각 단계에서 조작자의 전문적인 기술능력과 정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증명이 겨냥하는 축이 하나 더 늘어난다. 원본과 출력 문건의 대응뿐 아니라 원본과 복제본 사이의 대응이 따로 선다.
그 대응을 보이는 수단으로 판결은 원칙적인 방법 하나와 대체적인 방법들을 함께 적는다. 대법원 2013. 7. 26. 선고 2013도2511 판결은 우선 "출력 문건과 정보저장매체에 저장된 자료가 동일하고 정보저장매체 원본이 문건 출력 시까지 변경되지 않았다는 점은, 피압수·수색 당사자가 정보저장매체 원본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의 해쉬(Hash) 값이 동일하다는 취지로 서명한 확인서면을 교부받아 법원에 제출하는 방법에 의하여 증명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하면서, "그와 같은 방법에 의한 증명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는, 정보저장매체 원본에 대한 압수, 봉인, 봉인해제,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 등 일련의 절차에 참여한 수사관이나 전문가 등의 증언에 의해 정보저장매체 원본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 사이의 해쉬 값이 동일하다거나 정보저장매체 원본이 최초 압수 시부터 밀봉되어 증거 제출 시까지 전혀 변경되지 않았다는 등의 사정을 증명하는 방법 또는 법원이 그 원본에 저장된 자료와 증거로 제출된 출력 문건을 대조하는 방법 등으로도 그와 같은 무결성·동일성을 인정할 수 있으며, 반드시 압수·수색 과정을 촬영한 영상녹화물 재생 등의 방법으로만 증명하여야 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인다. 증명의 수단은 확인서면 하나에 묶이지 않고, 그 수단을 쓸 수 없을 때 다른 경로가 열려 있음이 함께 확인된다.
사례에서 확인서면은 받았다. 수사관이 해시값을 적고 피압수자 무가 서명을 하였다. 다만 그 문서가 위 인용이 말하는 원칙적인 수단으로 제 구실을 하려면, 거기 적힌 해시값이 원본과 복제본 사이의 대응을 뜻하는 것이어야 한다. 해시값을 처음 계산한 시점이 언제인지 미정인 이 사례에서, 확인서면이 어느 두 대상의 대응을 적은 것인지는 판결이 마련한 증명의 두 축 안에서 따로 밝혀져야 한다. 확인서면의 존재만으로 원본과 복제본 사이의 동일성이 인정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제출된 자료가 복제본에서 뽑은 파일 300개와 분석 보고서라는 점은 대조의 대상을 구체화한다. 대법원 2013. 7. 26. 선고 2013도2511 판결이 말한 대체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는 "법원이 그 원본에 저장된 자료와 증거로 제출된 출력 문건을 대조하는 방법"이다. 법정에 나온 파일 300개와 분석 보고서는 원본에 저장된 자료와 맞대어 볼 수 있는 대상이고, 그 대조가 곧 증명의 한 갈래를 이룬다. 한편으로 원본과 복제본 사이의 동일성은 별도의 갈래로 남는다. 어느 쪽 축이 먼저 서고 어느 쪽이 뒤에 서는지에 관하여 판결은 순서를 정하지 않았다. 판결이 정한 것은 두 축이 함께 요구된다는 점이다.
이 사례에 적용할 부분을 정리하면, 법정에 제출된 파일과 보고서가 원본의 내용과 같은지, 그리고 원본이 복제 시까지 바뀌지 않았는지가 각각 증명되어야 한다. 사례에서 9일간의 보관 기록 빈칸과 해시 최초 계산 시점 미정은 어느 축에 닿는지, 확인서면이 두 축 가운데 어느 하나를 채우는지에 관한 판단은 남아 있다. 판결은 증명의 수단을 예로 들었을 뿐이고, 이 사례에서 수단이 실제로 작동했는지는 그 위에서 별도로 밝혀져야 한다.
1.5증명이 비워 둔 빈칸
원본과 사본의 대응이 쟁점이라는 점을 확인한 뒤에도, 이 사례에는 증명이 대답하지 않은 자리가 남는다. 수사관은 압수 현장에서 복제를 만들고 해시값을 확인서에 적어 피압수자 무의 서명을 받았으며, 법정에는 그 복제본에서 뽑은 파일 300개와 분석 보고서가 제출되었다. 그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밝히지 않은 채 보관 기록은 9일 동안 비어 있고, 해시값을 언제 처음 계산했는지와 그 9일 동안 복제본이 누구의 손에 있었는지는 미정이다.
이 빈칸이 무엇을 비워 두는지 읽으려면, 동일성의 증명이 어느 시점 사이에 서야 하는지를 봐야 한다. 대법원은 그 범위를 이렇게 적시하였다. "정보저장매체 원본에 저장된 내용과 출력 문건의 동일성이 인정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정보저장매체 원본이 압수 시부터 문건 출력 시까지 변경되지 않았다는 사정, 즉 무결성이 담보되어야 한다."(대법원 2013. 7. 26. 선고 2013도2511 판결) 이 판시에 따르면 무결성을 둘러싼 증명이 요구되는 시점의 구간은 압수 시부터 문건 출력 시까지이다. 이 사례에서 법정에 제출된 것은 복제본에서 뽑은 파일 300개이므로, 그 구간 안에는 복제본이 만들어진 뒤 파일들이 선정되기까지의 시간이 함께 들어 있다.
구간의 양끝에 무엇을 두어야 하는지도 판시에 담겨 있다. 대법원은 복제 매체를 거치는 경우의 증명 대상을 "정보저장매체 원본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 사이에 자료의 동일성도 인정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용한 컴퓨터의 기계적 정확성, 프로그램의 신뢰성, 입력·처리·출력의 각 단계에서 조작자의 전문적인 기술능력과 정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고 밝혔다(대법원 2013. 7. 26. 선고 2013도2511 판결). 원본과 복제본의 대응만으로는 끝나지 않고, 그 대응을 확인한 도구의 정확성과 프로그램의 신뢰성, 그리고 각 단계를 다룬 사람의 기술능력과 정확성이 함께 담보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확인서와 서명이 이 자리에 어디까지 서는지도 함께 읽어야 한다. 대법원은 그러한 증명의 방법을 이렇게 정리하였다. "출력 문건과 정보저장매체에 저장된 자료가 동일하고 정보저장매체 원본이 문건 출력 시까지 변경되지 않았다는 점은, 피압수·수색 당사자가 정보저장매체 원본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의 해쉬(Hash) 값이 동일하다는 취지로 서명한 확인서면을 교부받아 법원에 제출하는 방법에 의하여 증명하는 것이 원칙이나, 그와 같은 방법에 의한 증명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는, 정보저장매체 원본에 대한 압수, 봉인, 봉인해제,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 등 일련의 절차에 참여한 수사관이나 전문가 등의 증언에 의해 정보저장매체 원본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 사이의 해쉬 값이 동일하다거나 정보저장매체 원본이 최초 압수 시부터 밀봉되어 증거 제출 시까지 전혀 변경되지 않았다는 등의 사정을 증명하는 방법 또는 법원이 그 원본에 저장된 자료와 증거로 제출된 출력 문건을 대조하는 방법 등으로도 그와 같은 무결성·동일성을 인정할 수 있으며, 반드시 압수·수색 과정을 촬영한 영상녹화물 재생 등의 방법으로만 증명하여야 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3. 7. 26. 선고 2013도2511 판결). 확인서에 적힌 해시값과 무의 서명이 증명의 원칙적 수단임은 분명하나, 그 수단 하나가 무결성을 대신 확정하지는 않는다.
이 사례에서 확인서는 압수 현장에서 작성되고 서명을 받았다. 그러나 해시값을 처음 계산한 시점이 언제인지, 사용한 분석 도구의 종류와 설정은 무엇인지가 미정이며, 파일 300개를 뽑은 기준과 그 선택이 누구의 판단에 따른 것인지도 미정이다. 게다가 보관 기록에는 9일의 빈칸이 있고, 그 사이 복제본의 소재가 기록되어 있지 않다. 판시가 요구한 구간은 압수 시부터 문건 출력 시까지이므로, 확인서와 서명이 처음의 대응을 적었다고 하더라도 그 구간 안에 놓인 9일과 선정 기준은 따로 다루어져야 한다.
이렇게 비어 있는 항목들을 채운 뒤에야 무결성을 논할 수 있다. 아직 기록되지 않은 사실을 추측으로 채워 무결성이 확정되었다고 단정하면, 대법원이 그 증명에 요구한 구간과 대상 가운데 일부를 건너뛰는 셈이 된다. 반대로 그 빈칸이 곧바로 증거능력의 부정을 뜻하지도 않는다. 확인서와 해시값, 보관 경로, 도구와 설정, 선정 기준의 미정 항목은 각각 증명에 남은 자리로 두는 것이며, 이 사례의 관찰된 사실은 그 자리를 표시할 뿐이다.
1.6다음 장으로 넘기는 물음
앞서 확인한 빈칸이 무엇을 증명하지 못하게 하는지 살펴보았으니, 이제 그 별도의 증명 요구가 어떤 법조문에서 읽히는지가 남는다. 특히 압수 현장에서 복제한 노트북 하드디스크와 그 복제본에서 뽑은 파일 300개를 법정에 제출한 이 사례에서, 증거물을 다루는 조문이 그 제출의 형식과 방식을 어떻게 규정하는지는 다음에 읽어야 할 대목이다. 다만 그 대목의 문언과 요건을 여기서 미리 단정할 수는 없으므로, 앞 장의 결론을 받아 넘기는 물음만 분명히 한다.
이 사례에서 별도의 증명이 요구되는 까닭은, 정보가 저장된 매체의 내용이 눈에 보이는 흔적을 남기지 않고 바뀔 수 있다는 데 있다. 하드디스크에서 파일을 뽑는 동안에도, 그 파일을 담은 복제본이 보관되는 동안에도, 그 사이의 내용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수사관이 해시값을 확인서에 적고 피압수자 무의 서명을 받은 것은 이 사례에서 눈에 띄는 대목이다. 대법원 2013. 7. 26. 선고 2013도2511 판결은 이 점에서 출력 문건과 저장된 자료의 동일성을 확인하는 첫째 방법을 분명히 한다. 대법원 2013. 7. 26. 선고 2013도2511 판결은 "출력 문건과 정보저장매체에 저장된 자료가 동일하고 정보저장매체 원본이 문건 출력 시까지 변경되지 않았다는 점은, 피압수·수색 당사자가 정보저장매체 원본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의 해쉬(Hash) 값이 동일하다는 취지로 서명한 확인서면을 교부받아 법원에 제출하는 방법에 의하여 증명하는 것이 원칙"이라 판시한다. 이어 그 판결은 같은 판시에서, 그러한 방법으로 증명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는 압수와 봉인, 봉인해제,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 등 일련의 절차에 참여한 수사관이나 전문가 등의 증언에 의해 해쉬 값의 동일성이나 원본의 밀봉 상태를 증명하는 방법, 또는 법원이 원본 자료와 제출된 출력 문건을 대조하는 방법으로도 무결성·동일성을 인정할 수 있으며 영상녹화물 재생에만 의하여야 하는 것은 아님을 밝힌다(대법원 2013. 7. 26. 선고 2013도2511 판결). 이 판시에 따르면 해시값이 적힌 서명 확인서는 그 자체로 증명의 원칙적 방법일 뿐, 그 확인서가 모자란 자리를 무엇으로 채울 수 있는지도 정해져 있다.
한편 대법원 2013. 7. 26. 선고 2013도2511 판결은 "출력 문건과 정보저장매체에 저장된 자료가 동일하고 정보저장매체 원본이 문건 출력 시까지 변경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한 증명 방법"을 다룬 쟁점에서, "정보저장매체 원본에 저장된 내용과 출력 문건의 동일성이 인정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정보저장매체 원본이 압수 시부터 문건 출력 시까지 변경되지 않았다는 사정, 즉 무결성이 담보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특히 정보저장매체 원본을 대신하여 저장매체에 저장된 자료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로부터 출력한 문건의 경우에는 정보저장매체 원본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 사이에 자료의 동일성도 인정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용한 컴퓨터의 기계적 정확성, 프로그램의 신뢰성, 입력·처리·출력의 각 단계에서 조작자의 전문적인 기술능력과 정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대법원 2013. 7. 26. 선고 2013도2511 판결)고 덧붙인다. 이 사례에서 파일 300개는 복제본에서 뽑은 것이므로, 원본과 복제본 사이의 동일성뿐 아니라 그 확인에 쓰인 것들까지 함께 담보되어야 한다는 점이 이 판시에서 드러난다. 아울러 대법원 2013. 7. 26. 선고 2013도2511 판결은 "압수물인 컴퓨터용 디스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정보저장매체(이하 '정보저장매체'라고만 한다)에 입력하여 기억된 문자정보 또는 그 출력물(이하 '출력 문건'이라 한다)을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정보저장매체 원본에 저장된 내용과 출력 문건의 동일성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기준을 분명히 해, 파일 300개와 분석 보고서가 이 문건에 해당하는지를 가려야 할 자리임을 일러 둔다.
이 판결이 함께 다룬 쟁점 가운데 "'증거물인 서면'의 증거조사 방식"은, 앞에서 넘어온 별도의 증명이 법정에서 어떤 절차를 따라 이루어지는지를 다룬다. 대법원 2013. 7. 26. 선고 2013도2511 판결은 "본래 증거물이지만 증거서류의 성질도 가지고 있는 이른바 '증거물인 서면'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증거서류의 조사방식인 낭독·내용고지 또는 열람의 절차와 증거물의 조사방식인 제시의 절차가 함께 이루어져야 하므로, 원칙적으로 증거신청인으로 하여금 그 서면을 제시하면서 낭독하게 하거나 이에 갈음하여 그 내용을 고지 또는 열람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판시한다. 앞 장의 빈칸을 무엇으로 채울지가 가려지려면, 먼저 제출된 것을 법정에서 어떻게 조사하는지가 정해져야 한다는 뜻이 이 판시에 담겨 있다.
이렇게 별도의 증명 요구와 그 증명이 서는 자리가 확인되면, 남는 것은 이 요구가 담긴 조문의 문언이다. 그 조문이 서류 그 밖의 물건에 관한 기준을 어디에 두고 정보저장매체에 저장된 진술과 과학적 분석 결과를 어떻게 부르는지를 읽는 일만 남는다. 앞 장의 결론이 그러한 문언 읽기로 넘어갈 수 있게 자리를 마련한 셈이며, 그 문언에 무엇을 보태지 않고 그 자체로 읽는 것이 다음에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