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제292조의3과 형사소송규칙 제134조의7·제134조의8이 디지털 증거의 조사에서 무엇을 정하는지를 묻는다. 조사방식과 증명방법의 경계를 나누어 그 밖의 증거의 조사방식, 문자정보의 증거조사 방식, 음성·영상자료의 조사방식을 읽고, 복제본 동일성이 남는 자리를 확인한다.
3.1그 밖의 증거의 조사방식
제313조의 문언이 미치는 범위를 정리한 뒤에 남는 물음은 조사방식을 정하는 제292조의3이 무엇을 규율하는지이다. 형사소송법 제292조의3은 그 대상을 이렇게 적는다. "도면·사진·녹음테이프·비디오테이프·컴퓨터용디스크, 그 밖에 정보를 담기 위하여 만들어진 물건으로서 문서가 아닌 증거의 조사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법원규칙으로 정한다." 이 문언은 조사의 대상이 되는 물건을 열거하고, 그 조사에 필요한 사항을 어디에 정할지 정할 뿐이다.
조문의 열거에 따르면 대상은 도면, 사진, 녹음테이프, 비디오테이프, 컴퓨터용디스크이다. 복제된 하드디스크와 그 안에서 뽑아낸 파일은 "그 밖에 정보를 담기 위하여 만들어진 물건으로서 문서가 아닌 증거"에 걸린다. 압수 현장에서 만든 복제본과 그 복제본에서 뽑은 파일 300개는 모두 이 조문이 말하는 증거의 범위에 들며, 그 조사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이 규칙의 대상이 된다.
조문이 정하는 것은 "조사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이다. 문언은 조사의 절차와 방법을 가리킬 뿐, 증거의 동일성을 어떻게 확보할지, 보관 기록을 어떻게 남길지, 분석 도구의 종류와 설정을 어떻게 밝힐지를 직접 정하지 않는다. 확인서에 적힌 해시값과 보관 기록의 9일간 빈칸은 조문의 문언이 직접 다루는 대상이 아니며, 그 법적 효과는 이 조문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이 조문은 그 사항을 대법원규칙에 맡긴다. 따라서 조사방식의 구체적인 내용은 조문 안에 들어 있지 않다. 분석 도구의 종류와 설정, 파일 300개를 뽑은 기준과 그 선택이 누구의 판단에 따른 것인지에 관한 항목은 미정으로 남는다. 조문에 없는 조사 절차나 요건을 새로 만들어 넣으면 문언이 정한 범위를 넘어서게 된다.
그러므로 제292조의3은 문서가 아닌 증거의 조사에 필요한 사항을 규칙에 위임한 조문이다. 이 조문의 범위 안에서 복제본과 추출 파일의 조사방식을 논할 수 있으나, 무결성의 확정이나 증거능력의 유무를 이 조문에서 끌어낼 수는 없다. 관찰된 사실의 나열이 법적 평가를 뜻하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조문의 위임이 곧 결과의 확정을 뜻하지 않는다.
3.2조사방식과 증명방법의 경계
형사소송법 제292조의3이 필요한 사항을 대법원규칙에 맡긴 뒤에, 남는 것은 그 사항이 닿는 범위의 문제이다. 조사의 방식을 정하는 일과 증거의 동일성을 증명하는 일이 같은 자리에 놓이는지 가려야 한다. 조문이 비워 둔 자리를 임의로 채우지 않는 한에서 이 구분을 살핀다.
대상의 한계는 형사소송법 제292조의3의 문언에서 먼저 드러난다. 그 조문은 "도면·사진·녹음테이프·비디오테이프·컴퓨터용디스크, 그 밖에 정보를 담기 위하여 만들어진 물건으로서 문서가 아닌 증거의 조사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법원규칙으로 정한다"고 정한다(형사소송법 제292조의3). 이 문언은 조사의 대상인 증거의 물건을 열거하고, 그 조사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규칙이 정하도록 위임한다. 이 사례에서 복제된 하드디스크와 그 복제본에서 뽑은 파일 300개가 이 열거에 놓이는지는 별개의 확인을 요한다.
위임되는 사항의 성격도 같은 문언에 담겨 있다. 조문은 그 대상의 "조사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칙에 맡길 뿐이고, 그 증거의 동일성을 어떻게 증명할지까지 규칙이 정하도록 한 것은 아니다. 동일성의 증명 방법은 이 조사방식의 조문이 정하는 바 밖에 놓인다. 따라서 확인서에 적힌 해시값과 피압수자 무의 서명이 갖는 법적 의미는 제292조의3의 문언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조사의 방식은 증거를 법정에서 어떻게 제시하고 열람하게 하는지를 다룬다. 이 사례에서 법정에 제출된 것은 파일 300개와 분석 보고서이며, 그 제출물이 어떤 방식으로 조사되었는지는 제292조의3이 규칙에 맡긴 사항의 테두리 안에서 확인할 일이다. 한편 해시값을 처음 계산한 시점이 언제인지, 보관 기록에 남은 9일의 빈칸 동안 복제본이 누구의 손에 있었는지는 조사의 방식과는 다른 차원의 사실이다.
사용한 분석 도구의 종류와 설정, 파일 300개를 뽑은 기준과 그 선택이 누구의 판단에 따른 것인지도 마찬가지이다. 이 항목들은 관찰된 사실의 나열에 그치며, 그 결과가 곧 무결성의 확정이나 증거능력의 유무를 뜻하지 않는다. 제292조의3은 조사의 방식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규칙이 정하게 할 뿐이고, 보관 기록의 형식이나 동일성의 증명 방법을 규정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제292조의3이 정하는 것은 증거의 조사 방식에 한정되고, 동일성을 어떻게 증명할지는 이 조문이 다루지 않는다. 조문이 비워 둔 증명 방법과 보관 기록의 형식을 임의로 채워 넣는 것은 문언이 허용하지 아니한다. 이 사례에서 확인서와 보관 기록이 갖는 증명력은 별도의 근거에서 검토되어야 하고, 그 근거가 무엇인지 제292조의3만으로는 특정되지 아니한다.
3.3문자정보의 증거조사 방식
제292조의3이 조사의 방식에 그치는지에 관한 검토를 마친 뒤, 형사소송규칙 제134조의7이 컴퓨터용디스크 등에 기억된 문자정보에 대하여 요구하는 방식을 살펴보아야 한다. 나아가 이 규칙이 복제와 보관에 관하여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말하지 않는지가 함께 드러난다.
규칙의 제1항은 증거자료로 삼을 때의 출력 방식을 다음과 같이 정한다. 형사소송규칙 제134조의7 제1항은 “컴퓨터용디스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정보저장매체(다음부터 이 조문 안에서 이 모두를 “컴퓨터디스크 등”이라 한다)에 기억된 문자정보를 증거자료로 하는 경우에는 읽을 수 있도록 출력하여 인증한 등본을 낼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문언이 정하는 것은 읽을 수 있는 출력물의 제출이지, 그 출력물에 이르기까지의 복제 절차나 보관 상태의 기록이 아니다. 압수 현장에서 노트북 하드디스크의 내용을 복제한 뒤 파일 300개를 뽑아 법정에 제출한 경우, 이 항은 제출된 출력물이 읽을 수 있고 인증된 등본인지를 묻는 데에 머문다.
제2항은 출처의 소명을 요구한다. 같은 규칙 제134조의7 제2항은 “컴퓨터디스크 등에 기억된 문자정보를 증거로 하는 경우에 증거조사를 신청한 당사자는 법원이 명하거나 상대방이 요구한 때에는 컴퓨터디스크 등에 입력한 사람과 입력한 일시, 출력한 사람과 출력한 일시를 밝혀야 한다”고 정한다. 이 요구는 법원의 명령이나 상대방의 요구가 있을 때에 비로소 발생한다. 입력자와 입력시각, 출력자와 출력시각을 밝히는 것으로 한정되어 있으며, 복제본이 누구의 손에 있었는지에 관한 보관 기록이나 해시값 계산의 시점은 열거되어 있지 않다. 보관 기록에 9일간의 빈칸이 있는 사안에서 그 빈칸 자체를 이 항이 정한 소명의 대상으로 삼을 근거는 문언에서 찾기 어렵다.
도면이나 사진에 관한 정보도 같은 방식으로 다루어진다. 형사소송규칙 제134조의7 제3항은 “컴퓨터디스크 등에 기억된 정보가 도면·사진 등에 관한 것인 때에는 제1항과 제2항의 규정을 준용한다”고 선언한다. 준용의 범위는 제1항의 출력 등본과 제2항의 소명에 그치므로, 도면의 경우에는 그 출력물과 출처의 소명이 요구되며 그 이상의 절차가 새로 생기지는 않는다.
문언이 정한 범위에서 벗어나는 항목은 그대로 비워 두어야 한다. 해시값을 처음 계산한 시점, 복제본의 보관자, 사용한 분석 도구의 종류와 설정, 파일 300개를 뽑은 기준과 선택 주체는 모두 미정이다. 규칙이 이 항목들을 요구하지 않으므로, 그 미정 상태가 곧 조사방식의 위반을 뜻하지는 않는다. 다만 출력 등본과 출처의 소명에 관한 제1항과 제2항이 충족되는지의 판단에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며, 남는 자리는 달리 채워 넣지 않는다.
3.4복제본 동일성이 남는 자리
제134조의7이 정한 방식에 따라 출력하여 인증한 등본을 제출하면 그 등본이 증거자료로 쓰인다. 그런데 이 방식이 원매체에서 뽑은 복제본이 원매체와 같은 내용인지, 그 복제본이 법정에 오르기까지 누구의 손에 있었는지까지를 규정하는지는 따로 살펴야 한다. 여기에서 그 자리를 표시한다.
제134조의7 제2항은 특정 사실의 밝힘을 요구한다. 법원이 명하거나 상대방이 요구한 때에는 증거조사를 신청한 당사자가 특정 사실을 밝혀야 한다고 규정한다. 형사소송규칙 제134조의7 제2항은 다음과 같다. "컴퓨터디스크 등에 기억된 문자정보를 증거로 하는 경우에 증거조사를 신청한 당사자는 법원이 명하거나 상대방이 요구한 때에는 컴퓨터디스크 등에 입력한 사람과 입력한 일시, 출력한 사람과 출력한 일시를 밝혀야 한다"[R01]. 이 조항이 밝히라 한 것은 입력의 주체와 시점, 출력의 주체와 시점이다. 앞의 사례에서 압수 현장에서 노트북 하드디스크의 내용을 복제하고 해시값을 확인서에 적었으나, 그 확인서에 기재된 것으로 확인되는 것은 수사관이 적은 해시값과 피압수자 무의 서명뿐이다. 해시값을 처음 계산한 시점이 언제인지는 미정이다. 이는 제2항이 밝히라 한 입력 일시 또는 출력 일시에 대응하는 사실인지가 미정으로 남는다는 뜻이다.
동일성의 문제는 이 조항의 문언에 규정된 항목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제134조의7은 컴퓨터디스크 등에 기억된 문자정보를 읽을 수 있도록 출력하여 인증한 등본을 낼 수 있게 하면서, 제2항에서 네 가지 사실의 밝힘을 요구할 뿐이다. 조항은 복제본과 원매체의 내용이 같은지, 그 같은 내용을 무엇으로 확인하는지에 관하여 정하고 있지 않다. 앞의 사례에서 법정에 제출된 것은 그 복제본에서 뽑은 파일 300개와 분석 보고서이며, 그 복제본이 원매체와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확인을 규정된 방식 안에서 요구하는 조항은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동일성의 증명을 규칙이 정한 방식의 일부로 전제할 수는 없다. 사용한 분석 도구의 종류와 설정, 파일 300개를 뽑은 기준과 그 선택이 누구의 판단에 따른 것인지도 미정으로 남는다.
보관 이력의 기록은 더하여 따로 표시된다. 앞의 사례에서 보관 기록에는 9일간의 빈칸이 있다. 그 9일 동안 복제본이 누구의 손에 있었는지 미정이다. 그런데 제134조의7은 보관 기록을 만들라거나, 그 기록에 기재할 항목과 형식을 정하거나, 그 기록을 언제 작성할지를 정하고 있지 않다. 제2항이 요구하는 입력 사람과 입력 일시, 출력 사람과 출력 일시는 그 빈칸을 메우는 기준이 아니다. 이 규정이 정한 것을 넘어서 보관 기록의 형식이나 작성 시점을 단정할 수 없으며, 규칙에 없는 절차를 끼워 넣어 빈칸을 채울 수도 없다.
이 자리를 규칙이 비워 둔 것으로 확인하는 데서 그치며, 그 비어 있는 자리가 어떤 법적 결과를 끌어오는지까지 여기서 단정하지 않는다. 압수 현장의 복제와 확인서의 서명이 관찰된 사실로 기록된 것으로서, 그 사실이 곧 무결성의 확정 또는 증거능력의 유무를 뜻하지는 않는다. 복제본 동일성과 보관 이력이 제134조의7의 방식 밖에 남아 있는 자리는 이렇게 표시된다.
3.5음성·영상자료의 조사방식
제134조의7이 복제본과 원매체의 동일성 증명을 다루지 않는 자리를 표시한 데 이어, 음성과 영상을 담은 매체는 증거조사를 어떤 방식으로 거치는지가 남는다. 형사소송규칙 제134조의8은 이 물음에 대해 신청의 요건, 보조 서면의 제출, 조사의 방법, 그리고 일부 재생의 허용을 차례로 적는다. 이 조항의 문언이 정하는 방식을 그대로 읽어 두어야, 규정이 비워 둔 자리를 임의로 메우지 않을 수 있다.
먼저 증거조사를 신청하는 때에 밝혀야 할 사항이 정해져 있다. 형사소송규칙 제134조의8 제1항은 "녹음·녹화테이프, 컴퓨터용디스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음성이나 영상을 녹음 또는 녹화(다음부터 이 조문 안에서 “녹음·녹화 등”이라 한다)하여 재생할 수 있는 매체(다음부터 이 조문 안에서 “녹음·녹화매체 등”이라 한다)에 대한 증거조사를 신청하는 때에는 음성이나 영상이 녹음·녹화 등이 된 사람, 녹음·녹화 등을 한 사람 및 녹음·녹화 등을 한 일시 · 장소를 밝혀야 한다"고 정한다. 이 항이 요구하는 것은 녹음·녹화의 대상이 된 사람, 이를 행한 사람, 그리고 일시와 장소의 표시이다. 조사가 신청된 매체의 보관 이력이나 복제본의 동일성에 관한 사정은 이 항의 요건에 들어 있지 않다.
신청에 부수하여 설명 서면을 낼 때가 있다. 같은 조항 제2항은 "녹음·녹화매체 등에 대한 증거조사를 신청한 당사자는 법원이 명하거나 상대방이 요구한 때에는 녹음·녹음매체 등의 녹취서, 그 밖에 그 내용을 설명하는 서면을 제출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 규정은 서면의 제출을 언제나 강제하지 않고, 법원의 명령이나 상대방의 요구가 있을 때로 한정한다. 서면의 종류는 녹취서나 그 내용을 설명하는 서면으로 열거되어 있으며, 그 서면이 원매체와 복제본의 동일성을 증명하는 형식까지 정하지는 않는다.
조사의 방법은 재생을 통한 청취나 시청으로 정해진다. 같은 조항 제3항은 "녹음·녹화매체 등에 대한 증거조사는 녹음·녹화매체 등을 재생하여 청취 또는 시청하는 방법으로 한다"고 적는다. 조사의 핵심이 매체에 담긴 음성과 영상을 재생으로 확인하는 데 있음이 문언에서 드러난다. 다만 이 항은 재생할 매체가 복제본인지 원매체인지를 가르지 않는다.
재생의 범위를 좁힐 수 있는 경우도 함께 정해진다. 같은 조항 제4항은 "제3항의 경우 재판장은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의견을 들어 녹음·녹화매체 등의 중요 부분만을 재생하여 청취 또는 시청할 수 있다"고 두고, " <신설 2025. 2. 28.>"이라 덧붙인다. 재생의 축소는 재판장이 결정하되, 검사와 피고인, 변호인의 의견을 듣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 항은 어느 부분을 중요하다고 볼지, 또 그 판단이 어떤 자료에 근거할지를 적지 않는다.
이 항목들이 관찰된 사실의 나열일 뿐이고 그 결과가 곧 무결성의 확정이나 증거능력의 유무를 뜻하지 않는 점을 앞에 둔다. 형사소송규칙 제134조의8이 정하는 것은 신청의 요건 표시, 요구가 있을 때의 설명 서면, 재생을 통한 청취와 시청, 그리고 의견 청취를 전제로 한 중요 부분 재생이다. 복제본을 누가 어떤 상태로 보관했는지, 해시값을 언제 계산했는지, 파일 300개를 어떤 기준으로 뽑았는지에 대해서는 이 조항의 문언이 답하지 않는다. 문자정보에 관한 규정의 내용을 그대로 음성과 영상의 매체에 옮길 수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3.6세 규정이 비워 둔 자리
음성·영상자료의 조사방식을 규정한 제134조의8의 문언이 무엇을 정하고 무엇을 남겼는지 확인한 데서 멈추지 않고, 이제 그 앞뒤의 규정이 함께 그어 놓은 경계를 물어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292조의3은 문서가 아닌 증거의 조사에 관해 필요한 사항의 위임 범위를 정한다. 그 조문은 이렇게 적는다. "도면·사진·녹음테이프·비디오테이프·컴퓨터용디스크, 그 밖에 정보를 담기 위하여 만들어진 물건으로서 문서가 아닌 증거의 조사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법원규칙으로 정한다." (형사소송법 제292조의3) 이 위임은 조사의 방식에 관한 사항을 대법원규칙의 몫으로 남긴다.
그 몫을 받은 형사소송규칙 제134조의7은 문자정보의 조사에 관한 절차를 정한다. 조사의 신청에서 출처를 밝히는 의무를 두는 대목은 이렇다. "컴퓨터디스크 등에 기억된 문자정보를 증거로 하는 경우에 증거조사를 신청한 당사자는 법원이 명하거나 상대방이 요구한 때에는 컴퓨터디스크 등에 입력한 사람과 입력한 일시, 출력한 사람과 출력한 일시를 밝혀야 한다." (형사소송규칙 제134조의7) 이 문장은 입력과 출력의 시점 및 행위자를 요구한다. 압수 현장에서 복제가 이루어진 시각이나 복제본이 보관되는 동안의 이동 경로는 이 문장이 적어 놓은 항목에 들어 있지 않다.
같은 규칙 제134조의8은 음성·영상자료의 조사에 관한 신청 단계의 밝힐 사항을 정한다. 그 첫 항은 이렇게 읽힌다. "녹음·녹화테이프, 컴퓨터용디스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음성이나 영상을 녹음 또는 녹화(다음부터 이 조문 안에서 “녹음·녹화 등”이라 한다)하여 재생할 수 있는 매체(다음부터 이 조문 안에서 “녹음·녹화매체 등”이라 한다)에 대한 증거조사를 신청하는 때에는 음성이나 영상이 녹음·녹화 등이 된 사람, 녹음·녹화 등을 한 사람 및 녹음·녹화 등을 한 일시 · 장소를 밝혀야 한다." (형사소송규칙 제134조의8) 녹음과 녹화의 당사자와 시각·장소가 요구의 대상이다. 이 항 역시 복제의 시점이나 보관의 경로를 요구하지 아니하며, 분석 도구의 종류와 설정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이 세 조문이 함께 그리는 선은 분명하다. 조사의 방식과 신청 시 밝힐 출처가 정해졌고, 압수 단계에서 복제본이 어떻게 취급되었는지, 해시값이 언제 처음 계산되었는지, 어떤 도구로 분석했는지는 아무도 정하지 않았다. 앞의 사례에서 보관 기록에 남은 9일간의 빈칸, 해시값 산출 시점의 불확실, 분석 도구와 설정의 미정, 파일 300개 선정 기준과 판단 주체의 미정은 모두 이 빈자리에 놓인다. 관찰된 사실의 나열은 무결성의 확정이나 증거능력의 유무를 뜻하지 아니하므로, 빈자리를 수사기관 내부 지침이나 사례의 추측으로 메울 수는 없다.
따라서 이 장의 물음에 대한 답은 한정되어 있다. 조문이 정한 것은 조사의 방식과 신청자가 밝힐 출처의 항목이며, 그 밖의 사정은 조문이 비워 둔 자리로 남는다. 남은 사정을 무엇으로 채울지는 별개의 근거를 요하는 문제이고, 세 규정만으로는 그 근거를 찾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