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헌법 제75조와 제95조가 법률의 위임에 따라 만드는 명령의 자리를 어떻게 정하는지 묻는다. 제75조의 명령 발령 근거와 위임과 집행의 두 근거, 두 조문의 범위 구분을 읽고, 조문에 이름 없는 규범이 놓이는 자리를 표시한다.
2.1앞 장에서 이어받은 자리
지침 문장에 따라 세금을 매긴 결정은 그 문장이 납세자에게 무엇을 요구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을 남긴다. 이 물음은 지침의 대외적 구속력이라는 한 범주 안에서 끝나지 않고, 그 문장이 놓인 규범의 층위로 독자를 부른다. 세무서가 계산 방식으로 삼은 국세청 훈령과 병이 적용받기를 원하는 예규가 어느 자리에 있는지를 알기 전에는, 두 다툼의 결과를 가늠하기 어렵다.
법령이 그 층을 어떻게 나누는지 우선 두 조문에서 읽는다. 헌법은 대통령령이 서는 자리를 다음과 같이 표시한다. "제75조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 대통령령은 법률이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한 사항을 다룰 수 있고, 법률을 집행하는 데 필요한 사항도 다룰 수 있다. 이 조문은 위임된 사항과 집행에 필요한 사항이라는 두 경우를 함께 놓는다.
그보다 아래 자리의 발령 근거도 헌법이 따로 밝힌다. "제95조 국무총리 또는 행정각부의 장은 소관사무에 관하여 법률이나 대통령령의 위임 또는 직권으로 총리령 또는 부령을 발할 수 있다." 총리령과 부령은 법률이나 대통령령의 위임이 있을 때 발할 수 있고, 위임 없이도 직권으로 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 층의 가장 아래 자리는 위임을 받아 정해지는 경우와 직권으로 정해지는 경우를 함께 품는다.
합성 사례로 돌아와 보자. 세무서가 계산 근거로 삼은 것은 총리령이나 부령으로 발령된 법규가 아니라, 국세청 안에서 정한 훈령이다. 자료는 그 훈령의 발령일·시행일·공표 방식, 처분이 인용한 조항의 범위, 훈령과 상위 법령의 문언 대응을 제공하지 않았다. 같은 미정 상태가 병의 다툼에도 그대로 남는다. 예규의 발령 방식과 처분이 인용한 범위가 정해지지 않았고, 다른 납세자에게 늘 적용하던 감경이라는 사실관계도 자료가 끝나는 자리에서 멈춘다.
따라서 이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한정적이다. 헌법의 두 조문이 법률 아래에 명령을 놓고, 그 명령을 대통령령과 총리령·부령으로 나눈다는 것, 그리고 그 나눔이 법률의 위임과 직권이라는 근거에 따라서 움직인다는 것까지다. 훈령이 이 층 어디에 서는지, 병에게 감경을 주지 않은 처분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이 자리에서 답하지 않는다. 남겨둔 물음은 그대로 둔 채, 명령이 서는 자리를 규정하는 문언을 한 단계 더 읽어 들어갈 차례다.
2.2제75조의 명령 발령 근거
법률과 명령의 자리를 나누는 데서, 헌법이 대통령령의 발령 근거를 한 조문에 모아 둔 곳으로 눈을 옮긴다. 그 조문이 무엇을 법률에 맡기고 무엇을 명령에 열어 두는지가 이 절의 물음이다.
대한민국헌법 제75조는 대통령령의 발령 근거를 이렇게 적고 있다.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 이 문장은 대통령령이 다룰 수 있는 대상을 두 갈래로 적는다. 한쪽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이고, 다른 쪽은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이다.
조문이 위임받은 사항 앞에 붙인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라는 구절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 구절은 위임이 법률에 의하여 이루어지며, 그 위임의 범위가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음을 전제로 삼는다. 따라서 이 문언만으로는 위임의 요건을 새로 정할 여지가 없다. 법률이 정한 범위 안에서 만드는 명령이 자리할 자리를 표시할 뿐이다.
다른 갈래인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이라는 문언은 법률의 집행에 필요한 사항을 대상으로 한다. 이 문언에 덧붙인 단서나 예외는 조문에 들어 있지 않다. 두 갈래가 나란히 놓여 있으되, 각 갈래의 경계를 어디서 그을지는 이 조문의 문언만으로는 정해지지 않는다.
나아가 제75조가 적은 것은 대통령령의 발령 근거다. 이 조문은 훈령이나 예규를 다루지 않으며, 행정기관이 사무 처리 기준으로 삼는 지침의 법규성에 관하여 말하지 않는다. 국세청 훈령에 적힌 계산 방식에 따라 을의 양도소득세를 산출한 처분이 이 조문의 어느 갈래에 놓이는지, 병이 다투는 예규의 감경이 적용되어야 하는지는 이 조문의 문언에서 결론 내릴 수 없다.
제75조가 명령의 발령 근거를 법률의 위임과 법률 집행에 필요한 사항으로 나눈 자리에,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이라는 문언이 놓여 있음은 앞서 확인하였다. 이 문언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이라는 문언이 각각 무엇을 가리키는지는 다음에 살펴볼 두 근거의 구분에서 이어 읽는다.
2.3위임과 집행의 두 근거
제75조가 명령 발령의 근거로 함께 놓은 두 문언은 서로 다른 출발점을 가진다. 조문은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대한민국헌법 제75조). 하나의 문장 안에 두 가지 사항이 나란히 놓여 있으나, 전자가 법률이 범위를 정하여 맡긴 사항이라면 후자는 이미 주어진 법률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사항이다.
전자의 출발점은 법률이다. 법률이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한 사항이 명령의 대상이 되므로, 명령은 그 범위 안에서 법률에 맡겨진 자리를 채운다. 위임의 범위를 법률이 정하기 때문에, 명령 발령의 가능성은 법률의 규정에 매인다.
후자의 출발점은 이미 효력을 갖춘 법률이다.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은 법률 자체에 들어 있지 않더라도, 집행이라는 관계를 통해 법률을 따라 놓이는 자리에서 정해진다. 여기서 명령은 새로 영역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법률의 시행을 보조하는 위치에 선다.
두 문언의 경계는 조문만으로는 한 점에서 갈리지 않는다. 같은 조문 안에 나란히 놓인 두 사항이 어디까지 겹치고 어디서 갈라지는지는, 조문의 문리만으로 확정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을이 다투는 계산 방식의 근거가 어느 쪽 문언에 놓이는지, 그리고 세무서가 내세우는 구체적 위임이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는 여기서 단정하지 않는다.
병이 문제 삼는 예규의 감경 적용 여부도 이 문언들 안에서 바로 답을 찾기 어렵다. 제75조는 대통령령의 발령 근거를 두고 있을 뿐, 다른 종류의 지침이 어느 자리를 차지하는지에 관한 문언은 담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 사례에서 훈령과 예규의 발령일·시행일·공표 방식, 각 처분이 인용한 조항의 범위, 훈령과 상위 법령의 문언 대응이 미정으로 남은 채로, 두 문언의 자리를 표시하는 작업까지만 이루어진다. 제75조의 두 근거를 각각의 출발점에서 읽어 둔 것이 이 자리의 결과이다.
2.4두 조문의 범위 구분
제75조의 위임과 집행 두 문언을 나누어 놓고 나면, 헌법이 행정입법의 근거를 어느 조문에 따로 두었는지가 남는다. 이 물음에 답하려면 제95조의 문언을 제75조와 나란히 놓고, 두 조문이 각각 다루는 자리를 문언의 범위 안에서 구분하여 표시할 필요가 있다.
국무총리 또는 행정각부의 장의 권한을 규정한 헌법 제95조는 이렇다. "국무총리 또는 행정각부의 장은 소관사무에 관하여 법률이나 대통령령의 위임 또는 직권으로 총리령 또는 부령을 발할 수 있다." (대한민국헌법 제95조) 이 문언은 두 가지를 함께 담는다. 하나는 법률이나 대통령령의 위임이라는 근거이고, 다른 하나는 직권이라는 근거다. 제95조가 두 근거를 나란히 두고 있으므로, 하나의 근거만으로는 총리령이나 부령의 발권 범위가 다 정해졌다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제75조와 제95조의 문언은 서로 무엇을 구분하는가. 제75조는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 집행에 필요한 사항이라는 문언으로 행정입법이 채울 수 있는 자리를 가르는 틀을 제시한다. 제95조는 그 틀 안에서 총리령이나 부령을 발할 수 있는 주체와 근거를 적는다. 하나의 조문이 다른 조문의 문언을 대신하여 값을 적지 않는 구조다.
이 대목에서 구분해 둘 점이 있다. 제95조가 법률이나 대통령령의 위임이라고 적는 문언을, 제75조의 위임받은 사항이라는 문언과 완전히 같은 것으로 옮겨 붙이는 것은 문언을 그대로 읽는 태도가 아니다. 두 조문은 같은 성분을 나란히 다루면서도, 각각 다른 자리를 표시한다. 앞의 문언은 발권의 근거를, 뒤의 문언은 위임의 범위를 가리킨다. 한쪽의 말을 다른 쪽의 자리에 옮겨 놓으면 조문이 그은 경계가 지워진다.
또한, 위 두 조문 어디에도 행정규칙이라는 이름이나 훈령·예규라는 명칭은 적혀 있지 않다. 헌법이 명명하지 않은 규범의 자리를 이 두 조문의 문언으로 채우는 것은 문언의 범위를 넘어서는 일이다. 그러므로 여기까지는 제75조와 제95조가 각각 적어 놓은 문언의 범위만을 표시해 두는 데 그치고, 그 밖의 자리는 표시하지 않은 채 남겨 둔다.
두 조문의 범위를 이렇게 구분해 두면, 이 장면의 쟁점이 어느 자리에서 다시 논의되어야 하는지가 분명해진다. 세무서가 국세청 훈령의 계산 방식에 따라 세액을 산출한 일과, 을이 그 훈령을 공무원 사이의 기준에 불과하다고 본 일은, 제95조가 적은 발권의 근거와 제75조가 적은 위임의 범위가 만나는 지점에 놓인다. 그 지점을 판정하는 데 필요한 문언의 자리는 이 자리까지 표시된 층에 머물러 있다.
2.5조문에 이름 없는 규범
제95조와 제75조의 문언이 서로 다른 자리를 표시하는 것으로 확인된 데서, 이 자리들에 이름 없는 규범이 놓이는지 물어야 한다. 헌법 조문이 직접 거두지 않는 훈령과 예규가 위 두 조문이 그린 층의 어디에 해당하는지, 문언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표시하는 일이 이 자리의 일이다. 다만 자리의 표시만으로 훈령의 법규성을 긍정하거나 부정하지는 않는다.
대한민국헌법 제75조는 대통령령의 근거와 범위를 이렇게 적는다. "제75조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 이 문언은 발할 수 있는 대상을 법률의 구체적 위임 사항과 집행에 필요한 사항으로 한정한다. 문언이 제75조 안에 적은 주체는 대통령이며, 형식은 대통령령이다.
대한민국헌법 제95조는 총리령과 부령의 근거를 아래와 같이 둔다. "제95조 국무총리 또는 행정각부의 장은 소관사무에 관하여 법률이나 대통령령의 위임 또는 직권으로 총리령 또는 부령을 발할 수 있다." 이 문언에서 주체는 국무총리 또는 행정각부의 장이며, 발할 수 있는 형식은 총리령 또는 부령이다. 이 문언은 제75조의 대통령령과 별개의 형식을 가리킨다.
여기서 확인해야 할 것은 두 조문 어디에도 훈령이나 예규라는 이름이 적혀 있지 않다는 점이다. 제75조는 대통령령만을, 제95조는 총리령과 부령만을 적는다. 세무서가 국세청 훈령의 계산 방식으로 을의 양도소득세를 산출한 장면에서, 훈령이 위 두 형식 가운데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지 문언만으로는 정해지지 않는다. 발령일·시행일·공표 방식, 처분이 인용한 조항의 범위, 훈령과 상위 법령의 문언 대응은 아직 미정이다.
병이 다투는 예규의 경우도 같은 자리에 놓인다. 다른 납세자에게 늘 적용하던 예규의 감경을 자기에게 적용하지 않았다는 다툼에서, 예규가 제75조나 제95조가 적은 형식에 들지 않는다면 그 적용 여부는 위 두 조문의 문언만으로는 결정되지 않는다. 이 장면의 결과는 훈령의 법규성이나 감경의 적용 여부에 대한 법적 평가가 아니다.
따라서 훈령과 예규는 헌법이 이름을 두지 않은 규범으로 남는다. 제75조와 제95조가 그린 층의 문언 범위 안에서, 위 두 규범의 자리는 표시되지 않은 채로 둔다. 이 표시를 법규성의 판단으로 넘기지 않는 것이 앞에서 구분한 문언의 범위를 지키는 일이다.
2.6다음 장에 남길 요건
자리의 표시만으로 훈령의 법규성을 가리지 않는 흐름을 이어, 이 장이 남긴 질문을 위임의 문언 앞에 놓는다. 세무서는 법률이 구체적 기준을 국세청장에게 맡겼다고 답하므로, 헌법이 정한 위임의 범위를 규정한 조문에서 출발해야 한다.
위임의 요건을 규정한 대한민국헌법 제75조는 "제75조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고 선언한다. 이 문언은 위임의 대상이 되는 사항을 두 갈래로 나누며, 첫째 갈래에는 법률이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한 사항이 오른다. 세무서가 내세우는 법률이 구체적 기준을 국세청장에게 맡겼다는 설명은, 문언에 적힌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이 성립하는지를 판단해야 비로소 효력을 얻는다.
그렇다면 위임의 주체가 어느 헌법기관이냐를 문언으로 확인해야 한다. 대한민국헌법 제95조는 "제95조 국무총리 또는 행정각부의 장은 소관사무에 관하여 법률이나 대통령령의 위임 또는 직권으로 총리령 또는 부령을 발할 수 있다."고 정한다. 이 문언은 총리령과 부령의 발령 근거로 법률이나 대통령령의 위임을 꼽고 있다. 세무서가 근거로 삼는 계산 방식이 국세청 훈령에 적힌 것이므로, 그 훈령이 이 문언이 말하는 위임을 받은 것인지, 아니면 위임의 바깥에 놓인 것인지는 문언이 스스로 답하지 않는다.
국세청 훈령이 이 조문들이 말하는 대통령령 또는 총리령과 부령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정해져 있지 않다. 문언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한 경우만을 특정하고 있다. 이에 비추어 세무서의 답변이 성립하려면, 을의 양도소득세 산출에 적용된 계산 방식이 법률이 정한 구체적 범위 안에 드는지가 먼저 가려져야 한다. 반면 을이 훈령은 공무원 사이의 사무 처리 기준일 뿐이라고 하는 설명은, 그 훈령이 위임의 문언 밖에 놓여 있음을 전제한다. 어느 쪽이든 위임 문언의 범위 판단이 선행되어야 한다.
훈령과 예규의 발령일·시행일·공표 방식, 각 처분이 인용한 조항의 범위, 훈령과 상위 법령의 문언 대응은 미정이다. 병이 다투는 예규의 감경 적용 여부도 같은 판단의 결과에 놓인다. 예규가 다른 납세자에게 늘 적용되던 감경을 병에게도 적용할 것인지는, 병의 다툼에 대하여 자료가 말한 바 없으므로 여기에서 단정하지 않는다.
다음 장에 넘길 것은 위임의 문언이 정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의 뜻과, 그 뜻이 세무서와 을 사이, 병이 다투는 예규에 미치는 방식이다. 세무서의 계산 방식과 예규의 감경 적용에 대한 결론은 이 장 안에서 내리지 않고, 헌법 제75조와 제95조가 그린 위임의 문언 범위를 정하는 자리에 맡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