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손해배상액 규정의 문언에서 손해의 전부 또는 일부가 부실기재로 생긴 것이 아님을 증명하는 자리를 찾고, 추정을 끊는 증명의 대상과 그 효과, 책임의 범위를 정리한다. 2006다16758, 16765 판결이 인과관계 부존재의 증명과 손해액 산정을 다룬 방식을 읽고 남은 하락분 분리의 과제를 적는다.
8.1손해배상액 규정의 문언
두 산정 규정이 만나는 지점을 확인한 뒤에는, 그 산정에 추정이 어디까지 작동하는지를 문언에서 가려낼 차례이다. 자본시장법 제126조는 손해배상액을 어떻게 적고, 그 적는 방식이 어느 구간에서 증명의 부담을 바꾸는지를 먼저 살펴본다.
손해배상액의 산정 기준은 제1항이 정한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26조 제1항은 배상할 금액의 산정 방식을 다음과 같이 둔다.
"제125조에 따라 배상할 금액은 청구권자가 해당 증권을 취득함에 있어서 실제로 지급한 금액에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금액을 뺀 금액으로 추정한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26조)
이 문언은 차감할 금액을 두 갈래로 나눈다. 첫째, 변론 종결 시점의 가격이 기준이 된다. 동법 제126조 제1항 제1호는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제125조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의 변론이 종결될 때의 그 증권의 시장가격(시장가격이 없는 경우에는 추정처분가격을 말한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26조)
둘째, 변론 종결 전에 처분한 경우에는 처분가격이 기준이 된다. 동법 제126조 제1항 제2호는 다음과 같이 정한다.
"제1호의 변론종결 전에 그 증권을 처분한 경우에는 그 처분가격"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26조)
여기까지가 추정이 작동하는 구간이다. 취득 시 실제 지급액과 위 기준액의 차액이 손해배상액으로 추정되며, 문언은 이 차액을 손해로 먼저 본다.
그러나 추정은 무한정 이어지지 않는다. 제2항이 반증의 길을 열어둔다. 동법 제126조 제2항은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제1항에 불구하고 제125조에 따라 배상책임을 질 자는 청구권자가 입은 손해액의 전부 또는 일부가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가 있거나 중요사항이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아니함으로써 발생한 것이 아님을 증명한 경우에는 그 부분에 대하여 배상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26조)
이 문언에서 두 가지가 분명해진다. 추정을 끊는 쪽은 배상책임을 질 자이고, 그가 증명해야 할 대상은 손해액의 전부 또는 일부가 부실기재 등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추정이 깨지는 범위는 증명된 부분에 한정되며, 그 부분에 대해서만 배상책임이 면제된다.
문언에 없는 요건은 이 규정에서 보태지 않는다. 제1항은 차액을 추정하는 방식만을 정하고, 제2항은 다른 원인이 있음을 증명한 경우의 효과만을 정한다. T사의 주가 하락에 분식회계 공시·수주 실패 공시·업종 지수 하락이 각각 얼마의 몫을 차지하는지, 그리고 각 주주의 취득 시기와 가격이 손해액 산정에 어떤 값을 만드는지는 문언이 답하지 않는다. 이 수치들은 미정으로 남는다. 추정이 어디서 시작하고 어디서 끊기는지를 문언으로 나눈 뒤에야, 끊어진 자리를 무엇으로 메우는지를 따져볼 수 있다.
8.2추정을 끊는 증명의 대상
손해액의 산정 문언에서 추정이 생기는 지점과 끊기는 지점을 나눈 뒤에는, 피고가 끊기 위하여 무엇을 증명해야 하는지가 곧바로 남는다. 자본시장법 제126조 제2항은 그 증명의 대상을 한정하는 문언을 둔다.
그 대상을 가려내기 위하여 자본시장법 제126조 제2항의 단서 없는 본문을 그대로 옮기면, "제1항에 불구하고 제125조에 따라 배상책임을 질 자는 청구권자가 입은 손해액의 전부 또는 일부가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가 있거나 중요사항이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아니함으로써 발생한 것이 아님을 증명한 경우에는 그 부분에 대하여 배상책임을 지지 아니한다"이다. 이 문장은 피고가 증명해야 할 사실을 "손해액의 전부 또는 일부가 (…) 발생한 것이 아님"으로 정한다. 증명의 방향은 손해의 원인이 부실기재가 아니라는 쪽이며, 부실기재 자체의 존재 여부나 중요성에 관한 항변이 아니다.
그 증명의 대상에 관한 문언의 구조를 한층 따져보면, 문언이 두 갈래의 사실을 하나로 묶어 놓음을 알 수 있다. 한 갈래는 손해액이며, 다른 한 갈래는 그러한 손해액의 발생 원인이다. 문언은 손해액이 "전부 또는 일부"인 경우를 모두 담는다. 이에 따라 피고가 손해의 전부를 부실기재와 무관한 것으로 보여 주는 경우와, 손해의 일부만 그러한 것으로 보여 주는 경우가 모두 이 항의 증명에 들어간다. 다만 문언은 어느 쪽의 증명을 요구하는 것으로 한정할 뿐이며, 그 이상의 요건을 덧붙이지 않는다.
한편 제2항이 요구하지 않는 것도 이 문언에서 분명해진다. 피고의 주관적 인식, 중과실의 유무, 기업공시서류 작성자의 선관주의의무 위반 여부는 이 항의 증명 대상에 놓이지 않는다. 피고가 그런 사유를 내세우려 하더라도 이 항에 근거를 둘 수는 없다. 그런 요건이 새로운 항변 사유로 만들어진다면 이 항의 문언을 넘어서는 것이다.
이 사례에서 피고가 주가 하락의 원인을 다툰다면, 그 다툼은 분식 공시가 아닌 다른 요인이 손해를 만들었다는 방향을 겨냥한다. 대규모 수주 실패 공시와 업종 지수 하락은 관찰된 가격 움직임의 원인 후보로 함께 놓여 있다. 다만 각 요인이 주가에 미친 영향의 크기는 미정이므로, 어느 요인이 손해의 어느 부분을 만들었는지는 이 자리에서 확정하지 않는다. 관찰된 사실만으로는 제126조 제2항의 증명이 이미 성립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피고가 이 항에 따라 증명하려는 것은 그 다툼의 방향과 같아야 하며, 다툼의 범위는 손해액의 전부 또는 일부에 미쳐야 한다.
결국 이 항에서 피고가 넘어야 할 문은 좁고 분명하다. 피고는 손해액의 전부 또는 일부가 부실기재로 생긴 것이 아님을 증명하고, 그 범위 안에서 배상책임을 면한다. 증명의 대상은 인과관계의 부인에 놓이며, 문언 밖의 요건이나 새로운 항변 사유는 이 항에서 새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8.3증명의 효과와 책임의 범위
그 증명이 성공했을 때 책임의 크기는 어떻게 줄어드는지, 제126조 제2항의 문구 안에서 그 구조를 살펴보는 일만 남았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26조 제2항은 배상책임을 질 자가 증명해야 할 대상을 "청구권자가 입은 손해액의 전부 또는 일부가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가 있거나 중요사항이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아니함으로써 발생한 것이 아님"으로 정한다. 이 문구는 증명의 성공이 일괄하여 책임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특정 부분에서 책임을 면하게 하는 구조임을 분명히 보인다.
제126조 제2항은 그 증명에 이른 때를 "그 부분에 대하여 배상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표현한다. 따라서 피고가 손해의 전부가 부실기재로 생긴 것이 아님을 증명하면 책임은 전부 면해지고, 일부가 부실기재로 생긴 것이 아님을 증명하면 그 일부분만 배상액에서 빠진다. 이 비례 구조는 제1항의 추정액을 그대로 두고 제2항이 특정 부분의 책임만을 떼어내는 형태로 마련되어 있다.
이 점에서 손해액의 추정과 인과관계의 증명이 맞닿는 지점이 드러난다. 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6다16758, 16765 판결은 증명의 방법과 정도를 두고 "손해 인과관계의 부존재사실'의 입증은 직접적으로 문제된 당해 허위공시 등 위법행위가 손해 발생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실이나 부분적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방법 또는 간접적으로 문제된 당해 허위공시 등 위법행위 이외의 다른 요인에 의하여 손해의 전부 또는 일부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방법으로 가능하다 할 것이고"라고 밝혔다. 이 판시는 부분적 영향의 입증도 제126조 제2항이 정한 증명에 이르는 한 가지 길임을 확인한다.
그 판결은 이어서 "위법행위 이후 매수한 주식의 가격이 하락하여 손실이 발생하였는데 그 가격 하락의 원인이 문제된 당해 허위공시 등 위법행위 때문인지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정도의 입증만으로는 위 손해액의 추정이 깨진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인다. T사의 주가가 분식회계 공시와 수주 실패 공시, 업종 지수의 하락과 함께 움직였고 그 영향의 크기가 미정인 오늘의 장면에서, 어느 쪽이 얼마만큼을 차지하는지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추정이 무너지지 않는다.
한편, 피고가 그 증명에 성공하여 책임이 줄어든다고 해도 남은 배상액의 액수는 그 자리에서 확정되지 않는다. 제126조는 추정액을 정하고 증명의 효과로 "그 부분"의 책임을 면하게 하는 틀만을 마련할 뿐, 부분의 크기를 세는 방법과 순서까지 정하지 않는다. 앞서 살핀 구조를 오늘의 사례에 놓으면, 피고의 증명이 성공한 범위만큼 배상책임이 줄어들되, 그 범위의 크기는 확정되어 있지 않다.
8.4인과관계 부존재의 증명
책임이 줄어드는 구조를 확인한 뒤에는 누가 그 사실을 얼마만큼 보여야 하는지가 남는다. 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6다16758, 16765 판결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판결요지 [3]에 담았다.
이 판결은 먼저 입증책임의 소재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증권거래법 제186조의5에 의하여 준용되는 같은 법 제14조의 규정을 근거로 주식의 취득자가 주권상장법인 등에 대하여 사업보고서의 허위기재 등으로 인하여 입은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주식의 취득자는 같은 법 제15조 제2항의 규정에 따라 사업보고서의 허위기재 등과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의 존재에 대하여 입증할 필요가 없고, 주권상장법인 등이 책임을 면하기 위하여 이러한 인과관계의 부존재를 입증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6다16758, 16765 판결). 따라서 T사 주주들은 허위공시와 손해 사이의 연관을 굳이 밝힐 필요가 없고, T사가 그 연결을 끊은 사실을 보여야 한다.
그 보임의 경로도 이 판결이 그대로 적었다. "그리고 같은 법 제15조 제2항이 요구하는 ‘손해 인과관계의 부존재사실’의 입증은 직접적으로 문제된 당해 허위공시 등 위법행위가 손해 발생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실이나 부분적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방법 또는 간접적으로 문제된 당해 허위공시 등 위법행위 이외의 다른 요인에 의하여 손해의 전부 또는 일부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방법으로 가능하다 할 것이고" (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6다16758, 16765 판결). 이 구절은 곧 분식 공시가 무관했거나 일부에 그쳤음을 보이는 길과, 수주 실패나 업종 지수 하락 같은 다른 요인이 남은 부분을 설명하는 길을 함께 허용한다.
방법의 한계도 여기서 정해졌다. 대법원은 "이 경우 허위공시 등 위법행위가 시장에 알려지기 이전의 자료를 기초로 하여 그 위법행위가 공표되지 않았다고 가정하였을 경우 예상할 수 있는 기대수익률 및 정상주가를 추정하고 그 기대수익률과 시장에서 관측된 실제 수익률의 차이인 초과수익률의 추정치를 이용하여 그 위법행위의 공표가 주가에 미친 영향이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인지 여부를 분석하는 사건연구(event study)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나, 위와 같은 손해액 추정조항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예컨대 허위공시 등의 위법행위 이후 매수한 주식의 가격이 하락하여 손실이 발생하였는데 그 가격 하락의 원인이 문제된 당해 허위공시 등 위법행위 때문인지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정도의 입증만으로는 위 손해액의 추정이 깨진다고 볼 수 없다" (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6다16758, 16765 판결). 여기서 사건연구는 하나의 수단으로 열려 있을 뿐이고, 원인이 불분명하다는 느낌만으로 추정이 무너지지는 않는다.
이 기준은 이 사례에 그대로 올려 놓을 수 있다. 업종 지수가 함께 내려갔다는 관찰과 수주 실패의 동시 공시는 T사가 내세울 간접 입증의 소재가 될 수 있다. 다만 각 요인이 주가에 남긴 몫이 아직 미정이고, 주주마다 취득 시기와 보유 상태가 다르므로, 그 사실만으로 손해 추정이 깨졌다고 서두를 수는 없다.
8.5손해액 산정을 본 방식
인과관계 부존재의 입증을 둘러싼 논의가 끝난 자리에서, 같은 판결은 그 입증이 인정된 뒤 손해액을 어떻게 계산하는지를 함께 밝혔다. 손해액 산정은 인과관계 판단의 연장선에 서 있다. 영향을 미치지 않은 부분이 분리된 뒤에 남는 액수만이 배상의 대상이 된다는 취지가 산정 방법에 그대로 드러난다.
우선 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6다16758, 16765 판결은 정상주가가 형성된 이후의 가격 움직임을 인과관계와 떼어내 보았다. 그 판결은 "일반적으로 분식회계 및 부실감사 사실이 밝혀진 후 그로 인한 충격이 가라앉고 그와 같은 허위정보로 인하여 부풀려진 부분이 모두 제거되어 일단 정상적인 주가가 형성되면 그와 같은 정상주가의 형성일 이후의 주가변동은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분식회계 및 부실감사와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다고 할 것이므로"라고 전제하면서 (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6다16758, 16765 판결), 그 이후 처분된 주식의 손해액 계산을 명시하였다. 같은 판결은 이어서 "그 정상주가 형성일 이후에 당해 주식을 매도하였거나 변론종결일까지 계속 보유중인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 증권거래법 제15조 제1항이 정하는 손해액 중 위 정상주가와 실제 처분가격(또는 변론종결일의 시장가격)과의 차액 부분에 대하여는 같은 법 제15조 제2항의 인과관계 부존재의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 경우 손해액은 계산상 매수가격에서 위 정상주가 형성일의 주가를 공제한 금액이 된다"고 하였다 (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6다16758, 16765 판결). 이 산식은 분식의 영향이 반영된 구간만 손해로 남긴다는 뜻이며, 그 이후의 등락은 계산에서 제외한다.
산정의 기본 줄기는 증권거래법 제15조 제1항이 정하는 금액이다. 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6다16758, 16765 판결은 그 산정 틀로서 증권거래법 제15조 제1항이 정하는 손해액을 기준으로 삼는다. 같은 조 제2항의 입증책임 배분에 관하여 그 판결은 "증권거래법 제186조의5에 의하여 준용되는 같은 법 제14조의 규정을 근거로 주식의 취득자가 주권상장법인 등에 대하여 사업보고서의 허위기재 등으로 인하여 입은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주식의 취득자는 같은 법 제15조 제2항의 규정에 따라 사업보고서의 허위기재 등과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의 존재에 대하여 입증할 필요가 없고, 주권상장법인 등이 책임을 면하기 위하여 이러한 인과관계의 부존재를 입증하여야 한다"고 전하고 있다 (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6다16758, 16765 판결). 이 사례에서 주주들은 공시 전 서로 다른 시점과 가격으로 취득했으므로, 차액 기준은 주주마다 다른 금액을 낳는다. 이 장면에서 확인되는 것은 가격이 하락했다는 사실뿐이며, 그 하락분 전부가 곧 확정된 손해액이 되지는 않는다.
다만 판결은 산정 방법에 그치지 않고 책임의 제한까지 열어 두었다. 증권거래법 제15조가 적용되는 경우에도 손해의 공평한 부담이 작동한다는 취지로, 판결은 "증권거래법 제15조가 적용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에 있어서도 손해의 공평 부담이라는 손해배상법의 기본 이념이 적용된다는 점에 있어서는 아무런 차이가 없으므로, 피해자에게 손해의 발생 및 확대에 기여한 과실이 있다는 점을 이유로 과실상계를 하거나 공평의 원칙에 기한 책임의 제한을 하는 것은 여전히 가능하다"고 하였다 (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6다16758, 16765 판결). 아울러 판결은 "주식 가격의 변동요인은 매우 다양하고 여러 요인이 동시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에 어느 특정 요인이 언제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한 것인지를 가늠하기가 극히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 허위공시 등의 위법행위 이외에도 매수시점 이후 손실이 발생할 때까지의 기간 동안의 당해 기업이나 주식시장의 전반적인 상황의 변화 등도 손해 발생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인정되나, 성질상 그와 같은 다른 사정에 의하여 생긴 손해액을 일일이 증명하는 것이 극히 곤란한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이와 같은 경우 손해분담의 공평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추어 그러한 사정을 들어 손해배상액을 제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6다16758, 16765 판결). 이는 다른 요인의 기여를 별도로 셈하지 못하는 사정을 들어도 배상액을 낮출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손해액은 정상주가를 기준으로 한 차액을 틀로 삼되, 영향 없는 구간은 빼고 책임은 공평에 따라 제한될 수 있다. 이 사례에서 분식 공시와 수주 실패 공시, 업종 지수 하락이 각각 얼마만큼을 나누어 차지하는지는 판결이 정한 틀 안에서만 다뤄질 뿐, 확정된 수치로 드러난 것은 없다. 주가가 하락한 사실과 소송이 신청된 사실만이 관찰되었고, 그 하락분을 어떻게 나눌지는 이 자리에서 판단되지 않았다.
8.6남겨진 하락분 분리의 과제
산정 방식을 확인한 뒤에도 T사 주가의 하락분에는 남은 문제가 있다. 분식회계 공시가 드러난 날 T사 주가는 28% 내렸고, 같은 날 업종 지수는 6% 내렸으며, 대규모 수주 실패도 함께 공시되었다. 이 세 사건이 주가에 각각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미정이다. 이 장면에서 자본시장법 제126조가 손해배상액을 어떻게 추정하는지부터 다시 확인한다. 그 추정이 어떤 방식으로 깨질 수 있는지도 함께 봐야 남은 하락분의 자리가 드러난다.
자본시장법 제126조 제1항은 배상 금액을 청구권자가 증권을 취득하면서 실제로 지급한 금액에서 일정한 금액을 뺀 것으로 추정한다. 자본시장법 제126조 제1항은 "제125조에 따라 배상할 금액은 청구권자가 해당 증권을 취득함에 있어서 실제로 지급한 금액에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금액을 뺀 금액으로 추정한다"라고 정하고, 그 빼는 금액을 "제125조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의 변론이 종결될 때의 그 증권의 시장가격(시장가격이 없는 경우에는 추정처분가격을 말한다)" 또는 "제1호의 변론종결 전에 그 증권을 처분한 경우에는 그 처분가격"으로 삼는다. 이 추정은 매수가격과 회수 금액의 차액을 손해로 두는 틀이다.
그 추정은 절대적이지 않다. 자본시장법 제126조 제2항은 "제1항에 불구하고 제125조에 따라 배상책임을 질 자는 청구권자가 입은 손해액의 전부 또는 일부가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가 있거나 중요사항이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아니함으로써 발생한 것이 아님을 증명한 경우에는 그 부분에 대하여 배상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라고 단서를 둔다. 이 단서는 부실기재가 아닌 원인에 생긴 손해 부분을 배상에서 빼는 문을 열어 둔다.
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6다16758, 16765 판결은 그 단서의 의미를 구체화한다. 위 판결은 "같은 법 제15조 제2항이 요구하는 ‘손해 인과관계의 부존재사실’의 입증은 직접적으로 문제된 당해 허위공시 등 위법행위가 손해 발생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실이나 부분적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방법 또는 간접적으로 문제된 당해 허위공시 등 위법행위 이외의 다른 요인에 의하여 손해의 전부 또는 일부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방법으로 가능하다 할 것이고, 이 경우 허위공시 등 위법행위가 시장에 알려지기 이전의 자료를 기초로 하여 그 위법행위가 공표되지 않았다고 가정하였을 경우 예상할 수 있는 기대수익률 및 정상주가를 추정하고 그 기대수익률과 시장에서 관측된 실제 수익률의 차이인 초과수익률의 추정치를 이용하여 그 위법행위의 공표가 주가에 미친 영향이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인지 여부를 분석하는 사건연구(event study)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나, 위와 같은 손해액 추정조항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예컨대 허위공시 등의 위법행위 이후 매수한 주식의 가격이 하락하여 손실이 발생하였는데 그 가격 하락의 원인이 문제된 당해 허위공시 등 위법행위 때문인지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정도의 입증만으로는 위 손해액의 추정이 깨진다고 볼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6다16758, 16765 판결). 이 판시에 따르면, 업종 지수 하락과 수주 실패가 T사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은 산정을 흔들 단서가 되지만, 그 영향의 크기가 미정인 채로는 추정이 깨졌다고 볼 수 없다. 추정을 깨는 일과 남는 하락분의 크기를 정하는 일은 서로 다른 단계이다.
남겨진 하락분은 이후의 가격 변동 문제와도 갈라진다. 위 판결은 "그와 같은 정상주가의 형성일 이후의 주가변동은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분식회계 및 부실감사와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다고 할 것이므로, 그 정상주가 형성일 이후에 당해 주식을 매도하였거나 변론종결일까지 계속 보유중인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 증권거래법 제15조 제1항이 정하는 손해액 중 위 정상주가와 실제 처분가격(또는 변론종결일의 시장가격)과의 차액 부분에 대하여는 같은 법 제15조 제2항의 인과관계 부존재의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 경우 손해액은 계산상 매수가격에서 위 정상주가 형성일의 주가를 공제한 금액이 된다"라고 덧붙였다 (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6다16758, 16765 판결). 여기서는 정상주가 형성일이 선다. 그날 이후의 하락은 부실기재에 묶이지 않는다.
따라서 T사의 장면에서 이 자리에서 확정되는 것은 하나뿐이다. 28% 하락 가운데 업종 지수 하락과 수주 실패 공시가 떠맡는 몫, 그리고 분식회계 공시가 남기는 몫을 나누는 일은 미정으로 남는다. 손해액 산정의 틀은 이미 확인했다. 그 틀 안에서 원인별 하락분을 따로 분리하는 물음은 다음 자리에서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