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적용 법령과 사건 시점의 차이, 그리고 유리한 판례와 불리한 판례에 쓰인 같은 기준의 비교를 감안할 때 불리한 판례가 어디까지 미치는지를 묻는다. 사건 시점이 고르는 법령, 법령 변경의 외연, 위임 법령과 고시의 지위, 형벌 법령과 위헌결정을 차례로 살핀다. 전원합의체 판결의 기준 범위를 거쳐 불리한 판례가 미치는 범위를 다룬다.
5.1사건 시점이 고르는 법령
문서의 성격을 특정하지 않은 채 남은 자리에는, 어떤 법령이 그 문서를 규율하는지에 대한 물음이 들어선다. 같은 문서라도 법령과 시점이 달라지면 그 작용이 달라지므로, 여기서는 적용 법령을 고르는 기준을 먼저 읽는다. 상대방은 계약 해지와 경제적 손해의 배상을 함께 주장하며 작성 시점이 서로 다른 계약서·변경 이메일·자금 기록·전문가 계산서를 함께 제출하였고, 우리 측은 변경 이메일이 최종 합의를 보여 준다고 설명하면서도 상대방이 언급한 판례의 사실관계와 이 사건의 시점·문건 구성이 다르다고 대조표로 정리하였다. 이처럼 문건의 시점이 갈리면, 어느 시점의 법령이 그 문건을 읽는 잣대인지도 갈린다.
형법 제1조는 범죄의 성립과 처벌에 관하여 시점의 기준을 두고 있다. 그 제1항은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 시의 법률에 따른다"(형법 제1조)고 선언한다. 이 선언은 행위가 있었던 시점의 법률을 원칙적 기준으로 삼는다. 이 사례에서 계약서와 변경 이메일이 각각 언제 작성되었는지가 곧 어떤 법률을 잣대로 삼을지와 맞물린다.
형법 제1조 제2항과 제3항은 이 원칙의 예외를 적는다. 그 제2항은 "범죄 후 법률이 변경되어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게 되거나 형이 구법보다 가벼워진 경우에는 신법에 따른다"(형법 제1조)고 정하고, 그 제3항은 "재판이 확정된 후 법률이 변경되어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게 된 경우에는 형의 집행을 면제한다"(형법 제1조)고 덧붙인다. 행위 시의 법률이 원칙이더라도, 이후의 변경이 유리한 방향이면 신법을 따르게 한다는 뜻이 드러난다. 다만 이 사례에서는 어떤 법률이 언제 변경되었는지가 미정이므로, 예외가 열리는지 여부도 미정으로 남는다.
행정기본법 제14조는 그 기준을 좀 더 나누어 둔다. 그 제1항은 "새로운 법령등은 법령등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법령등의 효력 발생 전에 완성되거나 종결된 사실관계 또는 법률관계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아니한다"(행정기본법 제14조)고 정한다. 효력 발생 전에 끝난 사실관계는 새 법령의 바깥에 둔다는 뜻이어서, 이 사례의 계약서와 변경 이메일이 언제 완성되었는지가 새 법령의 적용 가능성을 가른다.
같은 조 제2항과 제3항은 처분과 제재의 시점을 따로 적는다. 제2항은 "당사자의 신청에 따른 처분은 법령등에 특별한 규정이 있거나 처분 당시의 법령등을 적용하기 곤란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처분 당시의 법령등에 따른다"(행정기본법 제14조)고 하며, 제3항은 "법령등을 위반한 행위의 성립과 이에 대한 제재처분은 법령등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법령등을 위반한 행위 당시의 법령등에 따른다. 다만, 법령등을 위반한 행위 후 법령등의 변경에 의하여 그 행위가 법령등을 위반한 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거나 제재처분 기준이 가벼워진 경우로서 해당 법령등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변경된 법령등을 적용한다"(행정기본법 제14조)고 정한다. 이 사례에서 처분과 제재처분이 문제되는지는 미정이며, 문건별 작성 시점이 어디에 걸리는지도 함께 미정으로 남는다.
이렇게 읽힌 기준만으로는, 이 사례의 계약서·변경 이메일·자금 기록·전문가 계산서 중 어느 문건이 적용되는지,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가 이 사건에 적용되는지, 우리가 내세운 구별 근거가 어디까지 견디는지가 정해지지 않는다. 형법 제1조와 행정기본법 제14조가 가리키는 시점의 기준을 이 사례에 적용하려면, 문건별로 어떤 사실관계와 법률관계가 언제 완성되었는지가 먼저 확인되어야 한다.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가 아니라는 점은, 시점을 확정하는 작업 앞에 그대로 놓여 있다.
5.2법령 변경의 외연
시점이 정해져 적용 법령을 고르고 나면, 다음 물음은 어떤 변화가 그 법령을 바꾼 것으로 보는가이다. 상대방은 계약 해지와 경제적 손해 배상을 함께 주장하며 작성 시점이 서로 다른 계약서, 변경 이메일, 자금 기록, 전문가 계산서를 한꺼번에 제출했고, 우리 측은 변경 이메일이 최종 합의를 보여 준다고 설명하면서도 상대방이 언급한 판례와 이 사건의 시점·문건 구성이 다르다고 대조표로 정리했다. 그러나 자료에 법령의 변화가 아니라 사적 문건의 작성이 문제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을 뿐, 어떤 법령이 언제 바뀌었는지는 자료가 제공되지 않았다. 따라서 법령 변경의 외연을 가늠하는 기준만을 확인할 뿐, 이 사건에 그 기준이 곧바로 적용되는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범죄 후의 법령 변화를 다루는 기본 규범으로 형법 제1조 제2항은 “범죄 후 법률이 변경되어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게 되거나 형이 구법보다 가벼워진 경우에는 신법에 따른다.”라고 정한다. 이 항은 범죄 성립의 소멸과 형의 경감이라는 두 결과를 신법에 따르도록 하는 것이어서, 변화의 종류를 가르는 일은 그 결과를 낳는 법령의 범위를 정하는 일과 같은 문제이다.
이 범위를 가리기 위하여 대법원 2022. 12. 22. 선고 2020도16420 전원합의체 판결은 “범죄의 성립과 처벌에 관하여 규정한 형벌법규 자체 또는 그로부터 수권 내지 위임을 받은 법령의 변경에 따라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게 되거나 형이 가벼워진 경우, 종전 법령이 범죄로 정하여 처벌한 것이 부당하였다거나 과형이 과중하였다는 반성적 고려에 따라 변경된 것인지를 따지지 않고 원칙적으로 형법 제1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가 적용되는지 여부(적극)”라고 판시하였다. 같은 판결은 “해당 형벌법규 자체 또는 그로부터 수권 내지 위임을 받은 법령이 아닌 다른 법령이 변경된 경우, 형법 제1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를 적용하기 위한 요건”을 함께 제시하였으므로, 변경된 법령이 무엇인지에 따라 같은 기준이 다르게 작동한다 (대법원 2022. 12. 22. 선고 2020도16420 전원합의체 판결). 우리 측이 변경 이메일이 최종 합의를 보여 준다고 설명한 것은 자료에 기록된 주장일 뿐이고, 위 판결이 정한 형벌법규의 범위에 관한 판단과는 별개의 문제로 남는다.
위 판결은 개정 내지 폐지와 다른 사정도 구별하여, “스스로 유효기간을 구체적인 일자나 기간으로 특정하여 효력의 상실을 예정하고 있던 법령이 그 유효기간을 경과함으로써 더 이상 효력을 갖지 않게 된 경우가 형법 제1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에서 말하는 ‘법령의 변경’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로 판시하였다 (대법원 2022. 12. 22. 선고 2020도16420 전원합의체 판결). 이 결론은 유효기간의 경과가 ‘법령의 변경’에 들지 않는다는 한정된 판단이며, 그 밖의 법령 소멸의 형태까지 같은 결론으로 넓힐 근거는 자료가 제공되지 않았다. 아울러 대법관 노태악, 대법관 천대엽의 별개의견은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형벌법규가 변경되었다는 관점에서 보면 “법령이 개정·폐지된 경우와 법령의 유효기간이 경과된 경우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고 하였으므로, 다수의견의 한정이 쟁점으로 남았음이 드러난다 (대법원 2022. 12. 22. 선고 2020도16420 전원합의체 판결).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의 사실관계와 이 사건의 시점·문건 구성이 다르다는 우리 측의 대조표는 자료에 정리된 대조일 뿐이고, 그 구별이 법령 변경의 외연에서 어느까지 견디는지에 대해서는 자료가 제공되지 않았다. 결국 어떤 문건이 적용되는지,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가 이 사건에 적용되는지, 우리가 내세운 구별 근거가 어디까지 유효한지는 이 사례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5.3위임 법령과 고시의 지위
형법 제1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가 어디까지를 ‘법령의 변경’으로 보는지 본 뒤에는, 형벌법규가 그 내용의 일부를 법령 밖의 규범에 맡긴 경우가 문제로 남는다. 형벌법규가 위임한 법령과 고시 등 행정규칙은 같은 자리에서 작동하는가. 이 물음은 위임의 형식과 한계에서 시작한다.
위임의 절차와 방식이 정해져 있는지에 따라 수임된 규범의 지위가 달라진다. 대법원 2012. 7. 5. 선고 2010다72076 판결은 그 출발점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법령의 규정이 특정 행정기관에게 법령 내용의 구체적 사항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면서 권한행사의 절차나 방법을 특정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수임 행정기관은 행정규칙이나 규정 형식으로 법령 내용이 될 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할 수 있다. 이 경우 행정규칙 등은 당해 법령의 위임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 대외적 구속력이 있는 법규명령으로서 효력을 가지게 되지만, 이는 행정규칙이 갖는 일반적 효력이 아니라 행정기관에 법령의 구체적 내용을 보충할 권한을 부여한 법령 규정의 효력에 근거하여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그 행정규칙이나 규정이 상위법령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경우에는 법규명령으로서 대외적 구속력을 인정할 여지는 없다. 이는 행정규칙이나 규정 ‘내용’이 위임범위를 벗어난 경우뿐 아니라 상위법령의 위임규정에서 특정하여 정한 권한행사의 ‘절차’나 ‘방식’에 위배되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므로, 상위법령에서 세부사항 등을 시행규칙으로 정하도록 위임하였음에도 이를 고시 등 행정규칙으로 정하였다면 그 역시 대외적 구속력을 가지는 법규명령으로서 효력이 인정될 수 없다.”(대법원 2012. 7. 5. 선고 2010다72076 판결) 위임의 한계를 지키는 규범만이 법규명령으로서의 지위를 얻는다는 점이 여기서 가려진다.
같은 판결은 위임의 형식이 바뀐 뒤의 고시를 구체적으로 살핀다. “구 주택법이 시행된 이후에는 감리비의 지급기준 등은 구 주택법이 규정한 바에 따라 ‘건설교통부령’의 형식으로 정해야 하므로, 건설교통부장관의 ‘고시’ 형식으로 되어 있는 종전 ‘감리비지급기준’은 구 주택법 제24조 제6항이 권한행사의 절차 및 방법을 특정하여 위임한 것에 위배되어 더 이상 대외적인 구속력이 있는 법규명령으로서 효력을 가지지 못한다.”(대법원 2012. 7. 5. 선고 2010다72076 판결) 이후의 개정이 위임된 형식을 바꿈에 따라 종전 고시는 법규명령으로서의 지위를 잃는다.
고시의 성질은 내용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대법원 2012. 7. 5. 선고 2010다72076 판결은 같은 고시가 집행명령에 해당하는지를 아래와 같이 살핀다. “‘주택건설공사 감리비지급기준’은 구 주택법(2008. 2. 29. 법률 제885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주택법’이라 한다) 제24조 제6항의 위임한계를 벗어난 것일 뿐만 아니라, 경쟁입찰을 통한 감리비의 결정방식, 총 공사비 및 감리 대상 공사비의 산정방식, 감리대가 이외 비용의 산정방식 등 사업주체가 감리자에게 지급하여야 하는 감리비의 지급기준에 관하여 규정함으로써 일반 국민의 계약자유 등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므로, 이를 가리켜 행정관청이 일반적 직권에 의하여 구 주택법이 규정한 범위 내에서 법률을 현실적으로 집행하는 데 필요한 세부적인 사항을 정한 ‘집행명령’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2. 7. 5. 선고 2010다72076 판결) 계약자유를 제한하는 내용까지 담은 이상 집행에 필요한 세부 사항으로만 볼 수 없다는 뜻이다. 같은 판결은 부칙 제2조를 두고 종전 행정규칙의 계속되는 효력을 부정하였다. “이는 구 주택건설촉진법(2003. 5. 29. 법률 제6916호 주택법으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주택건설촉진법’이라 한다)하에서 행정관청이 내린 행정처분이나 취한 절차 혹은 행위, 또는 사업주체나 관련 이해관계인들이 취한 절차나 행위 등이 전부 개정된 주택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같은 법에 의하여 행해진 것으로 봄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려는 취지로 해석되고, 구 주택건설촉진법하에서 상위법령의 위임을 받아 제정된 행정규칙, 규정이 전부 개정된 주택법 상위법령의 위임한계를 벗어남에도 그에 구애됨이 없이 법규명령으로서 대외적 구속력을 계속 가진다는 취지를 규정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없다.”(대법원 2012. 7. 5. 선고 2010다72076 판결) 부칙은 처분과 절차의 안정만을 꾸렸을 뿐, 위임을 넘은 규범에 법규명령의 지위를 이어 주지 않는다.
고시 등 행정규칙의 지위는 형벌 분야에서도 같은 틀에서 논의된다. 대법원 2022. 12. 22. 선고 2020도16420 전원합의체 판결은 그 범위를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형벌법규가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과 같은 법규명령이 아닌 고시 등 행정규칙·행정명령, 조례 등(이하 ‘고시 등 규정’이라고 한다)에 구성요건의 일부를 수권 내지 위임한 경우에도 이러한 고시 등 규정이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 형벌법규와 결합하여 법령을 보충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므로, 그 변경에 따라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게 되거나 형이 가벼워졌다면 마찬가지로 형법 제1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가 적용된다.”(대법원 2022. 12. 22. 선고 2020도16420 전원합의체 판결) 위임입법의 한계 안에 있는 고시는 형벌법규와 결합하여 법령을 보충하며, 그 변경도 형법 제1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의 판단에 들어온다. 그 한계를 벗어난 고시의 지위는 이 판결에서 새로 정해지지 않았고, 앞서 본 2010다72076 판결의 기준이 그대로 남는다.
이 사건에서 상대방은 계약 해지와 손해 배상을 함께 주장하며 작성 시점이 서로 다른 계약서, 변경 이메일, 자금 기록, 전문가 계산서를 함께 제출하였다. 어떤 문건이 적용되는지,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의 사실관계와 이 사건의 시점·문건 구성이 달라진다는 대조표가 어디까지 설득력을 갖는지, 우리가 내세운 구별 근거가 어디까지 견디는지 역시 미정이다.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가 되지는 않는다. 위임된 법령과 고시의 지위가 이 사건에서 어떻게 작동할지는, 위임의 한계를 지킨 규범만이 법규명령으로 자리한다는 기준 위에서 판단해야 한다.
5.4형벌 법령과 위헌결정
위임 법령과 고시의 지위를 나눈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형벌 규정이 위헌으로 결정된 경우 그 효력을 언제까지 거슬러 올려 보낼지가 문제이다. 같은 형벌 법령을 두고도 적용 시점이 다르면 그 법령에 근거한 처벌이 유지될지가 갈린다. 헌법재판소법 제47조는 위헌결정의 시간적 효력을 형벌에 관하여 별도로 정하고 있다.
우선 국가기관을 기속하는 위헌결정의 일반적 효력에 관하여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1항은 "법률의 위헌결정은 법원과 그 밖의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한다"고 선언한다. 이 선언은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의 적용 배제를 모든 국가기관에 요구하되, 그 결정이 시간적으로 미치는 범위는 별개의 문제로 남겨 둔다.
그 시간적 효력의 출발점은 다음과 같이 정해진다.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은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은 그 결정이 있는 날부터 효력을 상실한다"고 규정한다. 이에 따르면 효력 상실의 기준일은 원칙적으로 결정일이다.
다만 형벌에 관한 법률에는 예외가 둔다.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3항은 "제2항에도 불구하고 형벌에 관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은 소급하여 그 효력을 상실한다. 다만, 해당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에 대하여 종전에 합헌으로 결정한 사건이 있는 경우에는 그 결정이 있는 날의 다음 날로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한다"고 정한다. 형벌 규정은 소급하여 효력을 잃되, 종전에 합헌 결정이 있었던 경우 그 소급 범위가 합헌 결정의 다음 날로 한정된다. 이 단서가 정하는 바를 넘어 더 넓거나 좁은 소급을 설정할 근거는 위 조항에서 찾을 수 없다.
확정된 유죄판결에 대한 구제 수단도 함께 둔다.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4항은 "제3항의 경우에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에 근거한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제5항은 "제4항의 재심에 대하여는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고 덧붙인다. 재심 청구는 소급 효력 상실에 따른 결과로서 열리며, 그 절차는 형사소송법을 준용하여 진행된다.
형법 제1조도 행위 시의 법령을 기준으로 삼되 법률 변경의 효과를 별도로 정한다. 형법 제1조 제1항은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 시의 법률에 따른다"고 선언한다. 이에 따르면 계약 변경의 시점이나 손해 발생의 시점이 달라지면 그 시점에 적용되던 법률이 함께 달라진다.
같은 조 제2항과 제3항은 이후의 법률 변경이 미치는 효과를 다음과 같이 나눈다. 형법 제1조 제2항은 "범죄 후 법률이 변경되어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게 되거나 형이 구법보다 가벼워진 경우에는 신법에 따른다"고 정하고, 형법 제1조 제3항은 "재판이 확정된 후 법률이 변경되어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게 된 경우에는 형의 집행을 면제한다"고 정한다. 범죄 성립의 소멸과 형의 경감은 신법을 따르고, 확정판결 이후에는 집행 면제로 이어진다.
이 사건에서 상대방은 계약 해지와 손해 배상을 함께 주장하면서 작성 시점이 서로 다른 계약서와 변경 이메일, 자금 기록, 전문가 계산서를 함께 제출하였다. 어떤 문건이 적용되는지,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가 이 사건에 적용되는지, 우리가 내세운 구별 근거가 어디까지 견드는지는 미정이다. 형벌 법령에 대한 위헌결정의 소급 범위를 판단하는 데에도 마찬가지로, 제47조 제3항이 단서로 한정한 범위 밖의 소급이나 별도의 요건을 먼저 마련해 두어서는 안 된다.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가 아니다.
5.5전원합의체 판결의 기준 범위
위헌결정의 시간적 효력이 규정의 문언으로 가려진다면, 판례가 정한 기준은 판결문의 어느 자리에서 읽어낼 수 있을지가 남는다.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은 배임죄의 기수시기를 두고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을 함께 실었고, 그 양쪽의 말이 어디까지가 판례의 기준인지를 가르는 문제가 생긴다.
먼저 대법관의 의견이 재판서에 어떻게 실리는지 법문으로 확인한다. 법원조직법 제15조는 대법원 재판서에 합의에 관여한 모든 대법관의 의견을 표시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따라서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이 함께 놓이는 것은 재판서의 필수 구성이며, 그 둘을 같은 무게의 기준으로 읽는 것은 이 조문이 정한 바가 아니다. 이 사건에서 상대방은 배임죄의 성립요건과 기수시기를 판례가 확정한 기준으로 제시하였는데, 그 기준의 내용이 어느 쪽 의견에서 나온 것인지가 우선 밝혀져야 한다.
판례는 배임죄의 실행착수와 기수의 시점을 이렇게 설명한다.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배임의 범의로, 즉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한다는 점과 이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점에 대한 인식이나 의사를 가지고 임무에 위배한 행위를 개시한 때 배임죄의 실행에 착수한 것이고, 이러한 행위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기수에 이른다." 이 설명은 손해의 발생을 기수의 요건으로 두고 있다. 상대방이 이 문장을 인용하면서 손해의 의미를 넓힌다면, 그 확장이 이 판결문 어디에서 확인되는지 따로 밝혀져야 한다.
판례는 의무부담행위의 효력에 따라 손해의 평가를 나눈다. "상대방이 대표권남용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 그 의무부담행위는 원칙적으로 회사에 대하여 효력이 없고, 경제적 관점에서 보아도 이러한 사실만으로는 회사에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하였다거나 실해 발생의 위험이 초래되었다고 평가하기 어려우므로, 달리 그 의무부담행위로 인하여 실제로 채무의 이행이 이루어졌다거나 회사가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게 되었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이상 배임죄의 기수에 이른 것은 아니다." 이 구절은 기수와 미수를 가르는 조건을 붙여 두었다. 이 사건의 계약서와 변경 이메일이 어느 효력의 경우에 놓이는지, 그리고 손해로 꼽히는 금원이 언제 발생했는지는 미정이다.
별개의견은 기수의 의미를 달리 본다. "배임죄는 회사가 그 의무부담행위에 따른 채무나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을 실제로 이행한 때에 기수가 된다." 이 문장은 별개의견의 자리에 놓여 있다. 그러므로 이 문장을 판례가 확정한 기준으로 내세우는 설명은, 그 출처가 다수의견인지 별개의견인지부터 구분하지 않으면 쟁점의 범위를 넘어서게 된다. 어떤 문건이 이 사건에 적용되는지,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가 이 사건의 시점과 문건 구성에 맞는지, 우리가 제시한 구별 근거가 어디까지 견디는지는 자료가 확정해 주지 않는다.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가 되지 않는다.
5.6불리한 판례의 미치는 범위
확정된 기준의 문언과 그것이 적용된 쟁점을 나누어 읽는 대조 작업은,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의 적용 범위를 따지는 일로 이어진다. 상대방이 내세운 판례가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을 다루는 것이라면, 그 판결이 선언한 기준이 우리 사건의 문건에도 그대로 미치는지가 다음 쟁점이 된다.
먼저 규범의 출발점을 확인한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위법수집증거의 배제)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선언한다. 이 조문은 수집 절차의 적법성을 증거채택의 전제로 삼고 있으며, 2차적 증거에 관한 판단 기준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도3061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 원칙과 예외를 함께 밝히고 있다. 그 판결의 다수의견은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와 그에 기초한 2차적 증거를 원칙적으로 배제하면서도, 예외의 요건으로서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 조항을 마련하여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예외적인 경우"를 들며, 2차적 증거에 관하여는 "절차에 따르지 아니한 증거 수집과 2차적 증거 수집 사이 인과관계의 희석 또는 단절 여부를 중심으로 2차적 증거 수집과 관련된 모든 사정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예외적인 경우에는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하였다(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도3061 전원합의체 판결). 같은 판결의 별개의견은 이 기준을 지나치게 엄격하다고 보고, "피가능성, 절차 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권리 또는 법익의 성질과 침해 정도, 수사기관의 인식과 의도 등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그 증거수집 절차의 위법사유가 영장주의의 정신과 취지를 몰각하는 것으로서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해야 할 만큼 중대한 것이라고 인정될 경우에는 그 증거능력을 부정하여야" 한다는 별도의 기준을 제시한다(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도3061 전원합의체 판결). 별개의견은 다수의견의 기준과 다른 출발점에 서 있으며, 어떤 것이 판례가 확정한 기준인지를 적는 작업에서 이 구분은 빠지지 않아야 한다.
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11437 판결은 2차적 증거의 판단 과정을 보다 구체화한다. 그 판결은 먼저 "수사기관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물론, 이를 기초로 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 역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는 것이 원칙"이라 확인한 뒤, 판단의 순서로 "먼저 절차에 따르지 아니한 1차적 증거 수집과 관련된 모든 사정들"을 살피고 "나아가 1차적 증거를 기초로 하여 다시 2차적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발생한 모든 사정들까지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주로 인과관계 희석 또는 단절 여부를 중심으로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하였다(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11437 판결). 나아가 그 판결은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만한 정황으로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은 것이 단지 수사기관의 실수일 뿐 피의자의 자백을 이끌어내기 위한 의도적이고 기술적인 증거확보의 방법으로 이용되지 않았고, 그 이후 이루어진 신문에서는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여 잘못이 시정되는 등 수사 절차가 적법하게 진행되었다는 사정"과 "증인이 그의 독립적인 판단에 의해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소환을 받고 임의로 출석하여 증언하였다는 사정" 등을 예로 든다(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11437 판결). 이 두 판결이 사용하는 기준의 문언은 겹치는 부분이 크다. 다만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의 기준이 함께 실린 2007도3061과, 단일한 판단 틀을 밝힌 2008도11437이 같은 형식인지 여부는 적지 않은 차이를 만든다.
우리 사건에서 상대방은 계약 해지와 손해 배상을 함께 주장하며 작성 시점이 서로 다른 계약서, 변경 이메일, 자금 기록, 전문가 계산서를 함께 내놓았다. 이 사안은 형사사건의 압수수색 절차를 다룬 위 두 판결의 사실관계와는 출발점이 다르다. 판결의 기준이 2차적 증거의 채택 가능성을 가리는 것이라면, 우리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어느 문건이 최종 합의를 보여 주는지, 그리고 그 문건에 상대방이 지목한 판례가 그대로 미치는지이다. 상대방이 언급한 판례의 사실관계와 이 사건의 시점·문건 구성이 다르다는 점은 대조표로 정리하였다. 그러나 대조표에 적힌 차이점이 곧 판례의 적용을 가르는 법적 근거가 되는지는 미정이다. 문건의 존재나 작성 시점이 정해졌다는 사실 자체가 곧 법적 평가가 아니며, 판례의 기준을 어디에까지 미치게 하는지도 채워지지 않은 자리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