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두 시점의 해시값이 같다는 사실이 무엇까지를 증명하는지를 묻는다. 값의 일치가 두 시점의 데이터 내용이 같음을 보여 주는 방식과, 그 값이 기록되는 방식이 남기는 물음을 구분하여 읽는다. 이 구분이 남긴 자리와 남은 물음을 정리한다.
8.1이 장의 자료와 읽는 순서
미정으로 남은 항목들을 확인한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제 해시값의 일치가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말하지 못하는지 살펴볼 차례이다. 이 장은 대법원 2013. 7. 26. 선고 2013도2511 판결과 대법원 2018. 2. 8. 선고 2017도13263 판결을 자료로 삼아, 동일성과 무결성의 증명이 이들 판결 안에서 어느 자리에 놓여 있는지 확인한다. 두 판결은 모두 전자정보의 증거 사용을 다루지만 그 겨냥점이 같지 않으므로, 판결이 실제로 말한 문장만을 옮겨 그 배치를 읽어 나가겠다.
먼저 2013도2511 판결은 출력 문건의 증거 사용 요건과 증명 방법을 다룬다. 그 판결은 "압수물인 컴퓨터용 디스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정보저장매체(이하 '정보저장매체'라고만 한다)에 입력하여 기억된 문자정보 또는 그 출력물(이하 '출력 문건'이라 한다)을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정보저장매체 원본에 저장된 내용과 출력 문건의 동일성이 인정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정보저장매체 원본이 압수 시부터 문건 출력 시까지 변경되지 않았다는 사정, 즉 무결성이 담보되어야 한다"고 밝힌다. 이 판결이 말하는 증명의 출발점은 바로 이 무결성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문장은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를 거친 출력 문건에 대한 요구를 덧붙이는데, 이는 앞에서 미정으로 남긴 복제본의 경위가 왜 중요할 수 있는지를 되새기게 한다.
같은 판결은 증명 방법의 원칙과 예외를 함께 제시한다. 그에 따르면 "출력 문건과 정보저장매체에 저장된 자료가 동일하고 정보저장매체 원본이 문건 출력 시까지 변경되지 않았다는 점은, 피압수·수색 당사자가 정보저장매체 원본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의 해쉬(Hash) 값이 동일하다는 취지로 서명한 확인서면을 교부받아 법원에 제출하는 방법에 의하여 증명하는 것이 원칙"이다. 단 그와 같은 방법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는 수사관이나 전문가의 증언, 밀봉 유지의 사정, 법원의 대조 등으로도 무결성·동일성을 인정할 수 있다. 이 판결이 서명된 확인서면을 원칙으로 두되 다른 방법을 열어 두었다는 점은, 확인서면을 받았더라도 그것이 유일한 증명은 아님을 뜻한다.
다음으로 2017도13263 판결은 전자문서 파일의 증거능력 요건을 말한다. 그 판결은 "원본임이 증명되거나 혹은 원본으로부터 복사한 사본일 경우에는 복사 과정에서 편집되는 등 인위적 개작 없이 원본의 내용 그대로 복사된 사본임이 증명되어야만 하고, 그러한 증명이 없는 경우에는 쉽게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본다. 이는 동일성의 증명을 증거능력의 요건으로 못 박는 대목이다. 같은 판결은 증명 수단으로 "전자문서 파일의 사본이나 출력물의 생성과 전달 및 보관 등의 절차에 관여한 사람의 증언이나 진술, 원본이나 사본 파일 생성 직후의 해시(Hash)값 비교, 전자문서 파일에 대한 검증·감정 결과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 있다"고 들며, "이러한 원본 동일성은 증거능력의 요건에 해당하므로 검사가 그 존재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주장·증명해야 한다"고 증명책임을 검사에 둔다. 해시값 비교가 여기에서 그 목록의 하나로 등장한다는 사실이 이 장의 물음과 맞닿는다.
이 장은 이 두 판결을 나란히 놓고 읽는다. 2013도2511 판결이 원본과 출력 문건의 동일성, 그리고 무결성의 담보와 증명 방법에 관해 말한다면, 2017도13263 판결은 그 동일성의 증명이 전자문서 파일의 증거능력 요건에 해당하고 그 증명책임이 검사에 있음을 말한다. 판결요지에 드러나지 않은 십급 경위나 사실관계는 덧붙이지 않으며, 앞 장에서 확인한 증명 방법의 전모를 다시 펼치지도 않는다. 남은 것은 이 두 판결이 실제로 규율한 자리를 차례로 확인하는 일이며, 그 일은 앞서 미정으로 남긴 해시값의 의미를 따라 진행한다.
8.2원본과 사본의 동일성 과제
해시값 확인서면이 증명하는 범위를 폭넓게 적은 뒤, 그 확인서면이 담아야 할 동일성이 저장매체의 어느 층위에서 요구되는지 물어야 한다. 대법원 2013. 7. 26. 선고 2013도2511 판결은 이 문제에 관한 기준을 제시한다.
대법원 2013. 7. 26. 선고 2013도2511 판결은 출력 문건의 증거 사용 요건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압수물인 컴퓨터용 디스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정보저장매체(이하 ‘정보저장매체’라고만 한다)에 입력하여 기억된 문자정보 또는 그 출력물(이하 ‘출력 문건’이라 한다)을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정보저장매체 원본에 저장된 내용과 출력 문건의 동일성이 인정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정보저장매체 원본이 압수 시부터 문건 출력 시까지 변경되지 않았다는 사정, 즉 무결성이 담보되어야 한다."(대법원 2013. 7. 26. 선고 2013도2511 판결) 출력 문건이 저장매체의 내용과 같은지를 묻는 이 요건은, 저장매체 원본이 처음부터 출력 시까지 그대로 남았다는 점까지를 함께 요구한다. 수사관이 압수 현장에서 하드디스크의 내용을 복제한 뒤 확인서에 해시값을 적었다면, 그 확인서가 겨냥하는 무결성의 시간 범위는 압수 시부터 문건 출력 시까지라는 점을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다.
그와 같은 동일성과 무결성은 복제본을 거친 출력 문건의 경우 한층 넓어진다. 대법원은 "특히 정보저장매체 원본을 대신하여 저장매체에 저장된 자료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로부터 출력한 문건의 경우에는 정보저장매체 원본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 사이에 자료의 동일성도 인정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용한 컴퓨터의 기계적 정확성, 프로그램의 신뢰성, 입력·처리·출력의 각 단계에서 조작자의 전문적인 기술능력과 정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고 밝혔다.(대법원 2013. 7. 26. 선고 2013도2511 판결) 복제본에서 뽑아 낸 파일 300개와 분석 보고서가 법정에 제출된 사안에서, 판결이 요구하는 동일성은 원본과 복제본 사이에만 머무르지 않고 컴퓨터의 정확성, 프로그램의 신뢰성, 조작자의 기술능력과 정확성까지 함께 다룬다.
증명의 원칙적 방법으로 판결은 확인서면을 든다. 대법원은 "이 경우 출력 문건과 정보저장매체에 저장된 자료가 동일하고 정보저장매체 원본이 문건 출력 시까지 변경되지 않았다는 점은, 피압수·수색 당사자가 정보저장매체 원본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의 해쉬(Hash) 값이 동일하다는 취지로 서명한 확인서면을 교부받아 법원에 제출하는 방법에 의하여 증명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한다.(대법원 2013. 7. 26. 선고 2013도2511 판결) 해시값이 같은 취지를 담고 당사자의 서명을 받은 확인서면이 법원에 제출될 때, 그 서면은 원본과 복제본 사이의 동일성과 원본의 무결성을 함께 겨냥한다. 피압수자 무가 해시값 확인서에 서명한 사안에서 확인서면의 요건은 갖추어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 방법이 유일한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그와 같은 방법에 의한 증명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는, 정보저장매체 원본에 대한 압수, 봉인, 봉인해제,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 등 일련의 절차에 참여한 수사관이나 전문가 등의 증언에 의해 정보저장매체 원본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 사이의 해쉬 값이 동일하다거나 정보저장매체 원본이 최초 압수 시부터 밀봉되어 증거 제출 시까지 전혀 변경되지 않았다는 등의 사정을 증명하는 방법 또는 법원이 그 원본에 저장된 자료와 증거로 제출된 출력 문건을 대조하는 방법 등으로도 그와 같은 무결성·동일성을 인정할 수 있으며, 반드시 압수·수색 과정을 촬영한 영상녹화물 재생 등의 방법으로만 증명하여야 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인다.(대법원 2013. 7. 26. 선고 2013도2511 판결) 확인서면의 증명이 막힌 경우에 대신할 수 있는 경로를 열어 둔 뜻이다. 확인서면이 이미 제출된 사안에서 이 예외가 성립하는지는 판결이 다루지 않으므로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 판결이 다루는 쟁점은 동일성과 무결성의 증명에 관한 것이며, 그 밖의 사실은 판결이 말한 바가 없다. 복제 절차의 구체적 모습이나 사용한 장비의 종류, 해시값을 처음 계산한 시점이 언제인지, 보관 기록에 남은 9일간의 빈칸 동안 복제본이 누구의 손에 있었는지, 분석 도구의 종류와 설정, 파일 300개를 뽑은 기준과 그 선택이 누구의 판단에 따른 것인지는 판결이 규율하는 범위 밖에 놓인다. 판결이 요구하는 동일성과 무결성을 확인하는 데 필요한 사실의 범위를 정할 때, 이 항목들이 어디에 놓이는지 판단하기에 앞서 그 사실들이 무엇을 뜻하는지 밝혀야 한다.
8.3해시값 일치가 보여 주는 것
원본과 사본의 동일성이 무엇에 관한 것인지 밝힌 데서 나아가, 그 동일성을 헤아리는 방식 가운데 하나인 해시값의 일치가 무엇을 보여 주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대법원 2013. 7. 26. 선고 2013도2511 판결은 확인서면의 서명에 담길 내용을 이렇게 적는다. "이 경우 출력 문건과 정보저장매체에 저장된 자료가 동일하고 정보저장매체 원본이 문건 출력 시까지 변경되지 않았다는 점은, 피압수·수색 당사자가 정보저장매체 원본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의 해쉬(Hash) 값이 동일하다는 취지로 서명한 확인서면을 교부받아 법원에 제출하는 방법에 의하여 증명하는 것이 원칙이나" 이 문장은 서명의 대상이 곧 두 값의 일치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위 판결은 이어서 증명의 다른 길을 열어 둔다. "그와 같은 방법에 의한 증명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는, 정보저장매체 원본에 대한 압수, 봉인, 봉인해제,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 등 일련의 절차에 참여한 수사관이나 전문가 등의 증언에 의해 정보저장매체 원본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 사이의 해쉬 값이 동일하다거나 정보저장매체 원본이 최초 압수 시부터 밀봉되어 증거 제출 시까지 전혀 변경되지 않았다는 등의 사정을 증명하는 방법 또는 법원이 그 원본에 저장된 자료와 증거로 제출된 출력 문건을 대조하는 방법 등으로도 그와 같은 무결성·동일성을 인정할 수 있으며, 반드시 압수·수색 과정을 촬영한 영상녹화물 재생 등의 방법으로만 증명하여야 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 이 사례에서 수사관은 하드디스크의 내용을 복제하고 해시값을 확인서에 적은 뒤 피압수자 무의 서명을 받았으므로, 확인서면의 서명이라는 방식이 갖추어졌다. 다만 해시값을 처음 계산한 시점이 언제인지가 미정이므로, 서명받은 값이 언제의 무엇에 대고 계산된 것인지는 이 사례의 자료만으로 가려지지 않는다.
대법원 2018. 2. 8. 선고 2017도13263 판결은 그 판단의 틀을 한층 넓힌다. "그리고 증거로 제출된 전자문서 파일의 사본이나 출력물이 복사·출력 과정에서 편집되는 등 인위적 개작 없이 원본 내용을 그대로 복사·출력한 것이라는 사실은 전자문서 파일의 사본이나 출력물의 생성과 전달 및 보관 등의 절차에 관여한 사람의 증언이나 진술, 원본이나 사본 파일 생성 직후의 해시(Hash)값 비교, 전자문서 파일에 대한 검증·감정 결과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 있다." 이 사례의 보관 기록에는 9일간의 빈칸이 있으며, 그 9일 동안 복제본이 누구의 손에 있었는지는 미정이다. 해시값 비교가 제반 사정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는 점에서, 값의 일치는 혼자서 곧바로 무결성을 확정하지 않는다.
한편 값의 일치는 두 시점의 데이터 내용이 같다는 점을 보여 주는 방식이다. 확인서면에 적힌 두 값이 서로 같다는 것은, 그 값을 계산한 시점마다 그 안에 든 내용이 달랐다고 말할 까닭이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러나 파일 300개를 뽑은 기준과 그 선택이 누구의 판단에 따른 것인지는 미정이므로, 복제본 전체의 내용이 같았다는 확인과 그중에서 제출된 것의 선정이 정당하다는 물음은 서로 다른 자리에 놓인다. 분석에 사용한 도구의 종류와 설정 역시 미정이라, 위 판결이 요구한 기계적 정확성과 프로그램의 신뢰성이 이 사례에서 어떻게 갖추어졌는지는 밝히지 못한다.
이 사례에서 관찰된 것은 하드디스크의 내용을 복제하고 해시값을 확인서에 적으며 서명을 받았다는 사실과, 보관 기록에 9일의 빈칸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그 값의 일치가 법정에 제출된 파일 300개와 분석 보고서에 대한 무결성을 확정하는지, 나아가 증거능력이 인정되는지는 이 자료가 단정하지 아니한 쟁점으로 남는다. 앞서 열어 둔 증명의 다른 길들, 즉 참여한 수사관의 증언과 법원의 대조가 이 사례에서 어떠한 자리를 차지하는지도 함께 남는다.
8.4일치가 보여 주지 못하는 것
값의 일치가 두 시점의 데이터 내용을 같게 보여 준다고 해도, 그 사실만으로 증거로 삼은 전자정보를 둘러싼 나머지 물음이 함께 풀리지는 않는다. 앞에서 설명한 일치의 의미는 그 두 시점에 한정되고, 그 밖에 관여자의 판단이나 취급 기록처럼 따로 확인해야 할 사실은 그대로 남는다.
대법원은 사본이나 출력물의 증거능력을 논하면서 증명할 대상을 다음과 같이 한정한다. "증거로 제출된 전자문서 파일의 사본이나 출력물이 복사·출력 과정에서 편집되는 등 인위적 개작 없이 원본 내용을 그대로 복사·출력한 것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방법 및 증명책임 소재(=검사)"라는 것이 그 쟁점이다(대법원 2018. 2. 8. 선고 2017도13263 판결). 이 쟁점은 값의 일치가 아니라 제출된 파일이 원본 내용을 그대로 옮긴 것인지의 문제이며, 그 증명 책임의 소재도 함께 정해진다.
그 증명에는 해시값 비교가 한 자리를 차지한다. 대법원은 "원본이나 사본 파일 생성 직후의 해시(Hash)값 비교"를 판단에 참작할 사정의 하나로 들고 있다(대법원 2018. 2. 8. 선고 2017도13263 판결). 그러면서도 다른 사정과 함께 놓고 종합할 것을 요구하므로, 값이 맞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위 쟁점이 다 정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 밖에 필요한 사정으로는 "전자문서 파일의 사본이나 출력물의 생성과 전달 및 보관 등의 절차에 관여한 사람의 증언이나 진술"과 "전자문서 파일에 대한 검증·감정 결과"가 함께 거론된다(대법원 2018. 2. 8. 선고 2017도13263 판결). 이에 비추어 보관 기록의 빈 기간이나 복제본을 누가 거쳐 갔는지가 드러나지 않은 채 값만 제시되면, 그 값이 가리키는 두 시점은 정해져 있어도 사이의 경위는 비어 있는 셈이다. 사용한 분석 도구의 종류와 설정 역시 검증이나 감정의 결과를 읽을 때 필요한 자리에 놓이지만, 지금은 미정이다.
파일 300개를 뽑은 기준과 그 선택이 누구의 판단에 따른 것인지도 별개의 물음이다. 대법원은 압수된 정보의 취급에 관하여 "수사기관이 수사기관 사무실에서 위와 같이 압수된 이미지 파일을 탐색·복제·출력하는 과정에서도 피의자 등에게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힌다(대법원 2018. 2. 8. 선고 2017도13263 판결). 이에 따르면 이미지 파일의 탐색·복제·출력 단계에서 참여의 기회가 요구되지 않는다고 해서, 제출된 파일이 원본 내용을 그대로 옮긴 것임을 증명할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값의 일치가 제출 파일의 선택과 선별에 관한 판단까지 뒷받침하지 못하는 까닭이다.
대법원은 그러한 동일성의 증명을 "원본 동일성은 증거능력의 요건에 해당하므로 검사가 그 존재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주장·증명해야 한다"고 정리한다(대법원 2018. 2. 8. 선고 2017도13263 판결). 다만 그 증명이 충분했는지, 그리고 이 사례의 증거능력이 인정되는지는 이 자리에서 단정하지 않는다. 처음 값을 계산한 시점이 언제인가의 문제는 다음에 다루기로 하고, 값의 일치가 다루지 못하는 물음은 값의 의미와 분리하여 기록해 두어야 한다.
8.5기록 방식이 남기는 물음
값의 일치가 무엇을 보여 주지 못하는지를 가른 뒤에는, 그런 값이 확인서라는 기록에 남는 방식이 어떤 물음을 함께 남기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이 사례에서 수사관은 압수 현장에서 노트북 하드디스크의 내용을 복제하고 해시값을 확인서에 적은 뒤 피압수자 무의 서명을 받았다. 대법원은 이와 같은 서명 확인서면을 어떤 자리에 두는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경우 출력 문건과 정보저장매체에 저장된 자료가 동일하고 정보저장매체 원본이 문건 출력 시까지 변경되지 않았다는 점은, 피압수·수색 당사자가 정보저장매체 원본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의 해쉬(Hash) 값이 동일하다는 취지로 서명한 확인서면을 교부받아 법원에 제출하는 방법에 의하여 증명하는 것이 원칙이나, 그와 같은 방법에 의한 증명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는, 정보저장매체 원본에 대한 압수, 봉인, 봉인해제,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 등 일련의 절차에 참여한 수사관이나 전문가 등의 증언에 의해 정보저장매체 원본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 사이의 해쉬 값이 동일하다거나 정보저장매체 원본이 최초 압수 시부터 밀봉되어 증거 제출 시까지 전혀 변경되지 않았다는 등의 사정을 증명하는 방법 또는 법원이 그 원본에 저장된 자료와 증거로 제출된 출력 문건을 대조하는 방법 등으로도 그와 같은 무결성·동일성을 인정할 수 있으며, 반드시 압수·수색 과정을 촬영한 영상녹화물 재생 등의 방법으로만 증명하여야 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 이 인용은 서명 확인서면이 원칙적인 증명 방법의 하나임을 말하면서, 다른 방법이 함께 있음도 분명히 한다.
그러나 이 판시가 확인서면을 증명의 한 방법으로 둔 것은, 확인서면에 적힌 기록 자체가 곧 무결성의 확정을 뜻하지 않음을 함께 뜻한다. 확인서에 해시값과 서명이 있다 하여, 그 값이 언제 처음 계산되었는지가 함께 적혀 있는 것은 아니다. 앞 장에서 값의 일치가 다루지 못하는 물음으로 남긴 첫 계산 시점의 문제가, 기록의 형식으로 저절로 해소되지 않음이 여기에서 드러난다. 이 사례에서 보관 기록에는 9일간의 빈칸이 있다. 그 9일 동안 복제본이 누구의 손에 있었는지는 미정이다.
확인서면이 다루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도 이 판시의 앞부분에서 확인된다. 대법원은 정보저장매체에 입력하여 기억된 문자정보 또는 그 출력물을 증거로 사용하기 위한 요건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압수물인 컴퓨터용 디스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정보저장매체(이하 '정보저장매체'라고만 한다)에 입력하여 기억된 문자정보 또는 그 출력물(이하 '출력 문건'이라 한다)을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정보저장매체 원본에 저장된 내용과 출력 문건의 동일성이 인정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정보저장매체 원본이 압수 시부터 문건 출력 시까지 변경되지 않았다는 사정, 즉 무결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이 인용은 무결성이 압수 시부터 문건 출력 시까지의 시간을 다룬다고 분명히 한다. 이 사례에서 법정에 제출된 것은 복제본에서 뽑은 파일 300개와 분석 보고서이다. 이 인용에 따른다면 확인서면이 함께 적어야 할 무결성의 시간은 압수 시부터 그 파일들이 출력된 시점까지에 미치는데, 확인서에 기록된 시점의 범위는 미정이다.
확인서면에 더하여 담보되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도 함께 적혀 있다. 대법원은 복제와 같은 단계를 거친 경우에 다음과 같이 말한다. "특히 정보저장매체 원본을 대신하여 저장매체에 저장된 자료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로부터 출력한 문건의 경우에는 정보저장매체 원본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 사이에 자료의 동일성도 인정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용한 컴퓨터의 기계적 정확성, 프로그램의 신뢰성, 입력·처리·출력의 각 단계에서 조작자의 전문적인 기술능력과 정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이 인용은 복제본에서 뽑은 파일 300개를 둘러싸고 세 가지가 함께 물음을 남긴다는 점을 가리킨다. 이 사례에서 사용한 분석 도구의 종류와 설정은 미정이다. 조작자의 기술능력과 정확성을 확인할 만한 기록이 확인서에 담겼는지도 미정이다.
파일 300개를 뽑은 기준과 그 선택이 누구의 판단에 따른 것인지도 미정으로 남는다. 확인서가 복제의 무결성을 다룬다 하여, 복제본에서 어떤 파일을 골라 냈는지가 함께 기록되는 것은 아니다. 이 사례의 확인서에 피압수자 무의 서명이 있다 하여, 그러한 선택까지 당사자가 확인한 것으로 읽을 수는 없다. 기록이 담은 것과 담지 않은 것을 함께 읽어야, 기록의 양식과 서명을 무결성의 확정으로 옮기지 않을 수 있다. 이 항목들은 관찰된 사실의 나열이며, 무결성의 확정이나 증거능력의 유무라는 법적 평가와는 구별된다. 남은 물음 가운데 처음 값을 계산한 시점의 문제는 다음 장의 자리에 남는다.
8.6구분이 남긴 자리와 남은 물음
확인서에 적힌 해시값과 제출된 값이 일치한다는 사실이 무엇을 보여 주는지에서 다음 물음이 시작된다. 이 장이 세운 구분은 값의 일치가 보여 주는 범위와 그 일치가 닿지 못하는 자리를 나누는 일이며, 그 자리를 확인하는 작업이 곧 남은 물음의 목록이 된다. 대법원 2013. 7. 26. 선고 2013도2511 판결은 정보저장매체에 저장된 자료를 이미징한 매체에서 출력한 문건을 증거로 쓰는 경우에 필요한 증명을 이렇게 정리하였다. "출력 문건과 정보저장매체에 저장된 자료가 동일하고 정보저장매체 원본이 문건 출력 시까지 변경되지 않았다는 점은, 피압수·수색 당사자가 정보저장매체 원본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의 해쉬(Hash) 값이 동일하다는 취지로 서명한 확인서면을 교부받아 법원에 제출하는 방법에 의하여 증명하는 것이 원칙이나, 그와 같은 방법에 의한 증명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는, 정보저장매체 원본에 대한 압수, 봉인, 봉인해제,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 등 일련의 절차에 참여한 수사관이나 전문가 등의 증언에 의해 정보저장매체 원본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 사이의 해쉬 값이 동일하다거나 정보저장매체 원본이 최초 압수 시부터 밀봉되어 증거 제출 시까지 전혀 변경되지 않았다는 등의 사정을 증명하는 방법 또는 법원이 그 원본에 저장된 자료와 증거로 제출된 출력 문건을 대조하는 방법 등으로도 그와 같은 무결성·동일성을 인정할 수 있으며, 반드시 압수·수색 과정을 촬영한 영상녹화물 재생 등의 방법으로만 증명하여야 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3. 7. 26. 선고 2013도2511 판결) 이 판시는 확인서에 의한 증명을 원칙으로 두면서도 그 방법이 막힌 경우에 증언이나 대조로 갈 수 있음을 함께 밝힌다. 무의 서명을 받은 확인서가 제출된 이 사례에서, 값의 일치는 우선 두 매체의 동일성을 뒷받침하는 증명 가운데 하나로 놓인다.
그렇지만 이 판시가 함께 요구하는 것은 해시값의 대조만이 아니다. 같은 대법원 2013. 7. 26. 선고 2013도2511 판결은 "이 경우 출력 문건과 정보저장매체에 저장된 자료가 동일하고 정보저장매체 원본이 문건 출력 시까지 변경되지 않았다는 점은, 피압수·수색 당사자가 정보저장매체 원본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의 해쉬(Hash) 값이 동일하다는 취지로 서명한 확인서면을 교부받아 법원에 제출하는 방법에 의하여 증명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문장 앞에, 정보저장매체 원본과 이미징한 매체 사이의 자료 동일성뿐 아니라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용한 컴퓨터의 기계적 정확성, 프로그램의 신뢰성, 입력·처리·출력의 각 단계에서 조작자의 전문적인 기술능력과 정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고 전제한다. 값의 일치가 두 매체를 잇는 징표라면, 그 값을 산출한 도구와 손은 그 징표가 서 있는 자리를 함께 만든다. 확인서에 이름이 실린 무의 서명은 값의 일치에 관한 진술의 주체를 보여 주지만, 계산에 쓰인 도구의 종류와 설정은 확인서에 드러나 있지 않다. 그 항목이 미정으로 남는 한, 담보를 요구하는 위 요건 가운데 무엇이 어느 정도 채워졌는지는 여기서 단정할 수 없다.
그런 요구는 후의 판결에서 다시 확인된다. 대법원 2018. 2. 8. 선고 2017도13263 판결은 "원본임이 증명되거나 혹은 원본으로부터 복사한 사본일 경우에는 복사 과정에서 편집되는 등 인위적 개작 없이 원본의 내용 그대로 복사된 사본임이 증명되어야만 하고, 그러한 증명이 없는 경우에는 쉽게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전제한 뒤, 그 증명의 방법으로 "그리고 증거로 제출된 전자문서 파일의 사본이나 출력물이 복사·출력 과정에서 편집되는 등 인위적 개작 없이 원본 내용을 그대로 복사·출력한 것이라는 사실은 전자문서 파일의 사본이나 출력물의 생성과 전달 및 보관 등의 절차에 관여한 사람의 증언이나 진술, 원본이나 사본 파일 생성 직후의 해시(Hash)값 비교, 전자문서 파일에 대한 검증·감정 결과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 있다"고 하였다. 여기서 해시값 비교는 "원본이나 사본 파일 생성 직후"에 놓이는 것으로 표현된다. 비교가 놓이는 자리는 곧 비교의 의미를 가르며, 같은 값이라도 어느 시점에 계산되어 어느 시점의 무엇과 맞았는지에 따라 보여 주는 것이 달라진다. 확인서가 언제 작성되었는지는 관찰된 사실 가운데 하나일 뿐이고, 값이 처음 계산된 시점은 그 사실과 같은 것이 아니다.
위 판결은 증명의 책임도 분명히 한다. 대법원 2018. 2. 8. 선고 2017도13263 판결은 "이러한 원본 동일성은 증거능력의 요건에 해당하므로 검사가 그 존재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주장·증명해야 한다"고 하였다. 값의 일치를 적은 확인서가 법정에 놓였다는 사실만으로 원본 동일성이 증명된 것으로 되지 않고, 그 동일성을 구체적으로 주장하고 증명할 책임이 검사에게 있다. 이 사례에서는 파일 300개와 분석 보고서가 제출되었고 보관 기록에는 9일의 빈칸이 있다. 그 9일 동안 복제본이 누구의 손에 있었는지가 미정으로 남아 있으면, 동일성의 증명에 놓인 사정 가운데 하나가 비어 있는 자리로 남는다. 그 빈칸이 곧 동일성이 부정된다는 뜻은 아니며, 다만 증명이 채워야 할 자리가 남았다는 뜻이다.
이 장이 세운 구분은 값의 일치가 보여 주는 것과 그 일치만으로 닿지 못하는 것을 가르는 것으로 정리된다. 앞의 판시가 원칙으로 삼은 확인서의 증명은 이 사례에서 확인서와 무의 서명이라는 형태로 놓여 있고, 뒤의 판시가 요구한 생성·전달·보관의 증명은 보관 기록의 빈칸과 미정의 항목들로 인해 아직 채워지지 않았다. 증명의 책임이 검사에게 있다는 점을 확인한 뒤에 남는 물음은, 값이 언제 처음 계산되어 무엇과 맞았는지에 관한 것이다. 이 물음은 값의 일치로는 대답되지 않으므로 별도로 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