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감사인의 주의의무가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되는지를 묻는다. 회계감사기준 조항의 자리와 판결요지가 기준과 주의의무를 연결한 방식을 읽고, 주의의무 판단의 준거와 판결요지가 닿는 범위를 가른 뒤 다음 장의 물음으로 넘긴다.
6.1회계감사기준 조항의 자리
제170조가 감사인의 책임을 배치한 자리를 확인한 뒤에 남는 물음은, 감사인이 마땅히 지켜야 할 기준이 조문 어디에 놓여 있는지이다. 외부감사법 제16조는 이 물음에 대한 첫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그 문장을 있는 그대로 읽어 보아야 한다.
외부감사법 제16조 제1항은 감사인의 행위 기준을 직접 선언한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6조 제1항은 "감사인은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회계감사기준에 따라 감사를 실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 문장은 감사인에게 회계감사기준에 따른 감사 실시를 의무로 지우고 있다. 이 의무가 정하는 것은 감사인의 행위 방법이며, 그 방법의 기준이 회계감사기준임을 분명히 한다.
이 의무가 담는 내용은 조문상으로는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이라는 수식어에 걸린다. 감사인이 어떤 기준을 따라야 하는지는 그 기준이 공정하고 타당하다는 인정을 요건으로 삼는다. 다시 말해 회계감사기준이라는 명칭만으로는 그 기준이 곧 따를 만한 기준이 되는 것이 아니고, 일반적으로 공정하다고 인정되고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기준이어야 한다. 이 수식어가 요구하는 인정의 주체나 범위는 조문이 더 밝히지 않으므로, 여기에서 더 나아가 적을 근거는 없다.
제1항의 의무는 그 적용 대상이 감사인임을 분명히 한다. 감사를 실시하여야 하는 자가 감사인이고, 그 감사를 실시할 때 지켜야 할 방법이 회계감사기준에 따른 실시이다. 조문이 두는 것은 감사인의 행위 기준일 뿐이고, 그 기준을 넘어서는 사정은 이 조문에서 찾을 수 없다.
제16조 제2항은 그러한 회계감사기준이 무엇으로 정해지는지를 다룬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6조 제2항은 "제1항의 회계감사기준은 한국공인회계사회가 감사인의 독립성 유지와 재무제표의 신뢰성 유지에 필요한 사항 등을 포함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금융위원회의 사전승인을 받아 정한다"고 규정한다. 이 문장은 기준의 정함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조문에 적힌 대로 기준의 정함에는 감사인의 독립성 유지와 재무제표의 신뢰성 유지에 필요한 사항 등이 포함되고, 그 정함의 절차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른 금융위원회의 사전승인을 받는 것이다. 여기에 적힌 말만으로 제1항의 의무 내용이 바뀌지는 않는다.
조문에 적힌 말만으로 회계감사기준의 자리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감사인은 회계감사기준에 따라 감사를 실시하여야 하고, 그 기준은 감사인의 독립성 유지와 재무제표의 신뢰성 유지에 필요한 사항 등을 포함하여 정해진다. 제16조가 정하는 것은 그 기준의 적용 의무와 정함에 관한 사항일 뿐이다. 감사인이 이 의무를 지킨 것은 무엇이고 지키지 않은 것은 무엇인지는, 이 조문만으로는 적을 수 없다.
6.2판결요지의 연결 방식
그렇다면 회계감사기준은 감사인의 주의의무를 가르는 판단에서 어느 자리에 놓이는가. 이 물음에는 대법원 2020. 7. 9. 선고 2016다268848 판결의 판결요지가 적어놓은 문장이 직접 답한다. "[2] 구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감사업무를 수행할 때 감사인이 부담하는 주의의무의 내용 및 같은 법 제5조 제2항에 따라 마련된 회계감사기준이 감사인의 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할 때 주요한 기준이 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대법원 2020. 7. 9. 선고 2016다268848 판결)이라는 항목이 그 출발점이다. 이 항목은 판결요지의 나머지 쟁점과 나란히 놓인 채로, 주의의무의 내용과 회계감사기준의 지위를 하나의 질문으로 묶는다.
판결의 말은 주의의무의 내용을 감사업무 수행의 태도에서 찾는다. "[2] 감사인은 구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2013. 12. 30. 법률 제1214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외부감사법’이라고 한다)에 따라 주식회사에 대한 감사업무를 수행할 때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회계감사기준에 따라 감사를 실시함으로써 피감사회사의 재무제표에 대한 적정한 의견을 표명하지 못함으로 인한 이해관계인의 손해를 방지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구 외부감사법 제1조, 제5조 제1항)"(대법원 2020. 7. 9. 선고 2016다268848 판결)고 선언한다. 이 문장에 따르면 감사인이 지키어야 할 주의의무는 회계감사기준에 따른 감사 실시와 분리되지 않는다. R회계법인이 창고 세 곳 가운데 한 곳만 실사하고 나머지는 S사가 준 확인서로 갈음한 작업이 회계감사기준에 따른 절차였는지는, 우선 이 문장이 짜놓은 주의의무의 틀 안에서 묻게 된다.
이어지는 문장은 회계감사기준이 판단의 어디에 놓이는지를 못박는다. 대법원 2020. 7. 9. 선고 2016다268848 판결은 "구 외부감사법 제5조 제2항에 의하면 회계감사기준은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정하며, 그에 따라 마련된 회계감사기준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것으로서 감사인의 위와 같은 주의의무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의 주요한 기준이 된다"고 밝힌다. 회계감사기준은 곧바로 과실의 성립 요건으로 환원되지 않고, 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가르는 판단에서 주요한 기준의 지위를 얻는다. 같은 대법원 2020. 7. 9. 선고 2016다268848 판결이 회계감사기준에 붙인 단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도 함께 읽힌다. R회계법인이 경영진 확인서 수령만을 감사조서에 남긴 그 한 줄이 회계감사기준상 어떠한 자리인지는, 주의의무 위반 판단의 주요한 기준으로서 살필 대상이다.
다만 이 판결요지가 동시에 확인하는 것은, 감사인의 제3자에 대한 책임이 성립하기까지의 남은 단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3] (…) 구 외부감사법 제17조 제2항은 감사인이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감사보고서에 기재하지 아니하거나 거짓으로 기재를 함으로써 이를 믿고 이용한 제3자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한 경우에는 그 감사인은 제3자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대법원 2020. 7. 9. 선고 2016다268848 판결)는 문장이 그 준거를 적는다. 회계감사기준을 주요한 기준으로 삼는 주의의무 판단은, 감사보고서의 기재와 그 이용을 둘러싼 요건을 결코 대신하지 않는다.
같은 판결요지는 그 요건에 대한 증명책임의 소재까지 밝힌다. "이때 감사인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자가 감사인이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감사보고서에 기재하지 아니하거나 거짓으로 기재를 하였다는 점을 주장·증명해야 한다"(대법원 2020. 7. 9. 선고 2016다268848 판결)는 문장이 그것이다. 회계감사기준의 자리를 읽는 이 작업은 그 요건의 충족 여부나 그 증명의 결과를 이미 정해 놓은 것이 아니다. 창고 두 곳의 절차와 확인서의 내용, 투자자의 이용, 회사와 감사인의 귀책 비율은 판결요지 밖에서 확인할 사실로 남아 있으며, 이 사례가 확정 손해나 고의의 평가를 마친 것도 아니다.
6.3주의의무 판단의 준거
앞 절에서 회계감사기준이 주의의무 판단의 주요한 기준이라는 자리를 확인한 바, 이제 그 기준이 과실의 성립 요건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가 문제로 남는다. 2016다268848 판결이 밝힌 바에 따라 감사인의 주의의무는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회계감사기준에 따라 감사를 실시함으로써 이해관계인의 손해를 방지하여야 할 의무이고, 이 의무의 내용은 회계감사기준에서 그 준거를 찾는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준거는 회계감사기준의 각 항목이 과실의 요건으로 그대로 치환된다는 뜻은 아니다.
감사인의 주의의무 내용을 판결은 다음과 같이 서술한다. 대법원 2020. 7. 9. 선고 2016다268848 판결은, 감사인이 부담하는 주의의무에 관하여 "감사인은 구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2013. 12. 30. 법률 제1214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외부감사법’이라고 한다)에 따라 주식회사에 대한 감사업무를 수행할 때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회계감사기준에 따라 감사를 실시함으로써 피감사회사의 재무제표에 대한 적정한 의견을 표명하지 못함으로 인한 이해관계인의 손해를 방지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구 외부감사법 제1조, 제5조 제1항)"(대법원 2020. 7. 9. 선고 2016다268848 판결)라고 판시하였다. 이 정식은 주의의무의 목적을 이해관계인의 손해 방지에 두고, 그 수단을 회계감사기준에 따른 감사 실시에 두는 구조이다.
같은 판결은 회계감사기준의 성격과 그 준거적 지위를 아울러 밝힌다. 대법원 2020. 7. 9. 선고 2016다268848 판결은, 회계감사기준의 준거적 지위에 관하여 "구 외부감사법 제5조 제2항에 의하면 회계감사기준은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정하며, 그에 따라 마련된 회계감사기준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것으로서 감사인의 위와 같은 주의의무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의 주요한 기준이 된다"라고 판시하였다. 회계감사기준이 "주요한 기준"이라는 표현은, 그 기준이 판단의 출발점을 이루되 유일한 준거는 아니라는 점을 함께 전제한다. 현행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6조는 감사인의 의무와 기준의 정립 절차를 두는데, 같은 조 제1항은 "감사인은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회계감사기준에 따라 감사를 실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같은 조 제2항은 "제1항의 회계감사기준은 한국공인회계사회가 감사인의 독립성 유지와 재무제표의 신뢰성 유지에 필요한 사항 등을 포함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금융위원회의 사전승인을 받아 정한다"(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6조)고 규정하여, 기준의 형성 주체와 내용을 함께 정한다.
위 인용에 비추어 본 사례를 살피면, R회계법인이 S사의 재고자산 실사를 창고 세 곳 가운데 한 곳에서만 하고 나머지 두 창고는 S사가 준 확인서로 갈음한 뒤 감사조서에 경영진 확인서를 수령하였다는 취지의 한 줄만 적은 사정은, 회계감사기준에 따라 감사를 실시하였는지라는 질문 아래서 검토된다. 2년 뒤 S사 재고자산 가운데 가공 재고 400억 원이 드러난 사실은 주의의무 위반 여부의 판단 대상이 되는 사정에 해당한다. 다만 나머지 두 창고에 대해 감사인이 어떤 절차를 수행했는지, 확인서에 무엇이 적혀 있었는지, 투자자가 감사보고서를 어떻게 이용했는지, 회사와 감사인의 귀책 비율은 미정이고, 이 정리가 곧 확정 손해나 고의와 같은 법적 평가는 아니다.
요컨대 회계감사기준은 감사인의 주의의무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의 주요한 기준이 되되, 그 각 항목의 준수 여부만으로 과실의 성립과 부도피가 자동으로 결정되지는 않는다. 주의의무 판단은 회계감사기준이 정하는 바를 출발점으로 삼되,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의 여부를 함께 살피는 길을 따른다.
6.4판결요지가 닿는 범위
주의의무의 준거가 무엇인지 밝힌 뒤에는, 그 판단을 내린 판결이 어디까지 말하고 어디부터 침묵하는지를 가려야 한다. 위 판결은 감사인의 주의의무 내용과 회계감사기준의 지위, 그리고 제3자 손해배상책임의 요건 중 주장·증명책임의 소재를 쟁점으로 삼았다. 쟁점의 배열 자체가 이 판단이 다루는 자리를 표시한다.
먼저 주의의무의 내용에 관하여 대법원 2020. 7. 9. 선고 2016다268848 판결은 이렇게 말한다. "감사인은 구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2013. 12. 30. 법률 제1214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외부감사법’이라고 한다)에 따라 주식회사에 대한 감사업무를 수행할 때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회계감사기준에 따라 감사를 실시함으로써 피감사회사의 재무제표에 대한 적정한 의견을 표명하지 못함으로 인한 이해관계인의 손해를 방지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대법원 2020. 7. 9. 선고 2016다268848 판결). 이 판시는 주의의무가 무엇을 방지하기 위한 것인지를 분명히 한다. S사의 가공 재고 400억 원이 드러난 일은, 재무제표에 대한 적정한 의견을 표명하지 못하여 이해관계인의 손해가 생길 여지가 있었던 장면에 해당한다.
같은 판결은 회계감사기준의 지위를 다음과 같이 정한다. "구 외부감사법 제5조 제2항에 의하면 회계감사기준은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정하며, 그에 따라 마련된 회계감사기준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것으로서 감사인의 위와 같은 주의의무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의 주요한 기준이 된다"(대법원 2020. 7. 9. 선고 2016다268848 판결). 앞서 살핀 바와 같이 기준은 판단의 준거로 선다. 다만 이 문장은 기준의 지위만을 말할 뿐, 그 각 항목이 과실의 요건으로 그대로 옮겨지는지는 밝히지 않는다.
다음으로 이 판단이 손해배상책임의 어느 층위를 다루는지가 중요하다. 대법원 2020. 7. 9. 선고 2016다268848 판결은 "구 외부감사법 제17조 제2항은 감사인이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감사보고서에 기재하지 아니하거나 거짓으로 기재를 함으로써 이를 믿고 이용한 제3자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한 경우에는 그 감사인은 제3자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적시한다. 나아가 그 조건에 관하여 "이때 감사인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자가 감사인이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감사보고서에 기재하지 아니하거나 거짓으로 기재를 하였다는 점을 주장·증명해야 한다"(대법원 2020. 7. 9. 선고 2016다268848 판결)고 덧붙인다. 이 판시가 세운 자리는 증명책임의 소재에 한정된다. 투자자가 감사보고서를 어떻게 이용했는지는 미정으로 남아 있고, 이 판단이 그 자리를 메우지는 않는다.
이 판결이 요구된 구체 절차의 목록을 열거하는지도 함께 가려야 한다. 판시사항은 주의의무의 내용, 회계감사기준의 지위, 주장·증명책임의 소재를 다투었을 뿐이다. R회계법인이 나머지 두 창고에 대해 어떤 절차를 수행했는지, 경영진 확인서에 무엇이 적혀 있었는지에 관한 사실심의 인정은 이 장의 대상이 아니다. 무엇이 확인서의 유효한 대체 수단이 되는지의 여부 역시 이 판시가 직접 답하는 자리가 아니다.
따라서 이 판결요지의 경계는 분명하다. 주의의무의 성질과 회계감사기준의 준거 지위를 가르고, 제3자 책임에서 기재의 흠결을 누가 증명하는지를 정한다. 나머지 절차의 요구 수준이나 사실의 세목은 미정으로 두며, 회사와 감사인의 귀책 비율이나 확정 손해, 고의와 같은 법적 평가 역시 여기서 내리지 않는다.
6.5감사조서 한 줄의 한계
판결요지의 경계를 세워 둔 뒤에는, 감사인이 남긴 기록 자체를 들여다보아야 한다. R회계법인은 S사의 재고자산 실사를 창고 세 곳 가운데 한 곳에서만 하고 나머지는 S사가 준 확인서로 갈음했다. 감사조서에는 경영진 확인서를 받았다는 한 줄만 적혔다. 이 기록이 감사인의 주의의무를 얼마나 보여 주는지 묻는다.
감사인이 지는 주의의무의 기준은 판결이 분명히 밝힌 바 있다. 대법원 2020. 7. 9. 선고 2016다268848 판결은 감사업무 수행에 부담하는 주의의무의 내용을 판시하면서 "감사인은 구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2013. 12. 30. 법률 제1214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외부감사법’이라고 한다)에 따라 주식회사에 대한 감사업무를 수행할 때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회계감사기준에 따라 감사를 실시함으로써 피감사회사의 재무제표에 대한 적정한 의견을 표명하지 못함으로 인한 이해관계인의 손해를 방지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구 외부감사법 제1조, 제5조 제1항)"고 하였다(대법원 2020. 7. 9. 선고 2016다268848 판결). 같은 판결은 이어서 "구 외부감사법 제5조 제2항에 의하면 회계감사기준은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정하며, 그에 따라 마련된 회계감사기준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것으로서 감사인의 위와 같은 주의의무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의 주요한 기준이 된다"고 덧붙였다(대법원 2020. 7. 9. 선고 2016다268848 판결). 이 기준은 오늘날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6조에 이어지고 있다. 같은 조 제1항은 "감사인은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회계감사기준에 따라 감사를 실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며, 제2항은 "제1항의 회계감사기준은 한국공인회계사회가 감사인의 독립성 유지와 재무제표의 신뢰성 유지에 필요한 사항 등을 포함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금융위원회의 사전승인을 받아 정한다"고 규정한다(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6조). 결국 감사인이 무엇을 하였는지는 회계감사기준을 잣대로 읽히게 마련이다.
그런데 감사조서의 한 줄은 이 잣대에 놓일 장면을 담아 내지 못한다. 창고 세 곳 가운데 한 곳만 실사한 까닭은 무엇인지, 나머지 두 곳에 대해서는 감사인이 어떤 절차를 수행했는지, S사가 준 확인서에는 무엇이 적혀 있었는지에 관하여는 기록이 침묵한다. 확인서를 받는 행위가 실사를 대신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느 조건에서 그러한지 역시 이 한 줄에서 읽어 내기 어렵다. 한 줄의 기록은 결과의 지시만 남기고 절차를 비워 두었다. 이 정리가 곧 확정 손해나 고의와 같은 법적 평가에 이르는 것은 아니다.
물론 감사조서의 빈 자리가 곧 주의의무 위반을 뜻하지는 않는다. 이 장의 앞 절에서 밝힌 대로 감사인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의 증명책임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제3자에게 있다. 대법원 2020. 7. 9. 선고 2016다268848 판결은 그 요건으로 "감사인이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감사보고서에 기재하지 아니하거나 거짓으로 기재를 하였다는 점"을 들었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자가 감사인이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감사보고서에 기재하지 아니하거나 거짓으로 기재를 하였다는 점을 주장·증명해야 한다"고 하였다. 조서에 무엇이 남아 있는지는 이 증명의 출발점이 되지만, 그 자체로 증명을 마치지 않는다. 오히려 한 줄의 기록은 무엇이 밝혀질 수 있고 무엇이 미정으로 남는지를 드러낼 뿐이다.
이 사례에서 아직 미정으로 남는 것은 적지 않다. 투자자가 감사보고서를 어떻게 이용했는지, 회사와 감사인의 귀책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에 관하여는 정해진 바 없다. 재고자산 가운데 드러난 가공 재고 400억 원이 이 기록과 어떻게 이어지는지에 대한 판단도 유보된다. 감사조서 한 줄의 한계란, 회계감사기준이 제시하는 주의의무의 잣대를 이 사례에 적용하는 데 필요한 자리가 비어 있음을 가리키는 말이다.
6.6다음 장으로 넘기는 질문
감사조서가 남긴 기록을 주의의무의 기준에 비추어 본 결과는 이 장이 던진 물음에 대한 답의 한 갈래를 이루었다. 이제 남은 것은 그 답이 법문과 판례의 어디에 서 있는지 밝히는 일이다.
감사인이 감사업무를 수행할 때 부담하는 주의의무의 내용을 대법원은 이렇게 밝힌다. "감사인은 구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2013. 12. 30. 법률 제1214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외부감사법’이라고 한다)에 따라 주식회사에 대한 감사업무를 수행할 때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회계감사기준에 따라 감사를 실시함으로써 피감사회사의 재무제표에 대한 적정한 의견을 표명하지 못함으로 인한 이해관계인의 손해를 방지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구 외부감사법 제1조, 제5조 제1항). 구 외부감사법 제5조 제2항에 의하면 회계감사기준은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정하며, 그에 따라 마련된 회계감사기준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것으로서 감사인의 위와 같은 주의의무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의 주요한 기준이 된다" (대법원 2020. 7. 9. 선고 2016다268848 판결). 이 선언에 따르면 회계감사기준은 주의의무의 내용을 구체화하며, 주의의무 위반을 판가름하는 주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현행 법문도 같은 구도를 취한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6조는 그 제1항에서 "감사인은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회계감사기준에 따라 감사를 실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 "제1항의 회계감사기준은 한국공인회계사회가 감사인의 독립성 유지와 재무제표의 신뢰성 유지에 필요한 사항 등을 포함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금융위원회의 사전승인을 받아 정한다"고 하여 정하는 주체와 절차를 함께 밝힌다. 감사를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는 감사인 혼자 정하지 않고 회계감사기준이 정한 틀 안에서 다룬다는 점이 이 조항에 드러난다.
한편 감사인의 제3자 책임이 성립하기 위한 요건은 별도의 법문이 가리킨다. 대법원은 그 요건을 이렇게 서술한다. "구 외부감사법 제17조 제2항은 감사인이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감사보고서에 기재하지 아니하거나 거짓으로 기재를 함으로써 이를 믿고 이용한 제3자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한 경우에는 그 감사인은 제3자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때 감사인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자가 감사인이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감사보고서에 기재하지 아니하거나 거짓으로 기재를 하였다는 점을 주장·증명해야 한다" (대법원 2020. 7. 9. 선고 2016다268848 판결). 주의의무를 어디에 두느냐와 별개로, 감사보고서의 기재 자체를 둘러싼 입증이 요구된다는 뜻이다.
이로써 주의의무의 기준 자리에 관한 물음에는 회계감사기준이 주요한 기준이 되며 법문도 그 전제를 둔다는 방향으로 답이 놓였다. 다만 R회계법인이 나머지 두 창고에 대하여 수행할 절차가 무엇이어야 하고, 그 절차로 모을 증거의 범위는 어떻게 되는지는 이 자리에서 다루지 아니한다. 감사보고서에 무엇이 기재되었는지, 그리고 그 기재를 둘러싼 책임 요건은 또 다른 층위의 문제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