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제5조의 청구권자 규정을 읽고, 목적이나 자격을 요구하지 않는 문언이 정보공개 청구의 성격을 어떻게 보여 주는지 살핀다. 모든 국민이라는 문언, 목적을 요구하지 않는 청구, 자격 없는 청구와 알 권리, 자격 심사의 문언 한계를 차례로 거쳐 사례 속 청구권자를 읽는다. 청구가 멈추는 한계에 관한 물음은 제12장에서 이어진다.
3.1공개 원칙과 청구권의 이음
전부 비공개라는 답의 문언적 근거를 제3조와 제9조에서 살핀 데서 나아가, 이제 시청의 결정 통지가 누가 쥔 권리를 어떻게 다루었는지 물어야 한다. 은석이 두 자료를 내놓으라고 시청에 요구한 데에는 스스로 그 요구를 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 전제가 법문 어디에 놓이는지 읽는 일이 이 절의 일이다.
먼저 제3조가 두는 원칙의 자리를 확인한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3조(정보공개의 원칙)는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 등을 위하여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적극적으로 공개하여야 한다"고 선언한다. 이 문장은 정보를 가진 기관 쪽에서 공개의 방향을 지시하는 것이며, 공개 여부를 기관의 선의에 맡기지 않고 이 법이 정한 틀 안에서 다루게 한다. 시청이 회의록과 위원 명단을 들고 있으면서도 그 처리 방향을 이 원칙에서 읽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 원칙이 개별 국민의 요구로 이어지는 지점을 제5조가 적고 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5조(정보공개 청구권자)는 첫째 항에서 "모든 국민은 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정한다. 정보를 보유한 기관의 공개 의무에 맞추어, 그 정보를 달라는 요구를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법에서 정한 권리로 밀어 올릴 수 있게 한 조항이다. 이 문언은 은석이 내놓은 요구가 기관의 처분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요청이 아니라 법이 보장하는 청구에 해당함을 뒷받침한다.
나아가 제5조는 청구권의 양쪽 끝을 한 조항 안에 함께 두고 있다. 같은 조 제5조(정보공개 청구권자) 둘째 항은 "외국인의 정보공개 청구에 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밝힌다. 이 둘째 항은 외국인의 청구를 첫째 항의 '모든 국민' 안에 그대로 두지 않고 별도의 규범으로 넘기므로, 첫째 항이 적는 청구권자가 누구인지 읽을 때 이 경계를 함께 보아야 한다. 다만 외국인의 청구를 규정할 대통령령의 내용은 여기에서 다루지 않으며, 은석의 신분이 이 경계에 닿는지도 미정이다.
정리하면, 제3조가 공공기관에 두는 적극적 공개의 방향이 제5조 첫째 항에 국민의 청구권으로 이어지고, 제5조 둘째 항은 그 청구권의 문언 밖 경계를 별도 규정으로 미룬다. 은석이 회의록과 위원 명단을 달라고 요구한 것은 이 이음의 구간에 놓여 있고, 시청의 전부 비공개 결정은 그 요구를 받은 뒤에야 비로소 비공개 사유를 문언에서 찾아야 할 지점이다. 회의록에 적힌 위원의 이름과 발언이 어느 비공개 사유에 걸리는지, 그리고 그 사유가 서류의 일부에만 적용되는지의 문제는 이 이음과는 별개의 판단을 요구한다.
3.2모든 국민이라는 문언
공개의 원칙을 받아 청구권의 주체를 적는 조문이 누구를 첫 자리에 두는지 살핀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5조는 제1항에서 청구권자를 표명하면서, "모든 국민은 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적는다. 이 문언은 청구권의 주체를 "모든 국민"으로 한정하여 적고 있다. 그 결과 청구 자격의 범위는 이 문언이 적은 주어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문언은 국민 전부를 청구권자로 적되, 별도의 자격이나 지위를 따로 요구하지 않는다. 위 조문은 "모든 국민은 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만 적고, 그 밖에 신청인의 이해관계나 정보의 이용 목적을 적고 있지 않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5조). 따라서 이 문언에 의하면 청구권은 국민 각자가 스스로 행사하는 권리로 표명되어 있다. 청구권자 범위를 국민 밖으로 넓히거나 국민 안에서 일부를 가려내어 좁힐 근거는 이 조문의 문언에서 찾을 수 없다. 문언이 "모든"이라는 한정어를 쓰고 있는 까닭에, 국민 가운데 특정한 자만을 청구권자로 가려내는 해석은 이 문언에 맞지 아니한다.
문언에 적힌 주어를 정함에 따라 청구권의 성격도 함께 정해진다. 국민 각자가 청구권자로 적혀 있으므로, 청구권은 공동체의 대표나 특정한 자격을 갖춘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국민 각자에게 인정되는 것으로 읽힌다. "모든 국민은 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라는 문장은 권리의 주체를 밝히는 주어와 권리를 적은 서술어를 그대로 연결하고 있을 뿐이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5조). 그 연결 사이에 별도의 요건을 끼워 넣는 근거는 이 문장의 구조 안에 없다.
외국인의 청구는 같은 조 제2항에서 별도로 다룬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5조 제2항은 외국인의 청구를 별도 사항으로 두고, 그 내용을 하위 규범에 위임하면서 "외국인의 정보공개 청구에 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고 적는다. 이에 의하면 제1항의 문언은 외국인을 그 주어로 삼지 아니하고, 외국인의 청구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에 맡겨 두고 있다. 외국인의 청구를 제1항의 문언 밖에 두고 따로 다루고 있는 점에서, 제1항이 적은 "모든 국민"은 그 자체로 청구권자 범위의 한계를 표명한다. 다만 이에 기하여 외국인의 청구 자격의 내용을 확정할 수 없고, 그 내용은 미정이다.
이 문언을 이 사례에 대조하면, 시민 신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보공개를 청구할 권리를 가지는 주체에 해당한다. 시청에 대한 청구는 정보공개 청구권자가 행사할 수 있는 청구로 표명된다. 시민 신이 청구한 회의록과 위원 명단이 무엇인지는 이 문언이 청구의 주어를 적는 데에서 가려지는 사정이 아니다. 다만 시민 신의 청구가 적법한 청구 요건을 갖추었는지, 시청이 내세운 비공개 사유가 이 청구를 배척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로 남는다. 청구권자의 자격을 적은 문언이 곧 비공개 사유의 성립 여부를 끝내는 것은 아니다.
결국 청구권자를 적은 문언은 "모든 국민"이라는 한 구절에 머물러 있고, 그 문언의 뜻은 국민 전부의 청구권을 선언하는 데 있다. 이 문언을 확장하거나 축소하여 읽는 근거는 따로 없다. 이에 따라 청구권자의 범위는 문언이 적은 대로 두고, 그 문언이 담지 않은 사유를 청구권자의 자격 요건으로 더하지 아니한다. 다만 여기서 밝힌 것은 청구권자를 적은 문언의 뜻일 뿐이고, 청구권자가 어떠한 목적을 내세우는지를 요구하는지에 관한 결론은 이 문언이 다루지 아니한 것으로 남는다.
3.3목적을 요구하지 않는 청구
청구 자격이 국민에게 넓게 열렸다는 해석에 이어, 청구권자가 청구의 이유를 밝힐 의무를 지는지가 문제로 남는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은 정보공개 청구권자에 관하여 "제5조(정보공개 청구권자) ① 모든 국민은 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선언한다. 이 문언은 청구의 목적이나 동기를 요건으로 적지 않다. 목적의 고지를 요구하는 문구가 없는 까닭에, 청구권의 성립은 청구인의 사정을 묻지 않는다고 읽을 수 있다.
같은 조문을 청구의 절차 면에서 살펴보아도 결론은 달라지지 않는다. 위 인용문은 권리를 갖는 자를 "모든 국민"으로 표명하면서, 그 권리의 행사에 붙는 조건을 함께 적지 않았다. 조문에 목적의 기재·고지 조항이 없다는 것은 청구권 행사가 목적에 따라 갈리지 않음을 뜻한다. 청구의 목적은 청구서에 써야 할 사항으로 이 조문에 자리 잡지 않았다. 따라서 시청에 회의록과 위원 명단을 청구한 신의 사정에 관하여, 그가 왜 그 자료를 보려 하는지를 밝혀야 할 의무가 청구권 성립의 요건으로 붙는지는 이 문언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이 문언 구조는 목적을 적지 않는 방식으로 청구권을 서술한다. 권리를 가지는 자를 정하고 권리를 행사하는 방법을 선언할 뿐, 권리를 행사하는 까닭은 다루지 않는다. 목적의 유무가 청구권의 성립에 걸리는 요건이라면 조문에 그 요건이 드러나야 한다. 그 자리가 비어 있으므로, 목적의 밝힘은 청구권 성립의 조건으로 볼 수 없다. 신이 회의록과 위원 명단을 보려는 생각을 적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청구권 성립이 달라진다는 읽기는 이 조문에서 뒷받침되지 않는다.
목적을 요구하지 않는 이 구조가 끌어내는 것은 청구권의 성립을 청구인의 동기와 떼어 놓는다는 점이다. 조문이 목적을 다루지 않으므로, 목적의 적법성이나 타당성을 가리는 심사를 이 조문에서 이끌어 낼 수 없다. 목적의 값에 따라 청구권의 크기를 다르게 잴 근거도 이 문언에 없다. 미정으로 남는 사정, 즉 신이 회의록과 위원 명단을 어떤 생각으로 청구했는지는 청구권 성립의 문항으로 놓이지 않는다. 청구의 동기는 문언상 청구권과 무관한 자리에 놓인다.
이 관찰은 청구 목적에 따라 공개 여부를 달리하거나, 목적을 이유로 청구 자체를 막는 기준을 만들어 내지는 않는다. 목적을 요건으로 삼는 것은 조문이 적지 않은 것을 적는 일이며, 청구권의 성립에 조건을 더하는 결과가 된다. 자격의 범위를 표명한 앞선 살핌과 같은 조문에서 이어지는 이 문언 해석은, 청구권자와 청구의 목적을 나란히 두어 성립 요건을 밝히는 차원의 관찰이다. 제5조 제1항은 목적에 침묵하며, 그 침묵의 자리는 목적을 요건으로 채울 수 없다.
3.4자격 없는 청구와 알 권리
목적을 묻지 않는 청구권이 누구에게 열려 있는지를 가릴 차례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5조는 청구권자를 한 문장으로 확정한다. 그 규정은 "① 모든 국민은 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선언한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5조). 이 문언은 청구인에게 자격 요건을 묻지 않고, 권리를 모든 국민에게 곧바로 부여한다. 앞서 본 제5조의 목적 불요 구조와 맞물려, 공개 청구는 특별한 자격을 얻은 사람만 행사하는 예외적 수단이 아니라 국민 누구나 쥘 수 있는 권리로 놓인다.
다만 청구권의 주체가 무한정 열려 있는 것은 아니다. 같은 조 제2항은 외국인의 청구를 별도로 다룬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5조는 "② 외국인의 정보공개 청구에 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고 정한다. 청구권이 국민에게 보장되는 것과 외국인의 청구가 하위 법령에 맡겨지는 것은 문언상 나뉘어 있다. 시청이 회의록과 위원 명단에 대해 내린 비공개 결정이 어느 쪽에 관한 것인지, 그리고 외국인이 청구한 경우에 해당하는지는 밝혀져 있지 않다.
청구권자가 정해지는 것은 정보의 성격과 무관하게 청구할 자격이 생긴다는 뜻이다. 신은 청구한 것은 석 달 전에 끝난 재개발 심의위원회의 회의록과 위원 명단이다. 두 자료에는 위원의 이름과 발언 내용이 함께 들어 있다. 이 자료의 성격이 의사결정 과정에 놓여 있는지, 개인정보를 포함하는지는 공개 여부를 가르는 문제다. 그러나 그 문제는 청구권의 주체를 가르는 문제와는 나뉘어 있다.
알 권리와 청구권은 서로 다른 자리에서 규정된다. 공개의 지향을 밝히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3조(정보공개의 원칙)는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 등을 위하여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적극적으로 공개하여야 한다"라고 정한다. 제5조가 청구권자를 확정하는 문언이라면, 제3조는 그 청구에 공공기관이 어떻게 응할지를 두는 원칙이다. 이 두 조문에서 청구인의 자격 요건이나 청구의 목적 요건을 새로 만들어 낼 수는 없다. 따라서 시청이 두 자료를 전부 비공개로 한 데 대해 지금까지의 관찰만으로는 자격 없는 청구라는 이유가 있었는지, 아니면 다른 사유가 있었는지를 말할 수 없다.
결국 자격 요건을 묻지 않는 구조는 청구권의 폭을 넓히고, 알 권리는 그 청구에 공공기관이 적극적으로 답할 것을 요구한다. 다만 그 요건이 문언에 더 보태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 두 조문을 함께 읽을 때의 한계다.
3.5자격 심사의 문언 한계
자격 없는 청구와 알 권리가 분리되지 않음이 확인된 뒤에 남는 의문은, 공공기관이 청구인을 가려낼 수 있는지이다. 이 물음은 정보공개 청구권자를 정한 조문을 그대로 읽는 데서 시작한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5조는 청구권자를 이렇게 정한다. "제5조(정보공개 청구권자) ① 모든 국민은 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 ② 외국인의 정보공개 청구에 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국민이라면 누구나 청구할 수 있다고만 적혀 있고, 그 밖의 자격을 묻는 문장은 여기에 없다.
그렇다면 공공기관이 청구인의 신분이나 청구의 목적을 심사하여 청구 자체를 가릴 수 있는지가 문제이다. 제5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선언한다. 이 문언은 국민의 범위 안에 드는 사람에게 청구 권리를 인정할 뿐이며, 심사 절차나 심사 기준을 함께 두지 않는다. 심사 대상으로 삼을 근거를 조문에서 찾을 수 없으므로, 신분 확인이나 목적 확인을 청구의 성립 요건으로 삼는 판단은 문언 밖의 기준을 끌어들이는 일이 된다.
같은 조 제2항은 외국인의 청구에 관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위임한다. 이 단서는 외국인의 청구를 별도 규율 대상으로 지목할 뿐이다. 위임 조항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국민에 대한 심사권이 생기지는 않는다. 외국인의 경우 위임 규정이 정하는 바를 살피는 일이 남지만, 국민인 청구인에게는 제5조 제1항 외의 요건을 붙일 자리가 조문에 없다.
이 관찰은 곧 비공개 사유의 성립이나 부분 공개 범위에 관한 법적 평가가 아니다. 앞 장에서 본 바와 같이, 청구의 목적을 묻지 않는 구조는 알 권리와 맞물려 있다. 공공기관이 문언에 없는 심사권이나 거부 사유를 만들어 판단의 근거로 삼는다면, 조문이 정한 청구권자 범위가 실질적으로 좁혀지는 결과가 된다. 그러므로 자격 심사는 제5조의 문언이 둔 테두리 안에서만 판단 근거를 삼을 수 있다.
시 신의 청구를 두고 보면, 그는 국민으로서 제5조 제1항에 따른 청구 권리를 가진다. 시청이 두 자료를 비공개로 한 사유에는 의사결정 과정상의 사항과 개인정보가 포함되어 있으며, 이 사유들은 앞서 본 자격의 문언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시청이 청구인의 자격이나 목적을 심사한 흔적이 있는지, 있다면 그 근거가 제5조의 문언 안에 있는지는 미정이다. 회의록 가운데 가려 낼 부분과 나머지를 나눌 수 있는지, 위원 각각의 공개 동의 여부는 여전히 미정으로 남는다. 따라서 이번 절의 결론은, 공공기관이 제5조의 문언에 없는 자격 심사권을 청구 거부의 판단 근거로 삼을 수 없다는 것으로 한정된다.
3.6사례 속 청구권자 읽기
문언 밖의 심사 근거를 세우지 않는다면, 신은 석 달 전에 끝난 재개발 심의위원회의 회의록과 위원 명단을 시청에 공개해 달라고 청구한 이 사례에서 청구권자 요건과 청구의 목적 요건이 각각 어떻게 놓이는지 살피면 된다. 여기서는 청구의 형식 요건만을 다루고, 회의록 내용이나 위원 정보의 비공개 여부는 판단하지 않는다. 앞서 확인한 대로 공공기관이 청구인의 자격이나 목적을 심사할 근거가 제5조의 문언에 있는지를 묻는 일이 이 사례의 출발점이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5조는 정보공개 청구권자를 두 조항으로 나누어 규정한다. 먼저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5조)고 선언한다. 이 문언은 청구권자에게 자격 요건을 더하지 않으므로, 신이 이 법에서 말하는 국민에 해당하기만 하면 청구권자 요건은 충족된다. 신의 국적에 관한 사실은 미정이나, 그 사실이 미정이라는 점이 제1항 문언의 범위를 좁히지는 않는다.
다음으로 같은 조 제2항은 “외국인의 정보공개 청구에 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5조)고 단서를 두어, 외국인의 청구는 별도의 위임 규정을 거치도록 한다. 신이 외국인인지 여부는 미정이나, 그 경우에도 제5조 제2항의 문언은 심사권을 직접 만들어 주지 않는다. 이 조항은 어디까지나 외국인의 청구에 관해 대통령령이 정하도록 넘길 뿐, 공공기관이 청구인의 자격을 저울질할 근거를 스스로 마련해 주지 않는다. 따라서 시청이 신의 신분을 확인해 청구를 거부하려면 그 근거가 제5조의 문언 안에 있어야 하며, 문언에 없는 심사권을 만들어 판단의 근거로 삼을 수 없다.
다음으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3조는 공개의 원칙을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 등을 위하여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적극적으로 공개하여야 한다”고 적는다. 이 문언은 공개 의무의 방향을 밝히면서, 그 범위를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묶어 둔다.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라는 표현은 공개 의무의 대상이 되는 정보를 가리키고, 적극적으로 공개하여야 한다는 표현은 공개를 원칙으로 삼는 방향을 뜻한다. 이 문언이 청구인에게 요구하는 것은 알 권리의 근거를 밝히는 일이 아니라, 청구가 이 법에서 정하는 범위에 들어오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따라서 신의 청구가 원칙에 부합하는지를 따지는 일은 곧 이 법에 정한 요건을 충족하는지 확인하는 일과 같다.
그런데 신의 청구 목적은 적어도 회의록과 위원 명단이라는 두 자료의 공개를 구한다는 점에서, 청구의 대상이 되는 정보가 특정되어 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5조는 청구의 목적이나 청구인이 밝힌 이용 목적을 심사의 요건으로 두지 않으므로, 시청이 청구 목적을 따져 거부할 문언상의 근거는 찾기 어렵다. 제1항이 청구권자에게 요구하는 것은 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권리를 가진 국민이라는 지위뿐이고, 그 정보를 무엇에 쓰려는지는 문언에 적혀 있지 않다. 이 사례에서 신이 회의록과 위원 명단을 구하는 까닭은 밝혀져 있지 않으나, 그 까닭이 미정이라는 사실 자체가 청구를 흔들 수는 없다. 신의 청구가 청구권자 요건과 목적 요건에서 문제 없는지는 이 문언들로 판단할 수 있다.
결국 이 사례에서 시청이 신의 청구를 심사할 수 있는 자리는 제5조가 적어 둔 범위 안에 있고, 제3조는 그 범위 안에서 공개를 원칙으로 삼도록 방향을 잡아 둔다. 신이 청구한 회의록과 위원 명단 가운데 무엇을 가려 낼 수 있는지, 위원 각각의 공개 동의가 어떤 뜻을 가지는지는 비공개 사유의 문구에 관한 판단에서 드러난다. 그 판단에 앞서, 청구권자 요건과 목적 요건을 이유로 삼아 거부할 문언상의 근거가 이 사례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