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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결정의 효력: 위헌·헌법불합치 이후 · Volume 39 · Chapter 4 · First edition

조문에 없는 이름: 헌법불합치는 왜 생겼는가

헌법재판소법이 예정하지 않은 헌법불합치 결정은 왜 생겨난 것인가?

Length
about 2,400 words · 10 min
Sources
1 statutes · 1 decisions
As of
2026-10-11
On this page
  1. Summary
  2. 4.1제45조의 결정 형식
  3. 4.2목록에 없는 이름
  4. 4.32017헌바127의 쟁점
  5. 4.4헌법불합치를 택한 까닭
  6. 4.5잠정 적용의 조건과 기한
  7. 4.6헌법불합치가 놓인 자리
  8. Statutes referred to
  9. Decisions referred to

Synthetic case The parties and facts in this chapter come from the volume's synthetic case, not from a real matter.

Summary

이 장은 헌법재판소법이 예정하지 않은 헌법불합치 결정이 왜 생겨났는지를 묻는다. 제45조의 결정 목록과 실제 선고된 헌법불합치 사이의 간격을 짚고, 2017헌바127 결정요지가 헌법불합치를 택한 까닭을 읽는다. 잠정 적용의 조건과 기한을 함께 살피며 헌법불합치가 놓인 자리를 밝힌다.

4.1제45조의 결정 형식

제47조의 자리를 정리한 뒤, 이제 심판의 결과가 어떤 이름으로 선고되는지가 문제이다. 헌법재판소법 제45조는 결정의 형식을 적으면서 두 문장만을 쓰고 있다. 조문의 문언을 그대로 읽으면 심판의 결론에 붙는 이름의 범위가 드러난다.

헌법재판소법 제45조 제1문은 심판의 대상을 한정하면서 "헌법재판소는 제청된 법률 또는 법률 조항의 위헌 여부만을 결정한다"고 정한다. 이 문장이 말하는 바는 결정의 이름이 위헌 여부에 관한 것이라는 점이다. 위헌 여부를 벗어나는 이름은 이 문장에 들어오지 않는다. 병의 재판에 적용할 조항의 내용이 미정인 경우에도, 그 조항의 위헌 여부는 결정의 대상이 된다. 심판의 대상은 형벌 조항이 제청된 법률 조항이므로, 위헌 여부의 판단 범위는 그 조항에 머무른다.

같은 조는 예외를 한 가지 둔다. 예외의 요건과 범위를 빠뜨리지 않고 읽으면 헌법재판소법 제45조 제1항 단서는 "다만, 법률 조항의 위헌결정으로 인하여 해당 법률 전부를 시행할 수 없다고 인정될 때에는 그 전부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단서가 다루는 것은 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이 해당 법률 전부에 미치는 경우이다. 단서에서 정한 요건은 조항의 위헌결정으로 해당 법률 전부를 시행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것이며, 그 요건이 갖추어질 때에 한정하여 전부에 대한 위헌결정을 할 수 있다. 조항 단위의 결정이 원칙이고 전부에 대한 결정이 예외인 구조가 이 문장에서 드러난다. 예외의 문장이 요건을 함께 적고 있으므로, 그 요건 없이 전부에 대한 이름을 쓸 자리는 없다.

조문이 적은 이름은 이 두 가지뿐이다. 첫째 이름은 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이며, 둘째 이름은 전부에 대한 위헌결정이다. 헌법불합치라는 이름은 제45조의 문언에 나타나지 않는다. 형벌 조항에 대한 선고가 어떤 이름으로 이루어졌는지, 그 선고가 위의 어느 문장에 놓이는지는 정하여진 바가 없다. 선고된 이름을 정하여진 이름 가운데 하나로 옮겨 적을 수는 없다. 조문의 목록에 없는 이름을 두 문장 가운데 한 자리에 끼워 넣으면 조문이 정한 범위를 벗어나게 된다.

제45조는 결정의 형식만을 정하고 그 효력을 부가하지는 않는다. 위헌 여부의 결정이라는 대상의 한정과 조항 또는 전부라는 범위의 구분이 이 조문의 내용이다. 따라서 병의 재판에 적용할 조항의 내용, 정이 청구할 수 있는 뒤처리의 인용 여부, 잠정 적용 기간 중 선고된 판결의 처리는 이 조문에서 정하여지지 않았다. 이 가운데 어떤 것이 정하여질지도 미정이다. 관찰된 사실이 이 결과를 확정하는 것은 아니다. 형벌 조항에 대한 선고가 이 세 가지 가운데 어느 것을 정하는 말을 담고 있는지 역시 이 문언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조문의 문언이 결정의 이름을 한정하는 자리를 확인하였으므로, 그 목록에 없는 이름이 선고에 어떻게 쓰이는지는 따로 살펴보아야 한다. 목록에 없는 이름을 제45조의 문언에서 끌어내어 설명할 수는 없다. 제45조가 적은 이름의 범위를 벗어난 이름의 자리는 이 조문의 문언으로 정하여지지 않았다.

4.2목록에 없는 이름

헌법재판소법 제45조는 위헌결정과 그 대상에 관해 정한다. 그 조문은 “헌법재판소는 제청된 법률 또는 법률 조항의 위헌 여부만을 결정한다”(헌법재판소법 제45조)고 선언한다. 다만 한 가지 예외를 둔다. 헌법재판소법 제45조 단서는 “다만, 법률 조항의 위헌결정으로 인하여 해당 법률 전부를 시행할 수 없다고 인정될 때에는 그 전부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할 수 있다”고 정한다. 이 두 문장에서 읽히는 이름은 ‘위헌결정’뿐이다. 조문의 어디에도 ‘헌법불합치’라는 이름은 들어 있지 않다.

그럼에도 실제 선고에는 이 목록에 없는 이름이 등장한다. 헌법재판소 2019. 4. 11. 2017헌바127 결정은 그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그 결정은 형법 자기낙태죄 조항과 의사낙태죄 조항이 “각각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적극)”(헌법재판소 2019. 4. 11. 2017헌바127 결정)를 쟁점으로 삼았다. 그리고 종국결과를 “헌법불합치”(헌법재판소 2019. 4. 11. 2017헌바127 결정)로 표시했다. 심판의 결론이 제45조의 문언에 없는 이름으로 선고된 것이다.

이름이 어디서 나왔는지는 그 결정의 의견에서 확인된다. 단순위헌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자기낙태죄 조항 및 의사낙태죄 조항(이하 ‘심판대상조항들’이라 한다)에 대하여 단순위헌결정을 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헌법불합치의견과 견해를 달리 한다”(헌법재판소 2019. 4. 11. 2017헌바127 결정)고 밝혔다. 그러하면서 헌법재판소 2019. 4. 11. 2017헌바127 결정은 “단순위헌의견이 3인, 헌법불합치의견이 4인인 경우 주문의 표시 및 종전결정의 변경”을 쟁점으로 꼽았다. 즉 ‘헌법불합치’는 재판관들의 의견 표명에 먼저 나타난 뒤 주문에 반영된 이름이다.

그 이름이 붙인 사유도 따로 읽힌다. 헌법재판소 2019. 4. 11. 2017헌바127 결정의 헌법불합치의견은 “자기낙태죄 조항과 의사낙태죄 조항에 대하여 단순위헌 결정을 하는 대신 각각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되, 다만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적용을 명함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같은 결정의 헌법불합치의견이 밝힌 “자기낙태죄 조항과 의사낙태죄 조항에 대하여 각각 단순위헌결정을 할 경우, 임신 기간 전체에 걸쳐 행해진 모든 낙태를 처벌할 수 없게 됨으로써 용인하기 어려운 법적 공백이 생기게 된다”(헌법재판소 2019. 4. 11. 2017헌바127 결정)는 점이다.

이 사유는 제45조가 다루지 않는 상황에 관한 것이다. 제45조는 법률 조항의 위헌결정으로 해당 법률 전부를 시행할 수 없게 되는 때를 예외로 들었다. 헌법재판소 2019. 4. 11. 2017헌바127 결정의 헌법불합치의견이 말한 공백은 그 예외와 겹치지 않는다. 그 의견이 문제로 삼은 것은 조항 하나에 위헌을 선고할 경우 남는 “임신 기간 전체에 걸쳐 행해진 모든 낙태를 처벌할 수 없게 됨으로써 용인하기 어려운 법적 공백”(헌법재판소 2019. 4. 11. 2017헌바127 결정)이다. 대상이 법률 전부가 아니라 낙태를 처벌하는 조항들의 유지와 그 공백이므로, 제45조 단서가 정한 확장의 경우와 같은 것이 아니다.

이름을 붙이는 데 머물지 않고 계속적용을 함께 명한 것도 그대로 읽힌다. 헌법재판소 2019. 4. 11. 2017헌바127 결정의 헌법불합치의견은 “다만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적용을 명함이 타당하다”고 했다. 계속적용은 공백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제시되었다. 그 방편은 ‘위헌결정’이라는 이름 아래에서만 정한 제45조의 문언에 붙인 것이다. 그 결과 선고에 담긴 것은 이름 하나와 함께 그 이름에 붙은 개선입법과 계속적용의 지시이다.

제45조의 목록과 이 선고 사이의 간격은 이렇게 확인된다. 조문은 ‘위헌결정’의 이름과 그 전부 확장을 정하고 있을 뿐이다. 선고는 거기에 없는 이름을 쓰고, 그 이름에 개선입법과 계속적용을 함께 붙였다. 그 차이가 무엇을 뜻하는지, 그리고 그 이름을 붙인 결정에서 더 확인되는 것은 무엇인지에 관한 범위는 여기에서 정해 두지 않는다. 확정된 것은 이 간격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그 간격을 메우는 새 조문이나 새 이름의 정의를 지금 만들어 두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4.32017헌바127의 쟁점

제45조의 목록에 헌법불합치가 빠져 있는 간격을 확인한 뒤에는, 그 이름이 실제로 쓰인 결정에서 무엇이 쟁점이 되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2019년 4월 11일자 2017헌바127 결정에서 헌법불합치의견이 4인인 경우에 주문을 어떻게 표시할 것인지를 쟁점으로 삼았다. 2017헌바127 결정의 판결요지는 사건의 심판대상을 형법 제269조 제1항과 같은 법 제270조 제1항 중 ‘의사’에 관한 부분으로 특정하고, 전자를 자기낙태죄 조항이라 부르고 후자를 의사낙태죄 조항이라 부른다.

위헌의견이 3인, 헌법불합치의견이 4인일 때 주문을 어떻게 표시할 것인지가 이 결정의 둘째 쟁점이다. 헌법재판소는 이 쟁점을 "단순위헌의견이 3인, 헌법불합치의견이 4인인 경우 주문의 표시 및 종전결정의 변경"으로 정리하고 있다(헌법재판소 2019. 4. 11. 2017헌바127 결정). 각각의 의견이 처분의 방향을 달리하면서도 어느 방향으로든 결정이 되어야 하는 국면에서, 재판관 7인의 견해가 헌법불합치 쪽으로 모여 결과가 정해진다. 다만 요지가 제시하는 두 항목이 곧 결론의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며, 항목 각각이 묻는 것이 무엇인지는 요지의 문장에서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첫째 쟁점은 두 조항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지이다. 헌법재판소 2019. 4. 11. 2017헌바127 결정의 요지에 따르면 헌법불합치의견은 자기낙태죄 조항이 "임신의 유지출산을 강제하고 있으므로,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고 본다. 단순위헌의견 역시 같은 결정에서 "임신한 여성이 임신의 유지 또는 종결에 관하여 한 전인격적인 결정은 그 자체가 자기결정권의 행사로서 원칙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하여 제한을 인정한다(헌법재판소 2019. 4. 11. 2017헌바127 결정). 따라서 침해가 인정된다는 점에서 두 의견이 겹친다.

다만 헌법불합치의견은 조항을 그대로 두는 대신 입법자가 개선입법을 하도록 요구한다. 헌법재판소 2019. 4. 11. 2017헌바127 결정의 요지에 담긴 헌법불합치의견은 "자기낙태죄 조항과 의사낙태죄 조항에 대하여 단순위헌 결정을 하는 대신 각각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되, 다만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적용을 명함이 타당하다"고 말한다. 이 문장에 시한의 정함은 들어 있지 않다. 같은 요지 안에서 헌법불합치의견은 입법자의 개선입법 과제를 "앞서 헌법재판소가 설시한 한계 내에서 입법재량을 가진다"는 표현으로 뒀다(헌법재판소 2019. 4. 11. 2017헌바127 결정). 결정의 문장이 개선입법의 시기와 방법까지 정하지 않고 입법자의 몫으로 남겨 둔 셈이다.

이러한 쟁점의 배열은 이 책의 사례에 곧바로 옮겨 읽을 수 없다. 사례에서 헌법재판소가 어떤 형벌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를 선고하면서 2026년 12월 31일을 개정의 시한으로 정하고 그때까지 계속적용한다고 한 점은, 2017헌바127의 요지에 담긴 "개선입법이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적용"이라는 표현과 그 형태가 같다고 단정할 수 없다. 하나는 시한을 밝히고 다른 하나는 시한을 밝히지 않으므로, 두 문장이 같은 뜻인지는 뒤의 검토에서 살펴볼 일이다. 병의 재판에 적용할 조항의 내용과 정이 청구할 수 있는 뒤처리의 인용 여부, 잠정 적용 기간 중 선고된 판결의 처리는 미정으로 남는다.

4.4헌법불합치를 택한 까닭

다수의견이 위헌 대신 헌법불합치를 선고한 까닭은 결정문 어디에 적혀 있는가. 헌법재판소 2019. 4. 11. 2017헌바127 결정의 판결요지는 단순위헌을 배제한 이유를 두 문장으로 밝히고 있다.

그 문장은 우선 법의 공백을 걱정한다. 결정에 따르면 "자기낙태죄 조항과 의사낙태죄 조항에 대하여 각각 단순위헌결정을 할 경우, 임신 기간 전체에 걸쳐 행해진 모든 낙태를 처벌할 수 없게 됨으로써 용인하기 어려운 법적 공백이 생기게 된다"(헌법재판소 2019. 4. 11. 2017헌바127 결정)고 보았다. 즉 조문을 그 자리에서 무효로 만들면, 임신 기간 전체에 걸친 낙태가 모두 처벌을 벗어나게 된다. 재판부는 그 결과가 감당할 수 없는 상태로 보았고, 그 판단이 헌법불합치를 고르는 첫 계기로 자리한다.

이어서 결정은 입법자에게 남는 선택지를 두터운 틀 안에서 보장한다. 즉 "입법자는 결정가능기간을 어떻게 정하고 결정가능기간의 종기를 언제까지로 할 것인지, 결정가능기간 중 일정한 시기까지는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대한 확인을 요구하지 않을 것인지 여부까지를 포함하여 결정가능기간과 사회적경제적 사유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조합할 것인지, 상담요건이나 숙려기간 등과 같은 일정한 절차적 요건을 추가할 것인지 여부 등에 관하여 앞서 헌법재판소가 설시한 한계 내에서 입법재량을 가진다"(헌법재판소 2019. 4. 11. 2017헌바127 결정)고 설시한다. 낙태에 관한 허용 범위와 절차는 입법자가 다시 정하여야 하고, 재판소는 그 짓는 일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가 이 인용에 담겼다.

결국 이 두 사정을 합쳐 다수의견은 선고 방식을 확정한다. 결정이 "자기낙태죄 조항과 의사낙태죄 조항에 대하여 단순위헌 결정을 하는 대신 각각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되, 다만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적용을 명함이 타당하다"(헌법재판소 2019. 4. 11. 2017헌바127 결정)고 밝힌 대목이 그것이다. 조항은 위헌이나 즉시 무효로 하지 않고, 국회가 새 규칙을 만들 때까지 옛 규칙을 그대로 두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

한편 이 같은 선택이 만장일치는 아니었다는 사실도 결정에 함께 적혀 있다. 판결요지에는 "단순위헌의견이 3인, 헌법불합치의견이 4인인 경우 주문의 표시 및 종전결정의 변경"(헌법재판소 2019. 4. 11. 2017헌바127 결정)을 나눈 항목이 들어 있다. 이는 주문을 어떻게 표시할지를 다루는 구분으로, 헌법불합치의견이 다수였다는 사실만 알려준다. 각 재판관이 어느 점에서 의견을 갈랐는지, 별개의견이 어떤 논거를 따로 들었는지는 이 요지의 문장이 담지 않으므로 밝혀진 바가 없다.

이번 형벌 조항에 대한 결정을 합성 사례에 견주면, 재판부는 단순위헌이 낳을 법의 공백과 입법자의 재량을 존중할 필요를 근거로 헌법불합치를 택하였다. 그 까닭은 결정문의 표현에 그대로 담겨 있다. 다만 그 선택이 뒤이은 시한의 정함과 계속 적용에 어떤 뜻을 주는지는 별도로 확인할 문제로 남는다.

4.5잠정 적용의 조건과 기한

헌법불합치의 까닭을 확인한 데 이어, 이제는 그 결정이 조항에 새로 부여한 잠정 적용의 조건과 기한을 살펴보아야 한다. 2017헌바127 결정은 자기낙태죄 조항과 의사낙태죄 조항에 대한 단순위헌 대신 헌법불합치를 선고하면서, 그 효력의 발동 시기를 함께 정하였다. 헌법재판소 2019. 4. 11. 2017헌바127 결정의 판결요지는 그 까닭을 이렇게 밝힌다. "자기낙태죄 조항과 의사낙태죄 조항에 대하여 각각 단순위헌결정을 할 경우, 임신 기간 전체에 걸쳐 행해진 모든 낙태를 처벌할 수 없게 됨으로써 용인하기 어려운 법적 공백이 생기게 된다." 이 인용은 헌법불합치와 계속 적용이 함께 선고된 이유가 법적 공백의 방지에 있음을 보여준다.

같은 결정은 개선입법이 이루어질 때까지 조항을 계속 적용하도록 하였다. 판결요지는 처분의 내용을 "따라서 자기낙태죄 조항과 의사낙태죄 조항에 대하여 단순위헌 결정을 하는 대신 각각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되, 다만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적용을 명함이 타당하다"고 서술한다. 계속 적용의 기한은 여기서 입법자의 개선입법이라는 사건에 매인다. 이 문언에 따르면 개선입법이 이루어지면 계속 적용은 그 시점에서 더 이어질 근거를 잃는다. 다만 이 문언은 시한의 도래에 따른 법적 효과를 따로 정하지 않았다.

이번 사례에서 헌법재판소는 개선입법의 기한을 2026년 12월 31일로 정하고, 그때까지 조항을 계속 적용한다고 하였다. 판결요지가 확인하는 계속 적용의 명령은 그대로 두되, 개선입법의 완성 시점은 구체적 날짜로 특정한 셈이다. 이 날짜는 국회가 이행하여야 할 기한일 뿐, 헌법재판소가 그날 이후의 적용 여부를 정한 것은 아니다. 결정문이 그날 이후의 법적 효과까지 규정한다는 취지의 문언은 확인되지 않는다.

국회는 2026년 12월 31일을 넘겼고, 조항은 개정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다. 이 사실은 그날의 경과라는 외적 사건을 확인할 뿐이다. 그날 이후 조항이 계속 적용되는지, 혹은 다른 법적 결과가 생기는지는 별도로 판단할 문제이다. 잠정 적용이 정한 기한의 도래와 그 도래가 조항에 미치는 효력은 서로 다른 문제이다. 이 차이는 이번 사례의 전개에서 유의하여야 할 구분이다.

병은 그 조항으로 기소되어 지금 재판을 받고 있고, 정은 3년 전에 같은 조항으로 유죄가 확정되어 형을 마쳤다. 이 두 사정은 잠정 적용 기간 중과 그 이후에 형성된 사건이 서로 다른 자리에 있음을 보여준다. 결정이 정한 계속 적용은 병의 재판에 적용할 조항의 내용과 정의 확정 사건의 뒤처리에 각각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미정이다. 마찬가지로 잠정 적용 기간 중 선고된 판결의 처리도 미정이다. 2017헌바127 결정이 정한 잠정 적용의 기한과 계속 적용의 의미는 위에서 확인한 범위에서 확정되고, 기한이 지난 뒤의 결과는 여기서 단정되지 아니한다.

4.6헌법불합치가 놓인 자리

계속 적용의 시한이 정하여진 사실을 확인한 뒤에는, 헌법불합치 결정이 위헌결정의 법정 체계 안에서 어느 자리를 차지하는지가 다음 질문이 된다. 헌법재판소법은 위헌결정의 대상과 한계를 먼저 정한다. 헌법재판소법 제45조는 "헌법재판소는 제청된 법률 또는 법률 조항의 위헌 여부만을 결정한다. 다만, 법률 조항의 위헌결정으로 인하여 해당 법률 전부를 시행할 수 없다고 인정될 때에는 그 전부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할 수 있다."고 선언한다(헌법재판소법 제45조). 이 조문은 결정의 이름을 직접 정하지 않은 채, 위헌 여부에 대한 판단과 법률 전부에 미치는 효과의 범위만을 구분한다. 조항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원칙이고, 그 판단이 법률 전부에 미치는 것은 예외적인 사유가 있을 때만 허용된다는 뜻이다.

조문의 문언이 정한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가운데, 헌법재판소는 위헌 여부를 긍정하면서도 단순위헌이라는 이름을 쓰지 않는 경우가 있다. 헌법재판소 2019. 4. 11. 2017헌바127 결정은 "자기낙태죄 조항과 동일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하여 임신한 여성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의사를 처벌하는 의사낙태죄 조항도 같은 이유에서 위헌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면서도, 동시에 "자기낙태죄 조항과 의사낙태죄 조항에 대하여 각각 단순위헌결정을 할 경우, 임신 기간 전체에 걸쳐 행해진 모든 낙태를 처벌할 수 없게 됨으로써 용인하기 어려운 법적 공백이 생기게 된다."고 우려하였다. 위헌이라는 판단과 그 판단을 어떤 형식으로 선고할지가 이 결정에서 서로 나뉘었다.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론에 이른 뒤에도, 그 결론을 어떤 주문으로 옮길지는 별도의 문제로 남았다.

위헌의견이 모인 자리에 두 가지 선고 형식이 함께 놓인 점도 확인된다. 2017헌바127 결정은 "나. 단순위헌의견이 3인, 헌법불합치의견이 4인인 경우 주문의 표시 및 종전결정의 변경"을 별도의 쟁점으로 다루었다(헌법재판소 2019. 4. 11. 2017헌바127 결정). 같은 위헌 판단에 서면서도, 법적 공백의 크기를 어떻게 다룰지에 관해 의견이 갈린 것이다. 헌법불합치의견은 앞서 본 계속 적용의 주문으로 그 공백을 메우는 방식을 택하였고, 그 주문에 시한이 붙은 점은 이미 확인한 바 있다. 반면 단순위헌의견은 선고 형식을 달리 보았다. 2017헌바127 결정의 단순위헌의견은 "임신한 여성이 임신의 유지 또는 종결에 관하여 한 전인격적인 결정은 그 자체가 자기결정권의 행사로서 원칙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심판대상조항들에 대하여 단순위헌결정을 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헌법불합치의견과 견해를 달리하였다. 조항의 위헌성을 인정하는 방향은 같으나, 위헌 선고만으로 남는 공백을 어떤 주문이 감당할지에 대한 답이 서로 달랐다.

그 공백을 다루는 방식의 차이는, 위헌 판단의 대상과 선고 형식이 서로 다른 문제라는 점을 드러낸다. 헌법재판소법 제45조는 위헌 여부만을 판단하는 것으로 시작하면서도, 법률 전부에 대한 위헌결정을 예외로 함께 두고 있다. 조항 하나의 위헌 여부를 판단한 결과가 어느 범위까지 미치는지는 조문이 정한 범위 안에서 정하여진다. 헌법불합치의견과 단순위헌의견은 그 범위를 어떻게 잡을지에 관하여 갈렸고, 두 형식은 나란히 선고 형식의 후보로 놓였다. 이 사례의 형벌 조항에 헌법불합치가 선고되고 그 주문에 계속 적용이 붙은 것은, 위헌이라는 판단을 선고 형식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법적 공백을 함께 다룬 결과이다.

따라서 헌법불합치는 헌법재판소법 제45조가 정한 위헌결정의 문언 바깥에 새로 만들어진 이름이 아니라, 위헌이라는 판단 아래 단순위헌과 나란히 놓인 선고 형식이다. 조문이 위헌 여부의 판단과 그 효과의 범위를 함께 다루듯이, 헌법불합치는 위헌 선고와 그 선고가 남기는 공백의 처리를 함께 묻는 형식이다. 그 형식이 무엇을 법원에 요구하고, 확정된 사건에 어떤 뒤처리를 부여하는지는 아직 정하여지지 않았다. 형벌 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선고가 남긴 이 자리에서, 확정 사건의 처리는 미정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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