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이 장은 형벌이 신체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사실이 심사의 강도를 어떻게 정하는지를 묻는다. 형벌이 가장 무거운 국가 작용이라는 점과, 형벌 조항이 인간의 존엄 및 행복추구권과 만나는 지점을 차례로 살핀다.
2.1형벌이 제한하는 자유
하한이 선고 형량을 미리 묶어 버린 자리는 곧 형벌이 풀어 놓는 자유의 자리와 맞닿는다. 형벌이 박탈하거나 제한하는 그 자유가 무엇인지가 다음 질문이다. 그 자유를 헌법이 어디서 선언하는지부터 찾아야 한다.
헌법 제12조는 신체의 자유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선언하면서, 그 자유가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않으면 침해될 수 없음을 함께 밝힌다. 대한민국헌법 제12조 제1항은 "①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고 정한다 (대한민국헌법 제12조). 이 문장에서 처벌이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국가 작용 가운데 하나로 직접 적혀 있음을 확인한다. 국가가 처벌을 가하는 장면이 헌법이 신체의 자유를 놓고 함께 규율하는 장면과 같은 것임을 이 문장이 분명히 한다.
같은 조항의 뒤 문장이 처벌의 근거와 방식을 함께 묶는 점도 중요하다. 대한민국헌법 제12조 제1항은 처벌을 받지 않을 자유가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지켜지지 못하며, 법률이 정하더라도 적법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함께 밝힌다. 법률에 의하지 않은 처벌과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처벌이 모두 이 자유를 침해하는 셈이다. 이 사례에서 임에게 형이 선고되는 것은 처벌에 해당하므로, 형벌 조항이 법률의 근거를 이루는 셈이다. 형벌이 닿는 자유가 신체의 자유임을 여기서 확인한다.
다만 형벌이 제한하는 자유를 신체의 자유 바깥으로 넓히지 않는 점에 유의한다. 헌법 제12조는 고문 금지와 불리한 진술 강요 금지, 영장주의, 변호인 조력권, 적부심사청구권, 자백의 증거능력 제한을 함께 두고 있다. 대한민국헌법 제12조 제2항은 "②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고 선언한다. 이는 수사·재판 과정에서의 절차적 보호이지, 형벌 조항 자체가 박탈하는 자유를 새로 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형벌이 제한하는 자유의 범위는 신체의 자유로 한정된다.
이 사례의 범위를 이에 맞춘다. 임이 6억 원의 이득을 얻었고 그 전액을 갚았다는 사실은 관찰된 것이며, 임에 대한 처벌이 책임에 걸맞은지, 이 형벌 조항이 비례성을 갖추는지는 아직 미정이다. 형벌이 닿는 자유가 신체의 자유임을 확인한 이 자리에서, 그 자유를 제한하는 형벌 조항의 무게를 가늠하는 일은 다음 단계의 일로 남긴다.
2.2무거운 국가 작용의 무게
형벌이 신체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식별에서 나아가, 형벌이 국가 작용 가운데서 어떤 무게를 지는지 묻는 일이 남는다. 헌법 제12조는 처벌을 국가가 국민에게 가할 수 있는 작용으로 열거하면서, 그 작용의 성격을 함께 밝힌다. 형벌이 제한하는 자유가 무엇인지를 밝힌 앞의 논의는, 곧 이 무게를 가늠하는 출발점이 된다.
대한민국헌법 제12조 제1항은 국가 작용이 국민에게 미치는 지점을 이렇게 정한다. "①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 이 규정은 처벌을 법률과 적법한 절차의 두 요건 아래에 두었다. 그러므로 형벌 조항이 국가 작용으로 행사될 때는 법률과 적법한 절차가 함께 요청된다고 읽힌다.
형벌의 무게는 처벌을 다른 작용과 나란히 놓는 대목에서 드러난다. 헌법 제12조 제1항은 처벌을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과 구분하면서, 같은 문장 안에서 보안처분·강제노역과 함께 다룬다. 이 배열은 처벌이 국민의 신체를 송두리째 붙잡는 작용임을 보여준다. 임에게 선고된 형벌이 이 작용의 무게를 실현하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미정이다.
무게의 실체는 형벌 조항이 정하는 법정형에서 읽힌다. 어떤 법률은 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이면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한다. 이 규정은 이득액 기준과 법정형 하한을 함께 선언한다. 이득액 기준이 수십 년 전에 정해진 뒤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도 이 규정에 함께 담긴다. 임이 6억 원의 이득을 얻었다는 사정은 이 규정의 이득액 기준을 넘는다. 이득액을 계산한 시점의 화폐 가치가 얼마인지는 미정이다.
무거운 국가 작용이 행사되려면 헌법이 정한 두 요건을 지킨 뒤여야 한다. 헌법 제12조 제1항은 처벌에 법률과 적법한 절차를 요구했다. 형벌 조항이 법률로 존재한다는 사실은 이 요건 가운데 하나를 이루지만, 나머지 요건까지 채웠다고는 말할 수 없다. 임에게 선고된 형의 종류와 그 판단의 구체적 경위는 미정이다.
형벌이 가장 무거운 국가 작용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은, 형벌 조항을 심사할 때 그 무게를 함께 읽어야 함을 뜻한다. 이 무게는 헌법 제12조 제1항이 처벌에 법률과 적법한 절차를 요구한 까닭이기도 하다. 이 형벌 조항이 비례성을 갖추는지, 임에 대한 처벌이 책임에 걸맞은지는 미정이다. 무게를 가늈다는 일은 그 판단의 출발점을 이루는 데 그친다.
2.3인간의 존엄과 형벌 조항
형벌이 가장 무거운 국가 작용이라면, 그 무게가 누구를 향해 작용하는지가 다음 문제이다. 헌법 제10조는 사람의 존엄과 가치를 먼저 선언한다. 대한민국헌법 제10조는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정한다. 이 문장은 국민 각자가 존엄과 가치를 이미 가지고 있음을 말하고, 국가는 그것을 확인하고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못 박는다.
헌법 제10조의 문장은 존엄과 가치의 보유를 전제로 삼는다.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대한민국헌법 제10조) 이 선언은 국민의 지위를 조건부로 만들지 않는다. 누구도 특정 행위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존엄과 가치를 잃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형벌 조항은 국가가 개인을 처벌할 근거를 적는 자리이다. 그런데 제10조의 존엄 선언은 처벌의 요건을 새로 정하지 않는다. 처벌할 수 있는 행위와 그 조건은 형벌 조항 자체가 정한다. 존엄의 문장이 그 조건을 대신하지도, 조건을 하나 더 얹지도 않는다. 형벌이 무거운 국가 작용이라는 점은 심사의 출발점을 가리킬 뿐, 존엄 선언이 처벌의 문을 따로 열어 주지 않는다.
국가의 보장 의무는 사람을 처벌할 때도 함께 작동한다. 국가는 개인이 가진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보장할 의무를 지므로, 형벌을 부과하는 자리에서조차 처벌받는 사람이 존엄과 가치를 가진 존재임은 흔들리지 않는다. 임을 처벌하는 일과 임이 존엄을 가진 사람이라는 사실은 함께 성립한다. 이 둘을 서로 상쇄되는 것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이를 임의 사례에 적용해 보면, 임은 6억 원의 이득을 얻었고 그 전액을 갚았다는 관찰이 있다. 다만 임에게 선고된 형의 종류와 그 판단의 구체적 경위, 이득액을 계산한 시점의 화폐 가치, 하한을 넘는 감경이 가능한지는 미정이다. 그 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이라는 사실만으로 형벌 조항이 존엄에 부합하는지가 정해지지 않는다. 형벌 조항이 비례성을 갖추는지, 임에 대한 처벌이 책임에 걸맞은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따라서 이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방향이다. 헌법 제10조는 형벌 조항의 틀을 흔드는 새로운 요건을 만들어 내지 않는다. 존엄과 가치의 선언은 처벌의 조건을 새로 쓰지 않고, 처벌이 진행되는 자리에서 사람을 사람으로 대우할 것을 요구한다. 형벌이 닿는 자유가 무엇인지는 이 선언 위에서 다음 질문으로 이어진다.
2.4행복추구권과 처벌의 자리
존엄과 가치에 관한 선언에 이어 같은 조문은 행복추구권을 함께 적고 있다. 헌법 제10조는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한다. 형벌 조항이 개인의 행복 추구를 가로막는 쪽에 서 있을 때, 이 문장이 그 자리에서 무슨 역할을 하는지 살필 필요가 있다.
이 조문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두 가지 표현으로 나누어 적지 않고 한 문장 안에서 선언한다. 존엄과 가치의 보유, 행복 추구의 권리, 국가의 확인과 보장 의무가 나란히 놓여 있다. 조문은 이 권리를 선언하는 데 그치고, 그 행사의 조건이나 한계를 따로 적지는 않는다. 조문의 다른 문장이 국가의 역할을 확인과 보장의 의무로 적고 있다는 점도 함께 읽힌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인권을 확인하고 보장할 의무를 지므로, 형벌 조항을 둘러싼 논의에서 국가는 권리를 선언한 주체인 동시에 그 권리를 지켜야 할 의무를 진 주체로 놓인다. 이 두 자리가 한 문장 안에 함께 들어 있다.
형벌 조항이 정한 3년 이상의 징역은 임이 이룬 6억 원의 이득을 둘러싼 행위에 작용한다. 그 형벌은 임이 앞으로 어떤 삶을 꾸릴지에 관여하고, 그 폭이 크든 작든 행복 추구의 자리에 놓인다. 다만 임에게 선고된 형의 종류와 그 판단의 구체적 경위, 이득액을 계산한 시점의 화폐 가치, 하한을 넘는 감경이 가능한지는 미정이다. 형이 확정된 형태나 그 산정의 경위가 밝혀지지 않았으므로, 임의 행복 추구가 어느 범위에서 제약을 받는지에 관한 판단은 정해진 것이 없다. 미정으로 남은 항목은 결론의 근거가 될 수 없고, 다만 확인할 수 없는 상태로 놓여 있을 뿐이다.
이득액 기준이 수십 년 전에 정해진 뒤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 형벌 조항의 틀이 오래 그대로 놓여 있음을 말한다. 조문이 행복추구권에 관해 적지 않은 것을 덧붙이면, 그 문장 자체가 가진 범위를 넘어서게 된다. 헌법 제10조는 권리를 가진 자와 국가의 의무를 적을 뿐, 그 권리가 어떤 형벌 조항에서 어떤 방식으로 제한된다는 내용은 담고 있지 않다. 그 문장에 제한 요건을 더하는 일은 원문에 없는 내용을 넣는 일이 되고, 그러면 선언의 범위와 다른 문장이 함께 읽히게 된다. 형벌 조항이 비례성을 갖추는지, 임에 대한 처벌이 책임에 걸맞은지는 미정이다.
헌법 제10조는 행복 추구를 권리를 가진 것으로 적고, 국가는 그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적는다. 이 문장에서 형벌 요건이나 처벌 조건을 새로 끌어내는 것은 원문에 없는 내용을 넣는 일이 된다. 형벌 조항과 행복추구권이 만나는 자리에서 할 일은 조문이 적은 것을 그대로 읽고, 적지 않은 것은 적지 않은 채로 두는 일이다. 임에 대한 사실 가운데 관찰된 것은 이득액과 전액의 변제, 그 밖의 항목이 미정이라는 점뿐이고, 그 결과가 곧 확정 손해나 고의 같은 법적 평가를 뜻하지는 않는다. 행복추구권의 자리는 이 선언에 놓여 있고, 형벌 조항과의 관계는 이 문장을 넘지 않은 채 읽힌다.
2.5두 자유가 겹치는 자리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보장하는 문장과 신체의 자유를 지키는 문장이 한 형벌 조항 위에 함께 놓인다. 헌법 제10조는 자유와 권리를 가지는 주체를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닌 국민으로 적고 있다. 대한민국헌법 제10조는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선언한다 (대한민국헌법 제10조). 이 문장에서 국가는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보장할 의무를 지는 자리에 놓인다. 형벌 조항의 위력을 묻는 일은 곧 이 보장 의무에 비추어 그 조항을 읽는 일과 맞닿는다.
같은 형벌 조항에 닿는 또 하나의 문장은 처벌을 받는 방식을 적는다. 대한민국헌법 제12조 제1항은 "①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정한다. 이 문장은 처벌을 법률과 적법한 절차가 뒷받침할 때에만 허용하는 문턱을 놓는다. 형벌이 이득액을 기준으로 징역을 정하는 조항이라면, 그 조항은 곧 법률의 요건에 해당하고, 그에 따른 처벌이 절차의 틀 안에서 이루어지는지도 함께 살핀다.
두 문장은 서로 다른 보호를 적고 있으나, 형벌 조항 위에서 그 무게가 겹친다. 한쪽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국가가 보장할 의무를 말하고, 다른 쪽은 처벌을 받을 때 신체의 자유를 법률과 절차의 틀 안에서만 제한받는다고 말한다. 임이 6억 원의 이득을 얻었고 그 전액을 갚은 사실은 이 두 문장이 함께 비추는 자리에서 읽힌다. 다만 이득액을 계산한 시점의 화폐 가치와 형의 종류, 그 판단의 경위는 미정이다. 따라서 그 형벌 조항이 비례성을 갖추는지, 임에 대한 처벌이 책임에 걸맞은지도 미정으로 남는다.
형벌 조항의 요건과 법률효과를 함께 놓고 보면, 징역형이라는 법률효과는 곧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 결과를 두고 헌법 제12조 제1항이 요구하는 법률과 적법한 절차가 어떻게 놓이는지 살핀다. 다만 이 문장이 요구하는 절차의 내용을 자료의 문장 밖에서 보탤 수는 없다. 따라서 형벌 조항의 요건과 법률효과를 함께 읽는 일은 두 문장이 놓은 문턱의 위치를 확인하는 데 머무른다.
형벌이 닿는 자유를 두 문장으로 함께 읽는 동안, 판단의 순서나 요건을 임의로 만들어 넣지 않는 태도를 유지한다. 이득액 기준이 수십 년 전에 정해진 뒤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도, 그 자체로 두 문장이 요구하는 내용을 새롭게 바꾸지는 않는다. 두 자유가 겹치는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그 겹침의 모습이며, 형벌 조항이 비례성을 갖추는지와 처벌이 책임에 걸맞은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2.6심사 강도를 여는 사실
두 자유가 한 형벌 조항 위에 함께 놓인다는 앞선 읽기는, 심사가 어느 깊이로 열리는지 묻는 물음으로 이어진다. 인간의 존엄과 신체의 자유가 겹치는 그 자리에서, 무엇이 심사의 강도를 가르는지 분명히 해야 한다. 이 물음은 앞의 읽기를 하나의 사실로 묶는다.
그 사실은 형벌이 신체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점이다. 신체의 자유를 무엇이 제한하는지 헌법 제12조는 밝힌다. 그 조문이 처벌을 자유 제한의 한 가지로 적시한 까닭을 다음 문장이 보여준다. 대한민국헌법 제12조 제1항은 "제12조 ①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정한다(대한민국헌법 제12조). 이 조문이 처벌을 신체의 자유의 보호 아래 둔 까닭으로, 형벌은 이 자유를 직접 제한하는 수단으로 읽힌다.
이렇게 읽힌 처벌은 앞선 읽기에서 본 형벌 조항에 그대로 닿는다. 임에게 적용된 형벌 조항은 징역형을 정하고 있으며, 징역형은 자유의 박탈을 뜻한다. 자유의 박탈이 이루어지면 인간의 존엄과 신체의 자유는 함께 제한된다. 이는 두 자유가 겹쳐 놓이던 자리를 다시 확인하는 일이다.
한편으로 이 자유 제한의 무게는 다른 자유 제한과 다르다. 처벌은 한 번 자유를 박탈하면 되돌리기 어렵고, 그 동안 국민의 삶 전체가 멈춘다. 헌법 제12조가 처벌을 신체의 자유의 항목으로 함께 적은 것은, 이 제한이 갖는 무게를 함께 보호하기 위함으로 읽힌다. 임의 이득액 6억 원과 전액 변제는 관찰된 사실에 그치며, 형벌이 자유를 제한한다는 사실과는 구분된다.
형벌이 신체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이 사실은 심사의 문턱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자유 제한이 가볍고 되돌리기 쉬운 것이라면, 심사는 표면을 훑고 지나갈 수 있다. 그러나 형벌은 자유를 박탈한 뒤 그 상태를 오래 이어가므로, 심사는 그 제한에 이르는 길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이득액 기준이 오래전에 정해진 뒤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도 같은 자리에서 읽힌다. 화폐 가치가 달라진 뒤에도 같은 숫자가 그대로 놓여 있다면, 그 숫자가 지금의 형벌 무게와 어떻게 맞물리는지 심사가 열릴 근거가 된다. 다만 임에 대한 형의 종류와 판단의 경위, 이득액을 계산한 시점의 화폐 가치, 하한을 넘는 감경이 가능한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이 사실이 비례성 심사의 강도를 가른다는 점이 이번 읽기의 결론이다. 형벌이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면 심사는 깊이 열리고, 그렇지 않으면 심사는 그 강도가 달라진다. 이 판단의 근거는 신체의 자유를 무엇이 제한하는지 밝힌 조문이며, 그 조문이 처벌을 함께 보호함으로써 심사의 깊이가 정해진다. 다만 여기서 밝힌 것은 심사 강도를 여는 사실까지이며, 형벌 조항의 문언 배치와 그 구성은 다음 논의의 대상으로 남겨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