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예외를 원칙으로 바꾸거나 상관관계를 목적·인과관계로 바꾸거나 다른 절차의 판단을 이식하는 주장은 어디에서 탈선하는지를 묻는다. 예외 규정이 서는 자리와 예외가 원칙이 되는 지점, 상관을 인과로 바꾸는 수사를 차례로 살핀다. 파생 증거의 연결 고리, 타소송 판단의 이식, 기속력과 구별 논증의 한계를 다룬다.
10.1예외 규정이 서는 자리
앞 단위에서 우리 측 논증의 가장 크게 열린 틈을 확인한 데서 멈추지 말고, 이제 그 틈이 어떤 규정에 기대고 있는지 거꾸로 따라가 본다. 상대방이 계약 해지와 손해 배상을 함께 주장하면서 제출한 문건들과 판례의 사실관계가 서로 어긋난다고 대조표로 정리한 것은 맞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내세운 구별이 그 자체로 법적 평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우리가 의지하려는 예외 규정이 애초에 무엇의 문을 닫기 위해 서 있는지이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는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의 취급을 한 문장으로 정한다. 그 문장은 다음과 같다.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 이 조문은 적법한 절차를 지키지 않은 수집 행위의 결과물을 증거의 자리에서 밀어내는 규정이다. 다시 말해, 이 규정은 수집 절차가 적법했는지라는 한 가지 질문을 전제로 선다. 어떤 문건이 계약서인지 변경 이메일인지, 어떤 문서가 우선하는지라는 판단은 이 조문이 다루는 바가 아니다.
민사소송법상 문서제출 거부사유도 같은 구조를 갖는다. 대법원 2016. 7. 1. 자 2014마2239 결정은 그 구조를 이렇게 밝힌다. "민사소송법 제344조 제2항은 문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제344조 제1항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문서의 제출을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하면서 예외사유로서 ‘오로지 문서를 가진 사람이 이용하기 위한 문서’(이른바 ‘자기이용문서’)를 들고 있다." (대법원 2016. 7. 1. 자 2014마2239 결정) 이 인용은 예외사유가 아니라 원칙의 문장에서 출발한다. 즉, 제출 거부는 예외이고 제출이 원칙이라는 뜻이다. 이 사건에서 우리가 변경 이메일의 제출을 거부할 자리가 있는지를 따지려면, 우선 이 원칙의 문을 어느 쪽이 닫아야 하는지가 분명해야 한다.
원칙이 먼저 서 있으면 예외는 그 원칙의 문만을 닫는다. 대법원 위 결정은 자기이용문서의 판단 기준을 이렇게 제시한다. "어느 문서가 오로지 문서를 가진 사람이 이용할 목적으로 작성되고 외부자에게 개시하는 것이 예정되어 있지 않으며 개시할 경우 문서를 가진 사람에게 심각한 불이익이 생길 염려가 있다면, 문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규정의 자기이용문서에 해당한다." (대법원 2016. 7. 1. 자 2014마2239 결정) 같은 결정은 판단 방법도 구체화한다. "어느 문서가 자기이용문서에 해당하는지는 문서의 표제나 명칭만으로 판단하여서는 아니 되고, 문서의 작성 목적, 기재 내용에 해당하는 정보, 당해 유형·종류의 문서가 일반적으로 갖는 성향, 문서의 소지 경위나 그 밖의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는데" (대법원 2016. 7. 1. 자 2014마2239 결정) 이 두 인용이 함께 말하는 것은, 예외사유의 성립 요건을 조문 밖에서 새로 만들어 넣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 사건에서 변경 이메일이나 전문가 계산서가 자기이용문서에 해당하는지는 이 판단 기준에 비추어 따질 문제이고, 계약 해지의 효력이나 손해의 범위를 묻는 문제는 아니다.
예외가 서는 자리는 한정되어 있다. 대법원 위 결정은 제출 거부사유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의 후속 판단을 이렇게 나눈다. "자기이용문서 등 문서제출 거부사유가 인정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법원은 민사소송법 제290조에 따라 제출명령신청의 대상이 된 문서가 서증으로서 필요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제출명령신청을 받아들이지 아니할 수 있고, 민사소송법 제347조 제1항에 따라 문서제출신청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한 때에 결정으로 문서를 가진 사람에게 제출을 명할 수 있으므로" (대법원 2016. 7. 1. 자 2014마2239 결정) 이 인용은 거부사유와 서증의 필요성, 신청의 정당한 이유가 각각 다른 질문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우리가 어떤 문건이 자기이용문서라고 주장해 그 문을 닫더라도, 다른 문은 같은 자동으로 닫히지 않는다.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가 아니라는 전제는 이 구분에서도 그대로 살아 있다. 어떤 문건이 적용되는지,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가 이 사건에 적용되는지, 우리가 내세운 구별 근거가 어디까지 견디는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10.2예외가 원칙이 되는 지점
문서제출 거부사유의 문을 닫는 규정이 끝나는 자리에서, 상대방은 이제 그 문이 애초에 열려 있었다는 쪽의 주장을 펼친다. 자기이용문서라는 예외 사유가 이 사건의 내부 결재 문서에 당연히 들어맞고, 따라서 문서제출 자체가 필요 없다는 설명이다. 이 주장이 조문의 예외를 원칙의 자리에 올려놓는 전환인지 먼저 읽어야 한다. 그 기준은 대법원 2016. 7. 1. 자 2014마2239 결정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자기이용문서에 해당하는지의 판단 기준을 밝히면서 그 결정은, "어느 문서가 오로지 문서를 가진 사람이 이용할 목적으로 작성되고 외부자에게 개시하는 것이 예정되어 있지 않으며 개시할 경우 문서를 가진 사람에게 심각한 불이익이 생길 염려가 있다면, 문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규정의 자기이용문서에 해당한다"고 선을 그었다(대법원 2016. 7. 1. 자 2014마2239 결정). 자기이용문서의 성립에 요구되는 요건이 무엇인지 가르치는 문장이다. 이 사건에서 상대방이 내부 결재 문서라는 점만으로 자기이용문서를 당연시한다면, 위 요건의 각 항목을 충족한다는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그 결정은 이어서 그 단정을 막는다. 대법원 2016. 7. 1. 자 2014마2239 결정은, "설령 주관적으로 내부 이용을 주된 목적으로 회사 내부에서 결재를 거쳐 작성된 문서일지라도, 신청자가 열람 등을 요구할 수 있는 사법상 권리를 가지는 문서와 동일한 정보 또는 직접적 기초·근거가 되는 정보가 문서의 기재 내용에 포함되어 있는 경우, 객관적으로 외부에서의 이용이 작성 목적에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는 볼 수 없는 경우, 문서 자체를 외부에 개시하는 것은 예정되어 있지 않더라도 문서에 기재된 ‘정보’의 외부 개시가 예정되어 있거나 정보가 공익성을 가지는 경우 등에는 내부문서라는 이유로 자기이용문서라고 쉽게 단정할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 문장은 내부 결재라는 형식이 곧 예외 사유의 성립을 뜻하지 않음을 분명히 한다. 작성 시점이 다른 계약서와 변경 이메일이 함께 제출된 이 사건에서, 어느 문서가 외부 개시를 예정하지 않았는지는 표제가 아니라 작성 목적과 기재 내용으로 돌아가 판단할 일이다.
그 판단이 끝나도 제출의 필요성과 신청의 정당한 이유는 별개의 문턱이다. 그 결정은 "문서가 쟁점 판단이나 사실의 증명에 어느 정도로 필요한지, 다른 문서로부터 자료를 얻는 것이 가능한지, 문서 제출로 얻게 될 소송상 이익과 피신청인이 문서를 제출함으로 인하여 받게 될 부담이나 재산적 피해 또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나 법인 내부의 자유로운 의사 형성 및 영업 비밀, 기타 권리에 대한 침해와의 비교형량 및 기타 소송에 나타난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과연 문서제출이 필요한지 및 문서제출신청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대법원 2016. 7. 1. 자 2014마2239 결정). 거부사유의 요건을 통과한 뒤에 열리는 판단의 목록이다. 이 목록을 거부사유의 성립 요건으로 앞당겨 말하면, 예외가 문을 닫는 규정에서 문을 여는 규정으로 뒤바뀐다.
사전통지의 자리에서도 같은 방향의 전환이 감돈다. 대법원 2020. 7. 23. 선고 2017두66602 판결은 "행정청이 침해적 행정처분을 하면서 당사자에게 행정절차법상의 사전 통지를 하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 사전 통지를 하지 않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않아도 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한, 그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를 면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원칙이 예외의 문을 닫고, 예외가 성립해야만 그 문이 열리는 배치이다. 그 예외의 범위에 관하여 위 판결은, "행정절차법 시행령 제13조 제2호에서 정한 “법원의 재판 또는 준사법적 절차를 거치는 행정기관의 결정 등에 따라 처분의 전제가 되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증명되어 처분에 따른 의견청취가 불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는 법원의 재판 등에 따라 처분의 전제가 되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증명되면 행정청이 반드시 일정한 처분을 해야 하는 경우 등 의견청취가 행정청의 처분 여부나 그 수위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정리하였다(대법원 2020. 7. 23. 선고 2017두66602 판결). 예외의 문턱이 조문의 문언보다 좁게 그어져 있음을 보여 준다. 사정변경의 여지가 남아 있고 처분이 재량행위인 사안에서 그 예외가 닫혀 있었던 결론은, 예외의 좁은 입구를 확인하는 한 예이다.
이 사례에서 상대방은 계약 해지와 손해 배상을 함께 주장하며 시점이 다른 문건들을 한 묶음으로 내밀었고, 그 판례의 사실관계와 이 사건의 시점·문건 구성이 다르다는 대조는 우리 측이 준비한 서면에 담겼다. 어떤 문건이 적용되는지, 그 판례가 이 사건에 적용되는지, 우리가 내세운 구별 근거가 어디까지 견디는지는 미정이다. 다만 위 두 결정이 공통으로 가르치는 것은, 예외 사유의 요건과 판단 요소를 서로 뒤섞지 않는 태도이다. 자기이용문서의 성립 요건과 제출 필요성·신청 정당성의 판단 사유는 각자의 자리에 놓인다. 사전통지 예외의 의미와 처분의 위법성 판단 역시 마찬가지이다. 예외가 원칙의 자리에 앉는 순간, 그 예외를 부정해야 할 책임이 반대편으로 넘어간다. 그 책임의 이동이 이 단계에서 정당한지의 여부는 자료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10.3상관을 인과로 바꾸는 수사
예외를 원칙으로 뒤바꾸는 주장을 걸러낸 뒤에는, 상관을 인과로 바꾸는 수사가 남는다. 상대방은 자금 흐름의 근접과 손해 발생의 시점만으로 계약 해지의 근거와 배상의 인과관계를 함께 설명하려 한다. 그 설명이 성립하려면, 업무상배임죄에서 고의와 손해의 시기를 어떻게 판단하는지에 관한 기준이 먼저 있어야 한다. 이 기준은 자료가 확인해 주는 범위에서만 빌리되, 이 사건의 인과관계 기준까지 그대로 확정하지는 않는다.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은, 업무상배임죄의 고의와 그 입증 방법 및 배임죄에 있어서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의 의미를 판시사항으로 삼는다. 그 판결은 고의의 입증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업무상배임죄의 고의는 업무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다는 의사와 자기 또는 제3자의 재산상의 이득의 의사가 임무에 위배된다는 인식과 결합하여 성립되는 것이며, 이와 같은 업무상배임죄의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고의, 동기 등의 내심적 사실)은 피고인이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문제가 된 행위를 하였다고 주장하면서 범의를 부인하고 있는 경우에는 사물의 성질상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입증할 수밖에 없고,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하고, 배임죄에 있어서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된다."(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고 밝힌다. 이 판시는 간접사실과 내심적 사실 사이의 상당한 관련성을 요구한다. 그러므로 자금 흐름이 결과에 가까웠다는 사정만으로는 고의의 입증이 채워지지 않는다.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은,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는 경우에도 같은 법리가 적용되면서도 더 엄격한 해석기준을 유지하여야 한다고 본다. 그 이유는 "경영상의 판단과 관련하여 기업의 경영자에게 배임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일반적인 업무상배임죄에 있어서 고의의 입증 방법과 마찬가지의 법리가 적용되어야 함은 물론이지만, 기업의 경영에는 원천적으로 위험이 내재하여 있어서 경영자가 아무런 개인적인 이익을 취할 의도 없이 선의에 기하여 가능한 범위 내에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기업의 이익에 합치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신중하게 결정을 내렸다 하더라도 그 예측이 빗나가 기업에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바, 이러한 경우에까지 고의에 관한 해석기준을 완화하여 업무상배임죄의 형사책임을 묻고자 한다면 이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임은 물론이고 정책적인 차원에서 볼 때에도 영업이익의 원천인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게 되어 당해 기업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 될 것이므로, 현행 형법상의 배임죄가 위태범이라는 법리를 부인할 수 없다 할지라도, 문제된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판단대상인 사업의 내용,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손실발생의 개연성과 이익획득의 개연성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다는 인식과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미필적 인식을 포함)하의 의도적 행위임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하는 엄격한 해석기준은 유지되어야 할 것이고, 그러한 인식이 없는데 단순히 본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결과만으로 책임을 묻거나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는 이유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는 취지이다. 여기서 결과의 발생만으로 책임을 지울 수 없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같은 판결은 보증보험회사의 경영자가 경영상의 판단에 따라 보증보험회사의 영업으로 행한 보증보험계약의 인수가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한다거나 배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한 사례이다(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 이 결론은 결과의 근접만으로 임무위배와 고의가 함께 성립하지 않음을 보여 준다. 이 사례에서 상대방이 제출한 자금 기록은 손해의 흐름을 보여 줄 뿐이고, 변경 이메일이 최종 합의라는 설명은 별도로 입증되어야 한다. 대조표에 적힌 시점과 문건 구성의 차이는 그대로 남는다.
따라서 확인하는 것은 한 가지이다. 상대방이 자금 흐름과 결과의 근접만으로 고의와 인과관계를 함께 세우려 한다면, 그 연결은 간접사실의 상당한 관련성과 판단에 이른 경위·동기 등 제반 사정의 확인 없이 늘어서는 안 된다. 다만 이 기준은 배임죄의 고의와 손해의 시기에 관한 판시사항의 범위에서 확인한 것이다. 인과관계의 실체법 기준 자체는 이 판결을 넘겨 이 사건에 확정하지 아니한다.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법적 평가를 대신하지 않는다.
10.4파생 증거의 연결 고리
변경 이메일과 자금 기록을 서로 맞대어 보아도, 어떤 문건이 적용되는지에 대한 판단은 아직 미정이다. 상대방이 위법 수집의 배제 원칙을 내세워 2차적 증거까지 함께 탄핵하려 할 때, 그 연결 고리가 어디까지 뻗는지에 관한 판례가 어떠한 기준을 두는지 살핀다. 파생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모두 무너지는지는, 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도3061 전원합의체 판결이 먼저 밝힌다. 이 판결은 원칙과 예외를 나누어 놓고, 2차적 증거에 이르는 경로에 따라 판단이 갈린다고 말한다.
먼저 이 전원합의체 판결은 위법 수집 증거를 기초로 한 파생물에 대해서도 배제의 방향을 기본으로 삼는다. 판결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해 마련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한 뒤, "수사기관의 위법한 압수수색을 억제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확실한 대응책은 이를 통하여 수집한 증거는 물론 이를 기초로 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도3061 전원합의체 판결). 여기서 말하는 원칙은 처음 증거에만 머물지 않고 그 뒤에 따라붙는 파생 증거까지 덮는다. 다만 이 문장은 원칙을 세웠을 뿐, 예외가 성립하는 조건은 별도로 밝히고 있다.
바로 그 예외의 문턱을 이 판결은 분명히 둔다. 판결은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 조항을 마련하여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예외적인 경우라면, 법원은 그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하였다(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도3061 전원합의체 판결). 이 문장은 예외의 성립을 절차 위반의 경중에 묶어 두고 있다. 상대방이 곧바로 배제로 넘어가려 해도, 이 문턱을 넘는 판단 없이 배제의 결론에 이르기는 어렵다.
2차적 증거에 이르는 경로는 이 판결이 따로 다룬다. 판결은 "절차에 따르지 아니한 증거 수집과 2차적 증거 수집 사이 인과관계의 희석 또는 단절 여부를 중심으로 2차적 증거 수집과 관련된 모든 사정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예외적인 경우에는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하였다(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도3061 전원합의체 판결). 이 기준은 파생의 사실만으로 배제가 이어지지 않음을 가리킨다. 연결이 희석되었는지 끊어졌는지, 그 뒤에 어떤 사정이 더 붙었는지가 함께 읽혀야 한다. 따라서 상대방이 우리 문건들이 파생되었다는 상관만 내세워도, 그 연결이 실제로 유지되는지가 별도의 판단 대상으로 남는다.
같은 방향을 2008도11437 판결이 보다 구체화한다. 이 판결은 "1차적 증거를 기초로 하여 다시 2차적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발생한 모든 사정들까지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주로 인과관계 희석 또는 단절 여부를 중심으로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하였다(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11437 판결). 여기서 "추가로 발생한 모든 사정"이 함께 들어온다. 이 판결이 예로 든 사정에는 신문에서 잘못이 시정되었거나, 구금 이후 석방되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은 뒤 다시 자발적으로 같은 진술을 하였거나, 독립된 제3자의 행위나 자료가 별도로 수집의 기초가 되었거나, 증인이 독립적인 판단에 따라 소환에 응해 임의로 증언하였다는 경우가 있다(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11437 판결). 이 사정들은 상대방의 탄핵이 파생이라는 한 마디로 그치지 않음을 보여 준다.
우리의 대조표는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의 사실관계와 이 사건의 시점·문건 구성을 나란히 두었다. 그 대조 자체가 판례의 요건을 새로 만드는 일은 아니다. 두 판결이 요구하는 것은 절차 위반의 경중과 연결의 희석·단절 여부에 관한 판단이지, 파생이라는 표시 하나로 끝나는 판단이 아니다. 어떤 문건이 적용되고,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가 이 사건에 적용되며, 우리가 내세운 구별이 어디까지 견디는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남은 일은 그 연결 고리를 사실에 맞추어 밝히는 것이며, 자료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법적 평가가 성립하지는 않는다.
10.5타소송 판단의 이식
파생 증거의 연결 고리를 훑어 본 뒤 남는 의문은, 다른 절차에서 이미 내려진 판단을 이 사건에 그대로 끌어와 사실 인정을 대신할 수 있는지이다. 이 질문에 답하려면 확정판결이 지닌 효력의 경계를 먼저 가려야 한다.
민사소송법 제216조는 기판력의 객관적 범위를 다음과 같이 한정한다. "제216조(기판력의 객관적 범위) ①확정판결은 주문에 포함된 것에 한하여 기판력을 가진다. ②상계를 주장한 청구가 성립되는지 아닌지의 판단은 상계하자고 대항한 액수에 한하여 기판력을 가진다."(민사소송법 제216조) 이 규정은 판결의 효력이 주문에 담긴 범위를 넘어 다른 사건의 사실 인정까지 뻗지 않음을 분명히 한다.
확정판결의 존재와 그 이유의 내용은 구별된다. 대법원 2019. 8. 9. 선고 2019다222140 판결은 그 경계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피고와 제3자 사이에 있었던 민사소송의 확정판결의 존재를 넘어서 그 판결의 이유를 구성하는 사실관계들까지 법원에 현저한 사실로 볼 수는 없다. 민사재판에 있어서 이미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가 되지만, 당해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 내용에 비추어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 판결의 사실인정을 그대로 채용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합리적인 이유를 설시하여 이를 배척할 수 있다는 법리도 그와 같이 확정된 민사판결 이유 중의 사실관계가 현저한 사실에 해당하지 않음을 전제로 한 것이다."(대법원 2019. 8. 9. 선고 2019다222140 판결) 확정판결의 이유에 담긴 사실관계는 그 자체로 법원에 현저한 사실이 되지 못하며, 유력한 증거로 다루어질 때에도 다른 증거와 대조하여 배척할 여지가 남는다.
같은 판결은 다른 하급심 판결의 인정 사실을 그대로 채택한 판단을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원심이 다른 하급심판결의 이유 중 일부 사실관계에 관한 인정 사실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위 사정들이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이라고 본 사안에서, 당해 재판의 제1심 및 원심에서 다른 하급심판결의 판결문 등이 증거로 제출된 적이 없고, 당사자들도 이에 관하여 주장한 바가 없음에도 이를 ‘법원에 현저한 사실’로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대법원 2019. 8. 9. 선고 2019다222140 판결) 이 사건에서 상대방은 다른 절차의 판단을 끌어와 계약 해지의 요건 사실을 채우려 한다. 그 판단이 담긴 문건이 이 사건에서 증거로 제출되었는지, 당사자가 그 사실관계를 주장했는지는 별도로 확인할 일이다.
이 사건의 화두는 어떤 계약서와 변경 이메일이 적용되는지,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의 사실관계가 이 사건의 시점·문건 구성과 어떻게 다른지이다. 대조표는 그 차이를 보여 줄 뿐, 상대방 주장의 법적 평가를 대신하지 않는다. 민사 확정판결의 존재와 그 이유의 사실관계는 구별되어야 하고, 다른 하급심의 판단이 이 사건의 사실 인정을 대신하는 일은 막혀야 한다. 다만 다른 민사판결의 사실인정이 유력한 증거로 남는 범위를 어디까지 볼지, 그 판단이 옳은지 다시 검증하는 일로 자리를 옮기지 않는 한에서의 논의는 미정이다.
10.6기속력과 구별 논증의 한계
판결의 이유까지 옮길 수 없다는 결론을 확인한 뒤, 이번에는 기속력 규정이 판단 이식의 범위를 어디서 끊는지 살핀다. 대법원 2019. 8. 9. 선고 2019다222140 판결은 다른 하급심 판결의 이유 중 일부 사실관계를 현저한 사실로 인정한 원심을 탓하면서, 그렇게 볼 수 없는 근거를 함께 밝힌다. 그 근거는 절차 안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에 붙어 있다.
판결은 먼저 인정의 기본 선을 이렇게 긋는다. "민사재판에 있어서 이미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가 되지만, 당해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 내용에 비추어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 판결의 사실인정을 그대로 채용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합리적인 이유를 설시하여 이를 배척할 수 있다는 법리도 그와 같이 확정된 민사판결 이유 중의 사실관계가 현저한 사실에 해당하지 않음을 전제로 한 것이다."(대법원 2019. 8. 9. 선고 2019다222140 판결) 여기서 '유력한 증거'는 반박을 당할 수 있는 자리에 머무르고, '현저한 사실'은 그 자격을 잃는다. 이 사건에서 우리 측이 제출한 계약서·변경 이메일·자금 기록·전문가 계산서가 각각 어느 쪽에 놓이는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기속력 규정은 판단 이식의 닫힌 범위를 행정소송 쪽에서 명확히 한다. "①처분등을 취소하는 확정판결은 그 사건에 관하여 당사자인 행정청과 그 밖의 관계행정청을 기속한다."(행정소송법 제30조 제1항) 이 기속은 '그 사건에 관하여' 붙은 판결이 당사자인 행정청과 관계행정청을 묶는다. 민사 확정판결의 존재를 들어 상대방의 주장에 무게를 얹는 일과, 취소 확정판결이 행정청에 미치는 기속은 같은 자리에 놓이지 않는다.
신청을 거부한 처분이 취소된 경우의 후속 의무도 규정이 직접 적는다. "판결에 의하여 취소되는 처분이 당사자의 신청을 거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경우에는 그 처분을 행한 행정청은 판결의 취지에 따라 다시 이전의 신청에 대한 처분을 하여야 한다."(행정소송법 제30조 제2항) 절차 위법으로 취소된 때는 준용이 붙는다. "제2항의 규정은 신청에 따른 처분이 절차의 위법을 이유로 취소되는 경우에 준용한다."(행정소송법 제30조 제3항) 기속이 요구하는 것은 판결의 취지에 맞춘 처분이지, 판결의 이유로 쓰인 사실관계를 상대방의 손해배상 주장에 그대로 끌어다 쓰는 일이 아니다.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의 사실관계와 이 사건의 시점·문건 구성이 다르다는 정리는, 따라서 방패 전부가 아니다. 판결이 말한 '합리적인 이유'는 다른 증거 내용과 함께 설시되어야 하고, 시점과 문건 구성의 차이는 그 설시에 보태는 재료일 뿐이다. 어떤 문건이 적용되는지,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가 이 사건에 적용되는지, 우리가 내세운 구별 근거가 어디까지 견디는지는 미정이다.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