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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의 증명: 자금·가치·손해·인과관계의 재현 · II-07 · Chapter 9 · First edition

교란 요인과 비교 집단, 그리고 법적 인과관계

분석으로 확인된 관계를 법적 인과관계로 옮길 수 있는가?

Length
about 2,500 words · 11 min
Sources
8 statutes · 4 decisions
As of
2026-10-11
On this page
  1. Summary
  2. 9.1분석 결과와 법적 인과관계
  3. 9.2동시 사건과 교란 요인
  4. 9.3비교 집단의 선택 기준
  5. 9.4기간과 표본의 확정
  6. 9.5산정 곤란한 손해의 범위
  7. 9.6법적 인과관계로의 이행
  8. Statutes referred to
  9. Decisions referred to

Synthetic case The parties and facts in this chapter come from the volume's synthetic case, not from a real matter.

Summary

이 장은 분석으로 확인된 관계를 법적 인과관계로 옮길 수 있는지를 묻는다. 분석 결과와 법적 인과관계의 구별, 동시 사건과 교란 요인, 비교 집단의 선택 기준, 기간과 표본의 확정, 산정 곤란한 손해의 범위를 차례로 살핀다. 법적 인과관계로의 이행 문제에서 맺는다.

9.1분석 결과와 법적 인과관계

산출된 계산서의 수치가 손해로 인정되려면 먼저 그 수치가 법이 묻는 인과관계에 부응해야 한다. 통계나 회귀로 확인된 관계를 법적 인과관계로 옮길 때 무엇이 남는지를 살피기 위하여, 민법 제750조가 말하는 손해배상 책임의 요건부터 확인한다. 민법 제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규정한다. 이 조문은 위법행위와 손해 사이의 연결을 책임의 요건으로 삼는다. 전문가 계산서가 아무리 정밀한 산식으로 금액을 뽑아도, 그 금액이 위법행위로 가해진 손해에 대응하지 않으면 책임의 범위를 채우지 못한다.

분석 결과가 이러한 연결을 대신할 수 있는지 여부는 증거 판단의 문제로 넘어간다. 민사소송법 제202조는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사실주장이 진실한지 아닌지를 판단한다"고 정한다. 법원이 자유로운 심증으로 판단하되 그 심증은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묶인다는 뜻이다. 계산서가 제시하는 상관 또는 회귀 계수는 그러한 판단의 자료가 될 뿐이다. 계수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는 사실만으로 위법행위가 손해를 가하였다는 심증이 바로 서지는 않는다.

따라서 상관과 인과관계는 서로 다른 물음에 응한다. 상관은 두 변수가 함께 움직이는지를 말한다. 인과관계는 한 행위가 손해를 가하였는지를 말한다. 전문가 계산서가 함께 인용하는 계좌 내역, 장부, 계약서와 변경 이메일, 세금 자료는 전자의 판단을 떠받칠 뿐이다. 계산서에 기준 시점, 할인율, 비교 기준 상황, 포함된 거래 목록이 적혀 있더라도, 그 목록이 위법행위의 결과만 담아냈다는 보증은 어디에도 없다. 상대방이 계약 해지와 함께 손해배상 금액을 산출하여 제출한 경우, 해지와 그 사이에 끼어든 다른 요인은 여전히 분리되어 판단되어야 한다.

이 사례에서 계산서는 제출된 계좌 내역에 일부 기간이 빠져 있고, 장부와 계좌 사이에 일치하지 않는 잔액을 남기고 있다. 미확인 잔액이 위법행위의 손해인지 아닌지는 자료가 드러내지 않는다. 교란 요인과 비교 집단이 분석 설계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도 미정이다. 적용되는 계약의 버전과 변경 합의의 유효 여부, 손해 금액의 법적 개념, 산식의 핵심 입력값, 산정할 수 없는 항목의 범위 역시 미정으로 남는다.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가 아니므로, 결여된 기간과 불일치 잔액은 사실의 영역에서 그대로 두어야 한다.

결국 통계로 확인된 관계는 인과관계의 한 자료로만 남는다. 민법 제750조가 요구하는 손해의 가해는 별도로 증명되어야 하고, 민사소송법 제202조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은 그 증명의 지평이 된다. 상관만으로 인과관계의 성립을 단정할 수 없다는 점이 여기에서 분명해진다.

9.2동시 사건과 교란 요인

상관과 법적 인과관계를 가른 자리에 남는 질문은 손해에 함께 작용한 다른 원인을 어떻게 분리하느냐이다. 이번 사례에서 전문가 계산서는 계약 해지와 함께 손해 배상 금액을 산출한 것이고, 원자료로 계좌 내역·장부·계약서와 변경 이메일·세금 자료를 함께 인용한다. 계산서에는 기준 시점, 할인율, 비교 기준 상황, 포함된 거래 목록이 적혀 있으나, 제출된 계좌 내역에는 일부 기간이 빠져 있고 장부와 계좌 사이에 일치하지 않는 잔액이 남는다. 이처럼 함께 작용한 요인과 남은 불일치를 두고, 자료가 제공되지 않은 값을 임의로 채워 넣지 않는 태도가 먼저 요구된다.

계산서의 산식에 포함된 거래가 모두 계약 위반과 관련된 것은 아님을 전제로, 위반행위와 관련된 거래를 가려내는 기준을 대법원 판결은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이라고 한다) 제443조 제1항 단서 및 제2항에서 정하고 있는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이란 위반행위와 관련된 거래로 인한 이익을 말하는 것으로서 위반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위험과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것을 의미한다." 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1도8109 판결 [2]. 이 판시는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범위를 정할 때, 거래가 위반행위와 관련되었다는 사실 자체를 그 기준으로 삼는다. 따라서 계산서가 원자료로 든 거래 가운데 어떤 것이 위반행위와 관련되는지 여부는 이 사례에서 미정이다.

총수입에서 총비용을 공제하는 통상적인 산정 방식에 예외가 있음도 같은 판결이 밝힌다. "통상적인 경우에는 위반행위와 관련된 거래로 인한 총수입에서 거래를 위한 총비용을 공제한 차액을 산정하는 방법으로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이익을 산출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사안에서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의 가액을 위와 같은 방법으로 인정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사기적 부정거래행위를 근절하려는 자본시장법 제443조의 입법 취지와 형사법의 대원칙인 책임주의를 염두에 두고 위반행위의 동기, 경위, 태양, 기간, 제3자 개입 여부, 증권시장 상황 및 그 밖에 주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반 요소들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이익을 산정해야 하며, 그에 관한 증명책임은 검사가 부담한다." 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1도8109 판결 [2]. 제3자 개입 여부와 시장 상황이 함께 거론된다는 점에서, 동시 사건이나 외부 요인이 손해에 작용했다면 그 몫을 따로 가려내야 함이 드러난다. 다만 이 사례에서 산식의 핵심 입력값과 미확인 잔액의 처리 방식은 미정이다.

산정할 수 없는 항목을 다루는 데에도 같은 자세가 요구된다. 같은 판결은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의 가액을 엄격하고 신중하게 산정함으로써 범죄와 형벌 사이에 적정한 균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죄형균형 원칙이나 형벌은 책임에 기초하고 책임에 비례하여야 한다는 책임주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1도8109 판결 [2]고 덧붙인다. 이는 자료가 드러내지 않은 요인을 배제하거나 그 몫을 지어내지 말아야 함을 뜻한다. 계좌 내역에서 빠진 기간과 장부·계좌 사이의 잔액 불일치는 그대로 남겨두고, 산정할 수 없는 항목의 범위는 미정으로 둔다.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는 아니다.

채권자 측에 과실이 함께 작용한 경우에는 민법 제396조가 이를 다룬다. "채무불이행에 관하여 채권자에게 과실이 있는 때에는 법원은 손해배상의 책임 및 그 금액을 정함에 이를 참작하여야 한다." 민법 제396조. 손해에 함께 작용한 채권자 측 요인은 책임과 금액을 정할 때 참작의 대상이 된다. 이 사례에서 그런 요인이 실제로 있었는지, 있었다면 어느 범위인지는 미정이다. 남은 것은 동시 사건과 교란 요인을 자료가 드러낸 범위 안에서만 다루고, 나머지는 다음 판단의 몫으로 남기는 일이다.

9.3비교 집단의 선택 기준

동시 사건과 다른 원인을 따로 검토하는 태도가 정해졌다면, 이제는 그 비교가 설 수 있는 집단을 어디서 찾을지가 문제이다. 전문가 계산서는 비교 기준 상황을 함께 적고 제출되었으나, 계산서에 적힌 비교 기준이 어떤 투자자 집단에 걸쳐 적용되는지 미정이다. 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19다292750 판결은 시세조종성 부정거래행위 사안에서 투자자에 따라 요구되는 증명이 달라짐을 밝힌다.

위 판결은 우선 직접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투자자의 경우를 다룬다. 그 투자자가 달리 증명하여야 할 사항을 다음과 같이 적는다. "시세조종성 부정거래행위에 직접 영향을 받아서 투자판단을 하고 주식을 거래하였다고 주장하는 투자자는 시세조종성 부정거래행위와 자신의 주식 거래 사이의 인과관계를 증명하여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9조 제1항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그렇지 않은 투자자도 시세조종성 부정거래행위로 형성된 가격에 해당 주식을 거래하였음을 증명하여 위 조항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19다292750 판결). 이 문장은 집단이 나뉘는 자리를 가리키므로, 이 사례에서 투자자를 한 무리로 묶어 비교 기준을 하나만 정하기 어렵다.

그 구분에 따라 달라지는 증명의 내용도 판결이 밝힌다. 판결은 그러한 투자자가 무엇을 증명하는지를 다음과 같이 이어서 설명한다. "그 시세조종성 부정거래행위에 직접 영향을 받아서 투자판단을 하고 주식을 거래하였다고 주장하는 투자자는 그 시세조종성 부정거래행위와 자신의 주식 거래 사이의 인과관계를 증명함으로써 구 자본시장법 제179조 제1항의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 나아가 그렇지 않은 투자자라 하더라도 시세가 시장에서의 자연적인 수요·공급의 원칙에 의하여 형성되었으리라는 생각 아래 그 주식을 거래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그 시세조종성 부정거래행위로 형성된 가격에 의하여 해당 주식을 거래하였음을 증명함으로써 구 자본시장법 제179조 제1항의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 (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19다292750 판결). 계산서의 비교 기준이 어느 쪽을 향한 것인지가 이 구분과 맞아야 하며, 그 구분은 아직 미정이다.

비교 기준의 내용 자체는 판결이 사건연구 방식 등에서 찾는다. 판결은 그 판단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정한다. "여기서 복합 시세조종성 부정거래행위가 주식의 시세 형성에 영향을 주었는지 여부는 사건연구 방식 등의 전문가 감정을 통하여 복합 시세조종성 부정거래행위에 의해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간(사건기간) 중의 주가동향과 그 행위들이 없었더라면 진행되었을 주가동향을 비교하여 그 차이가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다." (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19다292750 판결). 이 사례의 계산서에는 할인율과 비교 기준 상황이 적혀 있으나, 계좌 내역의 일부 기간이 빠졌고 장부와 계좌의 잔액이 맞지 않으므로, 비교에 놓일 두 흐름이 확정되지 아니한 채 남는다.

계산서가 법원에 맡길 여지도 함께 살핀다. 증권관련 집단소송법 제34조는 정확한 산정이 곤란한 경우를 다음과 같이 다룬다. "법원은 제1항에 따르거나 증거조사를 통하여도 정확한 손해액을 산정하기 곤란한 경우에는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표본적·평균적·통계적 방법 또는 그 밖의 합리적인 방법으로 손해액을 정할 수 있다." (증권관련 집단소송법 제34조). 이 조문은 산정이 곤란한 경우의 방법을 법원에 열어 두는 것이지, 산식의 핵심 입력값이나 미확인 잔액의 처리가 저절로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비교 집단의 선택은 결국 사실관계에 드러난 투자자별 지위와 비교에 쓰이는 흐름이 함께 서야 한다. 이 사례에서 두 집단의 구분, 비교에 놓일 기간과 흐름, 산정할 수 없는 항목의 범위는 모두 미정이다. 사실관계에 없는 집단을 새로 지어 비교 기준을 만들지 않으므로, 계산서에 적힌 비교 기준이 쓰일 자리는 아직 열려 있다.

9.4기간과 표본의 확정

비교 집단을 선택하는 기준을 세우고 나면, 계산서에 남은 자료의 기간을 어디서 자를지가 다음 쟁점이 된다. 상대방이 제출한 전문가 계산서는 기준 시점과 할인율, 비교 기준 상황, 포함된 거래 목록을 적어 두었으나, 제출된 계좌 내역에는 일부 기간이 빠져 있고 장부와 계좌 사이에 잔액이 맞지 않아 남는다. 이 자료를 무슨 기간의 표본으로 삼을지 정하지 않은 채로 손해 금액을 읽으면, 확보된 구간이 곧 전체를 대표한다고 여기기 쉽다.

대법원은 허위 공시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다투는 자리에서 밝은 시점의 자료를 기준으로 삼도록 일렀다. 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6다16758, 16765 판결은 인과관계의 부존재를 입증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로, "허위공시 등 위법행위가 시장에 알려지기 이전의 자료를 기초로 하여 그 위법행위가 공표되지 않았다고 가정하였을 경우 예상할 수 있는 기대수익률 및 정상주가를 추정하고 그 기대수익률과 시장에서 관측된 실제 수익률의 차이인 초과수익률의 추정치를 이용하여 그 위법행위의 공표가 주가에 미친 영향이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인지 여부를 분석하는 사건연구(event study)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나, 위와 같은 손해액 추정조항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예컨대 허위공시 등의 위법행위 이후 매수한 주식의 가격이 하락하여 손실이 발생하였는데 그 가격 하락의 원인이 문제된 당해 허위공시 등 위법행위 때문인지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정도의 입증만으로는 위 손해액의 추정이 깨진다고 볼 수 없다"고 말한다. 기준 기간이 공표 이전의 자료에서 갈리는 까닭은, 그 구간이 정보의 왜곡이 끼어들지 않은 비교의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같은 판결은 왜곡이 끝난 날도 표본의 경계로 삼는다. 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6다16758, 16765 판결은, "일반적으로 분식회계 및 부실감사 사실이 밝혀진 후 그로 인한 충격이 가라앉고 그와 같은 허위정보로 인하여 부풀려진 부분이 모두 제거되어 일단 정상적인 주가가 형성되면 그와 같은 정상주가의 형성일 이후의 주가변동은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분식회계 및 부실감사와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다고 할 것이므로, 그 정상주가 형성일 이후에 당해 주식을 매도하였거나 변론종결일까지 계속 보유중인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 증권거래법 제15조 제1항이 정하는 손해액 중 위 정상주가와 실제 처분가격(또는 변론종결일의 시장가격)과의 차액 부분에 대하여는 같은 법 제15조 제2항의 인과관계 부존재의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 경우 손해액은 계산상 매수가격에서 위 정상주가 형성일의 주가를 공제한 금액이 된다"고 밝힌다. 표본의 끝을 정상주가가 잡히는 날에 두면, 그 뒤의 움직임은 계산에서 빠진다.

대법원은 거래 실례가 드문 비상장 주식의 값을 매길 때에도 먼저 쓸 자료의 순서를 정한다. 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도2623 판결은, "비상장주식을 거래한 경우에, 그에 관한 객관적 교환가치가 적정하게 반영된 정상적인 거래의 실례가 있다면 그 거래가격을 시가로 보아 주식의 가액을 평가하여야 할 것이나, 만약 그러한 거래사례가 없다면 거래 당시 당해 비상장법인 및 거래당사자의 상황, 당해 업종의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여러 평가방법들 중에서 합리적이라고 판단되는 평가방법들을 적용하여 주식의 적정가액을 평가할 수 있으며, 그러한 평가방법의 하나로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54조의 평가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선다. 이 순서는, 남은 자료의 양이 적다는 이유만으로 평가의 틀을 새로 짜는 일을 막는다.

같은 판결은 산식이 조금 틀려도 결과가 바뀌지 않는 자리를 따로 둔다. 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도2623 판결은, "손해액이나 이득액의 계산에 잘못이 있더라도 그 금액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각 호 중 어느 것에 해당한다면 그 잘못은 같은 법조항을 적용한 판결의 결과에는 영향이 없다"고 본다. 표본 기간을 잘못 잡아 계산이 흔들려도, 확정된 액수가 정한 구간에 그대로 남으면 판결의 결론은 흔들리지 않는다.

계산서가 정한 기준 시점과 할인율, 비교 기준 상황은 미정인 채로 남는다. 확보된 계좌 내역에서 빠진 기간이 무엇을 가리는지도 미정이다. 남은 구간만으로 전체를 대표한다고 단정하지 않는 한, 표본의 경계는 자료가 가리키는 곳에서 그대로 멈춘다.

9.5산정 곤란한 손해의 범위

기간과 표본을 확정해도 산정할 수 없는 항목은 남는다. 계산서가 남은 기간의 자료로 전체 손해를 계산하듯이, 증명이 어려운 액수를 어떻게 다룰지는 별도의 규율이 정한다.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하는 데서 출발점은 민법 제393조이다. 이 규정은 제1항에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은 통상의 손해를 그 한도로 한다"고 정하고, 제2항에서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채무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하여 배상의 책임이 있다"고 단서를 둔다(민법 제393조). 계산서가 담은 비교 기준 상황과 포함된 거래 목록이 어느 쪽에 놓이는지는 이 규정이 그어 놓은 경계 안에서 판단할 문제이다.

금액이 확정되지 않을 때는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가 다룬다. 증명의 어려움을 완화하는 조건과 법원이 할 수 있는 일을 함께 적고 있으므로, 그 문장을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나 구체적인 손해의 액수를 증명하는 것이 사안의 성질상 매우 어려운 경우에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에 의하여 인정되는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금액을 손해배상 액수로 정할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202조의2). 이 조항은 법원이 금액을 정할 수 있게 할 뿐, 계산서의 할인율이나 기준 시점 같은 입력값을 새로 만들어 주는 근거는 아니다.

누가 얼마를 배상하는지도 별도로 정한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31조 제4항은 감사인과 이사·감사가 함께 책임을 질 때의 구조를 정하면서, "다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 자가 고의가 없는 경우에 그 자는 법원이 귀책사유에 따라 정하는 책임비율에 따라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단서를 둔다. 같은 조 제6항은 배상능력이 없는 자로 인해 채워지지 못한 부분을 다루며, "제4항 단서에도 불구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자의 소득인정액(「국민기초생활 보장법」 제2조제9호에 따른 소득인정액을 말한다)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 이하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감사인과 해당 회사의 이사 및 감사는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31조)고 정한다.

따라서 산정 곤란한 손해의 범위는 법원이 정할 수 있는 금액의 범위인 동시에, 그 정함이 임의 산식의 창작으로 이어지지 않는 범위이다. 이 사례에서 미확인 잔액과 산정할 수 없는 항목의 처리, 적용 계약의 버전과 변경 합의의 유효 여부, 손해 금액의 법적 개념과 핵심 입력값은 모두 미정으로 남는다. 자료가 제공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곧 법적 평가가 아니며, 계산서에 적힌 수치가 법이 정한 범위에 부합하는지 여부는 이 규정들이 정한 틀 밖에서 단정할 수 없다.

9.6법적 인과관계로의 이행

산정 곤란한 항목의 처리 경계를 확인한 뒤에는, 그 경계 안에서 산출된 결과를 법적 판단의 자리로 옮길 절차가 남는다. 분석이 아무리 정교해도 법원의 사실인정 틀 밖에서는 증명의 효력을 가지지 못하므로, 그 이행의 절차를 정리하고자 한다.

분석 결과가 법정에서 사실주장으로 기능하기 위하여는, 법원이 사실을 판단하는 방법과 조건을 먼저 살핀다. 민사소송법 제202조는 법원의 사실인정 기준을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사실주장이 진실한지 아닌지를 판단한다." (민사소송법 제202조) 이 조항에 따르면 계산서의 산출값은 그 자체로 사실이 아니며, 변론 전체와 증거조사 결과 안에서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비추어 평가되는 주장이다. 전문가 계산서가 원자료로 계좌 내역·장부·계약서와 변경 이메일·세금 자료를 함께 인용한다 하더라도, 그 인용이 증거조사의 결과와 어긋나면 자유심증의 판단을 뒤집지 못한다. 계산서에 기준 시점, 할인율, 비교 기준 상황, 포함된 거래 목록이 적혀 있어도, 각 항목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부합하는지는 법원이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판단할 사항이다.

나아가 계산서가 손해배상 책임의 성립을 전제로 산출된 액수라면, 그 책임의 요건은 별도로 검증되어야 한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서 손해의 범위와 액수를 규율하는 규정을 준용하기 위하여, 민법 제763조는 다음과 같이 정한다. "제393조, 제394조, 제396조, 제399조의 규정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준용한다." (민법 제763조) 이 조항이 불법행위의 요건을 새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규정의 준용을 선언하는 것임에 유의하여야 한다. 따라서 계약 해지와 함께 제출된 계산서는, 적용되는 계약의 버전과 변경 합의의 유효 여부, 손해 금액의 법적 개념이 미정인 채로 제출되었다 하더라도, 그 미정의 요건이 채워지지 않은 채로는 법적 인과관계로의 이행을 마치지 못한다.

이 사례의 계산서에는 산식의 핵심 입력값, 미확인 잔액의 처리, 산정할 수 없는 항목의 범위가 미정으로 남아 있다. 제출된 계좌 내역에 일부 기간이 빠져 있고, 장부와 계좌 사이에 일치하지 않는 잔액이 남아 있으므로, 민사소송법 제202조가 자유심증의 판단 대상으로 삼는 증거조사의 결과 자체가 불완전하다. 계산서가 원자료를 인용한다 하여 인용된 원자료가 모두 증거로 조사된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이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가 아니므로, 산출된 액수는 법적 인과관계의 증명으로서 완성되지 않았다.

결국 분석 결과를 법적 인과관계로 옮기는 일은, 산출된 숫자를 법원에 제출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민사소송법 제202조가 요구하듯,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에 비추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부합하는지가 판단되어야 한다. 민법 제763조의 준용 규정이 요구하는 요건도 각각 검증되어야 한다. 미정으로 남은 계약의 버전, 변경 합의의 유효, 손해의 법적 개념, 입력값, 미확인 잔액, 산정 곤란 항목의 범위가 채워지지 않는 한, 계산서의 숫자는 주장에 머무르며 법적 인과관계의 입증을 완성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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