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이 장은 형벌로 지키는 법익과 형벌이 빼앗는 법익을 어떻게 견주어지는지를 묻는다. 형벌 앞에 놓인 저울을 놓고 제37조 단서의 요건, 형벌이 빼앗는 법익과 지키는 법익, 두 법익의 비례 비교를 차례로 살핀다.
6.1형벌 앞에 놓인 저울
적합성과 최소침해를 거친 뒤에도 남는 물음은 침해의 크기와 법익의 무게를 함께 놓고 저울질하는 문제이다. 이 장은 형벌 조항이 지키려는 법익과 형벌이 빼앗는 법익을 한 저울에 올려놓는 일을 읽기로 삼는다. 저울의 한쪽 접시에는 국가가 보호하려는 이익이 놓이고, 다른 접시에는 형벌이 국민에게서 가져가는 자유나 권리를 놓는다. 어느 쪽이 무거운지 읽는 일이 이 장의 첫 걸음이다.
헌법 제37조 제2항은 제한이 허용되는 조건을 먼저 적어 놓았다. 즉,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라고 정한다 (대한민국헌법 제37조). 이 문장은 법률로 제한하는 것을 전제하면서, 동시에 본질적인 내용의 침해를 금지한다. 저울의 양쪽에 무엇을 놓는지를 이 조문이 먼저 틀 잡아 준다.
나아가 형벌 조항을 평가할 때에는 처벌이 빼앗는 자유의 무게를 함께 본다. 헌법재판소 2017. 10. 26. 2015헌바239 결정에서 "형벌불소급원칙에서 의미하는 ‘처벌’은 형법에 규정되어 있는 형식적 의미의 형벌 유형에 국한되지 않으며, 범죄행위에 따른 제재의 내용이나 실제적 효과가 형벌적 성격이 강하여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거나 이에 준하는 정도로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경우에는 형벌불소급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는 저울의 한쪽 접시에 무엇을 놓을지, 즉 형벌이 아니어도 실질이 자유를 박탈하는 제재라면 그 무게를 함께 읽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같은 결정은 그 저울이 실제로 어떻게 놓이는지를 보여 준다. 노역장유치기간의 하한을 둔 형법 조항에 대하여 "노역장유치조항은 벌금 액수에 따라 유치기간의 하한이 증가하도록 하여 범죄의 경중이나 죄질에 따른 형평성을 도모하고 있고, 노역장유치기간의 상한이 3년인 점과 선고되는 벌금 액수를 고려하면 그 하한이 지나치게 장기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하면서, "이러한 점들을 종합하면 노역장유치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들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라고 판단하였다 [2015헌ba239]. 다만 보충의견은 "고액 벌금형의 병과규정과 노역장유치조항이 결합할 경우 실질적으로 과중한 자유형이 선고된 것과 같을 수 있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일수록 이러한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에서 책임주의에 반할 수 있다"라고 지적하였다 [2015헌ba239]. 저울의 양쪽에 무엇을 함께 놓느냐에 따라 그 균형이 달라짐을 이 대목이 가리킨다.
형벌 조항이 지키려는 법익과 형벌이 빼앗는 법익을 한 저울에 올려놓는 일, 곧 이 장의 읽기를 이와 같이 둔다. 아직 저울의 어느 쪽을 어떤 기준으로 비교하는지, 즉 무엇을 무게로 삼아 읽을지는 이 장의 결론으로 옮기지 않고 남겨 둔다. 미정으로 둔 사실들은 미정으로 남는다.
6.2제37조 단서의 요건
형벌 조항이 지키려는 법익과 형벌이 빼앗는 법익을 저울에 올려놓는 일은, 우선 헌법이 제한을 허용하는 문턱을 읽는 일에서 시작한다. 헌법 제37조 제2항은 자유와 권리를 법률로 제한할 수 있는 경우를 제한한다. 조문이 정하는 첫째 요건은 제한의 목적이다.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이 허용되므로, 그 목적은 제한의 정당성을 떠받치는 첫 자락이 된다. 이에 헌법 제37조 제2항은 그 문턱을 다음과 같이 놓는다.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이 문장은 필요한 경우임을 요건으로 삼고, 제한의 수단을 법률로 한정하며, 나아가 제한을 가하는 경우에도 지켜야 할 하한을 함께 선언한다.
이 가운데 필요한 경우라는 요건은, 제한하려는 목적에 비추어 그 제한이 요청되는지를 묻는다. 형벌이 수단인 경우에도 이 물음은 빠지지 않는다. 형벌 조항이 지키려는 법익이 곧 이 문장이 허용하는 목적에 해당하는지가 먼저 확인되어야 한다. 다만 어떤 기준으로 필요성을 가늠할지, 그 가늠이 형벌에 대해서는 어떤 모양을 띠는지는 이 조문만으로 더 나아가지 않는다. 이는 다음 단계의 읽기로 남는다.
조문은 또 제한의 수단을 법률로 한정한다. 제한이 법률로써 되지 않으면 허용되지 않는다. 형벌은 이 하한을 만족하기 위하여 법률에 근거를 두고 정해져야 한다. 임에게 적용된 형벌 조항이 이득액 5억 원 이상의 경우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해져 있다면, 그 제한은 법률로써 정해진 것이다. 그러나 조문의 문구는 수단을 법률로 한정하는 데서 그친다. 형벌 조항의 내용이 그 목적에 비추어 적정한지는 이 하한만으로는 아직 열리지 않는다.
제37조 단서는 나아가 제한을 가하는 경우에도 지키는 한계를 함께 놓는다. 조문은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선언한다. 이 한계는 제한이 법률로 정해졌다는 이유로 무제한 허용되지는 않음을 뜻한다. 형벌 조항이 지키려는 법익이 무엇이든, 형벌이 빼앗는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은 형벌의 정당성에 제한을 둔다. 이 한계가 형벌에 대해서 어떻게 작동할지는 조문 밖의 기준을 요구하며, 여기서는 조문의 문구가 도달하는 한계만을 적는다.
이와 함께 헌법 제37조 제1열은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자유와 권리를 경시할 수 없음을 선언한다. 헌법 제37조 제1항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고 정한다. 제한의 요건을 읽을 때 이 선언은, 제한이 허용되는 경우라도 그 자유와 권리가 경시되지 않음을 환기한다. 형벌 조항이 지키려는 법익과 형벌이 빼앗는 법익을 한 저울에 올려놓는 읽기는 이 하한들 위에서 진행된다.
따라서 제37조 단서가 정하는 제한의 요건은 목적의 제한, 수단의 제한, 그리고 하한의 존중으로 정리된다. 어느 형벌 조항이 이 요건을 갖추는지, 임에 대한 처벌이 책임에 걸맞은지는 아직 열리지 않았다. 임의 이득액이 6억 원이고 전액을 갚았다는 사실만으로 이 요건의 충족 여부는 판단되지 않는다. 그 판단은 형벌 조항이 무엇을 위하여 무엇을 빼앗는지 살피는 다음 단계의 읽기를 필요로 한다.
6.3형벌이 빼앗는 법익
형벌이 저울의 한쪽에 얹히는 제재이기에 앞서, 형벌은 그 대상자의 법익을 빼앗는다. 그 법익이 무엇인지가 판단에서 드러나는 자리를 확인하는 일은 비례성의 무게를 재는 일이 앞서 다룬 요건의 문턱을 지나 진행되기 전에 짚어야 할 대목이다. 형벌이 빼앗는 법익의 종류와 크기가 결정에서 어떻게 지목되는지를 아래 사례와 함께 살핀다.
형벌이 빼앗는 법익의 구체적 모습은 형벌의 집행이 가져오는 제약에서 선명해진다. 노역장유치가 어떤 법익을 얼마나 제한하는지를 두고 헌법재판소는 2017. 10. 26. 2015헌바239 결정에서 "노역장유치는 그 실질이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으로서 징역형과 유사한 형벌적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형벌불소급원칙의 적용대상이 된다"고 보았다. 이 결정에서 지목된 법익은 신체의 자유이고, 그 제한의 정도는 징역형에 견줄 만한 박탈에 이른다. 이 판시는 형벌불소급원칙의 적용대상 여부에 관한 것이지만, 형벌이 빼앗는 법익이 무엇인지 가늠하는 기준을 함께 제시한다.
그 법익이 얼마나 제한되는지는 제재의 구조가 결정한다. 같은 결정은 노역장유치조항의 존치를 두고 "노역장유치기간의 상한이 3년인 점과 선고되는 벌금 액수를 고려하면 그 하한이 지나치게 장기라고 보기 어렵다"(헌법재판소 2017. 10. 26. 2015헌바239 결정)고 하면서, "노역장유치조항은 유치기간의 하한을 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법관은 그 범위 내에서 다양한 양형요소들을 고려하여 1일 환형유치금액과 노역장유치기간을 정할 수 있다"(헌법재판소 2017. 10. 26. 2015헌바239 결정)고 덧붙였다. 자유의 박탈이라는 법익 제한이 크더라도, 그 크기를 법관이 조정할 여지가 남아 있다는 점이 같은 판단에 함께 놓인다.
법익 제한의 무게는 제재 조항이 다른 규정과 결합할 때 더 무거워질 수 있다. 헌법재판소 2017. 10. 26. 2015헌바239 결정에 대한 재판관 안창호의 보충의견은 "이러한 고액 벌금형의 병과규정과 노역장유치조항이 결합할 경우 실질적으로 과중한 자유형이 선고된 것과 같을 수 있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일수록 이러한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에서 책임주의에 반할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 형벌 조항 하나가 빼앗는 법익의 크기는 그 조항만 놓고 잴 수 없고, 함께 적용되는 규정이 만들어내는 결합의 결과에서 드러난다.
그런데 형벌이 빼앗는 법익의 크기는 미정 사실을 채워 넣지 않은 채 남겨 둔다. 임의 형의 종류와 그 판단의 구체적 경위, 이득액을 계산한 시점의 화폐 가치, 하한을 넘는 감경이 가능한지는 미정이다. 형벌이 임으로부터 빼앗는 법익이 무엇이고 얼마나 제한되는지도 미정이다. 이 형벌 조항이 비례성을 갖추는지, 임에 대한 처벌이 책임에 걸맞은지에 대한 판단 역시 미정으로 남는다. 관찰된 사실이 곧 확정 손해나 고의 같은 법적 평가를 뜻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형벌 조항에 정된 법정형의 구조만으로 그 형벌이 빼앗는 법익의 최종 크기가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형벌이 빼앗는 법익의 종류와 제한의 정도를 지목하는 판시의 자리는 이렇게 확인되었다.
6.4형벌이 지키는 법익
형벌이 빼앗는 법익의 종류와 크기를 살펴본 뒤에는, 그와 마주 놓이는 법익이 무엇인지가 과제로 남는다. 형벌이 보호하려는 법익이 저울의 한쪽에 얼마만큼 놓이는지를 가늠하려면, 우선 헌법이 정한 제한의 조건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를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 제한할 수 있다고 하면서, 그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은 침해할 수 없다고 못 박는다. 이 조항은 형벌이 지키려는 사익이 곧 제한을 정당화하는 목적이 되며, 그 목적이 자유의 본질을 넘어서 침해하는 방식으로 실현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형벌이 보호하는 법익의 크기는 그 법이 겨냥하는 범죄의 성격에서 드러난다. 헌법재판소 2017. 10. 26. 2015헌바239 결정은 노역장유치조항이 주로 적용되는 범죄의 성격을 이렇게 설명한다. "노역장유치조항은 주로 특별형법상 경제범죄 등에 적용되는데, 이러한 범죄들은 범죄수익의 박탈과 함께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가하지 않으면 범죄의 발생을 막기 어렵다." 경제범죄가 끼치는 손실이 크다는 점이 그 범죄를 막기 위한 제재의 강도를 높이는 까닭이 된다. 형벌이 보호하려는 이 법익은 이 사건에서 벌금 납입의 실효를 확보하려는 목적과 맞닿아 있다.
같은 결정은 벌금 납입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 왜 필요한지를 추가로 밝힌다. "벌금에 비해 노역장유치기간이 지나치게 짧게 정해지면 경제적 자력이 충분함에도 고액의 벌금 납입을 회피할 목적으로 복역하는 자들이 있을 수 있으므로, 벌금 납입을 심리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유치기간을 정할 필요가 있다." 이에 더해 결정은 "고액 벌금에 대한 유치기간의 하한을 법률로 정해두면 1일 환형유치금액 간에 발생하는 불균형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형벌이 달성하려는 이 두 가지 목적은 서로 맞물려 있으며, 그 합이 곧 이 저울대에 놓이는 법익의 무게를 이룬다.
그런데 법익의 크기를 읽는 일에는 자제가 요구된다. 앞서 언급된 경제적 손실이 크다는 설명은 경제범죄가 보호 법익에 가하는 위험의 성격을 말할 뿐, 그 손실의 액수를 확정하지 않는다. 화폐 가치가 어느 시점에 얼마였는지, 손해가 실제로 확정되었는지는 여기에서 정해지지 않는다. 결정요지가 다루지 않은 이 사정들을 법익의 크기로 확정해 넣으면, 그 무게는 자료가 뒷받침하지 않는 값이 된다. 보호 법익의 무게를 대략 그릴 수 있을 때에만 저울은 비로소 움직인다.
형벌이 지키는 법익이 저울대에 놓이는 방식은 이와 같다. 헌법이 정한 제한의 한계 안에서, 형벌이 막으려는 범죄가 끼치는 손실과 그 범죄를 막기 위해 필요한 제재의 실효가 함께 계산되어야 한다. 그 계산에 들어갈 값 가운데 자료가 밝히지 않은 것은 미정으로 남는다. 보호 법익의 무게가 이와 같이 확정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는 한, 이 무게가 형벌이 빼앗는 법익과 견주어지는 지점은 다음 단계의 일로 남는다.
6.5두 법익의 비례 비교
형벌이 지키려는 법익을 확인한 뒤에 남는 물음은, 그 법익을 보호하려는 형벌 조항의 무게가 적절한지이다. 헌법은 그 무게의 한계를 분명히 적어 두었다. 「대한민국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 제한할 수 있고,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음을 정한다. 즉 제한의 필요성과 본질 침해 금지를 함께 요구한다.
이 두 가지는 형벌 조항이 두 법익을 견주는 잣대가 된다. 형벌이 지키는 법익이 한쪽에 놓이면, 형벌이 제약하는 자유가 다른 한쪽에 놓인다. 두 저울 접시가 저마다의 무게를 가진 채 맞대어지는 형상이다. 두 접시가 맞대어지는 지점을 형벌 조항의 비례성이 이룬다.
형벌 조항에서 두 법익을 실제로 견주는 방식은 다음 결정에서 살필 수 있다. 헌법재판소 2017. 10. 26. 2015헌바239 결정의 요지는 이 점을 이렇게 적고 있다. "노역장유치조항은 주로 특별형법상 경제범죄 등에 적용되는데, 이러한 범죄들은 범죄수익의 박탈과 함께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가하지 않으면 범죄의 발생을 막기 어렵다."라 하여(헌법재판소 2017. 10. 26. 2015헌바239 결정) 보호하려는 법익의 성격과 보호 수단의 필요를 함께 살핀다.
그리고 헌법재판소 2017. 10. 26. 2015헌바239 결정은 "노역장유치조항은 벌금 액수에 따라 유치기간의 하한이 증가하도록 하여 범죄의 경중이나 죄질에 따른 형평성을 도모하고 있고, 노역장유치기간의 상한이 3년인 점과 선고되는 벌금 액수를 고려하면 그 하한이 지나치게 장기라고 보기 어렵다."라고도 하였다. 법정형의 상한과 하한이 함께 놓여서 제약의 크기를 가늠한다는 뜻이다. 제약의 크기가 지나치게 크면 법익의 무게와 어긋난다.
같은 헌법재판소 2017. 10. 26. 2015헌바239 결정은 "노역장유치조항은 유치기간의 하한을 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법관은 그 범위 내에서 다양한 양형요소들을 고려하여 1일 환형유치금액과 노역장유치기간을 정할 수 있다."라고 덧붙인다. 법관이 그 범위 안에서 제약의 정도를 조절할 수 있으면, 법익 비교는 고정된 값이 아니라 범위 안에서 이뤄진다. 헌법재판소 2017. 10. 26. 2015헌바239 결정은 이 요지에서 "이러한 점들을 종합하면 노역장유치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들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라고 결론을 맺는다.
이러한 견주는 형벌 조항의 비례성을 읽는 틀이다. 이 사건에 쓰인 비교의 항목은 보호하려는 법익의 성격, 제한의 필요, 법정형의 크기, 법관의 조절 여지이다. 임에게 적용할 형벌 조항에서 이 항목이 어떻게 놓이는지, 그리고 그 비교가 이 사건에서 어떤 결론에 이르는지는 이 견주기의 틀 밖에 남는다.
6.6이 장의 결론과 연결
법익의 견줌으로 형벌 조항을 읽어온 흐름을, 그 저울이 여기서 무엇을 가리고 무엇을 가리지 않는지로 정리한다. 형벌 조항을 법익의 비중으로 살피는 일은 조항이 보호하려는 이익과 제한하는 이익을 함께 놓고 보는 일이며, 그 견줌의 결과만을 결론으로 삼는다.
형법 제37조는 자유와 권리를 제한할 때도 본질을 건드리지 말 것을 분명히 한다.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대한민국헌법 제37조). 이 문장은 형벌 조항에 법익의 저울을 올려놓을 근거가 된다. 형벌이 국민의 자유를 제한하는 이상, 그 제한은 필요한 경우에 한정되어야 하고 본질을 넘어서는 안 된다.
이 기준이 형벌 조항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이미 확인된 바 있다. 헌법재판소는 2017년 10월 26일 선고한 결정에서, 벌금의 액수에 따라 노역장유치기간의 하한을 둔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는지를 물었다. 그 결정요지는 "벌금 납입을 심리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유치기간을 정할 필요가 있다"(헌법재판소 2017. 10. 26. 2015헌바239 결정)고 보아, 조항이 지키려는 이익에 무게를 실었다. 같은 결에서 "범죄의 경중이나 죄질에 따른 형평성을 도모하고 있고, 노역장유치기간의 상한이 3년인 점과 선고되는 벌금 액수를 고려하면 그 하한이 지나치게 장기라고 보기 어렵다"(헌법재판소 2017. 10. 26. 2015헌바239 결정)고 밝혔다. 조항이 제한하는 자유가 크지 않다고 본 까닭이다. 결정요지는 "법관은 그 범위 내에서 다양한 양형요소들을 고려하여 1일 환형유치금액과 노역장유치기간을 정할 수 있다"(헌법재판소 2017. 10. 26. 2015헌바239 결정)고 덧붙였다. 법관이 형의 양을 가다듬을 여지가 남아 있다는 점도 저울의 한쪽에 놓였다. 이에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 결을 이 사례의 형벌 조항에 그대로 옮길 수는 없다. 이 사례의 조항은 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이면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하고, 그 금액 기준은 수십 년 전에 정해진 뒤 바뀌지 않았다. 임은 6억 원의 이득을 얻었고 그 전액을 갚았다. 위 결정이 다룬 것은 벌금의 납입을 강제하기 위한 노역장유치기간의 하한이었고, 이 사례의 조항이 정하는 것은 징역형의 하한이다. 두 조항이 지키려는 이익도 제한하는 자유도 같은 무게를 지니지 않는다. 형벌 조항이 비례성을 갖추는지, 임에 대한 처벌이 책임에 걸맞은지는 이 견줌만으로 확정되지 않는다.
나아가 임에 선고된 형의 종류와 그 판단의 구체적 경위, 이득액을 계산한 시점의 화폐 가치, 하한을 넘는 감경이 가능한지는 미정이다. 앞의 결론이 형벌 조항의 비례성을 다루는 틀을 보여주었지만, 그 틀이 이 사례에서 무게를 어디에 둘지까지 정해주지는 않는다. 형벌 조항이 정한 하한을 넘어서 형을 가볍게 할 수 있는지의 물음도 이 장의 법익 저울 위에 올려 결론을 낼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 물음은 법익의 견줌을 벗어나 형벌이 범행에 대한 책임에 걸맞게 정해지는가를 묻는 자리로 넘긴다. 책임의 무게를 형벌의 무게에 맞추는 일은 별도의 기준을 요구하며, 그 기준을 다루는 자리는 다음 장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