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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분쟁의 통합 검증: 전 과정 시뮬레이션과 대응체계 감사 · II-16 · Chapter 3 · First edition

거래 손실·자금 이동·회계 오류에 대한 경쟁 설명

경영판단, 자금 이동, 회계 오류에 대한 서로 다른 설명을 어떤 구조로 놓아야 비교하고 판단할 수 있는가?

Length
about 3,100 words · 13 min
Sources
3 statutes · 3 decisions
As of
2026-10-11
On this page
  1. Summary
  2. 3.1거래 손실의 경영판단 설명
  3. 3.2손해 범위와 인과 판단의 틀
  4. 3.3자금 이동과 책임 주체
  5. 3.4회계 오류와 고의의 구별
  6. 3.5설명의 증거 정렬
  7. 3.6경쟁 설명의 판단 순서
  8. Statutes referred to
  9. Decisions referred to

Synthetic case The parties and facts in this chapter come from the volume's synthetic case, not from a real matter.

Summary

경영판단, 자금 이동, 회계 오류에 대한 서로 다른 설명을 어떤 구조로 놓아야 비교하고 판단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거래 손실의 경영판단 설명, 손해 범위와 인과 판단의 틀, 자금 이동과 책임 주체, 회계 오류와 고의의 구별, 설명의 증거 정렬, 경쟁 설명의 판단 순서를 차례로 살핀다. 특정 회계 기준의 자문이나 특정 산업의 관행 확정은 다루지 않는다.

3.1거래 손실의 경영판단 설명

평가하지 않는 외부 성과의 경계를 그어 둔 데서 멈추지 않고, 이제 거래 손실을 두고 맞서는 설명들이 어떤 순서로 놓이는지 살핀다. 손실을 경영판단이라 부르는 설명은 그 자체로 법적 평가를 마친 것이 아니며, 민법상 손해배상의 범위 규정과 회사에 대한 책임 규정을 틀로 삼아 다른 설명과 견주어 볼 때에만 자리가 정해진다. 계약 문언은 미정이고 시장 사실도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이 글은 설명의 배치만을 다루고 확정은 하지 않는다.

손실이 경영판단의 결과라는 설명을 내세우는 쪽은 당시의 선택이 정상적인 범위에서 이루어졌음을 강조한다. 이 설명이 우선 부딪히는 규정은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한 것이다. 민법 제393조(손해배상의 범위)는 "①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은 통상의 손해를 그 한도로 한다."고 선언한다. 통상의 손해라는 한도는 경영판단 설명을 받아들이거나 거절하기 전에, 우선 무엇이 손해이고 그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가르는 첫 문턱이 된다.

같은 규정은 한도를 넓히는 조건을 따로 둔다. 민법 제393조 제2항은 "②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채무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하여 배상의 책임이 있다."고 정한다. 손실이 통상의 범위를 넘어섰다는 설명이 나올 경우에, 이 단서는 채무자 쪽이 사정을 알았는지의 문제를 함께 묻도록 만든다. 확인되지 않은 시장 사실을 끼워 넣어 사정의 인식을 확정하는 일은 이 글의 몫이 아니다.

경영판단 설명이 회사 내부의 의사결정을 가리킬 때는, 이사의 책임에 관한 규정이 함께 놓인다. 상법 제399조(회사에 대한 책임) 제1항은 "① 이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그 임무를 게을리한 경우에는 그 이사는 회사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한다. 이 조문은 고의 또는 과실과 법령·정관 위반 또는 임무해태를 책임의 근거로 내세우며, 따라서 경영판단이라는 이름이 곧 면책을 뜻하지 않는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행위가 집단적 결의에서 나왔다면 책임의 배치가 달라진다. 상법 제399조 제2항은 "②전항의 행위가 이사회의 결의에 의한 것인 때에는 그 결의에 찬성한 이사도 전항의 책임이 있다."고 하고, 동조 제3항은 "③전항의 결의에 참가한 이사로서 이의를 한 기재가 의사록에 없는 자는 그 결의에 찬성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덧붙인다. 이 두 단서는 의사록 기재의 유무를 책임 소재의 실마리로 삼으므로, 담당자 교체의 발생 여부처럼 미정인 사항을 찬성이나 이의의 증거로 채워 넣을 수 없다.

계약서 세 버전과 변경 이메일 열두 통이 나란히 놓여 있으나, 적용되는 계약 문언과 변경 합의의 성립 여부는 미정이다. 손해액 계산의 기준 시점 역시 미정이며, 전문가 계산서 두 벌은 이 글에서 확정하지 않는다.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와 민사 서면·기관 제출 설명이 각각 놓여 있는 가운데, 거래 손실을 경영판단이라 부르는 설명은 다른 설명과 나란히 놓인 하나의 후보로만 남는다.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가 아니듯, 설명의 명칭이 곧 결론이 되는 것도 아니다.

3.2손해 범위와 인과 판단의 틀

경영판단 설명과 그에 견주는 설명의 순서를 살핀 데서 나아가, 이제 그 설명이 손해로 이어지는 범위와 인과 판단의 틀을 어떻게 잇는지 살핀다. 자료는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한 조문과 상당인과관계의 판단 기준을 밝힌 판례를 함께 놓고 있다. 이를 계약서 세 버전과 전문가 계산서 두 벌이 나란히 놓인 검토 묶음에 적용할 때, 어떤 항목을 손해로 잡을 것인지와 그 손해가 무엇에 기인하였는지의 문제는 서로 다른 자리를 차지한다.

손해의 한계를 정한 출발점으로 민법 제393조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를 이렇게 정한다. "①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은 통상의 손해를 그 한도로 한다. ②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채무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하여 배상의 책임이 있다." (민법 제393조) 이 규정은 통상의 손해와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를 나누고, 후자를 배상 범위에 넣는 조건을 채무자의 인식 가능성에 둔다. 거래 손실과 자금 이동, 회계 오류의 설명에 이 조문을 놓으면, 통상 손해의 한도가 손해 범위의 바깥 경계로 작동한다.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를 구분한 뒤에는 인과관계의 판단 기준을 물어야 한다. 대법원 2020. 7. 9. 선고 2016다268848 판결은 공무원의 직무상 의무 위반을 계기로 제3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를 두고 상당인과관계의 판단 기준을 이렇게 밝힌다.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를 판단할 때 일반적인 결과발생의 개연성은 물론 직무상 의무를 부과한 법령 기타 행동규범의 목적이나 가해행위의 태양 및 피해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대법원 2020. 7. 9. 선고 2016다268848 판결). 종합적으로 고려할 요소가 일반적인 결과발생의 개연성에 국한되지 않음에 유의하여야 한다.

같은 판례는 판단의 방향을 한정하면서도 그 한정의 조건을 함께 놓는다. "공무원에게 직무상 의무를 부과한 법령의 목적이 사회 구성원 개인의 이익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단순히 공공일반의 이익이나 행정기관 내부의 질서를 규율하기 위한 것이라면, 설령 공무원이 그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을 계기로 하여 제3자가 손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공무원이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행위와 제3자가 입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 2020. 7. 9. 선고 2016다268848 판결). 이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에 상당인과관계가 부정된다는 뜻이며, 그 조건 밖의 경우를 마땅히 뒤집어 정의하지 않는다.

한편 인과 판단의 순서는 사실 인정의 근거와 결합된다. 대법원 2020. 7. 9. 선고 2016다268848 판결은 감사업무에서 주의의무의 내용을 정하면서 "감사인은 구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2013. 12. 30. 법률 제1214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외부감사법'이라고 한다)에 따라 주식회사에 대한 감사업무를 수행할 때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회계감사기준에 따라 감사를 실시함으로써 피감사회사의 재무제표에 대한 적정한 의견을 표명하지 못함으로 인한 이해관계인의 손해를 방지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구 외부감사법 제1조, 제5조 제1항)"고 밝힌다 (대법원 2020. 7. 9. 선고 2016다268848 판결). 회계감사기준이 판단의 주요한 기준이 된다는 점도 함께 밝히고 있다. 계약서 세 버전과 전문가 계산서 두 벌이 놓인 검토 묶음에서 회계 오류의 설명을 읽을 때, 사실 인정의 준거가 되는 기준이 어디에 놓이는지가 함께 드러난다.

인과관계와 별도로, 손해배상책임의 요건과 증명책임의 소재를 밝히는 부분도 놓아 읽어야 한다. 대법원 2020. 7. 9. 선고 2016다268848 판결은 "감사인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자가 감사인이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감사보고서에 기재하지 아니하거나 거짓으로 기재를 하였다는 점을 주장·증명해야 한다"고 밝힌다. 민법 제393조와 이 기준을 나란히 놓으면, 손해 범위의 한계와 요건 사실의 증명이 각각 다른 자리를 차지함을 확인할 수 있다. 계약서 세 버전 가운데 어떤 문언이 적용되는지, 변경 합의가 성립하였는지, 손해액 계산의 기준 시점이 어디인지가 미정인 채로 남아 있더라도, 이 미정은 그 요건의 존재 여부를 확정한 결과가 아니다.

끝으로 이 판례는 판단의 충분성을 요구한다. 감사 과정에서 "오류를 지적하고 이를 바로잡을 것을 요청한 사실이 있고, 위 감사 당시 적용된 회계감사기준 등에 비추어 보면, 사후적으로 재무제표에서 일부 부정과 오류가 밝혀졌다고 하더라도, 감사인이 감사업무를 수행하면서 전문가적 의구심을 가지고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확보하고 경영자 진술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확인절차를 거치는 등 회계감사기준 등에 따른 통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였다면 그 임무를 게을리하지 아니하였음을 증명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라고 밝히며, 그 내용이 "최종 감사보고서와 최종 재무제표 등에 반영되어 수정되었는지 여부와 그 과정의 합리성과 적절성 등에 관하여 더 살펴보았어야 하는데도" 원심판단에 "심리미진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하였다 (대법원 2020. 7. 9. 선고 2016다268848 판결). 이 판단은 회계 오류의 설명이 나온 뒤 어떤 절차가 뒤따랐는지를 따져보아야 함을 가리키며, 그러한 따짐이 결여되면 사실 인정이 성립하지 않는다. 확인된 사실의 범위 안에서 손해 범위와 인과 판단을 이어 놓는 일이 요청된다.

3.3자금 이동과 책임 주체

인과의 틀을 정리한 뒤 남는 물음은 자금이 움직인 자리에 책임 주체를 다시 놓을 수 있느냐이다. 검토 묶음에는 계약서 세 버전과 자금 기록 한 묶음이 나란히 들어 있고,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 한 건이 당시 의사결정을 해석한다. 이 묶음을 두고 책임 소재를 논하기 전에, 우선 자금 이동 경로에서 수익자 측의 증명책임이 어디에 놓이는지를 살핀다.

수익자가 부인대상 행위 당시 회생채권자 등을 해하는 사실을 알았는지와 관련하여, 대법원 2011. 5. 13. 선고 2009다75291 판결은 "수익자 자신이 선의에 대한 증명책임을 부담한다"고 밝힌다. 이 판시는 악의가 추정된다는 전제 아래 증명의 부담이 누구에게 남는지를 가르친다. 자금 기록 한 묶음이 수취인의 인식을 말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인식의 증명은 기록의 존재만으로 대신되지 않는다.

전득자 단계로 책임을 더하면 증명책임의 배치가 달라진다. 대법원 2011. 5. 13. 선고 2009다75291 판결은 관리인이 전득자에 부인권을 행사할 요건과 관련하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러한 전득자의 악의에 대한 증명책임은 전득자에 대한 부인권을 행사하는 관리인에게 있다"고 판시한다. 같은 자금이 여러 단계를 거쳤다는 사정만으로 각 단계의 악의가 한 번에 입증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와 달리, 변제 수익을 받은 채권자에 대해서는 같은 판결이 "채권자 자신이 선의에 대한 증명책임을 부담한다"고 하여 수익자 측에 부담을 둔다.

자금의 원천이 변제에 실제 쓰였는지도 따로 확인해야 한다. 대법원 2011. 5. 13. 선고 2009다75291 판결은 제3자 차입으로 특정 채무를 멸시키는 경우에 관하여 "실질적으로 특정 채무의 변제 등이 당해 차입금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고"라는 기준을 제시하면서, 이어서 "차입 이전과 비교할 때 변제 등 채무 소멸이 이루어진 이후에 채무자 재산이 감소되지 아니한 등의 사정이 인정된다면" 부인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시한다. 이 틀로 보면 자금 기록 한 묶음에서 변제 자금의 원천이 특정되는지, 채무자의 재산이 그 전후로 감소했는지가 따로 묻힌다. 그런데 이 사건의 자금 원천은 미정이고, 전후 재산 상태도 정해지지 않았다.

행위의 상당성은 그 판단 기준이 별도로 놓인다. 대법원 2011. 5. 13. 선고 2009다75291 판결은 행위의 상당성 유무와 관련하여 "변제자금의 원천, 회생회사와 채권자의 관계, 채권자가 회생회사와 통모하거나 회생회사에 변제를 강요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하였는지 등을 기준으로 하여 신의칙과 공평의 이념에 비추어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한다. 판시는 그 구체적 판단이 행위 당시의 사정에 맞추어져야 함을 함께 밝힌다. 민사 서면과 기관 제출 설명이 나란히 놓여 있더라도, 담당자 교체의 발생 여부가 미정인 이 사안에서 영향력 행사의 사실은 확정되어 있지 않다.

회사에 대한 책임의 규정은 상법 제399조에서 이어진다. 상법 제399조 제1항은 "이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그 임무를 게을리한 경우에는 그 이사는 회사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정한다. 같은 조 제2항은 "전항의 행위가 이사회의 결의에 의한 것인 때에는 그 결의에 찬성한 이사도 전항의 책임이 있다"고 하여 결의 참여자의 책임을 넓힌다. 그러나 계약 문언과 변경 합의의 성립 여부가 미정인 이 사안에서 법령 또는 정관 위반이나 임무 태만이 성립하는지는 단정되지 않는다. 자금 기록 한 묶음이 책임 주체를 정하는 것은 아니며, 묶음 안의 문서와 기록은 각자의 표시를 할 뿐이다.

3.4회계 오류와 고의의 구별

자금 이동의 경로를 따라 책임 주체를 다시 놓아 본 뒤에는, 회계 처리의 잘못이라는 설명과 고의에 의한 배임이라는 주장이 어떤 기준에서 갈라지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자금 기록 한 묶음과 전문가 계산서 두 벌이 나란히 놓인 이 사례에서, 회계 오류라는 설명은 기술적 착오를 말하고 고의라는 주장은 임무에 위배된다는 인식을 말한다. 둘을 가르는 척도는 자료의 분량이 아니라, 행위자의 인식을 어떤 사실로써 뒷받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이 점을 다루기에 앞서 배임죄의 고의와 그 입증 방법을 판례의 말로 옮겨 두어야 한다.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은 고의의 성립 요소와 입증 방법을 함께 밝히고 있다. 고의는 업무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의사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득의 의사가 임무에 위배된다는 인식과 결합하여 성립하며, 이와 같은 내심적 사실은 피고인이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문제된 행위를 하였다고 주장하면서 범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입증할 수밖에 없다.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인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으로 가려야 한다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 이 사례에서 고의는 담당자에게 덧붙이는 꼬리표가 아니라, 당사자가 부인하는 내심적 사실을 어떤 간접사실로 뒷받칠지 문제로 바뀐다. 변경 이메일 열두 통과 자금 기록이 무엇을 가리키는지는, 바로 그 간접사실의 성격을 두고 판단할 일이다. 재산상 손해의 시점에 관하여서도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은 배임죄에 있어서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는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에 더하여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한다고 말한다. 손해액 계산의 기준 시점을 정할 때는 발생한 결과뿐 아니라 위험이 초래된 때도 함께 살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경영상의 판단에서 고의를 인정하기는 더 까다롭다.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은 그 까닭을 이렇게 설명한다. "기업의 경영에는 원천적으로 위험이 내재하여 있어서 경영자가 아무런 개인적인 이익을 취할 의도 없이 선의에 기하여 가능한 범위 내에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기업의 이익에 합치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신중하게 결정을 내렸다 하더라도 그 예측이 빗나가 기업에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 바, 그러한 경우에까지 고의의 해석기준을 완화하여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일 뿐 아니라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킨다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사업의 내용,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손실 발생의 개연성과 이익 획득의 개연성이 함께 놓인다. 이 사례에서 계약서 세 버전과 변경 합의의 경위가 가리키는 것은 바로 이 사정들의 총량이다. 이 판결은 그러한 인식이 없는데 "단순히 본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결과만으로 책임을 묻거나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는 이유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못 박는다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 회계 처리가 빗나갔다는 결과만으로 고의가 따라 나오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의를 뒷받칠 간접사실이 모자라면, 행위가 기수에 이르렀는지부터 다시 물어야 한다.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은 성립 요건을 이렇게 정리한다. "형법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할 것과 그러한 행위로 인해 행위자나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배임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으로 정하고 있으므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배임의 범의로, 즉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한다는 점과 이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점에 대한 인식이나 의사를 가지고 임무에 위배한 행위를 개시한 때 배임죄의 실행에 착수한 것이고, 이러한 행위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기수에 이른다"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이 사례에서 기수의 시점은 자금 기록에 찍힌 날짜와 꼭 같다고 볼 수 없다. 위험만으로 기수를 넓게 보는 데 대해서는 "배임죄는 위험범이 아니라 침해범으로 보아야 한다"는 반대의견이 함께 실려 있고, 그에 따르면 의무부담행위에 따른 채무의 발생이나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의 부담은 "그 자체로는 현실적인 손해가 아니라 손해 발생의 위험에 불과"하다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같은 사안을 놓고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이 갈리는 지점이, 이 묶음에서 회계 오류와 고의의 경계를 긋는 데에도 그대로 비쳐진다.

마지막으로 판결이 남기는 판단의 순서는 이렇다. 상대방이 대표권 남용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 그 의무부담행위는 "원칙적으로 회사에 대하여 효력이 없고, 경제적 관점에서 보아도 이러한 사실만으로는 회사에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하였다거나 실해 발생의 위험이 초래되었다고 평가하기 어려우므로, 달리 그 의무부담행위로 인하여 실제로 채무의 이행이 이루어졌다거나 회사가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게 되었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이상 배임죄의 기수에 이른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이 판례가 제공하는 것은 판단의 순서이지, 이 사건 담당자에게 고의를 끼워 넣는 근거가 아니다. 적용되는 계약 문언, 변경 합의의 성립 여부, 손해액 계산의 기준 시점, 담당자 교체의 발생 여부는 미정으로 남는다.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가 당시 의사결정을 어떻게 풀이하든, 그것이 간접사실에 해당하는지는 별도로 봐야 한다.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고의의 입증이 아니라는 점이 이 절의 결론이다.

3.5설명의 증거 정렬

회계 오류와 고의를 갈라 놓는 데서 멈추지 않고, 이제 경쟁하는 설명 각각이 어떤 근거 위에 서 있는지를 본다. 형사소송법 제307조는 이 절차의 바탕을 놓는다.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형사소송법 제307조). 거래 손실·자금 이동·회계 오류에 관한 설명이 아무리 그럴듯해도, 묶음 안의 자료가 그것을 떠받칠 때에만 사실로 자리를 잡는다.

그와 아울러 입증의 강도도 함께 살핀다.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은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고 정한다. 경쟁 설명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일이 곧 범죄사실을 확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형사 책임을 묻는 쪽으로 기우는 설명은 이 무거운 문턱을 넘어야 한다.

설명과 증거를 잇는 방법은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이 알려 준다. 그 판결은 내심적 사실을 어떻게 보여 줄 것인지 말하면서, 고의가 부인되는 경우 "사물의 성질상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입증할 수밖에 없고,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 한다고 밝힌다. 여기서 '간접사실'은 경쟁 설명을 갈라 세우는 데 쓰이는 자료의 자리다. 이메일 한 통이나 자금 기록 한 줄이 설명과 얼마나 가까이 붙어 있는지를 경험칙에 비추어 따지는 셈이다.

설명이 경영상 판단에 관한 것일 때는 자료를 놓는 자리가 한층 넓어진다. 같은 판결은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사업의 내용,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손실발생과 이익획득의 개연성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 평가한다. 이에 따라 계약서 세 버전의 문언, 변경 이메일의 흐름, 전문가 계산서 두 벌의 차이가 각각 어떤 설명을 떠받치는지 나란히 놓고 본다. 묶음에 들어 있다는 사실 자체는 설명의 우열을 가리지 않는다.

다만 판결이 함께 둔 조건을 놓쳐서는 안 된다. 같은 판결은 손해가 발생한 결과만으로 책임을 묻지 못하며,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된다"(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고 밝힌다. 손해액 계산의 기준 시점은 이 문장과 자료가 만나는 지점에서 확인할 문제로 남는다.

설명 문서 한 건과 민사 서면·기관 제출 설명은 모두 이 정렬의 대상이다.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가 당시 의사결정을 어떻게 읽어 내는지, 그리고 원자료가 묶음에 들어 있지 않은 부분이 그 읽음을 어디까지 지탱하는지는 판결이 둔 '사실의 연결상태'(형사소송법 제307조)의 잣대로 살핀다. 담당자 교체의 발생 여부도 이 잣대에 놓일 뿐, 자료의 존재만으로 확정되지 않는다.

3.6경쟁 설명의 판단 순서

설명을 근거별로 정렬한 결과를 판단의 순서로 옮기는 문제로 나아가면서, 각 설명이 다투는 사실의 종류부터 구분한다. 묶음의 기록은 계약서 세 버전, 변경 이메일 열두 통, 자금 기록 한 묶음, 전문가 계산서 두 벌로 나뉘어 있고,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가 당시의 의사결정을 해석하고 있다. 경영판단의 정당성, 자금 이동의 성격, 회계 처리의 오류라는 세 설명은 서로 다른 사실을 전제로 하므로, 그 순서를 정할 때마다 무엇이 입증 대상인지를 가려야 한다.

사실의 인정이 무엇에 의하는지를 밝히기 위해 형사소송법 제307조는 "①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 ②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라고 정한다 (형사소송법 제307조). 여기서 말하는 사실은 증거로 뒷받침된 사실이며, 묶음에 자료가 놓여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자료가 가리키는 사실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판단의 첫 자리는 각 설명을 뒷받침할 근거를 따로따로 확인하는 자리에 주어진다.

설명마다 근거의 결이 다르므로, 다음 자리는 설명이 요구하는 요건과 근거의 정합을 묻는 자리이다. 회계 오류 설명이 감사의 태도를 문제 삼을 때 대법원 2020. 7. 9. 선고 2016다268848 판결은 "감사인은 구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2013. 12. 30. 법률 제1214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외부감사법’이라고 한다)에 따라 주식회사에 대한 감사업무를 수행할 때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회계감사기준에 따라 감사를 실시함으로써 피감사회사의 재무제표에 대한 적정한 의견을 표명하지 못함으로 인한 이해관계인의 손해를 방지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구 외부감사법 제1조, 제5조 제1항)"라고 하였다 (대법원 2020. 7. 9. 선고 2016다268848 판결). 같은 판결은 "구 외부감사법 제5조 제2항에 의하면 회계감사기준은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정하며, 그에 따라 마련된 회계감사기준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것으로서 감사인의 위와 같은 주의의무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의 주요한 기준이 된다"라고도 밝힌다 (대법원 2020. 7. 9. 선고 2016다268848 판결). 전문가 계산서 두 벌이 계산 기준을 달리할 때 판단자는 어느 계산이 정해진 기준을 따랐는지를 먼저 살피고, 계산서가 묶음에 들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 기준이 지켜졌다고 보지는 않는다. 판단의 셋째 자리는 주장된 요건과 놓인 근거가 서로 맞물리는지를 점검하는 자리이다.

세 설명이 모두 사실을 겨누면 넷째 자리는 증명책임의 소재를 확인하는 자리에 놓인다. 대법원 2020. 7. 9. 선고 2016다268848 판결은 "이때 감사인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자가 감사인이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감사보고서에 기재하지 아니하거나 거짓으로 기재를 하였다는 점을 주장·증명해야 한다"라고 하였다. 그러한 기재가 있었다는 점을 먼저 밝히지 않으면 그 설명은 자리를 잡지 못하며, 경영판단 설명과 자금 이동 설명에 대해서도 각 설명이 붙는 증명 대상이 무엇인지를 따로 가려야 한다. 묶음에 빠져 있는 메시지와 원자료가 남겨놓은 공백은 이 자리에서 그대로 남는다.

그 다음 자리는 설명이 가리키는 손해의 성격을 묻는 자리이다.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배임의 범의로, 즉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한다는 점과 이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점에 대한 인식이나 의사를 가지고 임무에 위배한 행위를 개시한 때 배임죄의 실행에 착수한 것이고, 이러한 행위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기수에 이른다"라고 설시한다. 같은 판결은 "상대방이 대표권남용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 그 의무부담행위는 원칙적으로 회사에 대하여 효력이 없고, 경제적 관점에서 보아도 이러한 사실만으로는 회사에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하였다거나 실해 발생의 위험이 초래되었다고 평가하기 어려우므로, 달리 그 의무부담행위로 인하여 실제로 채무의 이행이 이루어졌다거나 회사가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게 되었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이상 배임죄의 기수에 이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대표이사로서는 배임의 범의로 임무위배행위를 함으로써 실행에 착수한 것이므로 배임죄의 미수범이 된다"라고도 말한다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자금 기록이 이동을 보여준다 해도 그 이동이 곧 손해로 이어졌는지는 앞의 절차와 별개로 확인해야 한다. 이 사례에서 계산 기준 시점의 선택과 청구의 병행 문제는 판단의 순서를 매듭지으면서도 그대로 남겨둔다.

Statutes referred to

Decisions referred 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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