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판례의 변화·충돌·미해결 지점과 공개되지 않은 사실에 기대는 구별이 견딜 수 없는 경계는 어디인지를 묻는다. 상급심 판결의 기속 범위, 다수 의견과 반대 의견의 경계, 위헌결정의 효력 범위를 차례로 살핀다. 위법수집 증거의 판단 기준, 법령 변경과 소급 적용의 요건, 유효기간 만료와 구별의 한계를 다룬다.
6.1상급심 판결의 기속 범위
대조표의 격자를 채우는 작업이 어디까지 남을지 가늠하려면, 먼저 상급심의 판단이 하급심을 묶는 범위를 문언에서 확인해야 한다. 2차적 증거의 판단 기준이 두 판결에 어떻게 놓였는지를 살피는 일은, 그 기준선이 이 사건의 심급에 미치는 힘과 떼어 놓고 설명할 수 없다. 문건의 작성 시점이 제각각인 이 사례에서 판례의 충돌 여부를 표시하려면, 우선 기속력의 대상과 범위를 법문의 한도 안에서 읽어야 한다.
법원조직법은 상급심 재판의 효력을 아래와 같이 정한다. "상급법원 재판에서의 판단은 해당 사건에 관하여 하급심을 기속한다." 법원조직법 제8조는 이 문장 하나로 상급심 판단의 기속력을 규정한다. 이에 따르면 기속의 대상은 "해당 사건"이고, 기속을 받는 주체는 하급심이며, 그 내용은 상급법원 재판에서의 판단이다. 상대방이 계약 해지와 손해배상을 함께 주장하며 여러 시점의 문건을 낸 이 사건에서, 상급심 판단이 하급심을 묶는 범위는 바로 이 문장이 가리키는 경계 안에 머문다.
이 조문이 일반 구속력이나 확장된 기속 범위를 선언하지 않는다는 점은 중요하다. 조문은 "해당 사건에 관하여"라는 한정을 함께 두고 있으며, 그 한정 밖의 다른 사건이나 다른 쟁점까지 상급심 판단이 하급심을 묶는다고 말하지 않는다. 상대방이 언급한 판례의 사실관계와 이 사건의 시점·문건 구성이 다르다고 정리한 근거가 어느 선까지 견디는지는, 이 문장이 그어 놓은 기속의 대상과 범위를 넘어서 새 기준을 보태지 않는 한 판단할 수 없다. 그 밖의 확장 근거가 존재하는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변경 이메일이 최종 합의를 보여 준다는 설명과 함께 제출된 자금 기록·전문가 계산서가 심리 대상에 오르더라도, 상급심 판단이 하급심을 기속하는 범위는 이 사건에 관하여 읽힌다.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가 이 사건에 적용되는지에 대한 판단 역시, 판례의 사실관계와 이 사건의 문건 구성이 겹치는지 묻는 것으로 시작하며, 그 답이 이미 정해진 것은 아니다. 어떤 문건이 적용되는지와 마찬가지로, 판례 적용 여부도 자료에 쓰인 문장의 한도 안에서만 표시할 수 있다.
따라서 판례 충돌을 표시할 기준선은 법원조직법 제8조의 문언이 한정한 대상과 범위에서 그어진다. 상급법원 재판에서의 판단은 해당 사건에 관하여 하급심을 기속하며, 그 밖의 넓은 구속력은 이 조문에 담겨 있지 않다. 이 한도를 지킨 표시는 견디고, 한도를 넘어선 표시는 다시 검토의 대상이 된다. 자료에 판결문이나 판시사항이 제시되지 않았으므로, 개별 판결의 기속 범위에 관한 구체적 판단은 미정으로 남는다.
6.2다수 의견과 반대 의견의 경계
기속의 범위를 조문에서 그대로 그은 뒤에 남는 문제는, 그 범위 안에서 어느 목소리를 법리로 들을 것인지이다. 대법원 재판서에 담긴 의견이 하나가 아니면, 판례 충돌의 기준선은 다수의 말에서 세워지고 반대의 말은 그 선 바깥에 남는다. 어느 쪽을 규범으로 삼을지 정하는 데에 쓰이는 표시의 근거는 법원조직법 제15조이다.
대법원 재판서에 실린 의견의 구성을 두고 법원조직법 제15조는 대법관의 의사표시에 관하여 "대법원 재판서에는 합의에 관여한 모든 대법관의 의견을 표시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 문장은 재판서에 들어갈 의견을 합의에 관여한 모든 대법관의 것으로 한정하고, 그 표시를 의무로 둔다. 합의에 관여하지 아니한 대법관의 의견이 재판서에 함께 실려야 하는 것은 아니며, 표시되지 아니한 의견을 판결의 일부로 꾸밀 수도 없다.
같은 조문이 표시에 놓인 의견을 다 같은 값으로 다루지는 않는다. 표시의 대상을 모든 대법관의 의견으로 넓게 잡은 까닭은, 재판서 안에서 합의의 결과가 되는 부분과 그 결과에 이르지 아니한 반대의 부분이 함께 읽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 사례에서 상대방이 언급한 판례의 사실관계와 이 사건의 시점·문건 구성이 다르다는 대조표를 낸 까닭도, 판결문 안에서 법리로 읽힐 부분의 경계를 먼저 가려 두기 위해서이다.
조문이 표시를 요구하는 것은 그 표시된 의견을 두고 판결의 규범 범위를 정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표시된 반대 의견은 재판서에 남는다. 그렇지만 그 반대 의견이 판결의 결론을 바꾸거나 다수의 법리를 대신하는 것은 아니며, 어디까지나 의견으로 남는다. 다수 의견을 판례로 읽는 일이 이 사건에서 어느 범위에서 견디는지, 상대방의 판례가 이 사건에 적용되는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표시되지 아니한 의견을 지어내거나, 표시된 반대 의견을 판결의 규범으로 끌어올리는 일은 같은 조문의 범위를 넘는다. 이 사례에서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가 아니듯이, 재판서에 의견이 표시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 의견이 법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판결문 안에서 법리로 읽을 부분과 의견으로 남길 부분의 경계는 이 표시에서 갈린다.
6.3위헌결정의 효력 범위
판결문 안에서 법리로 읽을 부분을 가려 낸 뒤에는, 그 법리를 어느 사건까지 적용할지의 문제가 놓인다. 상대방은 판례를 들어 계약 해지와 손해 배상의 근거를 함께 세우고, 우리 측은 그 판례의 사실관계와 이 사건의 시점·문건 구성이 다르다는 점을 대조표로 정리하였다. 판례의 적용 범위를 논하기에 앞서, 위헌결정이 스스로 선고한 효력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헌법재판소법 제47조는 법률의 위헌결정이 갖는 효력을 정한다. 그 제1항과 제2항은 효력의 대상과 시점에 관해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법률의 위헌결정은 법원과 그 밖의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한다." 그리고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은 그 결정이 있는 날부터 효력을 상실한다. <개정 2014. 5. 20.>" 두 항을 함께 읽으면, 위헌결정은 국가기관을 구속하면서 그 법률을 결정일부터 무효로 만든다. 이 사건에서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가 위헌결정에 따른 기속의 범위를 넘겨 다른 쟁점까지 정리한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형벌에 관한 법률은 시점의 계산이 달라진다. 같은 조 제3항은 소급효를 명한다. "제2항에도 불구하고 형벌에 관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은 소급하여 그 효력을 상실한다. 다만, 해당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에 대하여 종전에 합헌으로 결정한 사건이 있는 경우에는 그 결정이 있는 날의 다음 날로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한다. <신설 2014. 5. 20.>" 제4항은 "제3항의 경우에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에 근거한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개정 2014. 5. 20.>"라고 하여 소급효에 따른 구제 수단을 함께 두었다. 다만 여기서 볼 수 있는 것은 형벌에 관한 법률의 소급효와 유죄 확정판결에 대한 재심 청구뿐이며, 이 사건의 계약 분쟁에서 그 효력을 끌어오는 것은 법률이 정한 범위를 넘는다.
헌법소원의 인용결정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법 제75조가 별도로 정한다. 제1항은 "헌법소원의 인용결정은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한다."고 선언하고, 제2항은 "제68조제1항에 따른 헌법소원을 인용할 때에는 인용결정서의 주문에 침해된 기본권과 침해의 원인이 된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를 특정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인용결정의 효력은 주문에서 특정된 기본권과 공권력의 행사·불행사를 둘러싼 한정된 범위에서만 기속력을 갖는다. 이 사건에서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와 우리 측 변경 이메일의 관계는, 그 인용결정이 특정한 범위 밖에서 해소될 쟁점으로 보이지 않는다.
제75조 제4항은 재판을 대상으로 하는 인용결정의 처리를 정한다. "제3항의 경우 침해의 원인이 된 공권력의 행사가 법원의 재판인 때에는 헌법재판소는 해당 재판을 취소한다. 이 경우 법원은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에 따라 다시 재판하여야 한다. <신설 2026. 3. 12.>" 그리고 제7항은 "제6항의 경우 및 제68조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을 인용하는 경우에는 제45조 및 제47조를 준용한다."고 정한다. 어느 문건이 적용되는지,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가 이 사건에 적용되는지, 우리가 내세운 구별 근거가 어디까지 견디는지는, 위헌결정과 인용결정이 선고한 효력의 범위가 정해진 뒤에 논할 수 있다.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가 아니다. 위헌결정이 선고한 효력의 범위를 넘는 사유나 적용 대상을 확장하지 않는 한, 판례와 부딪히는 자리는 그 범위의 표시로 남는다.
6.4위법수집 증거의 판단 기준
위헌결정의 효력이 법령의 적용 범위를 어디까지 밝히는지에 이어, 이 절에서는 수집된 증거 자체를 놓고 벌어지는 논쟁의 경계를 살핀다. 2007도3061 전원합의체 판결이 밝힌 기준이 무엇에 답하고 무엇에 답하지 않는지 구분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먼저 증거의 출처에 따라 판단을 나누는 기본 태도를 확인한다. 위 판결은 적법절차를 위반하여 수집한 증거의 취급 원칙을 이렇게 선언한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해 마련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도3061 전원합의체 판결). 이어서 위 판결은 그 증거를 기초로 얻은 2차적 증거에 대해서도 같은 태도를 취한다. "수사기관의 위법한 압수수색을 억제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확실한 대응책은 이를 통하여 수집한 증거는 물론 이를 기초로 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같은 판결]. 2차적 증거는 앞선 증거에서 파생하였다는 점에서 그 출처가 문제된다는 뜻이다.
다음으로는 예외를 허용하는 조건을 읽어야 한다. 위 판결은 형식적인 절차 위반만으로 예외 없이 증거를 배제하는 방식을 버리고 종합적 판단을 제시한다. "수사기관의 증거 수집 과정에서 이루어진 절차 위반행위와 관련된 모든 사정 즉, 절차 조항의 취지와 그 위반의 내용 및 정도, 구체적인 위반 경위와 회피가능성, 절차 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권리 또는 법익의 성질과 침해 정도 및 피고인과의 관련성, 절차 위반행위와 증거수집 사이의 인과관계 등 관련성의 정도, 수사기관의 인식과 의도 등을 전체적·종합적으로 살펴 볼 때,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 조항을 마련하여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예외적인 경우라면, 법원은 그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같은 판결]. 이 문장에 열거된 사정은 절차 위반을 다루는 심리의 항목을 구성한다. 예외의 성립 여부는 아직 판단되지 않은 채 남는다.
2차적 증거에 관한 판단 기준은 위와 별개로 정해진다. 위 판결은 "절차에 따르지 아니한 증거 수집과 2차적 증거 수집 사이 인과관계의 희석 또는 단절 여부를 중심으로 2차적 증거 수집과 관련된 모든 사정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예외적인 경우에는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같은 판결]고 하였다. 인과관계의 희석 또는 단절이 2차적 증거 판단의 중심축이라는 뜻이다. 다만 그 중심축이 어느 지점에서 희석되었다고 볼지는 이 판결요지가 정하지 아니하였다.
한편 위 판결에는 다수의견과 구별되는 별개의견이 함께 실려 있다. 별개의견은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기준은 그 취지가 분명하지 아니할 뿐 아니라,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으로 위법수집증거의 배제원칙을 선언함으로써 자칫 실체적 진실 규명을 통한 형벌권의 적정한 행사라는 형사 사법의 또다른 목표의 달성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지나치게 어렵게 만들 우려가 있다"[같은 판결]고 하였다. 그리고 다른 판단 기준을 "그 위법 사유가 이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 압수물의 증거능력을 부정하여서는 아니 된다"[같은 판결]는 문장으로 끝맺는다. 이 별개의견은 위 판결의 판결요지와 함께 읽히더라도 다수의견을 대신하지 아니한다.
끝으로 위 판결이 심리의 부족을 지적한 대목을 확인한다. 위 판결은 "주장된 위법사유 중 영장에 압수할 물건으로 기재되지 않은 물건의 압수, 영장 제시 절차의 누락, 압수목록 작성·교부 절차의 현저한 지연 등으로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였는지 여부 등에 관하여 충분히 심리하지 아니한 채 압수절차가 위법하더라도 압수물의 증거능력은 인정된다는 이유만으로 압수물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것은 위법하다고 한 사례"[같은 판결]로 판결요지를 정리한다. 압수물과 2차적 증거가 나뉘어 판단되는 구조, 그리고 예외를 허용한 사정의 목록까지가 이 판결이 밝힌 범위에 해당한다. 어떤 사정이 어느 방향으로 작용하는지, 이 사건에서 열거된 사정이 어떻게 놓이는지는 판결요지가 남겨 둔 자리이다.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는 아니다.
6.5법령 변경과 소급 적용의 요건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 원칙과 그 판단 기준을 나누어 둔 데서, 그 기준이 넘어서는 법령 변경과 소급 적용의 문제로 나아간다. 상대방은 계약 해지와 손해배상을 함께 주장하면서 작성 시점이 서로 다른 계약서·변경 이메일·자금 기록·전문가 계산서를 함께 내밀었고, 어떤 문건이 적용되는지와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가 이 사건에 적용되는지는 여전히 미정이다. 이 상황에서 물어야 할 것은, 변경이 일어났다는 사실만으로 그것을 이 사건에 적용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적용의 요건이 어디에 놓여 있는지이다.
변경 이후의 법을 언제 적용하는지는 형법이 먼저 밝힌다. 형법 제1조 제2항은 "범죄 후 법률이 변경되어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게 되거나 형이 구법보다 가벼워진 경우에는 신법에 따른다"라고 규정한다. 이 조항은 행위 시의 법률에 따른다는 원칙을 둔 같은 조 제1항의 예외로, 행위가 처벌되지 아니하게 되거나 형이 가벼워진 경우에만 새 법을 적용한다. 따라서 상대방이 변경 이메일을 최종 합의의 근거로 내세운다 하더라도, 그 변경이 이 사건의 계약 관계에 어떤 법적 효력을 미치는지는 이 조항이 정하는 방식과 구분하여 살펴야 한다.
그러나 형법 제1조 제2항이 말하는 "법령의 변경"이 무엇을 가리키는지는 조문만으로는 정해지지 않는다. 대법원 2022. 12. 22. 선고 2020도16420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 쟁점을 다루면서, "범죄의 성립과 처벌에 관하여 규정한 형벌법규 자체 또는 그로부터 수권 내지 위임을 받은 법령의 변경에 따라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게 되거나 형이 가벼워진 경우, 종전 법령이 범죄로 정하여 처벌한 것이 부당하였다거나 과형이 과중하였다는 반성적 고려에 따라 변경된 것인지를 따지지 않고 원칙적으로 형법 제1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가 적용되는지 여부(적극)"로 밝혔다. 여기서 판례는 변경의 동기를 묻지 않는다. 상대방이 이 사건에서 변경 이메일의 작성 배경을 들어 우리가 유리하게 꾸몄다고 공격하더라도, 변경 자체의 적용 요건과 변경의 동기를 따로 놓아야 한다.
같은 판결은 위임받은 고시 등에까지 그 요건이 미치는지도 밝혔다. 형벌법규가 고시 등 행정규칙·행정명령, 조례 등에 구성요건의 일부를 위임한 경우에, "이러한 법리는, 형벌법규가 고시 등 행정규칙·행정명령, 조례 등에 구성요건의 일부를 수권 내지 위임한 경우에도 그 고시 등 규정이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 마찬가지인지 여부(적극)"로 보았다(대법원 2022. 12. 22. 선고 2020도16420 전원합의체 판결). 위임의 한계를 벗어나는 고시는 형벌법규와 결합하여 법령을 보충하는 기능을 이루지 못하므로, 이 사건에서 어떤 하위 문건이 계약서를 보충하는지 가를 때도 위임의 한계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변경의 범위를 가르는 또 다른 기준도 이 판결에 있다. 해당 형벌법규 자체나 그로부터 위임받은 법령이 아닌 다른 법령이 변경된 경우, 형법 제1조 제2항을 적용하기 위한 요건이 따로 요구된다는 것이다. 상대방이 언급한 판례와 이 사건의 시점·문건 구성이 다르다는 대조표는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한다. 판례의 사실관계와 이 사건의 문건 구성이 어디까지 같은지, 우리가 내세운 구별 근거가 어디까지 견디는지는 자료가 말한 범위에서만 가를 수 있고, 그 밖의 판단은 미정으로 남는다.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는 아니다.
6.6유효기간 만료와 구별의 한계
형법 제1조 제2항의 소급 적용이 성립하는 ‘법령의 변경’의 범위를 둘러싼 논의는, 개정·폐지와 다른 방식으로 법령이 효력을 잃는 경우까지 그 범위에 넣을 수 있는지에서 한계에 부딪힌다. 이 점을 다룬 전원합의체 판결은 유효기간 만료와 ‘법령의 변경’을 구별하면서도, 그 구별의 경계선을 어디까지 확장할 것인지는 열어 둔다. 판결요지가 서술하는 사실 유형만으로는 확정할 수 없는 지점이 남는 까닭이다.
우선 대법원은 ‘법령의 변경’에 들지 않는 경우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법령이 개정 내지 폐지된 경우가 아니라, 스스로 유효기간을 구체적인 일자나 기간으로 특정하여 효력의 상실을 예정하고 있던 법령이 그 유효기간을 경과함으로써 더 이상 효력을 갖지 않게 된 경우도 형법 제1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에서 말하는 법령의 변경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22. 12. 22. 선고 2020도16420 전원합의체 판결)고 명시했다. 이 소극 결론은 유효기간 만료가 개정·폐지와 다른 효력 상실의 경로임을 전제로, 그 경로를 ‘변경’의 개념 밖에 둔 것이다. 다만 이 문장은 ‘스스로 유효기간을 구체적인 일자나 기간으로 특정하여 효력의 상실을 예정하고 있던’ 법령을 전제로 삼는다. 그 전제에 놓이지 않는 법령의 효력 상실이 어떻게 처리되는지는 이 문장만으로는 정해지지 않는다.
같은 판결의 별개의견은 이 구별이 결코 확정된 것이 아님을 보여 준다. 대법관 노태악, 대법관 천대엽의 별개의견은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형벌법규가 변경되었다는 관점에서 보면 법령이 개정·폐지된 경우와 법령의 유효기간이 경과된 경우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대법원 2022. 12. 22. 선고 2020도16420 전원합의체 판결)고 보았고, "법령의 유효기간이 경과된 경우에도 추급효에 관한 경과규정을 두지 않은 이상 원칙적으로 피고인에게 유리한 재판시법이 적용되어야 한다"(대법원 2022. 12. 22. 선고 2020도16420 전원합의체 판결)는 입장에 이르렀다.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이 유효기간 만료를 두고 갈린 까닭은, 효력 상실의 형식이 아니라 피고인에게 유리한 법령의 상태를 형사법이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라는 관점의 차이에 있다.
구별의 기준을 둘러싼 논의는 더 광범위한 판단 기준의 변화와 맞닿는다. 대법관 조재연, 대법관 안철상의 별개의견은 "형사법적 관점의 변화라는 상대적 가치를 지닌 관념이 특정한 유형에 항상 존재하거나 부존재한다고 볼 근거가 충분하지 않고, 또 구체적 개별 사건에서 균형 잡힌 해석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결과가 되어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대법원 2022. 12. 22. 선고 2020도16420 전원합의체 판결)고 밝혔다. 이 의견은 유형별로 일률적인 결론을 미리 정하는 태도가 오히려 구별의 탄력을 가둔다고 본다. 따라서 유효기간 만료의 사례에서조차 구별이 어디까지 견디는지는, 유형의 문구가 아니라 개별 사건의 공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한편 대법원 2022. 12. 22. 선고 2020도16420 전원합의체 판결은 형법 제1조 제2항의 소급 적용이 성립하기 위한 다른 법령 변경의 요건에 관해 "해당 형벌법규에 따른 범죄의 성립 및 처벌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형사법적 관점의 변화를 주된 근거로 하는 법령의 변경에 해당하여야 하므로, 이와 관련이 없는 법령의 변경으로 인하여 해당 형벌법규의 가벌성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경우에는 형법 제1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요건은 다른 법령의 변경을 다루지만, 유효기간 만료를 구별하는 문제에서도 ‘직접적인 관련성’이라는 기준이 함께 작동함을 시사한다.
이 사건에서 상대방이 계약 해지와 경제적 손해의 배상을 함께 주장하며 내놓은 자료의 법적 평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변경 이메일이 최종 합의를 보여 준다는 설명과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의 사실관계가 이 사건과 다르다는 대조는 모두 제출된 판단 자료일 뿐, 그 자체로 법적 평가를 대신하지 않는다. 어떤 문건이 적용되는지,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가 이 사건에 적용되는지, 우리가 내세운 구별 근거가 어디까지 견디는지는 미정이다. 유효기간 만료와 ‘법령의 변경’을 가르는 선이 정해졌다고 단정할 수 없는 것처럼, 이 사건의 문건 구성을 법적 평가로 옮기는 작업도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