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감사인은 재무제표의 진실을 보증하는가 아니면 절차를 수행하는가 하는 물음을 놓고 감사의 자리를 묻는다. 회계감사기준의 법적 요구와 한 창고 실사와 절차의 범위, 확인서로 갈음한 자리와 감사조서 한 줄의 무게를 차례로 살핀 뒤 절차의 자리와 보증의 자리를 가른다.
1.1감사의 자리: 보증인가 절차인가
감사인이 회계감사기준에 따라 감사할 의무를 지는 자리는 곧 그 기준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묻는 문제로 이어진다. 회계감사기준의 법적 요구를 읽기 전에, 먼저 감사인의 자리가 재무제표의 진실을 보증하는 자리인지 절차를 수행하는 자리인지 가를 필요가 있다. R회계법인이 창고 세 곳 가운데 한 곳만 실사하고 나머지를 확인서로 갈음한 장면이 바로 그 자리를 묻게 만드는 출발점이다.
외부감사법 제16조는 감사인의 활동을 절차로 규정한다. 그 제1항은 "감사인은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회계감사기준에 따라 감사를 실시하여야 한다"고 정한다(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6조). 이 문장은 감사인이 재무제표의 진실 자체를 담보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감사인에게 요구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회계감사기준에 따라" 감사를 "실시"하는 일이다. 다시 말해 이 조항이 감사인에게 부과하는 것은 결과의 보증이 아니라 절차의 수행이다. 이 사례에서 R회계법인이 창고 세 곳 가운데 한 곳만 실사하고 나머지는 S사가 준 확인서로 갈음한 것이 문제되는 까닭도, 진실 그 자체가 틀렸다는 데에 있다기보다 절차가 제대로 수행되었는지에 있다.
같은 조 제2항은 그 절차의 기준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밝힌다. 제1항의 회계감사기준은 "한국공인회계사회가 감사인의 독립성 유지와 재무제표의 신뢰성 유지에 필요한 사항 등을 포함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금융위원회의 사전승인을 받아 정한다"(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6조). 이에 따라 감사인이 따르는 기준은 그 스스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정하고 금융위원회의 사전승인을 거쳐 마련된다. 감사인이 수행할 절차의 내용이 공적 절차를 통해 정해진다는 뜻이다.
R회계법인이 감사조서에 경영진 확인서를 받았다는 내용만 한 줄 적어 둔 것도 같은 자리에서 읽힌다(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6조). 감사인이 재무제표의 진실을 보증하는 자리에 서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 절차나 아쉬운 대로 수행하고 그대로 기록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확인서 한 장으로 두 창고의 재고자산 실사를 대체한 조치가 회계감사기준이 요구하는 절차에 부합하는지, 그 한 줄의 기록이 그 절차를 수행했음을 뒷받침하는지는 회계감사기준의 내용을 놓고 판단할 일이다.
S사의 재고자산 가운데 가공 재고 400억 원이 2년 뒤 드러났다는 사실은, 감사인이 보증인이라면 그 400억 원을 그대로 책임져야 한다는 식의 논의로 쉽게 흐르게 한다. 그러나 외부감사법 제16조는 감사인의 자리를 보증인이 아니라 절차의 수행자로 놓고 있다. 따라서 나머지 두 창고에 대해 감사인이 어떤 절차를 수행했는지, 확인서에 무엇이 적혀 있었는지, 투자자가 감사보고서를 어떻게 이용했는지, 회사와 감사인의 귀책 비율은 아직 미정으로 남는다. 이 정리가 곧 확정 손해나 고의와 같은 법적 평가를 뜻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1.2회계감사기준의 법적 요구
절차를 수행하는 자리에서 그 절차의 기준을 묻는 데까지 나아가면, 그 기준이 어디서 왔는지 밝히는 일이 남는다. 외부감사법은 감사인에게 준거를 직접 제시하면서, 그 기준이 마련되는 방식까지 정한다.
감사인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가르는 첫 기준은 법문에 적혀 있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6조 제1항은 감사인의 의무를 이렇게 선언한다. "감사인은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회계감사기준에 따라 감사를 실시하여야 한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6조). 이 문장은 감사의 수행을 기준 준수의 문제로 끌어당긴다. 감사인이 수행한 일이 그 자체로 선다기보다, 기준에 비추어 선정되었는지가 그 자리를 정한다. R회계법인이 창고 세 곳 가운데 한 곳만 실사하고 나머지는 확인서로 갈음한 장면을 두고도, 그 행위의 시비는 곧 회계감사기준의 요구에 비추어 묻는 모양을 갖추게 된다.
이 조항은 또 하나의 성격을 함께 드러낸다. 법문이 감사인에게 요구하는 것은 재무제표의 진실을 끝까지 보증하는 결과가 아니라, 기준에 따라 감사를 실시하는 행위이다. 앞서 감사인의 자리가 보증인지 절차인지를 물은 까닭이 여기에 있다. 보증이라면 결과가 어긋난 자체로 설 자리가 흔들리겠지만, 절차라면 수행의 기준이 무엇이었는지가 먼저 놓인다. 제16조 제1항이 기준 준수를 감사인의 의무로 삼은 까닭에, 감사의 시비는 기준의 요구를 상정하지 않고는 열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 기준은 누가 정하는가. 법문은 제정 주체와 절차를 함께 적는다. 같은 조 제2항은 이렇게 이어진다. "제1항의 회계감사기준은 한국공인회계사회가 감사인의 독립성 유지와 재무제표의 신뢰성 유지에 필요한 사항 등을 포함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금융위원회의 사전승인을 받아 정한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6조). 이 문장에 따르면 회계감사기준은 감사인 각자가 임의로 고르는 지침이 아니라, 정하여지고 승인받은 기준으로 그 자리를 얻는다. 기준을 정하는 일과 그 기준을 승인하는 일이 분리되어 놓여 있음도 함께 읽힌다. 기준이 누구의 손에서 정해지고 누구의 확인을 거치는지가 조항에 드러난 것이다.
같은 조 제2항에는 기준을 정할 때 담을 사항이 함께 적혀 있다. 기준은 감사인의 독립성 유지와 재무제표의 신뢰성 유지에 필요한 사항 등을 포함하도록 되어 있다. 기준이 무엇을 지키기 위한 것인지가 그 성격을 함께 밝히는 셈이다. 이는 기준이 감사인 한 사람의 이익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감사의 독립을 지키고 그 결과에 대한 신뢰를 떠받치기 위한 도구임을 가리킨다. 다만 여기서 적힌 목적이 기준의 개별 요구마다 어떻게 배치되는지는 조항에 더 정해져 있지 않다.
다만 회계감사기준의 조항 내용은 이 자리에서 더 적지 않는다. 어떤 절차가 기준으로 요구되는지, 창고 실사와 같은 절차가 기준에서 어떤 위치에 놓이는지는 그 내용을 보아야 말할 수 있다. 확인서 한 장에 적힌 한 줄이 회계감사기준의 요구를 어떻게 대신할 것인지도, 그 요구의 내용이 어떤지를 먼저 봐야 다룰 수 있다. 이 자리에서 확정할 수 있는 것은 기준의 지위와 마련 방식뿐이다.
결국 감사인이 취한 절차의 시비는 회계감사기준이라는 준거를 두고서만 온전히 자리 잡는다. 기준이 감사의 수행을 떠받치고, 그 기준이 정하여지는 방식이 법으로 정해진 자리에서, R회계법인이 나머지 두 창고에 무엇을 하였는지는 절차의 범위를 묻는 물음으로 이어진다. 다만 그 물음에 답하려면 회계감사기준이 요구하는 바를 함께 보아야 하며, 이 자리에서는 그 요구의 내용을 미정으로 남겨둔다.
1.3한 창고 실사와 절차의 범위
회계감사기준이 감사 수행의 기준으로 자리한 자리는, 감사인이 창고 세 곳 가운데 한 곳에서만 실사를 하고 나머지 두 곳에 관해 무엇을 하였는지를 묻는 자리로 이어진다. R회계법인이 실사를 벌인 곳과 벌이지 않은 곳을 나누어 놓으면, 절차 수행의 문제가 실사하지 않은 부분에 놓인다. 외부감사법 제16조 제1항은 이에 관하여 "감사인은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회계감사기준에 따라 감사를 실시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는 감사의 수행이 그 기준을 따르는 일임을 밝힌 것이며, 이 사례에서 R회계법인이 나머지 두 창고에 관하여 어떤 절차를 수행하였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면 절차 수행의 범위는 무엇을 가리키는지가 먼저 가려져야 한다. 실사를 벌인 창고 한 곳에 관하여는 어떤 절차가 있었는지가 어느 정도 드러나 있다. 그러나 실사를 벌이지 않은 창고 두 곳에 관하여는, 감사인이 그곳에 대하여 어떤 절차를 수행하였는지가 미정이다. 수행한 절차가 무엇인지 확인되지 않은 채 그 수행 여부를 단정하는 것은 이 사례에서 할 수 없는 일이다. 실사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어떤 절차도 수행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없고, 확인서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절차가 수행되었다고 말할 수도 없다. 수행 여부는 남은 사실에 따라 정해질 자리이다.
한편 절차의 범위를 묻는 일에는 감사인이 감사의 대상으로 삼은 범위가 함께 놓인다. R회계법인은 재고자산에 관하여 감사를 하면서 창고 세 곳 가운데 한 곳에서 실사를 벌였다. 실사를 벌이지 않은 두 창고가 감사의 범위 안에 들어 있었는지, 아니면 그 밖에 있었는지 역시 이 사례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대상의 범위와 수행한 절차의 범위가 서로 겹치는 자리와 어긋나는 자리가 생기며, 어느 쪽인지에 따라 수행 여부의 물음이 달라진다. 다만 그 겹침과 어긋남의 모습이 무엇인지는 남은 사실이 밝혀야 한다.
절차 수행의 판단이 그렇게 놓인 채, 확인서 한 장이 감사의 자리를 메운 모습이 감사조서에 남아 있다. R회계법인은 실사하지 않은 두 창고에 관하여 S사가 준 확인서로 갈음하였고, 감사조서에는 경영진 확인서 수령이라는 한 줄만 적혔다(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6조). 확인서 수령이 절차 수행의 일부로 놓이는지, 그리고 그 한 줄이 어떤 절차를 기록한 것인지는 다음에 살필 일이다. 다만 여기에서는 그 확인서에 무엇이 적혀 있었는지가 미정인 채 남아 있음을 분명히 둔다.
절차의 범위에 관한 물음이 그렇게 놓인 채, 감사조서의 기록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함께 놓인다. 감사조서에는 확인서 수령이라는 한 줄이 적혔고, 그 밖에 두 창고에 관한 절차의 흔적이 있는지 없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사례의 정리가 손해의 확정이나 고의와 같은 법적 평가를 뜻하지 않는다는 점은 앞서 둔 바와 같다. 확인서에 무엇이 적혀 있었는지, 그리고 감사인이 확인서 수령 이외에 무엇을 하였는지가 밝혀져야 비로소 절차의 범위가 그려진다.
1.4확인서로 갈음한 자리
절차 수행의 자리는 창고 세 곳 가운데 한 곳에서만 실사로 채워졌고, 나머지 두 곳은 S사가 준 확인서가 놓였다. 그 확인서가 실사의 자리를 대신하는지 여부는, 확인서 수령이라는 행위가 감사절차 수행의 일부로 놓이는지 물어야 한다. 그런데 확인서에 무엇이 적혀 있었는지는 아직 미정이다.
확인서의 내용을 꾸며 넣을 수 없으므로, 그 자리에 무엇이 놓였는지 법의 기준에서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외부감사법 제16조 제1항은 감사인에게 준수를 요구하는 기준을 다음 문장으로 정한다. "감사인은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회계감사기준에 따라 감사를 실시하여야 한다." 이 기준은 감사인의 판단이 아니라 회계감사기준에 맞추어진 감사 실시를 요구하는 조문이다. 실사 대신 확인서를 놓는 행위가 있었는지는, 바로 그 실시 기준에 비추어 비로소 문제가 된다.
같은 조 제2항은 기준이 정해지는 방식을 함께 적고 있다. "제1항의 회계감사기준은 한국공인회계사회가 감사인의 독립성 유지와 재무제표의 신뢰성 유지에 필요한 사항 등을 포함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금융위원회의 사전승인을 받아 정한다." 기준의 내용이 금융위원회의 사전승인을 받도록 정해져 있으므로, 절차의 충분성은 그 기준에 비추어 판단되는 문제로 남는다. 이 문장은 기준을 새로 만드는 자격을 어디에 두는지 밝힐 뿐이다. 확인서 한 장이 실사를 대신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이 조항에서 직접 읽어낼 수는 없다.
절차가 수행되었음을 문서로 남기는 요구는 외부감사법 제19조 제1항에서 확인된다. "감사인은 감사를 실시하여 감사의견을 표명한 경우에는 회사의 회계기록으로부터 감사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하여 적용하였던 감사절차의 내용과 그 과정에서 입수한 정보 및 정보의 분석결과 등을 문서화한 서류(자기테이프·디스켓, 그 밖의 정보보존장치를 포함한다. 이하 “감사조서”라 한다)를 작성하여야 한다." 따라서 확인서 수령이 감사절차의 내용으로 문서화되는지도 이 조서에 기록될 범위에 놓인다. 조문은 적용하였던 감사절차의 내용을 적을 것을 요구한다. 확인서 수령이 그 적용된 절차의 하나였다면 그 자리를 함께 찾아보아야 한다. 다만 확인서 수령이 어느 절차에 놓이는지에 관한 결론은, 확인서에 무엇이 적혀 있었는지 밝혀지기 전에는 정해질 수 없다.
확인서 수령이 한 줄의 기록으로 남았다는 사실은 확인서에 무엇이 적혀 있었는지 미정인 상태를 바꾸지 않는다. 남은 두 창고에 대해 감사인이 어떤 절차를 수행했는지, 확인서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미정인 채, 확인서만으로 그 절차가 충분하였다고 결론 내릴 수 없다. 가공 재고 400억 원이 드러난 뒤 이 자리를 놓고 제기될 책임 문제는, 확인서가 실사의 자리를 어떻게 메웠는지가 밝혀져야 규명의 틀을 갖춘다.
1.5감사조서 한 줄의 무게
확인서가 실사를 대신한 그 자리에 무엇이 남는지를 물었으니, 이제 감사조서라는 문서가 그 자리를 어떻게 기록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외부감사법 제19조는 감사인에게 감사조서 작성을 요구한다. 그 제1항은 감사조서에 담겨야 할 것을 다음과 같이 정한다. "감사인은 감사를 실시하여 감사의견을 표명한 경우에는 회사의 회계기록으로부터 감사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하여 적용하였던 감사절차의 내용과 그 과정에서 입수한 정보 및 정보의 분석결과 등을 문서화한 서류(자기테이프·디스켓, 그 밖의 정보보존장치를 포함한다. 이하 “감사조서”라 한다)를 작성하여야 한다"(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9조). 이에 따르면 감사조서는 감사보고서에 이르기까지 적용한 절차의 내용과 그 과정에서 얻은 정보, 그 분석결과를 함께 담는 자료이다.
R회계법인이 S사의 감사조서에 남긴 것은 경영진 확인서 수령이라는 한 줄이다. 위 조문이 요구하는 두 가지를 놓고 이 한 줄을 대조해 보자. 우선 확인서를 받았다는 행위는 그 자체로 입수한 정보에 관한 기록으로 읽힌다. 그러나 나머지 두 창고에 대하여 어떤 절차를 적용하였는지, 확인서에 무엇이 적혀 있었는지는 이 한 줄 안에 나타나 있지 않다. 조문이 함께 요구하는 감사절차의 내용과 정보의 분석결과가 남았는지도 마찬가지로 분명하지 않다.
감사조서에 기재되지 않은 절차가 곧 수행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조서는 문서화된 결과이고, 수행과 기재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 법정 기재 항목이 비어 있는 이상, 감사인은 자기가 수행한 감사절차를 그 문서로 설명하기 어렵다. 이 사례에서 감사조서가 남긴 자리와 남기지 않은 자리는 이 구분 위에 놓인다.
조서의 보존과 보전도 함께 정해져 있다. 외부감사법 제19조 제2항은 "감사인은 감사조서를 감사종료 시점부터 8년간 보존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같은 조 제3항은 "감사인(그에 소속된 자 및 그 사용인을 포함한다)은 감사조서를 위조·변조·훼손 및 파기해서는 아니 된다"고 정한다. 감사조서는 감사가 끝난 뒤에도 그 기록을 오래 남겨 두어야 하는 자료이다.
결국 경영진 확인서 수령이라는 한 줄은 감사조서에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남기지 않았는지를 가르는 자리에 있다. 나머지 두 창고에 대한 절차와 확인서의 내용, 투자자의 보고서 이용, 회사와 감사인의 귀책 비율은 이 사례에서 미정으로 남는다. 이 한 줄이 그 자리를 어떻게 채웠는지를 밝히는 일이 감사조서의 무게를 묻는 일이다.
1.6절차의 자리와 보증의 자리
조서에 남은 한 줄과 남지 않은 절차를 가르는 기준이 무엇인지에 이르자, 질문은 감사인이 도대체 어떤 자격으로 서류에 서명하는가라는 자리로 옮겨붙는다. 이 물음에 답하려면 감사의 실시가 무엇에 묶여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외부감사법 제16조는 감사인이 감사를 실시할 때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직접 적고 있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6조 제1항은 감사인이 감사를 실시하여야 한다는 의무의 지침을 다음과 같이 적는다. "감사인은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회계감사기준에 따라 감사를 실시하여야 한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6조) 감사의 실시는 감사인의 뜻대로 정할 수 있는 활동이 아니라 회계감사기준이라는 기준에 묶인 활동이다.
같은 조 제2항은 그 회계감사기준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제1항의 회계감사기준은 한국공인회계사회가 감사인의 독립성 유지와 재무제표의 신뢰성 유지에 필요한 사항 등을 포함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금융위원회의 사전승인을 받아 정한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6조) 감사를 지휘하는 기준은 회계감사인 각자가 임의로 적는 기준이 아니라 외부의 승인을 거쳐 정해지는 기준이다. 이 기준의 내용과 위계가 이 자리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이 문장만으로 확정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감사인이 수행한 절차는 어떤 흔적으로 남아야 하는가.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1항은 감사조서에 담길 것을 다음과 같이 적는다. "감사인은 감사를 실시하여 감사의견을 표명한 경우에는 회사의 회계기록으로부터 감사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하여 적용하였던 감사절차의 내용과 그 과정에서 입수한 정보 및 정보의 분석결과 등을 문서화한 서류(자기테이프·디스켓, 그 밖의 정보보존장치를 포함한다. 이하 “감사조서”라 한다)를 작성하여야 한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9조) 이에 따라 감사조서는 적용한 감사절차의 내용과 그 과정에서 입수한 정보, 그 분석결과 등을 문서화한 서류라는 자리를 받는다.
이 사례에서 감사조서에 남은 것은 경영진 확인서를 받았다는 한 줄이다. 그 한 줄은 확인서를 받았다는 사실을 적은 문장이다. 두 창고에 대해 어떤 감사절차를 적용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정보를 입수해 어떻게 분석했는지는 이 한 줄에 담기지 않았다. 조서에 없는 절차가 곧 수행되지 않은 절차라는 뜻은 아니다. 이 절차들이 기록에 남지 않은 채 그 자리를 비워 두었음만 확인된다.
그렇다면 감사인의 자리는 어디에 놓이는가. 확인서를 받는 일은 감사절차의 하나로 놓일 수 있다. 그러나 확인서 그 자체는 회계감사기준에 따라 실시한 감사를 대신하지 않는다. 확인서는 감사인이 적용한 절차의 과정에서 입수한 정보 가운데 하나로 자리를 잡으며, 그 정보의 분석결과가 감사조서에 함께 문서화되어야 한다. 이 사례에서 확인서가 무엇을 확인했는지, 두 창고의 재고가 확인서의 범위에 들어갔는지는 미정이다.
감사인은 이렇게 수행한 감사절차의 내용을 감사조서에 남기는 자리에 선다. 외부감사법 제19조 제1항은 감사인이 감사의견을 표명한 때에 감사조서를 작성하여야 한다고 적는다. 이에 따라 감사인은 절차를 수행하고 그 수행을 문서로 남기는 자리에 서며, 문서로 남은 절차가 감사의견을 떠받치는 자료가 된다. 다만 감사인의 책임이 성립하는지, 손해배상이 어떤 범위에서 이뤄지는지는 이 자리에서 다루지 않는다. 회계감사기준이 감사인에게 어떤 법적 자리를 가지는지도 아직 이 자리에서 정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