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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내부거래와 배임: 계열사 지원의 형사적 평가 · Volume 4 · Chapter 1 · First edition

그룹의 이익과 한 회사의 손해

그룹 전체에 이로운 결정이 한 회사에는 손해일 때 형법은 누구의 이익을 기준으로 묻는가?

Length
about 2,200 words · 9 min
Sources
1 statutes · 1 decisions
As of
2026-10-11
On this page
  1. Summary
  2. 1.1갈리는 두 이해의 지점
  3. 1.2제355조가 놓은 요건들
  4. 1.3타인의 사무라는 출발점
  5. 1.4임무위배의 의미 묻기
  6. 1.5회사 단위의 임무
  7. 1.6다음 장에 남는 물음
  8. Statutes referred to
  9. Decisions referred to

Synthetic case The parties and facts in this chapter come from the volume's synthetic case, not from a real matter.

Summary

계열사 지원 결정이 그룹 전체에는 이로우면서 지원하는 회사에는 손해일 수 있는 지점을 모티브 장면에서 세우고, 형법 제355조가 놓은 요건들을 차례로 둔다. 타인의 사무라는 출발점에서 임무위배의 의미를 물으며, 이사의 임무가 회사 단위로 정해진다는 점을 놓고 다음 장에 남는 물음을 밝힌다. 이 장에서는 경영판단 원칙의 일반론과 이득액 계산을 다루지 않는다.

1.1갈리는 두 이해의 지점

그룹이 살리는 쪽과 값을 치르는 쪽이 갈리는 지점을 세우려면, D1이 D2의 기업어음을 사들이는 장면에서 어느 회사의 이해가 묶여 있는지부터 물어야 한다. D1이 발행한 자금 집행은 D1의 재산을 빠져나가지만, 그 목적은 D2의 자금 조달과 그룹 전체의 신용 유지에 놓여 있다. 여기서 지원 대상이 된 경위와 회수 가능성은 미정으로 남아 있다. 그러므로 이 장면을 손해의 확정이나 고의의 성립으로 곧장 옮기지 않고, 두 이해가 갈리는 자리를 표시하는 데 그친다.

형법 제355조 제2항은 이 장면의 어법을 제공한다.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행위에 대하여 그 조문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라고 정한다(형법 제355조). 이 문언에서 본인의 손해와 타인의 이익은 한 행위의 양쪽에 놓인다. D1의 이사회가 집행한 매수는 D1의 자산을 줄이고, 그 대가로 D2의 회사어음 상환 부담을 덜어 준다.

이 사례에서 본인이라 지칭할 자리는 D1이다. 소수주주는 D1의 이사회 자료에서 'D1이 얻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다고 말한다. 반면 그룹 기획실은 'D2가 쓰러지면 그룹 전체의 신용이 흔들린다'는 보고를 각 계열사에 전달했다. 두 말은 같은 거래를 가리키면서도 평가할 이익의 주체를 서로 다른 자리에 둔다. 전자는 D1이 교환으로 받은 것을 묻고, 후자는 그룹이 지키려는 가치를 말한다.

형법 제355조 제2항이 말하는 재산상의 이익과 손해는 본인의 재산을 기준으로 놓인다. 그룹의 신용 유지라는 이익이 D1의 이사회가 취득한 재산상의 이익과 같은 것인지는 이 문언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D1이 지급한 300억 원이 회수 가능한 것이었는지, D1의 자금 사정과 부담 능력이 그 지출을 감당할 수준이었는지도 이 자리에서 확정되지 않는다. 지배주주가 개별 회사에 내린 지시의 내용과 시점 역시 미정이다.

따라서 갈리는 두 이해의 지점은 '누구의 사무를 처리했는가'라는 물음에 놓인다. D1의 이사회가 처리한 사무가 D1의 사무인지, 아니면 그룹의 사무인지에 따라 같은 매수가 본인에 대한 손해인지 아닌지가 갈린다. 미정으로 남긴 선정 경위와 부담 능력, 회수 가능성은 이 물음의 답을 미룬다. 확정 손해와 고의와 같은 법적 평가는 이 자리에서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1.2제355조가 놓은 요건들

D1의 이사회 자료에서 그룹의 이해와 D1의 이해가 갈리는 자리를 표시한 뒤에, 나아갈 방향은 형법 제355조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그 문언에서 읽어 내는 일이다. 배임죄의 성립 요건을 이 조문 바깥에서 세우는 것은 위험하므로, 먼저 조문이 놓은 자리에 무엇이 놓여 있는지 확인한다.

이 사례에서 문제가 되는 행위는 자산을 보관하는 대신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저지른 일이므로, 제355조 제2항을 읽어야 한다. 해당 단서에서 전항의 형을 가져오도록 한 이유는 전항의 처벌을 전용하려는 데 있다. 같은 조항의 단서에 두 요건을 함께 두었으므로, 이 단서를 읽을 때 두 요건을 분리해 읽으면 안 된다.

형법 제355조 제2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고 정한다. 이 한 문장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 '재산상의 이익 취득 또는 제삼자 취득', '본인에게 가한 손해'가 요건으로 놓임을 확인한다.

이 사례에서 D1이 D2의 기업어음을 사들인 행위가 이 네 자리 어디에 놓이는지, 그리고 D1의 이사회 자료에 'D1이 얻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이 어디에 놓이는지가 남는다. 다만 지원 대상 선정 경위, D1의 부담 능력, 회수 가능성, 지배주주 지시의 내용과 시점이 미정인 채로, 이 사정만으로 손해나 고의를 확정하기는 어렵다.

조문이 놓지 않은 요건을 더하거나 이득액의 계산 기준을 세우면 조문 밖의 기준이 개입한다. 제355조 제2항이 정한 자리에서 벗어나지 않되, 미정인 사정은 미정으로 남긴 채 이 사례를 읽어 나가야 한다.

1.3타인의 사무라는 출발점

형법 제355조 제2항의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의 의미는 범죄구성요건의 출발점을 이룬다. 이전 절에서 본 조문의 문언은 이 두 표현을 배임죄 성립의 기본 요건으로 놓았다. 그런데 이 문언은 그 의미의 외연을 직접 밝히지 않으므로, 판례가 세운 법리를 통해 그 구체적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 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3840 판결은 판시사항 [1]에서 배임죄 구성요건 중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의 의미를 별도 쟁점으로 다루었다. 이 판시사항이 그 문안으로 무엇을 물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이 절의 과제이다.

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3840 판결은 그 쟁점에 답하면서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위배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므로 그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신분이 있어야 하고,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 함은 양자 간의 신임관계에 기초를 두고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를 대행하거나 타인 재산의 보전행위에 협력하는 자 등을 말하며,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 함은 당해 사무의 내용·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에 대한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 대법원 1994. 9. 9. 선고 94도902 판결 등 참조)." (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3840 판결) 이 판시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를 양자 간의 신임관계에 기초를 두고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를 대행하거나 타인 재산의 보전행위에 협력하는 자 등의 범위로 규정하고 있다.

같은 판시가 짚은 핵심은 신임관계의 존재이다. 즉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되는 출발점이 형식적 지위나 명목이 아니라 실제의 신임관계에 기초한 사무 대행이나 보전행위 협력에 있음이 드러난다. D그룹의 합성 사례에서 D1이 D2의 기업어음을 사들이는 거래가 이 범위에 해당하는지는 자료가 제공되지 않았으므로, 여기서는 판시사항 [1]이 세운 쟁점의 의미만 분명히 하고자 한다.

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3840 판결은 이 법리를 전제로 구체적 사실관계를 판단하였다.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피고인이 피해자 공소외 1 종중(‘ 공소외 1 종친회’의 오기로 보인다. 이하 ‘종중’이라고 한다)의 종손이자 부회장으로서 피해자 종중으로부터 종중 소유 토지(그 중 일부 토지는 피고인이 1/2 지분을 공유한 것이기도 하다)의 매도 여부 및 그 가격 결정에 관한 권한을 사실상 위임받아, 2005년경부터 위 종중 소유 토지 및 인접한 피고인 소유 토지가 포함된 평택시 칠원동 일대 약 10만 평을 매수하여 아파트 신축분양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공소외 2 종합건설 주식회사(‘ 공소외 2 종합토건 주식회사’의 오기로 보인다. (…) 피해자 종중으로 하여금 공소외 2 주식회사와 사이에 종중 소유 토지에 관하여 평당 101만 원을 기준으로 정한 46억 원에 매매계약을 체결하도록 한 반면, 피고인 소유 토지에 관하여는 평당 258만 원을 기준으로 정한 128억 2,000만 원에 매매계약을 체결한 사실 등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는 피해자 종중으로부터 종중 소유 토지의 매도 여부 및 매매가격 결정에 관한 권한을 사실상 위임받은 자의 임무에 위배한 행위라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3840 판결)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다고 본다.

이 판시는 ‘타인의 사무’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 실제 위임받은 권한의 범위를 기준으로 삼았다는 점을 드러낸다. 종중으로부터 사실상 위임받은 토지 매도 여부 및 그 가격 결정 권한이 그 사무의 구체적 범위를 이루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타인의 사무라는 출발점은 형식적 명칭이 아니라 실질적 신임관계에 기초한 대행 사무나 협력 행위의 구체적 범위에서 확인된다. D그룹 사례에서 D1이 얻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소수주주의 의문은 향후 임무위배의 판단과 맞물리겠지만, 이 절의 범위에서는 ‘타인의 사무’의 의미가 신임관계와 위임받은 권한의 실질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만을 남긴다.

1.4임무위배의 의미 묻기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를 밝힌 판시가 그 사무를 맡긴 신임관계와 재산관리의 대행을 기준으로 삼은 데서, 곧바로 그 자가 지키지 못한 것은 무엇인지가 다음 물음이 된다. 대법원은 같은 판시사항에서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의 의미를 앞 절과 나란히 다루었다. 그 정의를 먼저 들어야 한다.

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3840 판결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가 무엇인지 다음과 같이 밝혔다.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 함은 당해 사무의 내용·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에 대한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 이는 이 판결이 1994년 선고된 다른 판결을 함께 참조하며 제시한 기준이다. 임무위배는 그 사무의 내용과 성질을 가늠한 뒤에야 비로소 판단될 사안이라는 뜻이 이 문장에 담겨 있다.

이 판결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한 판시사항 안에서 함께 다룬 구조가 시사하는 점은 분명하다. 배임죄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자를 정한 물음과 그 자의 행위가 임무에 어긋나는지를 정한 물음은 서로 떨어진 판단이다. 앞 절이 사무의 출발점을 세웠다면, 여기서는 그 사무에서 기대되는 행위의 기준이 무엇인가를 따져 묻는다. 이 둘을 한 덩어리로 여기면 신임관계에 기초한 지위만으로 곧바로 임무위배가 성립하는 것처럼 읽히게 된다.

대법원이 이 사건에서 원심의 판단을 받아들인 근거도 같은 분별에 서 있다. 원심은 종중 소유 토지의 매도 여부와 매매가격 결정 권한을 사실상 위임받은 피고인이 거짓말을 하여 종중이 낮은 가격에 매매계약을 체결하도록 한 행위를, 그 위임받은 권한을 맡은 자의 임무에 위배한 행위로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그러한 판단이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 등이 없다"고 보았다. 사무를 위임받은 자가 위임받은 권한의 행사에서 무엇을 하지 말아야 했는지가 별도로 평가되었음을 이 결론이 보여준다.

D1이 D2의 기업어음 300억 원어치를 사들이는 데서도, D1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누구인지와 그 자가 지켜야 할 기대된 행위를 무엇으로 볼지는 별개의 질문으로 남는다. 지원 대상으로 D2가 선정된 경위, D1의 자금 사정과 부담 능력, 어음의 회수 가능성, 지배주주가 개별 회사에 내린 지시의 구체적 내용과 시점은 아직 미정이다. 따라서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의 의미가 밝힌 대로 그 사무의 내용과 성질에 비추어 어떤 행위를 하거나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었는지 역시 이 사정이 채워진 뒤에야 판단될 문제이다. 임무위배는 배임에서 신임관계의 주체를 정한 것과 나란히 놓이는 독립된 물음이다.

1.5회사 단위의 임무

임무위배가 별도의 물음임을 세웠다면, 그 임무가 어느 대상에 대한 것인지가 다음 자리에 놓인다. 형법 제355조 제2항은 행위자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 부르고, 그 행위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일 것을 요구한다. 이 문구에 따르면 임무의 기준은 언제나 특정한 타인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어떤 행위가 임무를 어겼는지 판단하려면 먼저 그 임무가 누구의 사무를 맡은 자의 것인지가 확정되어야 한다.

배임죄의 주체를 다룬 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3840 판결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범위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위배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므로 그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신분이 있어야 하고,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 함은 양자 간의 신임관계에 기초를 두고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를 대행하거나 타인 재산의 보전행위에 협력하는 자 등을 말하며,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 함은 당해 사무의 내용·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에 대한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 임무의 내용이 당해 사무의 구체적 상황에서 정해진다는 이 판시는, 임무가 한 사람을 본인으로 하는 관계 속에서 특정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이 판결이 나온 사안에서 피고인은 종중으로부터 종중 소유 토지의 매도 여부 및 그 가격 결정에 관한 권한을 사실상 위임받은 자였다. 대법원은 원심이 인정한 사실을 적시하면서, 피고인 스스로의 토지는 비싸게 팔면서 종중의 토지는 값싸게 매도하도록 한 행위를 "피해자 종중으로부터 종중 소유 토지의 매도 여부 및 매매가격 결정에 관한 권한을 사실상 위임받은 자의 임무에 위배한 행위"라고 판단한 점을 옮긴다. 그 임무는 피해자 종중이라는 사무의 주체를 전제로만 말해질 수 있었다. 임무를 정한 신임관계의 상대방이 그 종중이었기 때문에, 피고인의 이해와 종중의 이해가 갈리는 지점에서 임무위배가 성립한 것으로 판단된 것이다.

D1이 발행어음을 사들인 사정에 이 법리를 놓고 보면, 임무를 따질 때 먼저 물어야 할 것은 D1의 이사가 맡은 사무의 주체가 누구인지이다. 형법 조문과 위 판례는 모두 사무의 주체인 본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함을 기준으로 삼는다. D1의 이사가 D1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면, 그 임무는 D1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에서 정해진다. 지배주주가 개별 회사에 내린 지시의 구체적 내용과 시점은 미정이고, 이 사정만으로 확정 손해나 고의와 같은 법적 평가가 이루어졌다는 뜻은 아니다.

같은 행위를 놓고도 사무의 주체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임무의 내용이 달라진다. 대법원은 임무의 기준을 "당해 사무의 내용·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서 찾았고, 그 사무가 대행된 상대방을 본인으로 하였다. 그룹 전체의 이해가 D1의 이사회에서 언급되었다는 사실만으로, D1의 이사가 맡은 사무의 본인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그룹의 이익은 D1이라는 회사의 임무를 대신 정해 주지 못한다.

이렇게 임무가 회사 단위로 정해진다는 출발점을 놓으면, 그룹의 이익이라는 기준과 한 회사의 손해라는 요건이 서로 다른 차원에 있음이 드러난다. 지배주주가 아무리 그룹 전체의 신용을 걱정하더라도, D1의 이사는 D1을 본인으로 하는 관계에서 임무를 부담한다. 그 임무가 어느 회사의 것인지를 묻는 물음은 남는다.

1.6다음 장에 남는 물음

앞의 논의는 임무의 기준을 개별 회사에 두어야 한다는 점에서 멈추었다. 그러나 D1이 계열사 D2의 기업어음 300억 원어치를 사들인 거래에서, 그 임무를 결정하는 주체가 과연 D1 한 회사인지를 묻는 일이 남는다.

형법 제355조는 배임죄에 관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고 정한다. 이 문언은 처벌되는 행위의 구조를 적을 뿐이다. 그러므로 임무의 소재를 어느 회사에 둘지는 이 문언 자체에서 곧바로 정해지지 않는다.

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3840 판결은 배임죄의 성립 구조를 확인하며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위배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므로 그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신분이 있어야 하고,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 함은 양자 간의 신임관계에 기초를 두고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를 대행하거나 타인 재산의 보전행위에 협력하는 자 등을 말하며,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 함은 당해 사무의 내용·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에 대한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P2012]고 판시한다. 이 판시는 사무의 주체인 '타인'을 손해를 입는 본인으로 본다.

바꾸어 말하면, 임무에 위배되었는지는 사무의 주체인 본인에 대한 신임관계가 저버려졌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D1의 소수주주가 말한 'D1이 얻은 것이 무엇인지'라는 물음이 D1의 임무를 다루는 데서 중심에 오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한편 지배주주 또는 그룹 기획실이 개별 회사에 지시를 내린 사실이, 그 지시를 받은 회사의 임무 내용을 바꾸는지에 대해서는 확정된 것이 없다. D2 선정 경위, D1의 부담 능력, 어음의 회수 가능성, 지시의 구체적 내용과 시점 역시 미정이다. 그룹의 이해를 임무의 기준으로 삼는지, 아니면 각 회사의 사무에 대한 신임관계를 기준으로 삼는지는 본 판단에 앞서 남는 물음이다.

이 장의 목적은 그 물음의 자리를 남기는 데 있다. 경영판단 원칙의 일반론이나 확정 손해의 판단은 이 자리에서 다루지 않는다. 질문은 형법 제355조 제2항이 적은 '타인의 사무'라는 문언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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