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이 장은 비교 가능한 가격을 정하고 평가 전제를 세우는 기준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편취 재산 가액 산정의 출발점, 담보·부담이 가액에 미치는 영향, 비교 가격 선정의 기준, 가액 평가와 범죄 성립의 분리를 차례로 살피고, 기준 시점이 평가 전제에 끼치는 영향을 본다. 평가 전제와 미확인 자료의 경계에서 맺는다.
6.1편취 재산 가액 산정의 출발점
잔액 대사표가 무엇을 확정하고 무엇을 확정하지 않는지를 나눈 데서 멈추지 않고, 이제는 편취 재산의 가액을 산정할 때 무엇을 기준으로 삼는지가 문제로 남는다. 이 문제에 답하기 위해 부동산 편취의 가액 산정에 관한 대법원의 판단을 먼저 읽어 두어야 한다.
대법원 2007. 4. 19. 선고 2005도7288 전원합의체 판결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전제로 한 가액 산정이 사기죄의 가액 논의와 다르다는 점에서 시작한다. 그 이유를 설명하면서, "(가) 형법 제347조의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재물의 교부를 받게 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함으로써 성립하고, 그 교부받은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 얼마인지는 문제되지 아니하는 데 비하여, 사기로 인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죄에 있어서는 편취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 5억 원 이상 또는 50억 원 이상이라는 것이 범죄구성요건의 일부로 되어 있고 그 가액에 따라 그 죄에 대한 형벌도 가중되어 있으므로, 이를 적용함에 있어서는 편취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가액을 엄격하고 신중하게 산정함으로써, 범죄와 형벌 사이에 적정한 균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죄형균형 원칙이나 형벌은 책임에 기초하고 그 책임에 비례하여야 한다는 책임주의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4. 19. 선고 2005도7288 전원합의체 판결)고 판시하였다. 가액은 법정형을 가르는 요건의 일부이므로, 산정의 방법과 기준도 엄격함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이 판결이 부동산 가액의 출발점으로 둔 것은 시가 상당액이다. 판결은 "(나) 따라서 사람을 기망하여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받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전받게 함으로써 이를 편취한 경우에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의 적용을 전제로 하여 그 부동산의 가액을 산정함에 있어서는, 그 부동산에 아무런 부담이 없는 때에는 그 부동산의 시가 상당액이 곧 그 가액이라고 볼 것이지만, 그 부동산에 근저당권설정등기가 경료되어 있거나 압류 또는 가압류 등이 이루어져 있는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아무런 부담이 없는 상태에서의 그 부동산의 시가 상당액에서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 범위 내에서의 피담보채권액, 압류에 걸린 집행채권액, 가압류에 걸린 청구금액 범위 내에서의 피보전채권액 등을 뺀 실제의 교환가치를 그 부동산의 가액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7. 4. 19. 선고 2005도7288 전원합의체 판결)고 설시하였다. 이에 따르면 아무런 부담이 없다면 시가 상당액이 곧 가액이고, 부담이 있다면 그 부담을 뺀 실제의 교환가치가 가액이 된다. 부담의 공제는 뒤에 다룰 문제로 남기더라도, 산정의 첫 항목은 부담이 없는 상태에서의 시가 상당액으로 잡힌다.
그렇다면 시가 상당액은 무엇을 가리키는가. 대법관 김능환의 보충의견은 그 평가 기준을 한층 분명히 한다. 거래의 실정에 비추어 부담의 유무가 가치에 관계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가) 사기로 인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위반죄에 있어서는 형법상 사기죄로 인하여 편취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 5억 원 이상이거나 50억 원 이상일 것을 요건으로 하여 법정형을 달리 규정하고 있음이 그 문언상 명백하므로 형법상의 사기죄와는 그 구성요건이 다른 것으로 볼 수밖에 없고, 편취한 재물의 가액이 얼마인지가 구성요건의 일부라면 그 가액의 평가 내지 산정은 객관적이고도 타당한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인데, 거래의 실정에 비추어 근저당권 등의 부담이 있는 부동산과 그러한 부담이 없는 부동산이 가지는 객관적 교환가치가 동일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7. 4. 19. 선고 2005도7288 전원합의체 판결)고 하였다. 가액은 편취자가 얻은 이득의 크기가 아니라 편취한 재산이 가지는 객관적 가치이며, 그 가치는 거래의 실정에서 측정된다는 점이 확인된다.
가액의 기준 시점도 이 판결의 틀 안에서 정해진다. 보충의견은 "(나) 또한, 근저당권 등의 부담이 있는 부동산을 편취함으로써 그 범죄가 기수에 이른 이상, 그 당시에 있어서의 객관적 교환가치가 부동산의 가액인 것이고, 이를 기준으로 하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의 적용 여부를 가려야 할 것이지 그 근저당권 등이 사후에 변제 등으로 소멸하였는지 여부를 고려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7. 4. 19. 선고 2005도7288 전원합의체 판결)고 밝혔다. 편취 당시의 객관적 교환가치가 가액이며, 사후에 값이 변하더라도 산정의 기준은 달라지지 않는다.
다만 산정의 난이함이 가액의 결여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도 함께 읽어 두어야 한다. 보충의견은 "(다) … 구체적 사안에 따라서는 편취의 대상인 부동산의 객관적 교환가치를 평가·산정하는 것이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지만, 그 경우에도 부동산의 가액을 객관적으로 타당하게 파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적절한 형사사법절차 운영의 책임을 지고 있는 법원의 당연한 책무이고,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가액을 파악할 수 없는 경우에는 입증책임의 원리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여야 할 것이지 그 가액 산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죄형균형 원칙이나 책임주의 원칙이 훼손되는 결과를 용인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대법원 2007. 4. 19. 선고 2005도7288 전원합의체 판결)고 하였다. 그러므로 평가 전제의 첫 항목은 부담이 없는 상태에서의 시가 상당액으로 잡아야 하고, 이 항목은 편취 당시의 객관적 교환가치를 뜻한다. 이 판결은 시가 상당액의 산출 방법을 따로 적시하지 않았으므로, 이 사례에서 계산서가 제시한 기준 시점이나 할인율이 이 기준에 부합하는지는 판결이 정한 범위 밖에서 따져 보아야 할 일로 남는다.
6.2담보·부담이 가액에 미치는 영향
시가 상당액을 출발점으로 삼는다고 밝힌 뒤에는, 그 금액에서 무엇을 빼야 하는지가 남는다. 대법원 2007. 4. 19. 선고 2005도7288 전원합의체 판결은 바로 이 지점에서 부동산에 붙은 부담을 다룬다. 판결이 공제의 까닭을 어디에 두는지, 그리고 어떤 부담을 얼마만큼 빼는지에 관해 판결에 담긴 문장을 그대로 읽어두어야 평가 전제의 다음 항목을 무엇으로 적을지 가늠할 수 있다.
공제의 까닭은 가액이 구성요건의 일부라는 데 있다. 판결은 형법 제347조의 사기죄와 구별하면서, 사기로 인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죄에 있어서는 "편취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 5억 원 이상 또는 50억 원 이상이라는 것이 범죄구성요건의 일부로 되어 있고 그 가액에 따라 그 죄에 대한 형벌도 가중되어 있으므로, 이를 적용함에 있어서는 편취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가액을 엄격하고 신중하게 산정함으로써, 범죄와 형벌 사이에 적정한 균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죄형균형 원칙이나 형벌은 책임에 기초하고 그 책임에 비례하여야 한다는 책임주의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4. 19. 선고 2005도7288 전원합의체 판결)고 설명한다. 가액이 무겁게 작용하는 만큼, 금액을 꾸미는 데 쓰이는 요소는 신중히 가려야 한다는 뜻이다.
이어 판결은 공제의 방식을 구체화한다. 부동산의 가액을 산정함에 있어서는 "그 부동산에 아무런 부담이 없는 때에는 그 부동산의 시가 상당액이 곧 그 가액이라고 볼 것이지만, 그 부동산에 근저당권설정등기가 경료되어 있거나 압류 또는 가압류 등이 이루어져 있는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아무런 부담이 없는 상태에서의 그 부동산의 시가 상당액에서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 범위 내에서의 피담보채권액, 압류에 걸린 집행채권액, 가압류에 걸린 청구금액 범위 내에서의 피보전채권액 등을 뺀 실제의 교환가치를 그 부동산의 가액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7. 4. 19. 선고 2005도7288 전원합의체 판결)고 판시하였다. 부담이 없는 상태에서의 시가 상당액에서 시작하고, 열거된 부담에 상당하는 금액을 빼 남는 액수를 가액으로 본다. 공제 대상으로 열거된 것은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 범위 내 피담보채권액, 압류에 걸린 집행채권액, 가압류에 걸린 청구금액 범위 내 피보전채권액이며, 각 금액에는 "채권최고액 범위 내에서", "청구금액 범위 내에서"라는 한정이 붙어 있다. 판결은 이 한정과 열거의 범위 밖으로 공제 대상이나 금액 산정 방식을 넓히지 아니한다.
한편 별개의견은 같은 판결 안에서 반대되는 자리를 밝힌다. 별개의견은 "편취한 부동산에 관하여 압류나 가등기가 경료되어 있다는 사정은 이득액을 부동산의 객관적인 시가보다 감액하여 평가할 사유가 되지 못한다"(대법원 2007. 4. 19. 선고 2005도7288 전원합의체 판결)는 견해를 낸다. 여기서는 가액을 부동산의 객관적인 시가 상당액 그대로 두고, 부담의 인수를 대가지급방법 또는 양형의 사항으로 돌린다. 다수의견이 실제의 교환가치를 가액으로 본 데 견주어, 별개의견은 감액 사유를 좁게 본다.
보충의견은 공제의 범위를 둘러싼 남는 물음을 짚는다. 보충의견은 "가처분이나 순위보전의 가등기는 부동산의 처분에 장애사유는 될 수 있어도 교환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사유는 아니므로 부동산의 가액 산정에 있어 이를 고려할 것은 아니지만, 지상권 등의 용익물권은 경우에 따라 그 부동산의 교환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될 수 있고, 담보가등기·등기된 전세권·대항력 있는 임대차 등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저당권과 동일하게 취급하여도 무방하리라고 생각된다"(대법원 2007. 4. 19. 선고 2005도7288 전원합의체 판결)고 밝힌다. 이 대목은 어떤 부담을 어느 자리에 둘지에 관한 보충의견의 견해를 적은 것이며, 다수의견이 제시한 공제의 문턱을 옮겨 놓은 것이 아니다.
따라서 평가 전제의 담보·부담 항목은 좁게 적는 것이 맞다. 대상 부담은 근저당권설정등기가 경료되었거나 압류 또는 가압류 등이 이루어진 경우로 한정되고, 공제 금액은 채권최고액 범위 내 피담보채권액, 집행채권액, 청구금액 범위 내 피보전채권액에 머문다. 그 밖의 부담이나 금액 산정 방식은 판결에 담기지 않았다. 앞서 다룬 계약 해지와 손해 배상 산정의 합성 사례에서 계산서가 인용하는 계좌 내역·장부·계약서·변경 이메일·세금 자료의 부담 성격이나 공제 액수는, 자료가 법적 평가를 대신하지 않으므로 그 자료가 있음만으로 확정되지 아니하고 미정으로 남는다.
6.3비교 가격 선정의 기준
앞 단위에서 부담을 공제한 실제 교환가치가 가액이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으므로, 이제 그 가액을 가리기 위해 무엇을 가격의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지를 물어야 한다. 대법원 2007. 4. 19. 선고 2005도7288 전원합의체 판결은 그 가격이 편취 당시의 부동산이 가지는 객관적 교환가치임을 분명히 한다.
위 판결의 다수의견은 가액 산정의 방향을 먼저 제시한다. "사람을 기망하여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받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전받게 함으로써 이를 편취한 경우에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의 적용을 전제로 하여 그 부동산의 가액을 산정함에 있어서는, 그 부동산에 아무런 부담이 없는 때에는 그 부동산의 시가 상당액이 곧 그 가액이라고 볼 것이지만, 그 부동산에 근저당권설정등기가 경료되어 있거나 압류 또는 가압류 등이 이루어져 있는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아무런 부담이 없는 상태에서의 그 부동산의 시가 상당액에서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 범위 내에서의 피담보채권액, 압류에 걸린 집행채권액, 가압류에 걸린 청구금액 범위 내에서의 피보전채권액 등을 뺀 실제의 교환가치를 그 부동산의 가액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7. 4. 19. 선고 2005도7288 전원합의체 판결). 이 기준에서 가격의 출발점은 아무런 부담이 없는 상태에서의 시가 상당액이고, 비교의 상대는 그 부담이 붙은 상태의 교환가치이다. 제출된 계산서가 기준 시점과 할인율을 적어 두었다면, 그 항목들이 이 두 상태를 가르는 데 무엇을 두었는지가 먼저 확인되어야 한다.
가액 산정이 엄격하여야 한다는 까닭도 같은 다수의견에 담겨 있다. "사기로 인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죄에 있어서는 편취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 5억 원 이상 또는 50억 원 이상이라는 것이 범죄구성요건의 일부로 되어 있고 그 가액에 따라 그 죄에 대한 형벌도 가중되어 있으므로, 이를 적용함에 있어서는 편취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가액을 엄격하고 신중하게 산정함으로써, 범죄와 형벌 사이에 적정한 균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죄형균형 원칙이나 형벌은 책임에 기초하고 그 책임에 비례하여야 한다는 책임주의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4. 19. 선고 2005도7288 전원합의체 판결). 비교 가격을 고르는 일도 이 엄격성에 예외가 될 수 없다. 계산서가 함께 인용한 계좌 내역과 장부의 잔액이 어긋난다면, 어느 쪽을 기준 시점의 가격 자료로 삼을지가 이 엄격한 산정의 첫 관문으로 남는다.
같은 판결의 별개의견은 비교 가격의 대상을 다른 곳에 둔다. "근저당권이 설정되거나 압류·가압류가 이루어진 부동산을 편취하면서 그 피담보채무 등을 인수하여 변제하겠다고 한 것은 그 편취한 재물의 대가지급방법에 불과하다고 보거나 근저당권이나 압류·가압류를 편취한 재물에 붙은 부담이라고 볼 수 있고, 편취한 재물의 실제 교환가치의 파악 즉 궁극적으로 그와 같은 이득을 실현할 것인지 여부는 사기로 인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죄에 있어서도 여전히 범죄의 구성요건이 아니라 양형에 관한 사항이라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므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의 적용을 전제로 한 부동산의 가액도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재물의 시장가치 즉 아무런 부담이 없는 상태에서의 그 부동산의 객관적인 시가 상당액을 뜻한다고 보는 것이 문언에 충실한 해석이다"(대법원 2007. 4. 19. 선고 2005도7288 전원합의체 판결). 여기서 비교의 기준은 부담을 뺀 시가가 아니라 아무런 부담이 없는 상태의 객관적 시가 상당액 하나이다. 이 관점을 따르면 계산서가 부담 항목을 가격에서 이미 차감했는지가 다른 의미를 띠게 된다.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능환의 보충의견은 비교 가격을 정하는 시점과 방법을 함께 못박는다. "근저당권 등의 부담이 있는 부동산을 편취함으로써 그 범죄가 기수에 이른 이상, 그 당시에 있어서의 객관적 교환가치가 부동산의 가액인 것이고, 이를 기준으로 하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의 적용 여부를 가려야 할 것이지 그 근저당권 등이 사후에 변제 등으로 소멸하였는지 여부를 고려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7. 4. 19. 선고 2005도7288 전원합의체 판결). 가격을 가를 때의 시점은 편취 당시이고, 그 뒤에 벌어진 변제나 소멸은 비교의 축을 옮기지 못한다. 같은 보충의견은 평가의 어려움이 기준을 무너뜨리지 못함을 덧붙인다. "구체적 사안에 따라서는 편취의 대상인 부동산의 객관적 교환가치를 평가·산정하는 것이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지만, 그 경우에도 부동산의 가액을 객관적으로 타당하게 파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적절한 형사사법절차 운영의 책임을 지고 있는 법원의 당연한 책무이고,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가액을 파악할 수 없는 경우에는 입증책임의 원리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여야 할 것이지 그 가액 산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죄형균형 원칙이나 책임주의 원칙이 훼손되는 결과를 용인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대법원 2007. 4. 19. 선고 2005도7288 전원합의체 판결). 이 기준 아래서 계산서에 적힌 비교 기준 상황과 포함된 거래 목록이 편취 당시의 객관적 교환가치를 가리키는 자료인지가 가려져야 하고, 그 가액을 파악할 수 없는 부분의 처리는 입증책임의 틀에 맡겨진다. 이 판결이 다루지 않은 시장 자료나 비교 사례를 끌어와 기준을 보태는 일은 삼가야 한다.
6.4가액 평가와 범죄 성립의 분리
비교 가격 선정에서 평가 전제를 가리는 일이 마무리되면, 곧바로 이어지는 질문은 그 산출된 가액이 범죄의 성립에 실제로 무엇을 하는가이다. 가액이 정밀하게 계산되었다는 사실만으로 형사 책임이 무거워지는지, 반대로 가액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범죄 성립 자체가 흔들리는지를 밝혀야 한다.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12928 판결은 이 물음을 판시사항의 제목으로 정면에 내세우고 있다.
위 판결의 판시사항은 먼저 성립 요건과 가액을 나누어 놓았다.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 사기죄 성립에 미치는 영향에 관하여 판시사항은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 사기죄 성립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소극)"(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12928 판결)으로 정리한다. 사기죄가 성립하기 위하여 피해자의 현실적 손해발생을 요하는지 여부도 함께 "사기죄가 성립하기 위하여 피해자의 현실적 손해발생을 요하는지 여부(소극)"(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12928 판결)으로 묶여 있다. 두 항목은 나란히 놓일 때 그 구실이 분명해진다. 피해자의 손해 유무도, 취득한 재물이나 이익의 가액 액수도 사기죄 성립의 관문이 아니라는 뜻이다.
판결 이유는 이 분리를 형법상 이득사기죄와 재물사기죄의 양쪽에서 확인한다. 피해자 공소외 2에 대한 사기의 점에 관하여 판결 이유는 "사기로 인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죄가 아닌 「형법」제347조의 이득사기죄가 문제되는 이 부분 범죄사실의 경우, 피고인이 위 근저당권을 설정하게 함으로 인하여 취득한 재산상 이익의 구체적인 가액은 양형에 관한 사항에 불과하여 위 범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할 것이므로, 피고인의 위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12928 판결)고 설시한다. 이 문장은 이득사기죄에서 가액의 자리를 분명히 가른다. 성립 요건의 자리를 떠나 양형의 자리로 옮겨진다. 피해자 공소외 4에 대한 사기의 점에서도 같은 구분이 되풀이된다. 판결 이유는 "사기로 인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죄가 아닌 「형법」제347조의 재물사기죄가 문제되는 이 부분 범죄사실의 경우, 피고인이 편취한 이 사건 상가의 가액에서 근저당권설정액 등 부담액을 공제한 구체적 이득액 여하는 위 범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할 것이니, 이와 전제를 달리하는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12928 판결)고 밝힌다. 재물사기의 경우에도 부담액을 공제하여 산출한 구체적 이득액은 성립 요건의 자리를 차지하지 않는다.
이 분리가 성립하는 조건도 판결 이유 안에 함께 적혀 있다. 판시사항은 형법상 사기죄가 아닌 다른 범죄의 성립을 문제로 삼을 때의 모습을 함께 제시한다. 판시사항 [2]는 "제3자로부터 금원을 융자받거나 물품을 외상으로 공급받을 목적으로 타인을 기망하여 그 타인 소유의 부동산에 제3자 앞으로 근저당권을 설정케 한 자가 그로 인하여 취득하는 재산상 이익의 내용 및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의 적용을 전제로 한 구체적 가액(이득액)의 산정 방법"(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12928 판결)을 다룬다. 판시사항 [5]는 "부동산 등 재물편취의 경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의 적용을 전제로 구체적 가액(이득액)을 산정할 때에, 부동산 등의 시가 상당액에서 근저당권 등에 의한 부담 금액을 공제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12928 판결)로 정리한다. 두 항목 모두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의 적용을 전제로"(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12928 판결)라는 단서를 달고 있다. 그 법이 구체적 이득액을 범죄구성요건요소로 규정하는 경우에 한하여 가액 산정이 성립 판단에 직접 닿는다.
판시사항 [6]은 앞의 분리와 조건을 한 문장 안에 모아 놓는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죄가 아닌 형법상 재물사기죄의 경우, 피고인이 편취한 구체적 이득액 여하는 범죄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편취액이 없어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을 배척한 사례"(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12928 판결)가 그것이다. 가액을 다투는 주장이 성립 요건의 언어로 제시되었다 하더라도, 적용되는 법조가 형법상 재물사기죄라면 그 주장은 성립 판단의 자리를 얻지 못한다.
이 판결이 가르치는 구분을 이번 사례에 적용하면, 제출된 전문가 계산서에 담긴 기준 시점, 할인율, 비교 기준 상황, 거래 목록은 무엇을 계산했는지를 보여줄 뿐이다. 계좌 내역의 결락, 장부와 계좌 사이의 잔액 불일치, 변경 합의의 유효 여부는 가액 산출의 정확성에 관한 사정이다. 이 판결이 정한 구분에 따라 그러한 사정은 형법상 사기죄의 성립 요건으로 옮겨지지 아니한다. 다만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의 적용이 문제되는지 여부, 손해 금액의 법적 개념, 산식의 핵심 입력값, 미확인 잔액의 처리, 산정할 수 없는 항목의 범위는 미정으로 남는다. 가액 평가의 문제를 성립 요건의 문제로 끌어올리기 전에, 먼저 적용되는 법조가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6.5기준 시점이 평가 전제에 끼치는 것
가액의 법적 의미를 성립 요건과 분리하여 읽는 방법을 확인한 뒤에 남는 질문은, 평가가 언제의 상황을 두고 이루어지는가이다. 대법원 2018. 5. 18. 자 2016마5352 결정은 판단 기준 시기를 인가 여부의 결정 시로 삼으면서, 그 시점에 이르기까지의 자료를 모두 모아 흠결 여부를 살핀다. 이 결정이 다룬 대상이 회생계획 인가 요건의 판단인 점을 전제로, 기준 시점이 평가 전제에 끼치는 영향을 살펴본다.
우선 결정은 판단 대상의 범위를 절차적 위치에 묶지 않고 요건의 성질에 묶는다. 인가 요건의 흠결 여부를 판단할 기준 시기에 관하여 대법원 2018. 5. 18. 자 2016마5352 결정은 "회생계획 인가의 요건은 법원이 직권으로 조사하여야 하고 판단은 인가 여부의 결정 시를 기준으로 할 것이므로, 인가결정에 대하여 즉시항고가 제기된 경우에는 항고심 결정 시까지 제출된 모든 자료에 의하여 인가요건의 흠결 여부를 직권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선고하였다. 같은 취지에서 "회생계획 인가결정에 대하여 항고한 재항고인이 항고심에서 주장한 바 없이 재항고심에 이르러 새로이 하는 주장이라 할지라도 그 내용이 회생계획 인가의 요건에 관한 것이라면, 이는 재항고심의 판단대상이다"라고 덧붙였다. 이 사례에서 기준 시점은 판단에 쓸 자료의 상한을 정하고, 주장이 언제 제기되었는지는 판단 대상에서 배제하지 않는 기준이 된다.
다음으로 결정은 기준 시점에 맞춘 조사 방법을 구체화한다. 조사위원이 채무자의 부채와 자산을 조사하는 방법에 관하여 대법원 2018. 5. 18. 자 2016마5352 결정은 "회생절차 개시결정일을 기준으로 채무자가 제시하는 재무제표와 부속명세서를 기초로 하고,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회계감사기준과 준칙 등을 적용하여 채무자의 부채와 자산의 액수를 조사한다"고 선고하였다. 그리고 "자산 중 매출채권의 경우는 회수가능성, 상대방의 재무상태 등을 고려하여 가치를 평가하고, 부채 역시 일반적인 회계감사기준에 따라 존재 여부를 검토하고 관리인이 제출한 채권자목록, 채권자들이 신고한 채권신고서 등과 대조작업을 거친다"고 덧붙였다. 이 기준 날짜가 재무제표의 출발점이 되고, 항고심에 이르기까지의 자료가 판단에 들어오는 시점과는 구별된다.
조사 결과가 하나로 모이지 않을 때에는 기준 시점이 선택의 문제로 번지지 않는다. 여러 차례 제출된 조사보고서 가운데 어느 것을 쓸 것인지에 관하여 대법원 2018. 5. 18. 자 2016마5352 결정은 "각 조사보고서 중 어느 것을 택할 것인지는 조사방법 등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는 등 현저한 잘못이 있음이 명백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법원의 재량에 속한다"고 선고하였다. 이 사례에서 차이 나는 산출 결과를 기준 시점 때문에 정답이 하나로 정해지는 문제로 옮겨 읽어서는 안 된다.
이 결정이 회생계획 인가 요건의 판단을 다루었다는 점은 여기서 분명히 해둘 일이다. 이 사례의 계산서가 원자료로 계좌 내역·장부·계약서와 변경 이메일·세금 자료를 함께 인용하고 그 안에 기준 시점이 적혀 있지만, 계산서의 기준 시점과 이 결정의 판단 기준 시기를 같은 것으로 놓고 보지는 않았다. 적용되는 계약의 버전과 변경 합의의 유효 여부, 손해 금액의 법적 개념, 산식의 핵심 입력값, 미확인 잔액의 처리, 산정할 수 없는 항목의 범위는 미정이다. 제출된 계좌 내역에서 빠진 기간과 장부·계좌 사이에 남은 잔액의 차이 또한 이 결정의 판단 대상 밖에 있다.
결국 기준 시점은 평가 전제의 한 축으로, 자료의 상한과 조사의 출발점을 함께 가르킨다. 그러나 이 사례에서 미정으로 남은 항목을 이 기준 시점만으로 확정할 수는 없고, 그 자리는 그대로 미정으로 남는다.
6.6평가 전제와 미확인 자료의 경계
앞 단위에서 기준 시점이 평가 전제에 끼치는 힘을 확인한 터여서, 이제 평가 전제가 딛고 서 있는 자료의 경계를 살필 차례다. 전문가 계산서는 기준 시점·할인율·비교 기준 상황·거래 목록을 명시한 채 계좌 내역과 장부, 계약서와 변경 이메일, 세금 자료를 원자료로 들고 있다. 그런데 제출된 계좌 내역에는 일부 기간이 빠져 있고 장부와 계좌 사이의 잔액이 서로 맞지 않는다. 평가 전제를 문서로 남길 때 이 자료의 결손과 불일치를 어디까지 기록하고, 확인되지 않은 잔액을 어떻게 대할지가 문제로 남는다.
부동산 가액을 산정하며 부담을 공제할지를 다룬 대법원 2007. 4. 19. 선고 2005도7288 전원합의체 판결은, 가액 산정이 엄격하고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함을 전제로 한다. 다수의견은 "편취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가액을 엄격하고 신중하게 산정함으로써, 범죄와 형벌 사이에 적정한 균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죄형균형 원칙이나 형벌은 책임에 기초하고 그 책임에 비례하여야 한다는 책임주의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고 밝힌다(대법원 2007. 4. 19. 선고 2005도7288 전원합의체 판결). 이는 금액을 산출하는 일이 그 자체로 법적 평가를 완성하는 것이 아님을 뜻한다. 이 계약 분쟁에서 손해 배상액의 법적 개념이 미정인 채 계산서가 제출되었으므로, 계산서에 적힌 금액을 법적 평가로 읽는 것은 앞서 판단을 유보한 범위를 벗어난다.
같은 판결의 다수의견은 산정의 방식을 구체화한다. "그 부동산에 아무런 부담이 없는 때에는 그 부동산의 시가 상당액이 곧 그 가액이라고 볼 것이지만, 그 부동산에 근저당권설정등기가 경료되어 있거나 압류 또는 가압류 등이 이루어져 있는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아무런 부담이 없는 상태에서의 그 부동산의 시가 상당액에서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 범위 내에서의 피담보채권액, 압류에 걸린 집행채권액, 가압류에 걸린 청구금액 범위 내에서의 피보전채권액 등을 뺀 실제의 교환가치를 그 부동산의 가액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한다(대법원 2007. 4. 19. 선고 2005도7288 전원합의체 판결). 기준이 되는 값에서 정해진 범위의 부담을 빼 남는 금액을 가액으로 삼는 구조다. 이 사례에서는 미확인 잔액의 처리 방법이 미정이므로, 어느 항목을 빼고 남길지를 계산서 바깥에서 확정할 수는 없다. 다만 산정 전에 무엇을 공제 대상으로 삼았는지 기록에 남기는 방향만이 여기서 확인된다.
산정이 애매할 때 남는 공백을 다루는 부분도 놓칠 수 없다. 대법관 김능환의 보충의견은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가액을 파악할 수 없는 경우에는 입증책임의 원리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여야 할 것이지 그 가액 산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죄형균형 원칙이나 책임주의 원칙이 훼손되는 결과를 용인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말한다(대법원 2007. 4. 19. 선고 2005도7288 전원합의체 판결). 파악할 수 없는 값은 입증책임의 영역으로 남는다는 뜻이다. 이 사례에서 산정할 수 없는 항목의 범위가 미정이므로, 계산서가 다루지 못한 항목을 임의의 수로 채우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확인되지 않은 자료를 채워 넣지 않고 그 자리를 남겨 두는 태도가 요구된다.
회생절차에서 자산과 부채의 액수를 조사한 보고서 중 어느 것을 택할지를 다룬 대법원 2018. 5. 18. 자 2016마5352 결정은, 조사 방식과 선택의 여지를 함께 제시한다. 그 결정은 "각 조사보고서 중 어느 것을 택할 것인지는 조사방법 등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는 등 현저한 잘못이 있음이 명백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법원의 재량에 속한다"고 판시한다(대법원 2018. 5. 18. 자 2016마5352 결정). 여러 산출물이 엇갈릴 때 어느 것을 쓸지는 정해진 기계적 규칙이 아니라 판단의 몫으로 남는다. 이 사례에서 장부와 계좌 사이의 잔액이 맞지 않는 부분이 미정으로 남아 있으므로, 어느 쪽 잔액이 옳은지 단정할 수 없다. 다만 산출물의 출처와 산정 방식을 기록에 남겨 두면, 뒤에 남은 판단이 그 기록 위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결국 평가 전제를 문서로 남길 때 담아야 할 것은 확인된 값과 그 값이 어디에서 왔는지, 그리고 확인되지 않은 채 남은 공백의 목록이다. 계좌 내역의 결손 기간, 장부와 계좌 사이의 불일치 잔액, 산정할 수 없는 항목은 그대로 미확인으로 적힌다.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가 아니며, 확인되지 않은 자료를 값으로 확정하는 일은 이 밖에서 판단할 몫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