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압수 조문이 매체를 손에 넣는 시점의 절차를 어디까지 규율하는지를 묻는다. 제106조의 문언이 압수의 대상과 집행에 관해 무엇을 정하는지를 읽고, 압수 시점의 확인 기록과 서명이 붙은 확인서를 살핀 뒤 복제 이후의 문제를 넘긴다.
4.1압수 조문의 두 축
앞 장이 규정 세 개가 함께 정한 자리와 비워 둔 자리를 가려낸 데서 멈추었다면, 이제는 압수 조문의 문언을 직접 읽으며 법정 근거가 실제로 미치는 범위를 확인할 차례이다. 그 첫 문턱은 형사소송법 제106조가 압수에 대해 무엇을 정하고 무엇을 정하지 않는지 아는 것이다.
형사소송법 제106조 제1항은 압수의 대상과 그 한계를 다음과 같이 정한다. "법원은 필요한 때에는 피고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 증거물 또는 몰수할 것으로 사료하는 물건을 압수할 수 있다. 단, 법률에 다른 규정이 있는 때에는 예외로 한다." 이 문언은 압수의 대상에 세 가지 조건을 놓는다. 대상은 피고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고, 증거물이거나 몰수할 것으로 사료되는 물건이어야 하며, 필요한 때에 한정된다. 단서는 법률에 다른 규정이 있는 경우 이 한정을 벗어날 수 있음을 열어 둔다.
압수의 집행 방식에 관해 제2항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법원은 압수할 물건을 지정하여 소유자, 소지자 또는 보관자에게 제출을 명할 수 있다." 이 조항은 대상의 범위를 새로 정하지 않고, 이미 정해진 대상에 대해 제출을 명하는 방식을 마련한다. 즉 이 항에서 압수의 지위가 넓어지지는 않는다.
그다음으로 제3항은 정보저장매체에 대한 압수의 방식을 따로 둔다. "법원은 압수의 목적물이 컴퓨터용디스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정보저장매체(이하 이 항에서 “정보저장매체등”이라 한다)인 경우에는 기억된 정보의 범위를 정하여 출력하거나 복제하여 제출받아야 한다. 다만, 범위를 정하여 출력 또는 복제하는 방법이 불가능하거나 압수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정보저장매체등을 압수할 수 있다." 이 문언은 출력·복제가 원칙임과 그 방법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할 때 매체 압수가 허용된다는 단서를 함께 둔다. 어느 쪽을 택할지는 문언상 "범위를 정하여 출력 또는 복제하는 방법이 불가능하거나 압수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때"인지에 달렸다.
제4항은 정보 제공의 부수 효과를 명한다. "법원은 제3항에 따라 정보를 제공받은 경우 「개인정보 보호법」 제2조제3호에 따른 정보주체에게 해당 사실을 지체 없이 알려야 한다." 이 항은 정보 제공이 이루어진 뒤의 통지 의무를 정할 뿐, 압수의 대상이나 집행 방식을 다시 그린 것은 아니다.
이렇게 읽힌 제106조는 두 축을 가진다. 한 축은 대상의 자격에 관한 것으로, 관계성과 증거물 내지 몰수 가능성을 요구한다. 다른 축은 집행의 방식에 관한 것으로, 정보저장매체에는 출력·복제가 원칙이고 매체 압수는 단서에 한해 허용된다. 압수 현장의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복제본의 해시값 확인과 서명은 어떤 요건을 갖추었는지는 이 조문이 정하는 항목이 아니다. 그러한 사항이 제106조 문언 안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는지 여부는 이 조문에 드러난 두 축의 바깥에 남는다. 미정인 항목들은 제106조가 다루는 문제로 옮겨오지 않는다.
4.2대상으로 적시된 저장매체
앞 절이 압수의 대상과 집행을 가른 뒤 남긴 물음은, 노트북 하드디스크와 같은 매체가 조문의 어디에 놓이는지였다. 형사소송법 제106조는 이를 두고 정보저장매체등의 처리 방식을 따로 정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106조 제3항은 "법원은 압수의 목적물이 컴퓨터용디스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정보저장매체(이하 이 항에서 “정보저장매체등”이라 한다)인 경우에는 기억된 정보의 범위를 정하여 출력하거나 복제하여 제출받아야 한다"고 정한다. 이 문언에 비추면 노트북 하드디스크는 정보저장매체등에 해당한다. 다만 대상에 든다는 사실만으로 집행의 방법이나 후속 절차가 자동으로 정해지지는 않는다.
제3항은 대상을 적시하면서 처리 원칙과 예외를 함께 둔다. 우선 범위를 정한 출력 또는 복제로 제출받는 것이 원칙이고, 예외는 "범위를 정하여 출력 또는 복제하는 방법이 불가능하거나 압수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때"이다(형사소송법 제106조). 그 경우에 한해 "정보저장매체등을 압수할 수 있다"고 정한다(형사소송법 제106조). 이 사례에서 수사관이 하드디스크의 내용을 복제한 행위가 어느 쪽에 놓이는지는 미정이다. 복제본에서 파일 300개를 뽑은 기준과 그 선택이 누구의 판단에 따른 것인지도 함께 미정이다.
제3항의 대상 규정은 그 자체로 증거능력의 유무를 정하지 않는다. 수사관이 해시값을 확인서에 적고 피압수자 무의 서명을 받은 것은 관찰된 사실의 나열이고, 보관 기록의 9일간 빈칸도 같은 차원의 사실이다. 대상에 든다는 사실을 곧 무결성의 확정이나 증거능력의 확정으로 옮길 수 없다. 해시값을 처음 계산한 시점과 그 9일 동안 복제본이 누구의 손에 있었는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제3항의 원칙을 따를 때 법원이 제출받는 것은 "기억된 정보의 범위를 정하여 출력하거나 복제하여" 제출된 정보이다(형사소송법 제106조). 이 사례에서 법정에 제출된 것은 복제본에서 뽑은 파일 300개와 분석 보고서이고, 사용한 분석 도구의 종류와 설정은 미정이다. 이 항목들 역시 관찰된 사실의 범위를 넘어서지 않으므로, 저장매체가 대상으로 적시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그 결과가 확정되지는 않는다.
4.3집행 시점의 절차 요구
압수 대상의 범위를 가른 뒤에는 조문이 집행의 시점에서 무엇을 하도록 요구하는지가 남는다. 수사관이 현장에서 하드디스크의 내용을 복제하고 해시값을 확인서에 적고 피압수자의 무를 받은 그 행위들이 모두 법정 절차의 요구였는지는, 형사소송법 제106조의 문언을 한 항씩 훑어 비로소 가려진다. 이때 집행을 절차로 묶는 조항과 실무의 관행을 구분하지 않으면, 행위 하나하나가 법에 뿌리를 둔 것처럼 보여 사례의 해석이 흔들린다.
우선 법원의 판단에 관한 문언은 제106조 제1항에 자리한다. 형사소송법 제106조 제1항은 "법원은 필요한 때에는 피고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 증거물 또는 몰수할 것으로 사료하는 물건을 압수할 수 있다. 단, 법률에 다른 규정이 있는 때에는 예외로 한다."고 선언한다(형사소송법 제106조). 이 문언은 무엇을 압수할 수 있는지의 한계를 그으면서, 집행의 방식이나 현장의 행위를 지정하지는 않는다. 노트북 하드디스크가 이 한계 안에 든다는 사실은 앞선 논의가 이미 다루었으나, 그 안에 든다는 사실만으로 현장에서 어떤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요구가 생기지는 않는 셈이다.
물건의 제출을 명하는 절차는 같은 조 제2항이 맡는다. 형사소송법 제106조 제2항은 "법원은 압수할 물건을 지정하여 소유자, 소지자 또는 보관자에게 제출을 명할 수 있다."고 정한다. 여기서 법이 요구하는 것은 압수할 물건의 지정과 제출 명령이며, 이를 집행하는 자에게 해시값의 산출이나 확인서의 작성 같은 기록 행위를 지시하는 문언은 보이지 않는다.
정보저장매체에 관한 절차는 제106조 제3항에서 별도로 정해진다. 형사소송법 제106조 제3항은 "법원은 압수의 목적물이 컴퓨터용디스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정보저장매체(이하 이 항에서 “정보저장매체등”이라 한다)인 경우에는 기억된 정보의 범위를 정하여 출력하거나 복제하여 제출받아야 한다. 다만, 범위를 정하여 출력 또는 복제하는 방법이 불가능하거나 압수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정보저장매체등을 압수할 수 있다."고 요구한다(형사소송법 제106조). 현장에서 내용을 복제한 행위는 이 문언의 요구와 방향을 같이하되, 복제가 끝난 뒤의 확인 기록을 남기라는 지시까지 담은 것은 아니다. 다만 단서가 정한 두 가지 경우에 정보저장매체등 자체를 압수할 수 있다는 예외 역시 집행의 방식을 넓힐 뿐, 기록의 의무를 새로 만들지는 않는다.
정보를 제공받은 뒤의 통지도 집행 이후의 행위를 규율한다. 형사소송법 제106조 제4항은 "법원은 제3항에 따라 정보를 제공받은 경우 「개인정보 보호법」 제2조제3호에 따른 정보주체에게 해당 사실을 지체 없이 알려야 한다."고 정한다. 이 통지의 요구는 정보 제공 이후를 겨냥하므로, 압수의 집행 시점에서 확인서 작성이나 서명을 받도록 하는 요구와는 놓이는 자리가 다르다. 앞의 문언들을 모아 보면, 압수의 집행에 관한 조항이 매체를 손에 넣는 시점에서 요구하는 것은 물건의 지정과 제출 명령, 그리고 기억된 정보의 범위를 정한 출력 또는 복제의 제출뿐이다. 수사관이 해시값을 계산하고 확인서에 기재하고 피압수자의 무를 받은 그 행위는 이 문언들에 명시된 요구와는 별개의 것으로 남는다. 그 행위들이 나중에 어떤 의미를 지닐지는 별론으로 하되, 제106조가 집행 시점에 요구한 행위로 옮겨 적을 수는 없다.
4.4압수 시점의 확인 기록
집행 시점의 절차 요구에 이어, 이제 확인서에 적힌 해시값과 서명이 조문에서 요구된 것인지 살핀다. 수사관은 압수 현장에서 하드디스크의 내용을 복제하고 해시값을 확인서에 적은 뒤 피압수자 무의 서명을 받았다. 이 행위들이 법정 근거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수사 관행으로 채워진 것인지를 구분하려면 우선 정보저장매체등을 다루는 조문의 문언을 읽어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106조 제3항은 정보저장매체등이 압수의 목적물인 경우에 무엇을 받아야 하는지를 정한다. 그 문언은 “법원은 압수의 목적물이 컴퓨터용디스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정보저장매체(이하 이 항에서 “정보저장매체등”이라 한다)인 경우에는 기억된 정보의 범위를 정하여 출력하거나 복제하여 제출받아야 한다. 다만, 범위를 정하여 출력 또는 복제하는 방법이 불가능하거나 압수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정보저장매체등을 압수할 수 있다”라고 정한다(형사소송법 제106조). 이 문언은 출력 또는 복제의 방식과 그 범위를 정하여 제출받을 것을 요구할 뿐이다. 따라서 복제의 결과물을 어느 시점에 어떤 방법으로 확인하는지는 조문이 꼭 정한 바가 아니다.
같은 조 제2항은 제출의 대상을 지정하는 방식에 관한 것이다. 그 문언은 “법원은 압수할 물건을 지정하여 소유자, 소지자 또는 보관자에게 제출을 명할 수 있다”라고 정한다(형사소송법 제106조). 이는 제출의 상대방과 지정의 요건을 말할 뿐, 제출받은 매체의 내용을 확인한 기록을 남기는 절차는 다루지 않는다. 이 사례에서 수사관이 확인서에 해시값을 적고 피압수자 무의 서명을 받은 것은 이런 조문의 요구를 그대로 옮긴 것으로 볼 수 없다. 해시값의 기재와 서명은 관찰된 행위의 나열에 속하며, 그 기재가 법정 요건을 충족하는지는 별도로 판단할 일이다.
확인서에 적힌 시점에 관해서는 확정할 수 있는 바가 없다. 해시값을 처음 계산한 시점이 언제인지 미정이다. 그 계산이 복제 직후 이루어졌는지, 복제본이 다른 장소로 옮겨진 뒤에 이루어졌는지도 미정이다. 시점이 특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확인서의 기재만으로 압수 시점의 상태가 입증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조문이 요구하는 출력 또는 복제의 시점과, 확인서에 적힌 기재의 시점이 같은지 여부는 정해진 바가 없다.
확인서를 둘러싼 나머지 사실도 미정으로 남는다. 보관 기록에는 9일간의 빈칸이 있으며, 그 9일 동안 복제본이 누구의 손에 있었는지 미정이다. 사용한 분석 도구의 종류와 설정도 미정이다. 파일 300개를 뽑은 기준과 그 선택이 누구의 판단에 따른 것인지도 미정이다. 이 항목들은 관찰된 사실의 나열일 뿐이며, 그 결과가 곧 무결성의 확정이나 증거능력의 유무 같은 법적 평가를 뜻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압수 시점의 확인 기록으로서 확인서에 적힌 해시값과 무의 서명은, 조문이 명령한 행위를 옮긴 것인지 임의로 채워진 수사 실무의 관행인지를 가리기 전에는 그 법적 의미가 정해지지 않는다. 확인서에 적힌 시점 자체도 미정 사항을 보완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다. 이 항목들을 임의로 특정하거나 메우는 것은 확인 기록의 의미를 처음부터 정해 놓는 일이 된다.
4.5서명이 붙은 확인서
무의 서명이 확인서에 붙었다는 사실만으로 그 서면이 증거로 쓰이기 위한 문턱이 낮아지는지는 따로 살펴야 한다. 확인서는 누가 작성한 것이고 그 기재가 무엇을 진술한 것인지에 따라 형사소송법 제313조의 문언 앞에 놓이게 된다. 이는 무의 서명이 증명하는 대상이 무엇인지와는 다른 문제다.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은 어떤 서면이 진술자의 서명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성립의 진정이 증명되어야 증거가 될 수 있음을 분명히 한다. 그 요건을 문언 그대로 읽으면 다음과 같다. "제1항 본문에도 불구하고 진술서의 작성자가 공판준비나 공판기일에서 그 성립의 진정을 부인하는 경우에는 과학적 분석결과에 기초한 디지털포렌식 자료, 감정 등 객관적 방법으로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되는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313조 제2항) 이 사례에서 무가 확인서에 서명한 것은 보이는 사실이지만, 그 서명이 진술의 진정성을 증명한 것으로 여기에는 이르지 못한다.
만약 확인서의 작성자가 그 성립의 진정을 부인하는 상황이 놓이면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2항이 적용된다. "다만, 피고인 아닌 자가 작성한 진술서는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그 기재 내용에 관하여 작성자를 신문할 수 있었을 것을 요한다."(형사소송법 제313조 제2항) 따라서 확인서가 무 같은 피고인이 아닌 자의 진술을 담은 서류라면 신문할 기회가 있었는지가 함께 요구된다. 이는 작성자의 서명 여부와 별개로 걸리는 조건이다.
또한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2항 본문이 증명의 수단으로 적은 것은 "과학적 분석결과에 기초한 디지털포렌식 자료, 감정 등 객관적 방법"이다. 이 사례에서 해시값이 확인서에 기재된 것은 보이지만, 그 계산이 어느 시점에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자료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기재된 해시값이 과학적 분석결과에 기초한 자료인지는 확정되지 않는다.
확인서 자체가 감정의 경과와 결과를 기재한 서류라면 성립의 진정 문제는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 및 제2항의 길을 따른다. 다만 이 사례에서 확인서가 감정의 경과와 결과를 적은 서류인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따라서 확인서를 어느 쪽 서류로 볼지가 정해지지 않은 채로 남아 있고, 확정되지 않은 채로 남는 항목은 앞서 본 미정 사항이다.
결국 무의 서명이 확인서에 붙었다는 사실만으로 그 서면의 진정성립이나 기재 내용의 진실성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서면이 진술서등 문언의 어느 쪽에 놓이는지, 성립의 진정을 누가 부인했는지, 그리고 그 진정이 어떤 수단으로 증명되었는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확인서의 서명은 이 사례에서 문언의 요건을 가르는 단서일 뿐, 증거능력의 유무를 미리 결론짓지 못한다.
4.6복제 이후에 넘긴 경계
서명이 붙은 확인서를 어떤 요건에 맡길지 살핀 데서 나아가, 이제 압수 조항 자체가 복제 시점에 무엇을 요구하는지 그 문언을 확인하고, 그 요구가 복제 이후의 기록 문제에까지 미치는지를 가른다. 형사소송법 제106조는 압수물의 범위를 제한하고 나아가 정보저장매체의 처리 방식을 따로 정한다. 같은 조 제1항은 압수의 대상을 한정하면서도 예외를 둔다.
형사소송법 제106조 제1항은 "법원은 필요한 때에는 피고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 증거물 또는 몰수할 것으로 사료하는 물건을 압수할 수 있다. 단, 법률에 다른 규정이 있는 때에는 예외로 한다."라고 규정한다(형사소송법 제106조). 이 문언은 압수의 대상과 범위를 정하되, 법률의 다른 규정이 있는 경우 예외를 허용한다. 압수 현장에서 하드디스크의 내용을 복제한 행위의 법정 근거는 바로 이 범위 한정과 연결된다.
정보저장매체에 관한 처리 규칙은 같은 조 제3항에 있다. 형사소송법 제106조 제3항은 "법원은 압수의 목적물이 컴퓨터용디스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정보저장매체(이하 이 항에서 "정보저장매체등"이라 한다)인 경우에는 기억된 정보의 범위를 정하여 출력하거나 복제하여 제출받아야 한다. 다만, 범위를 정하여 출력 또는 복제하는 방법이 불가능하거나 압수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정보저장매체등을 압수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형사소송법 제106조). 이 조항은 정보저장매체를 압수할 때 원칙적으로 범위를 정한 출력 또는 복제로 제출받도록 정하고, 그 방법이 불가능하거나 압수 목적 달성이 현저히 곤란한 때에만 매체 자체의 압수를 허용한다. 복제본을 만들어 제출받은 이번 사례의 처리 방식은 이 원칙에 닿아 있다.
같은 조 제4항은 정보 제공의 결과로 뒤따르는 통보 의무를 둔다. 형사소송법 제106조 제4항은 "법원은 제3항에 따라 정보를 제공받은 경우 「개인정보 보호법」 제2조제3호에 따른 정보주체에게 해당 사실을 지체 없이 알려야 한다."라고 규정한다. 이 통보 의무는 제3항에 따른 정보 제공이 있은 뒤에 발생한다.
이상의 문언을 놓고 경계를 그어 보면, 제106조가 직접 규율하는 것은 압수의 대상·범위, 정보저장매체의 처리 방식, 그리고 정보 제공 뒤의 통보까지이다. 한편 압수 현장에서 해시값을 확인서에 적고 피압수자 무의 서명을 받은 뒤, 복제본이 보관되는 동안의 기록은 이 조항의 문언에 표현되어 있지 않다. 보관 기록의 9일 빈칸이 갖는 의의, 해시값을 처음 계산한 시점, 그 9일 동안 복제본이 누구의 손에 있었는지, 분석 도구의 종류와 설정, 파일 300개를 뽑은 기준과 그 선택의 주체는 모두 이 조항의 문언만으로는 정해지지 않는다. 관찰된 사실의 나열이 곧 무결성의 확정이나 증거능력의 유무를 뜻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에서, 복제 이후의 기록 문제는 이 자리에서 단정하지 않고 미정으로 남겨 둔다. 그 문제의 법적 평가는 뒤의 논의가 다룰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