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저작권법 제7조의 문언을 읽어 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의 열거 방식을 정리하고, 법령과 판결 원문이 그 목록에 놓이는 자리를 살핀다. 문언이 그어 놓은 경계와 비보호 자료가 연구에 놓이는 방식을 이어 보되, 판결에 등장하는 사람의 성명·초상 같은 인격권과 판결에 관한 타인의 해설에 대한 권리는 다루지 않는다.
3.1비워 둔 조문의 자리
학문의 자유와 그 한계를 나눈 뒤에도 남는 물음이 있다. 공개된 연구글이 끌어모은 판결문 자체를 저작권법이 어떻게 보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이 장에서 읽을 자료는 저작권법 제7조 하나이고, 앞 절에서 넘겨둔 재료의 성격 문제를 이 조문이 직접 다룬다.
저작권법 제7조는 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을 열거하며, 먼저 그 문언의 첫머리를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은 이 법에 의한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선언한다. 이 문언은 보호의 범위를 넓히지 않고, 열거된 대상을 밖으로 놓는 방식을 취한다. 다시 말해 이 조문은 무엇을 보호한다고 정하지 않고, 오히려 보호가 미치지 않는 자리를 표시한다. 연구자가 수집한 확정판결의 판결문이 이 열거에 닿는지가 이 절의 관심사이다. 이 절은 그 문언이 가리키는 자리를 순서대로 확인하는 데 그치고, 판결문을 모은 글의 법적 평가까지 나아가지 않는다.
위 조문 제3호는 보호받지 못하는 대상으로 「법원의 판결·결정·명령 및 심판이나 행정심판절차 그 밖에 이와 유사한 절차에 의한 의결·결정 등」(저작권법 제7조)을 든다. 확정판결의 판결문은 앞 구절의 '법원의 판결'에 놓이는 자료이고, 따라서 이 법의 보호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 문언은 판결문의 형량과 판단 근거를 그대로 옮겨 적은 글의 재료에 관해 우선 하나의 답을 둔다. 다만 이 호는 판결문을 그대로 옮긴 자료를 다루고, 그 자료에 보태진 해석이나 평가의 자리는 이 호의 문언 안에서 따로 정해지지 않는다. 이 미정의 자리는 그대로 남겨 둔다.
다만 위 조문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대상을 엮은 자료는 별도의 호로 다룬다. 제4호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작성한 것으로서 제1호부터 제3호까지에 규정된 것의 편집물 또는 번역물」(저작권법 제7조)을 보호받지 못하는 것으로 함께 둔다. 이 호는 앞 호의 대상을 단순히 반복하지 않고, 그 대상을 엮은 결과물 자체를 다시 한 번 밖으로 놓는다. 편집물에 관한 이 문언을 두고, 판결문 서른 건을 형량과 근거 순으로 나열한 글의 어느 부분까지가 편집물인지는 이 조문의 문언만으로는 정해지지 않는다. 글의 구성이 이 호의 '편집물'에 닿는지의 여부 역시 미정으로 남는다. 이 절이 확인하는 것은 이 호가 편집물의 자리를 별도로 비워 두었다는 사실이다.
같은 조문 제5호는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저작권법 제7조)를 역시 보호받지 못하는 것으로 열거한다. 이 호는 앞 호들과 별개로 시사보도를 다룬다. 앞 호들이 자료의 출처와 엮음의 방식을 기준으로 삼는 데 비해, 이 호는 전달된 내용의 성격을 기준으로 삼는다. 연구자가 인터넷에 공개한 글이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것인지, 아니면 그 이상을 담는 것인지는 여기에서 판단하지 않고 미정으로 남긴다. 이 호가 남긴 물음은 글의 내용에 관한 것이고, 앞 호들이 남긴 물음은 자료와 그 구성에 관한 것이다.
제7조는 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을 다섯 호로 나누어 적되, 호마다 대상과 범위를 따로 둔다. 이 조문이 비워 둔 자리는 이렇게 확인된다. 즉, 판결문 자체는 제3호가 밖으로 놓고, 그 판결문을 모아 엮은 결과물은 제4호의 문언에 닿는지가 문제이며, 글의 성격에 관한 판단은 제5호가 남긴다. 이 자리가 다음 절에서 읽을 각 호의 열거 방식과 맞물린다.
3.2제7조의 열거 방식
비워 둔 자리의 구성을 확인한 뒤에는, 그 안에 적힌 대상을 나열한 방식을 살펴보아야 한다. 저작권법 제7조는 보호를 받지 못하는 저작물을 다섯 항목에 나누어 적고 있는데, 각 항목이 무엇을 담는지를 조문의 문언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 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에 관하여 같은 법 제7조는 다음과 같이 적는다. "제7조(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은 이 법에 의한 보호를 받지 못한다. (…) 1. 헌법·법률·조약·명령·조례 및 규칙 2.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고시·공고·훈령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 3. 법원의 판결·결정·명령 및 심판이나 행정심판절차 그 밖에 이와 유사한 절차에 의한 의결·결정 등 4.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작성한 것으로서 제1호부터 제3호까지에 규정된 것의 편집물 또는 번역물 5.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 (저작권법 제7조). 이 열거는 법문이 보호하지 않는다고 선언하는 대상을 적는 목록의 바탕을 이룬다.
각 항목의 표기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제1호는 헌법·법률·조약·명령·조례·규칙을 나열한 뒤 다른 것을 덧붙이지 않고 끝난다. 제2호는 고시·공고·훈령을 찍은 다음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이라는 표현으로 목록을 넓힌다. 제3호도 판결·결정·명령·심판과 행정심판절차를 열거하고 나서 "그 밖에 이와 유사한 절차에 의한 의결·결정 등"이라고 덧붙인다. 이와 같은 꼬리표는 제2호와 제3호가 적은 앞부분의 사례와 비슷한 것을 함께 담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 사례에서 연구자 무가 모은 대형 경제범죄 확정판결 30건의 판결문은 제3호가 앞부분에 적은 법원의 판결에 관한 것이며, 무가 사건번호와 함께 공개한 양형 분석 글 자체가 열거된 항목에 드는지는 여기서 정해지지 않는다.
제4호는 앞의 세 호와 성격이 다르다. 이 항목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작성한 것을 전제로, 제1호부터 제3호까지 규정된 것의 편집물 또는 번역물을 적는다. 따라서 제4호의 대상을 가리려면 먼저 제1호부터 제3호 가운데 어느 것에 관련된 편집물인지가 정해져야 한다. 제5호는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를 적는다. 시사보도를 다루는 이 항목에는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이라는 한정이 함께 붙어 있으며, 이 한정은 항목의 범위를 정하는 조건이다. 무가 판결문에서 형량과 판단 근거를 옮기고 그 결과를 나열한 글이 이 한정 안에 드는지는 미정이다.
결국 이 목록은 다섯 호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대상을 적는 구조를 가진다. 어떤 호는 열거한 사례로 끝나고, 어떤 호는 유사한 것을 덧붙이며, 어떤 호는 앞 호를 조건으로 삼고, 어떤 호는 한정어를 단다. 이 구조를 확인하는 것은 저작권법이 보호하지 않는다고 적은 대상의 범위를 읽는 출발점이 된다. 목록에 없는 자료를 여기에 넣거나, 조문에 없는 예외를 덧붙이는 일은 이 열거 방식에서 확인할 수 없다.
3.3법령이 놓이는 자리
목록의 맨 앞에는 법령이 놓인다. 열거된 대상의 구조를 확인한 뒤에는 이 자리를 문언에서 어떻게 밝히는지가 다음 질문이 된다. 저작권법 제7조 제1호는 보호 대상에서 제외되는 자료를 "헌법·법률·조약·명령·조례 및 규칙"으로 적는다. 이 문언은 여섯 가지 낱말을 쉼표와 가운뎃점으로 이어 한 호 안에 나열하며, 그 밖의 자료를 덧붙이지 않는다. 따라서 이 호가 다루는 범위는 적힌 여섯 가지에 그친다. 나열된 낱말 가운데 하나라도 빠진 자료는 이 호에 들지 않는다.
제1호의 문언은 헌법, 법률, 조약, 명령, 조례, 규칙을 함께 놓는다. 앞의 세 가지와 뒤의 세 가지 사이의 간격을 따로 두지 않고 한 호 안에서 나란히 적으므로, 여섯 가지 가운데 어느 하나를 앞세우거나 뒤로 돌려 해석할 근거는 문언 안에서 찾기 어렵다. 한편 이 호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작성했다는 조건을 자료 앞에 두지 않는다. 작성 주체를 따로 밝히지 않은 채 자료의 형태로만 범위를 한정한 점에서, 이 호는 그 뒤의 호들과 구별된다.
작성 주체는 제2호와 제3호에서 각각 따로 밝힌다. 저작권법 제7조 제2호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고시·공고·훈령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을, 제3호는 "법원의 판결·결정·명령 및 심판이나 행정심판절차 그 밖에 이와 유사한 절차에 의한 의결·결정 등"을 적는다. 제2호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를 작성 주체로 두고, 제3호는 법원이나 행정심판절차를 절차의 자리에 놓는다. 이 두 호와 견주어 볼 때 제1호는 작성 주체나 절차를 조건으로 삼지 않고 자료의 형태만으로 범위를 정한다. 같은 목록 안에서 조건을 적는 방식이 호마다 다르다는 점이 드러나는 지점이다.
제7조는 목록의 항목들 사이 관계도 함께 적는다. 저작권법 제7조 제4호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작성한 것으로서 제1호부터 제3호까지에 규정된 것의 편집물 또는 번역물"을 따로 두며,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자료를 다시 묶어 편집하거나 번역한 결과물을 함께 놓는다. 이 호는 제1호부터 제3호까지를 전제로 삼고, 그 위에 편집물과 번역물이라는 새로운 형태를 얹는다. 다만 작성 주체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 한정하므로, 앞 호들이 적은 자료를 그 형태 그대로 옮긴 것과는 구별된다. 제1호의 여섯 가지 낱말은 이 관계 안에서 그대로 이어지며, 이 호가 여섯 가지를 바꾸거나 늘리지는 않는다.
앞 호들이 적은 자료를 그대로 나열한 목록이므로, 이 사례에서 무가 모은 확정판결문 30건 가운데 법령이 어느 자리를 차지하는지는 문언의 범위와 함께 판단할 문제이다. 다만 제1호가 법령의 범위를 여섯 가지로 적어 놓았다는 점은 분명하며, 그 밖의 자료를 이 호에 보태는 것은 문언이 허용하지 않는다. 이 점을 확인하는 것으로 법령이 놓이는 자리를 읽는 작업을 마친다.
3.4판결 원문의 위치
법령이 놓인 자리를 살핀 데 이어, 이제 판결 원문이 같은 목록에서 어떻게 자리 잡는지 살핀다. 저작권법 제7조 제3호는 보호받지 못하는 자료로 "법원의 판결·결정·명령 및 심판이나 행정심판절차 그 밖에 이와 유사한 절차에 의한 의결·결정 등"을 둔다. 이 문언은 판결을 그 자체로 목록에 넣고, 판결문에 담긴 사람의 성명이나 초상 문제는 따로 두지 않는다. 여기서는 판결 원문이라는 자료의 지위만을 다룬다.
판결 원문의 지위는 제7조 제3호가 적어 놓은 목록의 구조에서 읽힌다. 저작권법 제7조는 제1호가 헌법·법률 등 법령을 두고, 제2호가 고시·공고 등 행정의 공표물을 둔 뒤, 제3호가 법원의 판결을 둔다. 이 셋은 각기 다른 기관이 정하거나 내놓은 자료를 나란히 놓는다. 같은 조 제4호는 이에 덧붙여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작성한 것으로서 제1호부터 제3호까지에 규정된 것의 편집물 또는 번역물"을 둔다(저작권법 제7조). 그 결과 판결 원문은 그 자체로 목록에 놓이면서, 그 원문을 편집하거나 옮긴 자료가 함께 놓이는 자리가 마련된다. 무가 확정판결 30건의 판결문을 모아 그대로 옮겨 적은 것은 후자의 자리와 가까이 닿는다.
무가 모아 둔 것은 확정판결 30건의 판결문이다. 판결문은 법원이 공적 절차를 거쳐 내놓은 공개된 기록이며, 여기에 담긴 양형과 판단 근거는 그 기록이 적어 놓은 내용이다. 저작권법 제7조 제3호는 그러한 판결 원문을 법이 보호하는 저작물로 다루지 않으므로, 무가 판결문의 문장을 글에 실은 범위는 이 호의 문언이 닿는 자리에 놓인다. 목록이 판결을 원문 단위로 두고 있다는 점은, 무가 옮겨 적은 범위를 가를 때의 첫 기준이 된다.
다만 이 호가 판결 원문에 적용된다는 사실이, 판결문을 옮겨 적는 모든 행위에 그대로 확장되는 것은 아니다. 무의 글은 판결문에 담긴 양형과 판단 근거를 나열하고, 사건번호를 함께 밝힌 뒤, 그 나열을 토대로 양형이 일관되지 않다는 평가를 더한 것이다. 그 평가가 어느 선에서 판결 원문의 옮김을 넘어가는지는 이 호의 문언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판결 원문의 지위는 옮겨 적은 범위에 미치나, 그 옮김에 보태진 글은 그 지위만으로 다루어지지 않는다.
같은 구분은 무의 연구 행위를 보는 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무는 어떤 사건도 수임하지 않았고 대가를 받은 바 없이 글을 그대로 두었다. 이 사실은 무가 판결문을 옮겨 적은 지위를 바꾸지 않는다. 한편 기업명 표기의 범위, 분석 방법의 재현 가능성, 삭제 요구와 고소가 연구에 준 영향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밝혀지지 않은 사정은 밝혀지지 않은 채로 남으며, 그 자리를 채워 넣지 않고 판결 원문의 지위만을 살핀다.
따라서 판결 원문은 저작권법 제7조 제3호의 목록에 놓인 자료로서, 원문을 그대로 옮긴 범위에서 법이 보호하는 저작물로 다루어지지 않는다. 이 관찰은 무의 글 전체에 대한 법적 평가로 이어지지 않으며, 판결에 실린 사람의 성명이나 초상 문제도 이 자리에서 다루어지지 않는다. 문언이 그어 놓은 경계는 다음에 살핀다.
3.5문언이 그어 놓은 경계
판결 원문이 목록의 제3호에 놓이는 자리를 확인한 뒤에, 그 목록에 적힌 낱말들의 뜻을 문언에 따라 한 걸음씩 좁혀 봐야 한다. 이 조문이 무엇을 보호 밖에 두는지를 문리적으로만 가를 때, 연구자가 모은 확정판결 30건의 판결문이 그 경계 안에 놓이는지는 어느 선에서 판가름되는지가 문제이다. 경계를 먼저 그어 두어야 명예훼손의 성립이나 법률사무의 취급이라는 별도의 평가와 섞이지 않는다.
저작권법 제7조는 보호를 받지 못하는 자료를 열거하는 방식을 취한다. 그 문언은 "제7조(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은 이 법에 의한 보호를 받지 못한다."라고 먼저 선을 긋는다. 이 문장이 가리키는 것은 저작권법이 보호할 저작물의 범위 밖에 놓이는 자료이며, 그 자료를 둘러싼 다른 법적 쟁점을 함께 결정하는 문장은 아니다.
목록의 첫 머리에는 국가가 정한 규범 문서가 놓인다. 저작권법 제7조제1호는 "1. 헌법·법률·조약·명령·조례 및 규칙"이라고 규정한다(저작권법 제7조). 연구자가 인용한 확정판결에서 근거로 삼은 법령의 조문이 이 항목에 드는 자료이다. 저작권법 제7조제2호는 "2.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고시·공고·훈령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이라고 규정한다(저작권법 제7조). 두 항목 모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정한 내용 자체를 가리키며, 개인이 그 내용에 붙인 설명을 함께 가리키는 문언은 아니다.
판결 원문의 자리는 세 번째 항목이 그어 놓는다. 저작권법 제7조제3호는 "3. 법원의 판결·결정·명령 및 심판이나 행정심판절차 그 밖에 이와 유사한 절차에 의한 의결·결정 등"이라고 규정한다(저작권법 제7조). 이 항목에 드는 자료는 법원이나 이에 준하는 절차가 내놓은 결정문이며, 그 원문을 그대로 옮긴 부분이 보호 밖에 놓인다. 연구자가 사건번호와 함께 나열한 판결문의 기재는 이 문언이 그어 놓은 경계 안에 놓이는 것으로 읽힌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그 문서들을 묶어 낸 것까지 같은 취지로 다루려는 문언이 네 번째 항목에 있다. 저작권법 제7조제4호는 "4.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작성한 것으로서 제1호부터 제3호까지에 규정된 것의 편집물 또는 번역물"이라고 규정한다(저작권법 제7조). 다만 그 편집물이나 번역물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작성한 것일 때만 이 항목에 드며, 연구자가 확정판결 30건을 스스로 모아 나열한 자료까지 같은 항목에 자동으로 놓이는 것은 아니다.
문언이 그어 놓은 경계는 여기까지이다. 판결 원문의 옮김이 보호 밖에 놓인다 하여, 그 원문에 붙인 형량 비교나 일관성 비판이 곧 명예훼손인지, 글의 공개가 법률사무의 취급에 해당하는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명 표기의 범위와 분석 방법의 재현 가능성, 삭제 요구와 고소가 연구에 준 영향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이 조문의 문언만으로는 정해지지도 않는다.
3.6비보호 자료와 연구
문언으로 그어 놓은 경계를 넘어, 제7조가 법령과 판결 원문을 보호 밖에 두는 일이 공개 연구의 재료 사용에 어떤 자리를 열어 놓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저작권법 제7조는 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의 범위를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은 이 법에 의한 보호를 받지 못한다."라는 문장으로 열고 있다. 이 문장은 보호 여부를 가를 뿐이다. 다른 법익을 다루지 않는다.
무가 대형 경제범죄 확정판결 30건의 판결문에서 형량과 판단 근거를 옮겨 적고, 양형이 일관되지 않다는 글을 사건번호와 함께 공개한 일은 판결 원문이라는 재료 위에 놓인다. 그 재료의 비보호 성격을 제7조는 "3. 법원의 판결·결정·명령 및 심판이나 행정심판절차 그 밖에 이와 유사한 절차에 의한 의결·결정 등"으로 직접 적시하고 있다(저작권법 제7조). 판결 원문이 이 호에 드는 것은 저작권이 그 원문에 자리 잡지 않는다는 뜻이다. 무가 판결문의 형량과 근거를 나열한 것은 그 원문을 옮겨 적은 행위에 해당한다.
나아가 무가 정리한 판결들의 모음을 놓고도 같은 방향을 살핀다. 제7조는 "4.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작성한 것으로서 제1호부터 제3호까지에 규정된 것의 편집물 또는 번역물"을 함께 보호 밖에 둔다(저작권법 제7조). 이 호는 편집물의 작성 주체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일 때만 열린다. 무가 스스로 모은 판결들의 모음이 이 호에 드는지는 여기서 결론지어지지 않는다.
무의 글에 실린 사건번호의 표기와 기업명 표기의 범위는 이 조문이 다루는 바 밖에 있다. 제7조는 헌법과 법률, 그리고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고시·공고·훈령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을 비보호 자료로 적시하고 있지만, 인터넷에 공개된 무의 글 자체가 어떤 저작물인지 는 이 호들의 목록 안에서 가려지지 않는다. 글의 표현이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지, 그 표현의 사용이 다른 법익을 침해하는지는 서로 갈리는 물음이다.
이상에서 본 것처럼 제7조의 비보호 자료 규정은 무의 연구에 쓰인 판결 원문과 그와 같은 공적 문헌에 저작권이 붙지 않는다는 자리를 열어 둔다. 공개 연구가 그 자료를 펴 놓는 데는 저작권의 허락이 따로 요구되지 않는다. 다만 그 글이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 또는 법률사무를 취급한 것인지는 이 조문이 결론 내지 않는 물음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