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이 장은 같은 자료와 설명만으로 계산을 재현할 수 있게 하려면 무엇을 남겨야 하는지를 묻는다. 산식과 입력값의 보존, 회계처리기준과 계산 전제, 감사조서에 남는 과정, 원자료 미제출의 의미를 차례로 살피고, 수작업과 자동 계산의 대사를 본다. 결측과 이상값을 표시하는 방식에서 맺는다.
10.1산식과 입력값의 보존
법적 인과관계로의 이행을 마친 뒤에는 같은 계산을 남이 따라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남는다. 손해 금액을 산출한 계산서가 제출되었더라도, 그 계산이 어떤 절차를 거쳐 어떤 값에서 나왔는지가 남아 있지 않으면 결과를 다시 확인할 길이 없다. 산식과 입력값을 무엇의 형태로 보존해야 하는지는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9조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그 조문은 감사인에게 감사절차와 그 과정의 기록을 문서로 남길 것을 요구한다.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1항은 "감사인은 감사를 실시하여 감사의견을 표명한 경우에는 회사의 회계기록으로부터 감사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하여 적용하였던 감사절차의 내용과 그 과정에서 입수한 정보 및 정보의 분석결과 등을 문서화한 서류(자기테이프·디스켓, 그 밖의 정보보존장치를 포함한다. 이하 “감사조서”라 한다)를 작성하여야 한다"(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9조)라고 정한다. 적용한 절차, 입수한 정보, 분석결과가 한 문서에 함께 남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 사례에서 계산서는 산출액만 보여줄 뿐, 어떤 절차로 어떤 값을 뽑아 어떻게 비교했는지는 따로 적혀 있지 않으므로, 감사조서가 요구하는 기록의 범위에 미치지 못한다.
절차와 정보의 기록만으로는 부족하며 그 기록이 오래 남아야 한다.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2항은 "감사인은 감사조서를 감사종료 시점부터 8년간 보존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한다. 계산서의 산출 시점에서 시간이 흘러도 같은 계산을 되짚어 보려면, 산식과 입력값이 그 기간 동안 손상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 사례의 계산서에는 기준 시점과 할인율, 비교 기준 상황이 적혀 있으나 그 값이 언제 어떤 근거로 선택되었는지는 미정이다.
보존의 의미는 목록을 남기는 데서 그치지 않고 훼손을 금지하는 데까지 이른다.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3항은 "감사인(그에 소속된 자 및 그 사용인을 포함한다)은 감사조서를 위조·변조·훼손 및 파기해서는 아니 된다"라고 선언한다. 기록을 고치거나 없애는 행위가 금지된다는 점은, 입력값이 계산 과정에서 바뀌었을 때 그 변화의 흔적까지 남겨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사례에서 장부와 계좌 사이에 남은 불일치 잔액이 어떻게 처리되었는지가 계산서에 없다면, 입력값이 유지된 흔적을 확인할 수 없다.
다만 이 사례의 계산서가 감사조서에 해당하는지, 전문가 계산서에 어떤 법정 기록 요건이 있는지는 미정이다. 원자료로 함께 제출된 계좌 내역에서 일부 기간이 빠져 있으니, 그 결손이 입력값의 누락인지 수집 범위의 한계인지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산식과 입력값의 보존 요구를 이 사례에 바로 적용할 수는 없다.
이 장의 관점에서 재현 가능성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의 기록에서 생긴다. 산식, 입력값, 그 값을 고른 근거, 그리고 도구에 관한 설명이 함께 남아야 비로소 같은 계산을 다시 수행할 수 있다. 이 사례의 계산서는 그러한 기록이 갖추어졌는지를 판단하는 잣대 앞에 놓였고, 그 판단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
10.2회계처리기준과 계산 전제
산식과 입력값을 남긴 기록이 재현의 틀을 이루었다면, 이제는 그 계산이 놓인 바닥을 물어야 한다. 전문가 계산서가 원자료로 계좌 내역·장부·계약서와 변경 이메일·세금 자료를 함께 인용한다 하더라도, 그 산출 수치가 어떤 회계처리기준 위에서 서 있는지는 별도로 확인되어야 한다. 여기서는 회계처리기준의 존재를 법률이 어떻게 다루는지를 먼저 읽고, 계산의 전제가 그 기준과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살핀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5조는 회계처리기준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정하는지부터 밝힌다. 같은 조 제1항은 금융위원회가 증권선물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회사의 회계처리기준을 구분하여 정하도록 하면서, 그 구분을 국제회계기준위원회의 국제회계기준을 채택하여 정한 회계처리기준과 그 밖에 이 법에 따라 정한 회계처리기준으로 둔다(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5조). 회계처리기준은 이처럼 정해지는 것이며, 계산서가 인용하는 계좌 내역·장부·세금 자료는 그 기준에 따라 처리된 결과물로 놓인다.
같은 조 제2항은 기준의 성격을 한마디로 못 박는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5조제2항은 "제1항에 따른 회계처리기준은 회사의 회계처리와 감사인의 회계감사에 통일성과 객관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라고 정한다. 계산서의 산출 수치가 같은 기준 위에서 만들어졌다면, 그 수치 사이에는 통일성과 객관성이 요구되는 자리가 열린다. 이 사례에서 계산서는 기준 시점, 할인율, 비교 기준 상황, 포함된 거래 목록을 함께 적었으나, 그 항목들이 어느 회계처리기준의 어느 처리에 기대어 정해졌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회사가 그 기준을 지켜 재무제표를 만드는 의무도 같은 조에 있다. 같은 조 제3항은 "회사는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회계처리기준에 따라 재무제표를 작성하여야 한다. 이 경우 제1항제1호의 회계처리기준을 적용하여야 하는 회사의 범위와 회계처리기준의 적용 방법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고 규정한다(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5조). 따라서 계산서가 함께 인용한 장부와 세금 자료가 어느 회계처리기준을 적용하여 작성되었는지에 따라, 그 수치가 다루는 거래의 범위와 처리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이 사례에서 적용되는 계약의 버전과 변경 합의의 유효 여부는 미정이므로, 어떤 회계처리기준이 어느 범위의 회사에 적용되는지를 단정할 수 없다.
한편 회계처리기준의 내용을 정하고 고치는 일은 그대로 끝나지 않는다. 같은 조 제5항은 "금융위원회는 이해관계인의 보호, 국제적 회계처리기준과의 합치 등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증권선물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제4항에 따라 업무를 위탁받은 민간 법인 또는 단체(이하 “회계기준제정기관”이라 한다)에 회계처리기준의 내용을 수정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회계기준제정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이에 따라야 한다."라고 정한다(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5조). 회계처리기준의 내용이 수정되면, 그 위에 놓였던 계산의 전제도 함께 다시 물어야 하는 자리가 생긴다.
이 사례에서 전문가 계산서가 회계처리기준의 존재를 어떻게 다루었는지는 미정이다. 다만 회계처리기준은 회계처리와 회계감사에서 통일성과 객관성을 담보하는 기준이고, 회사는 그 기준에 따라 재무제표를 작성하여야 한다. 산출 수치가 어떤 기준 위에서 서 있는지를 밝히는 것은 그 수치를 재현하는 일과 나란히 서는 과제이다.
10.3감사조서에 남는 과정
산출 수치가 어떤 회계처리기준 위에 놓였는지 밝히는 일에 이어, 그 산출에 이르는 계산 과정 자체가 어디에 어떻게 남는지가 문제이다. 외부감사의 맥락에서 감사조서는 바로 그 흔적을 담는 문서이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9조제1항은 감사조서에 담길 내용을 다음과 같이 정한다. "감사인은 감사를 실시하여 감사의견을 표명한 경우에는 회사의 회계기록으로부터 감사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하여 적용하였던 감사절차의 내용과 그 과정에서 입수한 정보 및 정보의 분석결과 등을 문서화한 서류(자기테이프·디스켓, 그 밖의 정보보존장치를 포함한다. 이하 “감사조서”라 한다)를 작성하여야 한다"(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9조). 이 규정은 감사조서가 감사절차의 내용, 그 과정에서 입수한 정보, 그 정보의 분석결과를 문서화한 서류임을 말한다. 계산 과정에서 무엇이 들어오고 무엇이 나가는지, 그리고 그 사이에서 어떤 분석이 이루어졌는지가 문서에 남는다.
이 대목에서 주의할 점은 규정이 감사조서에 기재하여야 할 사항을 따로 열거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위 조문은 절차의 내용과 입수한 정보 및 분석결과를 문서화한다고 정할 뿐, 산식의 구체적 서식이나 입력값의 나열 방식, 수작업 계산과 자동 계산의 대사 기록에 이르는 세부 사항을 요구사항으로 지정하지 아니한다. 그러므로 계산서가 감사조서와 같은 보존 수단을 거칠 때 무엇이 반드시 남아야 하는지에 관하여는 미정으로 둔다.
문서가 작성된 뒤에는 보존이 뒤따른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9조제2항은 "감사인은 감사조서를 감사종료 시점부터 8년간 보존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같은 조 제19조제3항은 "감사인(그에 소속된 자 및 그 사용인을 포함한다)은 감사조서를 위조·변조·훼손 및 파기해서는 아니 된다"라고 정한다. 보존 의무와 변경 금지가 함께 놓임으로써, 조서에 담긴 과정이 그대로 남아 있음이 전제된다. 이 전제는 과정을 되짚는 일이 가능하도록 하는 근거이다.
본 사례의 계산서에는 기준 시점, 할인율, 비교 기준 상황, 포함된 거래 목록이 적혀 있고, 그 원자료로 계좌 내역·장부·계약서와 변경 이메일·세금 자료가 함께 인용되어 있다. 그러나 제출된 계좌 내역에는 일부 기간이 빠져 있고 장부와 계좌 사이에 일치하지 않는 잔액이 남아 있다. 적용되는 계약의 버전과 변경 합의의 유효 여부, 손해 금액의 법적 개념, 산식의 핵심 입력값, 미확인 잔액의 처리, 산정할 수 없는 항목의 범위는 모두 미정이다. 이러한 미정 사항이 그대로 남아 있는 채로 계산 과정의 기록이 보존된다면, 뒤에 그 과정을 되짚는 일은 미정의 자리를 확인하는 작업으로 이어진다.
감사조서의 보존이 계산 과정을 법적으로 정당화하지는 아니한다. 규정이 말하는 것은 절차의 내용과 입수한 정보 및 분석결과를 문서화하고, 그 서류를 일정 기간 보존하며, 위조·변조·훼손 및 파기하지 않아야 한다는 데 그친다.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가 아니라는 점은 이 대목에서도 분명하다. 앞서 확인한 계산의 전제가 회계처리기준 위에 서 있는지에 이어, 그 전제와 산출 사이의 계산 과정이 어떤 문서에 어떻게 남았는지가 확인되어야, 계산서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논의로 나아갈 수 있다.
10.4원자료 미제출의 의미
감사조서에 남는 과정을 확인한 뒤에 남는 물음은, 원자료를 끝내 내놓지 않는 쪽에 무엇이 돌아오는가이다. 전문가 계산서는 제출되었으나 그 계산이 기댄 계좌 내역과 장부가 통째로 비어 있거나 부분적으로만 제출된 때, 법원이 그 공백에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민사소송법의 규정에서 읽어둔다.
문서 제출의무를 어긴 결과를 정한 민사소송법 제349조는, "당사자가 제347조제1항·제2항 및 제4항의 규정에 의한 명령에 따르지 아니한 때에는 법원은 문서의 기재에 대한 상대방의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즉 법원의 제출명령에 응하지 않은 당사자를 향해, 그 문서에 무엇이 적혀 있는지에 관한 상대방의 주장을 채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이 규정은 문서의 기재를 둘러싼 주장에 관한 것이므로, 원자료가 빠졌다는 사실이 곧 계산서 전체의 부정확함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전문가 계산서에서 어떤 거래가 손해로 포함되었는지, 기준 시점은 언제로 잡혔는지, 할인율과 비교 기준 상황은 무엇으로 설정되었는지를 계좌 내역과 장부가 뒷받침하는 상황에서, 그 계좌 내역의 일부 기간이 제출되지 않으면 상대방은 그 기간의 거래가 계산에서 어떻게 처리되었는지를 검토할 수 없다. 원자료의 공백이 계산 과정의 재현 가능성 자체를 가로막는 지점이 여기에 있다. 제출명령을 받고도 원자료를 내놓지 않을 경우 상대방은 그 공백에 관한 자기 주장을 내세울 수 있고, 법원은 그 주장을 인정할 수 있다.
다만 이 규정이 무언가를 인정한다고 정한 것은 아니다. "법원은 문서의 기재에 대한 상대방의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349조)는 문언은 법원에 판단을 맡기는 형식이므로, 문서의 기재에 대한 상대방의 주장이 무엇인지, 그 주장을 어느 범위에서 받아들일지는 이 규정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이 사례에서 미확인 잔액을 어떻게 처리할지, 적용되는 계약의 버전과 변경 합의의 유효 여부, 그리고 손해 금액의 법적 개념과 산식의 핵심 입력값은 여전히 미정이다.
결국 원자료 미제출은 상대방의 검토를 가로막고, 제출명령에도 응하지 않는 경우 그 공백을 상대방의 주장으로 메울 수 있는 여지를 연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그러나 그 효과가 계산서의 어느 부분에 미치는지, 산정할 수 없는 항목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는 자료가 확인해 주지 않는다.
10.5수작업과 자동 계산의 대사
원자료가 빠져 있으면 계산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점을 확인한 뒤에, 이번에는 계산 결과 자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과정을 살필 차례이다. 전문가 계산서는 손해 배상 금액을 산출한 뒤 그 산식과 입력값을 적어 두었고, 같은 금액을 수작업으로 다시 계산한 기록도 함께 두었다고 본다. 이때 수작업 결과와 자동 계산 결과가 서로 어느 쪽을 따라야 하는지, 그 둘이 어긋날 때 어느 것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지가 문제이다.
이 문제는 계산의 재현 가능성과 관련이 있다. 재현 가능성이란 같은 입력값과 같은 산식을 두면 같은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뜻이다. 감사인이 감사 과정에서 무엇을 하였는지를 남기는 것은 법이 정한 의무이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1항은 감사조서에 관하여 "감사인은 감사를 실시하여 감사의견을 표명한 경우에는 회사의 회계기록으로부터 감사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하여 적용하였던 감사절차의 내용과 그 과정에서 입수한 정보 및 정보의 분석결과 등을 문서화한 서류(자기테이프·디스켓, 그 밖의 정보보존장치를 포함한다. 이하 “감사조서”라 한다)를 작성하여야 한다"라고 정한다(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9조). 이 규정은 계산서를 평가할 때 그 계산 절차와 정보 처리 과정이 문서로 남아야 함을 뜻한다. 수작업과 자동 계산 가운데 어느 쪽을 썼는지도 그 절차의 일부이다.
조서는 오래 남아야 하고, 지켜지지 않았을 때는 지킨 쪽의 유리가 아니라 그 기록 자체가 문제의 초점이 된다. 같은 법 제19조 제3항은 "감사인(그에 소속된 자 및 그 사용인을 포함한다)은 감사조서를 위조·변조·훼손 및 파기해서는 아니 된다"라고 정한다. 두 계산 경로가 어긋나는 상황에서 어느 쪽 기록을 고쳤는지 알 수 없으면, 그 어긋남은 단순한 계산 실수로만 볼 수 없다. 이 합성 사례에서 수작업 기록과 자동 계산 기록이 어떻게 보존되어 있는지는 자료로 확인되지 않았고, 따라서 그 사실만으로 어느 쪽이 옳다고 단정할 수 없다.
계산의 바탕이 되는 회계처리는 법이 정한 기준을 따라야 한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5조 제3항은 "회사는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회계처리기준에 따라 재무제표를 작성하여야 한다. 이 경우 제1항제1호의 회계처리기준을 적용하여야 하는 회사의 범위와 회계처리기준의 적용 방법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고 정한다(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5조). 이 규정은 회계처리가 임의로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뜻한다. 수작업이든 자동 계산이든 같은 회계처리기준을 전제로 하여야 하고, 그 전제가 무엇이었는지가 계산 기록에 남아야 한다.
그 전제가 두 계산 경로에서 같았는지가 대사의 출발점이다. 같은 법 제5조 제2항은 "제1항에 따른 회계처리기준은 회사의 회계처리와 감사인의 회계감사에 통일성과 객관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라고 정한다. 통일성이란 같은 사안에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는 뜻이다. 수작업 계산과 자동 계산이 서로 다른 회계처리기준을 전제로 하였다면, 그 둘의 결과가 어긋나는 것은 예정된 일이다. 따라서 대사는 먼저 양쪽의 전제가 같은지 확인하는 데서 시작한다.
이 합성 사례에서 수작업 기록과 자동 계산 기록의 전제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양쪽의 산식과 입력값이 같은지, 어느 쪽 기록이 후에 만들어졌는지는 미정이다. 회계처리기준이 정한 전제 아래 두 계산 경로의 결과가 맞아떨어지는지를 확인하는 기록이 남아 있는지도 역시 미정이다. 이 대사 기록이 없다면 재현 가능성을 확인할 길이 없다는 것이 이 문제의 핵심이다.
10.6결측과 이상값의 표시
대사로 두 경로의 차이를 좁히고 나면, 다음으로 물어야 할 것은 그 대사 과정에서 남겨야 할 흔적이다. 산식과 입력값이 온전히 보존되었다 하더라도, 입력값 자체에 빈자리와 튀는 값이 섞여 있다면 재현 가능성은 흔들린다. 결측과 이상값을 표시한 기록이 그 보존을 어떻게 떠받치는지를 살피되, 표시의 존재만으로 결손이 채워진 것은 아님을 분명히 두어야 한다.
전문가 계산서는 원자료로 계좌 내역·장부·계약서와 변경 이메일·세금 자료를 함께 인용한다. 그런데 제출된 계좌 내역에는 일부 기간이 빠져 있고, 장부와 계좌 사이에는 일치하지 않는 잔액이 남는다. 이 빈 기간과 미확인 잔액이 계산서 어디에 어떻게 적혔는지가 이 사례의 출발점이다.
감사조서의 작성과 보존에 관한 법령상 요건은, 계산 과정을 문서로 남기는 것이 단계의 기록에 그치는 일이 아님을 보여 준다.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1항은 감사인이 “감사를 실시하여 감사의견을 표명한 경우에는 회사의 회계기록으로부터 감사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하여 적용하였던 감사절차의 내용과 그 과정에서 입수한 정보 및 정보의 분석결과 등을 문서화한 서류(자기테이프·디스켓, 그 밖의 정보보존장치를 포함한다. 이하 “감사조서”라 한다)를 작성하여야 한다”고 정한다(대법원 1990. 10. 16. 선고 90도1815 판결). 이 조문은 절차의 내용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입수한 정보와 그 분석 결과까지 함께 남기라고 요구한다. 이 사례에서 결측으로 남은 기간과 잔액 불일치는, 계산 과정에서 실제로 마주친 정보의 상태이며 그 상태에 대한 분석 결과와 함께 기록되어야 할 대상이다.
조문은 이어서 보존의 기간과 금지를 함께 둔다. 같은 법 제19조 제2항은 “감사인은 감사조서를 감사종료 시점부터 8년간 보존하여야 한다”고 하며, 같은 조 제3항은 “감사인(그에 소속된 자 및 그 사용인을 포함한다)은 감사조서를 위조·변조·훼손 및 파기해서는 아니 된다”고 정한다(대법원 1990. 10. 16. 선고 90도1815 판결). 표시의 기록 역시 이 보존과 금지의 범위 안에 있다. 결측과 이상값을 표시한 뒤 그것을 지우거나 고쳐 없애는 일은, 이 사례에서 다루는 표시 기록이 감사조서의 형태로 남는 경우에 허용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표시 기록의 실질은 무엇인가. 기준 시점과 할인율, 비교 기준 상황, 포함된 거래 목록이 계산서에 적혀 있어도, 그 항목들이 어느 입력값에서 왔는지, 결측 구간이 그 입력값에서 어떻게 처리되었는지가 함께 있지 않으면 재현의 길이 끊긴다. 표시는 빈자리를 메우지 않는다. 표시는 다만 어디가 비어 있고 어디가 맞지 않는지를 적어 두어, 그 자료만으로 계산을 다시 하려는 사람이 한계를 미리 알게 한다. 미확인 잔액의 처리와 산정할 수 없는 항목의 범위가 미정으로 남아 있는 한, 표시는 그 미정을 미정으로 보존하는 역할을 한다.
표시 기록이 결여되거나 제출되지 않을 때의 효과는 별도의 문제이다. 민사소송법 제349조는 “당사자가 제347조제1항·제2항 및 제4항의 규정에 의한 명령에 따르지 아니한 때에는 법원은 문서의 기재에 대한 상대방의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정한다. 이 조문이 정하는 것은 제출 명령에 따르지 아니한 경우의 효과이다. 이 사례에서 상대방은 계약 해지와 함께 손해 배상 금액을 산출한 전문가 계산서를 제출했고, 그 제출이 위 조문의 명령에 대한 대응인지 여부는 미정이다. 다만 결측 구간과 잔액 불일치에 관한 표시 기록이 남지 않은 채로 계산서만 놓일 경우, 문서의 기재를 둘러싼 다툼은 이 조문이 염두에 둔 상황과 맞닿는다.
정리하면, 재현 가능성은 산식과 입력값의 보존에서 그치지 않고, 그 입력값의 결손과 이상을 표시한 기록으로 이어진다. 이 사례의 결측 기간과 미확인 잔액은 표시로 옮겨질 수 있어도, 표시가 그 결손을 채운 것은 아니다. 계약의 버전과 변경 합의의 유효, 손해 금액의 법적 개념, 산식의 핵심 입력값이 미정인 채 남아 있는 한, 표시 기록은 다만 그 미정이 어디에 있는지를 가리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