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분석 도구와 분석자의 신뢰성이 법정에서 어떻게 심사되는지를 묻는다. 기계적 정확성, 프로그램의 신뢰성, 조작자의 전문성에 관한 대목을 읽고, 법정에서 이를 확인하는 수단의 종류를 정리한다. 심사가 미치는 경계를 함께 적는다.
13.1도구와 사람에 대한 요건
복제본의 행방과 확인 시점이 빈칸으로 남은 채 도구와 손에 대한 심사로 넘어간다. 앞 절이 남긴 물음은 디지털 증거를 확인한 장치와 그 장치를 다룬 사람을 각각 어디에 두고 살펴보아야 하는지이다. 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7도7257 판결의 판결요지는 이 자리를 나누는 문구를 담고 있다.
그 판결은 디지털 저장매체에서 뽑아낸 문건을 증거로 쓰는 조건을 차례로 밝힌다. 먼저 원본과 출력물의 관계를 아래와 같이 요구한다. "압수물인 디지털 저장매체로부터 출력한 문건을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저장매체 원본에 저장된 내용과 출력한 문건의 동일성이 인정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디지털 저장매체 원본이 압수시부터 문건 출력시까지 변경되지 않았음이 담보되어야 한다." 이는 출력물이 압수 시점의 원본에서 나왔음을 확인하는 첫째 자리이다. 이 사례에서 노트북 하드디스크를 복제한 뒤 복제본을 보관했다면, 복제본에서 뽑은 파일 300개가 원본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지가 이 자리에 놓인다.
복제본에서 출력하는 경우에는 확인할 자리가 하나 더 있다. 판결요지는 그 자리를 다음과 같이 가른다. "특히 디지털 저장매체 원본을 대신하여 저장매체에 저장된 자료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로부터 출력한 문건의 경우에는 디지털 저장매체 원본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 사이에 자료의 동일성도 인정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용한 컴퓨터의 기계적 정확성, 프로그램의 신뢰성, 입력·처리·출력의 각 단계에서 조작자의 전문적인 기술능력과 정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이 문장은 복제본과 원본 사이의 동일성, 그리고 그 동일성을 확인하는 데 쓰인 것들의 담보를 함께 요구한다. 이 사례에서 복제본을 이용해 파일 300개를 뽑았으므로, 복제본과 하드디스크 원본의 동일성과 확인에 쓰인 것들의 담보가 함께 문제 된다.
여기서 판결요지가 놓은 자리를 구분할 수 있다. 컴퓨터의 기계적 정확성, 프로그램의 신뢰성, 조작자의 전문적인 기술능력과 정확성은 모두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용되거나 동원되는 요건이다. 앞의 동일성 요건이 원본과 복제본, 그리고 원본과 출력물 사이의 대응 관계를 다룬다면, 이 셋은 그 대응을 확인한 작업 자체에 관한 것이다. 기계적 정확성과 프로그램의 신뢰성은 확인에 쓰인 장치와 도구에 놓이고, 조작자의 기술능력과 정확성은 입력·처리·출력의 각 단계를 수행한 사람에 놓인다. 판결요지는 이 셋을 나란히 적으면서도 장치와 도구를 묶어 다루고, 사람을 단계별로 나누어 다룬다.
이 사례에서 사용한 분석 도구의 종류와 설정은 미정이고, 해시값을 처음 계산한 시점이 언제인지, 그 9일 동안 복제본이 누구의 손에 있었는지도 미정이다. 이런 미정 항목은 판결요지가 요구한 담보 가운데 어떤 것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인지 살피는 자리에 놓인다. 다만 관찰된 사실의 나열이 곧 무결성의 확정이나 증거능력의 유무를 뜻하지는 않는다. 판결요지가 정리한 것은 출력 문건을 증거로 사용하기 위한 요건이 어떤 것인지일 뿐, 이 판결이 다른 요건까지 정리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진술증거로 쓰는 경우에 전문법칙이 적용된다는 문구도 별도의 자리에 놓여 있다. 판결요지는 "그 기재 내용의 진실성에 관하여는 전문법칙이 적용되므로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에 따라 그 작성자 또는 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된 때에 한하여 이를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적는다. 이는 위의 동일성·담보 요건과 나란히 놓이는 조건이다.
13.2기계적 정확성과 프로그램
도구와 사람을 가른 자리에서 남는 것은 기계적 정확성과 프로그램의 신뢰성이 서로 다른 항목으로 놓이는지이다. 이 물음은 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7도7257 판결과 대법원 2018. 2. 8. 선고 2017도13263 판결의 판결요지에 든 문구로만 확인한다. 먼저 앞의 판결이 출력 문건의 증거능력 요건을 열거한 문장부터 읽는다.
2007도7257 판결은 디지털 저장매체에서 출력한 문건을 증거로 쓰려면 원본과 출력물의 동일성이 담보되어야 한다고 전제한다. 판결요지는 그 조건을 이렇게 적는다. "특히 디지털 저장매체 원본을 대신하여 저장매체에 저장된 자료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로부터 출력한 문건의 경우에는 디지털 저장매체 원본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 사이에 자료의 동일성도 인정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용한 컴퓨터의 기계적 정확성, 프로그램의 신뢰성, 입력·처리·출력의 각 단계에서 조작자의 전문적인 기술능력과 정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7도7257 판결) 이 문장에서 기계적 정확성은 이용한 컴퓨터에 붙고, 프로그램의 신뢰성은 확인 과정에 쓰인 프로그램에 붙는다. 조작자의 전문성은 입력·처리·출력의 각 단계에 붙어 세 번째로 놓인다. 항목이 쉼표로 나뉘어 병렬로 적힌 만큼, 판결은 세 가지를 각각 담보되어야 할 대상으로 둔다.
이 항목이 서로 다른 검사 대상이라는 점은 이 문장의 어구가 무엇에 무엇이 담보되어야 하는지를 나누어 적는 데서 드러난다. 기계적 정확성은 도구인 컴퓨터의 능력을 가리키고, 프로그램의 신뢰성은 그 컴퓨터 위에서 돌아가는 처리 규칙의 믿을 만함을 가리킨다. 압수 현장에서 하드디스크를 복제하고 해시값을 확인서에 적은 뒤 피압수자 무의 서명을 받은 경우, 판결이 요구한 확인 과정에는 이 두 항목이 함께 놓인다. 다만 판결요지의 문구는 그 둘을 하나로 합치지 않고 나란히 적고 있다. 해시값을 처음 계산한 시점과 복제본 보관 기록의 9일 빈칸이 무엇을 가리키는지를 가를 때에도 이 구분은 그대로 둔다.
2017도13263 판결은 전자문서 파일의 사본이나 출력물이 인위적 개작 없이 원본 내용을 그대로 복사·출력한 것임을 증명하는 방법을 적는다. 판결요지는 그러한 증명의 근거로 "원본이나 사본 파일 생성 직후의 해시(Hash)값 비교, 전자문서 파일에 대한 검증·감정 결과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 있다"고 둔다. 해시값 비교가 동일성 판단의 한 사정으로 적힌 것은 앞 판결이 요구한 확인 과정이 어떻게 채워지는지를 보여준다. 이 판결이 제시한 사정 가운데 해시값 비교나 검증·감정은 결과를 산출하는 처리를 전제로 하고, 그 처리가 쓴 도구와 규칙이 이 자리에서의 검토 대상이 된다.
그러나 2017도13263 판결의 판결요지는 컴퓨터의 기계적 정확성이나 프로그램의 신뢰성을 직접 적지 않는다. 이 판결이 적은 것은 전자문서 파일의 사본·출력물이 원본 내용을 그대로 복사·출력한 것이라는 사실과 그 증명책임의 소재이다. 따라서 두 판결의 판결요지에 든 문구만으로는, 이 판결이 앞 판결이 구분한 기계적 정확성과 프로그램의 신뢰성을 각각 어떻게 다루었는지가 드러나지 않는다. 판결요지에 나타나지 않은 도구의 인증 절차나 통계 수치를 끌어와 그 자리를 메울 수 없다. 분석 도구의 종류와 설정, 그리고 파일 300개를 뽑은 기준이 무엇인지가 미정으로 남는 이 사례에서, 판결이 정하지 않은 범위를 스스로 채우지 않는 것이 이 자리의 태도이다.
판결요지에 적힌 문구로만 확인하면, 기계적 정확성과 프로그램의 신뢰성은 2007도7257 판결이 나란히 요구한 담보 대상이며 각각 다른 것을 가리킨다. 2017도13263 판결은 동일성 증명의 방법을 적으면서 이 구분을 다시 적지는 않았다. 두 항목이 담보되었는지 판단하려면 확인 과정에 쓰인 컴퓨터와 프로그램이 각각 무엇이었는지가 밝혀져야 한다. 이 사례에서 그 항목들은 미정으로 남고, 판결요지가 제공한 문구가 그 자리를 표시한다.
13.3조작자의 전문성 심사
프로그램의 신뢰성과 기계적 정확성이 서로 다른 검사 대상임을 확인한 뒤에, 그 확인 과정에 사람의 손이 끼어든 자리를 따로 살펴보아야 한다. 2007도7257 판결의 판결요지는 이 자리를 하나의 덩어리로 묶어 두지 않고 네 가지로 나누어 놓았으므로, 그 가운데 조작자의 몫이 어느 정도인지 판결요지에 든 문구로만 가늠한다. 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7도7257 판결은 확인 대상을 이렇게 나열한다. “특히 디지털 저장매체 원본을 대신하여 저장매체에 저장된 자료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로부터 출력한 문건의 경우에는 디지털 저장매체 원본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 사이에 자료의 동일성도 인정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용한 컴퓨터의 기계적 정확성, 프로그램의 신뢰성, 입력·처리·출력의 각 단계에서 조작자의 전문적인 기술능력과 정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이 판결요지는 조작자의 전문적인 기술능력과 정확성을 기계적 정확성·프로그램의 신뢰성과 나란히 놓고 있다. 곧 조작자의 전문성은 도구의 신뢰성에 흡수되지 않는 별개의 담보 항목이다. 아울러 이 판결요지는 조작자의 요건을 입력·처리·출력의 각 단계에 붙여 놓았다. 그러므로 조작자의 전문성은 한 시점의 자격이 아니라 단계마다 확인되어야 할 사정이다.
2017도13263 판결의 판결요지는 인위적 개작이 없는 복사·출력을 증명하는 방법 가운데 사람의 말을 첫 자리에 둔다. 대법원 2018. 2. 8. 선고 2017도13263 판결은 증명 수단을 이렇게 적는다. “그리고 증거로 제출된 전자문서 파일의 사본이나 출력물이 복사·출력 과정에서 편집되는 등 인위적 개작 없이 원본 내용을 그대로 복사·출력한 것이라는 사실은 전자문서 파일의 사본이나 출력물의 생성과 전달 및 보관 등의 절차에 관여한 사람의 증언이나 진술, 원본이나 사본 파일 생성 직후의 해시(Hash)값 비교, 전자문서 파일에 대한 검증·감정 결과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 있다.” 여기에서 ‘관여한 사람의 증언이나 진술’은 절차에 관여한 사람이면 누구든 될 수 있는 것으로 적혀 있다. 판결요지는 그 사람에게 전문가 자격이나 별도의 이수 기록을 요구하는 말을 달아 두지 않았다. 대신 그 사람이 한 말을 해시값 비교와 검증·감정 결과와 함께 놓고 종합적으로 판단하도록 정하고 있다.
두 판결을 나란히 놓고 보면, 조작자의 전문성이 도구의 신뢰성과 분리되어 다루어진다는 점은 분명하다. 2007도7257 판결은 조작자의 전문적인 기술능력과 정확성을 기계와 프로그램의 항목 옆에 별도로 둔다. 2017도13263 판결은 증명 수단 가운데 사람의 증언과 진술을 독립된 한 가지로 적는다. 그러므로 이 사례에서 조작자의 전문성은 분석 도구의 성능을 가늠하는 문제와 함께 묶어서 다룰 일이 아니다. 수사관이 해시값을 확인서에 적고 피압수자 무의 서명을 받은 뒤에, 그 복제본에서 파일 300개를 뽑고 분석 보고서를 쓰기까지 거친 손길이 별도의 검사 대상이 된다.
다만 두 판결의 판결요지가 정한 범위를 넘어서는 안 된다. 2007도7257 판결은 담보되어야 할 요건으로 ‘전문적인 기술능력과 정확성’을 적었을 뿐, 그 능력을 어떤 자격으로 증명하는지, 어떤 교육을 이수해야 하는지에 관한 기준을 세우지 않았다. 2017도13263 판결 역시 절차에 관여한 사람의 증언이나 진술을 증명 수단으로 적었을 뿐, 그 사람의 경력 연수나 보수 교육을 요건으로 내세우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 사례에서 수사관이 어떤 자격을 갖추었는지,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는 미정으로 남아 있으며, 판결요지가 그 항목들을 새로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조작자의 전문성은 자격증이나 이수증의 유무로 확정되는 항목이 아니며, 입력·처리·출력의 각 단계에서 그 사람의 기술능력과 정확성이 담보되었는지, 그리고 그 사람이 절차에 관여한 자로서 어떤 증언과 진술을 내놓는지를 함께 살펴 판단할 자리이다. 이 사례에서는 해시값을 처음 계산한 시점이 언제인지, 9일 동안 복제본이 누구의 손에 있었는지, 사용한 분석 도구의 종류와 설정, 파일 300개를 뽑은 기준과 그 선택이 누구의 판단에 따른 것인지가 모두 미정이다. 이 미정 항목들은 조작자의 전문성을 판결요지가 정한 범위 안에서 검토할 때 채워 넣어야 할 자리에 해당하며, 그 자체로 무결성의 확정이나 증거능력의 유무를 뜻하지는 않는다.
13.4법정의 확인 수단
조작자의 전문성이 도구의 신뢰성과 구분되는 것으로 확인된 뒤에, 법정에서 요구되는 것은 그 확인이 남기는 흔적의 종류를 밝히는 일이다. 2017도13263 판결은 전자문서 파일의 동일성을 증명하는 수단으로 몇 가지를 함께 들고 있다.
대법원 2018. 2. 8. 선고 2017도13263 판결은 전자문서 파일의 사본이 인위적 개작 없이 복사되었음을 보이는 방법을 열거하며, "전자문서 파일의 사본이나 출력물의 생성과 전달 및 보관 등의 절차에 관여한 사람의 증언이나 진술, 원본이나 사본 파일 생성 직후의 해시(Hash)값 비교, 전자문서 파일에 대한 검증·감정 결과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 있다"고 설시하였다. 여기서 확인 수단은 증언·진술, 해시값 비교, 검증·감정의 세 가지로 특정되며, 이 셋은 함께 놓이고 종합되어 판단의 근거가 된다.
이 판결이 해시값 비교에 단서를 달았다는 점은 주의를 요한다. 인용문에서 해시값은 "원본이나 사본 파일 생성 직후의 해시(Hash)값 비교"(대법원 2018. 2. 8. 선고 2017도13263 판결)로 한정되어 있다. 해시값 자체를 계산한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계산이 파일 생성 직후에 이루어졌다는 점이 함께 놓여야 한다. 수사관이 압수 현장에서 복제본의 해시값을 확인서에 적은 일은 이 요건에 부합하는 기록으로 기능할 수 있다.
한편 대법원 2018. 2. 8. 선고 2017도13263 판결은 압수물 목록의 형식에 관하여, "압수된 정보의 상세목록에는 정보의 파일 명세가 특정되어 있어야 하고, 수사기관은 이를 출력한 서면을 교부하거나 전자파일 형태로 복사해 주거나 이메일을 전송하는 등의 방식으로도 할 수 있다"고 설시하였다. 특정되어야 할 것은 파일 명세이고, 교부의 방식으로는 서면 출력, 전자파일 복사, 이메일 전송이 함께 적시되어 있다.
그러나 이 판결요지가 보관 절차의 형식이나 보관 기록의 형식을 요건으로 제시하지는 않았다. 수사관이 확인서에 해시값을 적고 피압수자 무의 서명을 받은 절차, 보관 기록에 9일간의 빈칸이 남은 점은 이 판결이 명시한 확인 수단의 목록 안에 자리를 잡는 것으로 한정해 읽어야 한다. 해시값을 처음 계산한 시점, 그 9일 동안 복제본의 소재, 분석 도구의 종류와 설정, 파일 300개를 뽑은 기준과 그 선택의 주체는 판결이 정한 확인 수단 가운데 어디에 해당하는지가 미정이다. 판결이 정한 수단의 범위를 넘어서 보관 절차를 새 요건으로 덧붙이지 않는 한, 이 미정 항목들은 확인 수단의 종류를 나눈 뒤에 남는 것으로 두어야 한다.
13.5심사의 경계와 남김
법정의 확인 수단이 확인서와 제출물에 모이는 것으로 정리된 뒤에 남는 물음은, 그 수단만으로 도구와 분석자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가이다. 앞선 판례는 증거로 제출된 사본이 인위적 개작 없이 원본 내용 그대로 복사·출력된 것임을 검사가 주장·증명하도록 요구하였다. 그런데 그 증명이 어떤 기술을 거쳐 성립했는지까지 밝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이 항목은 이 사례에서 해시와 서명으로 확인된 범위와, 확인에 쓰인 도구의 내부가 드러나지 않은 채로 남는 범위를 가르는 일을 다룬다.
도구의 정확성을 문제 삼는 근거는 앞서 살핀 판결의 문장에 이미 들어 있다. 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7도7257 판결은 이 사례에서 사용한 복제 방식과 판정 절차가 어떤 조건 아래 놓여야 하는지 밝히면서,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용한 컴퓨터의 기계적 정확성, 프로그램의 신뢰성, 입력·처리·출력의 각 단계에서 조작자의 전문적인 기술능력과 정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고 들었다. 이 판결은 다만 담보가 요구된다고만 말할 뿐, 그 담보가 무엇을 무엇에 대해 증명해야 하는지의 경계는 짚지 아니한다. 그러므로 무가 받은 서명과 확인서에 적힌 해시값이 확정한 동일성의 범위와, 그 계산에 쓰인 프로그램 자체의 신뢰성은 같은 자리에 놓이지 아니한다.
확인 수단이 닿는 범위를 다시 밝히기 위하여 같은 판결이 요구한 증명의 짜임을 적는다. 대법원 2018. 2. 8. 선고 2017도13263 판결은, "원본임이 증명되거나 혹은 원본으로부터 복사한 사본일 경우에는 복사 과정에서 편집되는 등 인위적 개작 없이 원본의 내용 그대로 복사된 사본임이 증명되어야만 하고, 그러한 증명이 없는 경우에는 쉽게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였다. 같은 판결이 그 증명이 무엇으로 성립할 수 있는지도 함께 열었다. "전자문서 파일의 사본이나 출력물의 생성과 전달 및 보관 등의 절차에 관여한 사람의 증언이나 진술, 원본이나 사본 파일 생성 직후의 해시(Hash)값 비교, 전자문서 파일에 대한 검증·감정 결과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 있다"(대법원 2018. 2. 8. 선고 2017도13263 판결). 이 두 문장에 이 사례의 사실을 놓으면, 해시값과 서명은 증명의 수단 가운데 한 갈래로 쓰인다. 다만 그 해시값이 최초로 계산된 시점이 기록되지 아니하였으므로, "생성 직후의 해시(Hash)값 비교"(대법원 2018. 2. 8. 선고 2017도13263 판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확정하지 못한다.
확인 수단이 닿는 곳과 닿지 못하는 곳의 경계가 여기에서 드러난다. 확인서에 적힌 해시값이 같은 값으로 다시 확인되면, 그 비교에 쓰인 두 값이 서로 같다는 사실이 성립한다. 그러나 그 값이 어떤 방식으로 산출되었는지, 그 산출이 어떤 프로그램과 설정 아래 이루어졌는지에 관하여는 기록이 없다. 사용한 분석 도구의 종류와 설정이 미정인 채로 남아 있는 이상, 그 도구의 기계적 정확성과 프로그램의 신뢰성이 담보되었는지는 이 자리에서 논할 수 없다. 같은 방식으로, 파일 300개를 뽑은 기준과 그 선택이 누구의 판단에 따른 것인지도 미정이다. 그러므로 무의 서명이 확인의 무결성을 뒷받침한다 하여도, 선별의 정당성과 분석의 재현 가능성이 함께 성립하였다고는 말할 수 없다.
보관의 결손이 심사의 한계를 더 분명히 한다. 보관 기록에 9일간의 빈칸이 있는 데 더하여, 그 9일 동안 복제본이 누구의 손에 있었는지가 미정이다. 확인서가 받은 서명은 그 시점까지의 동일성만을 표시할 뿐이고, 그 뒤의 9일에 대해서는 말하지 아니한다. 대법원 2018. 2. 8. 선고 2017도13263 판결은 증명 책임의 소재를 분명히 하여, "이러한 원본 동일성은 증거능력의 요건에 해당하므로 검사가 그 존재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주장·증명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빈칸 사이의 동일성이 남아 있는지는 검사가 채워야 할 자리로 남는다.
도구의 내부를 공개하지 아니한 채 어디까지 증명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는 결론을 내리지 아니한다. 앞선 판결들은 담보를 요구할 뿐, 그 담보가 도구의 내부 작동을 법정에 제시하는 것까지 뜻하지는 아니한다. 이 사례에서 해시값과 서명, 보관 기록과 분석 보고서가 각각 무엇을 확정하고 무엇을 남겨 두었는지는 정리되었다. 그러나 프로그램의 신뢰성을 뒷받침할 근거가 무엇으로 남아야 하는지는 이 자리에서 채우지 못한다. 무결성이 수단과 기록으로 확인되는 범위와, 그 범위 밖에 남은 물음이 함께 놓인 채로 심사는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