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이 권이 다루지 못한 물음이 무엇이고 어떤 조건에서 다시 열어야 하는지 묻는다. 위임 없이 만들어진 훈령의 무게, 공표되지 않은 재량준칙의 자기구속, 위법한 관행과 평등 원칙의 충돌을 재검토의 조건으로 정리하고, 개정이나 새 판단이 나온다면 다시 읽을 절을 표시한다.
14.1남은 물음의 목록
예규의 감경을 빼앗긴 경우에 평등 원칙이 예규 적용 청구권을 낳는지 여부를 정리한 뒤, 남은 물음을 목록으로 세우는 일로 시야를 옮긴다. 이 권에서 다루지 못한 물음은 세 갈래로 갈라진다. 첫째는 아무런 상위 법령의 위임 없이 만들어진 훈령의 무게이고, 둘째는 공표되지 않은 채 재량을 묶어 온 준칙의 지위이며, 셋째는 위법한 관행이 이미 자리를 잡은 뒤 그것과 평등의 요청이 충돌하는 장면이다. 이 셋은 각각 다른 물음을 품고 있으므로, 앞서 예규의 적용 문제에서 세웠던 논점을 그대로 끌어오지 않는다.
첫 갈래의 물음은 위임의 빈자리에 놓인 훈령이 어느 범위에서 다른 사람을 묶는지에 관한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행정규칙이 구속력을 갖는 두 경로를 적시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 1990. 9. 3. 90헌마13 결정은 "행정규칙이 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행정관청에 법령의 구체적 내용을 보충할 권한을 부여한 경우, 또는 재량권행사의 준칙인 규칙이 그 정한 바에 따라 되풀이 시행되어 행정관행이 이룩되게 되면, 평등의 원칙이나 신뢰보호의 원칙에 따라 행정기관은 그 상대방에 대한 관계에서 그 규칙에 따라야할 자기구속을 당하게 되고, 그러한 경우에는 대외적인 구속력을 가지게 된다 할 것이다."고 하였다. 이 판단은 훈령의 구속력이 위임에서 나오거나, 또는 반복된 시행이 만들어 낸 자기구속에서 나온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세무서가 발급한 납세고지서가 적은 계산 방식이 과연 어느 쪽 경로에 놓이는지는, 위임의 문언과 공표의 실상이 밝혀져야만 따져 볼 수 있다.
대법원은 위임을 받더라도 그 한계를 벗어난 행정규칙의 효력을 따로 가르쳤다. 대법원 2012. 7. 5. 선고 2010다72076 판결은 "법령의 규정이 특정 행정기관에게 법령 내용의 구체적 사항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면서 권한행사의 절차나 방법을 특정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수임 행정기관은 행정규칙이나 규정 형식으로 법령 내용이 될 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할 수 있다. 이 경우 행정규칙 등은 당해 법령의 위임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 대외적 구속력이 있는 법규명령으로서 효력을 가지게 되지만, 이는 행정규칙이 갖는 일반적 효력이 아니라 행정기관에 법령의 구체적 내용을 보충할 권한을 부여한 법령 규정의 효력에 근거하여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그 행정규칙이나 규정이 상위법령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경우에는 법규명령으로서 대외적 구속력을 인정할 여지는 없다."(대법원 2012. 7. 5. 선고 2010다72076 판결)고 판시하였다. 나아가 "이는 행정규칙이나 규정 '내용'이 위임범위를 벗어난 경우뿐 아니라 상위법령의 위임규정에서 특정하여 정한 권한행사의 '절차'나 '방식'에 위배되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므로, 상위법령에서 세부사항 등을 시행규칙으로 정하도록 위임하였음에도 이를 고시 등 행정규칙으로 정하였다면 그 역시 대외적 구속력을 가지는 법규명령으로서 효력이 인정될 수 없다"(대법원 2012. 7. 5. 선고 2010다72076 판결)고 덧붙였다. 이에 따르면 위임 없이 만든 훈령은 법규명령의 효력을 얻을 길이 원천적으로 막힌다. 세무서가 내세운 법률이 구체적 기준을 국세청장에게 맡겼다는 답이 성립하려면, 그 법률의 문언이 훈령의 계산 방식을 어떤 절차와 형식으로 정하도록 하는지까지 살펴야 한다.
둘째 갈래는 공표되지 않고 재량을 묶어 온 준칙의 지위에 관한 물음이다. 헌법재판소가 말한 "재량권행사의 준칙인 규칙이 그 정한 바에 따라 되풀이 시행되어 행정관행이 이룩되게 되면"(헌법재판소 1990. 9. 3. 90헌마13 결정)이라는 문건이 이 갈래의 출발점이다. 같은 결정은 그러나 "이 사건 인사관리원칙은 중등학교 교원등에 대한 임용권을 적정하게 행사하기 위하여 그 기준을 일반적·추상적형태로 제정한 조직 내부의 사무지침에 불과하므로, 그 변경으로 말미암아 청구인(교원)의 기본권이나 법적 이익이 침해당한 것이 아니다"(헌법재판소 1990. 9. 3. 90헌마13 결정)고 보았다. 반복된 시행의 흔적이 없는 내부 지침이 국민의 법적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판단은, 반복 시행의 흔적이 있는 준칙과 자리를 달리한다. 이 감경 준칙이 몇 번이나 누구에게 적용되었는지, 그리고 그 적용이 바깥에 어떻게 알려졌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셋째 갈래는 위법한 관행과 평등의 요청이 맞서는 장면이다. 행정기본법 제9조는 "행정청은 합리적 이유 없이 국민을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선언한다. 이 선언이 위법한 준칙을 향해 똑같은 위법을 되풀이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다른 납세자에게 늘 적용하던 감경을 빼앗긴 일이 곧 평등 원칙의 침해인지를 물으려면, 그 준칙 자체가 헌법재판소가 말한 자기구속의 경로를 밟았는지부터 따져야 한다. 자기구속의 성립 여부가 먼저이고, 평등 원칙의 적용은 그 뒤에 온다.
이 갈래들의 물음은 지금 채울 수 없는 항목들이 걸려 있다. 훈령과 예규의 발령일과 시행일, 공표의 방식, 각 처분이 인용한 조항이 어디까지 미치는지, 훈령의 문언이 상위 법령의 문언과 어떻게 맞물리는지는 모두 미정이다. 미정의 항목을 끼워 맞춰 결론을 만드는 대신, 재검토의 조건으로 붙여 둔다. 발령과 시행의 시점, 공표의 모양, 인용의 범위, 상위 법령과의 문언 대응이 채워지는 때 비로소 훈령의 법규성과 감경의 적용 여부를 논할 자리가 마련된다.
14.2위임 없는 훈령의 무게
그렇다면 위임 없이, 혹은 위임의 범위를 벗어나 만들어진 훈령이 국민과 법원에 대하여 가지는 무게는 어느 것인지가 다음 물음이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 2012. 7. 5. 선고 2010다72076 판결이 밝힌 기준을 먼저 읽어둘 필요가 있다.
대법원은 위임의 절차와 방법이 특정되지 않은 경우에 수임 기관이 취할 수 있는 형식과 그 효력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법령의 규정이 특정 행정기관에게 법령 내용의 구체적 사항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면서 권한행사의 절차나 방법을 특정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수임 행정기관은 행정규칙이나 규정 형식으로 법령 내용이 될 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할 수 있다. 이 경우 행정규칙 등은 당해 법령의 위임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 대외적 구속력이 있는 법규명령으로서 효력을 가지게 되지만, 이는 행정규칙이 갖는 일반적 효력이 아니라 행정기관에 법령의 구체적 내용을 보충할 권한을 부여한 법령 규정의 효력에 근거하여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그 행정규칙이나 규정이 상위법령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경우에는 법규명령으로서 대외적 구속력을 인정할 여지는 없다. 이는 행정규칙이나 규정 '내용'이 위임범위를 벗어난 경우뿐 아니라 상위법령의 위임규정에서 특정하여 정한 권한행사의 '절차'나 '방식'에 위배되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므로, 상위법령에서 세부사항 등을 시행규칙으로 정하도록 위임하였음에도 이를 고시 등 행정규칙으로 정하였다면 그 역시 대외적 구속력을 가지는 법규명령으로서 효력이 인정될 수 없다" (대법원 2012. 7. 5. 선고 2010다72076 판결). 위임이 권한의 내용만이 아니라 행사의 형식까지 정한 경우에 행정규칙의 형식을 택한 것이 그 형식을 벗어난 것임을 분명히 한 대목이다. 이 판결에 의하면 훈령에 법규명령으로서의 무게가 실리려면 그것이 위임의 한계 안에 있어야 하고, 위임의 절차와 방식까지 지켜져야 한다.
위임의 한계를 벗어난 문서가 갖는 성질이 어떠한지도 이 판결이 밝히고 있다. 대법원은 감리비지급기준의 예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였다. "'주택건설공사 감리비지급기준'은 구 주택법(2008. 2. 29. 법률 제885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주택법'이라 한다) 제24조 제6항의 위임한계를 벗어난 것일 뿐만 아니라, 경쟁입찰을 통한 감리비의 결정방식, 총 공사비 및 감리 대상 공사비의 산정방식, 감리대가 이외 비용의 산정방식 등 사업주체가 감리자에게 지급하여야 하는 감리비의 지급기준에 관하여 규정함으로써 일반 국민의 계약자유 등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므로, 이를 가리켜 행정관청이 일반적 직권에 의하여 구 주택법이 규정한 범위 내에서 법률을 현실적으로 집행하는 데 필요한 세부적인 사항을 정한 '집행명령'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대법원 2012. 7. 5. 선고 2010다72076 판결).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문서라 하더라도 그것이 위임의 한계 안에서 집행에 필요한 세부 사항을 다룬 것이 아니라면 집행명령으로서의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 이는 위임 없는 훈령에 대하여 국민의 권리 의무에 관한 구속력을 부여할 수 없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법령이 바뀐 뒤에 종전 문서가 살아남는지도 같은 판결에서 다루어졌다. 대법원은 주택법 부칙 제2조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한정하였다. "2003. 5. 29. 법률 제6916호로 전부 개정된 주택법 부칙 제2조는 '이 법 시행 당시 종전의 규정에 의한 처분·절차 그 밖의 행위는 이 법의 규정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한 이 법 규정에 의하여 행하여진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구 주택건설촉진법(2003. 5. 29. 법률 제6916호 주택법으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주택건설촉진법'이라 한다)하에서 행정관청이 내린 행정처분이나 취한 절차 혹은 행위, 또는 사업주체나 관련 이해관계인들이 취한 절차나 행위 등이 전부 개정된 주택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같은 법에 의하여 행해진 것으로 봄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려는 취지로 해석되고, 구 주택건설촉진법하에서 상위법령의 위임을 받아 제정된 행정규칙, 규정이 전부 개정된 주택법 상위법령의 위임한계를 벗어남에도 그에 구애됨이 없이 법규명령으로서 대외적 구속력을 계속 가진다는 취지를 규정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없다" (대법원 2012. 7. 5. 선고 2010다72076 판결). 법적 안정을 꾀하는 경과 규정이 위임 없는 문서에 법규명령의 지위를 덧붙여 주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 판결의 기준을 세무서가 국세청 훈령에 적힌 계산 방식으로 을의 양도소득세를 산출한 장면에 대입하면, 관건은 훈령이 위임의 한계 안에 들어가는지에 놓인다. 세무서는 법률이 구체적 기준을 국세청장에게 맡겼다고 답하지만, 위임의 존재와 그 범위는 확인할 수 없어 미정이다. 다만 이 판결이 분명히 한 것은, 위임이 행정규칙의 형식을 전제로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형식을 택한 경우 대외적 구속력이 인정되려면 위임한계를 벗어나지 않아야 하고, 권한행사의 절차와 방식까지 지켜져야 한다는 점이다. 위임 없이 작성된 훈령이라면, 위임의 한계를 벗어난 문서와 마찬가지로 법규명령으로서의 대외적 구속력을 인정할 여지가 없다.
다만 이 판결이 확정하는 것은 행정규칙이 법규명령으로서의 대외적 구속력을 갖는 조건과 그 한계이다. 위임 없는 훈령이 행정 내부에서 어떤 구속력을 갖는지, 그리고 법원이 심사할 때 어떠한 무게를 두는지에 관하여는 이 판결이 직접 다루지 않았으므로 여기에서 다루지 않는다. 한편 병이 다투는 예규의 감경 적용 여부는 위임의 범위 문제가 아니라 행정의 자기구속과 평등의 문제이므로, 위임 없는 훈령의 법규명령적 지위에 관한 이 판결의 기준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위임의 존재 여부와 그 범위가 채워질 때 비로소 이 판결의 기준이 을의 사건에 어떤 결론을 이끄는지가 정해진다.
14.3자기구속과 공표의 문제
위임 없는 훈령의 대외적 구속력을 다룬 판결에 이어, 이제는 재량준칙이 행정 스스로를 어떻게 묶는지, 그리고 그 구속이 공표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 살펴본다. 을이 다투는 계산 방식과 병이 요구하는 감경은 각각 세무서의 세액 산정과 예규의 적용 문제를 제기하므로, 이 물음은 뒤이어 다룰 평등의 논의와도 맞닿는다. 헌법재판소 1990. 9. 3. 90헌마13 결정은 행정규칙이 대외적 구속력을 갖는 두 경로를 밝히면서, 자기구속이 성립한 경우의 효과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1. 행정규칙이 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행정관청에 법령의 구체적 내용을 보충할 권한을 부여한 경우, 또는 재량권행사의 준칙인 규칙이 그 정한 바에 따라 되풀이 시행되어 행정관행이 이룩되게 되면, 평등의 원칙이나 신뢰보호의 원칙에 따라 행정기관은 그 상대방에 대한 관계에서 그 규칙에 따라야할 자기구속을 당하게 되고, 그러한 경우에는 대외적인 구속력을 가지게 된다 할 것이다." 이 결정문에는 두 경로가 함께 적혀 있다. 한쪽은 법령이 보충 권한을 준 경우이고, 다른 쪽은 재량권 행사의 준칙이 되풀이 시행되어 행정관행이 이룩된 경우이다. 이 사례에서 을이 다투는 계산 방식이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 나아가 그 훈령이 되풀이 시행되었는지는 미정이다. 결정은 자기구속이 성립한 경우에 "평등의 원칙이나 신뢰보호의 원칙에 따라" 행정기관이 규칙에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곧 평등과 신뢰보호가 자기구속의 근거로 함께 적혀 있으며, 이 두 원칙 가운데 어느 것이 이 사례에서 작동하는지도 정해져 있지 않다. 이 사례에서 을의 계산 방식 다툼과 병의 감경 다툼은 각각 다른 원칙을 겨냥하고 있으므로, 어느 것이 어느 원칙에 걸리는지 역시 판별되지 않은 채 남는다.
그러나 같은 결정은 자기구속의 근거를 어디까지 두어야 하는지도 함께 가리킨다. 결정은 이 사건의 규칙을 두고 "2. 그러나, 이 사건 인사관리원칙은 중등학교 교원등에 대한 임용권을 적정하게 행사하기 위하여 그 기준을 일반적·추상적형태로 제정한 조직 내부의 사무지침에 불과하므로, 그 변경으로 말미암아 청구인(교원)의 기본권이나 법적 이익이 침해당한 것이 아니다."고 판시한다. 조직 내부의 사무지침에 불과한 규칙이 그 자체로 기본권이나 법적 이익의 침해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취지가 확인된다. 이 사례에서 세무서가 인용한 훈령의 조항이 어느 범위인지, 그 훈령이 이 결정이 말한 경로 가운데 어느 것에 해당하는지는 미정이다. 따라서 이 훈령이 을에 대한 관계에서 자기구속의 근거가 되는지 여부도 미정으로 남는다.
공표에 관하여는 같은 결정이 발령이나 공표의 형식과 효과에 대하여 따로 말하지 않는다. 결정문에 적힌 것은 재량권 행사의 준칙이 "그 정한 바에 따라 되풀이 시행되어 행정관행이 이룩되게 되면"이라는 대목이다. 여기에는 시행의 반복이 적혀 있을 뿐, 공표의 방식이나 공표되지 않은 준칙의 효력에 대한 문언이 들어 있지 않다. 이 사례에서 훈령과 예규의 발령일·시행일·공표 방식은 미정이므로, 공표의 유무가 자기구속의 성립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이대로 정해지지 않는다. 자료가 제공되지 않았다. 이 사례의 처분들 역시 공표된 범위 안에서만 근거를 삼았는지 미정이다. 자기구속이 "행정기관은 그 상대방에 대한 관계에서" 성립한다고 한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병이 다투는 예규의 감경이 늘 되풀이 시행되어 행정관행이 이룩되었는지가 관건이다. 그 사실 자체가 미정이므로, 병에 대한 관계에서 예규가 자기구속의 근거가 되는지도 단정할 수 없다. 을과 병의 다툼이 각각 다른 규칙을 겨냥하고 있는 점만이 확인될 뿐이다.
14.4평등 원칙과 위법 관행
행정규칙의 대외적 구속력 문제를 마친 뒤, 세무서가 늘 적용하던 예규를 따르지 않은 처분이 평등에 어긋나는지가 남는다. 병이 다투는 지점은 여기에 놓인다. 행정기본법은 평등의 원칙을 두 문장으로만 밝히고 있다. 이 규정이 "행정청은 합리적 이유 없이 국민을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선언할 때(행정기본법 제9조), 차별을 정당화하는 사유는 무엇인지 구체화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병의 주장은 조문이 요구하는 요건에 비추어 검토되어야 한다. 평등의 원칙은 같은 처분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만으로 곧 차별을 선언하지 않는다. 조문은 차별에 "합리적 이유"가 없는 경우를 한정하고 있다. 따라서 늘 적용하던 예규의 내용이 무엇인지 미정인 지금, 병이 받은 처분과 다른 납세자가 받은 처분 사이의 차이가 무엇인지 먼저 밝혀져야 한다.
다른 납세자에게 늘 적용한 예규의 감경이 무엇을 조건으로 삼는지 역시 확인되지 않았다. 예규가 정한 감경 요건과 병의 사정이 어떻게 다른지가 드러나지 않으면, 두 처분의 대조만으로는 차별의 유무를 말할 수 없다. 이 장면에서 예규의 발령일과 시행일, 공표 방식, 각 처분이 인용한 조항의 범위는 모두 미정이다.
세무서가 을의 양도소득세 산출에 국세청 훈령의 계산 방식을 썼다는 점은 병의 사안과 구별된다. 을은 훈령의 법규성을 문제 삼지만, 병은 예규의 적용을 받지 못한 사실 자체를 다투고 있다. 두 납세자가 겨냥하는 쟁점이 다른 이상, 을의 사안에서 세운 기준을 그대로 병의 사안에 옮길 수 없다.
결국 평등 원칙에 어긋나는지는 조문이 정한 "합리적 이유"의 유무에 달렸고, 그 판단은 예규의 내용과 처분의 차이가 확인된 뒤에야 가능하다. 지금 단계에서 예규의 내용을 상정하거나 관행의 성립 요건을 더하면, 조문이 두지 않은 한계를 넘어서게 된다.
14.5재검토의 조건과 순서
평등 원칙으로 접근한 자리까지 오면, 남은 것은 그 조건이 바뀔 때 어느 앞 절을 다시 읽을지 정하는 일이다. 자료에 밝힌 판단의 요건과 대상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훈령의 법규성이나 예규의 적용 여부는 아직 이 권에서 확정되지 않았다. 이 절은 그런 나머지를 받아들여, 상위 법령의 개정이나 새 판단이 생길 경우에 대비한 점검의 순서만 표시한다.
우선 상위 법령이 개정되어 위임의 절차나 방식이 바뀌었다면, 앞에 둔 행정규칙의 법규성 논의를 다시 펼쳐야 한다. 그 까닭은 대법원 2012. 7. 5. 선고 2010다72076 판결이 위임의 절차·방식이 지켜졌는지를 법규명령 효력의 관건으로 삼기 때문이다. 그 판례는 “[1] 법령의 규정이 특정 행정기관에게 법령 내용의 구체적 사항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면서 권한행사의 절차나 방법을 특정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수임 행정기관은 행정규칙이나 규정 형식으로 법령 내용이 될 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할 수 있다. 이 경우 행정규칙 등은 당해 법령의 위임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 대외적 구속력이 있는 법규명령으로서 효력을 가지게 되지만, 이는 행정규칙이 갖는 일반적 효력이 아니라 행정기관에 법령의 구체적 내용을 보충할 권한을 부여한 법령 규정의 효력에 근거하여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그 행정규칙이나 규정이 상위법령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경우에는 법규명령으로서 대외적 구속력을 인정할 여지는 없다”고 밝힌 뒤, “상위법령에서 세부사항 등을 시행규칙으로 정하도록 위임하였음에도 이를 고시 등 행정규칙으로 정하였다면 그 역시 대외적 구속력을 가지는 법규명령으로서 효력이 인정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같은 판례의 [2]와 [4]는 개정 전후의 형식 불일치와 부칙의 취지를 구체적인 사정으로 다루고 있는데, 세무서가 산출에 쓴 계산 방식이 적힌 훈령의 발령일·시행일과 상위 법령의 문언 대응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므로 위임의 절차·방식을 다시 따지는 일은 앞 절의 법규성 논의로 되돌아가는 일이고, 지금 서두를 수 없다.
다음으로 상위 법령이 개정되어 위임의 범위 자체가 달라졌다면, 개정 전에 발령된 훈령이나 예규의 법규명령 효력이 계속되는지도 따로 살핀다. 대법원 2012. 7. 5. 선고 2010다72076 판결은 부칙의 경과 규정을 두고 “이 법 시행 당시 종전의 규정에 의한 처분·절차 그 밖의 행위는 이 법의 규정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한 이 법 규정에 의하여 행하여진 것으로 본다”는 문언을 옮긴 뒤, 이를 “구 주택건설촉진법하에서 상위법령의 위임을 받아 제정된 행정규칙, 규정이 전부 개정된 주택법 상위법령의 위임한계를 벗어남에도 그에 구애됨이 없이 법규명령으로서 대외적 구속력을 계속 가진다는 취지를 규정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대목은 개정 이후의 형식과 위임 범위를 새 기준으로 삼으면서, 부칙만으로 종전 규칙의 효력이 연장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합성 사례에서 훈령과 예규의 발령일·시행일·공표 방식이 미정이므로, 어떤 절이 먼저 쟁점이 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개정의 유무와 시점이 밝혀지는 대로 법규성 논의가 갈린다는 점만 확인해 둔다.
한편 새 판단이 행정규칙이 지닌 구속의 근거를 다시 설명한다면, 평등 원칙을 다룬 절과 그 앞의 재량 준칙 논의를 함께 다시 읽는다. 헌법재판소 1990. 9. 3. 90헌마13 결정은 “행정규칙이 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행정관청에 법령의 구체적 내용을 보충할 권한을 부여한 경우, 또는 재량권행사의 준칙인 규칙이 그 정한 바에 따라 되풀이 시행되어 행정관행이 이룩되게 되면, 평등의 원칙이나 신뢰보호의 원칙에 따라 행정기관은 그 상대방에 대한 관계에서 그 규칙에 따라야할 자기구속을 당하게 되고, 그러한 경우에는 대외적인 구속력을 가지게 된다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같은 결정은 다만 “이 사건 인사관리원칙은 중등학교 교원등에 대한 임용권을 적정하게 행사하기 위하여 그 기준을 일반적·추상적형태로 제정한 조직 내부의 사무지침에 불과하므로, 그 변경으로 말미암아 청구인(교원)의 기본권이나 법적 이익이 침해당한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위 두 대목은 자기구속이 성립하는 두 갈래 길을 제시하면서도 그 사건의 규칙은 사무지침에 그쳤다고 본다. 병이 다투는 예규의 내용과 그 감경이 늘 적용되어 왔는지는 미정이므로, 어느 갈래에 놓일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새 판단이 되풀이 시행이나 관행 성립의 요건을 분명히 하면, 그 요건을 놓고 평등 원칙을 다룬 절과 신뢰 보호를 다룬 절을 나란히 살펴야 한다.
이렇게 놓고 보면 재검토는 세 갈래로 갈린다. 위임의 절차·방식이 바뀌었는지를 먼저 보고, 이어서 위임 범위의 개정과 그 효력의 계속을 따지며, 마지막으로 구속의 근거에 관한 새 판단을 대조한다. 대법원 2012. 7. 5. 선고 2010다72076 판결과 헌법재판소 1990. 9. 3. 90헌마13 결정이 놓은 기준은 그대로 유효하다. 다만 훈령과 예규의 발령일·시행일, 각 처분이 인용한 조항의 범위, 상위 법령과의 문언 대응이 아직 미정이고, 새로 개정될 상위 법령의 내용이나 새 판단의 결론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 권의 결론은 그 미정이 풀리기 전에 확정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