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이 장은 회계 추정의 오류와 거짓으로 작성한 일이 무엇으로 갈리는지를 묻는다. 진행률과 원가 추정처럼 판단이 개입하는 항목의 성질을 설명하고, 근거 자료의 유무와 그 자료가 만들어진 경위가 두 경우를 어떻게 가르는지를 차례로 분석한다.
8.1추정이 개입하는 회계 항목
제178조의 적용 범위를 정리한 뒤에는 진행률과 원가 추정의 성질을 밝혀야 한다. 추정이 개입하는 회계 항목은 확정된 사실의 옮김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판단을 담는다. 그 항목의 성질을 읽어두어야, 추정이 빗나간 것과 거짓으로 쓴 것을 가를 수 있다.
외부감사법 제5조는 회계처리기준의 근거를 정하며, 회사와 감사인에게 기준의 준거를 요구한다. 같은 조 제2항은 "제1항에 따른 회계처리기준은 회사의 회계처리와 감사인의 회계감사에 통일성과 객관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5조)고 정한다. 회계처리기준은 회사의 판단을 제도 안에 가두어 두고, 같은 판단이라도 같은 기준을 따라 기재되게 한다. 같은 조 제3항은 "회사는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회계처리기준에 따라 재무제표를 작성하여야 한다. 이 경우 제1항제1호의 회계처리기준을 적용하여야 하는 회사의 범위와 회계처리기준의 적용 방법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5조)고 명한다. 진행률의 산정과 원가의 추정은 이 기준을 거쳐 재무제표에 적히고, 그에 달린 범위와 방법은 하위 법령에 맡겨진다. 같은 조 제1항은 금융위원회가 증권선물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회계처리기준을 국제회계기준에 둔 것과 그 밖의 것으로 나누어 정하도록 하였다. 추정 항목도 어느 쪽 기준을 따르든 정해진 절차를 거친 기준 아래 놓인다.
진행률과 원가 추정은 완성될 시점을 미리 정하여 값을 매기는 항목이고, 값의 산출에는 판단이 남는다. 미완성 공사의 진행률을 과다하게 산정하여 앞당겨 적힌 매출 900억 원은 그 값의 산출이 판단을 거친 결과의 기재이다. 이 기재는 추정의 결과이므로, 추정 자체만으로는 오류나 거짓이 되지 않는다.
갑은 숫자의 작성은 재무팀 소관이라고 진술하고, 을은 현장에서 올린 원가 추정치를 그대로 반영하였다고 진술한다. 두 진술은 추정치가 어디에서 만들어져 어떻게 올라왔는지에 관한 것이다. 사내 메신저에는 이번 분기 목표에 맞추어 달라는 취지의 한 줄이 남아 있다. 그 한 줄은 지시로 읽히지만, 수신자와 시점은 확인된 기록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공정표의 작성 시점, 감사인에게 제출된 자료의 범위, 결재선에 남은 서명의 순서는 미정이다. 이 기재만으로는 추정치의 산출 과정이 어디까지 확정되었는지 밝히지 못하고, 확정손해나 고의라는 법적 평가가 내려졌다고도 할 수 없다. 추정 항목의 성질에 관한 판단은 이 자료가 말한 범위에 그치고, 회계처리기준이 추정 항목에 무엇을 요구하는지는 따로 읽어야 한다.
8.2회계처리기준이 요구하는 바
추정이 개입하는 항목의 성질을 확인한 뒤, 곧바로 회계처리기준이 그 항목에 무엇을 요구하는지 물어야 한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5조는 회계처리기준을 정하고 적용하는 틀을 규정하고 있다. 그 규정이 무엇을 정하는지부터 읽어야 한다.
금융위원회의 권한과 기준의 구분을 정하는 제5조 제1항은 이렇게 선언한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은 "① 금융위원회는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권선물위원회”라 한다)의 심의를 거쳐 회사의 회계처리기준을 다음 각 호와 같이 구분하여 정한다."고 정하고, 그 구분으로 "1. 국제회계기준위원회의 국제회계기준을 채택하여 정한 회계처리기준"과 "2. 그 밖에 이 법에 따라 정한 회계처리기준"을 둔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5조). 회계처리기준은 이 법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며, 국제회계기준의 채택과 법에 따른 정립이라는 두 갈래로 구성된다.
기준이 지향해야 할 성질은 제5조 제2항에 나와 있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5조 제2항은 "② 제1항에 따른 회계처리기준은 회사의 회계처리와 감사인의 회계감사에 통일성과 객관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요구한다. 통일성과 객관성은 기준을 세우는 데 요구되는 성질이고, 회사의 처리와 감사인의 감사가 함께 움직이도록 하려는 취지로 읽힌다.
회사의 의무는 제5조 제3항에 분명히 박혀 있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5조 제3항은 "③ 회사는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회계처리기준에 따라 재무제표를 작성하여야 한다. 이 경우 제1항제1호의 회계처리기준을 적용하여야 하는 회사의 범위와 회계처리기준의 적용 방법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한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5조). 이에 따르면 재무제표의 작성은 회계처리기준을 따라야 하는 것이며, 그 적용 대상과 방법은 하위 법령에 맡겨져 있다.
이 사례에서 N사가 매출 900억 원을 재무제표에 기재할 때도, 제5조 제3항은 그 기재가 정한 회계처리기준을 따른 재무제표 작성에 놓여 있음을 뜻한다. 을이 반영했다고 진술한 원가 추정치는 회계처리에 포함되는 수치이고, 추정 자체가 오류나 거짓이 되지 않음은 앞에서 본 바와 같다. 다만 추정치가 반영된 재무제표의 작성 자체는 회계처리기준에 따라야 하는 작업이다.
결국 이 사례에서 회계처리기준이 요구하는 바는, 추정이 개입하는 항목일지라도 그 항목을 처리하는 방식이 정한 기준 아래 놓여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제5조가 요구하는 통일성과 객관성은 기준의 성질로서 요청되는 것이고, 회사는 기준에 따라 재무제표를 작성하여야 한다. 추정이 빗나간 것인지, 아니면 거짓으로 쓴 것인지는 이 기준 아래 처리된 결과를 놓고 비로소 물을 문제로 남는다.
8.3재무제표 작성 책임의 소재
회계처리기준의 요구를 확인한 뒤에는 그 기준에 맞추어 적힌 숫자를 누가 책임지는지 물어야 한다. 이를 정한 것이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6조이다. 같은 법 제6조제1항은 "회사의 대표이사와 회계담당 임원(회계담당 임원이 없는 경우에는 회계업무를 집행하는 직원을 말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은 해당 회사의 재무제표를 작성할 책임이 있다."고 정한다(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6조). 이 규정은 작성 책임을 대표이사와 회계담당 임원이라는 두 자리에 직접 부여한다. 따라서 N사의 재무제표 작성 책임은 원칙상 대표 갑과 재무담당 임원 을 양쪽에 함께 놓인다.
작성 책임과 제출 의무는 구분된다. 같은 법 제6조제2항은 "회사는 해당 사업연도의 재무제표를 작성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 내에 감사인에게 제출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같은 법 제6조제4항은 "주권상장법인인 회사 및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회사는 제2항에 따라 감사인에게 제출한 재무제표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증권선물위원회에 제출하여야 한다. 이 경우 제출 기한·방법·절차 등 제출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덧붙인다(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6조). 제출 의무의 주체는 회사이며, 작성 책임의 주체는 그 안의 특정인이다. N사가 재무제표를 감사인에게 내었다 하여 회사의 제출 의무가 개인의 작성 책임을 대신하지는 않는다.
제출이 지연되면 그 사유를 밝히는 별도의 절차가 따른다. 같은 법 제6조제3항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59조제1항에 따른 사업보고서 제출대상법인인 회사는 제2항에 따라 재무제표를 기간 내에 감사인에게 제출하지 못한 경우 사업보고서 공시 후 14일 이내에 그 사유를 공시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또한 같은 법 제6조제5항은 "주권상장법인인 회사가 제4항에 따른 제출기한을 넘길 경우 그 사유를 제출기한 만료일의 다음 날까지 증권선물위원회에 제출하여야 한다. 이 경우 증권선물위원회는 해당 사유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63조의 방식에 따라 공시하여야 한다."고 정한다(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6조). 이 사례에서 제출 지연이 있었는지, 공시 의무가 발생하였는지는 확인된 사실의 기재로 드러나지 않았다.
작성 책임의 소재를 읽을 때는 그 책임이 외부로 나갈 수 없는 점도 함께 둔다. 같은 법 제6조제6항은 "회사의 감사인 및 그 감사인에 소속된 공인회계사는 해당 회사의 재무제표를 대표이사와 회계담당 임원을 대신하여 작성하거나 재무제표 작성과 관련된 회계처리에 대한 자문에 응하는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행위를 해서는 아니 되며, 해당 회사는 감사인 및 그 감사인에 소속된 공인회계사에게 이러한 행위를 요구해서는 아니 된다."고 정한다. 작성은 대표이사와 회계담당 임원에게 남고, 감사인 쪽은 그 일을 대신 맡을 수 없다. 매출 900억 원을 앞당겨 적은 숫자가 감사인이 만든 것으로 돌려질 자리는 이 규정 안에 없다.
이 사례에서 을은 현장에서 올린 원가 추정치를 그대로 반영하였다고 진술하고, 갑은 숫자의 작성은 재무팀 소관이라고 진술한다. 그러나 제6조제1항이 적어둔 작성 책임의 주체는 대표이사와 회계담당 임원이다. 을의 진술은 추정치를 반영한 경위를 말할 뿐이고, 갑의 진술은 작성 주체를 재무팀으로 옮길 뿐이다. 사내 메신저의 한 줄에 담긴 지시의 수신자와 시점은 확인된 기록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그러므로 추정치를 반영한 행위가 두 진술 가운데 어느 쪽의 책임 아래 놓이는지가 이미 정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8.4근거 자료의 유무
작성 책임의 소재가 정해진 뒤에는, 추정치를 뒷받침한 자료가 있는지 없는지를 묻는 일이 남는다. 회계처리기준은 회사의 회계처리와 감사인의 회계감사에 통일성과 객관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요구한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5조제2항은 이를 명문으로 정한다. "제1항에 따른 회계처리기준은 회사의 회계처리와 감사인의 회계감사에 통일성과 객관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5조). 같은 법 제5조제3항은 회사에게 회계처리기준에 따른 재무제표의 작성을 요구한다. "회사는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회계처리기준에 따라 재무제표를 작성하여야 한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5조). 이 사례에서 진행률을 높게 산정한 것은 추정에 속하며, 그 추정이 어느 기준을 따랐는지는 자료의 기재로 확인해야 한다.
추정에는 그 값을 만든 자료가 뒤에 남는다. 진행률을 결정한 공정표나 원가 추정치처럼, 계산의 출발이 된 문서가 그것이다. 이 사례에서 을은 현장에서 올린 원가 추정치를 그대로 반영하였다고 진술하였다. 이 진술은 추정치라는 자료가 존재함을 말하지만, 그 추정치가 무엇에 근거하여 만들어졌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대표 갑은 숫자의 작성은 재무팀 소관이라고 진술하였다. 이 진술은 작성의 분담을 말할 뿐, 추정치를 만든 근거가 무엇이었는지는 밝히지 않는다. 두 진술만으로는 근거 자료의 내용과 범위를 확정할 수 없다.
근거 자료가 제대로 갖추어졌다면, 추정이 빗나간 것은 오류에 가깝다. 계산의 기초가 된 자료가 존재하고, 그 자료가 흔히 있는 방식으로 모였으며, 산정 과정에 눈에 띄는 결함이 없다면, 결과의 어긋남은 계산의 실수나 판단의 한계로 보일 수 있다. 이 경우 진행률을 과다하게 산정한 결과가 빚은 손해는 앞에서 본 확정손해와는 다른 성질의 것이며, 그 법적 평가가 미리 정해진 것은 아니다. 회계처리기준은 통일성과 객관성을 요구하지만, 자료가 충분한 추정의 결과가 언제나 같은 값을 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반대로 근거 자료가 비어 있거나, 있는 것처럼 보이는 자료가 실은 그 값을 지탱하지 못한다면, 거짓으로 쓴 경우와 가까워진다. 숫자 뒤에 계산의 출발점이 없거나, 출발점이라 부를 만한 것이 있으되 그 내용이 숫자와 이어지지 않을 때, 그 기재는 더는 추정이라 부르기 어렵다. 이 사례에서 매출 900억 원이 앞당겨 기재된 까닭을 자료로 확인할 수 없다면, 그 기재가 추정에 의한 것인지 거짓으로 쓴 것인지는 아직 가려지지 않은 셈이다. 위에서 확인된 사실의 기재만으로 고의라는 법적 평가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사내 메신저에는 이번 분기 목표에 맞춰 달라는 한 줄이 남아 있다. 이 한 줄은 근거 자료를 만드는 데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에 관한 실마리에 그친다. 그 지시의 수신자와 시점은 확인된 기록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그러므로 이 한 줄을 근거 자료의 유무를 판가름하는 증거로 삼기에는 아직 이르다. 추정치를 뒷받침한 공정표의 작성 시점과 결재선에 남은 서명의 순서는 미정이다. 근거 자료의 유무를 가늠하는 자리에서는, 자료가 있는지 없는지와 그 자료가 어떤 값에 닿았는지를 함께 읽어야 한다. 이 사례에서 그 읽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만이 남는다.
8.5자료가 만들어진 경위
근거 자료의 유무를 살핀 자리에 이어, 이제는 그 자료가 어떤 경위로 만들어졌는지를 묻는다. 추정을 뒷받침한 자료가 존재하더라도, 그 자료가 만들어진 경위가 두 경우를 가르는 둘째 자리가 된다. 사내 메신저에 남은 한 줄이 이번 분기 목표에 맞추어 처리하라는 지시였으나, 그 수신자와 시점은 확인된 기록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공정표의 작성 시점과 감사인에게 제출된 자료의 범위, 결재선에 남은 서명의 순서는 미정이다.
경위를 읽으면서 먼저 재무제표가 누구의 손에서 작성되어 감사인에게 제출되는지를 알아야 한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6조는 작성 책임과 제출 의무를 각각 다른 주체에 둔다. 같은 조 제1항은 "회사의 대표이사와 회계담당 임원(회계담당 임원이 없는 경우에는 회계업무를 집행하는 직원을 말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은 해당 회사의 재무제표를 작성할 책임이 있다"고 정하고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6조), 같은 조 제2항은 "회사는 해당 사업연도의 재무제표를 작성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 내에 감사인에게 제출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6조). 대표 갑은 숫자의 작성은 재무팀 소관이라고 진술하고, 재무담당 임원 을은 현장에서 올린 원가 추정치를 그대로 반영하였다고 진술한다. 대표이사와 회계담당 임원이 함께 작성 책임을 지는 구도 위에서, 각자의 진술은 그 책임을 나눌 뿐 없애지는 못한다.
제출된 자료가 어떤 범위였는지도 경위를 이루는 한 요소이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6조 제2항은 재무제표를 감사인에게 기간 내에 제출할 의무를 회사에 지운다. 같은 조 제3항에 따르면, 사업보고서 제출대상법인인 회사는 재무제표를 감사인에게 기간 내에 제출하지 못한 경우 사업보고서 공시 후 14일 이내에 그 사유를 공시하여야 한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6조). 이 사례에서 감사인에게 제출된 자료의 범위는 확인된 사실의 기재에 드러나지 않는다. 범위가 미정인 채로 남아 있으므로, 제출 의무가 어떻게 이행되었는지에 관한 판단은 그 범위가 밝혀진 뒤에야 가능하다.
경위의 마지막 자리에는 서명의 순서가 놓인다. 작성 책임자와 제출 의무자가 나뉘어 있으면, 결재선에 남은 서명의 순서는 자료가 만들어진 경로를 그대로 보여주는 흔적이 된다. 이 사례에서 결재선에 남은 서명의 순서는 미정이다. 서명의 순서가 확인되지 않은 채로는, 자료가 현장에서 올라온 추정치를 거쳐 결재를 받는 어느 길로 흘러왔는지 정하여 말할 수 없다.
경위를 읽어도 위에서 확인된 사실의 기재만으로 확정손해나 고의라는 법적 평가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수신자와 시점이 다르게 나타나는 메신저의 한 줄도, 미정으로 남은 공정표 작성 시점과 제출 범위와 서명 순서도, 추정이 빗나간 것과 거짓으로 쓴 것을 갈라놓기에는 아직 모자란다. 자료의 유무가 첫 자리에 놓였다면, 만들어진 경위는 그 둘째 자리에 놓인다.
8.6추정의 오류와 거짓의 갈림
자료가 만들어진 경위가 두 경우를 가르는 둘째 자리임을 확인한 데서 나아가, 이제 그 갈림의 첫째 자리에 놓인 추정의 오류와 거짓의 구분을 검토한다. 두 경우는 재무제표의 숫자가 틀렸다는 점에서 같고, 그 숫자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서 갈린다. 외부감사법 제5조는 회사가 지켜야 할 회계처리기준의 바탕을 다음과 같이 둔다. "회사는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회계처리기준에 따라 재무제표를 작성하여야 한다. 이 경우 제1항제1호의 회계처리기준을 적용하여야 하는 회사의 범위와 회계처리기준의 적용 방법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같은 조 제1항은 회계처리기준을 "1. 국제회계기준위원회의 국제회계기준을 채택하여 정한 회계처리기준 2. 그 밖에 이 법에 따라 정한 회계처리기준"으로 나눈다. 미완성 공사의 진행률을 매출에 반영하는 일은 이 기준 위에서 비로소 추정이라 불릴 수 있다. 추정은 기준이 정한 방법을 따르면서도 미래의 불확실성을 남겨 둔다는 점에서, 기준에서 벗어나 숫자를 만드는 일과 첫째 자리부터 다르다.
숫자를 만드는 책임이 누구에게 놓여 있는지도 갈림을 가르는 한 축이다. 외부감사법 제6조 제1항은 그 책임자를 이렇게 적는다. "회사의 대표이사와 회계담당 임원(회계담당 임원이 없는 경우에는 회계업무를 집행하는 직원을 말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은 해당 회사의 재무제표를 작성할 책임이 있다." 이에 따르면 대표 갑과 재무담당 임원 을은 모두 작성 책임의 자리에 서 있다. 갑이 숫자의 작성은 재무팀 소관이라고 진술한 사실은, 이 문언 앞에서 책임의 소재를 옮겨 놓지 못한다. 을이 현장에서 올린 원가 추정치를 그대로 반영하였다고 진술한 사실도 마찬가지로, 반영의 경위가 곧 작성 책임의 소재를 말해 주지는 않는다. 다만 그러한 진술이 추정의 과정을 뒷받침하는지 거짓의 기재를 감추는지 가리는 자료가 될 뿐이다.
그 자료 가운데 하나인 사내 메신저의 한 줄은, 그 자체로 두 경우를 가르지 못한다. 이 사례에서 메신저에는 이번 분기 목표에 맞춰 달라는 뜻의 한 줄이 남아 있는데, 그 한 줄의 수신자와 시점은 확인된 기록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수신자가 확인되지 않은 지시는 누구에게 무엇을 요구했는지 말하지 못하고, 시점이 확인되지 않은 지시는 추정이 이미 끝난 뒤에 왔는지 그 앞에 왔는지 가리지 못한다. 그러므로 이 한 줄을 하나의 지시로 확정한 채 거짓 기재의 증거로 삼는 일은 뒤에 남은 판단에서 피해야 한다. 지시의 수신자와 시점이 확인될 때까지, 이 한 줄이 추정의 오류에 관여하였는지 거짓에 관여하였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추정의 오류와 거짓 기재의 갈림은 결과가 아니라 경위에서 확인된다. 회계처리기준이 정한 추정의 방법을 따라 만들었으나 후에 틀려 드러난 숫자는 추정의 오류에 놓이고, 그 방법을 떠나 정해진 숫자를 채우기 위해 쓴 숫자는 거짓에 놓인다. 이 사례에서 진행률 과다 산정으로 앞당겨진 매출 900억 원이 어느 쪽인지 가리려면, 원가 추정치의 산출 근거, 공정표의 작성 시점, 감사인에게 제출된 자료의 범위, 결재선에 남은 서명의 순서가 확인되어야 한다. 그런데 앞의 단위들에서 보았듯이 뒤의 세 가지는 확인된 사실의 범위에서 아직 비어 있다. 비어 있는 자리를 채워 넣지 않은 채 판단을 서두르는 일은, 추정의 오류와 거짓의 갈림이라는 이 자리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이다.
결국 이 자리에서 확정할 수 있는 것은 갈림의 기준과 확인된 사실의 목록뿐이다. 회계처리기준과 작성 책임의 문언은 숫자가 만들어진 경위를 물을 척도를 마련하였고, 확인된 사실은 그 척도에 놓일 재료만을 제공하였다. 확정손해나 고의라는 법적 평가는 이 기준과 재료 위에서 다음 판단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