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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과 불법영득의사: 회사 자금 이동의 형사적 해석 · Volume 3 · Chapter 6 · First edition

미수와 기수의 경계

자금 이동의 어느 시점에서 횡령은 완성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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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2,100 words · 9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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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statutes · 0 decisions
As of
202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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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mmary
  2. 6.1횡령 조문의 요건 문언
  3. 6.2미수범 규정이 남긴 물음
  4. 6.3이체 단계의 기록
  5. 6.4반환과 가지급금 항목
  6. 6.5미정 사실과 판단의 경계
  7. 6.6미수와 기수의 문턱
  8. Statutes referred to

Synthetic case The parties and facts in this chapter come from the volume's synthetic case, not from a real matter.

Summary

자금 이동의 어느 시점에서 횡령이 완성되는지를 묻는다. 횡령 조문의 요건 문언과 형법 제359조의 미수범 규정을 놓고, 인출·이체·사용 단계 가운데 어느 시점이 문제 되는지를 이체 단계의 기록과 반환, 가지급금 항목을 통해 살핀다. 미정으로 남은 사실과 판단의 경계를 함께 적으며, 비자금을 만든 단계와 쓴 단계의 물음은 마지막 장에서 다시 다룬다.

6.1횡령 조문의 요건 문언

업무상 요소가 가중처벌 규정으로 이어지는 문턱을 밝힌 데서 나아가, 이제 형법 제355조 제1항이 정한 일반 횡령죄의 요건 문언을 살핀다. 이 조문은 처벌의 범위를 세 개의 표현으로 나누어 적고 있다.

형법 제355조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제355조(횡령, 배임) ①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 12. 29.>"(형법 제355조) 이 문언에 따르면 범죄 주체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이고, 행위는 재물의 횡령 또는 반환 거부이며, 두 행위 가운데 하나가 인정되면 조문에 적힌 형이 따른다. 따라서 회사 계좌에서 8억 원이 대표이사 병의 개인 계좌로 옮겨진 사실을 두고 볼 때, 병이 회사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하는지는 먼저 문언의 첫 단계에서 검토할 문제이고, 그 평가가 미정인 사실들에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

횡령과 반환 거부는 이 문언에서 나란히 놓인 두 가지 행위이다. 회사 장부에 '대표이사 가지급금'이라는 항목이 적혀 있고, 석 달 뒤 6억 원이 회사 계좌로 되돌아온 사실은 반환 거부의 성립 여부와 맞물려 읽어야 할 기록이다. 2억 원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문언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 곧바로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고, 반환을 거부한 때에 해당하는지는 반환하지 않은 사실과 구별하여 확인해야 한다. 반환되지 않은 2억 원의 사용처, 가지급금 항목이 언제 어떤 경위로 작성되었는지, 석 달 동안 개인 계좌의 자금이 어디에 쓰였는지는 모두 미정이다.

이 조문에 '손해'를 적은 부분은 없다. 제355조 제2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고 적고 있는데, 이 문언에서 손해는 제2항의 요건으로 나타난다. 제1항의 횡령에는 그러한 문언이 없으므로, 회사에 손해가 확정되었는지 여부를 제1항의 요건으로 끼워 넣을 수는 없다. 8억 원 중 6억 원이 반환된 사실은 자금 이동 과정에서 관찰된 기록일 뿐이고, 그 자체로 확정된 손해가 있었다거나 없었다는 법적 평가에 해당하지 않는다.

같은 문언에 고의를 적은 부분도 없다. 병이 반환을 계획하고 있었는지, 반환할 능력이 있었는지는 미정으로 남겨 두어야 하고, 이 사정들은 조문의 요건 문언에 '고의'라는 요소를 추가하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 따라서 이 단계에서 할 일은 형법 제355조 제1항의 표현을 그대로 놓고 타인의 재물 보관, 횡령, 반환 거부가 사례의 계좌 이동 기록에서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읽는 것이며, 미정인 사실은 미정으로 남긴다.

6.2미수범 규정이 남긴 물음

제355조의 요건 문언을 확인한 뒤에 남는 물음은, 그 요건을 모두 갖추지 못한 행위를 언제까지 범죄로 다룰 수 있는가이다. 형법 제359조는 미수범을 처벌하는 조항이며, 그 문언은 다음과 같다. 형법 제359조(미수범)는 "제355조 내지 제357조의 미수범은 처벌한다"라고 정한다. 이 조문은 횡령의 미수범도 처벌 대상임을 선언할 뿐이다. 미수에 그친 행위가 무엇인지, 완성된 행위가 무엇인지를 가르치지는 않는다.

이 문언을 그대로 펼쳐 읽어보면, 조문이 다루는 것은 처벌의 선언이다. 제355조 내지 제357조의 미수범이 처벌 대상이라는 사실만이 이 조문에서 확인된다. 그 범위 안에 무엇이 들어가는지, 즉 어느 행위까지가 미수에 그치는지는 이 문언에 적혀 있지 않다. 처벌의 선언과 완성의 기준은 서로 다른 물음이다. 전자가 해결된다고 해서 후자가 함께 해결되지는 않는다.

미수의 개념을 형법총칙에서 찾아볼 여지는 남아 있다. 그러나 제359조 자체는 완성의 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 조문에서 기수의 시점을 끌어낼 수는 없다. 완성의 시점은 다른 자료에서 확인해야 할 문제로 남는다. 제359조가 이를 대신 정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먼저 확인해두어야 한다.

사례에서 병은 회사 계좌에서 8억 원을 자신의 개인 계좌로 옮겼고, 석 달 뒤 6억 원을 회사 계좌로 되돌렸다. 회사 장부에는 '대표이사 가지급금'이라는 항목이 적혀 있으며, 이사회 결의나 이자·변제기에 관한 약정 기록은 보이지 않는다. 반환되지 않은 2억 원의 사용처와 가지급금 항목이 작성된 경위, 석 달 동안 개인 계좌 자금의 용처는 미정이다. 병의 반환 계획과 반환 능력, 회사의 자산 규모와 병이 가진 주식의 비율 역시 미정이다.

이 기록들은 자금 이동의 사실을 적은 것일 뿐, 그 자체로 완성의 시점에 관한 판단을 내려주지 않는다. 제359조는 이 행위가 미수에 그쳤는지 이미 기수에 이르렀는지를 규정하지 않는다. 조문이 처벌 선언만 담고 있음은, 완성의 기준이 이 조문 바깥에 있어야 한다는 뜻이 된다. 미정으로 남은 사실들은 완성의 시점을 정하는 데 필요한 요소일 수 있지만, 그 평가의 기준은 제359조가 제공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제359조에 기대어 곧바로 어느 시점에서 기수가 성립하는지를 결론짓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조문이 남기는 물음은 남긴 채로, 그 물음의 자리는 명확히 표시해둘 수 있다. 횡령의 기수와 미수를 가르는 기준은 어디에서 확인하는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제359조의 문언 안에 들어 있지 않다. 형법 제359조는 그 기준을 밝히지 않고 미수한 자의 처벌만 선언한다. 이 사실을 먼저 분명히 해둔 뒤에, 기수의 시점을 가르는 문제에 다가서야 한다.

6.3이체 단계의 기록

형법 제359조가 미수를 처벌한다고 확인한 데서 그치므로, 이제 병이 8억 원을 회사 계좌에서 개인 계좌로 옮긴 그 기록 하나만을 놓고 무엇이 관찰되는지를 따져야 한다. 이체 사실이 법의 어떤 항목에 놓이는지를 판단하려면, 그 이체가 다루는 대상과 행위자의 지위부터 차례로 살펴보아야 한다. 형법 제355조 제1항이 정하는 구성요건의 요소를 하나씩 마주하는 일이 이체 기록 읽기의 출발점이다.

형법 제355조 제1항은 횡령의 한 유형을 이렇게 정한다.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 조문에는 보관하는 자라는 지위, 타인의 재물이라는 대상, 그리고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한 때라는 시점이 함께 놓여 있다. 이체 기록은 그중 어느 항목에 해당하는지를 스스로 밝히지 못한다.

자금이 회사 계좌에서 병의 개인 계좌로 옮겨졌다는 사실은 금액과 계좌, 시점이 기록에 남아 있다. 이 기록만으로는 이동한 8억 원이 누구의 재물인지, 병이 그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는 지위에 있었는지가 드러나지 않는다. 이 기재들은 자금 이동 과정에서 관찰된 사실의 나열이며, 그 결과가 곧 확정된 손해나 고의 같은 법적 평가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관찰된 사실과 법적 평가 사이의 거리가 이 기록 앞에 놓인 첫 번째 벽이다.

대상에 관한 판단도 이체 기록으로는 닫히지 않는다. 형법 제355조 제1항이 요구하는 대상은 타인의 재물이다. 회사 계좌에서 나간 돈이 회사의 재물인지, 그 성질이 어떻게 되는지는 이체 내역에 적힌 출발 계좌와 도착 계좌만으로 확정되지 않는다. 미정으로 남은 항목을 채우지 않은 채 기록만을 놓고 보면, 대상 요건은 판단이 끝나지 않은 상태로 남는다.

행위의 유형에 관한 물음도 같은 방식으로 남는다. 형법 제355조 제1항은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라는 표현을 쓴다. 이체 그 자체는 자금이 다른 계좌로 옮겨진 장면을 보여줄 뿐, 이 표현 가운데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 말해주지 않는다. 이체가 그 표현의 하나에 닿는지의 여부는 기록이 아니라 판단의 몫으로 남는다.

병이 반환을 계획하고 있었는지, 반환할 능력이 있었는지도 미정이다. 반환의 계획이나 능력은 형법 제355조 제1항의 문언에 명시된 요건이 아니며, 이체 시점의 기록으로도 확인되지 않는다. 회사의 자산 규모와 병이 가진 주식의 비율 역시 기록에 드러나 있지 않다. 이 항목들이 채워지지 않은 채로, 이체 기록 하나가 무엇을 말하는지를 가리는 일은 미완의 상태에 머문다. 따라서 이체 단계의 기록은 자금이 옮겨진 사실만을 보여주며, 미수와 기수의 경계를 이 기록 하나만으로 그을 수는 없다.

6.4반환과 가지급금 항목

이체 단계의 기록만으로는 그 이동이 횡령의 기수에 이르렀는지가 열려 있다. 그렇다면 석 달 뒤 6억 원이 회사 계좌로 되돌아온 사실과 회사 장부에 '대표이사 가지급금'이라는 항목이 적혀 있는 사정은 무엇을 말하는지 검토한다.

반환의 문제를 다루기에 앞서 형법 제355조 제1항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의 처벌을 규정한다. 같은 조항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선언한다 (형법 제355조). 이 문장에서 횡령과 반환 거부는 나란히 놓인 두 가지 표현으로 나타난다. 이 사례에서 병이 8억 원을 회사 계좌에서 자신의 개인 계좌로 옮긴 뒤 6억 원을 회사 계좌로 되돌린 일은 회사의 재물에 대한 그의 보관 관계와 함께 그 재물을 둘러싼 반환의 양태를 놓고 생각하게 한다. 다만 병이 석 달 뒤 6억 원을 반환한 사실이 그 자체로 반환 거부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위 조항의 문언만으로는 정해지지 않는다.

회사 장부에 '대표이사 가지급금'이라는 항목이 적혀 있다는 점도 같은 문제에 닿는다. 가지급금 항목은 병이 회사 자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을 회사 측에서 장부상 남긴 기록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항목이 언제 어떤 경위로 작성되었는지는 미정이다. 이사회 결의가 있었는지, 이자나 변제기에 관한 약정이 있었는지도 확인된 바 없다. 따라서 가지급금 항목의 존재만으로 회사가 병의 사용을 사후에 승인했거나 병에게 반환을 요구한 사실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이 사례의 사실 가운데 반환되지 않은 2억 원의 사용처와 석 달 동안 개인 계좌 자금의 사용처, 병이 반환을 계획하고 있었는지와 반환할 능력이 있었는지, 회사의 자산 규모와 병이 가진 주식의 비율은 모두 미정이다. 이러한 기재들은 자금 이동 과정에서 관찰된 사실의 나열일 뿐이며, 그 결과가 곧 확정된 손해나 고의 같은 법적 평가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석 달 뒤의 반환과 가지급금 항목은 형법 제355조 제1항이 말하는 횡령 또는 반환 거부라는 표현에 놓여 무엇이 관찰되는지를 묻는 자리에 그친다. 반환의 시기와 금액, 장부 항목의 기재 사실은 확인되지만, 그 항목의 작성 시기와 경위가 미정인 채로 남는다. 미정의 사유를 채워 넣지 않는 한, 반환과 장부 기록이 제355조 제1항의 요건을 충족하는지는 판단의 범위 밖에 둔다.

6.5미정 사실과 판단의 경계

가지급금 항목의 작성 시기와 경위가 미정인 채로 남은 것은, 자금 이동과 장부 기재의 관계가 무엇을 말하는지 확인하는 문제를 불러온다. 이 물음은 곧 자료에 적시된 사실의 나열이 횡령의 요건을 충족하는가로 이어진다. 형법 제355조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정하고, 형법 제359조는 "제355조 내지 제357조의 미수범은 처벌한다"라고 선언한다. 따라서 미수와 기수를 가르기 전에, 어떤 사실이 확정되었고 어떤 사실이 미정으로 남았는지 먼저 나누어 둘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관찰된 사실은 병이 회사 계좌에서 8억 원을 개인 계좌로 옮겼고, 석 달 뒤 6억 원을 회사 계좌로 되돌렸으며, 회사 장부에 '대표이사 가지급금'이라는 항목이 적혀 있다는 것이다. 반면 반환되지 않은 2억 원의 사용처는 미정이다. 석 달 동안 개인 계좌의 자금이 어디에 쓰였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가지급금 항목이 언제 어떤 경위로 작성되었는지 역시 미정으로 남아 있다. 아울러 병이 반환을 계획하고 있었는지, 반환할 능력이 있었는지에 관한 기록은 없다.

이 사실들이 법적 평가를 대신하지는 않는다. 제355조의 구성요건인 횡령과 반환 거부는 각각 다른 판단 요소를 요구하므로, 인출·이체의 사실만으로 그중 어느 하나가 충족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미정 사실을 채워 넣어 영득의사의 존재를 끌어내거나, 미정이라는 사정에서 확정된 손해를 도출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 허용되지 않는다. 장부의 가지급금 항목이 곧 회사의 승낙이거나 병의 변제 의사의 증거인 양 읽어 넣는 것도 이 범위를 넘는다.

회사의 자산 규모와 병이 가진 주식의 비율도 기록되지 않았다. 이 두 수치가 확정되지 않으면, 회사에 손해가 가해졌는지와 그 손해의 크기를 평가할 근거가 남지 않는다. 자료에 제공된 기재들은 자금 이동 과정에서 관찰된 사실의 나열일 뿐이고, 그 결과가 곧 확정된 손해나 고의 같은 법적 평가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손해의 유무와 병의 의사를 확정된 것으로 전제한 판단은 이 자리에서 내릴 수 없다.

따라서 이 장이 판단을 멈출 지점은, 관찰된 사실의 범위와 미정으로 남은 사실의 경계를 확인하는 자리에 놓인다. 8억 원의 이체와 6억 원의 반환, 그리고 가지급금 항목의 존재까지는 자료가 말하고 있다. 반면 사용처, 작성 경위, 반환 계획과 능력, 회사 자산 규모와 주식 비율은 미정이다. 미수와 기수의 문턱을 어디에 둘지에 관한 논의는 앞서 정리한 이 경계를 전제로, 별도의 문제로 다루어야 한다.

6.6미수와 기수의 문턱

미정으로 남긴 사실들이 판단의 한계를 이루는 점을 확인한 뒤, 이제 병의 자금 이동 가운데 어느 시점이 형법 제355조와 제359조에 걸리는지를 살핀다. 회사 계좌에서 8억 원을 빼내고 6억 원을 되돌리는 동작은 시간상 여러 단계로 나뉘며, 각 단계의 법적 성질을 따로 묻지 않으면 기수와 미수의 문턱이 흐려진다. 이 문제는 앞서 확인한 미정 사실의 범위를 넘어서지 않으면서, 문언이 정한 행위의 시점에 관한 것으로 좁혀서 다루어야 한다.

형법 제355조는 횡령죄의 성립 조건을 정하면서, 그 제1항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고 규정한다. 이 사례에서 병이 회사의 자금을 개인 계좌로 옮긴 행위는 제1항이 적시한 재물의 횡령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묻게 만든다. 제1항의 문언은 행위의 시점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로 표시할 뿐, 그 동작이 단계적으로 나뉘어 있음을 언급하지는 않는다.

형법 제359조는 "제355조 내지 제357조의 미수범은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이 조문에 비추어, 미수는 제355조가 정한 행위가 완성에 이르지 못한 상태를 가리키는 것으로 읽힌다. 이에 따라 병이 회사 계좌의 자금을 개인 계좌로 옮기기 시작한 때와, 그 동작이 재물을 횡령한 때로 인정되는 때가 서로 다른 시점에 놓일 수 있는지를 따져보아야 한다. 완성에 이른 경우와 이르지 못한 경우를 나누는 문턱이 이 두 시점 사이에 있는지, 아니면 동작이 끝난 뒤에 있는지는 문언만으로는 정해지지 않는다.

이 사례에서 시점 문제는 인출·이체·사용의 단계 가운데 어느 것을 실행행위로 볼지와 맞닿는다. 회사 장부에 '대표이사 가지급금'이라는 항목이 적혀 있으나, 이사회 결의나 이자·변제기에 관한 약정 기록은 보이지 않는다. 그 항목이 언제 어떤 경위로 작성되었는지가 미정인 까닭에, 자금을 옮긴 시점에 병이 반환을 거부한 것인지 여부를 함께 확정하기 어렵다. 이사회 결의 기록이 없다는 사실만으로 반환 거부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고, 장부 항목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거부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자금 이동은 석 달 뒤 6억 원이 회사 계좌로 되돌아오면서 일부 마무리되었고, 2억 원은 남았다. 반환된 6억 원과 그렇지 않은 2억 원을 나누어 보면, 그 중 어느 쪽이 형법 제355조 제1항이 정한 횡령에 이르렀는지가 별개의 질문으로 놓인다. 미정으로 남은 반환 계획과 능력, 사용처, 회사의 자산 규모와 병이 가진 주식 비율이 이 질문의 답을 대신하지 못한다. 앞서 밝힌 대로 미정 사실에서 영득의사나 확정된 손해를 추론할 수 없으므로, 그 사실들로 기수의 시점을 뒤집지 않는다.

형법 제355조 제1항이 횡령죄의 행위를 재물의 횡령 또는 반환의 거부로 적시하고, 형법 제359조가 그 미수를 처벌한다는 문언의 배치는, 이 사례의 자금 이동 가운데 어느 시점이 기수의 문턱을 넘는지를 문언의 범위 안에서 두고 판단하라는 요청으로 읽힌다. 인출·이체·사용의 단계 가운데 무엇이 그 문턱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석 달 뒤의 반환과 남은 2억 원이 그 문턱과 무슨 관계에 있는지는 이 단계에서 열어둔다. 이 문턱을 어디에 두는지에 관한 논의는, 남은 2억 원의 사용처와 가지급금 항목의 작성 경위 등 미정 사실이 채워지는 범위 안에서만 진행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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