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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서비스 접근권: 자기변론과 사법 접근성 · Volume 40 · Chapter 8 · First edition

법원의 석명

법원은 스스로 변론하는 사람의 주장을 분명히 하기 위해 무엇을 물을 수 있는가?

Length
about 2,400 words · 11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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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tatutes · 0 decisions
As of
202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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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mmary
  2. 8.1석명권과 구문권의 문언
  3. 8.2소송관계를 명백히 함
  4. 8.3필요한 질문의 범위
  5. 8.4서류 제출 요구의 문언
  6. 8.5청구원인 정리 지시의 대응
  7. 8.6다음 장으로 남긴 경계
  8. Statutes referred to

Synthetic case The parties and facts in this chapter come from the volume's synthetic case, not from a real matter.

Summary

민사소송법 제136조의 석명권·구문권 문언을 읽고, 소송관계를 명백히 함과 필요한 질문의 범위를 살핀다. 서류 제출 요구의 문언을 더한 뒤, 판사가 청구원인을 정리해 오라고 한 장면을 그 조문에 대어 본다. 석명의무의 범위에 관한 판례는 확인할 자리를 표시한 채로 남긴다.

8.1석명권과 구문권의 문언

소송구조 조문이 남긴 비용의 자리를 절차의 문제로 옮긴 뒤에는, 법원이 재판정에서 무엇을 물을 수 있는지가 다음 쟁점으로 놓인다. 을이 혼자 소장을 내고 첫 변론기일에서 판사로부터 청구원인을 정리해 오라는 말을 들었다면, 판사가 그 자리에서 어떤 질문을 할 수 있는지가 먼저 확인되어야 한다. 이 물음에 답하는 문언이 민사소송법 제136조에 있다.

민사소송법 제136조는 석명권과 구문권의 행사 주체를 나누어 두고 있다. 재판장의 권한에 관하여 민사소송법 제136조 제1항은 "재판장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당사자에게 사실상 또는 법률상 사항에 대하여 질문할 수 있고, 증명을 하도록 촉구할 수 있다"고 정한다. 여기에 담긴 요소는 셋이다. 첫째, 권한을 가진 자는 재판장이다. 둘째, 그 행사의 목적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는 것이다. 셋째, 할 수 있는 행위는 사실상 또는 법률상 사항에 대한 질문과 증명의 촉구다. 을이 첫 변론기일에서 들은 청구원인 정리 요구가 이 문언이 정한 질문의 범위에 놓이는지가 문제다. 조문은 질문의 대상으로 "사실상 또는 법률상 사항"을 둘 다 열고 있으므로, 질문만을 놓고 보면 청구원인과 같은 법률상 사항도 그 대상에서 배제되지 않는다.

재판장 혼자의 권한이 아니라 합의부원의 참여에 관하여는 민사소송법 제136조 제2항이 "합의부원은 재판장에게 알리고 제1항의 행위를 할 수 있다"고 정한다. 제1항의 행위란 앞서 본 질문과 증명 촉구를 가리키며, 합의부원이 이를 하려면 재판장에게 알린다는 절차를 둔다. 이 사례는 단독판사 재판정의 관찰만 적혀 있으므로, 합의부원에 관한 문언이 적용될 자리는 미정이다.

한편 당사자가 질문을 요구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는 민사소송법 제136조 제3항이 "당사자는 필요한 경우 재판장에게 상대방에 대하여 설명을 요구하여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고 정한다. 이 문언에서 요청의 대상은 재판장이고, 요청하는 내용은 상대방에 대한 설명 요구다. 을이 혼자 서면을 쓰면서 상대방의 30쪽짜리 준비서면 내용을 놓쳤다면, 이 항이 정하는 요청의 자리를 검토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을이 실제 이런 요청을 했는지는 관찰된 사실에 없다.

당사자가 법률상 사항을 놓쳤을 때 법원이 취할 태도에 관하여, 민사소송법 제136조 제4항은 "법원은 당사자가 간과하였음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법률상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정한다. 문언의 주어는 제1항의 재판장이 아니라 "법원"이고, 행위도 질문이 아니라 의견 진술 기회의 부여다. 조건도 뚜렷하다. 당사자가 간과하였음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법률상 사항에 관하여여야 한다. 이 사례에서 을의 어떤 법률상 사항이 간과된 것으로 인정되는지, 나아가 그 간과가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상태인지에 관하여는 관찰된 사실이 없고, 미정으로 남는다.

정리하면 제136조의 문언은 재판장의 질문과 증명 촉구, 합의부원의 참여, 당사자의 설명 요구 요청, 법원의 의견 진술 기회 부여를 각각 다른 항에서 다룬다. 각 항의 주어와 행위가 같지 않으므로, 을이 들은 청구원인 정리 요구가 어느 항에 놓이는지는 그 요구가 질문인지 기회 부여인지에 따라 갈린다. 조문이 정하지 않은 요소를 더해 이 요구의 성립 조건이나 한계를 새로 만들 수는 없다.

8.2소송관계를 명백히 함

질문과 촉구의 목적은 조문의 첫머리에 이미 밝혀져 있다. 민사소송법 제136조 제1항은 그 목적이 어디에 놓이는지를 이렇게 적는다. "재판장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당사자에게 사실상 또는 법률상 사항에 대하여 질문할 수 있고, 증명을 하도록 촉구할 수 있다" (민사소송법 제136조). 이 문언에 따르면 재판장이 묻는 자리는 '소송관계'이며, 묻는 방식은 '질문'과 '증명 촉구'로 한정된다. 그러므로 질문이 놓일 자리를 읽으려면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함'이라는 목적이 무엇을 가리키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을은 혼자 소장을 냈고, 첫 변론기일에서 판사는 청구원인을 정리해 오라고 했다. 이 지시가 위 문언에서 말하는 '사실상 또는 법률상 사항'에 관한 질문인지, 아니면 서면 보완을 요구하는 별도의 절차적 조치인지는 판사가 실제로 한 발언의 내용이 뒷받침하지 않으면 판단할 수 없다. 관찰된 사실만으로는 그 성격을 정할 수 없다. 문언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사항'에 관한 질문을 허용한다고 하여, 법원이 내리는 모든 지시가 곧 질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질문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행해져야 하고, 그 방식이 질문인지 여부는 지시의 내용에 달려 있다.

을이 서면 작성에 어려움을 겪는 사정과 상대방이 변호사를 통하여 30쪽짜리 준비서면을 낸 사정은 대비를 이룬다. 그러나 제136조 제1항의 문언은 당사자의 능력이나 대비를 고려할 요건으로 두지 않고, 오직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할 필요만을 전제로 한다. 그러므로 '혼자 소송을 수행하는 당사자'라는 사정은 질문의 허용 여부를 좌우하는 문언상 요건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다만 문언이 요건으로 삼는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라는 목적은 사정을 전혀 살피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그 사정이 무엇을 분명하게 할지에 관해 단서를 줄 수 있을 뿐, 문언이 새 요건을 만들어내지는 않는다. 이 사례에서 판사가 정리해 오라고 한 것이 무엇을 분명하게 하려는 것이었는지는 미정이다.

한편 당사자가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길도 조문에 마련되어 있다. 민사소송법 제136조 제3항은 당사자의 신청권을 이렇게 정한다. "당사자는 필요한 경우 재판장에게 상대방에 대하여 설명을 요구하여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 (민사소송법 제136조). 이 조항은 소송관계를 명백히 하려는 노력을 재판장만의 일로 두지 않고, 당사자가 그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음을 인정한다. '필요한 경우'라는 문구가 요청의 전제로 놓여 있으며, 요청의 상대는 재판장이고 요구의 내용은 '상대방에 대하여 설명을 요구하여 줄 것'이다. 을이 실제로 이 요청을 하였는지 여부는 미정이다. 요청을 하지 않았다 하여 문언이 정한 길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요청의 결과 역시 미정이다.

법원이 스스로 담당하는 몫도 따로 적혀 있다. 민사소송법 제136조 제4항은 법률상 사항에 관하여 이렇게 명한다. "법원은 당사자가 간과하였음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법률상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민사소송법 제136조). 이 단서는 '당사자가 간과하였음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범위에서만 작동하며,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는 방식으로 수행된다. 사항의 종류가 '법률상 사항'으로 한정되어 있다는 점도 문언에서 드러난다. 을이 간과한 법률상 사항이 무엇인지, 법원이 그것을 인정하였는지는 미정이다.

이 사례에서 소송관계를 명백히 하는 작업이 어느 쪽에서 시작되었는지를 가를 만한 자료는 더 남아 있지 않다. 제136조가 정한 목적 자체는 위 인용에서 확인되지만, 이 사례의 질문이 그 목적 안에서 정확히 어느 자리에 놓이는지는 확정되지 않는다. 문언이 목적으로 제시한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함'은 질문과 촉구가 나아갈 방향을 가리킬 뿐, 이 사례의 질문이 그 방향에 들어맞는지까지 저절로 결론짓지 않는다.

8.3필요한 질문의 범위

소송관계를 명백히 하는 목적이 자리를 잡은 뒤에 남는 질문은, 재판장이 실제로 꺼낼 수 있는 질문이 어디까지인지이다. 민사소송법 제136조는 그 범위를 두 갈래로 나누어 놓았다. 하나는 질문이고, 다른 하나는 증명의 촉구이다.

민사소송법 제136조 제1항은 질문의 대상을 이렇게 적는다. "재판장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당사자에게 사실상 또는 법률상 사항에 대하여 질문할 수 있고, 증명을 하도록 촉구할 수 있다." 이 문언에 따르면 재판장의 질문은 사실에 관한 것이든 법률에 관한 것이든 가리지 않는다. 을이 혼자 낸 소장이 청구원인을 어떻게 구성했는지, 상대방이 낸 30쪽짜리 준비서면이 어떤 방어를 내세웠는지는 관찰된 사실의 나열에 그치므로, 그 내용에 관한 질문이 이 범위 안에 놓이는지는 아직 미정이다.

질문과 나란히 놓인 증명의 촉구는 별도의 행위이다. 위 제1항은 질문과 증명을 한 문장에 묶어 두되 "질문할 수 있고, 증명을 하도록 촉구할 수 있다"고 각각 서술한다. 그러므로 재판장이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법률상 사항에 대한 질문에 그치지 않고, 그 사항을 뒷받침할 증명을 당사자가 내도록 독촉하는 데까지 미친다. 증거신청이나 증거조사와 같은 절차적 행위는 이 조문의 문언 안에 직접 적혀 있지 않으므로, 필요한 질문의 범위를 이 문언에서 읽을 때에는 질문과 증명의 촉구를 먼저 구분해 두어야 한다.

합의부 사건에서 질문의 주체는 재판장에 국한되지 않는다. 민사소송법 제136조 제2항은 "합의부원은 재판장에게 알리고 제1항의 행위를 할 수 있다"고 정한다. 합의부원이 질문이나 증명의 촉구를 하려면 재판장에게 먼저 알린다는 절이 붙어 있다는 뜻이다. 이 알림 요건은 단서나 예외 없이 제2항에 함께 적혀 있다.

질문을 요청하는 쪽에서 시작하는 길도 열려 있다. 민사소송법 제136조 제3항은 "당사자는 필요한 경우 재판장에게 상대방에 대하여 설명을 요구하여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고 적는다. 이에 따라 을이 상대방의 설명을 요구해 줄 것을 재판장에게 요청할 수는 있으나, 요청의 결과 재판장이 실제로 설명을 요구하는지는 이 문언만으로는 미정이다.

법률상 사항을 당사자가 놓쳤을 때에는 별도의 기회가 주어진다. 민사소송법 제136조 제4항은 "법원은 당사자가 간과하였음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법률상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정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 조건이 붙는다. 그 사항이 법률상 사항이어야 하고, 당사자가 간과하였음이 분명하다고 인정되어야 한다. 을의 사건에서 어느 법률상 사항이 이 두 조건에 해당하는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상에서 민사소송법 제136조가 재판장의 행위로 적은 것은 질문, 증명의 촉구, 합의부원의 동일 행위, 당사자의 설명 요구 요청, 그리고 간과된 법률상 사항에 대한 의견 진술 기회이다. 이 문언의 범위를 넘어서 석명의무의 한계를 확정하는 일은 하지 않았고, 판례가 그 한계를 어떻게 그었는지는 확인 표지로만 남겨 둔다. 을에게 청구원인을 정리해 오라고 한 일이 어느 행위에 해당하는지, 그 행위가 이 범위 안팎 어디에 놓이는지도 미정이다.

8.4서류 제출 요구의 문언

질문과 촉구의 범위를 구분한 데 이어, 이번에는 서류 제출 요구가 그 문언에 실제로 어떻게 놓여 있는지 살핀다. 민사소송법 제136조는 석명권·구문권 등을 규정하면서, 당사자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것으로 질문과 증명 촉구를 꼽고 있다. 같은 조 제1항은 "재판장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당사자에게 사실상 또는 법률상 사항에 대하여 질문할 수 있고, 증명을 하도록 촉구할 수 있다"고 정한다(민사소송법 제136조). 이 문언에서 서류의 원본이나 등본을 내라고 요구하는 항목은 따로 찾아보기 어렵다. 따라서 을이 보증금 반환을 구하는 사건에서 재판장이 서류를 내라고 한 요구는 이 조항의 문언 위에 직접 얹히는 근거를 갖추지 못한 채로 놓여 있다.

그렇다면 소장과 준비서면에 붙인 서류를 보게 하는 수단은 어디서 오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민사소송법 제136조는 당사자가 요구하는 설명에 관한 규율만을 더 두고 있다. 같은 조 제3항은 "당사자는 필요한 경우 재판장에게 상대방에 대하여 설명을 요구하여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고 정하고(민사소송법 제136조), 제4항은 "법원은 당사자가 간과하였음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법률상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정한다(민사소송법 제136조). 이 두 항에서 서류의 원본 또는 등본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는 문언은 발견할 수 없다. 을의 사건에서 판사가 청구원인을 정리해 오라고 요구한 것과, 서류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은 서로 다른 행위이고, 뒤의 행위에 대응하는 문언은 위 조항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이웃이 을을 위해 서면을 써준 장면도 같은 문언으로 읽힌다. 민사소송법 제136조 제1항의 질문과 촉구는 재판장이 당사자를 향해 하는 행위이므로, 소장이나 준비서면에 첨부된 서류를 이웃이 대신 내놓는지 여부와는 분리해서 보아야 한다. 판사가 을에게 서류를 내라고 한 요구가 제1항의 촉구에 가까운지, 아니면 별도의 절차인지 판단할 자료는 여기에 남아 있지 않다. 다만 조문이 요구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사항"이고 "증명"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을이 받은 준비서면 30쪽에 붙은 서류를 보고자 한다면, 그 원본이나 등본을 내라고 한 요구가 위 조항의 질문과 촉구로 포섭되는지를 물어야 한다. 여기서 확인할 것은 문언이다. 민사소송법 제136조는 서류 제출 요구를 별도 항목으로 열거하지 않았고, 제출이 따르지 않을 경우의 효과나 제재도 두지 않았다. 따라서 을이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어떤 불이익이 뒤따른다고 말할 근거는 위 조항에서 찾을 수 없다. 미정으로 남는 이웃이 받은 금액의 액수와 성격, 대리의 예외 요건 충족 여부는 이 문언과 별개의 문제로 남는다.

이상으로 서류 제출 요구가 민사소송법 제136조의 문언에 어떻게 놓여 있는지 읽었다. 질문과 증명 촉구는 조항에 있으나, 서류 원본·등본 제출 요구는 그 문언에 드러나 있지 않고, 제출이 없는 경우의 효과 역시 조항에 정해져 있지 않다. 을에게 서류 제출을 요구한 일이 실제 있었다면, 그것은 이 조항의 문언과는 별도로 취급되어야 한다.

8.5청구원인 정리 지시의 대응

소장과 서류 제출 요구의 문언을 함께 놓고 보면, 남는 물음은 판사가 내린 청구원인 정리 지시가 제136조의 어떤 행위에 대응하는지이다. 민사소송법 제136조는 석명을 위한 재판장의 권한을 다음과 같이 적는다. "제136조(석명권·구문권 등) ①재판장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당사자에게 사실상 또는 법률상 사항에 대하여 질문할 수 있고, 증명을 하도록 촉구할 수 있다." 이 문언은 질문과 증명촉구를 재판장이 할 수 있는 행위로 열거하며, 그 대상이 사실상 사항인지 법률상 사항인지 가르지 않는다. 을에게 청구원인을 정리해 오라고 한 지시는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려는 질문의 모습을 띠므로, 이 문언의 범위 안에서 읽힌다.

그 지시가 무엇을 요구하는지도 문언에서 따라 읽을 수 있다. 같은 조문은 질문과 증명촉구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한 것임을 전제로 삼는다. 따라서 청구원인 정리 지시는 을이 주장하는 청구의 요건 사실과 근거를 정돈해 밝히라는 요청이며, 을이 새로 권리를 만들어 내라는 요구는 아니다. 을이 보증금 반환 청구의 요건을 제대로 적었는지 여부는 이 지시의 대상이 되지만, 그 요건을 채울 증거까지 당장 내야 하는지는 별개의 물음으로 남는다. 증명을 촉구하는 행위가 실제로 있었는지, 있었다면 어떤 증명이었는지는 관찰된 사실에 드러나 있지 않다.

재판장 혼자만 이 권한을 가진 것은 아니다. 민사소송법 제136조 제2항은 "②합의부원은 재판장에게 알리고 제1항의 행위를 할 수 있다."고 정한다. 이 사건의 첫 변론기일에서 지시를 내린 이가 재판장인지 합의부원인지는 미정이다. 다만 합의부원이 질문을 하려면 재판장에게 알린 뒤에 해야 한다는 요건이 조문에 분명히 놓여 있으며, 그 요건을 지켰는지 여부도 미정으로 남는다.

질문의 대상이 되는 당사자가 상대방의 설명을 요구할 수도 있다. 민사소송법 제136조 제3항은 "③당사자는 필요한 경우 재판장에게 상대방에 대하여 설명을 요구하여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고 선언한다. 을이 상대방의 30쪽짜리 준비서면에 대해 설명을 요구해 달라고 재판장에게 요청했는지는 알 수 없다. 을이 이웃의 도움으로 서면을 썼다는 사실만으로 이 요청이 있었는지 없는지가 정해지지 않으며, 요청이 있었다면 재판장이 응했는지도 미정이다. 이 조항이 당사자에게 주는 것은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이며, 요청에 따라 반드시 설명이 따라야 한다는 뜻은 문언에 적혀 있지 않다.

법원이 스스로 당사자를 놓치지 않도록 하는 장치도 있다. 민사소송법 제136조 제4항은 "④법원은 당사자가 간과하였음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법률상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정한다. 여기에는 앞의 항들과 다른 의무가 실려 있다. 재판장이 "할 수 있다"고 된 제1항과 달리 제4항은 법원이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하여, 간과가 분명한 법률상 사항을 발견한 때에는 진술 기회 제공이 재량에 맡겨지지 않는다. 을이 청구원인에서 어떤 법률상 사항을 빠뜨렸는지, 법원이 그 간과를 분명하다고 인정했는지는 미정이다. 따라서 이 의무가 이 사건에서 발동했는지조차 정해져 있지 않다.

청구원인 정리 지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는 이 문언들이 가리키는 자리 위에서 정해진다. 을은 질문에 답해 소송관계를 분명히 하고, 스스로 놓친 법률상 사항에 대해서는 진술 기회를 받아야 한다. 다만 소송구조 신청의 유무와 그 결과, 이웃이 받은 금액의 액수와 성격, 대리의 예외 요건 충족 여부는 여기서 정해지지 않았다. 이웃이 수고비를 받으면 처벌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는 사실도, 그 말이 어떤 법령에 근거하는지, 이웃이 실제로 얼마를 받았는지, 그 돈이 무엇의 대가인지는 밝혀진 바 없다. 지시에 대응하는 일은 조문이 부여한 질문과 진술 기회의 틀 안에서 서면을 정돈하는 것이며, 그 밖의 사정은 확정되지 않은 채 남는다.

8.6다음 장으로 남긴 경계

청구원인을 정리하라는 지시가 제136조 안에서 어떤 자리를 차우는지를 살핀 뒤에는, 이 조의 밖에 있는 질문을 가려내야 한다. 석명을 다루는 이 장이 어디까지 관할하는지를 분명히 하지 않으면, 다음에 올 쟁점을 여기서 끌어들여 미리 단정하기 쉽다. 먼저 제136조의 문언이 다루는 대상을 확인하기로 한다. 민사소송법 제136조는 제1항에서 "재판장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당사자에게 사실상 또는 법률상 사항에 대하여 질문할 수 있고, 증명을 하도록 촉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문언은 질문과 증명촉구가 모두 재판장이 당사자에게 하는 행위임을 드러내며, 이 사례에서 판사가 을에게 청구원인을 정리해 오라고 한 지시를 뒷받침한다.

그 조의 부속 규정도 같은 쪽에 서 있다. 민사소송법 제136조 제2항은 "합의부원은 재판장에게 알리고 제1항의 행위를 할 수 있다"고 두고, 제3항은 "당사자는 필요한 경우 재판장에게 상대방에 대하여 설명을 요구하여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고 둔다. 즉 합의부원이 질문할 수 있는 길과 당사자가 상대방의 설명을 요구해 줄 것을 청할 수 있는 길이 함께 마련되어 있다. 을이 혼자서 서면을 준비하는 처지에 있어도 상대방의 설명을 요구해 줄 것을 재판장에게 요청할 수 있으므로, 이 사례의 대응 수단으로 그 요건을 확인해 둘 일이다.

한편 법원이 법률상 사항을 놓쳤을 때의 보정도 제136조 안에 들어 있다. 민사소송법 제136조 제4항은 "법원은 당사자가 간과하였음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법률상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간과가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법원이 개입하여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므로, 미정으로 남겨 둔 소송구조 신청의 유무나 결과처럼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정을 법원이 먼저 채워 넣는 일은 이 장에서 논할 바가 아니다. 을이 처한 지위에 관한 평가 역시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이 장이 넘어서지 않는 경계는 변론능력이 없는 경우의 조치이다. 제136조는 질문과 증명촉구, 설명 요구 요청, 법률상 사항에 관한 의견 진술 기회 제공만을 다루고 있어, 변론능력이 없는 사람을 어떻게 다룰지에 관한 대답은 그 안에서 찾을 수 없다. 상대방이 변호사를 내세워 30쪽짜리 준비서면을 낸 점이나 을의 이웃이 서면 작성을 도운 점이 변론능력 문제를 제기하는지 여부도, 여기에서 판단하지 않는다.

대리의 예외 요건이 충족되었는지에 대해서도 단정하지 않는다. 이웃이 수고비를 받으면 처벌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는 사실은 관찰된 사정에 그친다. 그 이웃이 실제로 받은 금액의 액수와 성격, 을이 그 도움을 어떻게 청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 사정이 무변론 대리나 명의대여의 문제로 이어지는지는 다음 단계에서 따질 쟁점으로 남긴다.

이와 같은 변론능력이 없는 경우의 조치와 대리의 예외 요건은 제9장이 다룰 몫이다. 이 장은 청구원인 정리 지시와 서면 왕복 사이에서 제136조가 무엇을 덮고 무엇을 덮지 않는지 가르치는 것으로 제 역할을 다하였다. 남은 질문들은 제144조의 문언이 자리한 곳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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