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유추 적용과 적용 범위의 확장, 상위 규범과 하위 기준의 관계를 감안할 때 선례가 직접 답하지 않는 경우 우리는 어디에서 멈추는지를 묻는다. 선례가 직접 답한 경계, 위임받은 하위 기준의 위계, 유추가 멈추는 지점을 차례로 살핀다. 기속력이 미치는 범위, 재심사유의 좁은 해석, 결정 효력과 유보 문구를 다룬다.
8.1선례가 직접 답한 경계
구별 근거가 뒷받침 자료를 갖추는 문제를 정리한 데서 나아가, 이 사건에서 상대방이 언급한 선례가 어디까지 직접 답을 주는지 살펴야 한다. 상대방은 판례의 사실관계와 이 사건의 시점·문건 구성이 다르다는 우리 측 대조표를 읽을 때, 먼저 그 판례 스스로 어느 쟁점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렸는지 경계를 표시할 필요가 있다. 이는 자료의 법령과 판시를 그대로 옮겨 읽는 일에 머무른다.
선례의 첫 쟁점은 형법 제1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의 적용 여부였다. 대법원 2022. 12. 22. 선고 2020도16420 전원합의체 판결은 그 쟁점을 “범죄의 성립과 처벌에 관하여 규정한 형벌법규 자체 또는 그로부터 수권 내지 위임을 받은 법령의 변경에 따라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게 되거나 형이 가벼워진 경우, 종전 법령이 범죄로 정하여 처벌한 것이 부당하였다거나 과형이 과중하였다는 반성적 고려에 따라 변경된 것인지를 따지지 않고 원칙적으로 형법 제1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가 적용되는지 여부(적극)”로 정리하였다. 같은 판결은 결론에서 “종전 법령이 범죄로 정하여 처벌한 것이 부당하였다거나 과형이 과중하였다는 반성적 고려에 따라 변경된 것인지 여부를 따지지 않고 원칙적으로 형법 제1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가 적용된다”고 밝혔다(대법원 2022. 12. 22. 선고 2020도16420 전원합의체 판결). 이 대목이 선례가 직접 내린 답이며, 여기에는 반성적 고려를 따지지 않는다는 단서가 함께 들어 있다.
뒤이어 그 판결은 위임받은 하위 규정의 변경까지 다루었다. 판례는 “형벌법규가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과 같은 법규명령이 아닌 고시 등 행정규칙·행정명령, 조례 등(이하 ‘고시 등 규정’이라고 한다)에 구성요건의 일부를 수권 내지 위임한 경우에도 이러한 고시 등 규정이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 형벌법규와 결합하여 법령을 보충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므로, 그 변경에 따라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게 되거나 형이 가벼워졌다면 마찬가지로 형법 제1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가 적용된다”고 하였다(대법원 2022. 12. 22. 선고 2020도16420 전원합의체 판결). 이 결론에는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이라는 조건이 붙어 있다. 선례가 답한 범위는 이 조건 안에 한정되며, 자료에 없는 확장은 여기서 보태지 않는다.
그 판결은 다른 법령의 변경과 유효기간 경과의 경우를 함께 다루었다. 다른 법령이 바뀐 경우에 대해서는 “해당 형벌법규에 따른 범죄의 성립 및 처벌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형사법적 관점의 변화를 주된 근거로 하는 법령의 변경에 해당하여야 하므로, 이와 관련이 없는 법령의 변경으로 인하여 해당 형벌법규의 가벌성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경우에는 형법 제1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22. 12. 22. 선고 2020도16420 전원합의체 판결). 아울러 “스스로 유효기간을 구체적인 일자나 기간으로 특정하여 효력의 상실을 예정하고 있던 법령이 그 유효기간을 경과함으로써 더 이상 효력을 갖지 않게 된 경우도 형법 제1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에서 말하는 법령의 변경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대법원 2022. 12. 22. 선고 2020도16420 전원합의체 판결). 둘 다 선례가 스스로 경계로 표시한 바깥쪽이다.
우리가 내세운 구별 근거를 이 선례에 비추어 보면, 적용 사유와 사실관계의 차이를 따지는 일은 판례의 문장 밖에서 벌어진다. 상대방이 언급한 판례의 사실관계와 이 사건의 시점·문건 구성이 다르다는 점은 대조표로 정리되었으나, 그 차이가 선례의 결론을 좌우하는 법적 요건인지는 자료가 직접 답하지 않았다. 어떤 문건이 적용되는지,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가 이 사건에 적용되는지, 우리가 내세운 구별 근거가 어디까지 견디는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따라서 이 자리에서 할 일은 선례가 직접 표시한 경계를 판시문대로 적어 두는 데까지이다.
8.2위임받은 하위 기준의 위계
선례가 직접 답한 범위를 표시한 데서 나아가, 이제 상위 법령이 위임한 세부 사항이 어떤 형식으로 정해져야 대외적 구속력을 갖는지가 문제다. 이 사건에서 상대방은 계약서·변경 이메일·자금 기록·전문가 계산서를 함께 내놓았고, 각 문건의 작성 시점이 서로 달라 어떤 문건이 적용되는지가 쟁점으로 남는다. 그 앞에 놓인 질문은, 위임에 따라 정해진 하위 기준이 언제 법규명령으로서의 효력을 인정받는가이다.
대법원 2012. 7. 5. 선고 2010다72076 판결은 위임의 절차와 방식을 어긴 하위 기준의 효력을 명시적으로 다룬다. 위임 권한의 행사 조건을 확인할 필요에 따라 판결 요지의 일반 법리를 먼저 옮기면, "법령의 규정이 특정 행정기관에게 법령 내용의 구체적 사항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면서 권한행사의 절차나 방법을 특정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수임 행정기관은 행정규칙이나 규정 형식으로 법령 내용이 될 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이어서 "이는 행정규칙이 갖는 일반적 효력이 아니라 행정기관에 법령의 구체적 내용을 보충할 권한을 부여한 법령 규정의 효력에 근거하여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것이다."고 전제하였다. 이 사건에서 우리가 변경 이메일을 최종 합의로 설명하려 할 때, 그 근거가 계약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있는지 위임된 기준의 적용에 있는지가 구분되어야 한다.
나아가 위임의 절차와 방식을 지킨 하위 기준이 아니면 법규명령으로서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뒤따른다. 동 판결은 위임 범위를 벗어난 경우에는 물론이고, 상위법령이 정한 권한행사의 절차나 방식을 어긴 경우에도 같은 결론이 된다고 하였다. 구체적으로 "상위법령에서 세부사항 등을 시행규칙으로 정하도록 위임하였음에도 이를 고시 등 행정규칙으로 정하였다면 그 역시 대외적 구속력을 가지는 법규명령으로서 효력이 인정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같은 판결은 위임 근거 조항이 개정되면서 정하도록 한 형식이 바뀐 경우에도 그 형식을 따르지 않은 기존 기준의 효력이 유지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즉 "구 주택법 제24조 제6항이 권한행사의 절차 및 방법을 특정하여 위임한 것에 위배되어 더 이상 대외적인 구속력이 있는 법규명령으로서 효력을 가지지 못한다."고 판시하였다. 이 사건의 대조표에서 우리가 내세운 구별이 어느 수준에서 견디는지는, 각 문건이 위임된 형식과 절차를 따랐는지와 분리하여 판단할 일이 남는다.
위임된 하위 기준이 법령을 보충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은 형사 분야에서도 확인된다. 대법원 2022. 12. 22. 선고 2020도16420 전원합의체 판결은 "형벌법규가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과 같은 법규명령이 아닌 고시 등 행정규칙·행정명령, 조례 등(이하 ‘고시 등 규정’이라고 한다)에 구성요건의 일부를 수권 내지 위임한 경우에도 이러한 고시 등 규정이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 형벌법규와 결합하여 법령을 보충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므로, 그 변경에 따라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게 되거나 형이 가벼워졌다면 마찬가지로 형법 제1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가 적용된다."고 판시하였다. 이 판례는 위임된 하위 기준이 법령과 결합하는 조건으로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을 것을 요구한다.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가 이 사건에 적용되는지는, 이 사건의 문건 구성과 시점이 그 판례의 사실관계와 어떻게 대비되는지에 관한 검토에 달려 있고, 그 결론은 미정이다.
하위 기준의 대외적 구속력을 인정하는 근거를 자료가 정한 범위 밖에서 보충할 수는 없다. 동 판결은 이 근거에 관해 "행정규칙이나 규정이 상위법령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경우에는 법규명령으로서 대외적 구속력을 인정할 여지는 없다."고 하였고, 부칙 조항의 의미에 관해서도 "구 주택건설촉진법하에서 상위법령의 위임을 받아 제정된 행정규칙, 규정이 전부 개정된 주택법 상위법령의 위임한계를 벗어남에도 그에 구애됨이 없이 법규명령으로서 대외적 구속력을 계속 가진다는 취지를 규정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위임의 한계를 벗어난 하위 기준이 법규명령으로서 구속력을 갖는지, 이 사건의 각 문건이 그 한계 안에 있는지는 확인된 사실로서 확정되어 있지 않다. 자료가 제공된 사실이 곧 법적 평가를 뜻하지 않는다.
8.3유추가 멈추는 지점
위임의 형식과 한계를 읽는 자리에서 이른 결론이 어디까지 미치는지 물어야 하므로, 이제는 유추의 경계를 지닌 판단이 무엇을 근거로 스스로를 멈추는지 살필 차례다. 상대방이 계약 해지와 경제적 손해의 배상을 함께 주장하며 서로 다른 시점의 계약서·변경 이메일·자금 기록·전문가 계산서를 한꺼번에 제출한 이 사건에서, 어떤 문건이 적용되는지 그리고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가 이 사건에 적용되는지는 여전히 미정이다. 판단이 미정인 상태에서 남는 것은 인용된 판례가 자기 결론의 범위를 어떻게 표시했는가 하는 점이다.
유추가 허용되는 자리를 확인하려면 우선 적용 요건의 전제를 그대로 적어야 한다. 대법원 2022. 12. 22. 선고 2020도16420 전원합의체 판결은, 형벌법규 자체 또는 그로부터 수권 내지 위임을 받은 법령의 변경이 범죄의 성립과 처벌에 미치는 효과를 다음과 같이 적었다. "범죄의 성립과 처벌에 관하여 규정한 형벌법규 자체 또는 그로부터 수권 내지 위임을 받은 법령의 변경에 따라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게 되거나 형이 가벼워진 경우, 종전 법령이 범죄로 정하여 처벌한 것이 부당하였다거나 과형이 과중하였다는 반성적 고려에 따라 변경된 것인지를 따지지 않고 원칙적으로 형법 제1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가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 이러한 법리는, 형벌법규가 고시 등 행정규칙·행정명령, 조례 등에 구성요건의 일부를 수권 내지 위임한 경우에도 그 고시 등 규정이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 마찬가지인지 여부(적극)"(대법원 2022. 12. 22. 선고 2020도16420 전원합의체 판결). 이 인용은 적용 요건이 범위를 넓히는 대신 형벌법규와 위임받은 법령의 관계를 좁혀 둔다는 점을 보여 준다.
요건이 좁혀진 만큼, 유추 적용에서 제외되는 자리도 함께 적혀 있다. 같은 판결은 다른 법령의 변경에 관한 요건과 유효기간 경과의 사유를 나란히 두었다. "해당 형벌법규 자체 또는 그로부터 수권 내지 위임을 받은 법령이 아닌 다른 법령이 변경된 경우, 형법 제1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를 적용하기 위한 요건 / 스스로 유효기간을 구체적인 일자나 기간으로 특정하여 효력의 상실을 예정하고 있던 법령이 그 유효기간을 경과함으로써 더 이상 효력을 갖지 않게 된 경우가 형법 제1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에서 말하는 ‘법령의 변경’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대법원 2022. 12. 22. 선고 2020도16420 전원합의체 판결). 이 인용은 소극인 결론을 사유의 유사성으로 넓힐 자리를 남기지 않는다.
적용 요건과 제외 사유를 대조하면, 유추가 멈추는 자리는 결론의 방향이 아니라 요건의 채움 여부에 있다. 위임받은 규정의 변경이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 같은 법리가 미친다는 표현은, 요건을 완화한 확대가 아니라 같은 요건을 같은 자리에 적용한다는 뜻이다. 반면 유효기간 경과를 ‘법령의 변경’에 해당한다고 넓히지 않는 소극인 결론은, 사유가 비슷해 보여도 요건에 담기지 않으면 유추가 멈춘다는 사실을 분명히 한다.
이 사건에서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의 사실관계와 이 사건의 시점·문건 구성이 다르다는 대조는, 판례의 결론을 그대로 가져오지 않기 위한 준비이다. 그러나 어떤 문건이 적용되는지,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가 이 사건에 적용되는지, 우리 측이 내세운 구별 근거가 어디까지 견디는지는 미정이다. 자료에 인용된 요건과 제외 사유의 문구가 있다고 하여, 곧 이 사건의 법적 평가가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결국 이 자리에서 확정할 수 있는 것은 소극인 결론을 유사 사유로 확대하지 않는다는 점과, 요건을 완화하여 읽지 않는다는 점이다. 남은 판단은 자료가 적어 놓은 경계의 문구를 넘어서지 않는 범위에서만 이어질 수 있다.
8.4기속력이 미치는 범위
유추가 멈춘 자리를 밝힌 뒤에는 기속력이 어디까지 미치는지가 남는다. 상급심 판단의 효력과 확정 판결의 효력은 각각 법원조직법 제8조와 행정소송법 제30조가 정하는데, 두 조문이 기속하는 대상을 한정하여 써 놓았다는 점이 이 질문의 출발이다. 이 자료들이 정한 범위 안에서만 기속력을 말할 수 있을지, 그 바깥으로 넓혀 읽어도 되는지를 아래에서 살핀다.
법원조직법 제8조는 판례법상 판단의 기속력을 이렇게 정한다. 같은 조문은 "제8조(상급심 재판의 기속력) 상급법원 재판에서의 판단은 해당 사건에 관하여 하급심을 기속한다."고 선언한다. 기속의 대상은 "해당 사건에 관하여"라고 한정되고, 기속을 받는 주체는 "하급심"이다. 이 사건에서 상대방은 자신이 언급한 판례가 이 사건을 이끈다고 주장하지만, 조문이 말하는 기속력은 해당 사건에 관한 하급심에 대한 것이므로, 다른 사건에 적용되는 판단으로 이 사안을 대체하는 효과가 이 조문에서 나온다고 보기는 어렵다. 조문은 기속력의 대상이나 범위를 더 넓게 정해 두지 않았다.
행정소송법 제30조는 취소 판결의 기속력을 나누어 정한다. 제1항은 "①처분등을 취소하는 확정판결은 그 사건에 관하여 당사자인 행정청과 그 밖의 관계행정청을 기속한다."고 규정한다.(행정소송법 제30조) 기속의 대상 역시 "그 사건에 관하여"이고, 기속을 받는 주체는 "당사자인 행정청과 그 밖의 관계행정청"이다. 우리 측이 내세우는 구별 근거가 이 사건과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의 사실관계가 다르다는 점에 있다면, 조문이 정한 기속력은 같은 사건에 묶이는 당사자 사이에서만 말할 수 있다.
같은 조 제2항은 "②판결에 의하여 취소되는 처분이 당사자의 신청을 거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경우에는 그 처분을 행한 행정청은 판결의 취지에 따라 다시 이전의 신청에 대한 처분을 하여야 한다."고 하고,(행정소송법 제30조) 제3항은 "③제2항의 규정은 신청에 따른 처분이 절차의 위법을 이유로 취소되는 경우에 준용한다."고 한다.(행정소송법 제30조) 신청 거부를 내용으로 하는 처분과 절차 위법을 이유로 하는 취소에 관한 한정이다. 계약 해지와 경제적 손해의 배상을 함께 주장하는 이 사안을 두고, 이 한정을 넓혀 읽을 근거는 조문에서 찾을 수 없다.
두 조문은 각각 다른 절차에서 기속력을 말한다. 법원조직법 제8조는 상급법원의 판단이 해당 사건의 하급심을 묶는다는 것이고, 행정소송법 제30조는 취소 확정판결이 같은 사건의 행정청을 묶는다는 것이다. 어떤 문건이 적용되는지,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가 이 사건에 적용되는지, 우리가 내세운 구별 근거가 어디까지 견디는지는 미정이다. 기속력이 미치는 자리와 그렇지 않은 자리를 조문의 한정 안에 두고 나면, 남은 판단은 다음에 쌓인 자료에서 해야 한다.
8.5재심사유의 좁은 해석
기속력의 경계를 그어 놓은 자리에서 이번에는 유추의 허용 범위를 더 좁은 지점으로 옮겨 재심사유의 해석에 이른다. 상대방이 재심을 전제로 신규 증거를 내세우는 흐름 앞에서, 형사소송법 제420조가 정한 사유의 요건이 어떤 문장으로 닫혀 있는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420조는 재심의 청구 대상과 사유를 한정하여 두고, 그 다섯째 호는 "유죄를 선고받은 자에 대하여 무죄 또는 면소를, 형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형의 면제 또는 원판결이 인정한 죄보다 가벼운 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라고 규정한다. 이 문장은 증거의 신규성과 명백성을 함께 요구하며, 사유의 범위를 넓힐 여지를 두지 않는다. 이 사례에서 상대방이 제시하는 자료가 곧 이 호의 요건을 충족한다는 뜻은 아니다.
증거의 신규성을 누구를 기준으로 삼을지와 관련하여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은 다수의견에서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 정한 무죄 등을 인정할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란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의 소송절차에서 발견되지 못하였거나 또는 발견되었다 하더라도 제출할 수 없었던 증거를 새로 발견하였거나 비로소 제출할 수 있게 된 때를 말한다"고 밝힌다. 같은 다수의견은 "증거의 신규성을 누구를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에 대하여 위 조항이 그 범위를 제한하고 있지 않으므로 그 대상을 법원으로 한정할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인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이 사례에서 변경 이메일과 자금 기록의 제출 시점이 언제인지, 그 문건이 확정된 판단의 소송절차에서 이미 제출할 수 있었던 것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같은 결정의 다수의견은 신규성의 한계를 분명히 하면서 "피고인이 재심을 청구한 경우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의 소송절차 중에 그러한 증거를 제출하지 못한 데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그 증거는 위 조항에서의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서 제외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본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별개의견은 그와 달리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서 무죄 등을 인정할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 해당하는지는, 재심을 청구하는 피고인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재심 개시 여부를 심사하는 법원이 새로이 발견하여 알게 된 것인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고 본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어느 기준을 따를지에 대한 답은 이 사례에서 미정으로 남는다.
명백성의 판단에 관한 다수의견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 정한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법원으로서는 새로 발견된 증거만을 독립적·고립적으로 고찰하여 그 증거가치만으로 재심의 개시 여부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을 선고한 법원이 사실인정의 기초로 삼은 증거들 가운데 새로 발견된 증거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고 모순되는 것들은 함께 고려하여 평가하여야 하고, 그 결과 단순히 재심대상이 되는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그 정당성이 의심되는 수준을 넘어 그 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면 그 새로운 증거는 위 조항의 ‘명백한 증거’에 해당한다"고 설시한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전문가 계산서와 기존 자금 기록이 함께 평가되는 자리는 이와 같은 판단 틀 안에서만 열리며,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를 대신하지는 않는다.
8.6결정 효력과 유보 문구
재심사유가 요건을 넘어 넓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한 뒤, 그다음 질문은 헌법재판소 결정의 효력이 어디까지 미치는지이다. 이 사건에서 상대방은 계약 해지와 손해 배상을 함께 주장하며 여러 문건과 계산서를 내었고, 우리가 정리한 대조표는 어떤 문건이 적용되는지와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가 이 사건에 적용되는지를 아직 확정하지 못한 채 두었다. 효력 규정을 읽는 일이 바로 그 남은 자리를 가늠하는 일이 된다.
헌법재판소법 제47조는 위헌결정의 효력을 이렇게 정한다. "제47조(위헌결정의 효력) ① 법률의 위헌결정은 법원과 그 밖의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한다. ②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은 그 결정이 있는 날부터 효력을 상실한다. <개정 2014. 5. 20.> ③ 제2항에도 불구하고 형벌에 관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은 소급하여 그 효력을 상실한다. 다만, 해당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에 대하여 종전에 합헌으로 결정한 사건이 있는 경우에는 그 결정이 있는 날의 다음 날로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한다. <신설 2014. 5. 20.> ④ 제3항의 경우에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에 근거한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개정 2014. 5. 20.> ⑤ 제4항의 재심에 대하여는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 <개정 2014. 5. 20.>" (헌법재판소법 제47조) 기속의 상대가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로 적혀 있고, 효력 상실의 시점과 형벌 규정의 소급이 각각 떨어져 선언되어 있다. 이 사례에서 우리 설명이 어디까지 견디는지는 이 범위 밖으로 확대하지 않고 확인해야 한다.
인용결정의 효력은 헌법재판소법 제75조가 따로 둔다. "제75조(인용결정) ① 헌법소원의 인용결정은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한다. ② 제68조제1항에 따른 헌법소원을 인용할 때에는 인용결정서의 주문에 침해된 기본권과 침해의 원인이 된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를 특정하여야 한다. ③ 제2항의 경우에 헌법재판소는 기본권 침해의 원인이 된 공권력의 행사를 취소하거나 그 불행사가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다. ④ 제3항의 경우 침해의 원인이 된 공권력의 행사가 법원의 재판인 때에는 헌법재판소는 해당 재판을 취소한다. 이 경우 법원은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에 따라 다시 재판하여야 한다. <신설 2026. 3. 12.> ⑤ 헌법재판소가 공권력의 불행사에 대한 헌법소원을 인용하는 결정을 한 때에는 피청구인은 결정 취지에 따라 새로운 처분을 하여야 한다. <개정 2026. 3. 12.> ⑥ 제2항의 경우에 헌법재판소는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가 위헌인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에 기인한 것이라고 인정될 때에는 인용결정에서 해당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이 위헌임을 선고할 수 있다. <개정 2026. 3. 12.> ⑦ 제6항의 경우 및 제68조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을 인용하는 경우에는 제45조 및 제47조를 준용한다. <개정 2026. 3. 12.> ⑧ 제68조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이 인용된 경우에 해당 헌법소원과 관련된 소송사건이 이미 확정된 때에는 당사자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개정 2026. 3. 12.> ⑨ 제8항에 따른 재심에서 형사사건에 대하여는 「형사소송법」을 준용하고, 그 외의 사건에 대하여는 「민사소송법」을 준용한다. <개정 2026. 3. 12.>"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주문에서 침해된 기본권과 침해 원인을 특정하도록 한 대목은, 효력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 무엇이 선언되었는지가 함께 정해진다는 뜻이다.
이 조문들이 직접 답하지 않는 자리는 남는다.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의 사실관계와 이 사건의 시점·문건 구성이 어떻게 다른지는 대조표에 정리되어 있으나, 그 구별이 어느 선까지 받아들여질지는 미정이다. 자료가 없다는 사실이나 미정으로 남은 사실을 확정된 결론으로 바꾸어 적을 수 없고, 유보 문구는 바로 그 남은 자리를 표시하는 역할만 한다. 유보를 새로운 법리로 대체하면 조문이 정한 범위를 스스로 넘어서는 결과가 된다.
결정 효력의 범위는 조문이 적어 놓은 선에서 읽고, 선례가 답하지 않는 지점은 유보 문구로 남긴다. 이 사건에서 어떤 문건이 적용되고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가 적용되며 우리가 내세운 구별 근거가 어디까지 견디는지는 그렇게 미정의 상태로 두는 편이 정직하다.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가 아니라는 전제는 효력 규정을 읽는 자리에서도 그대로 유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