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행정조사가 어떤 근거 위에서만 행하여질 수 있는지를 묻는다. 제5조가 요구하는 법령상 근거의 의미를 읽고, 헌법 제12조가 신체의 자유와 관련하여 요구하는 보장을 나란히 견주어 본다. 두 근거가 함께 서는 자리를 형사절차 보장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4.1법령상 근거의 요구
제4조가 자료의 이용에 관한 경계를 정하고 멈춘 곳에서, 이제 행정조사가 성립하기 위하여 무엇이 근거로 요구되는지를 묻는다. 이 물음에 대해 행정조사기본법 제5조는 조사의 실시 자체를 규율하는 문언을 두고 있다. 행정조사기본법 제5조는 "행정기관은 법령등에서 행정조사를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 한하여 행정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 다만, 조사대상자의 자발적인 협조를 얻어 실시하는 행정조사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한다 (행정조사기본법 제5조). 이 조문의 문언에 따라 문답서의 작성과 그 이첩을 함께 놓고 본다.
제5조의 앞 문장은 행정조사가 가능하려면 행정조사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 규정이 있어야 하는 자리는 "법령등"이다. "행정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는 표현은 조사의 실시를 그 규정에 걸어 놓는다. 그리고 문장이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 한하여 실시할 수 있다고 정한 한정은 규정이 없는 조사의 실시를 원칙적으로 막는다. 조사기관이 무엇을 의도하였는지는 이 문장의 요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금융감독원 검사역이 회사 업무와 거래 내역에 관해 묻는 경우, 그 조사가 성립하려면 행정조사를 규정하고 있는 법령등이 있어야 한다.
다만 뒷 문장은 협조에 의한 조사에 대하여 앞 문장의 요구를 거두어들인다. 자발적인 협조를 얻어 실시하는 행정조사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정하여, 그 경우 법령등의 규정을 요구하지 아니한다. 이 단서가 다루는 것은 조사의 성립 요건이다. 조사의 방법이나 조사 결과의 이용이 그 대상이 아니다. 그러므로 조사실로 불린 경이 협조에 응하였는지가 이 문장의 적용을 가른다. 그 점이 미정인 현 시점에서 제5조 앞 문장이 이 조사에 적용되는지 확정하기 어렵다.
제5조는 또한 근거의 요건을 진술거부권의 고지나 변호사의 참여로 확장하지 아니한다. 이 조문이 요구하는 것은 행정조사를 규정하고 있는 법령등이다. 경이 받은 안내문에 진술거부권의 고지와 변호사의 참여가 없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는 제5조의 근거 요구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판단으로 이어지지 아니한다. 안내문에 조사에 응하지 않으면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는 점도, 근거의 존재를 가르는 요건이 되지 아니한다. 안내문의 내용은 근거의 존재와 별개의 문제이다. 이 관찰이 경의 행위가 범죄를 구성한다는 확정이나, 그 문답서의 증거능력·고의·위법성에 관한 법적 평가를 뜻하지 아니함은 앞서 살핀 바와 같다.
문답서의 이첩과 형사재판에서의 증거 제출은 행정조사의 실시에 관한 제5조의 문언이 직접 규율하는 대상이 아니다. 넉 달 뒤에 그 문답서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간 절차와 법정에서의 채택은 미정이며, 제5조가 그에 대한 기준을 함께 두고 있지 아니하다. 조사의 근거에 관한 판단이 자료의 이용에 관한 판단으로 자동적으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아울러 조사가 감독 목적으로만 이루어졌는지도 미정이다. 제5조의 앞 문장과 뒷 문장 어디에도 조사의 목적이 요건으로 적혀 있지 아니하므로, 목적이 미정이라는 사실만으로 근거 요구가 충족되지 못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제5조가 이 사례에 요구하는 것은, 그 조사가 자발적인 협조에 의하지 아니하는 행정조사라면 행정조사를 규정하고 있는 법령등의 존재이다. 이 요구가 충족되었는지는 확인되지 아니하였다. 제5조가 요구하지 아니하는 것을 그 요구로 보태어 읽는 것도, 요구하는 근거를 뒷 문장의 단서로 덜어내는 것도 문언에 맞지 아니한다.
4.2근거 법령의 의미
법령상 근거가 요구된다는 결론에 이어, 제5조의 문언이 말하는 "법령등"이 어떤 범위를 가리키는지 규정의 표현에 머물러 살핀다. 이 범위는 조사 권한의 한계와 직결되므로, 문언에 없는 등급이나 체계를 보태지 않는 선에서 읽는다.
행정조사기본법 제5조는 조사 근거를 요구하면서 그 표현을 이렇게 쓴다. "행정기관은 법령등에서 행정조사를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 한하여 행정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 (행정조사기본법 제5조) 조문이 "법령등"이라 적고 있다는 점이 관건이다. 문언은 법령의 종류나 등급을 열거하지 않고 "법령등"이라는 한 표현으로 묶는다. 이 표현이 어디까지를 가리키는지에 관해 제5조는 더 이상의 설명을 두지 않는다.
그렇다면 조사 근거를 요구하는 문장의 뜻은, 행정조사를 규정하고 있는 법령등이 있을 때에만 행정기관이 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읽힌다. 근거 없이 조사할 수 있는지를 정하는 기준은 곧 "행정조사를 규정하고 있는" 법령등의 존재다. 규정되어 있지 않은 조사를 실시할 수는 없다는 제한이 이 문장에서 바로 나온다.
제5조는 이어서 예외를 둔다. 같은 조 단서에서 자발적 협조로 실시하는 조사의 경우를 그 예외로 적는다. "다만, 조사대상자의 자발적인 협조를 얻어 실시하는 행정조사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행정조사기본법 제5조) 단서가 빠지면 근거 요구가 절대적인 것으로 읽히므로, 단서는 이 해석의 한 축이다.
이 사례에서 금융감독원이 W증권의 직원 경을 조사실에서 문답한 행위가 자발적 협조에 해당하는지는 미정이다. 경이 안내문에 따라 출석하고 답변했더라도, 안내문이 조사 거부 시 제재를 예고했다면 두 가지 판단이 갈린다. 제5조의 단서가 적용되는지 여부는 문언의 뜻을 넘겨 단정하지 않고 미정으로 남긴다.
제5조는 조사 대상자가 협조하는 경우의 근거를 따로 요구하지 않는다. 협조를 얻는 조사라면 별도의 법령상 근거 없이 실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예외 규정이 이 사례에서 어느 쪽에 적용될지는, 경의 출석과 답변이 자발적이었는지에 달렸고 그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협조 여부가 가려지지 않았다면 근거 요구의 적용도 미정이다. 근거 법령이 있는 조사인지 살피는 일은, 단서가 적용되지 않는 조사라는 전제가 성립했을 때 의미를 갖는다. 전제가 확인되지 않은 채로 근거 법령을 논할 수는 없다.
한편 제5조가 법령의 상·하위를 구분하지 않고 "법령등"이라 통칭한다는 점만으로 특정 등급의 법령만 근거가 된다거나, 반대로 모든 형태의 규정이 근거가 된다는 결론을 서두를 수는 없다. 조문이 정하지 않은 사항을 추측으로 채우면 근거 법령의 의미는 문언의 범위를 벗어난다. 이 사례에서 조사의 근거가 된 법령이 무엇인지도 자료로 확인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법령등"의 "등"이 무엇을 함께 묶는지 제5조는 밝히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 뜻을 여기서 새로 정하면, 정하는 사람의 판단이 조문의 자리에 들어가는 셈이다. 문언이 남긴 공백은 공백으로 두는 편이 정직한 해석이다.
결국 제5조가 요구하는 것은 "법령등에서 행정조사를 규정하고 있는 경우"라는 문언의 충족이다. 이 문언이 이 사례의 조사에 충족되었는지는, 근거 법령의 존재와 협조 여부에 관한 사실이 확인되어야 판단할 수 있다. 미정으로 남은 이 부분은 다음 단계의 논의에서 그대로 다루어야 할 쟁점이다.
4.3구체적 근거와 조사 한계
법령등이 정한 경우에만 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자, 그 근거가 조사의 범위와 방법에 어떤 한도를 두는지가 다음 문제로 남는다. 이 문제는 근거의 유무만 묻는 앞의 단계와 달리, 그 근거가 닿는 범위를 묻는 일이다.
행정조사기본법 제5조는 조사 권한의 범위를 이렇게 그어 둔다. 동 조에 의하면, "행정기관은 법령등에서 행정조사를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 한하여 행정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 다만, 조사대상자의 자발적인 협조를 얻어 실시하는 행정조사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행정조사기본법 제5조). 근거 없는 조사를 금지하는 원칙에 자발적 협조를 받는 예외를 둔 것이다. 이 문언은 두 가지를 함께 말한다. 조사 실시는 법령등이 규정하는 경우에 묶이고, 조사대상자가 스스로 협조하는 경우에만 그 묶임이 풀린다. 이 문언은 조사의 근거가 무엇이며 그 근거의 양태가 조사의 성격을 어떻게 가르는지를 함께 보여 준다.
그렇다면 근거 법령이 정한 범위가 곧 조사의 한계가 된다. 법령이 조사 대상·방법·시기를 정해 둔 경우, 그 정함은 조사 권한의 바깥 테두리로 작동한다. 테두리 안의 일은 근거를 가지고 수행되지만, 테두리 바깥의 일은 제5조의 문언으로 뒷받침되지 않는다. 근거가 없는 조사를 예외로 허용하는 길은 문언상 자발적 협조의 경우 하나뿐이며, 이마저도 조사대상자의 협조가 자발적인 경우에만 열린다.
이 결론은 경의 조사에 그대로 적용된다. 금융감독원 검사역이 W증권의 직원 경을 조사실로 불러 회사 업무와 거래 내역에 관해 묻고 답한 내용을 문답서로 작성한 일은, 감독 목적에 따른 직원 면담과 문답서 작성이라는 형태를 띠고 있다. 그러한 면담과 문답서 작성은 그러한 근거가 정한 안에서만 이루어져야 한다. 경이 받은 안내문에 조사에 응하지 않으면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면, 그 예고가 놓이는 자리도 같은 테두리 안이다.
아울러 경이 받은 안내문에 담긴 제재 예고는 제5조에서 나온 내용이 아니다. 제5조는 조사의 실시 요건만을 말하며, 조사에 응하지 않는 경우의 효과나 절차 규율은 담고 있지 않다. 문언이 조사 실시의 허용 여부만을 가르고 있을 뿐, 응하지 않는 자에게 어떤 제재가 따르는지는 규정하지 않는 까닭이다. 그러므로 제5조의 근거만으로는 경에게 조사 응과 관련된 제재를 예고할 근거가 마련되지 않는다. 그 예고의 근거가 된다고 내세울 수 있는 내용이 제5조에는 들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조사가 자발적 협조를 얻어 이루어진 것이라면 제5조 단서가 적용된다. 그러나 경의 조사에 관한 한, 그러한 협조가 있었는지 여부는 미정이다. 진술거부권의 고지와 변호사의 참여가 없었다는 사실만으로 자발성의 유무를 정할 수는 없다. 단서가 열어 둔 경우에 해당하는지의 판단은 미정으로 남는다.
따라서 이 사례에서 그 조사가 감독 목적만을 위하여 실시된 것인지, 경이 진술을 거부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그 문답서가 법정에서 채택될지는 정해진 바 없다. 제5조의 문언은 근거 있는 조사의 실시 가능성을 열어 주되, 그 조사의 결과물이 향후 법정에서 갖는 지위에 관하여는 아무런 정함이 없기 때문이다. 넉 달 뒤 수사기관으로 넘어간 문답서의 향방에 대하여도, 제5조가 미리 답을 주지 않는다.
결국 조사의 근거가 정하는 범위 안에서 조사의 실시가 허용될 뿐이고, 근거 밖의 방식이나 효과는 제5조의 문언에 의하여 뒷받침되지 않는다. 근거의 요구는 조사의 실시를 가를 뿐 아니라, 조사에 부수된다고 내세워지는 안내와 효과가 어디까지 서 있을 수 있는지도 함께 가른다.
4.4헌법 제12조의 보장
법령상 근거를 요구한 제5조의 문언은 조사의 범위를 가르면서, 그 조사가 국민의 신체의 자유에 닿을 때 무엇이 함께 요구되는지는 열어두었다. 헌법 제12조는 이 물음에 답하는 자리에서 읽어야 한다. 이 조는 신체의 자유의 주체와 침해의 유형, 그리고 각 유형에 붙는 절차적 보장을 함께 적고 있다.
우선 자유의 주주와 침해의 첫째 유형을 놓고, 헌법 제12조 제1항은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①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 이 문언은 "심문"을 법률의 근거 없이 받지 아니할 권리의 대상으로 명시한다. 경이 금융감독원 검사역으로부터 회사 업무와 거래 내역에 관해 묻고 답한 일이 "심문"에 해당하는지는 이 조문만으로 확정되지 않으며, 그 평가는 미정으로 남는다.
다음으로 강요된 진술을 가로막는 보장을 보면, 헌법 제12조 제2항은 "②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고 정한다. 이 규정이 요구하는 것은 불리한 진술의 강요 금지이다. 경이 받은 안내문에 조사에 응하지 않으면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던 점이 이 강요 금지와 어떻게 맞물리는지는, 그 안내와 강요의 평가를 전제로 비로소 논할 수 있는 문제이다.
체포·구속의 경우에 붙는 절차적 보장은 따로 적혀 있다. 헌법 제12조 제5항은 "⑤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의 이유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고지받지 아니하고는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하지 아니한다.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자의 가족등 법률이 정하는 자에게는 그 이유와 일시·장소가 지체없이 통지되어야 한다."고 하여 고지와 통지를 요구한다. 이어서 동조 제6항은 "⑥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적부의 심사를 법원에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하여 사후 심사를 청구할 권리를 보장한다. 이 두 항이 붙는 전제인 체포 또는 구속이 경의 조사에 있었는지, 있었다면 그 형사재판에서 그 문답서가 채택될지는 모두 미정이다.
마지막으로 자백을 증거로 쓰는 데에 붙는 한계를 보면, 헌법 제12조 제7항은 "⑦피고인의 자백이 고문·폭행·협박·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망 기타의 방법에 의하여 자의로 진술된 것이 아니라고 인정될 때 또는 정식재판에 있어서 피고인의 자백이 그에게 불리한 유일한 증거일 때에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삼거나 이를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고 정한다. 경의 문답서가 형사재판에서 증거로 제출된 상태에서, 이 한계가 그 문답서에 적용되는지는 앞서 미정으로 남긴 쟁점들에 달려 있다. 그러므로 이 조문이 요구하는 보장의 항목만 정리할 뿐, 그 문답서의 증거능력에 대한 결론은 서둘러 내리지 않는다.
4.5두 근거의 나란한 견줌
앞 절에서 헌법 제12조가 정하는 보장을 밝혔으니, 이제 그 보장과 행정조사의 법령상 근거 요구를 나란히 놓고 구분할 차례다. 두 규정은 각기 다른 자리에서 작동한다. 한쪽의 요건을 다른 쪽으로 옮겨 심지 않고, 서로의 의미를 대신 확정하지 않는 것이 이 견줌의 방향이다.
행정조사가 법령에 근거를 두어야 하는 이유는 행정조사기본법 제5조가 분명히 밝힌다. 동법 제5조는 "행정기관은 법령등에서 행정조사를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 한하여 행정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 다만, 조사대상자의 자발적인 협조를 얻어 실시하는 행정조사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한다. 이 규정은 조사의 실시 자체가 법령의 근거를 요건으로 한다는 점을 명시한다. 다만 자발적인 협조를 얻는 조사에 대해서는 이 요건을 요구하지 않는다.
헌법 제12조는 신체의 자유와 그에 따르는 보장을 다룬다. 헌법 제12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한다. 이 문언은 심문을 법률에 의하지 않고 받지 않을 권리를 함께 규정한다. 다만 이 항이 어떤 상황에서 심문에까지 이르는지에 관해서는 문언이 직접 답하지 않는다.
헌법 제12조는 심문 외에 형사절차에서 요구되는 보장도 함께 정한다. 제12조 제2항은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한다. 이 항은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받지 않을 권리를 선언한다. 이 보장이 행정조사의 자리에 어떻게 닿는지는 문언만으로 단정할 수 없다.
두 규정의 자리를 나란히 놓으면 다음과 같이 구분된다. 제5조는 조사를 실시하는 쪽, 즉 행정기관이 지켜야 할 조사의 실시 요건을 규정한다. 헌법 제12조는 조사를 받는 쪽, 즉 국민이 가지는 신체의 자유와 그에 따른 보장을 규정한다. 한쪽은 실시의 근거를 묻고, 다른 쪽은 받는 사람의 권리를 지킨다.
이 구분을 합성 사례에 놓고 보면, 검사역이 W증권의 직원 경을 조사실에서 문답한 일은 제5조의 실시 요건 문제와 헌법 제12조의 보장 문제를 함께 제기한다. 다만 경이 받은 안내문, 진술거부권 고지의 부재, 그리고 문답서가 나중에 형사재판에 제출된 일의 법적 평가는 아직 미정이다. 이 견줌은 어떤 요건을 어느 쪽에서 심을지 가를 뿐, 그 평가의 결론을 내지 않는다.
4.6형사절차 보장의 출발점
행정조사의 근거 요구와 형사절차의 보장이 각기 서는 자리를 나눈 다음에, 이제 두 규정이 만나는 지점을 살필 차례이다. 금융감독원 검사역이 W증권의 직원 경을 조사실에 불러 회사 업무와 거래 내역을 묻고 답한 내용을 문답서로 작성한 일은, 이 두 규정이 한 자리에 함께 놓이는 상황을 보여준다. 경이 받은 안내문에는 조사에 응하지 않으면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있었고, 진술거부권의 고지와 변호사의 참여는 없었다. 이 사정을 앞의 구분에 견주어 보면, 우선 조사가 법령등에서 규정하는 근거에 따라 이루어졌는지 묻게 된다. 행정조사기본법 제5조(행정조사의 근거)는 "행정기관은 법령등에서 행정조사를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 한하여 행정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 다만, 조사대상자의 자발적인 협조를 얻어 실시하는 행정조사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행정조사기본법 제5조)라고 정한다. 이에 따르면 감독 목적의 조사도 법령등의 근거를 갖추어야 하고, 자발적인 협조에 맡기는 조사만이 예외로 놓인다. 경에게 제재 가능성을 안내한 조사가 어느 쪽에 드는지는, 조사의 근거와 강제의 정도가 정해져야 비로소 가려진다.
다음으로 형사절차의 보장이 문제된다. 이 사례에서 경이 회사 업무와 거래 내역에 관해 묻고 답한 행위가 범죄를 구성한다는 확정은 없으며, 문답서의 증거능력이나 경의 고의·위법성 같은 법적 평가도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문답서가 넉 달 뒤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재판에서 증거로 제출되었다는 사실 때문에, 헌법 제12조가 놓아둔 보장의 문을 확인해 두어야 한다. 헌법 제12조 제2항은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라고 선언한다. 이 보장은 형사절차에서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를 말한다. 조사실에서 강제로 받아 적은 진술이 형사재판에 제출되는 경우, 이 보장의 의미가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자백의 증거 사용이 제한되는 조건도 함께 둔다. 헌법 제12조 제7항은 "피고인의 자백이 고문·폭행·협박·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망 기타의 방법에 의하여 자의로 진술된 것이 아니라고 인정될 때 또는 정식재판에 있어서 피고인의 자백이 그에게 불리한 유일한 증거일 때에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삼거나 이를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라고 규정한다. 이 규정은 자백이 자의로 진술된 것이 아니라고 인정되는 경우와, 불리한 유일한 증거인 경우를 나누어 제시한다. 경의 문답서가 이 가운데 어느 조건에 드는지는, 그 문답서가 어떠한 방식으로 작성되었는지가 밝혀져야 판단할 수 있다. 지금은 이 사정이 미정이므로, 어느 쪽이라 단정할 수 없다.
조사의 근거와 형사절차의 보장이 만나는 자리는 이 지점이다. 한쪽의 요건을 다른 쪽으로 옮겨 심지 않는 구분은 유지하면서, 조사가 형사재판의 증거로 쓰이게 되는 경우에 두 규정이 함께 검토된다는 점을 확인할 뿐이다. 경의 문답서가 법정에서 채택될지, 이첩이 어떤 절차로 이루어졌는지, 경이 진술을 거부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조사가 감독 목적으로만 이루어졌는지는 모두 미정이다. 이 관찰은 경의 행위가 범죄를 구성한다는 확정이나, 그 문답서의 증거능력·고의·위법성과 같은 법적 평가를 뜻하지 않는다. 다만 행정조사의 근거가 갖추어진 조사라 하더라도, 그 결과가 형사절차에서 증거로 쓰이는 때에는 형사절차의 보장이 함께 문제된다는 점이 남는다. 앞의 구분이 이 지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지 않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