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감독 절차에서 받은 문답서가 형사재판의 증거에 이르는 경로를 묻는다. 경의 장면을 따라 조사실에서 법정까지의 단계를 더듬고, 행정조사와 수사가 목적이 다르다는 출발점을 세운다. 제재 경고가 놓은 압력, 고지 없는 진술 확보, 변호사 없는 조사실이 그 경로 위에 어떻게 놓이는지를 차례로 살핀다.
1.1조사실에서 법정까지의 경로
조사실에서 작성된 문답서가 법정에 이르는 길은 여러 단계를 지난다. 금융감독원 검사역은 W증권의 직원 경을 조사실에서 회사 업무와 거래 내역에 관해 신문하고, 그 대답을 문답서로 옮겼다. 경에게 건네진 안내문은 조사에 응하지 않으면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진술거부권의 고지나 변호사의 참여는 그 자리에 없었다. 넉 달 뒤 그 문답서는 수사기관으로 넘어갔고, 경의 형사재판에서 증거로 제출되었다.
그 문답서가 형사재판에 이르기 전에 거쳐야 할 규율이 하나 있다.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은 피의자 신문 전의 고지를 요구하는데, 제1항은 다음과 같다. "①사법경찰관은 피의자를 신문하기 전에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알려주어야 한다. <개정 2026. 8. 4.> 1. 일체의 진술을 하지 아니하거나 개개의 질문에 대하여 진술을 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것 2. 진술을 하지 아니하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아니한다는 것 3. 진술을 거부할 권리를 포기하고 행한 진술은 법정에서 유죄의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 4. 신문을 받을 때에는 변호인을 참여하게 하는 등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 같은 조 제2항은 그 고지 뒤의 절차를 아래와 같이 정한다. "②사법경찰관은 제1항에 따라 알려 준 때에는 피의자가 진술을 거부할 권리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행사할 것인지의 여부를 질문하고, 이에 대한 피의자의 답변을 조서에 기재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이 규정은 고지의 주체로 사법경찰관을, 시점으로 피의자 신문 전을 적시한다. 따라서 경이 받은 조사가 이 규정이 정한 신문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 문답서가 법정에 도착한 뒤에 비로소 문제가 된다. 앞의 경과 그 문답서만을 놓고 보면, 조사실의 안내문에는 제244조의3 제1항 각 호의 사항 가운데 어느 하나도 들어 있지 않았고, 고지에 따른 제2항의 답변과 기재도 관찰되지 않는다. 조사가 감독 목적만으로 이루어졌는지, 문답서의 이첩이 어떤 절차로 이루어졌는지, 경이 조사 자리에서 진술을 거부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그 문답서가 법정에서 채택될지는 모두 미정이다.
다만 이 관찰의 범위는 분명하다. 조사실의 문답과 그 문답서의 이첩, 그리고 법정에서의 증거 제출이라는 겉보이는 순서만이 관찰되었을 뿐, 경의 행위가 범죄를 구성한다는 확정은 이 자리에 들어 있지 않다. 문답서의 증거능력이나 경의 고의, 위법성 같은 법적 평가도 미정이다.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은 그 평가의 한 축을 이루는 규정이지만, 이 규정만으로 그 문답서의 운명이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조사실에서 법정까지의 경로는 이렇게 여러 미정의 지점을 남긴 채 그려진다.
1.2감독과 수사의 목적 차이
문답서가 법정의 증거로 놓이기 전에 거치는 절차마다 그 절차가 놓인 자리를 가려야 한다. 앞에서 본 경로는 관찰된 순서만을 따랐지만, 이제는 그 경로의 각 구간이 감독의 일인지를 묻는다.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의 고지가 어디에 놓인 규정인지를 밝히는 일이 그 첫걸음이다.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은 고지의 주체를 사법경찰관으로 한정하고, 그 시점을 피의자를 신문하기 전으로 잡는다. 그 조문은 "사법경찰관은 피의자를 신문하기 전에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알려주어야 한다"고 선언한다(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이 규정은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신문하는 장면을 전제로 삼는다. 금융감독원 검사역이 회사 업무와 거래 내역을 묻는 조사는 그 문장이 그리는 장면과 겹치지 않는 쪽에 있다.
조문은 이어서 그 안내에 담길 네 가지 사항을 적는다. "일체의 진술을 하지 아니하거나 개개의 질문에 대하여 진술을 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것"과 "진술을 하지 아니하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아니한다는 것"이 먼저이다(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나아가 "진술을 거부할 권리를 포기하고 행한 진술은 법정에서 유죄의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과 "신문을 받을 때에는 변호인을 참여하게 하는 등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함께 놓인다(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이 네 가지가 수사의 신문 절차에서 피의자에게 보장되는 자리임을, 조문의 배치가 분명히 한다.
고지에 그치지 않고 그 행사 여부를 기록으로 남기는 장치도 같은 절차 안에 있다.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제2항은 "사법경찰관은 제1항에 따라 알려 준 때에는 피의자가 진술을 거부할 권리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행사할 것인지의 여부를 질문하고, 이에 대한 피의자의 답변을 조서에 기재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이 기록 의무는 피의자의 권리 행사가 신문 조서 안에 남도록 하는 데 있다. 조사실에서 경이 받은 안내문에는 변호사의 참여에 관한 내용이 없었고, 그 답변을 묻는 절차도 함께 이루어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이 받은 안내문은 조사에 응하지 않으면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은 그와 달리 "진술을 하지 아니하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아니한다는 것"을 알려주도록 요구한다. 두 내용이 정면으로 갈리는 지점이 여기에 있다. 다만 이 대조가 경의 진술을 강요된 것으로 만들었는지의 판단은 다른 문제로 남는다.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이 놓인 자리는 수사기관의 신문 절차이다. 금융감독원의 감독 목적 조사가 언제 그 경계를 넘어섰는지, 문답서의 이첩이 어떤 절차로 이루어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자료가 밝히는 것은 조문이 정한 고지의 자리뿐이며, 경의 문답서가 법정에서 채택될지는 미정이다.
1.3제재 경고가 놓은 압력
행정조사와 형사수사의 목적 차이를 전제로 하면, 경의 문답이 형사재판에 이르는 길목에서 무엇이 그 진술을 떠받쳤는지를 살펴야 한다. 금융감독원 검사역은 경을 조사실에 들여 회사 업무와 거래 내역을 물었고, 경이 한 답은 문답서로 옮겨졌다. 그 자리에 놓인 안내문에는 조사에 응하지 않으면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문구가 들어 있었다. 이 문구가 조사실에 어떤 분위기를 만들었는지가 이 절의 관심사이다.
대한민국헌법 제12조는 형사사건에서 피의자와 피고인의 방어를 보장하는 여러 권리를 함께 선언한다. 그 가운데 진술과 관련하여 헌법 제12조 제2항은 다음과 같이 정한다.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 이 조항이 금하는 것은 형사상 불리한 진술의 강요이다. 같은 조문이 고문과 강요를 나란히 금지하는 구조를 띠고 있으므로, 강요의 판단은 물리적 수단에만 묶이지 않고 진술자의 의사결정을 짓누른 압력의 성격을 함께 살피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경의 문답이 감독 목적의 조사에서 이루어졌다는 점과, 그 기록이 나중에 형사재판의 증거로 제출되었다는 점을 함께 놓고 보아야 이 조항과의 관계가 드러난다.
조사에 응하지 않으면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안내는 경에게 응하지 않을 경우의 불이익을 미리 보여주는 말이다. 그 안내가 제재의 근거와 절차를 함께 밝혔는지, 혹은 불이익의 가능성만을 알렸는지에 관하여는 확인된 바 없다. 제재의 종류와 근거, 그리고 그 제재가 형사처벌인지 아닌지에 관한 자료도 역시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 안내문이 실제로 어느 무게의 압력을 놓았는지 단정할 수 없다. 다만 그 문구가 경의 선택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는, 헌법 제12조 제2항이 말하는 강요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정황이다. 진술을 하지 않을 자유가 실질적으로 남아 있었는지를 물을 때, 그 자유의 테두리를 좁힌 경고의 내용과 전달 방식은 함께 읽혀야 한다.
조사실에서 경이 받은 안내는 변호사의 참여가 보장되지 않은 가운데 전해졌다. 경이 회사 업무와 거래 내역에 관해 묻고 답하는 동안 그 자리를 함께 지킨 이가 있었는지, 있었다면 어떤 자격으로 있었는지에 관하여도 확인되지 않았다. 경의 답변은 그 안내문이 놓인 분위기 속에서 기록되었고, 그 기록은 넉 달 뒤 수사기관으로 넘어갔다. 그 이첩이 어떤 절차를 따라 이루어졌는지, 조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감독 목적으로만 진행되었는지에 관하여는 확인된 바 없다. 이 관찰은 경의 행위가 범죄를 구성한다는 확정이 아니며, 문답서의 증거능력이나 그 진술의 자발성을 법적으로 평가한 결론도 아니다. 여기서는 제재 경고가 조사실에 놓은 압력의 존재만을 적어 둔다. 그 압력이 형사상 불리한 진술의 강요에 이르렀는지는 아직 판단하지 않았다.
1.4고지 없는 진술 확보
제재 경고가 조사실에 놓은 압력 다음으로, 경의 진술 과정에서 권리를 고지하는 절차가 있었는지가 문제된다.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은 피의자 신문에 앞서 사법경찰관이 지켜야 할 고지의 내용을 열거한다. 그 규정은 신문 전의 고지 의무를 다음과 같이 정한다.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제1항은 "제244조의3(진술거부권 등의 고지) ①사법경찰관은 피의자를 신문하기 전에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알려주어야 한다. <개정 2026. 8. 4.> 1. 일체의 진술을 하지 아니하거나 개개의 질문에 대하여 진술을 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것 2. 진술을 하지 아니하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아니한다는 것 3. 진술을 거부할 권리를 포기하고 행한 진술은 법정에서 유죄의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 4. 신문을 받을 때에는 변호인을 참여하게 하는 등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라고 규정한다.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제1항이 정한 고지의 네 가지 항목은 피의자가 진술을 거부할 수 있다는 사실과 그 거부가 불이익을 낳지 않는다는 사실, 거부권을 포기한 진술이 유죄의 증거로 쓰일 수 있다는 사실,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로 구성된다.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제1항의 문언은 고지의 시점을 신문의 전으로 특정한다. 조문은 "피의자를 신문하기 전에"라는 표현으로 시점을 못 박고,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알려주어야 한다"는 표현으로 의무의 이행 방식을 정한다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이 문언에 비추어 보면, 고지는 신문이 시작되기 전에 이루어져야 하고, 그 내용은 네 항목에 대하여 "알려주어야" 할 사항이다. 따라서 이 규정이 정하는 고지는 개별 질문에 답한 뒤에 사후적으로 보충하는 것으로는 채워지지 않는다.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은 고지에 이어 피의자의 응답을 기록할 절차도 함께 정한다. 조문은 고지한 뒤의 조치를 이렇게 요구한다. "②사법경찰관은 제1항에 따라 알려 준 때에는 피의자가 진술을 거부할 권리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행사할 것인지의 여부를 질문하고, 이에 대한 피의자의 답변을 조서에 기재하여야 한다. 이 경우 피의자의 답변은 피의자로 하여금 자필로 기재하게 하거나 사법경찰관이 피의자의 답변을 기재한 부분에 기명날인 또는 서명하게 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제2항의 기재 방식은 피의자의 답변을 조서에 남기고 그 방식을 자필 기재나 기명날인으로 한정한다. 여기서 조서는 고지와 그에 대한 답변을 함께 담는 기록으로 기능한다.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의 문언이 적시하는 의무자는 사법경찰관이다. 조문은 "사법경찰관은 피의자를 신문하기 전에"라는 표현으로 고지 의무를 둔다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그 의무의 상대방은 문언상 피의자이다. 조문은 신문의 주체를 사법경찰관으로, 신문의 대상을 피의자로 각각 적시한다. 반면 경이 받은 안내문에는 응하지 않으면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고, 진술거부권의 고지라는 제목의 안내는 관찰된 바 없다. 경에게는 그 네 가지 항목이 하나도 고지되지 않았고, 고지에 따른 답변의 확인 절차도 함께 이루어지지 않았다. 관찰된 안내문의 문구가 고지의 네 항목 가운데 어느 것과 겹치는지에 관하여는 기록이 없다. 확정된 것은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이 정한 고지의 형태로는 아무것도 전달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여기에서 두 가지 장면이 서로 어긋난다. 하나는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이 전제하는 사법경찰관에 의한 피의자 신문이고, 다른 하나는 감독기관의 검사역이 회사 직원을 상대로 한 업무·거래 내역의 확인이다. 조문이 의무자로 적시한 사법경찰관과, 경을 조사실로 불러 문답을 진행한 검사역이 같은 자인지에 관하여는 기록이 없다. 조문이 대상으로 적시한 피의자와, 회사 업무와 거래 내역에 관하여 질문을 받은 경이 같은 지위에 있었는지도 마찬가지로 미정이다. 경의 지위가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의 문언이 전제하는 피의자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는 여기에서 다루지 않는다.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제1항이 정한 고지 의무가 감독 목적의 조사에서 행한 문답에 적용되는지에 관하여는 여기에서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조사가 감독 목적만을 위하여 이루어졌는지, 문답서가 어떤 절차로 수사기관에 넘어갔는지에 관한 판단 역시 미정이다. 고지가 없었다는 관찰만으로 그 문답이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의 규율 대상이 된다고 볼 수도, 반대로 그 규율에서 벗어난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확정된 것은 경이 받은 안내문에 진술거부권의 고지가 없었다는 사실 하나이다.
문답서가 형사재판에 증거로 제출된 뒤 법정에서 채택될지에 관하여도 자료가 제공되지 않았다.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은 진술거부권 고지의 방식을 정할 뿐, 고지가 없었던 문답서의 증거능력을 직접 규율하는 문언을 두고 있지 않다. 조문은 고지의 의무와 그 이행 기록의 방식을 정하면서, 그 의무를 지키지 못한 경우의 효과에 관하여는 말하지 않는다. 따라서 고지의 부재와 그 문답서의 증거능력은 별개의 문제로 남는다. 경의 행위가 범죄를 구성한다는 확정, 그 문답서의 증거능력, 경의 고의와 위법성에 관한 평가는 모두 미정이다. 여기에서 기록하는 것은 조사실에서 고지의 절차가 없었다는 관찰과,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의 문언이 그 절차를 어떻게 정하고 있는지의 대비이다.
1.5변호사 없는 조사실
진술거부권의 고지가 없었다는 장면에 이어, 이번에는 그 조사실에 변호사가 없었다는 사실을 같은 자리에 놓는다. 대한민국헌법 제12조는 신체의 자유와 형사절차의 보장을 함께 규정하고 있다. 경의 조사실에는 변호인의 참여가 없었다는 관찰만이 남고, 경이 그 권리를 실제로 잃었는지의 평가는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규정한 것은 같은 조 넷째 항이다. 헌법 제12조 제4항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다만, 형사피고인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가 변호인을 붙인다."라고 정한다 (대한민국헌법 제12조). 이 문장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를 전제로 삼고, 그때에 즉시 조력을 받을 권리를 말한다. 경은 조사실로 불려가 질문을 받았을 뿐, 체포 또는 구속 상태에 놓였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 보장이 경의 조사실에 그대로 놓이는지의 문제는 미정으로 남는다.
같은 조에서 보장의 시점을 함께 보는 것도 필요하다. 헌법 제12조 제5항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의 이유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고지받지 아니하고는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하지 아니한다.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자의 가족등 법률이 정하는 자에게는 그 이유와 일시·장소가 지체없이 통지되어야 한다."라고 선언한다 (대한민국헌법 제12조). 이 항의 고지와 통지는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자를 전제로 한다. 체포 또는 구속이 없는 조사라면 이 고지의 전제도 함께 놓인다. 경이 받은 안내문은 제재의 가능성을 알렸을 뿐이었다. 안내문에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음이 적혀 있었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받지 않는 보장도 같은 자리에 있다. 헌법 제12조 제2항은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한다. 이 보장은 진술이 강요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말한다. 조사의 방식을 규율하되, 조사실에 변호인이 있어야 한다는 요구를 직접 담지는 않았다. 경이 질문에 답한 방식에 이 보장이 미치는지의 판단은 남는다.
아울러 같은 조 넷째 항과 다섯째 항이 놓인 자리도 구별된다. 넷째 항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의 권리를 말하고, 다섯째 항은 체포 또는 구속의 이유와 권리를 고지받지 않으면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하지 아니한다고 선언한다. 두 항은 모두 체포 또는 구속을 문장 안에 둔다. 경의 조사실에 그 두 항의 전제가 놓였는지는 미정이다.
따라서 여기에 적히는 것은 변호사가 그 조사실에 없었다는 사실과, 그 사실이 헌법 제12조 제4항이 전제한 장면과 같지는 않다는 문장 사이의 간격이다. 경이 이 권리를 실제로 잃었는지의 판단은 남는다. 그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채, 문답서는 만들어졌다.
1.6문답서가 법정에 놓일 때
변호사가 없는 조사실에서 적은 문답서는 그 자체로 조사의 산물에 머무른다. 그러나 검사역의 질문에 경이 답한 내용이 형사재판에 증거로 제출되면, 그 문건은 감독의 기록에서 재판의 증거로 자리를 옮긴다. 이때 적법절차의 요구가 어느 범위에서 작동하는지가 문제로 놓인다. 문답서의 증거능력과 채택 여부는 정해진 바 없고, 여기서는 헌법 제12조의 문언이 형사절차의 보장으로 어디서부터 미치는지를 묻는 물음에 되돌아간다.
형사절차의 보장이 걸리는 출발점은 심문과 처벌의 금지에 있다. 헌법은 먼저 심문의 근거를 법률에 두고, 처벌의 절차는 법률과 적법한 절차를 요구한다. 대한민국헌법 제12조는 "제12조 ①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 (대한민국헌법 제12조)라고 선언한다. 경의 문답이 법정에 놓여 처벌의 근거로 쓰이는 장면에서 이 문언은 심문의 근거와 처벌의 절차를 함께 돌아보게 한다.
이어서 진술의 자유가 함께 놓인다. 자의로 한 진술이 아니면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보장은 고문과 불리한 진술의 강요 금지에서 시작된다. 대한민국헌법 제12조는 "②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 라고 규정한다. 경이 받은 안내문에 조사에 응하지 않으면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는 관찰은, 이 보장이 문답의 자리에서 어떻게 놓였는지를 가늠해 보게 한다.
자백이 정식재판에서 유죄의 증거로 쓰이지 못하는 경우와 자백이 그에게 불리한 유일한 증거일 때를 헌법은 따로 적고 있다. 대한민국헌법 제12조는 "⑦피고인의 자백이 고문·폭행·협박·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망 기타의 방법에 의하여 자의로 진술된 것이 아니라고 인정될 때 또는 정식재판에 있어서 피고인의 자백이 그에게 불리한 유일한 증거일 때에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삼거나 이를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 라고 밝힌다. 다만 경의 문답서가 여기에 해당하는지, 수사기관으로 넘어간 경위와 시점이 어떠한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적용에 관한 한 가지 구분을 남겨 둔다. 조사가 감독 목적으로만 이루어졌는지, 이첩이 어떤 절차로 이루어졌는지, 경이 진술을 거부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법정에서 그 문답서가 채택될지는 미정이다. 문답서가 경의 형사재판에 제출되었다는 관찰은 경의 행위가 범죄를 구성한다는 확정을 뜻하지 않고, 그 문답서의 증거능력이나 고의, 위법성에 관한 법적 평가도 뜻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