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이 장은 회생절차가 밀린 임금과 퇴직금을 어떤 청구권으로 묶는지를 묻는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79조의 공익채권 열거와 근로자 청구권의 호를 읽고, 임금·퇴직금·재해보상금의 범위를 확인한다. 같은 조의 다른 호들이 만드는 겹과 경계를 함께 놓아 분류가 정하는 경계를 살피고, 변제 방식은 다음 장에서 읽는다.
5.1공익채권 열거의 조문
겹친 자리를 뺀 뒤에도 남는 임금 우선의 범위를 가리려면, 우선 그 임금채권이 회생절차에서 어느 자리에 놓이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회생절차에서 공익채권의 자리를 정한 조문이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79조이다. 이 조는 공익채권이 되는 청구권을 여럿 열거하면서, 그 열거의 틀을 먼저 선언한다. 제1항은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청구권은 공익채권으로 한다"고 정한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79조). 각호의 청구권은 모두 회생절차에서 공익채권이라는 같은 지위를 얻는다.
그런데 이 열거는 항에 나온 호에 한정되어 있다. 제1항은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청구권을 공익채권으로 삼는다고만 할 뿐, 호 밖의 청구권까지 끌어오지 않는다. 따라서 회생절차에서 공익채권이 되는 청구권인지는 곧 이 항에 적힌 호의 어느 하나에 드는지와 같은 문제가 된다. 다른 법령이 어떤 청구권에 우선을 정해 두었다고 해서, 그 사정만으로 제179조의 호가 새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이 단계에서는 열거된 호만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열거된 호의 내용도 각각의 사유로 나뉘어 있다. 먼저 제1호는 "회생채권자, 회생담보권자와 주주·지분권자의 공동의 이익을 위하여 한 재판상 비용청구권"이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79조). 제2호는 "회생절차개시 후의 채무자의 업무 및 재산의 관리와 처분에 관한 비용청구권"이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79조). 제3호는 "회생계획의 수행을 위한 비용청구권"을 들면서, "다만, 회생절차종료 후에 생긴 것을 제외한다"는 단서를 둔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79조). 이 단서는 제3호의 비용청구권이 공익채권이 되는 시기를 회생절차종료 전으로 묶는다.
절차 안에서 생긴 청구권 가운데 경영과 자금에 관한 것도 호로 적혀 있다. 제5호는 "채무자의 업무 및 재산에 관하여 관리인이 회생절차개시 후에 한 자금의 차입 그 밖의 행위로 인하여 생긴 청구권"이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79조). 제6호는 "사무관리 또는 부당이득으로 인하여 회생절차개시 이후 채무자에 대하여 생긴 청구권"이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79조). 이 두 호는 청구권이 생긴 때가 회생절차개시 이후임을 조건으로 삼는다. 열거의 틀이 항에 정해져 있는 이상, 이에 드는지의 판단도 그 호가 적은 요소를 기준으로 하게 된다.
호 안에는 회생절차개시 전의 사정에 붙인 청구권도 있다. 제11호는 "회생절차개시 전의 원인으로 생긴 채무자의 근로자의 임치금 및 신원보증금의 반환청구권"이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79조). 이와 함께 열거의 끝에는 이웃 호에 들지 못한 청구권을 받는 자리가 있다. 제15호는 "제1호부터 제8호까지, 제8호의2, 제9호부터 제14호까지에 규정된 것 외의 것으로서 채무자를 위하여 지출하여야 하는 부득이한 비용"이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79조). 이 호는 앞 호들에 적힌 것과 겹치지 않으면서 채무자를 위하여 부득이하게 지출하여야 하는 비용을 받는다.
정리하면, 회생절차에서 어떤 청구권이 공익채권인지는 제179조 제1항이 정한 호의 어느 하나에 드는지를 따져 판단한다. 그 호의 문구가 청구권의 요건을 이루며, 호에 없는 청구권은 이 조의 열거 밖에 놓인다. 밀린 임금과 퇴직금이 공익채권으로 묶이는 자리는 이 열거 가운데 적힌 호이며, 그 호가 무엇을 얼마의 한도로 받는지는 앞서 정한 바 없다. 대지급금을 받은 근로자의 자리에 서게 되는 공단의 청구나, 담보권보다 앞서는지 여부도 이 열거만으로는 정해지지 아니하며, 그 순서는 미정으로 남는다.
5.2근로자 청구권의 호
제179조 제1항의 열거 가운데 회생절차에서 밀린 임금과 퇴직금을 공익채권으로 묶는 자리를 이미 확인했다. 그렇다면 근로자에 관한 청구권은 열거 가운데 어떤 호에서 어떤 문언으로 다루어지는지, 곧 검토할 문제이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79조는 공익채권이 되는 청구권을 다음 각 호로 헤아린다. 근로자의 청구권은 그 가운데 두 번 나온다. 먼저 제1호부터 제14호의 열거를 맺고 다음에 제15호가 따르는 구조 가운데, 근로자를 직접 적은 조항은 다음과 같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79조 제1항 제10호는 공익채권으로 삼을 청구권을 "채무자의 근로자의 임금·퇴직금 및 재해보상금"이라 적는다. 임금과 퇴직금에 관한 한, 회생신청 당시 미불로 남은 M사의 석 달 치 임금과 퇴직금이 적어도 이 호의 문언에 닿는 청구권인 것은 분명하다.
조문이 적은 주어는 "채무자의 근로자"이다. 그러므로 제10호가 다루는 청구권은 그 근로자가 채무자를 상대로 갖는 것에 한정된다. 근로자가 아니라 하여 임금과 비슷한 성격의 대가를 청구하는 채권이 이 호에 함께 묶이는 것은 아니다. 아울러 청구권의 대상으로 세 가지가 나열되어 있는데, 그 셋은 임금과 퇴직금과 재해보상금이다. 이 셋 가운데 어떤 것이 M사에 밀려 있는지는 사실의 문제로 남는다.
한편 근로자의 청구권은 제11호에도 다시 나타난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79조 제1항 제11호는 "회생절차개시 전의 원인으로 생긴 채무자의 근로자의 임치금 및 신원보증금의 반환청구권"을 공익채권으로 한다. 임치금과 신원보증금은 임금·퇴직금·재해보상금과 다른 항목이다. 미불 임금이나 퇴직금이 이 호로 옮겨 읽힐 까닭은 조문에 없다.
제11호는 앞에 한 가지 조건을 붙인다. 청구권이 "회생절차개시 전의 원인으로" 생겼을 것을 요구한다. 반면 제10호에는 이런 시간적 제한의 문언이 붙어 있지 않다. 두 호가 나란히 서 있으면서도 조건의 적혀 있는 자리가 다르니, 어느 청구권을 어느 호에 넣을지는 문언에 적힌 요건을 따라 판가름할 일이다. 다만 근로자에 관한 청구권 가운데 임금·퇴직금·재해보상금과 임치금·신원보증금 말고도 제179조 제1항의 다른 호가 그 근로자 청구권의 분류를 다루는 경우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대법원 2023. 4. 27. 선고 2021다229588 판결은 관리인이 회생절차 개시 후 차별적 처우를 계속한 때에 생기는 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두고 "관리인의 이러한 불법행위로 인한 파견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채무자회생법 제179조 제1항 제5호의 ‘채무자의 업무 및 재산에 관하여 관리인이 회생절차개시 후에 한 자금의 차입 그 밖의 행위로 인하여 생긴 청구권’에 해당하므로 공익채권이 된다"고 밝혔다. 청구권이 근로자의 것이라 하여 그 근로자 호에 자동으로 놓이지는 않는다는 점이 이 판시에서 드러난다.
이러한 열거는 한 가지 점에서 주의를 요구한다. 제10호의 문언은 청구권의 대상만을 밝힐 뿐, 금액의 상한이나 지급 시기에 대한 제한을 곁들이지 않는다. 따라서 이 호에 어느 만큼의 임금이, 어느 기간에 걸친 퇴직금이 공익채권으로 들어오는지를 판가름하는 기준은 이 문언 자체에서 찾을 수 없다. M사에 밀린 12억 원이라는 액수만으로 공익채권의 범위가 넓어지거나 좁아지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열거의 끝에 놓인 제15호를 함께 둘러볼 필요가 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79조 제1항 제15호는 "제1호부터 제8호까지, 제8호의2, 제9호부터 제14호까지에 규정된 것 외의 것으로서 채무자를 위하여 지출하여야 하는 부득이한 비용"을 공익채권으로 둔다. 이 예비적 조항은 제1호부터 제14호까지의 열거에 이미 담긴 청구권을 대신하는 자리가 아니다. 결국 근로자의 임금·퇴직금·재해보상금은 제10호가, 임치금·신원보증금은 제11호가 각각 맡고, 회생절차 개시 뒤 관리인의 행위로 생긴 근로자 손해배상청구권은 앞서 본 대로 제5호가 맡는다.
5.3임금·퇴직금·재해보상금
제179조제1항제10호는 한 호 안에 세 항목을 함께 적어 두었다. 이 호가 무엇을 담는지 읽으려면 그 세 낱말을 나란히 놓고, 낱말마다 뜻하는 청구권의 범위를 살펴야 한다. 같은 호 안에 적힌 것들 사이에 조문이 정하지 않은 우열을 만들지 않는 한에서, 세 항목의 경계만을 밝히는 것이 이 자리에서의 일이다.
임금은 먼저 놓이는 항목이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79조제1항제10호는 공익채권으로 하는 청구권 가운데 하나로 "채무자의 근로자의 임금·퇴직금 및 재해보상금"을 꼽는다. 여기서 임금이란 근로자가 근로의 대가로 받는 금품을 가리키며, 그 앞에 "채무자의"라는 한정이 붙어 있다. 이 한정은 사용자를 밝히는 것이다. 채무자가 아닌 다른 사용자의 근로자가 갖는 청구권은 이 호에 들지 않는다. 또 "근로자의"라는 말은 청구권의 주인을 한정한다. 근로자 자신이 아닌 사람이 임금에 관한 권리를 주장할 때는 그 근거를 따로 찾아야 한다. 다만 모든 임금 상당 청구권이 이 호의 임금 항목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23. 4. 27. 선고 2021다229588 판결은 임금 차별로 생긴 손해배상청구권의 자리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관리인의 이러한 불법행위로 인한 파견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채무자회생법 제179조 제1항 제5호의 '채무자의 업무 및 재산에 관하여 관리인이 회생절차개시 후에 한 자금의 차입 그 밖의 행위로 인하여 생긴 청구권'에 해당하므로 공익채권이 된다"(대법원 2023. 4. 27. 선고 2021다229588 판결). 손해배상이라는 성질을 가진 임금 차액 상당의 청구권은 임금 항목이 아니라 제5호가 담는 행위로 인한 청구권에 놓인다. M사에서 밀린 석 달 치 임금 12억 원 가운데 퇴직금에 해당하지 않는 부분은 이 임금 항목에 걸리며, 위 판결이 다룬 차별적 처우로 인한 청구와는 갈린다.
퇴직금은 임금 다음에 놓인다. 근로자가 퇴직할 때 받는 금품이 이 항목의 자리를 차지하며, 임금과 마찬가지로 "채무자의 근로자의" 범위 안에 머문다. 두 항목은 지급의 계기가 다르다. 임금이 근로의 대가로 계속 지급되는 성질이라면, 퇴직금은 근로관계가 끝났을 때 정산하여 받는 성질이다. 그러나 조문은 계기가 다른 두 항목을 한 호 안에 묶어 두었고, 공익채권으로 취급하는 데서 그 둘을 갈라 놓지 않았다. 따라서 회생절차개시 당시 이미 퇴직한 근로자의 미지급 임금과 퇴직금은 각각 다른 항목에 걸리지만, 둘 다 같은 호 안에서 공익채권으로 취급된다. 퇴직금에 관한 한정 역시 임금과 같다. 위 판결은 원고 2의 주위적 청구를 "임금 및 퇴직금 차액 상당의 손해배상청구"(대법원 2023. 4. 27. 선고 2021다229588 판결)로 적었다. 그 청구가 퇴직금 차액을 다투더라도 손해배상이라는 성질이 앞서므로, 퇴직금 항목이 아니라 제5호가 담는 청구권으로 분류되었다.
재해보상금은 세 항목 가운데 마지막이다. 근로자가 업무상 재해를 입었을 때 받는 보상이 이 항목의 자리를 차지한다. 조문은 그 액수나 지급 시기에 아무런 한정을 두지 않았고, 재해보상금의 요건을 새로 정하지도 않았다. 이 호가 밝히는 것은 그러한 보상청구권도 공익채권으로 묶인다는 사실뿐이며, 보상의 산정 기준은 이 조문 밖에서 정해진다. 다만 이 항목 역시 앞의 두 항목과 같은 한정을 함께 받는다. "채무자의"라는 말이 세 항목 전체를 끌어 안으므로, 재해보상금도 채무자의 근로자가 채무자를 상대로 갖는 보상청구권이어야 한다. 채무자와 무관한 사유로 생긴 보상청구권이 이 호에 들지는, 이 문언만으로는 정해지지 않았다.
이렇게 세 항목을 나란히 놓고 보아도, 조문이 그 사이에 높낮이나 선후를 정한 흔적은 없다. 앞에서 확인한 대로, 이 호에는 금액의 상한이나 지급 기간의 제한을 찾아볼 수 없다. 세 항목은 나란한 이름으로 적혀 있을 뿐, 하나가 다른 하나를 압도한다는 표시가 없다. 공익채권이라는 하나의 자리를 함께 쓰며, 각 청구권이 어느 항목에 들어가는지는 근로관계의 내용에 따라 갈릴 뿐이다. 위 판결이 보여 주듯, 근로자에게서 생긴 청구권이라도 그 원인이 임금의 지급인지 아니면 회생절차개시 후의 행위에 따른 손해인지에 따라 이 호와 제5호의 자리가 갈린다. M사에서 받지 못한 근로자의 임금과 퇴직금이 담보권에 비해 앞서는지, 그리고 대지급금을 대위하여 청구하는 근로복지공단의 지위가 이 호 안에서 어디에 놓이는지는, 이 호의 문언만으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5.4호 사이의 겹침과 경계
임금·퇴직금·재해보상금을 나눈 자리에서 남는 물음은, 이 세 항목이 다른 호들과 맞닿는 지점이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79조는 근로자와 관련하여 두 개의 호를 나란히 두는데, 제1항 제10호는 "채무자의 근로자의 임금·퇴직금 및 재해보상금"을 공익채권으로 적고, 제11호는 "회생절차개시 전의 원인으로 생긴 채무자의 근로자의 임치금 및 신원보증금의 반환청구권"을 함께 둔다. 두 호는 모두 채무자의 근로자가 가지는 청구권을 다루지만, 그 대상은 갈린다. 임금·퇴직금·재해보상금과 임치금·신원보증금의 반환청구권은 나란히 놓일 뿐, 한 호가 다른 호의 항목을 품지는 않는다.
절차 개시의 시점을 놓고도 두 호의 자리는 다르다. 제11호는 원인의 시각을 "회생절차개시 전"으로 못 박는 반면, 제10호는 그러한 단서를 달지 않는다. 회생절차개시 전의 원인으로 생긴 임치금 반환청구권이 제11호에 들 것은 문언상 분명하고, 그에 따라 같은 원인에서 생긴 임금 청구권이 제10호에 드는지도 살필 여지는 남는다. 다만 제10호가 시점의 제한을 적지 않은 채 채무자의 근로자라는 관계만을 밝힌 점은, 앞 호에서 확인한 세 항목의 범위가 절차 개시 시각에 따라 잘리는 것은 아님을 뒷받침한다.
임금 청구권은 비용 청구권과도 겹치는 자리를 만든다. 제179조 제1항 제2호는 "회생절차개시 후의 채무자의 업무 및 재산의 관리와 처분에 관한 비용청구권", 제3호는 "회생계획의 수행을 위한 비용청구권. 다만, 회생절차종료 후에 생긴 것을 제외한다."를 각각 공익채권으로 적는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79조). 회생절차개시 후 사업이 계속되는 동안 발생한 임금은 업무의 관리와 처분에 관한 비용으로 볼 여지가 있어, 제2호와 제10호가 한 청구권을 함께 가리킬 수 있다. 이 겹침이 어느 호를 앞세우는지에 대해서는 조문이 말하지 않는다.
청구권의 원인에 따라 갈라지는 자리도 있다. 제1항 제12호는 "채무자 또는 보전관리인이 회생절차개시신청 후 그 개시 전에 법원의 허가를 받아 행한 자금의 차입, 자재의 구입 그 밖에 채무자의 사업을 계속하는 데에 불가결한 행위로 인하여 생긴 청구권"을 적고, 제5호는 "채무자의 업무 및 재산에 관하여 관리인이 회생절차개시 후에 한 자금의 차입 그 밖의 행위로 인하여 생긴 청구권"을 적는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79조). 임금 청구권은 이러한 차입이나 행위에서 생긴 청구권이 아니라 근로라는 관계에서 나오므로, 제5호나 제12호의 문언이 임금을 대신하여 담지는 못한다. 다만 근로자가 사업 계속에 불가결한 행위로 인하여 별도의 청구권을 얻는 경우 그 청구권은 제12호에 드는 것으로 보일 뿐, 이는 임금·퇴직금·재해보상금의 자리를 넓히는 일이 아니다.
조세와 부양료를 적은 호들 역시 근로자 호와는 대상이 갈린다. 제1항 제9호는 각목의 조세로서 "회생절차개시 당시 아직 납부기한이 도래하지 아니한 것"을, 제14호는 "채무자 및 그 부양을 받는 자의 부양료"를 각각 공익채권으로 정한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79조). 근로자의 임금에서 원천징수되는 조세는 제9호가 다루는 청구권과 근로자 호의 대상이 함께 놓이는 자리이지만, 조문은 두 호의 상하 관계를 밝히지 않는다. 제15호가 "제1호부터 제8호까지, 제8호의2, 제9호부터 제14호까지에 규정된 것 외의 것으로서 채무자를 위하여 지출하여야 하는 부득이한 비용"을 끝자리에 두는 것도, 앞 호들이 겹칠 때 어느 것이 앞서는지를 가르는 장치는 아니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79조). 같은 조의 호들이 만드는 청구권이 함께 놓이는 자리가 있음을 확인하는 것으로 그치고, 호 사이에 조문이 적지 않은 우선을 세우는 일은 이 사례에서 다루지 않는다.
5.5분류가 정하는 경계
호들이 만드는 청구권을 함께 놓아 본 뒤에 남는 물음은, 이 분류가 어디까지 답을 주는가이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79조제1항은 분류의 규모를 먼저 밝힌다. 그 문장에 따르면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청구권은 공익채권으로 한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79조). 이 규정은 무엇이 공익채권인지의 경계만을 긋는다. 그 바깥에 놓인 청구권을 어떻게 다룰지, 그 안에 든 청구권을 어떤 순서로 처리할지는 이 문장에 들어 있지 않다.
이 경계 안에 드는 청구권을 나열한 데에는 근로자에 관한 두 호가 있다. 회생절차개시 전에 생긴 것으로 범위가 한정된 항목과 그렇지 않은 항목이 함께 놓여 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79조제1항제10호는 "채무자의 근로자의 임금·퇴직금 및 재해보상금" 을, 같은 항 제11호는 "회생절차개시 전의 원인으로 생긴 채무자의 근로자의 임치금 및 신원보증금의 반환청구권" 을 각각 공익채권으로 정한다. 제11호는 원인의 시점을 적시하여 그 범위를 좁힌다. 제10호에는 그런 시점의 한정이 적혀 있지 않다. 두 호는 청구권의 종류만을 나열하고 있을 뿐, 서로의 선후를 말하지 않는다. M사에서 밀린 임금과 퇴직금이 어느 호에 놓이는지는 이 문구에 따라 읽으면 된다. 회생을 신청할 당시 밀려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그 청구권이 어느 호에서 빠진다고 읽을 근거는 이 문구에 없다.
조문의 나열은 대지급금을 받은 근로자의 자리를 대위한 청구를 향해 열려 있지 않다. 임금채권보장법에 따른 대지급금을 받은 근로자들의 자리를 근로복지공단이 대위하여 회사에 청구하는 절차는 이미 이어지고 있다. 그 청구가 제179조제1항제10호에 적힌 임금·퇴직금과 같은 분류에 드는지, 별도의 자리에 놓이는지는 조문이 답하지 않는다. 대위로 넘어간 청구권의 성격을 어떻게 볼지에 관한 기준도 이 조문에서 찾을 수 없다. 공단의 청구와 나머지 근로자 청구의 순위는 미정으로 남는다. 어느 쪽이 앞서는지를 가를 단서가 이 분류에 들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분류가 항목을 늘어놓는 방식은 대법원 2023. 4. 27. 선고 2021다229588 판결이 공익채권에 관한 판단을 다룬 자리에서도 확인된다. 그 판례는 관리인의 행위로 생긴 청구권이 어느 호에 놓이는지를 정하면서 "관리인의 이러한 불법행위로 인한 파견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채무자회생법 제179조 제1항 제5호의 ‘채무자의 업무 및 재산에 관하여 관리인이 회생절차개시 후에 한 자금의 차입 그 밖의 행위로 인하여 생긴 청구권’에 해당하므로 공익채권이 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23. 4. 27. 선고 2021다229588 판결). 이 판례는 어떤 청구권이 어떤 호에 들어맞는지를 밝히는 작업을 보여 준다. 판례는 그 호를 특정할 뿐, 그 청구권이 다른 호의 청구권보다 먼저 변제된다고 말하지 않는다. M사의 청구권이 어느 호에 놓이는지를 읽는 데에도 같은 방식이 적용된다.
그런데 조문이 정하는 것은 분류뿐이다. 공익채권이 어떤 순서로, 어떤 재산에서 변제받는지는 제179조에 적혀 있지 않다. 회생절차개시 전에 생긴 청구권과 그 뒤에 생긴 청구권을 나누는 기준도, 나뉜 뒤에 그 둘을 어떻게 놓을지에 관한 규칙도 이 조문에는 없다. 같은 항 제10호와 제11호가 나란히 놓여 있는 것은 분류의 결과일 뿐, 변제의 차례를 뜻하지 않는다. 이 점은 이 분류가 주는 답의 한계를 분명히 한다. 따라서 M사의 근로자들이 남은 재산에서 언제 어떤 몫을 받는지는 여기서 단정하지 않는다. 재산이 부족할 때 공익채권을 모두 채우지 못하는 경우에 무엇을 먼저 놓을지도 같은 자리에 남는다.
같은 한계가 담보권과의 자리에도 적용된다. 회사 재산의 대부분에는 은행의 담보권이 설정되어 있다. 임금채권과 퇴직금 중 어느 범위가 담보권보다 앞서는지의 여부는 이 분류가 다루지 않는다. 제179조는 청구권을 공익채권으로 묶을 뿐, 그 청구권이 담보권의 행사에 어떻게 놓이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파산선고 뒤에 붙는 지연손해금이 재단채권에 포함되는지도 같은 종류의 물음이다. 그 지연손해금을 어느 청구권의 후속으로 볼지, 어떤 성질의 것으로 묶을지에 관한 판단은 이 조문의 나열 바깥에 있다. 이 쟁점들도 모두 미정이다.
이 장의 물음은 그래서 여기서 닫는다. 회생절차가 M사의 밀린 임금과 퇴직금을 어떤 청구권으로 묶었는지는 앞에서 확인한 분류로 답이 갈린다. 제179조제1항제10호가 임금·퇴직금을 공익채권으로 삼고, 그 구절이 회생절차개시 전후를 가르지 않으므로, M사의 체불 임금과 퇴직금은 그 경계 안에 놓인다. 분류가 정하는 경계는 바로 이 자리까지이다. 변제의 방식과 재산이 모자랄 때의 처리는 이 경계 바깥에 남아 있다.
5.6다음 장으로 남긴 물음
분류가 가른 경계 안에서 밀린 임금과 퇴직금이 어느 자리에 놓였는지를 밝히면, 이 장이 걸어온 물음은 하나로 좁혀진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79조는 공익채권의 범위를 각호로 열거하면서, 그 열 번째 호에서 채무자의 근로자에게 남은 급여 청구를 함께 묶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79조 제1항 제10호는 "채무자의 근로자의 임금·퇴직금 및 재해보상금"을 공익채권으로 한다. 이 문구가 석 달 치 임금과 퇴직금 12억 원에 그대로 걸린다. 회사가 회생을 신청한 뒤 밀린 임금과 퇴직금은 회생채권이나 회생담보권으로 갈라 담기지 않고, 공익채권이라는 한 묶음 안에 들어간다.
제179조 제1항은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청구권은 공익채권으로 한다"고 선언한 뒤 열다섯 개의 호로 범위를 나눈다. 이 선언이 정하는 것은 청구권의 성격이다. 회생절차 안에서 어느 묶음에 속하는지가 여기서 가려진다. 임금·퇴직금 청구는 제10호라는 자리를 받고, 같은 항의 다른 호에 놓인 청구들과 나란히 선다. 회사가 신청 당시 밀려 두었던 석 달 치 임금과 퇴직금 12억 원은 이 분류에 따라 공익채권으로 정리된다.
다만 제179조는 공익채권의 범위를 정할 뿐이다. 앞서 분류가 정한 경계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이 조문은 공익채권이 어떤 순서로, 어떤 재산에서 변제받는지를 말하지 않는다. 조문의 문구가 청구권의 이름을 적고 호를 나눌 뿐, 변제의 순서나 재산의 구분을 다루지 않는다. 이 장의 물음은 이 선에서 마무리된다. 밀린 임금과 퇴직금은 회생절차에서 공익채권으로 다뤄진다. 재산이 모자랄 때 공익채권이 어떻게 처리되는지는 이 조문의 밖에 놓인다.
한편 근로자 몇이 임금채권보장법에 따른 대지급금을 이미 받았고, 근로복지공단이 그 자리를 대위해 회사에 청구하는 절차가 이어지고 있다. 그 청구가 어떤 청구권으로 묶이는지는 제179조가 정하지 않는 자리에 놓인다. 아울러 대지급금을 대위한 공단의 청구와 나머지 근로자의 청구가 같은 순위인지, 회사 재산 대부분에 설정된 은행의 담보권과 어떤 관계인지, 파산선고 뒤 지연손해금이 재단채권에 포함되는지도 미정이다. 이 쟁점들은 관찰된 상황의 나열에 머무르며, 여기서의 분류가 곧 확정 손해나 고의 같은 법적 평가를 뜻하지 않는다.
제179조 안에 함께 놓인 다른 호들을 보면 이 구분이 분명해진다. 같은 항 제1호는 "회생채권자, 회생담보권자와 주주·지분권자의 공동의 이익을 위하여 한 재판상 비용청구권"을, 제2호는 "회생절차개시 후의 채무자의 업무 및 재산의 관리와 처분에 관한 비용청구권"을 각각 공익채권으로 적는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79조). 이 호들이 청구권의 생긴 때와 사유로 범위를 나누듯, 제10호는 청구권의 주체와 성격을 기준으로 임금·퇴직금을 묶는다. 회사에 밀린 급여 청구는 이 기준에 부합하므로 공익채권의 범위 안으로 들어간다.
따라서 이 장의 답은 제179조의 분류에 머문다. 밀린 임금과 퇴직금은 회생절차에서 공익채권으로 묶인다. 대위 청구의 순위, 담보권과의 경합, 지연손해금의 처리는 결론 없이 남는다. 남은 물음이 놓인 자리는 제179조 다음의 조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