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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과 불법영득의사: 회사 자금 이동의 형사적 해석 · Volume 3 · Chapter 1 · First edition

계좌 내역이 말하는 것과 말하지 않는 것

자금 이동의 기록은 무엇을 증명하고 무엇을 비워 두는가?

Length
about 2,100 words · 9 min
Sources
1 statutes · 1 decisions
As of
2026-10-11
On this page
  1. Summary
  2. 1.1계좌 기록의 확정 사실
  3. 1.2이동 외형과 영득의 구분
  4. 1.3제355조 제1항의 문언 요소
  5. 1.4가지급금 기재의 증명 범위
  6. 1.5사후 반환과 영득의 쟁점
  7. 1.6뒷장에 남긴 판단 기준
  8. Statutes referred to
  9. Decisions referred to

Synthetic case The parties and facts in this chapter come from the volume's synthetic case, not from a real matter.

Summary

자금 이동의 기록이 무엇을 증명하고 무엇을 비워 두는지를 묻는다. 계좌 기록의 확정 사실과 이동의 외형을 놓고, 횡령이 묻는 것이 돈의 이동이 아니라 영득이라는 점을 세우며 제355조 제1항의 문언 요소와 가지급금 기재의 증명 범위, 사후 반환의 쟁점을 차례로 살핀다. 기록에 없는 의사를 외형에서 읽어 내는 구조를 밝히되, 구체적인 판단 기준은 이어지는 장에서 다룬다.

1.1계좌 기록의 확정 사실

계좌 기록이 확정하는 것은 자금 이동의 사실에 머무른다. 형법 제355조는 그 이동이 횡령으로 이어지는 조건을 따로 적고 있다. 같은 조 제1항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정한다. 이 문언은 횡령의 객체가 타인의 재물이고, 행위자가 그 재물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C사의 계좌 내역은 대표이사 병이 회사 계좌에서 8억 원을 자신의 개인 계좌로 옮겼다는 사실, 그리고 석 달 뒤 6억 원이 회사 계좌로 되돌아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금액과 시점만으로는 그 이동이 곧 회사에 손해를 가한 것인지, 병이 그 돈을 자기 것으로 삼았는지가 가려지지 않는다. 손해의 유무와 고의의 존부는 이동 자체에서 곧바로 도출되지 않는 별개의 판단이다.

같은 조 제2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라고 정한다. 대표이사가 회사 자금을 다루는 지위에 있다는 점은 이 문언이 요구하는 지위 요건과 무관하지 않다. 다만 임무 위배, 이익 취득, 손해 가함이 함께 성립해야 한다.

회사 장부에는 '대표이사 가지급금'이라는 항목이 적혀 있다. 그 항목이 언제 어떤 경위로 작성되었는지는 확정되어 있지 않다. 이사회 결의나 이자·변제기에 관한 약정 기록도 보이지 않는다. 장부의 기재가 이동을 뒷받침하는 증거의 하나일 뿐, 그 자체로 임무 위배나 손해를 확정하는 것은 아니다.

8억 원 가운데 반환되지 않은 2억 원의 사용처, 석 달 동안 개인 계좌의 자금이 어디에 쓰였는지, 병이 반환을 계획하고 있었는지와 반환할 능력이 있었는지는 모두 미정이다. 회사의 자산 규모와 병이 가진 주식의 비율 역시 미정으로 남는다. 이 기재들은 자금 이동 과정에서 관찰된 사실의 나열이며, 그 결과가 곧 확정된 손해나 고의 같은 법적 평가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계좌 기록이 이 사례에서 확정하는 것은 8억 원과 6억 원의 이동이 있었다는 사실뿐이다. 횡령의 성립 여부는 이동을 넘어서는 판단을 요구하며, 그 판단에 필요한 사실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1.2이동 외형과 영득의 구분

계좌 기록이 확정하는 사실의 범위를 가려낸 뒤에, 다음으로 물어야 할 것은 형법 제355조 제1항이 그 기록 가운데 무엇을 범죄의 요건으로 삼는지이다. 병이 회사 계좌에서 8억 원을 개인 계좌로 옮기고 석 달 뒤 6억 원을 돌려보낸 사실 자체는 자금 이동의 외형에 해당한다. 그 외형과 병이 회사 돈을 자기 것으로 삼았다는 평가는 서로 다른 문제이므로, 이 두 가지를 나누어 놓고 조문의 문언을 읽어야 한다.

횡령의 성립 요건을 정한 형법 제355조 제1항은 다음과 같다.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 문언이 벌하는 행위는 재물의 횡령이며, 반환 거부는 그와 나란히 놓인 또 하나의 경우이다. 이동의 사실만으로는 어느 쪽에도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계좌 내역에 나타난 자금의 이동은 그 자체로 문언이 요구하는 행위의 충족을 보여주지 못한다.

계좌에 적힌 이동은 시간과 액수를 알려줄 뿐이다. 8억 원이 개인 계좌로 옮겨졌다는 기록은, 그 돈이 회사의 소유에 속한 재물이었다는 점과 병이 그것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었다는 점을 함께 알려주지 않는다. 그러므로 자금 이동의 흐름을 그대로 이어받아 영득의 인정에까지 이르는 것은 문언의 범위를 벗어난다. 반대로 이동 외형에 아무런 법적 의미도 부여하지 않는 것도 문언과 어긋난다. 조문이 말하는 것은 그 이동이 어떤 성격을 띠는지이다.

이 사례에서 병의 지위와 8억 원의 성격, 개인 계좌로 옮겨진 돈의 운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사회 결의나 약정 기록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 가지급금 항목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도 단정할 수 없다. 미정으로 남은 이 기재들은 자금 이동 과정에서 관찰된 사실의 나열이며, 그 결과가 곧 확정된 손해나 병의 고의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문언이 요구하는 요건이 무엇인지를 먼저 밝히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동 외형과 영득을 구분해 놓으면, 계좌 내역이 증명하는 범위와 조문이 요구하는 범위가 서로 겹치지 않는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형법 제355조 제1항의 문언은 이동의 사실을 그대로 범죄로 삼지 않고, 재물의 횡령이라는 행위를 요구한다. 이동 외형만을 근거로 영득을 인정하는 읽기는 문언이 정한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다.

1.3제355조 제1항의 문언 요소

이동의 외형과 영득을 나누어 본 뒤에 남는 것은, 형법 제355조 제1항이 실제로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문언에서 읽어 내는 일이다. 조문은 두 개의 요소를 나란히 놓는다. 하나는 처벌 대상이 되는 사람의 지위이고, 다른 하나는 처벌을 부르는 행위이다. 형법 제355조 제1항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이 문장은 앞에서 분리해 둔 영득이라는 판단 대상과 정확히 맞닿아 있으며, 이동 자체를 처벌 요건으로 삼지 않는다.

첫 번째 요소는 형법 제355조 제1항의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는 지위이다. 이 표현은 네 가지를 함께 담는다. 재물이 타인의 것이어야 하고, 행위자가 그 재물을 보관하는 관계에 있어야 하며, 그 재물이 특정되어야 하고, 그 지위가 행위 시점에 존재해야 한다. 병이 회사 계좌의 8억 원을 옮긴 사안에서 병은 대표이사의 지위에 있었다. 대표이사가 회사 자금을 보관하는 관계에 있는지는 이 문언만으로 확정되지 않는다. 그 지위의 범위를 정하는 기준은 제355조 제1항의 문언 안에 들어 있지 않다.

형법 제355조 제1항은 보관의 근거를 말하지 않는다. 계약에 의한 보관인지, 법령에 의한 보관인지, 사실상의 지배인지는 이 항에서 다루어지지 않는다. 사안에서 회사 계좌의 자금이 회사의 재산이라는 점은 별도로 확인해야 할 사실이고, 병이 그 자금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었는지는 미정의 기재들과 분리하여 판단할 일이다. 회사 자산 규모와 병이 가진 주식의 비율이 미정이라는 사실이 이 지위의 존부를 바로 정하지는 않는다.

두 번째 요소는 행위이다. 형법 제355조 제1항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를 두 가지로 나누어 적는다. 첫째는 횡령이고, 둘째는 반환 거부이다. 이 둘은 같은 행위를 두 가지로 부르는 말이 아니라 각각 독립된 행위 유형이다. 따라서 병의 자금 이동을 횡령으로 볼지, 반환 거부로 볼지는 별개의 질문이다. 석 달 뒤 6억 원이 회사 계좌로 되돌아온 사실은 반환 거부라는 행위 유형의 해석과 무관하지 않다.

형법 제355조 제1항은 횡령의 정의를 직접 쓰지 않고 "횡령하거나"라는 표현을 쓰고 있을 뿐이다. 행위의 방식, 판단 기준, 결과의 의미는 이 항의 문장 안에서 주어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문언이 밝히는 것은 지위의 요소와 행위의 요소가 따로 놓여 있다는 사실이며, 그 각 요소를 어떤 기준으로 채울지는 문언 바깥에서 확인할 문제로 남는다. 미정인 사항은 미정으로 두는 편이 문언에 충실한 태도이다.

1.4가지급금 기재의 증명 범위

형법 제355조 제1항의 문언이 놓아 둔 두 요소, 즉 재물 보관자의 지위와 그 재물의 영득은 앞에서 분해해 밝힌 바 있다. 그 문언이 다루지 않는 자리는 그 뒤의 사실이다. 병이 회사 계좌에서 8억 원을 개인 계좌로 옮기고 석 달 뒤 6억 원을 되돌린 뒤, 회사 장부에는 '대표이사 가지급금'이라는 항목이 적혀 있다는 사실이 그 자리를 채운다. 이 항목이 무엇을 적어 두고 무엇을 비워 두는지, 기재 자체만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형법 제355조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정한다. 이 문언은 횡령의 행위 주체와 행위 태양을 적을 뿐, 행위자의 동기나 의사에 관한 판단 기준을 열거하지 않는다. 가지급금 기재가 바로 그 동기나 의사의 문제에 속하는지, 기재만으로는 아직 판단할 수 없다.

가지급금이라는 항목은 회사의 자산이 대표이사 개인에게 나간 경위를 회사의 장부 체계 안에서 설명하는 편람이다. 항목이 적힌 뜻은 회사가 그 금액을 대표이사 개인에 대한 채권으로 관리하겠다는 데 있다. 회사 측이 정산 대상으로서의 성격을 전제한다는 점에서, 병이 회사 재산을 영구히 자기 것으로 삼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게 한다. 장부 기재 자체가 반환 의사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항목의 표현이 '대표이사 가지급금'이라고만 되어 있을 뿐, 이사회 결의나 이자·변제기에 관한 약정 기록은 보이지 않는다. 이 기재는 누가 언제 어떤 경위로 작성했는지가 미정이다. 가지급금 항목이 자금 이동 뒤 언제 작성되었는지, 반환을 계획하고 있었는지와 반환할 능력이 있었는지, 회사의 자산 규모와 병이 가진 주식의 비율은 미정이다. 이 미정의 자료들을 앞에 둔 채 기재에 반환 의사의 증거라는 무거운 짐을 지우기 어렵다.

나아가 이 기재들은 자금 이동 과정에서 관찰된 사실의 나열이며, 그 결과가 곧 확정된 손해나 고의 같은 법적 평가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석 달 뒤 6억 원이 회사 계좌로 돌아왔다는 사실과, 회사 장부에 가지급금 항목이 남아 있다는 사실은 나란히 놓인 사실들이다. 이 사실들을 어떤 법적 평가 아래 두는지는 아직 밝히지 않았고, 여기서 지어내지 않겠다.

결국 '대표이사 가지급금' 항목은 회사가 자금 이동을 정산 대상으로 처리했다는 점만을 기록에 남길 뿐, 병이 그 금액을 영득하려 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정하지 않는다. 작성 시기와 경위가 미정인 이 항목을 반환 의사의 증거로 확정하기는 어렵다. 미정으로 남겨 둔 사실들은 그대로 미정으로 남는다.

1.5사후 반환과 영득의 쟁점

장부의 가지급금 기재가 반환 의사의 증거로 확정되지 않는다고 본 데서, 나아가 석 달 뒤의 6억 원 반환을 어떻게 볼지가 남는다. 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1도14247 판결은 이 문제를 판시사항으로 다루었다. 판시사항은 "횡령한 재물을 사후에 반환하거나 변상·보전하는 의사가 있는 경우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는지 여부(적극) 및 사후에 변상·보전한 금액을 횡령금액에서 공제하여야 하는지 여부(소극)"(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1도14247 판결)로 정해져 있다. 이 판시사항은 반환과 영득의 관계를 쟁점으로 세울 뿐이다. 그러므로 병의 2억 원 반환 기록이 곧 무죄 사유가 되는지는 이 판시사항 제목만으로 확정되지 않는다.

사후 변상의 의사를 어떻게 볼지에 관해 그 판결 이유는 기존 판례를 받아 적고 있다. "횡령죄에 있어서 불법영득의 의사라 함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임무에 위배하여 보관하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경우와 같이 처분을 하는 의사를 말하고, 사후에 이를 반환하거나 변상, 보전하는 의사가 있다 하더라도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함에는 지장이 없으며, 그와 같이 사후에 변상하거나 보전한 금액을 횡령금액에서 공제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1도14247 판결)라는 판시이다. 이 문장은 반환 의사를 영득의 판단에서 제외하지 않는다는 법리를 밝힌다. 다만 이 판시가 병의 6억 원 반환을 바로 무죄로 이끄는 것은 아니며, 반환 사실 자체를 횡령 금액에서 공제할 근거로 삼지도 않는다.

대표이사가 회사 자금을 인출한 사안에서 회계 처리가 횡령 인정에 놓이는 자리도 함께 살펴야 한다. 그 판결 이유는 회사 자금의 보관·운용을 사실상 담당한 자가 적법 절차 없이 회사 밖 용도로 거액을 가지급금 명목으로 쓴 경우를 다루며, "이자나 변제기의 약정이 없음은 물론 이사회 결의 등 적법한 절차도 거치지 아니하는 것은 통상 용인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대표이사 등의 지위를 이용하여 회사 자금을 사적인 용도로 임의로 대여, 처분하는 것과 다름없어 횡령죄를 구성한다"(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1도14247 판결)고 판시한다. 병의 경우 이사회 결의 기록과 이자·변제기 약정이 보이지 않으므로, 이 판시가 놓는 절차의 결핍이 관찰된 사실로 남는다.

사용처의 불분명함이 영득의 추단에 끼치는 힘도 같은 판결 이유에 담겨 있다. 입증의 엄격함을 전제로 하면서도,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회사의 금원을 인출하여 사용하였는데 그 사용처에 관한 증빙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그 인출사유와 금원의 사용처에 관하여 납득할 만한 합리적인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 이러한 금원은 그가 불법영득의 의사로 회사의 금원을 인출하여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추단할 수 있다"(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1도14247 판결)고 판시한다. 이 문장은 입증 책임의 소재를 밝히면서, 설명과 증빙의 공백이 무엇을 끌어올 수 있는지를 함께 보여 준다. 반면 병이 반환하지 않은 2억 원의 사용처는 미정으로 남으므로, 이 판시가 곧바로 적용되지는 않는다.

결국 사후 반환은 영득의 쟁점을 지우지 않는다는 것이 판시사항과 판결 이유가 함께 가리키는 방향이다. 병의 6억 원 반환 시점과 경위, 반환 계획과 능력, 2억 원의 행방은 여전히 미정이다. 이 기재들은 자금 이동의 기록으로만 놓이고, 불법영득의사의 존부는 위 판시가 세운 쟁점의 틀 안에서 판단할 일로 남는다.

1.6뒷장에 남긴 판단 기준

사후 반환과 불법영득의사의 관계를 쟁점으로만 남긴 데서 출발하여, 계좌 내역이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말하지 않는지에 대한 기록과 평가의 경계를 되짚는다. 병이 회사 계좌에서 8억 원을 개인 계좌로 옮기고 석 달 뒤 6억 원을 되돌린 사실, 장부에 '대표이사 가지급금' 항목이 있다는 사실, 이사회 결의나 이자·변제기에 관한 약정 기록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은 모두 자금 이동 과정에서 관찰된 것들이다. 이 기재들이 모여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비워 두는지 살피는 일이 남은 과제이다.

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1도14247 판결의 판결 이유는 가지급금 명목 인출과 절차의 결여를 함께 살핀다. 그 판결은 회사 자금을 가지급금 등의 명목으로 인출·사용함에 있어 "이자나 변제기의 약정이 없음은 물론 이사회 결의 등 적법한 절차도 거치지 아니하는 것은 통상 용인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대표이사 등의 지위를 이용하여 회사 자금을 사적인 용도로 임의로 대여, 처분하는 것과 다름없어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설시하였다(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1도14247 판결). 이 설시는 약정 기록과 결의 기록의 부재가 가지급금 항목 자체와 함께 평가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병의 경우에도 이사회 결의와 이자·변제기 약정 기록이 보이지 않는다는 기재가 가지급금 항목과 나란히 놓여 있다는 점에서 이 설시가 다루는 사실의 결이 겹친다.

같은 판결의 판결 이유는 사용처의 불분명과 설명의 부족이 갖는 의미도 함께 다룬다. 그 판결은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회사의 금원을 인출하여 사용하였는데 그 사용처에 관한 증빙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그 인출사유와 금원의 사용처에 관하여 납득할 만한 합리적인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 이러한 금원은 그가 불법영득의 의사로 회사의 금원을 인출하여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추단할 수 있다"고 설시하였다(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1도14247 판결). 다만 병에게서 반환되지 않은 2억 원의 사용처와 석 달 동안 개인 계좌 자금의 행선지는 미정으로 남아 있다. 사용처를 아직 알지 못하는 상태와 증빙을 제시하지 못하거나 설명하지 못하는 상태는 구별되므로, 이 설시를 곧바로 병의 경우에 대입할 수는 없다.

사후 반환에 관한 설시는 앞서 쟁점으로 삼은 관계를 분명히 해 준다. 그 판결은 "사후에 이를 반환하거나 변상, 보전하는 의사가 있다 하더라도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함에는 지장이 없으며, 그와 같이 사후에 변상하거나 보전한 금액을 횡령금액에서 공제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고 설시하였다(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1도14247 판결). 병이 6억 원을 되돌린 사실과 반환을 계획했는지, 반환할 능력이 있었는지는 여전히 미정이다. 2억 원이 남아 있다는 기록은 반환의 의도나 능력에 관한 판단 없이도 그대로 놓여 있는 사실이다.

이로써 이 장은 기록된 사실과 법적 평가를 나누어 정리하였다. 계좌 내역과 장부 기재가 말하는 것은 자금 이동의 경로와 항목명, 절차 기록의 부재뿐이며, 가지급금 항목이 언제 어떤 경위로 작성되었는지, 회사의 자산 규모와 병이 가진 주식의 비율은 미정으로 남는다. 손해의 확정이나 고의의 인정은 이러한 기록만으로 성립되지 않으며, 병의 행위를 횡령으로 확정하는 판단은 아직 열려 있다. 다음으로 나아갈 때 필요한 것은 조문의 문장 그 자체를 끊어 읽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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