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결과에 영향을 준 모델·자료·규범의 버전 기록은 관리 편의가 아니라 사후 검토와 이의제기를 가능하게 하는 판단의 조건이다. 판단 시점과 검토 시점의 상태를 구분하고 기술 갱신 권한과 규범 변경 권한을 분리하여 확인 가능한 상태로 남겨야 한다.
5.1사후 검토 조건으로서의 버전 기록
모델과 자료, 규범의 버전을 기록하는 일은 관리의 편의가 아니라 판단의 조건을 지키는 일이다. 이 편의 중심 명제는 결과에 영향을 준 자료·규범·전제의 버전이 확인되지 않으면 그 판단을 나중에 검토할 수 없고, 검토할 수 없는 판단은 이유를 물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비운다는 것이다. 사용한 자료의 판이나 개정 시점, 적용한 규범의 문언과 해석 기준, 참고한 모델과 그 갱신 여부를 나누어 기록한다. 세 항목 중 어느 하나라도 바뀌면 같은 입력에서도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당사자는 다투는 시점에 무엇이 당시에 적용되었는지 알아야 자기 사건의 근거를 특정할 수 있다. 이 기록이 없으면 오류가 발견되었을 때 영향을 받은 범위를 찾는 일조차 불가능해진다.
5.2판단 시점 구분과 변경 권한의 분리
기록의 대상과 시점을 정하는 것도 논증의 일부다. 모델이 자주 갱신되고 자료가 실시간으로 보충되는 환경에서는 어느 시점의 상태를 판단의 근거로 삼았는지가 쟁점이 된다. 저자는 판단 시점의 상태와 검토 시점의 상태를 구분하고, 나중에 변경된 사정을 소급해 과거의 근거로 기록하지 않도록 제안한다. 규범의 버전을 변경할 권한은 기술의 버전을 변경할 권한과 다르다. 모델의 변경이 공개 절차 없이 법적 기준을 바꾸는 일이 없도록 기술 갱신과 규범 변경의 권한을 분리하는 것이 이 편의 제도적 근거다. 기술 업데이트의 사실만으로 판단 기준이 달라졌다고 보지 않는다. 기준이 달라졌다면 그 변경이 어떤 절차로 정당화되었는지를 따로 묻는다.
5.3반론: 재현 비용과 영업비밀 제한
최강 반론은 실현 가능성이다. 모든 중간 상태를 보존하면 비용을 감당할 수 없고, 보존하더라도 나중에 그 상태를 정확히 재현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모델과 자료의 구성이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면 버전 정보의 공개 자체가 제한될 수 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한다. 완전한 재현을 요구하지 않으며, 모든 중간 배포의 변경을 기록하라는 주장도 아니다. 다만 판단에 실제로 사용된 자료와 규범의 버전은 사용 기록과 같은 범위에서 확인 가능한 상태로 남겨야 한다.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그 사실과 그로 인해 검토할 수 없는 범위를 적어야 한다. 비밀 보호와 검토 가능성의 충돌은 대체적 확인 경로로 다루되, 비밀을 이유로 버전 확인 자체를 생략하지 않는다.
5.4대체 보존 기록과 명제 폐기 조건
이 명제를 버려야 하는 조건은 명확하다. 다른 기록이 같은 기능을 이미 수행한다면 중복된 기록을 강제할 필요가 없다. 예를 들어 사용한 자료와 그 출처가 독립적으로 보존되고 그 보존이 판단 시점과 연결된다면, 별도의 버전 표시가 없어도 검토 가능성은 확보될 수 있다. 반대로 기록이 없다면 영향을 받은 사건의 범위를 알 수 없게 되고, 그 불확실성의 비용은 한쪽 당사자에게 돌아간다. 대량 오류의 영향을 조사할 때 무엇을 어떤 상태로 추적할지는 후속 편에서 다룬다. 그 조사가 가능하려면 여기서 정한 버전 기록이 먼저 있어야 한다. 기술 발전의 관측을 법정에서의 정확성으로 바꾸지 않는다는 이 총서의 원칙도 같은 맥락에서 버전 기록에 적용된다. 관측된 능력의 변화가 판단 기준의 변경을 뜻하지 않는다는 점을 기록이 지켜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