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회사 대표가 회사 자금에 대하여 보관자의 지위에 서는지를 묻는다. 회사와 대표 사이의 위탁 틀과 회사 자금이 타인의 재물로 놓이는 자리를 살피고, 대표의 보관자 지위와 영득 및 반환 거부의 문구, '대표이사 가지급금' 기재의 범위, 업무상 보관의 문턱을 차례로 본다. 주주 동의나 회사 내부 절차가 이 지위에 미치는 효과는 이 장의 범위 밖에 있다.
4.1위탁 틀과 보관의 접점
앞 단위가 문언과 판결요지로 확인한 보관자 지위의 틀을 모아 회사 대표의 지위라는 물음에 넘긴 까닭은, 그 지위를 회사 자금 이동에 적용하기 전에 문구 자체가 요구하는 요건부터 가늠해야 하기 때문이다. 형법 제355조 제1항은 처벌 대상을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로 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를 별도로 규정한다. 이 조문은 보관 관계와 사무 처리 관계를 나란히 놓고, 각각의 행위 태양을 따로 적고 있다.
회사 대표가 회사 자금을 다루는 모습을 이 가운데 어느 쪽에 맞출지 문제를 삼기 전에, 먼저 '보관하는 자'가 되는 경위를 문구에서 읽을 필요가 있다. 조문은 보관 관계의 성립 원인을 직접 적지 않고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는 상태만을 전제로 한다(형법 제355조). 그 상태가 어떤 약정이나 어떤 절차로 빚어지는지는 조문만으로 드러나지 않으므로, 이 대목을 채울 근거는 문구 바깥에서 찾아야 한다. 그런데 확인할 수 있는 자료로는 이 성립 경위를 뒷받침할 판시나 서술이 놓여 있지 않다.
이 책이 세운 위탁신임의 틀에서 보관자 지위는 신임을 받은 자가 타인의 재물을 자기 수중에 두는 관계로 정리되었다. 그 틀을 형법 제355조의 문구에 맞추어 읽으면, '보관하는 자'는 신임 관계 속에서 재물의 사실적 지배를 맡은 자를 가리키게 된다. 이때 보관의 대상인 재물이 누구의 것인가, 신임을 준 당사자가 누구인가는 문구상 '타인'이라는 말에 담겨 있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관계에서 그 타인이 특정되는지는 여기서 정하지 않는다.
한편 제2항이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는 재물 보관이 아니라 사무 처리의 관계를 전제로 한다(형법 제355조). 대표이사가 회사 업무를 처리하는 지위는 이 문구가 상정하는 사무 처리의 모습과 겹치는 데가 있으나, 회사 자금의 이동이 곧 재물 보관을 전제로 하는 행위인지 사무 처리를 전제로 하는 행위인지는 사안에 따라 갈린다. 어느 쪽 문구를 적용할지에 관한 판단을 서두르기 전에, 이 관계의 성립 시점과 당사자 간 합의의 구체적 내용은 확인된 바에 따라 기록되어야 한다.
현재까지 확인된 것으로는 회사와 대표 사이에서 보관 관계가 언제 성립했는지, 그 관계의 내용이 무엇으로 합의되었는지가 가려져 있지 않다. 이사회 결의나 이자·변제기에 관한 약정 기록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 보관 관계의 성립과 내용을 단정할 수는 없으며, 그 자료가 제공되지 않았다는 점 역시 성립 여부의 근거가 되지 못한다. 미정으로 남은 이 대목은 다음 물음의 전제로 삼지 않은 채 열어 두어야 한다.
4.2회사 자금과 타인의 재물
위탁의 성립 시점을 확인할 수 없다는 결론에서 나아가, 이제 병이 옮긴 자금이 형법 제355조가 말하는 '타인의 재물'에 놓이는지가 다음 질문이다. 형법 제355조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이 문구는 행위자가 처벌되는 대상을 '타인의 재물'로 한정하며, 재물이 타인에게 속한다는 점이 충족되어야 횡령죄의 틀에 들어온다.
병은 회사 계좌에서 8억 원을 자신의 개인 계좌로 옮겼다. 여기서 회사 계좌의 자금은 회사라는 법인 명의로 예치된 금원이며, 병이라는 자연인의 개인 계좌 자금과 구별되는 계좌에 놓여 있었다. 이 구별은 자금 이동 과정에서 관찰된 사실의 나열에 해당할 뿐, 그 자금의 법적 성격에 관한 확정된 평가는 아니다.
회사 장부에는 '대표이사 가지급금'이라는 항목이 적혀 있다. 이 항목은 병이 옮긴 8억 원에 대해 회사 측이 붙인 기재이므로, 대표이사 개인과 회사 사이의 자금 이동이 있었음을 회사의 회계 처리에 남긴 흔적으로 읽힌다. 다만 이 항목이 언제 어떤 경위로 작성되었는지 미정인 사실은 그 기재가 가지는 법적 의미를 확정하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 병이 회사의 대표이사라는 지위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회사 명의의 자금이 곧 병 개인의 재물이 되는 것은 아니다.
회사의 자산 규모와 병이 가진 주식의 비율은 미정이다. 회사와 병이 동일한지, 혹은 분리된 별개의 주체인지는 이 미정 사실을 근거로 확정할 수 없다. 대주주 여부나 회사 규모가 법인격을 소멸시키거나 병 개인에게 재물의 소유를 옮겨 준다고 볼 근거는 형법 제355조의 문구에서 찾을 수 없다. 그 문구는 재물이 '타인의 것'이어야 한다는 요건을 두고 있을 뿐, 소유자와 보관자의 지분 관계나 회사 규모에 따른 예외를 두고 있지 않다.
석 달 뒤 6억 원이 회사 계좌로 되돌아온 사실도 같은 방향에서 읽힌다. 그 자금이 회사 계좌로 반환되는 흐름을 보였다는 것은 반환 시점까지 그 자금이 병 개인의 자산과 뒤섞여 있지 않았음을 시사하며, 반환되지 않은 2억 원의 사용처가 미정인 점 역시 그 잔여 금원의 법적 성격을 확정하지 못한다. 병이 회사 계좌의 자금을 취급한 구조가 형법 제355조의 '타인의 재물'에 놓이는 틀에 부합하는지 여부는, 그 지위를 다투는 데 필요한 사실들이 충분히 채워지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회사 자금이 병 개인의 재물이 아니라 회사라는 별개의 법인에 속한 재물로 배치되는 한, 대표이사 병의 취급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취급에 관한 논의로 이어진다.
4.3대표의 보관자 지위
회사 계좌의 자금이 형법 제355조의 보호 대상에 놓인다는 판단에 이어, 이제 병이 그 자금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서 있는지가 문제된다. 형법 제355조는 처벌 대상으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를 규정한다 이 문구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는 주어에서 출발하므로, 병에게 이 지위가 성립하는지가 먼저 확인되어야 한다.
조문의 보관자 지위는 점유와 관리를 맡은 자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된다. 병은 C사의 대표이사로서 회사 계좌의 자금을 회사의 업무상 취급하는 위치에 있다. 그가 회사 계좌에서 8억 원을 자신의 개인 계좌로 옮긴 것은 회사 자금을 관리하면서 그 지배를 자기에게 귀속시키는 방식의 취급에 해당한다. 이 지점에서 병의 대표이사 직함만으로 보관자 지위가 곧바로 인정된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조문이 요구하는 보관 관계를 사실관계에 맞추어 확인하는 일이 남는다.
다만 형법 제355조는 보관자의 자격을 정하는 단서나 예외를 두지 않는다. 조문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는 표현만을 제시하므로, 보관자의 지위를 어디까지 넓게 볼지는 이 문구 그대로의 범위에서 판단할 일이다. 자금 이동에 관한 이사회 결의나 주주 동의의 존재 여부가 보관자 지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본 장의 범위 밖에 두며, 이 자리에서는 그 여부를 근거 삼아 보관자 지위를 확정하거나 부정하지 않는다.
조문은 또한 보관자의 행위가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 이르러야 처벌된다고 한다. 이는 보관자 지위가 있는 자라도 그 행위가 이 두 유형 중 하나에 해당해야 형사 책임을 묻는 구조임을 뜻한다. 병이 석 달 뒤 6억 원을 회사 계좌로 되돌렸고, 나머지 2억 원의 사용처와 반환 계획 및 반환 능력이 미정인 사실은 앞 장의 기재 그대로 남는다. 이 기재들은 보관자 지위의 성립 여부와 별개의 문제이며, 반환 거부나 영득의 법적 평가는 뒤이어 다룰 문구에서 확인할 일이다.
따라서 병이 회사 자금을 취급한 장면은 형법 제355조의 보관자 지위에 관한 문구에 비추어 검토되었으며, 이 지위의 성립은 조문의 표현에 따라 판단할 기준으로 남는다. 자산 규모나 주식 비율이 미정인 사실을 그 판단의 근거로 삼지 아니하며, 보관자 지위와 영득·반환 거부의 문구를 서로 섞지 않은 채 구분하여 두었다.
4.4영득과 반환 거부의 문구
보관자 지위가 인정된 뒤에는 형법 제355조가 그 보관자의 행위를 무엇으로 보고 있는지가 문제이다. 대표이사가 회사 계좌의 자금을 자기 계좌로 옮겨 가진 채 석 달을 지나 6억 원을 되돌려 주었으나 2억 원은 남아 있는 이 장면에서, 조문은 두 가지 표현을 나란히 둔다. 횡령죄의 성립을 좌우할 이 두 문구의 뜻을 조문에서 읽어 두어야 한다.
형법 제355조는 보관자의 책임을 다음과 같이 정한다.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 12. 29.>"(형법 제355조). 이 조문에서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과 "그 반환을 거부한"이란 표현은 '또는'으로 이어져 있다. 따라서 둘은 횡령죄의 행위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표시하는 문구들이다. "횡령하거나"가 보관자의 적극적인 영득을 표시한다면, "그 반환을 거부한"은 반환 요구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를 표시하는 것으로 읽힌다.
이 문구의 배열은 영득과 반환 거부가 서로 다른 장면을 가리키는 대신이지, 한 행위에 두 가지 평가가 겹치는 것은 아니다. 병이 회사 자금 8억 원을 자기 계좌로 옮긴 것은 적극적으로 자금을 자기 소유처럼 취급한 장면이므로, "횡령하거나"가 표시하는 쪽에 놓인다. 반면 남은 2억 원에 대하여 회사가 반환을 요구했는지, 요구가 있었다면 병이 어떻게 응답했는지는 확정되어 있지 않다. 그러므로 "그 반환을 거부한" 문구가 이 사례에 적용되는지는 이 문구의 뜻만을 세워 둔 채 미정으로 남는다.
한편 이 조문의 둘째 항은 보관자의 책임과 나란히 다른 책임을 둔다.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형법 제355조). 이 항은 사무 처리자의 임무 위배와 손해를 요구하는 문구이므로, 재물 보관자를 다루는 첫째 항의 "횡령하거나"나 "그 반환을 거부한"과는 별도의 요건을 둔다. 병의 자금 이동이 첫째 항의 문구에 놓이는 장면인지는 이미 보관자 지위의 확인에 이어진 문제이며, 둘째 항이 요구하는 사무 처리자와 임무 위배의 요건은 그 문구를 해석하는 데 섞지 않는다.
결국 이 사례에서 영득과 반환 거부의 문구는 각각 다른 표시를 하는 것으로 읽힌다. 석 달 뒤 6억 원이 회사 계좌로 되돌아온 기록은 그 자체로는 어느 문구에 대한 평가가 되지 못하고, 남은 2억 원의 사용처도 미정의 사실로 남는다. 병이 반환을 계획하고 있었는지, 반환할 능력이 있었는지 역시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두 문구 가운데 어느 쪽이 이 사례의 행위를 표시하는지는 사실의 확정 이후에 판단할 문제로 남는다.
4.5가지급금 기재의 범위
반환을 거부한 문구가 무엇을 표시하는지를 세워 둔 데서, 장부에 남은 '대표이사 가지급금' 기재가 보관 관계를 뒷받침하는 기록으로 읽힐 수 있는 범위를 따져 보아야 한다. 형법 제355조 제1항은 보관과 반환을 하나의 맺음으로 묶어 두므로, 장부 항목이 보관 요건에 부합하는 기록인지를 그 조문에 맞추어 살피는 일이 남는다. 이 항목의 작성 시기와 경위가 미정인 채로, 그 기재가 곧 보관 관계의 확증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가지급금 기재를 읽는 앞자리에는 조문이 두는 요건이 놓여 있다. 형법 제355조가 횡령의 틀을 세우는 문장을 보면, 보관의 자리와 반환의 자리를 함께 전제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형법 제355조 제1항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한다. 이 문장이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를 처벌의 첫 자리에 두는 이상, 보관이 성립하는 기록이 곧 그 자리를 뒷받침하는 자료가 된다.
이 기준에서 장부 항목을 대하면, '대표이사 가지급금'이라는 기재는 회사와 대표 사이의 자금 이동이 장부상 남은 흔적으로 읽힌다. 회사 계좌에서 개인 계좌로 옮겨 간 8억 원이 가지급금 항목으로 기록되어 있고, 석 달 뒤 6억 원이 회사 계좌로 되돌아왔다는 흐름이 함께 놓여 있으므로, 그 항목은 회사의 재산이 대표에게 넘어간 사실을 적은 기록으로 보인다. 다만 기재가 언제 어떤 경위로 작성되었는지 미정이므로, 그 항목이 이동 당시에 작성된 것인지 사후에 정리된 것인지는 밝혀진 바 없다.
한편 장부에 남은 기재만으로 약정의 내용을 읽어 내는 것은 곤란하다. 이사회 결의나 이자·변제기에 관한 약정 기록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가지급금 항목이 그러한 합의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자나 변제기에 관한 합의가 있었는지는 미정으로 남고, 장부 항목 그 자체가 그 합의를 기록한 문건인 것으로 읽을 수는 없다.
따라서 '대표이사 가지급금' 기재는 형법 제355조 제1항이 두는 보관의 자리에 놓인 사실을 보여 주는 기록으로 남는다. 그 기재가 보관 관계를 뒷받침하는 범위는 자금 이동의 흔적을 적었다는 데까지 미치고, 반환의 자세나 반환 거부의 표시에 관한 판단은 그 바깥에서 찾아야 한다. 이 범위를 넘겨 가지급금 항목을 반환 거부의 증표로 삼거나, 미정인 사실을 확정된 손해나 고의로 바꾸어 놓을 수는 없다.
4.6업무상 보관의 문턱
가지급금 항목이 보관 관계를 뒷받침하는 기록으로 남는 범위를 확인한 뒤, 형법 제356조가 업무상의 보관자에게 따로 자리를 마련하는 까닭이 남는다. 이 조문은 제355조의 죄를 저지른 사람 가운데서 업무라는 성격을 더해 따로 가려내어 무겁게 벌한다. 형법 제356조는 그 자리를 두고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제355조의 죄를 범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한다. 이 문장에서 형벌의 무게가 새로 정해지는 자리는 업무상의 임무라는 조건이 붙는 지점이다.
따라서 업무상의 횡령은 제355조가 정한 보관 관계에 더해 업무라는 성격이 겹칠 때 비로소 자리한다. 보관자의 지위만으로는 가중처벌의 문턱에 이르지 못하며, 그 지위가 업무에서 나온 것임이 함께 드러나야 한다. 두 조건 가운데 어느 하나만으로는 조문이 정한 자리를 채우지 못한다. 회사 대표가 회사 자금을 잠시 쥐었다는 사실만으로 두 조건이 함께 성립한 것처럼 받아들일 수 없다.
이런 구분을 두는 이유는 형벌의 무게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같은 금액을 옮긴 일이라도 업무상이라는 조건이 붙으면 법정형이 높아진다. 조문이 정한 형벌의 폭이 달라지는 만큼, 업무의 여부는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별도로 판단해야 할 요소로 남는다. 회사 계좌에서 8억 원이 개인 계좌로 옮겨졌다는 사실, 석 달 뒤 6억 원이 되돌아왔다는 사실만으로는 이 판단이 끝나지 않는다. 자금 이동의 크기나 시기가 업무상이라는 성격을 대신 정해주지 않는다.
업무라는 성격이 확인되려면 그 보관이 무엇에서 비롯되었는지가 드러나야 한다. 조문은 업무상의 임무라는 말로 보관 관계의 출처를 가리키고, 그 임무에 어긋난 행위를 무겁게 벌한다. 이사회 결의나 이자·변제기에 관한 약정 기록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은 그 출처를 밝히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 회사 장부에 '대표이사 가지급금'이라는 항목이 적혀 있다는 사실만으로 업무에서 비롯된 보관이 확인된 것처럼 읽을 수 없다. 보관 관계를 뒷받침하는 기록과 업무라는 성격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서로 자리를 달리한다.
병이 반환을 계획하고 있었는지와 반환할 능력이 있었는지, 회사의 자산 규모와 병이 가진 주식의 비율, 2억 원의 사용처와 개인 계좌 자금의 흐름은 미정이다. 미정으로 남은 사실들은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되었는지를 가리는 근거로 쓰이지 못한다. 확인되지 않은 사정을 앞세워 업무라는 성격을 세울 수 없다. 이런 사실이 확인되기 전에 업무상의 횡령 성립이나 가중처벌의 문턱을 넘었다고 확정할 수 없다.
업무상 요소가 형법 제356조에서 어떤 전제 위에 놓이는지는 별도로 살펴야 할 물음으로 남는다. 이 조문의 자리에 회사 대표가 놓이는지는 미정의 사실을 앞세워 재촉할 일이 아니다.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라는 문구는 그 자리를 확인한 뒤에야 의미를 갖는 조건이다. 회사 자금의 보관자가 되는 구조는 확인되었지만, 그 구조가 업무상이라는 성격을 함께 갖는지는 미정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