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계열회사 지원에서 공동이익과 독립된 법인의 관계, 지원의 동기와 결합관계를 검토한다. 지원 대상과 규모, 방법과 회수조치, 위험과 이익의 종합 판단을 살피고, 합성 대여와 계열사 지원의 차이를 정리한다.
8.1공동이익과 독립된 법인
이득액의 산정이 남긴 한계를 넘어 계열회사 지원의 쟁점에 이르면, 곧바로 지원 대상이 된 회사의 지위가 문제가 된다. 같은 기업집단에 속했다는 사정만으로 거래처와 같은 타인의 지위가 달라지는지, 형법 제355조는 그 거래처의 이익과 본인의 손해를 어떻게 맞대어 보는지에서 검토를 시작한다.
형법 제355조 제2항은 임무위배와 이득·손해의 결합을 요구한다.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에게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형과 같다고 정한다. 거래처가 자금난에 놓여 있었던 사정은 이 문장의 본인에 해당하는 회사의 손해와 제3자의 이득을 각각 놓고 비교할 근거가 된다.
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5도12633 판결은 계열회사라는 사정이 이 결합을 바꾸지 않는다고 밝혔다. 타인에게 회사자금을 대여함에 있어 이미 채무변제능력을 상실한 사실을 알면서 나아가거나, 담보 등 상당하고도 합리적인 채권회수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만연히 대여한 자금대여는 회사에 대하여 배임행위가 되고, "회사의 이사는 단순히 그것이 경영상의 판단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임죄의 죄책을 면할 수 없으며, 이러한 이치는 타인이 자금지원 회사의 계열회사라 하여 달라지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계열사라는 점만으로 회사자금 대여가 허용되는 것은 아니며, 이 판시는 담보 없는 대여 행위 자체를 배임으로 단정하지도 않는다.
같은 판결은 공동이익의 추구가 계열회사의 고유한 지위를 없애지 않는다고 분명히 한다. 기업집단의 공동이익이 사실적·경제적으로 중요하다 해도, "기업집단을 구성하는 개별 계열회사는 별도의 독립된 법인격을 가지고 있는 주체로서 각자의 채권자나 주주 등 다수의 이해관계인이 관여되어 있고, 사안에 따라서는 기업집단의 공동이익과 상반되는 계열회사의 고유이익이 있을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공동이익과 기업집단 전체의 이익은 개별 회사의 이익으로 곧바로 환원되지 않는다.
같은 취지에서 지원행위의 판단 기준도 신중하게 두었다. 기업집단 차원의 공동이익을 위한 지원이라도 "지원 계열회사의 재산상 손해의 위험을 수반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기업집단 내 계열회사 사이의 지원행위가 합리적인 경영판단의 재량 범위 내에서 행하여졌는지는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담보 없이 자금을 내어준 행위가 합리적인 경영판단이었는지는 이 문장의 위험을 전제로 삼아 따져야 한다.
따라서 담보 없는 자금대여가 배임행위에 해당하는지는, 회사의 손해 발생을 알면서 행해졌는지와 회수조치가 충분했는지의 확인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회수 검토 자료는 제공되지 않았고, 당시 변제능력·갑의 인식·이사회 승인 여부도 미정이다. 50억 원 송금액은 확정 손해액이나 이득액이 아니며, B사가 무너진 뒤 회수액도 미정으로 남는다. 계열관계 역시 미정이므로, 공동이익과 독립된 법인의 구분이 이 사례에 적용될 단계는 이에 달려 있다.
8.2지원의 동기와 결합관계
공동이익의 추구가 2015도12633에서 요구되는 것은 결합의 실체다. 대법원은 그 판단에 필요한 요소를 구체화하며 계열회사 간의 결합 관계를 묻는다. "지원을 주고받는 계열회사들이 자본과 영업 등 실체적인 측면에서 결합되어 공동이익과 시너지 효과를 추구하는 관계에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5도12633 판결). 자본과 영업의 결합은 기업집단이라는 이름에 의해서 생기지 않는다. 그 결합이 실체를 갖출 때에만 공동이익이라는 말은 의미를 얻는다.
판례가 제시하는 다음 문장은 결합을 보다 정밀하게 다듬는다. "지원을 하는 계열회사에 지원행위로 인한 부담이나 위험에 상응하는 적절한 보상을 객관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까지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5도12633 판결). 지원이 상응하는 보상을 기대할 수 없는 관계에서만 이루어졌다면, 그 관계는 결합이라기보다는 자산의 이전에 가깝다. 시너지는 이론상의 가능성일 뿐이다.
2015도12633의 결합 요소는 2002도4229가 제시한 경영판단의 판단 기준 위에 놓인다. 대법원은 2002도4229에서 배임의 고의 판단에 필요한 사정을 "문제된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판단대상인 사업의 내용,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손실발생의 개연성과 이익획득의 개연성 등 제반 사정"으로 정리한 바 있다. 계열회사 지원이라는 특수한 상황은 이 일반 기준에 결합의 실체라는 추가 사정을 더할 뿐이다.
갑이 B사에 담보 없이 50억 원을 대여한 이 사건에서, 자본과 영업의 결합은 미정이다. 계열관계 그 자체가 시너지 효과를 추구하는 관계임을 뜻하지 않는다. 지원에 상응하는 적절한 보상을 객관적으로 기대할 수 있었는지 역시 미정이다. 확정된 송금액은 손해액도 이득액도 아니며, 따라서 결합의 유무는 대여 당시의 사실에서 밝혀져야 한다.
결국 동기와 결합관계는 배임의 고의를 인정하거나 배제하는 하나의 축이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볼 때 문제 된 계열회사 사이의 지원행위가 합리적인 경영판단의 재량 범위 내에서 행하여진 것이라고 인정된다면 이러한 행위는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하의 의도적 행위라고 인정하기 어렵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5도12633 판결)고 정리한다. 이 사건에서 동기와 결합의 실체가 정해지지 않는 한, 갑의 인식을 긍정할 수도 부정할 수도 없다.
8.3지원 대상과 규모
지원의 방향과 결합관계가 정리된 뒤에는 지원을 받을 상대와 그 규모가 어떻게 정해졌는지가 남는다. 2015도12633은 선정과 규모를 별개의 점검표로 나열한 것이 아니라 지원 능력과 연결된 하나의 판단으로 다룬다.
대법원은 계열회사 사이의 지원행위를 판단할 때 고려할 사정 가운데, "지원 계열회사의 선정 및 지원 규모 등이 당해 계열회사의 의사나 지원 능력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결정된 것인지"를 함께 살필 것을 요구한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5도12633 판결). 선정된 상대가 누구인지와 얼마를 댈지가 떨어져 있지 않고, 두 가지 모두를 같은 기준으로 재보라는 뜻이다.
여기서 지원 능력은 지원 금액의 크기를 가늠하는 준거이다. 지원 계열회사가 당시 감당할 수 있는 몫을 넘어서거나 그 능력을 따지지 않은 채 금액이 정해졌다면, 그 결정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것으로 보기 어렵다. 다만 대법원은 이 항목만으로 곧바로 임무위배나 고의를 확정하지 않는다. 대신 같은 판결은 "앞서 본 여러 사정들과 아울러"라 하여 다른 요소들과 함께 종합할 것을 분명히 한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5도12633 판결).
따라서 지원 상대와 규모는 자본·영업의 결합, 공동이익의 근거,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실행, 상응하는 보상의 기대 가능성과 함께 놓여야 한다. 2002도4229가 경영상의 판단에 관한 한, "문제된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판단대상인 사업의 내용,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손실발생의 개연성과 이익획득의 개연성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고의를 판단하되 그 인식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인정한다는 해석기준을 세운 것과 같은 방향이다.
이러한 기준은 수치를 새로 만드는 일이 아니다. 선정과 규모는 정해진 비율이나 한도로 판가름되는 것이 아니라, 당시의 능력과 상황에서 그 결정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이었는지를 묻는 자리에서 힘을 얻는다.
한편 이 사례에서 A사가 B사에 50억 원을 대여한 것은 확정된 손해액도 이득액도 아니다. 이사회 승인 여부, 당시의 변제능력, 갑의 인식, 회수액이 모두 미정인 채로, 대여액만으로 선정과 규모의 합리성을 가릴 수 없다. 의사록이 한 쪽이고 회수 검토 자료는 제공되지 않았으므로, 당시 지원 능력이 어떻게 검토되었는지도 이 자료만으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8.4방법과 회수조치
선정과 규모의 판단을 마치고 나면 남는 것은 그 지원이 실제로 이루어진 방식이다. 대법원은 계열회사 사이의 지원행위를 평가할 때 그 방법과 회수조치까지 함께 살피라고 정한다. 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5도12633 판결은 판단 항목 하나를 이렇게 적는다. "구체적인 지원행위가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시행된 것인지"(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5도12633 판결) 이 항목은 지원 자체의 목적이 아니라 실행의 방식을 묻는다. 갑이 B사에 담보 없이 50억 원을 대여한 사안은 여기서 그 방식이 정상적이었는지의 문제와 만난다.
같은 판결은 자금대여의 배임성에 관한 문장도 따로 둔다. 회사 이사의 자금대여가 배임행위가 되는 조건을 대법원은 이렇게 기술한다. "회사의 이사 등이 타인에게 회사자금을 대여함에 있어 타인이 이미 채무변제능력을 상실하여 그에게 자금을 대여할 경우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리라는 정을 충분히 알면서 이에 나아갔거나, 충분한 담보를 제공받는 등 상당하고도 합리적인 채권회수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만연히 대여해 주었다면, 그와 같은 자금대여는 타인에게 이익을 얻게 하고 회사에 손해를 가하는 행위로서 회사에 대하여 배임행위가 되고, 회사의 이사는 단순히 그것이 경영상의 판단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임죄의 죄책을 면할 수 없으며, 이러한 이치는 타인이 자금지원 회사의 계열회사라 하여 달라지지 않는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5도12633 판결) 여기서 담보 제공은 "충분한 담보를 제공받는 등"(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5도12633 판결)이라는 표현 안에 놓인다. 즉 담보는 회수조치의 한 예이며, 대법원이 부르는 명칭은 "상당하고도 합리적인 채권회수조치"(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5도12633 판결)이다.
이 문장이 사안에서 뜻하는 바는 분명하다. 갑이 담보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배임이 곧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의 표현은 담보 없이 대여한 경우를 "충분한 담보를 제공받는 등 상당하고도 합리적인 채권회수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만연히 대여해 주었다면"(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5도12633 판결)의 한 갈래로 둘 뿐이다. 따라서 회수조치를 담보에 국한해 읽을 수 없고, 대여 당시 취한 다른 조치가 있었는지가 함께 읽혀야 한다. 그런데 의사록은 한 쪽뿐이고 회수 검토 자료는 제공되지 않았다. 대여 방식을 뒷받침할 기록이 이만큼뿐이라면, "상당하고도 합리적인 채권회수조치"(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5도12633 판결)가 실제로 있었는지는 이 자료만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또한 대법원은 같은 조건 안에 대여 당시의 사정을 넣는다. "타인이 이미 채무변제능력을 상실하여 그에게 자금을 대여할 경우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리라는 정을 충분히 알면서 이에 나아갔거나"(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5도12633 판결)이라는 표현이 그것이다. B사가 1년 뒤 무너졌다는 사실만으로 대여 당시 이미 변제능력을 잃었다거나, 갑이 그 정을 충분히 알았다고 놓을 수는 없다. 당시 변제능력과 갑의 인식은 미정으로 남아 있다.
한편 형법 제355조 제2항은 배임죄를 이렇게 둔다.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형법 제355조) 담보 없음은 이 조항의 문언 어디에도 놓여 있지 않다. 결국 담보 부재는 판단 항목의 한 자리에 놓이는 사실이며, 방식과 회수조치를 둘러싼 다른 사정들과 함께 읽힌다. 지원행위가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졌는지, 회수조치가 상당하고 합리적이었는지는 확정되지 않은 사실과 함께 남는다.
8.5위험과 이익의 종합 판단
담보와 회수조치의 유무를 살핀 뒤에는 거래가 담은 두 축, 즉 회사에 돌아올 이익과 회사가 감수하는 손해 위험을 함께 읽어야 한다. 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5도12633 판결은 그 종합의 틀을 제시한다. 그 판결은 경영자의 판단을 배임죄로 단정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건으로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판단대상인 사업의 내용,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손실발생의 개연성과 이익획득의 개연성 등 제반 사정"**을 든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5도12633 판결). 이 사정들은 하나의 근거가 아니라 나란히 놓고 저울질할 항목들이다.
먼저 손해의 쪽을 본다. 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5도12633 판결에 따르면 자금대여가 배임행위가 되는 경우는 이사가 **"타인이 이미 채무변제능력을 상실하여 그에게 자금을 대여할 경우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리라는 정을 충분히 알면서 이에 나아갔거나, 충분한 담보를 제공받는 등 상당하고도 합리적인 채권회수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만연히 대여해 주었다면"**에 해당할 때이다. 손실발생의 개연성이 높고 이를 인식한 거래라면 위험의 무게가 크게 기운다. 합성 사례에서 50억 원 대여가 담보 없이 이루어진 것은 회수조치의 결여라는 점을 시사하지만, 담보 없는 대여만으로 유죄로 나아가지는 않는다.
다음은 이익의 쪽이다. 같은 판결은 계열사 간 지원에서 판단의 항목으로 **"지원을 주고받는 계열회사들이 자본과 영업 등 실체적인 측면에서 결합되어 공동이익과 시너지 효과를 추구하는 관계에 있는지"**와 **"지원을 하는 계열회사에 지원행위로 인한 부담이나 위험에 상응하는 적절한 보상을 객관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를 들었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5도12633 판결). 회사가 얻으리라 기대한 이익과 부담한 위험이 균형을 이루는지, 아니면 위험만 남고 대가가 비어 있는지를 묻는 것이다. 이 합성 사례에서 B사와 A사의 결합 관계와 기대 보상은 자료로 주어지지 않았으므로 이 항목은 미정으로 남는다.
그리고 어느 한 사정의 존재가 결론을 대신하지 않는다. 판결은 **"경영자가 개인적인 이익을 취할 의도 없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기업의 이익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신중하게 결정을 내렸더라도 예측이 빗나가 기업에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에까지 고의에 관한 해석기준을 완화하여 업무상배임죄의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전제한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5도12633 판결). 손해가 실제로 났다는 사실 하나로는 고의가 서지 않고, 반대로 이익을 기대했다는 사정 하나로 위험이 상쇄되지도 않는다. 이 사례에서 1년 뒤 B사가 무너진 것은 손해의 방향을 보여줄 뿐, 갑이 손해를 인식하고 나아갔는지는 별도로 판단할 문제이다.
따라서 위험과 이익의 무게를 잰 뒤에야 2015도12633이 **"지원 계열회사의 선정 및 지원 규모 등이 당해 계열회사의 의사나 지원 능력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결정된 것인지"**를 추가로 묻는 자리로 넘어간다. 합성 사례의 50억 원 대여에 그 항목들을 대입할 재료가 충분한지, 부족한 점이 어디인지는 판단의 마지막 단계에서 가려질 일이다.
8.6합성 대여와 계열사 지원의 차이
위험과 이익의 형량이 정해져도 그 형량의 대상이 누구인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2015도12633 판결이 열거한 판단 요소는 계열사 사이의 지원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런데 공통 사례의 B사는 거래처일 뿐 계열사로 주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대여의 법적 성격을 묻기 전에 계열사 관계를 명시적으로 가정한 변형과 원래 사례를 먼저 갈라 놓아야 한다.
우선 두 사례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문장부터 둔다. 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5도12633 판결은 회사자금 대여가 회사에 대하여 배임행위가 되는 조건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회사의 이사 등이 타인에게 회사자금을 대여함에 있어 타인이 이미 채무변제능력을 상실하여 그에게 자금을 대여할 경우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리라는 정을 충분히 알면서 이에 나아갔거나, 충분한 담보를 제공받는 등 상당하고도 합리적인 채권회수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만연히 대여해 주었다면, 그와 같은 자금대여는 타인에게 이익을 얻게 하고 회사에 손해를 가하는 행위로서 회사에 대하여 배임행위가 되고, 회사의 이사는 단순히 그것이 경영상의 판단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임죄의 죄책을 면할 수 없으며, 이러한 이치는 타인이 자금지원 회사의 계열회사라 하여 달라지지 않는다" (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5도12633 판결). 이는 변제능력 상실에 대한 인식, 또는 담보 등 회수조치를 결한 채 무비판적으로 나아간 경우를 가리키며, 대여 상대가 계열사인가에 따라 이 규율이 바뀌지 않음을 분명히 한다. 공통 사례의 갑이 50억 원을 담보 없이 대여한 사정은 이 문장이 말하는 후자의 형에 포섭될 여지를 열어 둔다.
그러나 이 문장이 곧 유죄의 선고는 아니다. 같은 판결은 고의의 존부를 판단할 지점을 따로 둔다. "경영상의 판단을 이유로 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는 문제 된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판단대상인 사업의 내용,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손실발생의 개연성과 이익획득의 개연성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다는 인식과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하의 의도적 행위임이 인정되는 경우인지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5도12633 판결). 갑의 인식과 대여에 이른 경위는 아직 미정이고, 회수 검토 자료도 확정된 바 없다. 그러므로 이 지점은 여기에서 닫히지 않은 채 남는다.
계열사 변형으로 눈을 옮기면, 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5도12633 판결은 구체적 요소를 추가로 제시한다. "지원을 주고받는 계열회사들이 자본과 영업 등 실체적인 측면에서 결합되어 공동이익과 시너지 효과를 추구하는 관계에 있는지, 이러한 계열회사들 사이의 지원행위가 지원하는 계열회사를 포함하여 기업집단에 속한 계열회사들의 공동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서 특정인 또는 특정회사만의 이익을 위한 것은 아닌지, 지원 계열회사의 선정 및 지원 규모 등이 당해 계열회사의 의사나 지원 능력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결정된 것인지, 구체적인 지원행위가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시행된 것인지, 지원을 하는 계열회사에 지원행위로 인한 부담이나 위험에 상응하는 적절한 보상을 객관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 등까지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5도12633 판결). 이 열거는 실체적 결합과 공동이익, 선정과 규모의 합리성, 방법의 적법성, 부담에 상응하는 보상의 기대 가능성까지 요구하며, 그 끝에 합리적 경영판단의 재량 범위에 들어갔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틀을 놓는다.
공통 사례와의 차이가 여기에서 드러난다. 위 열거의 요소는 자본과 영업의 결합이라는 계열관계를 전제로 한 것이며, 공동이익과 시너지를 묻는 문제도 기업집단의 지형 위에서만 뜻을 갖는다. 공통 사례에서 B사는 거래처일 뿐 계열사로 주어지지 않았고, 계열관계 자체가 미정이다. 따라서 계열사 변형을 위한 요소를 원래 사례에 그대로 옮겨 놓아 대여의 정당성을 확정하는 것은 쟁점의 범위를 벗어난다. 계열사를 전제한 판단과 거래처에 대한 대여의 판단은 각자의 쟁점을 둔 채 구별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