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이 장은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나 헌법불합치를 선고한 다음 날 법원 앞에 놓이는 물음을 묻는다. 헌법 제107조와 제111조가 나눈 심사권의 구분 위에, 이미 진행 중인 사건과 확정된 사건이 각기 다른 물음을 받는 모습을 놓고 두 물음을 가르는 자리를 살핀다. 결정 유형별 뒤처리의 내용은 이어지는 각 장에 남긴다.
1.1법정에 놓인 첫 물음
법률 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선고된 뒤에도, 그 조항을 적용해야 하는 재판은 이미 법정에 놓여 있다. 형사재판의 피고인이 그 조항으로 기소되어 심리를 받는 중이거나, 확정된 유죄 판결의 뒤처리를 묻는 청구가 법원에 접수되는 때가 이에 해당한다. 법원은 이 자리에서 우선 헌법조항에 시선을 두어야 한다. 재판의 전제가 된 법률의 위헌 여부를 누가 어떻게 판단하는지가 헌법에 먼저 적혀 있기 때문이다.
헌법은 그 자리를 법률 위헌 심사의 절차로 구체화한다. 대한민국헌법 제107조 제1항은 심사의 출발점과 경로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법원은 헌법재판소에 제청하여 그 심판에 의하여 재판한다" (대한민국헌법 제107조). 법원이 위헌 여부를 스스로 확정하여 재판을 매듭짓는 것이 아니라,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거쳐 재판을 이어간다는 뜻이다. 이 문장이 이 사례에서 법원이 처음 마주하는 물음의 위치를 정한다. 조항이 이미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법원은 그 판단을 받아들인 뒤 어떤 내용으로 조항을 적용할지에 관한 문제를 다시 다루어야 한다.
같은 조항은 다른 종류의 심사 주체도 함께 구분한다. 명령·규칙 또는 처분의 위헌·위법 여부는 별도의 경로를 따른다. 대한민국헌법 제107조 제2항은 이 영역의 심사권을 다음 문장에 따라 대법원에 두고 있다. "명령·규칙 또는 처분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대법원은 이를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을 가진다" (대한민국헌법 제107조). 그러나 이 사례의 대상은 형벌 조항, 즉 법률이다. 따라서 병의 재판과 정의 뒤처리 청구에서 법원이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것은 이 제2항의 심사가 아니라 제1항의 경로이다.
그렇다면 법정에 놓인 첫 물음은 무엇인가. 헌법재판소가 어떤 형벌 조항에 헌법불합치를 선고하고 시한을 정하여 개정을 요구한 뒤, 그 시한이 지나도록 국회가 조항을 개정하지 않은 채 두었을 때, 법원은 그 조항을 지금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병은 그 조항으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 정은 같은 조항으로 유죄가 확정되어 형을 마쳤고, 이제 뒤처리를 묻고 있다. 두 사건 모두에서 법원은 조항의 현재 내용을 먼저 확정하지 않고서는 다음 판단으로 나아갈 수 없다.
다만 이 자리는 물음의 위치만을 정할 뿐이다. 헌법재판소가 선고한 위헌의 종류에 따라 법원의 뒤처리가 달라질 수 있고, 잠정 적용 기간에 선고된 판결을 어떻게 다룰지도 별개의 문제이다. 병의 재판에 적용할 조항의 내용, 정이 청구할 수 있는 뒤처리의 인용 여부, 잠정 적용 기간 중 선고된 판결의 처리는 모두 아직 미정이다. 헌법이 정한 심사의 자리가 확인된 지금, 그 자리에서 분기하는 가지의 구분을 다음 문제로 삼아야 한다.
1.2심사권의 나눈 선
법원이 위헌 여부를 물어온 뒤에는 누가 그 물음을 다루는지가 따라야 한다. 헌법 제107조 제1항은 법률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되었을 때 법원이 취할 경로를 정하면서,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법원은 헌법재판소에 제청하여 그 심판에 의하여 재판한다"고 규정한다. 이에 따라 법률 위헌 여부의 판단은 법원이 직접 내리지 않고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거치며, 법원은 그 심판에 의하여 재판한다. 병이 지금 받는 재판에서 그 형벌 조항의 위헌 여부가 문제되는 경우, 위 판단을 내릴 자는 법원이 아니라 헌법재판소이다.
헌법재판소가 그런 심판을 맡는 근거는 관할 규정에 밝혀져 있다. 헌법 제111조 제1항은 "헌법재판소는 다음 사항을 관장한다"고 선언하면서 그 1호로 "법원의 제청에 의한 법률의 위헌여부 심판"을 들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법률 위헌 여부를 관장하는 것은 법원의 제청에 의한 심판에서이며, 제107조 제1항의 제청과 제111조 제1항 제1호의 관할이 한 쌍으로 맞물린다. 병의 재판에서 법원이 형벌 조항의 위헌 여부를 두고 제청하는 경우, 그 심판의 권한은 헌법재판소에 놓인다.
다른 종류의 법령과 처분은 이 경로에 들어오지 않는다. 헌법 제107조 제2항은 "명령·규칙 또는 처분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대법원은 이를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을 가진다"고 정한다. 법률이 아닌 명령·규칙·처분의 위반 여부는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심사하므로, 헌법재판소에 제청하는 경로와 구분된다. 이 구분에 비추면, 이번 사안에서 문제가 된 것은 형벌을 정한 법률 조항이므로 제107조 제2항의 심사권이 아니라 제107조 제1항의 제청 경로가 다루어야 할 대상이다.
제청에 의한 심판이라는 경로는, 나아가 헌법재판소가 그밖에 관장하는 사항들과 나란히 놓인다. 헌법 제111조 제1항은 제1호에 이어 "2. 탄핵의 심판", "3. 정당의 해산 심판", "4. 국가기관 상호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간 및 지방자치단체 상호간의 권한쟁의에 관한 심판", "5. 법률이 정하는 헌법소원에 관한 심판"을 관장 사항으로 열거한다 (대한민국헌법 제111조). 법률 위헌 여부의 심판은 이 다섯 가지 가운데 제1호에 놓인다. 병의 재판에서 제청되는 심판의 자리는 그 제1호이다.
이렇게 나눈 선에 따라서, 형벌 조항의 위헌 여부는 법원이 손대지 않고 헌법재판소의 심판으로 넘기며, 그 심판을 받은 뒤에 법원이 재판한다. 다만 형벌 조항이 어떤 헌법불합치 결정의 잠정 적용 기간 중에 놓여 있는지, 병의 재판에 그 조항의 어떤 내용을 적용할지, 정이 뒤처리를 청구할 수 있는지는 이 자리에서 정해지지 않는다. 앞서 그은 심사권의 구분 위에 선 뒤에야, 진행 중인 사건이 받는 물음이 따로 놓임을 따로 가릴 수 있다.
1.3진행 중 사건의 물음
심사권의 구분이 정해졌어도, 선고가 내려진 날 이미 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이 그대로 심리 대상에 머무는지의 물음은 별도로 남는다. 이 물음은 심사권의 주체가 누구인지 정하는 문제와 이어지면서도, 그와 겹치지 않는다. 앞에 그은 선이 어느 기관이 무엇을 판단하는가를 가른다면, 이 물음은 그 판단이 이미 걸려 있는 사건에 어떤 형태로 자리하는가를 묻는다.
진행 중 사건에 대한 판단의 근거를 찾을 때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이 헌법이다. 대한민국헌법 제107조는 심판의 문을 여는 조건을 이렇게 적는다.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법원은 헌법재판소에 제청하여 그 심판에 의하여 재판한다" (대한민국헌법 제107조). 이 문장은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될 때 심판을 거쳐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그러나 그 문장은 심판의 결과로 내려진 선고를 그 재판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까지 적고 있지는 않다.
병은 형벌 조항으로 기소되어 지금 재판을 받고 있다. 그의 사건은 선고 시점에 이미 진행 중이며, 조항의 위헌성이 그 재판의 전제로 걸려 있다. 따라서 위헌 여부의 판단은 곧 그 사건에 적용할 조항의 내용과 맞닿는다. 조항이 무효인지, 어떤 내용으로 읽어야 하는지, 아니면 개정 전까지 그대로 두어도 되는지에 따라 병이 받는 심리의 틀이 달라진다.
그런데 형벌 조항에 선고된 헌법불합치의 처리 가운데 개정 시한까지 계속 적용한다는 정함은, 그 시한이 지나고 조항이 그대로 남은 뒤의 적용 문제를 심사권의 구분만으로 풀어낼 수 없다. 심사권의 구분은 어느 기관이 위헌 여부를 심판하는지를 가릴 뿐, 그 심판의 결과가 계류 중인 사건에 어떤 효력을 갖는지는 다루지 않는다. 선고된 처리의 내용이 무엇인지, 그 처리가 정한 시한이 지난 뒤 조항의 효력이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그 효력이 병의 재판에 미치는 범위가 어느 만큼인지가 모두 남는다. 이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물음의 자리뿐이며, 병의 재판에 적용할 조항의 내용은 미정으로 남는다.
한편 이 사례의 사실관계가 관찰된 사건의 나열에 그친다는 점도 분명히 해둔다. 병이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 그 재판에서 조항의 위헌성이 문제가 되어 있다는 점은 관찰된 사실이다. 그러나 확정 손해나 고의 같은 법적 평가는 그 사실 나열에서 곧바로 나오지 않으며, 별도의 판단을 요한다.
결국 진행 중 사건이 받는 물음은, 선고된 처리의 내용과 그 사건의 심리 대상 사이가 어떻게 이어지는가를 가리는 성격의 것이다. 이 물음은 심사권의 주체를 묻지도, 이미 확정된 사건의 뒤처리를 묻지도 않는다. 오직 선고 당시 이미 걸려 있던 사건이 그 선고를 어떤 형태로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묻는다. 그 물음의 자리만 이 자리에서 확인하고, 병의 재판에 적용할 조항의 내용을 여기서 확정하지는 않는다.
1.4확정 사건의 물음
병의 재판이 놓인 자리를 그어 둔 뒤에, 정의 자리는 그 옆에 별도로 놓인다. 정은 3년 전에 같은 조항으로 유죄가 확정되어 형을 마쳤다. 그 사건은 선고 당시 이미 진행 중인 사건이 아니라 확정된 사건이다. 그래서 이 자리에서는 확정 사건이 받는 뒤처리의 물음이 별개임을 읽어야 한다.
헌법 제107조는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의 심사 통로를 정한다. 그 제1항은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법원은 헌법재판소에 제청하여 그 심판에 의하여 재판한다"(대한민국헌법 제107조)고 밝힌다. 이 조문이 놓는 자리는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이다. 조문은 심판을 거쳐 재판을 마치는 절차를 전제로 한다. 확정된 사건에는 이 통로를 지나갈 재판이 남아 있지 않다. 그러므로 이미 확정된 사건이 받는 뒤처리의 물음을 이 조문에서 직접 꺼내어 단정할 수는 없다.
같은 조문은 다른 한편으로 심사의 주체와 방식도 가른다. 제1항이 다루는 것은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이고, 그 심판은 헌법재판소가 맡는다. 명령·규칙 또는 처분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여부는 제2항이 달리 다룬다. 이처럼 조문이 심사 대상에 따라 통로를 나누어 놓은 까닭에, 한 통로를 빌려 다른 자리에 놓인 물음까지 풀 수는 없다. 정의 사건은 형벌 조항의 위헌 여부와 관계가 깊다. 그렇다고 그 사건이 받는 뒤처리의 물음이 제1항의 문장 안에 이미 들어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정이 청구할 수 있는 뒤처리의 인용 여부는 미정이다. 확정 사건의 구제가 어떤 형태로 열리는지, 그 인용의 요건이 무엇인지는 자료로 주어진 조문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따라서 그 요건을 이 자리에서 정해 놓는 것은 피한다. 다만 병의 재판에서 다루는 물음과 정의 사건이 받는 물음이 서로 다른 자리에 놓인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이 서술이 확인한 것은 절차상의 위치만이다. 확정 손해나 고의 같은 법적 평가는 여기에서 다루어지지 않는다.
병과 정은 같은 조항으로 기소된 점에서 닮아 있다. 그러나 병은 지금 재판을 받고 있고 정은 형을 마친 뒤에 있다. 사건이 놓인 절차상의 시점이 다르다. 그 차이가 두 물음의 성격을 가른다. 확정 사건의 뒤처리가 병의 재판에 적용할 조항의 내용을 확정하는 일과 같은 질문인 것처럼 보이지 않게 두어야 한다. 정의 사건이 받을 수 있는 처리는 그 사건의 자리에서 묻는다. 병의 재판에 적용할 조항의 내용은 미정으로 남는다.
이 사례에서 확정 사건의 물음은 병의 재판이 향하는 물음과 나란히 놓이되, 결합되지 않은 채로 남는다. 확정 사건의 구제 인용 여부, 그 요건, 그리고 잠정 적용 기간 중 선고된 판결의 처리 모두 이 자리에서 미정으로 남는다. 국회가 시한을 넘기고 조항이 개정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는 관찰은, 그 미정을 확정으로 바꾸지 않는다. 다음에 남는 일은 그 두 물음이 어디서 섞이고 어디서 갈리는지를 분명히 가리는 일이다.
1.5두 물음을 가르는 자리
확정 사건의 뒤처리가 별개의 물음임을 읽어둔 뒤, 이제 두 물음을 나란히 놓고 그 경계가 어디에서 갈리는지를 살핀다. 앞서 밝힌 구분은 정의에 그친 것이 아니라, 사건이 어느 자리에 서 있는지에 따라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가 달라진다는 데서 나왔다. 병은 개정되지 않은 조항으로 기소되어 지금 재판을 받고 있고, 정은 같은 조항으로 유죄가 확정되어 형을 마쳤다. 두 사람은 같은 조항을 거쳤지만, 그 조항에 무엇을 요구할 수 있는지는 각자의 자리에서 갈린다.
진행 중 사건의 자리를 먼저 가늠하기 위하여 심사가 어떻게 열리는지를 돌아본다. 대한민국헌법 제107조 제1항은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법원은 헌법재판소에 제청하여 그 심판에 의하여 재판한다.”라고 정한다. 이 문장은 심판이 재판의 전제라는 관계 안에서 열린다는 점을 밝힌다. 병의 재판이 바로 그 관계 안에 있다. 병을 재판하는 법원에게 그 조항의 적용은 지금 마주한 일이고, 헌법재판소는 그 재판의 전제가 된 위헌 여부를 심판한다. 이 자리는 사건이 끝나기 전의 자리다.
이미 확정된 사건의 자리는 다르다. 헌법재판소가 관장하는 사유를 적은 대한민국헌법 제111조 제1항은 “헌법재판소는 다음 사항을 관장한다.”라고 열고, 그 아래 “법원의 제청에 의한 법률의 위헌여부 심판”을 첫째 사유로 둔다. 이 사유는 진행 중인 재판의 전제라는 관계를 전제로 한다. 정의 사건은 이미 확정되어 그 관계 밖에 있다. 정이 지난 확정에 대하여 무엇을 청구할 수 있는지는 그 사유의 문장 안에서 답이 나오지 않고, 이 자료가 그 요건을 밝히지도 않는다. 따라서 정의 뒤처리 인용 여부와 그 요건은 미정으로 남는다.
이처럼 두 물음을 나란히 놓으면 섞이기 쉬운 자리가 드러난다. 한쪽은 병의 재판에 적용할 조항의 내용을 묻고, 다른 쪽은 정이 받은 확정에 뒤따르는 처리를 묻는다. 앞의 물음은 심판이 열린 관계 안에서 답할 대상을 가리키고, 뒤의 물음은 그 관계 밖의 사건에 대한 별도의 처리를 요구한다. 병의 재판에 적용할 조항의 내용은 미정이다. 이 미정은 두 물음 사이의 경계를 지우지 않고, 각 물음이 저마다의 자리에서 남는다는 사실만을 확인한다.
다만 이 경계가 곧바로 두 물음의 답을 내어 주지는 않는다. 경계는 무엇이 섞여서는 안 되는지를 가를 뿐이고, 각 자리에서 요구되는 것은 그 자리의 근거에서 따로 읽어야 한다. 앞의 자리에서는 재판의 전제라는 관계가 열리는 범위를, 뒤의 자리에서는 확정에 대한 처리가 성립하는 조건을 각각 확인하는 일은 남는다. 지금은 그 두 물음이 놓일 자리를 분명히 한 것으로 족하다.
1.6다음 장에 넘길 물음
두 물음의 자리를 가름한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장이 세운 구분을 정리하고 무엇이 남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심사권의 나눔은 개정 시한이 지난 뒤에도 그대로 유효하다. 헌법은 법률의 위헌여부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맡기면서, 대한민국헌법 제107조 제1항은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법원은 헌법재판소에 제청하여 그 심판에 의하여 재판한다."고 정하였다. 재판의 전제가 된 법률의 위헌여부는 법원이 스스로 정하지 못하고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거쳐야 한다는 뜻이다. 병의 재판에서 조항의 위헌성이 문제 되어도 그 판단 권한은 법원에 있지 않다.
같은 취지로 대한민국헌법 제111조 제1항은 헌법재판소가 관장하는 사항의 첫머리에 "법원의 제청에 의한 법률의 위헌여부 심판"을 두었다. 위헌여부의 판단은 헌법재판소에 예속된 권한이다. 이 장은 그 권한이 확정된 사람과 진행 중인 사람에게 각각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물음으로 나누어 두었다. 앞 물음은 병처럼 기소되어 재판을 받는 사람이 조항을 어떻게 다투는지에 관한 것이고, 뒤 물음은 정처럼 유죄가 확정되어 형을 마친 사람이 과거를 어떻게 되돌리는지에 관한 것이다. 이 두 물음은 놓이는 자리가 다르다.
앞 물음은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병은 지금 그 조항으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 재판의 전제가 된 조항의 위헌여부가 문제 되는 이상, 그 판단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거쳐야 한다. 개정 시한이 지났고 조항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사정은, 판단을 누가 하는지를 바꾸지 않는다. 그 사정이 병의 재판에서 어떤 효과를 낳는지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조항의 내용이 무엇인지조차 미정이다.
뒤 물음은 확정이라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정은 3년 전에 같은 조항으로 유죄가 확정되어 형을 마쳤다. 확정 판결을 다시 다루는 물음과 진행 중 재판의 물음은 같은 자리에 놓이지 않는다. 정이 청구할 수 있는 뒤처리의 인용 여부는 미정이다. 같은 조항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라도 확정된 사람에게 어떤 형태로 작동하는지는 이 장이 다루지 않았다.
이 장의 범위를 여기까지로 한정한 까닭은, 결정의 꼴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기 전에 그 효과를 확정하면 조문에서 읽어야 할 것을 건너뛰기 때문이다. 개정 시한을 넘긴 뒤 조항이 그대로 남아 있는 사정은 이 장이 관찰한 사실의 나열일 뿐, 그 결과가 곧 확정된 법적 평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잠정 적용 중 선고된 판결의 처리도 미정이다. 남은 물음은 이렇게 쌓여 있다. 판단의 주체는 가려졌고, 판단의 꼴과 그 효과는 아직 읽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