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이 책이 끝내 답하지 못한 물음과 앞의 논의를 다시 열어야 하는 조건을 정리한다. 보정을 평가할 기록 요건, 전원합의체 의견 분포의 쓰임, 갈래가 늘 때의 요약 문제를 남는 물음으로 두고, 다시 열어야 하는 조건을 밝힌다.
14.1끝내 남은 물음의 자리
대조 기록의 요건을 밝힌 데서 나아가, 이제 이 책이 끝까지 답하지 못한 물음을 자리에 놓아 둔다. 합성 사례에서 작성자는 셋째 쟁점의 문언을 어떻게 읽을지, 둘째 쟁점의 자료가 제출될지, 첫째 쟁점과 셋째 쟁점의 판단이 서로를 제약할지를 밝히지 않았다. 이 물음들은 수치로 환원되지 않은 채 남는다.
첫째 물음은 문언 해석의 자리이다.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은 문언의 범위를 두고 "여기서 ‘손해를 가한 때’란 문언상 ‘손해를 현실적으로 발생하게 한 때’를 의미한다"고 보았다. 그 판결은 나아가 "실해 발생의 위험을 가한 때는 손해를 가한 때와 전혀 같지 않은데도 이 둘을 똑같이 취급하는 해석은 문언해석의 범위를 벗어난 것일 뿐만 아니라, 형벌규정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장하여 해석하는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반한다"(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고 하였다. 합성 사례의 셋째 쟁점에 걸린 문언을 어느 쪽으로 읽을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위 판결이 보여 주듯 같은 문언이라도 읽는 방향에 따라 요건의 폭이 갈린다.
둘째 물음은 자료의 등장 여부이다.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은 새로 나온 자료의 힘을 판단하는 방식으로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을 선고한 법원이 사실인정의 기초로 삼은 증거들 가운데 새로 발견된 증거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고 모순되는 것들은 함께 고려하여 평가하여야 하고, 그 결과 단순히 재심대상이 되는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그 정당성이 의심되는 수준을 넘어 그 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면 그 새로운 증거는 위 조항의 ‘명백한 증거’에 해당한다"고 설시하였다. 합성 사례에서 둘째 쟁점에 관한 자료가 제출될지 여부는 미정이고, 이에 따라 판단에 놓일 자료의 자리도 정해지지 않았다.
셋째 물음은 판단 사이의 관계이다. 앞서 인용한 다수의견은 함께 놓인 증거를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고 모순되는 것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로 묶어 평가하였다. 합성 사례에서 첫째 쟁점과 셋째 쟁점의 판단이 서로를 제약할지 여부도 미정이며, 어느 쪽이 다른 쪽을 끌어당기는지는 판단의 자리에서 드러날 일이다.
이 셋은 각각 해석의 방향, 자료의 등장, 판단의 관계를 가리키며 하나로 합쳐지지 않는다. 이 책은 이 셋에 새 수치를 붙이지 않고, 승패의 확률이나 확정 손해·고의 같은 법적 평가를 확정된 결론으로 넘기지도 않는다. 남은 물음의 자리는 이렇게 비운 채로 남는다.
14.2보정을 평가할 기록 요건
남은 물음을 세 갈래로 갈라 놓았지만, 어느 쪽을 택하든 수치를 움직이려면 먼저 기록의 경계를 밝혀야 한다. 보정의 요구를 무엇으로부터 평가할 수 있는지, 즉 확률 값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록 요건이 무엇인지에 물음의 방향을 둔다.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은 신규 증거를 판단할 때 새로 발견된 증거만이 아니라 기존 증거 가운데 함께 평가할 범위를 정하고 있다. 그 결정이 증거 평가의 장면에서 무엇을 기록에 두고 무엇을 함께 읽도록 요구하는지를 밝히면, 이 사건의 검토 보고서 위에 남은 숫자를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
새로 발견된 증거의 요건을 적으로 정한 판시사항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의 증거 신규성을 다룬다. 그 요건의 기준을 누가 삼을 것인지에 관하여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의 다수의견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 정한 무죄 등을 인정할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란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의 소송절차에서 발견되지 못하였거나 또는 발견되었다 하더라도 제출할 수 없었던 증거를 새로 발견하였거나 비로소 제출할 수 있게 된 때를 말한다"고 밝혔다. 이 문언은 무엇이 새로 들어왔는지, 그리고 그것이 언제 비로소 제출 가능해졌는지를 먼저 가릴 것을 요구한다.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의 별개의견은 같은 조항에서 신규성 기준을 달리 잡으되,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서 무죄 등을 인정할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 해당하는지는, 재심을 청구하는 피고인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재심 개시 여부를 심사하는 법원이 새로이 발견하여 알게 된 것인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고 하하였다. 어느 견해를 따르든, 신규한 증거를 확인한 뒤에라야 함께 놓고 읽을 대상이 정해진다.
함께 평가할 기존 증거의 범위에 관하여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의 다수의견은,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을 선고한 법원이 사실인정의 기초로 삼은 증거들 가운데 새로 발견된 증거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고 모순되는 것들은 함께 고려하여 평가하여야 하고, 그 결과 단순히 재심대상이 되는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그 정당성이 의심되는 수준을 넘어 그 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면 그 새로운 증거는 위 조항의 ‘명백한 증거’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한편 같은 결정의 별개의견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 정한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하여야 할 구 증거의 평가 범위를 다수의견과 같이 제한할 것이 아니라 새로 발견된 증거와 재심대상인 확정판결이 그 사실인정에 채용한 모든 구 증거를 함께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평가·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어느 쪽의 범위를 따르든, 새로 들어온 자료를 떼어 놓고 본다고 평가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보정을 평가할 기록에도, 새로 더해지는 자료와 이미 있던 자료가 함께 놓일 자리가 있어야 한다.
이 사건의 검토 보고서에는 쟁점이 셋이고, 그중 둘은 자사에 유리하며 하나는 반반이라는 답이 구두로 남았다. 셋째 쟁점에 걸린 문언을 어떻게 읽을 것인지, 둘째 쟁점에 관한 자료가 제출될 것인지, 첫째 쟁점과 셋째 쟁점의 판단이 서로를 제약할 것인지는 미정이다. 그러므로 둘은 유리하고 하나는 반반으로 보았다는 발화는 서류 위에 논거를 이루지 못한다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그 말이 기록으로 옮겨지고, 유리하다고 본 근거와 반반이라 본 근거가 하나씩 적힌 뒤에라야, 새로 더해지는 자료를 무엇과 함께 읽을지가 정해진다. 기록에 남지 않은 발화는 보정의 앞뒤를 비교하는 데 짚을 대상이 되지 못한다.
한편 이 소송에서 질 확률이 30%라는 문장은 보고서에 적혀 있다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그 문장과 둘은 유리하고 하나는 반반이라는 말이 같은 기록에 함께 놓인 뒤에라야, 30%라는 값이 무엇에서 나왔는지를 되짚어 보정 여부를 가릴 수 있다. 앞의 평가 범위를 정한 판시사항의 취지가 이 사건에 이렇게 적용된다는 뜻이며, 어떤 평가가 옳다는 확정은 아니다. 청구 금액과 판결이 당사자에게 낳을 결과도 미정이므로, 승패의 확률이나 확정 손해·고의 같은 법적 평가는 여기서 만들어내지 않는다. 보정을 평가하려면 새로 더해진 자료와 이미 있던 기록이 함께 놓인 자리가 있어야 하고, 이 사건에는 그 자리가 아직 채워지지 않았다.
14.3전원합의체 의견 분포의 쓰임
이전 절에서 보정을 평가할 기록 요건을 살핀 데 이어, 여기에서는 전원합의체 판결 안에 수록된 의견 분포를 확률적 표현에 빌릴 수 있는지가 남는다. 쟁점 셋 가운데 둘은 자사에 유리하고 하나는 반반이라는 구두 답이 30%라는 숫자로 이어진 까닭을 물으려면, 먼저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이 갈리는 자리가 무엇을 뜻하는지 판결문이 밝힌 범위를 확인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은 배임죄의 기수시기 판단 기준에 관해 쟁점을 세 갈래로 나누어 판시사항을 적었다. 그중 두 번째 쟁점은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대표권을 남용하는 등 임무에 위배하여 약속어음 발행을 한 행위가 배임죄의 기수 또는 미수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을 묻는다. 이 쟁점 아래에서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이 따로 서술되어 있다.
다수의견은 먼저 배임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을 확인하면서, 실행의 착수와 기수의 시점을 이렇게 나눈다.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배임의 범의로, 즉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한다는 점과 이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점에 대한 인식이나 의사를 가지고 임무에 위배한 행위를 개시한 때 배임죄의 실행에 착수한 것이고, 이러한 행위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기수에 이른다"(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이 구분은 아래에서 의무부담행위와 약속어음 발행을 나누어 다루는 틀이 된다.
대표권 남용에 따른 의무부담행위에 관하여 다수의견은 상대방의 인식 여부에 따라 효력과 손해 평가를 갈라놓는다. "상대방이 대표권남용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 그 의무부담행위는 원칙적으로 회사에 대하여 효력이 없고, 경제적 관점에서 보아도 이러한 사실만으로는 회사에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하였다거나 실해 발생의 위험이 초래되었다고 평가하기 어려우므로, 달리 그 의무부담행위로 인하여 실제로 채무의 이행이 이루어졌다거나 회사가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게 되었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이상 배임죄의 기수에 이른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이어서 "그러나 이 경우에도 대표이사로서는 배임의 범의로 임무위배행위를 함으로써 실행에 착수한 것이므로 배임죄의 미수범이 된다"(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반면 "상대방이 대표권남용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있어 그 의무부담행위가 회사에 대하여 유효한 경우에는 회사의 채무가 발생하고 회사는 그 채무를 이행할 의무를 부담하므로, 이러한 채무의 발생은 그 자체로 현실적인 손해 또는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이라고 할 것이어서 그 채무가 현실적으로 이행되기 전이라도 배임죄의 기수에 이르렀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약속어음 발행에 이르러서도 다수의견은 같은 틀을 유지하되 유통 여부를 더한다. "어음발행이 무효라 하더라도 그 어음이 실제로 제3자에게 유통되었다면 회사로서는 어음채무를 부담할 위험이 구체적·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보아야 하고, 따라서 그 어음채무가 실제로 이행되기 전이라도 배임죄의 기수범이 된다"(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나아가 "약속어음 발행이 무효일 뿐만 아니라 그 어음이 유통되지도 않았다면 회사는 어음발행의 상대방에게 어음채무를 부담하지 않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회사에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였다거나 실해 발생의 위험이 발생하였다고도 볼 수 없으므로, 이때에는 배임죄의 기수범이 아니라 배임미수죄로 처벌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같은 쟁점에 관한 별개의견은 출발점부터 갈린다. "배임죄는 위험범이 아니라 침해범으로 보아야 한다. 배임죄를 위험범으로 파악하는 것은 형법규정의 문언에 부합하지 않는 해석이다"(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나아가 "종래의 판례는 배임죄의 ‘손해를 가한 때’에 현실적인 손해 외에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된다고 해석함으로써 배임죄의 기수 성립 범위를 넓히고 있다"(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그리고 "실해 발생의 위험을 가한 때는 손해를 가한 때와 전혀 같지 않은데도 이 둘을 똑같이 취급하는 해석은 문언해석의 범위를 벗어난 것일 뿐만 아니라, 형벌규정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장하여 해석하는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반한다"(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다만 이 별개의견의 남은 부분은 판결문의 인용 범위 밖에 있어, 그 결론의 전모는 여기서 다루지 않는다.
이 판결에서 확인되는 것은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이 배임죄를 무엇으로 볼 것인지에서 갈려, 기수의 범위에 관한 결론이 서로 다르게 서술되었다는 사실이다. 검토 보고서의 30%는 셋째 쟁점의 문언을 어떻게 읽을 것인지가 미정인 가운데 구두로만 들은 비중에서 나왔다. 의견이 갈린 자리마다 얼마씩의 비중이 있다는 식의 대응은 이 판결이 밝힌 바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이 판결의 의견 분포는 확률 값의 근거로 옮겨 쓸 수 없으며, 30%가 무엇에 대한 값인지는 둘째 쟁점의 자료 제출과 셋째 쟁점의 문언 해석이 확정될 때까지 미정으로 남는다.
14.4갈래가 늘 때의 요약 문제
의견 분포를 확률적 표현에 빌릴 수 있다고 보았다면, 이제 분기가 셋을 넘어 늘어날 때 요약이 무엇을 잃는지를 물어야 한다. 이 물음은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의 갈림을 따라가면 구체화된다. 이 결정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의 재심사유를 둘러싸고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이 갈렸으며, 그 갈림은 한 자리에 모이지 않고 쟁점마다 다른 지점에서 벌어졌다.
첫째 지점은 증거의 신규성 기준이다.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의 다수의견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의 문언과 재심의 성격을 함께 읽어 신규성에서 제외되는 경우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피고인이 재심을 청구한 경우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의 소송절차 중에 그러한 증거를 제출하지 못한 데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그 증거는 위 조항에서의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서 제외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이 구절은 피고인 측의 과실이라는 조건을 신규성 판단에 얹어 놓는다. 이 사례에서 첫째 쟁점에 관한 자료가 제출될지 여부는 미정이므로, 과실 유무에 관한 판단이 어느 쟁점과 묶일지도 미정이다. 작성자가 구두로 답한 것은 셋 가운데 둘이 자사에 유리하고 하나는 반반이라는 것뿐이며, 어느 쟁점에 어느 갈래를 붙였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므로 어떤 증거가 신규성을 잃을지조차 여기서는 열려 있다.
같은 지점에서 별개의견은 기준의 자리를 옮긴다. 같은 결정의 별개의견은 문언이 대상을 제한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다음과 같이 말한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서 무죄 등을 인정할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 해당하는지는, 재심을 청구하는 피고인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재심 개시 여부를 심사하는 법원이 새로이 발견하여 알게 된 것인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이 구절은 기준을 법원의 인식에 놓음으로써 피고인의 귀책사유를 신규성 판단에서 떼어 놓는다. 이 사례에서 셋째 쟁점에 걸린 문언을 어떻게 읽을지는 미정이나, 법원의 인식을 기준으로 삼을지는 작성자의 대답과 별개의 물음으로 남는다. 기준이 피고인에게 놓이느냐 법원에게 놓이느냐에 따라 증거 한 점의 새것 여부가 엇갈리고, 요약된 숫자는 그 갈림 가운데 어느 쪽을 접었는지 밝히지 않는다.
둘째 지점은 명백한 증거를 판단할 때 함께 볼 기존 증거의 범위이다.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의 다수의견은 그 범위와 판단의 문턱을 한 구절에 묶어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을 선고한 법원이 사실인정의 기초로 삼은 증거들 가운데 새로 발견된 증거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고 모순되는 것들은 함께 고려하여 평가하여야 하고, 그 결과 단순히 재심대상이 되는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그 정당성이 의심되는 수준을 넘어 그 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면 그 새로운 증거는 위 조항의 ‘명백한 증거’에 해당한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이 구절은 어느 증거를 묶어 볼지의 범위를 함께 정한다. 그 범위가 넓어지면 함께 보이는 반증도 늘고, 좁혀지면 문턱을 넘는 일이 쉬워진다. 이 사례에서 둘째 쟁점에 관한 자료가 제출될지가 미정이므로, 묶음의 폭이 어느 자리에서 정해질지도 미정이다. 아울러 세 쟁점 가운데 어느 것이 유리하고 어느 것이 반반이라는 답은 범위의 폭과 무관하게 유지되므로, 그 답만으로는 문턱의 높이를 가늠할 수 없다.
반면 별개의견은 그 묶음을 좁힐 근거가 없다고 본다. 같은 결정의 별개의견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새로 발견된 증거와 확정판결이 채용한 구증거들 사이의 밀접한 관련성이나 모순성은 실제 각 사안에서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는바,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법원이 각 사안에 따라 새로운 증거와 확정판결이 채용한 증거들을 함께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타당하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이 구절은 모든 구 증거를 종합의 대상으로 두고 판단을 사안에 맡긴다. 이 사례에서 첫째 쟁점과 셋째 쟁점의 판단이 서로를 제약할지가 미정이므로, 어느 쪽 범위를 따를지도 여기서는 정해지지 않는다. 이 지점에서 셋째 쟁점의 문언 해석은 범위 논의와 겹쳐 다시 나타나고, 앞서 본 신규성 기준과는 또 다른 자리에서 갈린다.
결정의 갈래는 쟁점 하나에 하나씩 대응하지 않는다. 신규성 하나와 명백성 하나라는 두 축 위에서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이 각각 다른 범위를 잡고, 그 범위의 폭이 곧 남는 물음의 폭이 된다. 작성자가 구두로 남긴 말은 셋 가운데 둘이 자사에 유리하고 하나는 반반이라는 것이었으나, 그 말이 어느 쟁점에 어느 의견을 붙였는지 밝히지 않으므로, 요약한 숫자가 어떤 갈래를 접고 어떤 갈래를 펼쳤는지는 미정이다. 이 소송의 청구 금액과 판결이 당사자에게 낳을 결과도 미정이므로, 접힌 갈래가 셋째 쟁점의 문언 해석과 맞물릴 때 숫자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역시 열려 있다. 요약이 분기를 접어 넘어가는 한, 접힌 자리에 무엇이 남았는지는 요약만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14.5다시 열어야 하는 조건
요약이 분기를 놓치는 만큼 남는 물음이 쌓인 데서 논의를 접고, 이제 앞에서 미정으로 남긴 사안을 그대로 두고 어떤 조건이 갖추어져야 그 검토를 다시 열 것인지를 묻는다.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은 새로운 증거를 다루는 법원의 태도를 두고 의견이 갈렸다. 이 사례에서 이 소송에서 질 확률 30%라는 숫자는 세 쟁점에 대한 구두 답에서 나왔고, 그중 셋째 쟁점의 문언 해석과 둘째 쟁점의 자료 제출 가능성, 첫째 쟁점과 셋째 쟁점의 판단 관계는 모두 미정이다. 다시 열어야 하는 조건이란 이 미정 사항들이 풀리는 때를 뜻한다.
우선 둘째 쟁점에 관한 자료가 실제로 제출되었는지가 첫 번째 조건이다.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에서 다수의견은, 새로 발견된 증거를 평가할 때 법원이 "새로 발견된 증거만을 독립적·고립적으로 고찰하여 그 증거가치만으로 재심의 개시 여부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을 선고한 법원이 사실인정의 기초로 삼은 증거들 가운데 새로 발견된 증거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고 모순되는 것들은 함께 고려하여 평가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자료가 제출되는 때에는 기존에 있던 증거들과 나란히 놓고 그 관계를 살피는 작업이 새로 시작된다. 구두 답만으로는 그 관계를 가늠할 수 없다.
셋째 쟁점에 걸린 문언을 어떻게 읽을지도 마찬가지 조건이다. 같은 결정의 별개의견은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 관하여 새로 발견된 증거와 확정판결이 채용한 구증거들 사이의 밀접한 관련성이나 모순성은 실제 각 사안에서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고 하였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이 사례에서 셋째 쟁점의 문언 해석이 한 방향으로 정해지면, 그 해석을 전제로 다른 쟁점의 무게가 달라진다. 문언의 읽기가 확정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는 한, 반반이라는 구두 답은 그 자체로 값이 고정되지 않는다.
첫째 쟁점과 셋째 쟁점의 판단이 서로를 제약하는지도 확인되지 않은 조건 가운데 하나다.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은, 배임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요소인 손해 발생 여부를 판단할 때 "구체적 사안별로 타인의 사무의 내용과 성질, 임무위배의 중대성 및 본인의 재산 상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한 쟁점의 판단에 담기는 사정이 다른 쟁점의 판단에 담기는 사정과 겹치거나 어긋나는지를 살피지 않고는 요약된 수치를 갱신할 수 없다.
이 사례에 관한 한, 앞서 관찰된 것은 검토 보고서에 적힌 문장과 작성자의 구두 답뿐이다. 같은 판결의 별개의견은 배임죄의 '손해를 가한 때'에 관한 문언을 놓고, "여기서 '손해를 가한 때'란 문언상 '손해를 현실적으로 발생하게 한 때'를 의미한다"고 읽으며 그와 다른 해석을 문언해석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비판하였다(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셋째 쟁점의 문언을 놓고도 같은 종류의 갈림이 예정되어 있다. 미정으로 남은 해석의 방향이 정해지는 때가 바로 이 검토를 다시 여는 때다.
따라서 이 소송에서 질 확률 30%라는 값은 세 쟁점에 대한 구두 요약에 기대어 붙인 것이며, 그 값은 자료 제출의 유무, 문언 해석의 방향, 쟁점 사이의 판단 관계가 확인될 때마다 다시 묻어야 한다. 청구 금액과 판결이 당사자에게 낳을 결과가 미정으로 남아 있는 이상, 확정된 손해나 승패의 결론을 여기에 보탤 수 없다. 다시 열어야 하는 조건은 새 수치를 미리 정해 두는 일이 아니라, 미정 사항이 풀리는 지점을 놓치지 않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