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이 책이 끝내 남긴 물음이 무엇이고 어떤 사정에서 다시 읽어야 하는지 묻고, 남는 물음을 세 가지로 정리한다. 선처를 기대하고 한 수사기관 진술의 보강 문제, 영상녹화물의 용도 경계, 기록만으로 보는 항소심을 차례로 살핀다. 다시 읽어야 할 사정을 밝혀 재검토의 조건을 제시한다.
14.1끝내 남긴 세 물음
영상녹화물이 두 진술의 어긋남을 남기는 데서 멈춘 자리에서, 이 책은 세 갈래의 물음을 끝내 놓아둔 채 남긴다. 이 물음은 자료가 남긴 쟁점에 어긋남의 원인과 보강과 판단의 구조를 각각 묶어 두고 있으며, 새로운 답을 선언하지 않은 채 정리하는 데 그친다.
첫째 물음은 어긋남이 왜 생겼는지이다. 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은 진술이 달라진 까닭을 뚜렷이 밝히는 것을 판단의 축에 둔다. 반대의견은 "진술이 달라진 데 관하여 그럴 만한 뚜렷한 사유가 나타나 있지 않다면 위증죄의 부담을 지면서까지 한 법정에서의 자유로운 진술에 더 무게를 두어야 함이 원칙이다"(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라고 말한다. 법정진술과 조사진술 사이의 거리를 재는 척도가 이 구절에 놓여 있다. 여기서 임이 법정에서 바꾼 진술의 까닭은 조사 때 선처를 기대하고 말하였다는 한 마디뿐이며, 조사가 이루어진 구체적 상황은 미정으로 남아 있어 그 까닭이 뚜렷한지 없는지 이 자리에서 가리지 못한다.
둘째 물음은 뒷받침이 있는지이다. 같은 전원합의체 판결은 다수의견과 반대의견 모두에서 객관적 자료를 요구한다. 반대의견은 "피고인 아닌 사람이 공판기일에 선서를 하고 증언하면서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과 다른 진술을 하는 경우에, 공개된 법정에서 교호신문을 거치고 위증죄의 부담을 지면서 이루어진 자유로운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하고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을 증거로 삼으려면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자료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고 가르친다. 다수의견 역시 "다른 객관적인 증거나 정황사실에 의하여 진술의 신빙성이 보강될 수 있는지, 반대로 공소사실과 배치되는 사정이 존재하는지 두루 살펴 판단할 때 자금 사용처에 관한 을의 검찰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므로"(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라고 판단의 요소를 들었다. 임의 수사기관 진술을 받쳐 줄 자료가 따로 있는지는 미정이다. 계좌에 남은 5천만 원 인출 기록은 금액의 오감을 이루지만, 그 돈이 사무실에서 전달되었다는 사실까지 받쳐 주지는 못한다.
셋째 물음은 어느 자리의 판단이 힘을 갖는지이다. 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6도4994 판결은 법정에서 직접 조사한 것을 재판의 기초로 삼는 태도를 분명히 한다. 그 판결은 "법관이 법정에서 직접 원본 증거를 조사하는 방법을 통하여 사건에 대한 신선하고 정확한 심증을 형성할 수 있고 피고인에게 원본 증거에 관한 직접적인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고 공정한 재판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6도4994 판결)라고 그 까닭을 적었다. 나아가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명백하게 잘못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제1심의 증거조사 결과와 항소심 변론종결시까지 추가로 이루어진 증거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항소심으로서는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항소심의 판단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6도4994 판결)고 밝혔다. 이는 첫째 물음과 둘째 물음의 답이 어느 자리에서 확정되는지를 가리키는 길잡이이다.
형사소송법 제244조의2는 조사의 현장에 대해 "피의자의 진술은 영상녹화할 수 있다. 이 경우 미리 영상녹화사실을 알려주어야 하며, 조사의 개시부터 종료까지의 전 과정 및 객관적 정황을 영상녹화하여야 한다"(형사소송법 제244조의2)고 정한다. 조사의 상황과 정황이 남을 수 있는 자리를 조문이 열어 두었으나, 임의 조사가 이 형태로 남았는지 없는지 역시 미정이다. 영상녹화물이 있으면 어긋남의 까닭을 더듬는 데 힘을 보탤 수 있겠으나, 그것이 곧 세 물음에 대한 답을 대신하지는 않는다.
이 세 물음은 관찰된 사실만으로는 진술의 신빙성, 증거능력 또는 증명력 같은 법적 평가가 곧 정해지지 않는다는 점을 전제로 놓인다. 임이 현금 5천만 원을 사무실에서 건넸다는 진술과 그 진술을 법정에서 바꾼 사정이 놓인 자리에서, 어긋남의 까닭과 보강의 유무와 판단의 자리는 각각 따로 물어야 한다. 이 책은 세 물음의 자리를 이처럼 벌려 두는 것으로 그치며, 답을 적어 넣지 않는다.
14.2선처 기대와 보강 문제
앞 절에서 남긴 세 물음 가운데, 임이 선처를 기대하고 수사기관에서 진술하였다는 사정이 보강에 어떤 요구를 놓는지가 다음 고리이다. 대법원은 유죄 인정의 근거로 삼은 자료가 검찰진술이었던 사안에서, 법정진술의 번복만으로 검찰진술의 신빙성이 무너지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하였다.
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은 검찰진술과 법정진술이 갈릴 때의 판단 틀을 이렇게 제시한다. "공판중심주의와 실질적 직접심리주의 등 형사소송의 기본원칙상 검찰진술보다 법정진술에 더 무게를 두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을의 법정진술을 믿을 수 없는 사정 아래에서 을이 법정에서 검찰진술을 번복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조성 자금을 피고인에게 정치자금으로 공여하였다는 검찰진술의 신빙성이 부정될 수는 없고,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전후의 일관성, 이해관계 유무 등과 함께 다른 객관적인 증거나 정황사실에 의하여 진술의 신빙성이 보강될 수 있는지, 반대로 공소사실과 배치되는 사정이 존재하는지 두루 살펴 판단할 때 자금 사용처에 관한 을의 검찰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므로, 을의 검찰진술 등을 종합하여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단에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고 한 사례"(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 이 판시는 번복된 진술 가운데 어느 쪽에 무게를 둘지 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남은 쪽의 진술을 뒷받침할 자료가 있는지를 함께 살필 것을 요구한다.
같은 전원합의체 판결의 반대의견은 그 보강의 요구를 한층 더 분명한 문장으로 놓는다. "공판중심주의 원칙과 전문법칙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아닌 사람이 공판기일에 선서를 하고 증언하면서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과 다른 진술을 하는 경우에, 공개된 법정에서 교호신문을 거치고 위증죄의 부담을 지면서 이루어진 자유로운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하고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을 증거로 삼으려면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자료가 있어야 한다. 이때 단순히 추상적인 신빙성의 판단에 그쳐서는 아니 되고, 진술이 달라진 데 관하여 그럴 만한 뚜렷한 사유가 나타나 있지 않다면 위증죄의 부담을 지면서까지 한 법정에서의 자유로운 진술에 더 무게를 두어야 함이 원칙이다"(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 이 기준을 임의 사정에 놓으면, 임이 법정에서 조사 때의 진술을 되돌린 데에 그럴 만한 사유가 드러나는지와,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을 뒷받침할 객관적인 자료가 서 있는지가 함께 문제된다.
임의 계좌에 5천만 원 인출 기록이 남았다는 사정은 이 보강의 문제에 놓인다. 다만 임이 현금을 건넸다고 한 진술과 인출 기록 사이는 그대로 이어지지 않고, 사무실에서 전달되었다는 절을 매울 출입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또 조사가 이루어진 구체적 상황과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을 뒷받침할 다른 자료가 있는지, 출입 기록이 남지 않은 이유는 미정이다. 이 사실들만으로는 임의 진술이 선처 기대에 기대어 바뀌었는지, 아니면 조사 사정이 허위를 끌어들였는지가 정해지지 않는다.
따라서 선처 기대라는 사정은 곧바로 수사기관 진술의 신빙성을 깎아내리거나 지키는 요소가 되지 못한다. 대법원이 제시한 항목들, 즉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과 객관적 상당성, 전후의 일관성, 이해관계 유무, 그리고 보강 자료의 존재 유무가 이 사안에서 어떻게 놓이는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그 판단은 이 사안에 드러난 관찰된 사실과 남은 수사가 채울 내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14.3영상녹화물의 용도 경계
선처 기대라는 사정이 보강의 물음을 남긴다고 본 뒤에는,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을 간극 없이 들여다보는 자료로서 영상녹화물이 어느 자리에 놓이는지가 따라온다. 이 물음에 답하려면 형사소송법 제244조의2가 그어 놓은 범위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244조의2는 영상녹화의 대상과 시점을 다음과 같이 정한다. "제1항에 따른 영상녹화가 완료된 때에는 피의자 또는 변호인 앞에서 지체 없이 그 원본을 봉인하고 피의자로 하여금 기명날인 또는 서명하게 하여야 한다." 아울러 같은 조 제1항은 "피의자의 진술은 영상녹화할 수 있다. 이 경우 미리 영상녹화사실을 알려주어야 하며, 조사의 개시부터 종료까지의 전 과정 및 객관적 정황을 영상녹화하여야 한다."라고 선언한다. 조사 전 과정과 객관적 정황이 함께 담기도록 한 취지는, 진술 내용만이 아니라 그 진술이 이루어진 정황을 함께 남겨 두려는 데 있다. 임이 수사기관에서 사무실에서 5천만 원을 건넸다고 진술한 장면이 영상녹화에 남아 있다면, 그 진술이 어떤 분위기와 순서 속에서 나왔는지가 함께 기록되는 셈이다.
영상녹화물이 오롯이 보존되려면 절차도 정해져 있다. 같은 조 제2항은 "제1항에 따른 영상녹화가 완료된 때에는 피의자 또는 변호인 앞에서 지체 없이 그 원본을 봉인하고 피의자로 하여금 기명날인 또는 서명하게 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제3항은 "제2항의 경우에 피의자 또는 변호인의 요구가 있는 때에는 영상녹화물을 재생하여 시청하게 하여야 한다. 이 경우 그 내용에 대하여 이의를 진술하는 때에는 그 취지를 기재한 서면을 첨부하여야 한다."라고 덧붙인다. 원본 봉인과 서명, 그리고 재생 시청과 이의 기재라는 장치가 함께 놓임으로써, 녹화물이 조사 이후에 임의로 손보이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가 마련된다. 임이 조사 때와 달리 법정에서 진술을 바꾼 뒤에, 당시 녹화물을 다시 살펴보는 길이 열리는 것도 이 절차에서 나온다.
다만 형사소송법 제244조의2가 그어 놓은 선은 분명하다. 같은 조 제1항은 "피의자의 진술은 영상녹화할 수 있다. 이 경우 미리 영상녹화사실을 알려주어야 하며, 조사의 개시부터 종료까지의 전 과정 및 객관적 정황을 영상녹화하여야 한다."라고 하면서 영상녹화를 의무가 아닌 선택으로 두고 있다. 영상녹화물이 있다고 해서 곧 증거능력이나 증명력이 새로 생겨나는 것은 아니고, 영상녹화물이 없다고 해서 진술의 신빙성이 곧 무너지는 것도 아니다. 임의 경우 계좌에 남은 5천만 원 인출 기록은 영상녹화물과 별개의 자료이고, 사무실 출입 기록이 남지 않은 까닭은 확인되지 않았다.
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은 진술이 달라진 사안에서 법정진술과 수사기관 진술의 무게를 가르는 기준을 제시한다. 그 판결은 "공판중심주의 원칙과 전문법칙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아닌 사람이 공판기일에 선서를 하고 증언하면서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과 다른 진술을 하는 경우에, 공개된 법정에서 교호신문을 거치고 위증죄의 부담을 지면서 이루어진 자유로운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하고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을 증거로 삼으려면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자료가 있어야 한다."고 전제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수사기관 진술을 법정 진술에 우선하여 쓰려면 객관적인 자료가 함께 있어야 한다. 영상녹화물은 그 객관적인 자료에 가까이 놓일 수는 있으나, 형사소송법 제244조의2가 정한 범위 안에서 촬영·보존된 경우에 한하여 그런 역할을 겨우 기대해 볼 수 있다.
같은 판결은 객관적인 자료의 구체적 성격까지 더듬지는 않는다. 그 판결은 "을의 법정진술을 믿을 수 없는 사정 아래에서 을이 법정에서 검찰진술을 번복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조성 자금을 피고인에게 정치자금으로 공여하였다는 검찰진술의 신빙성이 부정될 수는 없고,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전후의 일관성, 이해관계 유무 등과 함께 다른 객관적인 증거나 정황사실에 의하여 진술의 신빙성이 보강될 수 있는지, 반대로 공소사실과 배치되는 사정이 존재하는지 두루 살펴 판단할 때"라고 판시한다. 영상녹화물이 법정에서 임의 기억이 흐릿하고 선처를 기대하여 말하였다는 취지의 진술을 뒷받침하는지, 혹은 수사기관 진술을 지탱하는지 여부는 이 판시가 요구한 두루 살핌의 한 부분일 뿐이다. 수사기관 진술을 뒷받침할 다른 자료가 있는지와 출입 기록이 남지 않은 이유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고, 조사가 이루어진 구체적 상황도 미정이다. 관찰된 사실만으로 영상녹화물이 이 간극을 메우는 자료로 확정되었다고 말할 수 없다.
14.4기록만으로 보는 항소심
영상녹화물의 용도를 경계로 한정하고 나면, 남는 물음은 항소심이 기록만으로 제1심의 신빙성 판단에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지이다. 임의 진술이 법정에서 바뀐 이 사례에서 항소심이 제1심과 다른 결론에 이르렀을 때 그 판단을 뒤집을 수 있는지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가 남기는 한계에 따라 달라진다.
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6도4994 판결은 실질적 직접심리주의가 채택한 취지와 법원이 취하여야 할 조치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우리 형사소송법은 형사사건의 실체에 대한 유죄·무죄의 심증 형성은 법정에서의 심리에 의하여야 한다는 공판중심주의의 한 요소로서, 법관의 면전에서 직접 조사한 증거만을 재판의 기초로 삼을 수 있고 증명 대상이 되는 사실과 가장 가까운 원본 증거를 재판의 기초로 삼아야 하며 원본 증거의 대체물 사용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를 채택하고 있는바, 이는 법관이 법정에서 직접 원본 증거를 조사하는 방법을 통하여 사건에 대한 신선하고 정확한 심증을 형성할 수 있고 피고인에게 원본 증거에 관한 직접적인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고 공정한 재판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형사소송절차를 주재하는 법원으로서는 형사소송절차의 진행과 심리 과정에서 법정을 중심으로 특히, 당사자의 주장과 증거조사가 이루어지는 원칙적인 절차인 제1심의 법정에서 위와 같은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이 충분하고도 완벽하게 구현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법정에서 직접 조사한 원본 증거 위에 심증을 세우라는 이 취지는, 증인의 모습과 태도를 직접 관찰한 주체가 누구인지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그 판결은 항소심이 제1심의 신빙성 판단을 뒤집는 경우를 다음과 같이 제한한다. "제1심판결 내용과 제1심에서 적법하게 증거조사를 거친 증거들에 비추어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명백하게 잘못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제1심의 증거조사 결과와 항소심 변론종결시까지 추가로 이루어진 증거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항소심으로서는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항소심의 판단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아니 된다." 판단이 다르다는 사정만으로는 뒤집을 수 없다는 이 기준은, 항소심의 기록 심리가 제1심의 직접 관찰을 대신하지 못함을 뜻한다.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에 대해서는 한층 더한 요구가 붙는다. 같은 판결은 "증인신문 절차를 진행하면서 진술에 임하는 증인의 모습과 태도를 직접 관찰한 제1심이 증인의 진술에 대하여 그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항소심이 이를 뒤집어 그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으려면,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제1심의 판단을 수긍할 수 없는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나타나는 경우이어야 한다"고 밝힌다. 현저한 사정이 드러나야 한다는 이 요건은, 검찰 단계에서 임이 현금 전달을 진술하였고 그 진술이 공소사실의 근거가 되는 이 사례에서 특히 무겁게 작용한다.
그러나 이 사례에서 쟁점이 되는 사정 가운데 조사가 이루어진 구체적 상황,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을 뒷받침할 다른 자료의 유무, 출입 기록이 남지 않은 이유는 미정으로 남는다. 판결이 요구한 명백하게 잘못된 특별한 사정이나 현저한 사정이 이 사례에 어느 쪽으로 존재하는지 여부도 미정이다. 항소심이 기록만으로 임의 진술 신빙성 판단에 개입할 수 있는 한계는, 바로 그 미정의 사정이 확인되는 범위 안에서만 새로 그려질 수 있다.
14.5다시 읽어야 할 사정
앞 단위에서 항소심이 기록만으로 제1심의 신빙성 판단을 뒤집는 한계를 살폈다. 그렇다면 어떤 사정이 새로 나타날 때 이 한계 안의 판단을 다시 들여다보아야 하는지가 남는 물음이다. 선처 기대의 보강, 영상녹화물의 용도, 기록 심리의 한계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그 조건을 정리하되, 확정된 결론은 세우지 않는다.
먼저, 법정에서 진술을 바꾸며 선처를 기대하였다고 밝힌 경우에 수사기관 진술을 믿을 만한 근거는 무엇인지 물어야 한다. 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은, "충분한 증명력이 있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 없이 배척하거나 반대로 객관적인 사실에 명백히 반하는 증거를 아무런 합리적인 근거 없이 채택·사용하는 등으로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어긋나는 것이 아닌 이상, 법관은 자유심증으로 증거를 채택하여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판단의 틀에서 보면, 계좌의 인출 기록은 있으나 사무실 출입 기록은 남아 있지 않은 이 사정들이 수사기관 진술을 얼마나 뒷받침하는지는 자료로 미정으로 남는다.
같은 판결의 반대의견은 그 보강의 기준을 한층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반대의견은, "진술이 달라진 데 관하여 그럴 만한 뚜렷한 사유가 나타나 있지 않다면 위증죄의 부담을 지면서까지 한 법정에서의 자유로운 진술에 더 무게를 두어야 함이 원칙"이라고 말하였다. 임이 법정에서 기억이 분명하지 않고 선처를 기대하였다고 말한 사정이 이 원칙에서 '뚜렷한 사유'에 해당하는지는, 조사가 이루어진 구체적 상황이 확인되어야 판단할 수 있는 문제이다. 조사의 상황이 미정인 현재, 그 성격을 단정할 수 없다.
다음으로,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을 영상녹화한 물건이 있다면 그 용도가 무엇인지가 문제이다. 형사소송법 제244조의2 제1항은 "피의자의 진술은 영상녹화할 수 있다. 이 경우 미리 영상녹화사실을 알려주어야 하며, 조사의 개시부터 종료까지의 전 과정 및 객관적 정황을 영상녹화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제2항은 "제1항에 따른 영상녹화가 완료된 때에는 피의자 또는 변호인 앞에서 지체 없이 그 원본을 봉인하고 피의자로 하여금 기명날인 또는 서명하게 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이 조문이 정하는 것은 조사 과정의 기록 방식이지, 그 기록물이 법정에서 증거로 쓰이는 방식과 조건은 별개의 문제로 남는다.
영상녹화물이 존재하는지 여부는 나와 있지 않고, 설령 존재한다 해도 그 용도에 대한 해석은 미정이다. 기록이 남아 있다 하더라도, 조사가 이루어진 구체적 상황을 살펴보아야 할 의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형사소송법 제244조의2 제3항은 "제2항의 경우에 피의자 또는 변호인의 요구가 있는 때에는 영상녹화물을 재생하여 시청하게 하여야 한다. 이 경우 그 내용에 대하여 이의를 진술하는 때에는 그 취지를 기재한 서면을 첨부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는 진술의 내용과 조사의 정황에 관한 이의가 남을 수 있음을 전제로 한 절차이므로, 이 사례에서 임이 진술을 바꾼 이유를 영상녹화물 하나로 대신하여 해명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끝으로, 기록 심리가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을 지적할 수 있다. 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6도4994 판결은, "증인신문 절차를 진행하면서 진술에 임하는 증인의 모습과 태도를 직접 관찰한 제1심이 증인의 진술에 대하여 그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항소심이 이를 뒤집어 그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으려면,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제1심의 판단을 수긍할 수 없는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나타나는 경우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기준은 앞에서 본 항소심 개입의 한계를 뒷받침하면서, 어떤 사정이 '현저한 사정'인지에 관한 판단은 기록에 남은 것과 법정에서 직접 관찰한 것 사이의 거리를 전제로 한다.
이 사례에서 관찰된 사실만으로는, 임의 법정 진술이 믿을 수 없는 사정인지, 수사기관 진술이 보강을 얻었는지, 영상녹화물이 그러한 보강에 쓰일 수 있는지가 정해지지 않는다. 남는 물음은 미정의 상태로 두되, 위에서 본 보강의 요건과 기록 심리의 한계가 재검토의 틀을 이룬다는 점만을 확인하여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