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되돌려 놓을 생각으로 쓴 돈이 어디에서 영득이 되는지를 묻는다. 횡령 조문이 정한 보관과 영득, 불법영득의사와 반환 의사의 관계를 놓고, 일시 사용과 반환 예정의 유용을 가르는 표지를 앞 장의 자료로 모아 정리한다. 사후 반환이 맡는 두 가지 역할을 구분하고, 미수와 기수 사이에 남는 경계 판단을 함께 살핀다.
13.1횡령 조문이 정한 보관과 영득
두 판결이 보관자 지위를 나누는 기준을 밝혔다면, 이제 그 지위를 전제로 삼을 때 무엇을 근거로 삼아야 하는지를 조문에서 다시 확인한다. 회사 자금이 대표이사의 개인 계좌로 옮겨진 사건에서, 먼저 손대야 할 곳은 형법 제355조가 정한 구성요건의 문구이다. 조문이 요구하는 주체와 행위의 범위를 넓히거나 좁히지 않고 읽는 일이, 그다음 쟁점을 다루는 출발점이 된다.
형법 제355조 제1항은 횡령의 주체와 행위를 다음과 같이 한정한다.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 문장은 보관하는 자의 지위와 재물에 대한 횡령, 그리고 반환 거부를 나란히 놓는다. 따라서 회사 계좌에서 자금이 이동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병이 그 자금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었는지가 먼저 확정되어야 한다.
같은 조 제2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를 전항의 형과 같이 다룬다. 여기서 다루는 것은 재물의 보관과 영득이라는 제1항의 문언이며, 사무 처리자의 임무 위배와 손해가 문제되는 사안은 제2항의 영역이다. 회사 장부에 '대표이사 가지급금' 항목이 적혀 있다는 사정을 제1항의 보관 관계와 섞어 읽지 않도록 경계를 둔다.
조문이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라고 표현한 대목은, 영득이라는 행위가 재물의 처분에만 머물지 않음을 드러낸다. 다만 이 문언은 영득의 뜻과 요건을 따로 정의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병이 8억 원을 개인 계좌로 옮기고 석 달 뒤 6억 원을 되돌린 사정을 제1항에 대조할 때, 조문이 요구하는 것은 그 자금이 병의 보관 아래 있던 재물인지와 그 이동이 횡령인지 반환 거부인지의 구분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반환되지 않은 2억 원의 사용처, 가지급금 항목이 작성된 경위, 석 달간 개인 계좌 자금의 쓰임, 반환 계획과 반환 능력, 회사의 자산 규모와 병의 주식 비율은 미정이다. 이 기재들은 자금 이동 과정에서 관찰된 사실의 나열일 뿐이며, 그 자체로 손해의 확정이나 고의의 존재를 뜻하지 않는다. 조문이 정한 보관과 영득의 요건을 확인한 뒤에라야, 반환 예정의 유용이 불법영득의사와 어떻게 맞물리는지가 문제로 남는다.
13.2불법영득의사와 반환 의사
형법 제355조가 보관자의 횡령과 반환 거부를 처벌 대상으로 삼는 것을 확인한 데서 이어져, 반환할 생각으로 자금을 옮긴 경우에도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는지가 문제된다. 형법 제355조는 "①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 12. 29.>"(형법 제355조)고 규정한다. 이 조문은 횡령의 성립과 형벌을 정하면서 반환 거부를 별도의 행위 양식으로 열거할 뿐, 반환 의사의 유무를 영득 판단의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반환 의사와 불법영득의사의 관계에 관해 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1도14247 판결은 "[1] 횡령한 재물을 사후에 반환하거나 변상·보전하는 의사가 있는 경우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는지 여부(적극) 및 사후에 변상·보전한 금액을 횡령금액에서 공제하여야 하는지 여부(소극)"라는 판시사항을 내세운다. 반환 의사가 있어도 영득의사가 인정되고, 사후에 되돌린 금액을 횡령액에서 깎지 않는다는 두 가지 물음에 대해 긍정과 부정의 답이 붙었다. 반환 의사의 존재만으로 영득의사가 부정되지 않음이 분명해진다.
위 판결의 판결 이유는 그 법리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불법영득의사의 의미와 사후 변상의 효과를 함께 서술한 대목이어서 그대로 옮긴다. "한편 횡령죄에 있어서 불법영득의 의사라 함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임무에 위배하여 보관하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경우와 같이 처분을 하는 의사를 말하고, 사후에 이를 반환하거나 변상, 보전하는 의사가 있다 하더라도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함에는 지장이 없으며, 그와 같이 사후에 변상하거나 보전한 금액을 횡령금액에서 공제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도3399 판결 등 참조)."(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1도14247 판결) 이 인용에 의하면 영득의사란 임무에 위배하여 타인의 재물을 자기 소유물처럼 처분하려는 의사를 가리키고, 반환 계획은 그 판단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따라서 병이 석 달 뒤 6억 원을 되돌렸다는 사정은 반환 당시 이미 성립한 영득의사의 판단에서 별도로 고려할 요소가 아니다.
같은 판결 이유는 가지급금 등의 명목으로 인출한 행위의 성질에 관해서도 말한다. "회사의 대표이사 혹은 그에 준하여 회사 자금의 보관이나 운용에 관한 사실상의 사무를 처리하여 온 자가 회사를 위한 지출 이외의 용도로 거액의 회사 자금을 가지급금 등의 명목으로 인출, 사용함에 있어서 이자나 변제기의 약정이 없음은 물론 이사회 결의 등 적법한 절차도 거치지 아니하는 것은 통상 용인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대표이사 등의 지위를 이용하여 회사 자금을 사적인 용도로 임의로 대여, 처분하는 것과 다름없어 횡령죄를 구성한다( 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3도135 판결 등 참조)."(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1도14247 판결) 이 판단을 본 사건에 견주면, 병이 이사회 결의나 이자·변제기에 관한 약정 없이 회사 계좌에서 8억 원을 옮기고 장부에 '대표이사 가지급금'이라 적은 점이 같은 평가를 부르는지 살피게 된다. 다만 그 평가에 앞서 가지급금 항목의 작성 시기와 경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입증의 기준에 대해서도 위 판결 이유는 방향을 정한다. "그리고 업무상횡령죄에 있어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하는 행위로서 횡령행위가 있다는 점은 검사가 입증하여야 하는 것으로서 그 입증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생기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이나,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회사의 금원을 인출하여 사용하였는데 그 사용처에 관한 증빙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그 인출사유와 금원의 사용처에 관하여 납득할 만한 합리적인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 이러한 금원은 그가 불법영득의 의사로 회사의 금원을 인출하여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추단할 수 있다( 대법원 2004. 9. 24. 선고 2004도3532 판결 등 참조)."(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1도14247 판결) 사용처를 설명하지 못하면 영득의사가 추단될 수 있다는 뜻이다. 본 사건에서 반환되지 않은 2억 원의 사용처와 석 달간 개인 계좌 자금의 사용 내역은 미정이므로, 이 구절이 적용될지의 여부는 미정으로 남는다.
결국 반환 의사와 사후 변상은 불법영득의사를 지워 주지 않고, 횡령액에서 반환액을 공제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영득의사가 곧바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며, 인출 경위와 사용처에 대한 설명의 부재 같은 사정이 엄격한 증거와 함께 평가되어야 한다. 병의 반환 계획과 반환 능력, 나머지 2억 원의 행방이 미정인 채 남아 있으므로, 이 사건에서 영득의사의 최종 판단은 그러한 사정이 확인된 뒤에야 내려질 수 있다.
13.3일시 사용과 유용의 표지
일시 사용과 반환 예정 유용을 가르는 표지는 앞에서 본 영득 개념의 안에서 찾아야 한다. 형법 제355조 제1항은 횡령죄의 구성요건을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 처벌한다고 정한다. 그러므로 타인 재물의 보관과 그 재물에 대한 횡령 또는 반환 거부가 요구되며, 자금의 이동이 잠시였다는 사정만으로 구성요건 해당성이 소멸되지는 않는다고 읽어야 한다. 병의 8억 원 이동이 일시 사용이었다는 항변은 곧 횡령 행위의 성립을 다투는 문제가 된다.
이 성립 문제에서 우선 손댈 것은 가지급금이라는 장부 표지이다. 판례는 대표이사급의 자금 관리자가 회사 이외의 용도로 거액을 인출하면서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경우를 횡령으로 본다. "회사의 대표이사 혹은 그에 준하여 회사 자금의 보관이나 운용에 관한 사실상의 사무를 처리하여 온 자가 회사를 위한 지출 이외의 용도로 거액의 회사 자금을 가지급금 등의 명목으로 인출, 사용함에 있어서 이자나 변제기의 약정이 없음은 물론 이사회 결의 등 적법한 절차도 거치지 아니하는 것은 통상 용인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대표이사 등의 지위를 이용하여 회사 자금을 사적인 용도로 임의로 대여, 처분하는 것과 다름없어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1도14247 판결). 이사회 결의와 이자·변제기 약정의 결여가 가지급금 항목의 형식을 정당화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병의 회사 장부에도 이사회 결의 기록과 약정 기록이 보이지 않으므로, 가지급금이라는 항목명만으로 대여 성격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
영득의 표지는 처분 의사를 향한다. 판례는 불법영득의사를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임무에 위배하여 보관하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경우와 같이 처분을 하는 의사를 말하고, 사후에 이를 반환하거나 변상, 보전하는 의사가 있다 하더라도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함에는 지장이 없으며, 그와 같이 사후에 변상하거나 보전한 금액을 횡령금액에서 공제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고 정리하였다(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1도14247 판결). 따라서 병이 반환을 계획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더라도 영득의 성립만은 달라지지 않으나, 반환 계획과 능력은 어디까지나 미정의 기재로 남아야 한다. 석 달 뒤 6억 원이 회사 계좌로 돌아온 기록만으로 병의 반환 의사가 확정된 것으로 볼 수 없다.
사용처가 밝혀지지 않은 2억 원은 추측 대상이 아니라 입증의 문제로 남긴다. 판례는 입증 책임의 원칙을 확인하면서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회사의 금원을 인출하여 사용하였는데 그 사용처에 관한 증빙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그 인출사유와 금원의 사용처에 관하여 납득할 만한 합리적인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 이러한 금원은 그가 불법영득의 의사로 회사의 금원을 인출하여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추단할 수 있다"고 하였다(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1도14247 판결). 이 문장은 합리적 설명이 빠질 때 가능한 추단을 말할 뿐이지, 병의 2억 원 사용처를 확정하지는 않는다. 미정의 기재는 그대로 미정으로 둔다.
이 사례의 관찰된 사실과 법적 평가는 구분된다. 병이 계좌를 옮기고 석 달 뒤 6억 원을 되돌렸으며, 장부에 가지급금 항목이 적혀 있고 이사회 결의와 약정 기록이 보이지 않는다는 기재는 자금 이동의 나열일 뿐이다. 반환되지 않은 2억 원의 성격, 가지급금 항목의 작성 시기와 경위, 석 달간 개인 계좌 자금의 용도, 병의 반환 계획과 능력은 모두 미정이다. 회사의 자산 규모와 병의 주식 보유 비율 역시 미정이다. 이 미정 사항들은 확정된 손해나 고의로 읽어서는 안 된다.
13.4사후 반환의 두 가지 역할
일시 사용과 유용을 가른 표지들 가운데 반환 기록이 남는다고 하더라도, 그 기록이 범죄 성립의 판단과 형의 판단에서 같은 무게를 갖는 것은 아니다. 반환의 시기와 규모가 불법영득의사라는 성립 요소를 뒤집을 수 있는지, 나아가 이미 성립한 죄의 처벌에서만 고려될 여지가 있는지가 이 절의 물음이다.
형법 제355조는 횡령죄의 구성으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그 반환을 거부하는 경우를 횡령의 한 형태로 함께 적시한다. 이에 따라 재물의 보관자가 그 재물을 횡령한 때에는 반환의 거부 여부와 무관하게 죄가 성립하는 구조임을 알 수 있다.
그러면 횡령 당시 이미 반환할 생각이 있었다면 어떻게 되는가. 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1도14247 판결은, "횡령죄에 있어서 불법영득의 의사라 함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임무에 위배하여 보관하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경우와 같이 처분을 하는 의사를 말하고, 사후에 이를 반환하거나 변상, 보전하는 의사가 있다 하더라도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함에는 지장이 없으며, 그와 같이 사후에 변상하거나 보전한 금액을 횡령금액에서 공제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판례에 따르면 사후에 반환할 의사가 있었다는 사정은 범행 당시의 불법영득의사를 밀어내지 못하며, 변상·보전된 금액은 횡령금액에서 공제되지 않는다. 병이 석 달 뒤 6억 원을 되돌려놓았다는 기록만으로 성립 판단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한편 같은 판결은 회사 자금의 인출과 사용 방식에 관해, "회사의 대표이사 혹은 그에 준하여 회사 자금의 보관이나 운용에 관한 사실상의 사무를 처리하여 온 자가 회사를 위한 지출 이외의 용도로 거액의 회사 자금을 가지급금 등의 명목으로 인출, 사용함에 있어서 이자나 변제기의 약정이 없음은 물론 이사회 결의 등 적법한 절차도 거치지 아니하는 것은 통상 용인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대표이사 등의 지위를 이용하여 회사 자금을 사적인 용도로 임의로 대여, 처분하는 것과 다름없어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밝혔다(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1도14247 판결). 병이 회사 계좌에서 8억 원을 개인 계좌로 옮기고 장부에 가지급금 항목만 남겼으며 이사회 결의나 이자·변제기에 관한 약정이 보이지 않는다는 기재는, 바로 이 판례가 말하는 형식과 겹친다.
다만 입증의 부담까지 잊어서는 안 된다. 같은 판결은 "업무상횡령죄에 있어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하는 행위로서 횡령행위가 있다는 점은 검사가 입증하여야 하는 것으로서 그 입증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생기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하면서도, 대표이사가 회사 금원의 사용처와 인출 사유를 납득할 만하게 설명하지 못하면 불법영득의 의사로 인출해 개인적 용도에 쓴 것으로 추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1도14247 판결). 이 두 측면이 함께 놓여야 한다. 반환되지 않은 2억 원의 사용처와 가지급금 항목이 작성된 경위가 미정으로 남아 있는 한, 병의 불법영득의사가 확정된 것으로 말할 수 없다.
결국 사후 반환의 기록은 두 자리에서 다르게 작동한다. 성립의 자리에서 반환 의사나 반환 사실은 불법영득의사를 지워주지 않고 횡령액의 공제도 가져오지 않으며, 남은 것은 사용처와 인출 경위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입증의 구조다. 처벌의 자리에서 변상·보전이 형의 판단에 어떤 비중을 갖는지는 위 판례가 다룬 물음이 아니어서, 미정으로 남는다. 병의 반환 계획과 능력, 회사의 자산 규모와 병의 주식 보유 비율 역시 미정의 기재로 두어야 한다.
13.5미수와 남는 경계 판단
사후 반환의 역할을 성립과 양형으로 나눈 뒤에 남는 물음은, 영득에 이르지 못한 자금 이동을 어디에 놓을 것인지이다. 이 물음에 답하려면 우선 횡령의 미수범 규정이 적용되는 범위를 분명히 해야 한다. 형법 제359조는 미수범의 처벌 범위를 한정하여 선언한다. 형법 제359조(미수범)는 "제355조 내지 제357조의 미수범은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이 규정에 따라 형법 제355조의 횡령 행위가 완성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도 처벌 대상이 된다.
그렇다면 형법 제355조가 정하는 횡령의 구성은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 형법 제355조(횡령, 배임) 제1항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고 덧붙인다. 회사의 자금을 보관하는 대표이사 병의 지위는 제1항이 정하는 보관자의 요건에 대응하며, 회사 계좌에서 개인 계좌로 옮겨진 자금은 그 대상이 되는 재물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로 남는다.
미수의 성립은 완성에 이르지 못한 행위를 무엇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형법 제355조와 제359조의 문언만으로는 자금 이동이 어느 시점에서 횡령의 완성에 이르는지, 반대로 어느 시점에서 아직 미수에 그치는지가 직접 드러나지 않는다. 이 사례에서 병은 8억 원을 개인 계좌로 옮기고 석 달 뒤 6억 원을 되돌렸으나, 2억 원의 사용처와 석 달 사이의 자금 사용 내역, 반환을 계획했는지와 반환할 능력이 있었는지, 회사의 자산 규모와 병의 주식 비율은 미정이다. 이 기재들은 자금 이동 과정에서 관찰된 사실의 나열일 뿐이며, 그 결과가 곧 확정된 손해나 고의 같은 법적 평가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미수의 성립은 미정으로 남은 사실에 끼워 맞춰 결론 내릴 수 없다. 앞에서 살핀 일시 사용과 반환 예정 유용의 구분이 이 사례에서 그대로 확정되는 것도 아니다. 회사 장부의 '대표이사 가지급금' 항목이 언제 어떤 경위로 작성되었는지, 이사회 결의나 이자·변제기에 관한 약정 기록이 존재하는지 역시 미정으로 남는다. 이 기재들이 확정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는 한, 미수의 성립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형법 제359조에 의한 미수범의 판단은 확정되지 않은 사실에 의존하지 않고, 형법 제355조가 정하는 횡령의 구성 요건이 이 사례의 자금 이동에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이 사례에서 미수의 성립과 남는 경계 판단은 미정의 사실이 확정되는 범위 안에서만 이루어진다. 남는 물음은 다음 쟁점으로 넘겨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