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writing only: email and e-filing

KSTGeneral information, not legal advice

장기분쟁의 운영: 자원·협상·위임·회복 · II-14 · Chapter 5 · First edition

중복의 제거와 품질을 낮추지 않는 축소, 반복 주장과 새로운 공격의 구별

어디까지 줄여도 검토 품질이 유지되며, 반복 주장과 새로운 공격은 어떻게 가르는가?

Length
about 2,400 words · 10 min
Sources
2 statutes · 0 decisions
As of
2026-10-11
On this page
  1. Summary
  2. 5.1중복 검토의 목록화
  3. 5.2중복 제거의 기준
  4. 5.3품질을 지키는 축소
  5. 5.4반복과 새 공격의 구별
  6. 5.5권리 남용 판결의 틀
  7. 5.6신의칙과 소송의 이상
  8. Statutes referred to

Synthetic case The parties and facts in this chapter come from the volume's synthetic case, not from a real matter.

Summary

이 장은 어디까지 줄여도 검토 품질이 유지되는지, 반복 주장과 새로운 공격을 어떻게 가르는지를 묻는다. 중복 검토의 목록화와 중복 제거의 기준, 품질을 지키는 축소를 차례로 살핀 뒤 반복과 새 공격의 구별 기준을 정하고, 권리 남용 판결의 틀과 신의칙·소송의 이상을 함께 둔다. 축소된 작업의 재개 시점은 별도로 남겨 둔다.

5.1중복 검토의 목록화

유지·축소·종결의 방향 표시가 끝난 자리에서 남는 것은, 이미 한 번 검토한 자료와 논거가 다시 검토 목록에 오르는 문제다. 같은 항목이 되풀이해 다루어지면 절차가 늦어지고 남은 비용이 줄어든다. 민사소송법 제1조 제1항은 「법원은 소송절차가 공정하고 신속하며 경제적으로 진행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선언한다. 이 조문은 법원에 대한 규정이나, 소송을 수행하는 쪽도 같은 방향으로 자료를 정리하지 않으면 그 노력에 부합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중복으로 볼 것인지가 먼저다. 중복의 징표는 두 가지다. 하나는 자료가 같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자료에 붙이는 논거가 같은 것이다. 둘 중 하나만 겹쳐도 같은 검토가 한 번 더 이루어진 셈이 된다. 계약서 사본이 여러 버전으로 제출되어도 조항 문구가 같고 이를 다투는 논거도 같다면, 그 사본들은 한 항목 아래 묶인다.

같은 자료에 새로운 공격이 붙는 경우는 중복과 다르다. 자료는 같아도 상대방이 원자료의 진정성, 작성 시점, 인계 과정의 누락을 새 논거로 제기한다면, 그 항목은 목록상 다른 줄에 놓인다. 앞선 검토가 다루지 못한 쟁점이 새로 생긴 탓이다. 반복 주장과 새로운 공격을 갈라 적는 것이 목록화의 핵심이다.

목록에 자료가 실렸다는 사실만으로 그 항목의 법적 평가나 주장의 타당성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 목록은 검토 대상을 모은 장치이며, 어떤 자료가 사건을 해석하는 데 쓰일 수 있는지 여부는 아직 판단되지 않았다.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처럼, 작성 시점이 사건과 다른 자료가 목록에 올랐더라도 그 문서가 당시 의사결정을 정확히 옮겼는지는 별도의 문제로 남는다.

자료가 쓰일 수 있는지는 민사소송법 제1조 제2항이 요구하는 태도와 맞닿는다. 그 항은 「당사자와 소송관계인은 신의에 따라 성실하게 소송을 수행하여야 한다」(민사소송법 제1조)고 규정한다. 목록에 누락된 메시지와 원자료가 있다는 사실을 적지 않거나, 인계 자료가 일부만 정리된 상태를 숨긴다면 이 규정이 바라는 수행 방식에서 벗어난다. 목록에는 자료가 없다는 사실도 함께 적는다.

남은 시간·인력·비용의 잔여량과 기한, 승인 상태의 보존 수준이 미정인 동안에는 목록의 분량을 확정할 수 없다. 상대 요구 중 자료로 확인되는 항목이 무엇인지, 보류하거나 축소할 주장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도 미정이다. 미정인 항목은 미정으로 두고, 그 자리를 목록에 남기는 편이 이후의 판단에 유리하다.

5.2중복 제거의 기준

목록화로 묶인 항목을 넘겨받은 뒤에는 어느 항목을 제거 대상으로 삼을지의 기준부터 정해야 한다. 앞 절이 중복의 징표를 찾는 일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제거 대상의 선별 기준과 제거 뒤에 남겨둘 흔적을 묻는다.

제거 대상을 가를 때 먼저 보아야 할 것은 같은 자료와 같은 논거가 반복해 놓였는가이다. 민사소송법 제1조는 소송절차의 이상을 밝히며 "법원은 소송절차가 공정하고 신속하며 경제적으로 진행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선언한다. 이 규정은 절차를 담당하는 주체의 노력을 요구하는 문언으로, 반복 항목을 줄여 절차를 경제적으로 만드는 작업과 방향을 같이 한다. 우리 사안에서 상대방은 계약 해지와 경제적 손해를 주장하며 여러 버전의 계약서와 변경 이메일, 자금 기록, 전문가 계산서를 함께 내놓았고, 그 항목들 가운데 계약서 버전이 겹치거나 자금 기록이 같은 시점을 겨눈 것이 보인다. 그러나 자료가 겹친다는 사실만으로 그 항목의 법적 평가나 주장의 타당성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 중복 제거는 그 항목이 다루는 쟁점과 근거의 내용을 견주어 판단할 일이다.

같은 자료가 아니라 같은 논거가 반복된 경우도 제거 후보에 놓인다. 민법 제2조는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이어서 "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고 덧붙인다. 우리 사안에서 상대의 요구 가운데 자료로 확인되지 않는 항목이 섞여 있고, 민사 주장과 기관 제출 설명이 함께 놓여 있다. 그러한 가운데 같은 논거가 여러 문건에 반복되면 그 반복 자체가 신의에 비추어 볼 문제로 남는다. 다만 단서에 해당하는 남용 금지의 문언은 제거의 근거로 삼되, 그 항목의 실체를 넘겨짚지 않는 태도를 요구한다.

제거 대상으로 삼은 뒤에는 검토의 흔적을 남겨야 한다.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가 당시 의사결정을 해석하며, 일부 메시지와 원자료는 누락되어 있고, 담당자가 교체되는 동안 인계 자료는 일부만 정리되어 있다. 이처럼 자료가 끊긴 상황에서 흔적을 남기지 않으면, 뒤에 이어지는 검토가 왜 그 항목을 걷어냈는지 다시 짚을 길이 없다. 제거 뒤 남길 항목과 그 형식은 미정으로 남겨 두며, 남길 항목을 정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인력의 잔여량도 자료로 확인되지 않는다.

한편, 제거의 기준을 잡는 일과 남은 주장을 다루는 일은 떼어 생각한다. 확대·유지·축소·종결 중 어느 쪽으로 전환할지가 미정이고, 상대 요구 중 자료로 확인되는 항목의 범위도 미정이다. 이 사안에서 중복으로 지목된 항목 가운데 남겨둘 것이 무엇인지는 확정하지 않았다. 다만 중복의 제거가 그 항목이 다루는 쟁점을 함께 걷어내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해야 한다.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가 아니라는 점을 전제로, 중복의 제거는 항목의 수를 줄이는 조치로 한정한다.

5.3품질을 지키는 축소

중복을 정리한 뒤에는 줄인 범위 안에서 어떤 근거까지 남겨둘지가 다음 문제가 된다. 검토 범위를 좁히는 일이 남긴 항목의 깊이를 함께 줄이는 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축소가 품질을 낮추지 않으려면 어떤 최소선을 지켜야 하는지를 읽는다.

축소가 권리의 행사 방식과 맞닿는 범위에서, 「민법」 제2조(신의성실)는 권리를 행사할 때의 자세를 다음과 같이 적는다. "제2조(신의성실) ①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 ②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민법 제2조) 이 조문은 축소한 검토 자체가 의무의 이행 방식에 끼치는 영향을 함께 살피도록 이끈다.

축소는 계약서의 판본과 변경 이메일, 자금 기록과 전문가 계산서처럼 겹쳐 들어온 자료를 세는 일에서 시작한다. 서로 다른 판본이 하나의 문구를 달리 적을 때, 어느 쪽을 놓치지 않을지 정하는 것은 줄이는 일이 아니라 남기는 일에 가깝다. 축소가 이 둘을 혼동하면 남은 쪽 하나만으로 사실이 정해진 듯한 인상이 생긴다. 남겨둔 판본이 무엇이고 왜 남겼는지가 함께 적히지 않으면, 뒤에 남은 자료만 보고 판단한 사람이 같은 자료를 두고 다른 결론에 이른다.

범위를 줄이면 남겨둘 검토의 흔적도 함께 줄기 쉽다. 그러나 설명 문서가 뒤에 작성된 사정, 일부 메시지와 원자료가 누락된 사정, 담당자가 교체되는 동안 인계가 일부만 정리된 사정은, 축소한 뒤에도 확인할 수 있어야 할 항목이다. 이 사례에서 시간·인력·비용의 잔여량과 남은 기한·승인 상태의 보존 수준은 미정으로 남아 있다. 미정으로 남은 항목을 정리된 것처럼 줄여 적으면, 나중에 확인이 끝난 때와 확인 전의 기록이 구별되지 않는다. 이 구별을 남기지 않은 채 검토의 수만 줄이면, 줄인 자리에 어떤 판단이 들어갔는지 되돌아볼 길이 없다.

축소의 최소선은 확인된 사실과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섞이지 않는 데 있다. 민사 주장과 기관 제출 설명이 함께 놓여 있을 때, 어느 쪽을 근거로 삼는지가 적히지 않으면 두 가지가 같은 것으로 읽힌다.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가 당시 의사결정을 해석하는 자리에 놓인 경우에도, 문서가 언제 만들어졌는지가 함께 남아야 한다. 이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과 확인할 수 없는 것의 경계는 자료가 주는 범위 안에서만 정해지며, 그 바깥은 미정으로 둔다.

상대의 요구 중 자료로 확인되는 항목과 그렇지 않은 항목을 가르는 작업도 같은 최소선을 지킨다. 자료가 있다는 사실은 자료의 존재를 말할 뿐, 그 자료가 갖는 법적 평가를 대신하지 않는다. 보류하거나 축소할 주장의 범위 역시 미정이므로, 이 범위를 품질의 척도로 삼아 기준을 새로 만들 필요는 없다. 자료의 존재를 평가로 읽어넘기면, 축소한 자료가 곧 버려진 근거처럼 남는다. 이는 확인되지 않은 평가를 사실 자리에 놓는 결과를 낳는다.

축소가 어느 선을 넘어 품질 저하가 되는지는, 위의 남김 항목을 지키는지에서 판가름 난다. 남길 것을 남기면서 검토의 수를 줄이는 방식과, 남길 것을 함께 줄이는 방식은 같은 축소가 아니다. 후자의 방식은 성실한 이행의 자세와 어긋나며, 남은 검토만으로는 확대·유지·축소·종결 중 어느 쪽으로 갈지도 가릴 수 없다. 남길 것을 지키는 한 축소는 검토의 양을 줄이되 깊이를 유지하는 일로 남는다.

5.4반복과 새 공격의 구별

품질을 낮추지 않는 축소를 정했다면, 이제는 줄인 자리에서 상대의 주장 가운데 같은 논거의 반복과 새로 들어온 공격을 가려야 한다. 그 가름의 기준은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

우선 소송절차가 담아야 할 기본 자세를 규정한 민사소송법 제1조에서 출발한다. 같은 조 제1항은 "법원은 소송절차가 공정하고 신속하며 경제적으로 진행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민사소송법 제1조)고 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당사자와 소송관계인은 신의에 따라 성실하게 소송을 수행하여야 한다"(민사소송법 제1조)고 선언한다. 앞 문장은 절차를 이끄는 법원의 노력을 요구하고, 뒷 문장은 절차에 참여하는 이들의 자세를 요구한다. 이 두 문장은 상대의 주장이 반복이든 새 공격이든, 양쪽 모두가 성실하게 다루어야 할 대상임을 확인해 준다. 다만 이 조항만으로 반복과 새 공격을 가르는 기준이 직접 생기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판단의 준거는 주장의 구성 요소에서 찾아야 한다. 반복은 같은 근거 위에서 같은 대상을 겨냥하는 주장을 다시 내는 것이고, 새 공격은 근거·시점·대상 가운데 하나라도 달라진 주장을 뜻한다. 이 셋은 서로 독립적으로 움직이며, 하나가 달라졌다는 사실만으로 나머지 둘도 달라졌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근거가 그대로인데 서술의 양만 늘어났다면 그 늘어난 분량은 새 공격이 아니다. 대상이 그대로인데 근거를 바꾼 서류를 붙였다면 그 붙임은 새로 살펴야 할 부분을 만든다.

이 사례에서 상대는 여러 버전의 계약서·변경 이메일·자금 기록·전문가 계산서를 함께 제출했다. 같은 계약 조항을 두고 인용하는 서류의 판본이 바뀌었다면 그 차이는 근거의 차이인지 단순한 문건의 차이인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여러 판본 가운데 어떤 것이 당시 의사결정의 근거로 쓰였는지가 확인되면, 나머지 판본의 등장은 반복에 실린 문건의 차이로 남는다. 어떤 것이 당시 근거였는지가 확인되지 않으면, 근거의 차이로 단정할 수도 없다. 이 확인이 끝나지 않은 채로 반복과 새 공격을 나누면, 문건의 양을 근거의 새로움으로 착각하게 된다.

나아가 민법 제2조는 권리의 행사에 관한 일반 원칙을 둔다. 같은 조 제1항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민법 제2조)고 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민법 제2조)고 규정한다. 앞 문장은 행사의 자세를, 뒷 문장은 행사의 한계를 말한다. 반복 주장의 허용 범위를 판단할 때 이 규정을 참고할 수 있으나, 반복 자체를 곧 남용으로 단정하는 근거는 되지 않는다. 반복 주장과 남용의 관계에 관한 평가는 뒤에서 다룰 별도의 틀에서 살핀다. 여기서는 두 개념을 먼저 겹쳐 놓지 않는 선을 지킨다.

누락된 메시지와 원자료로 뒷받침되지 않는 차이는 임의로 만들어내지 않는다.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가 당시 의사결정을 해석하더라도, 그 문서 자체는 당시 자료와 같은 격이 아니다. 따라서 시점이 달라졌다는 판단은 문서의 서술이 아니라 확인되는 자료에서 읽어낼 때만 성립한다. 설명 문서가 당시의 회신 시점을 적었다 해도, 그 회신이 남아 있지 않으면 시점의 차이는 확인되지 않은 채로 남는다. 담당자가 교체되는 동안 인계 자료가 일부만 정리된 까닭에 근거의 흐름이 끊겼다면, 그 끊김은 새 공격의 신호가 아니라 확인의 한계로만 적어야 한다.

이 사례에서 남은 기한과 승인 상태의 보존 수준, 상대 요구 중 자료로 확인되는 항목은 미정이다. 우리 측이 쓸 수 있는 시간·인력·비용의 잔여량과 보류하거나 축소할 주장의 범위도 미정이다. 반복과 새 공격의 경계는 그 미정의 자리에서 확인되는 한정된 자료로만 그리고, 확인되지 않은 쪽은 확인되지 않은 채로 남긴다.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가 아니듯이, 자료의 차이가 있다는 사실도 곧 근거의 차이라는 뜻은 아니다. 남은 논의는 이 경계를 전제로 삼아야 한다.

5.5권리 남용 판결의 틀

그럼 앞서 가른 반복과 새 공격의 구별은 반복의 제거에 어떤 법적 한계를 두는가. 정보공개청구가 반복된다는 사정만으로 권리의 남용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므로, 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4두9349 판결이 밝힌 남용의 기준을 읽어야 한다.

반복 청구를 남용으로 가르는 출발점은 청구 자체의 허용 범위다. 위 대법원 판결은 정보공개청구의 의미와 성질, 구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3조, 제5조 제1항, 제6조의 내용과 입법 목적, 그리고 청구권 행사에 사용 목적이나 접근 이유의 제한이 없는 점을 함께 본다. 그 결과 국민의 정보공개청구는 정보공개법 제9조에 정한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한 원칙적으로 폭넓게 허용되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해당 정보를 취득 또는 활용할 의사가 전혀 없이 정보공개 제도를 이용하여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는 부당한 이득을 얻으려 하거나, 오로지 공공기관의 담당공무원을 괴롭힐 목적으로 정보공개청구를 하는 경우처럼 권리의 남용에 해당하는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정보공개청구권의 행사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것이 옳다"[1]. 즉 남용의 판단은 청구가 여러 번 들어왔다는 수가 아니라 청구의 실제 목적에 달려 있다.

남용의 목적은 위 판결이 든 사안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교도소에 복역 중인 갑이 지방검찰청 검사장에게 자신에 대한 불기소사건 수사기록 중 타인의 개인정보를 제외한 부분의 공개를 청구하였으나 검사장이 구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등에 규정된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비공개 결정을 한 사안에서, "갑은 위 정보에 접근하는 것을 목적으로 정보공개를 청구한 것이 아니라, 청구가 거부되면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에서 승소한 뒤 소송비용 확정절차를 통해 자신이 그 소송에서 실제 지출한 소송비용보다 다액을 소송비용으로 지급받아 금전적 이득을 취하거나, 수감 중 변론기일에 출정하여 강제노역을 회피하는 것 등을 목적으로 정보공개를 청구하였다고 볼 여지가 큰 점 등에 비추어 갑의 정보공개청구는 권리를 남용하는 행위로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 사례"[2]. 여기서 남용으로 걸린 것은 정보의 취득·활용 의사가 없다는 점과 절차를 다른 이득의 수단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반복 자체는 그 목적을 뒷받침하는 징표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이 기준을 계약 분쟁에 그대로 옮길 수는 없다. 정보공개청구권의 행사 범위를 정한 공공기관 정보공개 법제와 계약상 청구의 행사에는 요건과 법익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상대가 여러 버전의 계약서와 변경 이메일, 자금 기록, 전문가 계산서를 반복해 제출하며 같은 논거를 되풀이하는 사안에서, 그 반복을 권리 남용으로 평가하려면 청구의 실제 목적이라는 판결의 축을 참고해야 한다. 즉 같은 내용의 제출이 상대의 자료 확보와 증명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대응 비용을 늘리고 담당자를 소진시키는 데에 쓰이는 것인지가 문제다. 다만 이 사안에서 상대의 반복에 그와 같은 목적이 있었다는 점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품질을 낮추지 않는 축소와도 이 판결의 기준은 맞닿는다. 남용으로 허용되지 않는 것은 취득·활용 의사가 없는 반복일 뿐, 실제 이익을 증명하려는 제출까지 가로막지는 않는다. 따라서 중복되는 버전과 계산서를 묶어 하나로 정리하되, 근거·시점·대상이 달라진 자료는 그대로 남겨두어야 한다. 남은 기한과 승인 상태의 보존 수준, 상대 요구 중 자료로 확인되는 항목, 보류하거나 축소할 주장의 범위는 미정이다.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가 아니라는 전제 아래, 반복의 제거는 청구의 목적에 대한 확인을 전제로 한 판단으로 남는다.

5.6신의칙과 소송의 이상

권리 남용의 틀을 확인한 뒤에는, 반복을 줄이되 주장의 실질을 잃지 않는 태도의 근거를 두 조문에서 찾아야 한다. 민법 제2조는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의 태도를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도록 규정한다. 민법 제2조는 "제2조(신의성실) ①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라고 선언한다. 이 선언은 권리자가 무엇을 주장할 수 있는지를 새로 정하지 않고, 이미 행사하기로 한 권리를 어떤 모습으로 행사할지를 요구한다. 즉 이 규정은 중복된 주장을 덜어낼 때와 남길 때의 태도를 가리는 준거가 된다.

같은 조항은 권리의 남용을 금지하는 단서를 함께 두고 있다. 민법 제2조는 "②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라고 못박는다. 그러나 이 문장만으로 어떤 반복이 남용인지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남용에 해당하는지는 앞서 확인한 판결의 틀에서 다루는 일이며, 남용의 범주에 들지 않는 반복까지 미리 줄여서는 안 된다. 따라서 축소의 판단은 우선 신의성실 원칙의 문구에 맞추어, 주장의 표현과 진행 방식에서 정직한 모습을 지키는가를 살피는 것으로 시작한다.

민사소송법 제1조도 법원과 당사자 각각의 태도를 요구하는 것으로 나뉜다. 소송의 진행 책임에 대해서는 민사소송법 제1조가 "①법원은 소송절차가 공정하고 신속하며 경제적으로 진행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한다. 당사자의 수행 태도에 대해서는 같은 조가 "②당사자와 소송관계인은 신의에 따라 성실하게 소송을 수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한다(민사소송법 제1조). 이 두 문장은 각각 법원의 노력 의무와 당사자 등의 성실 의무를 선언하며, 서로 다른 주체에게 요구를 나누어 둔다.

그런데 이 두 조문 어디에도 반복 주장과 새로운 공격을 구별하는 기준이나 요건을 두고 있지 않다. 민법 제2조와 민사소송법 제1조는 성실의 방향을 제시할 뿐, 반복을 금지하거나 새로운 주장을 제한하는 의무를 새로 부과하지 않는다. 앞 문단의 문구만으로 반복 주장의 법적 성질을 새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민사소송법 제1조가 말하는 '신속'과 '경제적' 진행에 맞추어 중복을 덜어낼 수는 있으나, 축소 자체가 곧 새로운 의무를 창설하는 것은 아니다.

이 장이 세운 축소 기준은 두 조문의 태도 요구와 맞닿는다. 반복을 줄이면서도 그 주장의 품질을 낮추지 않는다는 기준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행하는 태도와 일맥상통한다. 반대로 새로운 공격을 뒤섞어 반복을 꾸미거나, 이미 진술한 내용을 다른 얼굴로 반복하는 일은 성실 수행의 방향과 어긋난다. 이 사례에서 상대방이 여러 버전의 계약서와 변경 메일을 함께 내고 설명 문서가 당시 의사결정을 해석하는 부분도 같은 방향에서 읽어야 한다.

다만 두 조문의 태도 요구가 곧 이 사례의 법적 평가를 대신하지는 않는다. 확대·유지·축소·종결 중 어느 쪽으로 전환할지가 미정이고, 남은 기한과 승인 상태의 보존 수준도 미정인 이상, 신의성실 원칙만으로 확정된 결론을 서둘러 내릴 수 없다. 확보된 자료가 있다는 사실은 신의성실 원칙에 따른 평가의 대상이 될 뿐이지, 그 자체로 법적 평가가 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이 사례의 중복 제거와 축소는 두 조문이 가리키는 성실의 방향에 맞추어 신중하게 진행하되, 원문에 없는 요건을 새로 세우지 않는 범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Statutes referred to

You are reading PRO SE
RISCON Labsrisconlab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