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공정거래법 제45조의 불공정거래행위와 제47조의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금지가 지원의 조건, 대상 선정, 부담을 어떻게 다루는지 묻는다. 부당지원이 놓인 자리에서 특수관계인에 대한 제공, 지원의 조건이 문제 되는 방식, 지원 대상 선정의 문제, 지원 회사가 진 부담을 차례로 살핀다. 부당지원에 해당한다는 판단이 배임죄의 임무위배 판단에 주는 효과는 제13장에서 다룬다.
5.1부당지원이 놓은 자리
상법상 승인이 행위의 적법성을 어디까지 밝히는지 정리한 뒤에 남는 물음은, 계열사 지원이 공정거래법에서 어떤 틀로 다루어지는지이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45조는 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라는 제목 아래 그 틀을 둔다. 같은 조 제1항은 "사업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로서 공정한 거래를 해칠 우려가 있는 행위(이하 “불공정거래행위”라 한다)를 하거나, 계열회사 또는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하도록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선언한다. 이 문언은 금지되는 행위의 자격을 사업자에게 두고, 금지되는 시점을 행위 자체가 공정한 거래를 해칠 우려를 지닐 때로 잡는다. D1이 기업어음을 사들이는 거래는 사업자인 D1이 한 행위이므로, 제1항의 문언이 놓은 자리에 먼저 들어선다.
제1항은 금지되는 행위를 열 개의 호로 나열한다. 그중 거래 거절과 거래 상대방 차별, 경쟁자 배제와 고객 유인, 경쟁자 고객 강제가 앞의 호를 이루고, 거래상 지위의 부당한 이용과 거래 상대방 사업활동의 부당한 구속,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 방해가 뒤의 호를 채운다. 마지막인 제10호는 "그 밖의 행위로서 공정한 거래를 해칠 우려가 있는 행위"라고 적는다. 열거된 행위 유형이 공정한 거래를 해칠 우려를 가질 때 비로소 불공정거래행위가 된다는 점이 각 호에 공통으로 적용된다. 이 사례에서 D1의 어음 매입이 어느 호에 놓일지는 그 거래가 남기는 우려의 방향에 따라 가려진다.
제1항제9호는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대한 지원을 별도의 유형으로 다룬다. 제9호는 "부당하게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통하여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그 아래 가목은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가지급금·대여금·인력·부동산·유가증권·상품·용역·무체재산권 등을 제공하거나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를 적고, 나목은 "다른 사업자와 직접 상품·용역을 거래하면 상당히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거래상 실질적인 역할이 없는 특수관계인이나 다른 회사를 매개로 거래하는 행위"를 적는다. 지원의 수단으로 제공과 유리한 조건의 거래, 매개 거래가 각각 열려 있다. D2가 발행한 기업어음 300억 원어치를 D1이 사들이는 거래는 유가증권 제공이나 유리한 조건의 거래에 해당할 수 있는데, 그 거래가 "부당하게"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D2에 대한 지원이 되었는지는 이 조문의 문언이 요구하는 자리에서 따져진다.
같은 조 제2항은 지원을 받는 쪽에 대해서도 선을 긋는다. 제2항은 "특수관계인 또는 회사는 다른 사업자로부터 제1항제9호에 해당할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지원을 받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적는다. 제1항제9호에 해당할 우려가 있으면서 지원을 받는 행위가 금지의 대상이 된다. 이 문언은 우려의 기준을 제1항제9호에 걸고, 지원을 받는 행위 자체를 금지한다. D2가 그러한 지원을 받았다면 제2항의 자리도 함께 놓이게 된다.
지원을 유형으로 정한 조문의 나머지를 보면, 제45조 제3항은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 또는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고, 제4항은 "공정거래위원회는 제1항을 위반하는 행위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사업자가 준수하여야 할 지침을 제정·고시할 수 있다."라고 각각 적는다. 제5항과 제6항은 공정경쟁규약에 대한 것이다. 유형과 기준의 구체화가 대통령령에 맡겨져 있고, 지침 제정이 예방의 수단으로 열려 있다. 이 사례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무엇보다 제1항의 문언이 요구하는 바이고, 그 문언은 그룹 기획실의 보고나 지배주주가 내린 지시의 존재만으로는 지원 유형을 새로 만들지 않는다. 지원 대상 선정 경위, D1의 자금 사정, 어음의 회수 가능성, 지시의 내용과 시점은 미정으로 남는다.
5.2특수관계인에 대한 제공
제45조가 계열사 지원 같은 거래를 다루는 틀을 확인한 데서 나아가, 이제는 그 이익이 특수관계인에게 귀속되는 경우의 구조를 살펴보아야 한다. 이 문제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47조가 정한다. 조문이 정한 금지의 구조를 먼저 보기에 앞서, 금지의 대상이 되는 자의 범위가 어떻게 한정되어 있는지를 읽어야 한다.
제47조는 기업집단에 속하는 국내 회사가 누구를 상대로 어떤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되는지를 첫 항에서 정한다. 그 대상자를 가리킬 때 조문은 괄호 안에서 범위를 분명히 한정한다. 동일인 및 그 친족으로 한정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 특수관계인이라는 말을 이 조문 안에서 쓸 때 그 뜻은 바로 이 범위에 묶인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동일인이 단독으로 또는 다른 특수관계인과 합하여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20 이상의 주식을 소유한 국내 계열회사, 또는 그 계열회사가 단독으로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50을 초과하는 주식을 소유한 국내 계열회사가 대상에 든다. 이 구절이 말하는 대상은 국내 계열회사이고, 그 계열회사의 주식 소유 비율로 그 범위를 가른다.
제47조는 이어 금지되는 행위의 유형을 네 가지로 나눈다. 거래 조건이 상당히 유리한 경우,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경우, 금융상품을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경우, 합리적 고려나 비교 없이 상당한 규모로 거래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이 네 유형은 각각이 부당한 이익의 귀속을 이루는 방식이다. 조문의 첫 항은 네 유형 가운데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통하여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를 금한다. 동시에 이 경우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행위의 유형 및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유형과 기준의 구체적 내용은 하위 규정에 맡겨진다.
조문은 이어서 예외를 둔다. 기업의 효율성 증대, 보안성, 긴급성 등 거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거래에는 제1항제4호를 적용하지 아니한다. 이 예외는 네 유형 가운데 네 번째 유형에 대해서만 열리며, 그 요건은 불가피성에 두고 그 범위는 대통령령에 위임한다. 이 대목에서 이 유형을 적용하지 않는 경우와 나머지 세 유형을 적용하지 않는 경우를 구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제47조는 금지의 범위를 행위자에게까지 넓힌다. 제1항에 따른 거래 또는 사업기회 제공의 상대방은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할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거래를 하거나 사업기회를 제공받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거래의 상대방도 금지의 대상에 드는 것이다. 아울러 특수관계인은 누구에게든지 제1항 또는 제3항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도록 지시하거나 해당 행위에 관여해서는 아니 된다. 지시하거나 관여하는 행위 자체가 금지되는 방식이다.
이 구조가 이번 사례에서 던지는 물음은 명확하다. D2는 D1이 사들인 기업어음 300억 원어치를 발행한 계열사이며, D1과 같은 기업집단에 속한다. 다만 제47조가 정한 특수관계인의 범위는 동일인 및 그 친족으로 한정되어 있다. D2가 이 범위에 드는지의 여부는 미정이다. 같은 방식으로 지배주주가 내린 지시의 구체적 내용과 시점이 미정이므로, 지시에 관한 규정이 이 사례에 적용될지는 아직 판단되지 않았다.
5.3지원의 조건이 문제 되는 방식
특수관계인에 대한 제공이 금지되는 자의 범위를 법률이 정한 대로 확인한 데서 나아가, 이제는 그 제공이 이루어진 조건 자체가 어떤 방식으로 문제 되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제45조와 제47조는 각기 다른 금지 문장을 두고 있으면서도, 행위의 부당성을 거래의 조건에서 찾는 공통된 구조를 보인다.
우선 제45조는 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 조항으로서, 그 제1항은 사업자가 공정한 거래를 해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하거나, 계열회사 또는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하도록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선언한다. 이 가운데 제1항제9호는 부당하게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행위를 불공정거래행위의 한 유형으로 들고 있는데, 그 가목은 구체적으로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가지급금·대여금·인력·부동산·유가증권·상품·용역·무체재산권 등을 제공하거나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45조)를 규정한다. 이 문구는 유가증권의 제공을 그 대상으로 명시하고, 동시에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를 별도의 금지 유형으로 병렬하고 있다. D1이 D2가 발행한 기업어음을 사들인 일이 이 법문에서 말하는 유가증권의 제공에 해당하는지는 개별 사안에서 판단할 일이지만, 적어도 지원 행위가 제공의 대상과 거래의 조건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다루어진다는 것은 분명하다.
같은 조 제1항제9호가 정한 또 하나의 유형은 나목으로, "다른 사업자와 직접 상품·용역을 거래하면 상당히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거래상 실질적인 역할이 없는 특수관계인이나 다른 회사를 매개로 거래하는 행위"(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45조)이다. 이 유형은 거래의 경로가 굳이 필요하지 않았음에도 특정 회사를 사이에 두었는지를 묻는다. D1이 D2의 기업어음을 매입한 거래가 실제로 이러한 매개 거래의 형태를 띠었는지에 대해서는 주어진 사정만으로 확인할 수 없다.
이와 달리 제47조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등을 금지하는 조항이다. 그 제1항제1호는 "정상적인 거래에서 적용되거나 적용될 것으로 판단되는 조건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47조)를 금지한다. 이 규정은 거래의 조건을 '정상적인 거래'의 조건과 비교하여 가늠하도록 구조화하고 있다. D1이 매입한 기업어음의 가격과 지급 조건이 정상적인 거래 조건보다 상당히 유리하였는지, 또 그와 같은 유리함이 D1에 불이익으로 작용하였는지는 지금 단계에서 정해진 바가 없다.
제47조 제1항제3호는 "특수관계인과 현금이나 그 밖의 금융상품을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를 따로 두어 금융상품을 둘러싼 거래를 별도의 유형으로 다룬다. 기업어음은 금융상품에 해당하므로, D1과 D2 사이의 매매가 이 유형에 닿을 수 있는지는 그 거래의 조건이 어떻게 정해졌는지에 달려 있다. 다만 제47조 제1항의 적용 범위는 특수관계인과 그 문장에 열거된 일정한 국내 계열회사로 한정되어 있다는 점을 함께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한편 두 조문은 모두 거래의 조건에 '상당히 유리하다'는 기준을 두고 있다. 제45조 제1항제9호 가목은 지원이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는지를, 제47조 제1항제1호와 제3호는 특수관계인을 상대로 한 거래의 조건이 '상당히 유리한'지 여부를 묻는다. 이 두 기준은 거래의 조건을 무턱대고 부당하다고 보지 않고, 어떤 비교의 틀 안에서 그 조건이 얼마만큼 유리한지를 따지도록 한다. 그러나 D1이 매입한 어음의 조건이 이 기준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려면 가격, 만기, 이행 가능성 등 개별 조건에 관한 사실 관계가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그러한 사실 관계는 지금 미정으로 남아 있다. D1이 얻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소수주주의 의문은 결국 이 거래의 조건을 통해 무엇이 D1에 귀속되었는지를 묻는 것으로 이어진다. 제45조와 제47조가 거래의 조건을 문제 삼는 방식을 함께 놓고 보면, 지원 행위의 부당성은 그 조건이 정상적인 거래의 조건에 비해 어떻게 달랐는지에서 드러나야 함을 알 수 있다.
5.4지원 대상 선정의 문제
제45조의 부당지원 항목이 지원을 '행위'로 포착한다면, 남는 것은 지원 대상이 된 회사가 왜 그 자리에 있었는지라는 물음이다. 지원 대상 선정의 경위는 부당지원 판단에서 무엇을 위한 자료인지를 제45조의 틀 안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제45조 제1항은 사업자가 특정 행위를 하거나 다른 사업자를 시켜 이를 하도록 해서는 아니 되는 것으로 보면서, 그 각 호 중 하나를 부당하게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행위로 정한다. 그 행위에 무엇이 들어가는지를 법률은 가목과 나목으로 구분한다. 가목은 제공의 대상과 방식을 나열하고, "가.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가지급금·대여금·인력·부동산·유가증권·상품·용역·무체재산권 등을 제공하거나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라고 규정한다(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45조). 이 구절은 지원의 수단으로 유가증권을 포함하고, 그 제공을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의 거래와 함께 둔다. 그룹 기획실의 보고가 전달된 뒤 D1이 D2의 기업어음을 사들인 사정은, 어음이 유가증권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가목이 상정하는 제공의 수단 위에 놓인다.
다만 가목의 문구는 제공이나 거래가 이루어진 사실만으로 지원이 완결된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 표현은 상당히 유리한 조건이라는 요건을 거래에 붙이고, 그 거래는 결국 특정 회사에 대한 거래이다. 사업자나 특정 회사가 누구인지 가리는 데에는 지원 대상이 정해진 경위가 관계를 맺는다. 지원 대상 선정이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이루어졌다면 특정 회사가 특정한 이유가 설명될 것이고, 그 선정이 별다른 기준 없이 이루어졌다면 특정성의 근거가 약해진다.
그러나 이 사례에서 D2가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경위는 미정으로 남아 있다. 그룹 기획실이 각 계열사에 전달했다는 보고의 내용은 'D2가 쓰러지면 그룹 전체의 신용이 흔들린다'는 것이지만, 그 보고가 어느 시점에 어떤 방식으로 전달되었고 각 계열사의 의사결정에 실제로 관계했는지 주어지지 않았다. 지배주주가 개별 회사에 내린 지시의 구체적 내용과 시점도 미정이다. 이 미정의 사정을 채운 사실로 선정의 경위를 단정하는 것은 이 사례가 다루는 범위를 넘는다.
특수관계인 또는 회사가 다른 사업자로부터 지원을 받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는 제2항의 문구도 같은 쪽에서 읽힌다. 그 제2항은 "② 특수관계인 또는 회사는 다른 사업자로부터 제1항제9호에 해당할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지원을 받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정하면서(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45조), 수령자 쪽의 행위를 받는 행위로 본다. 그 문구는 해당 지원에 해당할 우려를 요건으로 삼고 있다. 어떤 회사가 그 우려가 있는 지원을 받았는지는 그 회사가 왜 그 지원의 상대가 되었는지를 밝히는 자료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므로 지원 대상이 선정된 경위는 부당지원의 각 요건을 충족하는지 가리는 데 참고할 사실 가운데 하나로 남는다. 이 사례에서 그 경위가 미정인 채로 남아 있는 한, 선정 경위를 근거로 특정성이나 상당히 유리한 조건을 확정할 수 없다. 그 경위가 밝혀지기 전에는 D2가 선정된 사실 자체만으로 부당지원의 요건이 채워졌다고 말할 수 없다.
5.5지원 회사가 진 부담
지원 대상 선정의 경위만으로는 부당지원 판단을 마무리할 수 없는 바, 이제 지원을 제공한 D1 쪽에서 무엇이 문제 되는지를 살필 차례이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45조는 부당한 지원 행위를 금지하면서 그 전제로 "공정한 거래를 해칠 우려가 있는 행위(이하 “불공정거래행위”라 한다)를 하거나, 계열회사 또는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하도록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선언한다. 즉 지원 제공 행위 자체가 거래 질서에 미칠 영향이 먼저 검토 대상이 된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금지되는 지원 행위의 양태는 제45조 제1항 제9호 가목에서 특정되어 있다. 그 가목은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가지급금·대여금·인력·부동산·유가증권·상품·용역·무체재산권 등을 제공하거나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45조)를 지원의 수단으로 열거한다. 이 목록에 "유가증권"이 들어 있는 점이 이 사례에서 중요하다. D1이 D2가 발행한 기업어음 300억 원어치를 사들인 행위는 곧 유가증권 제공에 해당할 수 있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다만 그러한 형태에 해당한다는 사실만으로 부당지원이 곧바로 인정된다는 뜻은 아니며,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라는 요건이 함께 충족되는지가 남는다.
또 다른 금지 대상은 지원을 받는 쪽의 행위이다. 제45조 제2항은 "특수관계인 또는 회사는 다른 사업자로부터 제1항제9호에 해당할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지원을 받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한다. D2가 어음을 발행하고 그 인수를 받은 자리가 이 규정의 적용을 받는지가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 아울러 제47조 제1항 제4호는 "사업능력, 재무상태, 신용도, 기술력, 품질, 가격 또는 거래조건 등에 대한 합리적인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의 비교 없이 상당한 규모로 거래하는 행위"를 문제 삼는다. D1의 자금 사정과 부담 능력, 그리고 어음의 회수 가능성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요건의 충족 여부는 미정이다.
같은 조항에서 함께 금지되는 것은 "정상적인 거래에서 적용되거나 적용될 것으로 판단되는 조건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47조)이다. 여기서도 D1이 인수한 조건이 정상적인 조건과 비교하여 어떠하였는지 판단할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룹 기획실이 'D2가 쓰러지면 그룹 전체의 신용이 흔들린다'는 보고를 각 계열사에 전달한 사실은 지원 동기를 보여줄 뿐이며, 이것이 곧 확정 손해나 손해 액수를 뒷받침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이 사례에서 확정 손해나 손해 액수를 말하기는 어렵다. D1이 얻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지배주주의 지시 내용과 시점도 미정이다. 제47조 제2항은 "기업의 효율성 증대, 보안성, 긴급성 등 거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거래에는 제1항제4호를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예외를 두고 있는데, 이 사례가 그 예외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자료도 제시되어 있지 않다. D1이 감수한 부담의 법적 의미는 제공된 사정의 범위 안에서만 다루어질 수 있으며, 확정 손해의 판단은 더 많은 사실이 확인된 뒤에 비로소 가능해진다.
5.6형사 책임에 넘기지 않는 자리
배임의 임무위배 판단과의 경계를 긋는 자리에서, 부당지원 규정이 다루는 범위를 확인하는 문제가 남는다. 공정거래법 제45조는 어떤 행위를 금지하는지부터 밝힌다. 같은 조 제1항 제9호 가목은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가지급금·대여금·인력·부동산·유가증권·상품·용역·무체재산권 등을 제공하거나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를 지원 행위의 하나로 든다(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45조). 이 규정이 적시하는 것은 특정 회사에 무엇인가를 제공하는 행위의 외형이며, 그 제공으로 인하여 손해가 확정되는지와 무관하게 행위 유형 자체를 겨냥한다.
같은 조문은 지원을 받는 쪽의 행위도 함께 다룬다. 제45조 제2항은 "특수관계인 또는 회사는 다른 사업자로부터 제1항제9호에 해당할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지원을 받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정한다. 지원을 제공하는 행위와 받는 행위가 나란히 금지 대상이 된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D1이 D2의 기업어음을 사들인 행위와 D2가 그 지원을 받은 행위는 모두 이 규정이 들여다보는 자리에 놓인다.
제47조는 대상과 수단을 더 좁혀서 규정한다. 같은 조 제1항 제3호는 "특수관계인과 현금이나 그 밖의 금융상품을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를 부당한 이익 귀속 행위의 하나로 열거한다(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47조). 기업어음은 금융상품에 해당하므로, D1의 매입은 이 문언이 가리키는 행위의 외형을 갖춘다. 다만 제1항은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정하고, 같은 항 제4호는 "사업능력, 재무상태, 신용도, 기술력, 품질, 가격 또는 거래조건 등에 대한 합리적인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의 비교 없이 상당한 규모로 거래하는 행위"를 함께 열거한다(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47조). 거래의 조건과 규모, 판단의 근거가 어떠하였는지가 이 규정에서 문제 되는 까닭이다.
제47조는 예외와 의무의 주체도 함께 규정한다. 같은 조 제2항은 "기업의 효율성 증대, 보안성, 긴급성 등 거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거래에는 제1항제4호를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단정한다(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47조). 같은 조 제4항은 "특수관계인은 누구에게든지 제1항 또는 제3항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도록 지시하거나 해당 행위에 관여해서는 아니 된다"고 정한다(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47조). 지시를 한 자와 관여한 자가 금지 대상에 함께 든다는 뜻이다.
이 규정들이 보는 것이 무엇인지 가려지면, 배임의 임무위배 판단과의 경계도 선명해진다. 부당지원에 해당한다는 판단은 행위의 유형과 조건, 이익 귀속의 여부에 관한 판단일 뿐이다. 그것이 곧 임무위배의 존재나 고의의 존재를 결정한다는 뜻은 아니다. D1이 얻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이 채워지지 않고, 지원 대상의 선정 경위와 부담 능력, 회수 가능성, 지시의 내용과 시점이 미정인 지금, 손해와 임무위배에 관한 결론은 확정되지 않는다. 그 판단이 이루어지는 자리는 따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