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의 판결요지를 배열 그대로 읽어, 해석의 불확실성이 판결문의 어디에 드러나는지를 찾는다. 다수의견이 선 자리와 별개의견이 갈린 지점, 반대의견이 갈린 지점을 대응시켜 갈림이 남긴 기록 형식을 정리한다.
5.1판결문의 배열 읽기
법령의 문언과 그 운용을 가른 자리에서, 이제는 판결문 자체에 드러난 의견의 배열을 확인할 차례이다. 위에서 다룬 형사소송법상의 판단 문제와 달리, 판결문은 다수의견과 다른 의견이 나란히 실린 구조를 그대로 보여 준다. 이 글은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의 판결요지에 담긴 배열을 먼저 읽는다.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의 판결요지는 맨 앞에 배임죄 성립요건을 다룬 부분을 두고, 그 뒤로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의 자리를 차례로 놓는다. 배임죄 성립요건을 설명한 첫 부분은 "[1] 형법 제355조 제2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형법 제359조는 그 미수범은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선을 긋는다. 이 인용이 이 판결요지의 출발점을 이룬다.
곧바로 판결요지는 다수의견의 자리를 "[다수의견]"이라는 표시로 열고, 그 안에서 다시 "(가)", "(나)", "(다)"의 항을 나눈다. "(나)" 항이 대표권 남용의 경우를 다루며 회사 채무의 유효 여부를 기준으로 삼고, "(다)" 항은 같은 논리를 약속어음 발행에 적용한다. 배열상으로는 다수의견이 먼저 자리를 잡고 그 구조를 세 부분으로 나누어 보여 준다.
판결요지는 그 뒤에 "[대법관 박보영, 대법관 고영한,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김신의 별개의견]"이라는 표시를 놓는다. 이 표시는 네 명의 대법관이 이름을 밝힌 의견임을 드러낸다. 그 별개의견은 "(가)" 항에서 "배임죄는 위험범이 아니라 침해범으로 보아야 한다."고 다른 해석을 제시하고, "실해 발생의 위험을 가한 때는 손해를 가한 때와 전혀 같지 않은데도 이 둘을 똑같이 취급하는 해석은 문언해석의 범위를 벗어난 것일 뿐만 아니라, 형벌규정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장하여 해석하는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반한다."고 말한다. 이는 다수의견의 "(나)" 항이 취한 해석과 갈리는 지점이다.
배열을 이렇게 읽어 두면, 판결문은 다수의견이 먼저 자리를 잡고, 그 뒤에 다른 의견이 이름과 함께 놓이는 순서로 갈림을 담아 둔다. 다만 판결요지에 나타난 각 의견의 항목과 표시만을 확인한 것으로, 각 의견이 실제로 어떤 사실관계를 전제로 삼았는지, 첫째·둘째·셋째 쟁점의 판단이 서로를 어떻게 제약하는지에 대해서는 이 판결요지가 자세한 내용을 말하지 않는다. 그러한 부분은 미정으로 남는다. 이 소송의 청구 금액과 판결이 당사자에게 낳을 결과도 마찬가지로 미정이며, 여기 적은 것은 판결요지에 드러난 표시와 문언의 배열일 뿐이다.
5.2다수의견이 선 자리
2014도1104 판결이 세 의견으로 갈리는 배열을 확인한 뒤에, 그 갈림을 읽기 전에 먼저 다수의견이 확정하려 한 해석의 자리를 가려내야 한다. 다수의견은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 배임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요소인 손해 발생 또는 배임죄의 보호법익인 피해자의 재산상 이익의 침해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종래의 대법원판례를 기준으로 하되 구체적 사안별로 타인의 사무의 내용과 성질, 임무위배의 중대성 및 본인의 재산 상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고 선언하였다. 이 구절은 판단의 기준으로서 종래 판례를 놓되, 세 가지 사정을 함께 살피라고 지시한다.
다수의견은 그 앞문장에서 왜 이런 지시가 필요한지 이유를 밝힌다. 같은 판결의 다수의견은 "(…)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형식적으로는 본인을 위한 법률행위를 하는 외관을 갖추고 있지만 그러한 행위가 실질적으로는 배임죄에서의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하는 경우, 이러한 행위는 민사재판에서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민법 제103조 참조) 등에 해당한다는 사유로 무효로 판단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데, 형사재판에서 배임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에도 이러한 행위에 대한 민사법상의 평가가 경제적 관점에서 피해자의 재산 상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한다. 무효 판단의 가능성이 적지 않은 행위라 하여 곧바로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아서는 안 되며, 그 법률행위의 평가가 재산 상태에 남기는 영향을 경제적 관점에서 살피라는 뜻이다.
다수의견은 의무부담행위의 경우에 그 기준을 구체화한다. 대표권 남용으로 회사가 의무를 부담한 경우에, "상대방이 대표권남용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 그 의무부담행위는 원칙적으로 회사에 대하여 효력이 없고, 경제적 관점에서 보아도 이러한 사실만으로는 회사에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하였다거나 실해 발생의 위험이 초래되었다고 평가하기 어려우므로, 달리 그 의무부담행위로 인하여 실제로 채무의 이행이 이루어졌다거나 회사가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게 되었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이상 배임죄의 기수에 이른 것은 아니다"라고 설시하였다. 다만 이 경우에도 "대표이사로서는 배임의 범의로 임무위배행위를 함으로써 실행에 착수한 것이므로 배임죄의 미수범이 된다"고 밝힌다. 기수와 미수의 갈림이 여기에 붙어 있다.
상대방이 진의를 몰라 의무부담행위가 유효한 경우에 대해서는 반대쪽의 선을 제시한다. 다수의견은 "회사의 채무가 발생하고 회사는 그 채무를 이행할 의무를 부담하므로, 이러한 채무의 발생은 그 자체로 현실적인 손해 또는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이라고 할 것이어서 그 채무가 현실적으로 이행되기 전이라도 배임죄의 기수에 이르렀다고 보아야 한다"고 하였다. 채무의 발생 자체를 손해 또는 그 위험으로 평가한다는 점이 앞의 무효 경우와 구별된다.
약속어음 발행에 관하여 다수의견은 의무부담행위와 같은 방향을 유지하되 어음의 유통을 별도의 기준으로 삼는다. 같은 판결의 다수의견은 "어음발행이 무효라 하더라도 그 어음이 실제로 제3자에게 유통되었다면 회사로서는 어음채무를 부담할 위험이 구체적·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보아야 하고, 따라서 그 어음채무가 실제로 이행되기 전이라도 배임죄의 기수범이 된다"고 본다. 반면 "약속어음 발행이 무효일 뿐만 아니라 그 어음이 유통되지도 않았다면 회사는 어음발행의 상대방에게 어음채무를 부담하지 않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회사에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였다거나 실해 발생의 위험이 발생하였다고도 볼 수 없으므로, 이때에는 배임죄의 기수범이 아니라 배임미수죄로 처벌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이렇게 볼 때 다수의견이 선 자리는 손해의 객관적 구성요건요소를 넓히되, 그 폭을 민사법상의 효력과 경제적 영향에 대한 판단에 붙여 둔 자리이다. 이 판결에서 확인되는 것은 앞서 기록한 검토 보고서의 확률 문제와 별개의 일이다. 30%라는 숫자가 어디에서 나왔는지를 묻는 자리에서, 다수의견이 확정한 것은 하나의 판결에 관한 판단 기준일 뿐이며, 이 소송의 청구 금액과 그 판결이 당사자에게 낳을 결과는 미정이다.
5.3별개의견이 갈린 지점
다수의견이 세운 기준선은 손해의 기수시기를 의무부담행위의 유효 여부와 어음 유통 여부에 두고 있었다. 이 기준선에 서 있는 다수의견과 나란히 선 별개의견은, 그 자리를 바로 앞 문언의 읽는 법에서 벗어난다. 별개의견이 갈라선 지점을 찾으려면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에 실린 별개의견의 첫 문장부터 따라가야 한다.
별개의견은 무엇보다 배임죄의 성격을 문제 삼는다. 그 이유를 이렇게 밝힌다. "배임죄는 위험범이 아니라 침해범으로 보아야 한다. 배임죄를 위험범으로 파악하는 것은 형법규정의 문언에 부합하지 않는 해석이다"(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별개의견은 이 문장에서 범죄의 성격을 위험범과 침해범 사이에서 갈라놓는다. 이 사례에서 검토 보고서의 확률 산정이 다루어야 할 쟁점이 셋이라면, 별개의견은 그 셋 가운데 어느 것 하나를 직접 판단하지 않고, 배임죄를 어느 유형에 놓을지 하는 앞단의 질문만을 붙잡는다.
별개의견은 이어 문언을 근거로 든다. "형법 제355조 제2항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여기서 '손해를 가한 때'란 문언상 '손해를 현실적으로 발생하게 한 때'를 의미한다"(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별개의견은 조문의 '손해를 가한 때'를 현실적 손해의 발생으로 한정하여 읽는다. 이 사례에서 셋째 쟁점에 걸린 문언을 어떻게 읽을 것인지가 미정이라면, 별개의견의 이 읽기는 확정된 해석이라기보다는 해석의 한 방향으로만 남는다.
갈림은 종래 판례를 향해 이어진다. 별개의견은 그 까닭을 이렇게 적는다. "그럼에도 종래의 판례는 배임죄의 '손해를 가한 때'에 현실적인 손해 외에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된다고 해석함으로써 배임죄의 기수 성립 범위를 넓히고 있다"(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이 대목은 실해 발생의 위험까지 기수의 범위로 끌어들인 기존 해석을 겨눈다. 별개의견이 문제 삼는 자리는 손해의 범위가 아니라, 그 손해를 기수의 시점에 언제 놓느냐 하는 데에 붙어 있다.
별개의견은 그 확장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를 세운다. "실해 발생의 위험을 가한 때는 손해를 가한 때와 전혀 같지 않은데도 이 둘을 똑같이 취급하는 해석은 문언해석의 범위를 벗어난 것일 뿐만 아니라, 형벌규정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장하여 해석하는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반한다"(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문언의 범위와 죄형법정주의가 별개의견의 둘째 근거로 놓인다. 이 사례에서 검토 보고서의 '질 확률 30%'가 어떤 문언의 읽기에 붙어 있는지가 미정이라면, 별개의견이 세운 이 근거는 확률의 값 자체를 바꾸지 않는다.
별개의견이 갈라선 자리는 문언해석의 범위에 붙어 있다. 손해를 언제 보느냐 하는 기수시기의 문제에서, 별개의견은 현실적 손해로 한정된 문언의 뜻을 지키려 하고 다수의견은 실해 발생의 위험까지 함께 보려 한다. 별개의견은 첫째 쟁점과 셋째 쟁점의 판단이 서로를 제약하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둘째 쟁점에 관한 자료의 제출 여부 역시 미정으로 남는다. 이 소송의 청구 금액과 판결이 당사자에게 낳을 결과도 이 갈림 밖에 있다. 그러므로 이 갈림을 다른 논점에 이어 붙일 수는 없다.
5.4반대의견이 갈라선 지점
별개의견이 갈라선 자리를 나눈 데서 나아가, 이 소송에서 질 확률 30%라는 숫자가 붙어 있는 검토 보고서의 작성자는 셋째 쟁점의 문언을 어떻게 읽을지 미정으로 두었다고 답했다. 반대의견이 다수의견의 결론과 갈라선 자리를 찾아, 그 갈림이 어느 판단에 붙어 있는지 읽어 보기로 한다. 반대의견이 말하지 않은 사유를 그에 덧붙이지 않아야 한다.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의 판시사항은 셋째 쟁점에 걸린 문언을 읽는 문제를 담고 있다. 판시사항 [2]는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대표권을 남용하는 등 임무에 위배하여 약속어음 발행을 한 행위가 배임죄의 기수 또는 미수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을 다룬다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같은 판시사항 [2] 안에 '[다수의견]'과 '[대법관 박보영, 대법관 고영한,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김신의 별개의견]'이 함께 실려 있다. 이 판결에 '반대의견'이라는 이름으로 실린 의견은 제시된 판시사항과 그 요지 안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다수의견은 대표권남용에 의한 의무부담행위의 효력을 기준으로 기수와 미수를 가른다. 그 의무부담행위가 회사에 대하여 유효한 경우에 관하여 다수의견은 "이러한 채무의 발생은 그 자체로 현실적인 손해 또는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이라고 할 것이어서 그 채무가 현실적으로 이행되기 전이라도 배임죄의 기수에 이르렀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약속어음 발행의 경우에도 다수의견은 "그 어음이 실제로 제3자에게 유통되었다면 회사로서는 어음채무를 부담할 위험이 구체적·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보아야 하고, 따라서 그 어음채무가 실제로 이행되기 전이라도 배임죄의 기수범이 된다"고 기준을 제시했다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반면 별개의견은 같은 자리에서 갈라선다. 별개의견은 배임죄의 성립 시점에 관해 "여기서 '손해를 가한 때'란 문언상 '손해를 현실적으로 발생하게 한 때'를 의미한다"고 읽는다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이어 별개의견은 종래 판례를 향해 "실해 발생의 위험을 가한 때는 손해를 가한 때와 전혀 같지 않은데도 이 둘을 똑같이 취급하는 해석은 문언해석의 범위를 벗어난 것일 뿐만 아니라, 형벌규정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장하여 해석하는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반한다"고 적었다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갈림은 '손해를 가한 때'에 실해 발생의 위험을 포함할 것인지라는 문언의 범위에 붙어 있다.
위에서 옮긴 의견은 모두 판시사항 [2]의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에 실린 문장이다. 따라서 별개의견이 갈라선 자리는 셋째 쟁점의 문언을 읽는 자리와 겹쳐 있으나, 반대의견이 결론 자체에서 갈라선 자료는 제공되지 않았다. 이 소송에서 작성자가 구두로 밝힌 것은 셋째 쟁점에 걸린 문언을 어떻게 읽을지가 미정이라는 점이고, 여기 적은 것은 관찰된 말의 기록일 뿐 승패의 확률을 확정하는 것이 아니다. 첫째 쟁점과 셋째 쟁점의 판단이 서로를 제약할지, 둘째 쟁점에 관한 자료가 제출될지도 역시 미정으로 남는다.
5.5갈림 자리들의 대응
이렇게 갈린 자리를 나란히 놓으면, 그 갈림이 같은 자리를 두고 겹치는지 서로 다른 자리에 붙어 있는지가 드러난다.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은 회사에 대한 의무부담행위의 유효 여부에 따라 기수와 미수를 나누어 놓았다.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은 이 자리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따라서 상대방이 대표권남용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 그 의무부담행위는 원칙적으로 회사에 대하여 효력이 없고, 경제적 관점에서 보아도 이러한 사실만으로는 회사에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하였다거나 실해 발생의 위험이 초래되었다고 평가하기 어려우므로, 달리 그 의무부담행위로 인하여 실제로 채무의 이행이 이루어졌다거나 회사가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게 되었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이상 배임죄의 기수에 이른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이 인용은 회사에 대한 효력과 손해 발생을 따로따로 살펴 기수의 성립을 가르는 자리를 가리킨다. 같은 다수의견은 이와 달리 의무부담행위가 효력을 유지하는 경우에는 "회사의 채무가 발생하고 회사는 그 채무를 이행할 의무를 부담하므로, 이러한 채무의 발생은 그 자체로 현실적인 손해 또는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이라고 할 것이어서 그 채무가 현실적으로 이행되기 전이라도 배임죄의 기수에 이르렀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고 본다. 효력이 유지되는 경우 채무의 발생 자체를 손해로 보아 기수에 이르렀다고 하는 자리가 앞의 자리와 대비를 이룬다.
별개의견은 이 자리에 붙는 문언을 다르게 읽는다. 별개의견은 배임죄를 침해범으로 보아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여기서 ‘손해를 가한 때’란 문언상 ‘손해를 현실적으로 발생하게 한 때’를 의미한다."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고 적고 있다. 이 인용은 손해의 문언을 현실적 손해에 한정하여 읽는 자리를 가리킨다. 별개의견은 이 해석이 나아가는 방향도 함께 밝힌다. "실해 발생의 위험을 가한 때는 손해를 가한 때와 전혀 같지 않은데도 이 둘을 똑같이 취급하는 해석은 문언해석의 범위를 벗어난 것일 뿐만 아니라, 형벌규정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장하여 해석하는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반한다."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실해 발생의 위험을 손해에 포함하는 해석을 문언해석의 범위 밖으로 보는 자리가, 다수의견이 그 위험을 기수의 근거로 삼는 자리와 같은 문언을 두고 갈리는 지점이다. 이로써 판결문에 드러난 갈림 자리의 겹침이 확인된다.
그 겹침에도 자리는 서로 다르게 붙어 있다. 다수의견의 갈림은 의무부담행위의 효력과 손해의 발생을 기준으로 삼는 자리에 붙어 있다. 별개의견의 갈림은 손해의 문언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묻는 자리에 붙어 있다. 약속어음 발행에 관하여 다수의견이 더 밝힌 자리는 또 따로이다. "다만 약속어음 발행의 경우 어음법상 발행인은 종전의 소지인에 대한 인적 관계로 인한 항변으로써 소지인에게 대항하지 못하므로(어음법 제17조, 제77조), 어음발행이 무효라 하더라도 그 어음이 실제로 제3자에게 유통되었다면 회사로서는 어음채무를 부담할 위험이 구체적·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보아야 하고, 따라서 그 어음채무가 실제로 이행되기 전이라도 배임죄의 기수범이 된다."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유통 여부를 따지는 이 자리는 의무부담행위의 효력을 따지는 자리와는 붙는 곳이 다르다.
따라서 판결문이 드러내는 갈림 자리들은 서로를 대신하지 않는다. 문언 해석의 갈림이 넓게 놓이면 의무부담행위의 효력에 관한 갈림이 그 안에 놓일 수 있다. 그러나 유통 여부에 관한 갈림은 어음이라는 사정에 붙어 있어, 앞의 둘이 자리를 빌려주지 않고도 제자리에 선다. 앞의 둘이 겹치는 자리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는 판결문이 정한 바 없으므로 미정으로 남는다. 이 사례에서 셋째 쟁점에 걸린 문언을 어떻게 읽을 것인지, 그리고 첫째 쟁점과 셋째 쟁점의 판단이 서로를 제약할 것인지도 판결문이 말한 바가 없다. 같은 방식으로 둘째 쟁점에 관한 자료가 제출될 것인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이 소송의 청구 금액과 그 판결이 당사자에게 낳을 결과 역시 미정이다.
판결문의 인용이 가리키는 것은 법리의 자리이고, 앞에 적은 것은 검토 보고서의 문장과 구두로 오간 말의 기록이다. 작성자가 답한 것은 쟁점이 셋이며 그중 둘은 자사에 유리하고 하나는 반반이라는 설명이었다. 그 설명에서 소송에서 질 확률이 30퍼센트라는 숫자가 어떤 계산으로 나왔는지, 어느 쟁점을 몇 퍼센트로 두었는지, 그리고 그 셋을 어떻게 겹쳐 하나의 수로 만들었는지는 적혀 있지 않다. 판결문이 말한 갈림 자리들이 겹치는지 다른 자리에 붙어 있는지를 밝힌 것은 그 뿐이다. 그 겹침의 의미를 승패나 쟁점별 확률로 환산한 것은 아니며, 확정 손해나 고의 같은 법적 평가의 확정에 이른 것도 아니다. 관찰된 사실과 말의 기록이 어디까지인지가 분명해졌을 뿐이다.
5.6갈림이 남긴 기록 형식
그 겹침과 어긋남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따져 묻는 대신, 판결문이 그 갈림을 어떤 말과 구분으로 남겼는지 먼저 살핀다. 이 소송의 검토 보고서에 적힌 문장은 서면이 아니라 구두 답변에 의존한 것이므로, 그 답변이 옮겨 쓸 만한 형태를 갖추었는지 판례가 남긴 기록 형식과 견주어 보아야 한다.
2014도1104 판결은 쟁점을 대괄호와 숫자로 나누어 제시한다. 판시사항의 첫째 항은 "배임죄의 성립요건 및 실행의 착수시기와 기수시기"를, 둘째 항은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대표권을 남용하는 등 임무에 위배하여 약속어음 발행을 한 행위가 배임죄의 기수 또는 미수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을 다룬다. 이 구분은 쟁점마다 무엇이 논점인지 짐작할 수 있는 말로 이름을 붙인다. 검토 보고서의 작성자가 말한 셋의 쟁점에도 각각 이런 이름이 붙어야, 다음 사람이 그 쟁점이 무엇에 관한 것인지 알아볼 수 있다.
갈림이 드러나는 자리는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의 대립이 있는 곳이다.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의 별개의견은 "배임죄는 위험범이 아니라 침해범으로 보아야 한다"고 전제하고, "여기서 ‘손해를 가한 때’란 문언상 ‘손해를 현실적으로 발생하게 한 때’를 의미한다"고 읽는다. 같은 자리에서 다수의견은 "이러한 채무의 발생은 그 자체로 현실적인 손해 또는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이라고 할 것이어서 그 채무가 현실적으로 이행되기 전이라도 배임죄의 기수에 이르렀다고 보아야 한다"고 본다. 기록은 어느 쪽이 맞다는 평가를 덧붙이지 않고, 두 문장을 나란히 놓는 방식으로 갈림의 자리를 남긴다.
이 판결은 갈린 자리마다 조건을 함께 적는다. 다수의견은 "다만 약속어음 발행의 경우 어음법상 발행인은 종전의 소지인에 대한 인적 관계로 인한 항변으로써 소지인에게 대항하지 못하므로(어음법 제17조, 제77조), 어음발행이 무효라 하더라도 그 어음이 실제로 제3자에게 유통되었다면 회사로서는 어음채무를 부담할 위험이 구체적·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보아야 하고, 따라서 그 어음채무가 실제로 이행되기 전이라도 배임죄의 기수범이 된다"고 밝힌 뒤, "그러나 약속어음 발행이 무효일 뿐만 아니라 그 어음이 유통되지도 않았다면 회사는 어음발행의 상대방에게 어음채무를 부담하지 않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회사에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였다거나 실해 발생의 위험이 발생하였다고도 볼 수 없으므로, 이때에는 배임죄의 기수범이 아니라 배임미수죄로 처벌하여야 한다"고 단서를 단다. 이 소송에서 둘째 쟁점에 관한 자료가 제출될지 미정이므로, 위 문장의 조건이 이 사건에 붙을지 역시 미정으로 남는다.
따라서 갈림의 기록은 셋으로 묶인다. 쟁점마다 이름과 숫자를 붙이고, 같은 자리에서 겹치는 문언과 어긋나는 문언을 나란히 옮기고, 그 문언이 성립하는 조건과 단서를 인용에서 빼지 않는다. 이 소송에서는 셋째 쟁점의 문언을 어떻게 읽을지, 그리고 첫째 쟁점과 셋째 쟁점의 판단이 서로를 제약할지가 미정이므로, 위의 형식은 그 미정을 미정으로 남겨 둔 채 다음 사람이 이어 받을 수 있도록 놓인다. 갈림의 우열을 매기거나 확률로 환산하는 일은 이 기록 밖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