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증거물과 기록의 보관이 재심 청구의 가능성을 어떻게 정하는지를 분석하고, 감정 기술의 발전이 신규성 판단에 던지는 물음을 짚는다. 재심 사유의 법정 틀 안에서 확정 전 증거의 신규성과 유죄 구조의 명백성을 함께 놓아 보고, 감정 기술과 새로움의 관계를 살핀다. 증거 보관의 구체적 기간과 방법을 새로 정하는 일은 이 장에서 다루지 않는다.
13.1재심 사유의 법정 틀
불이익변경 금지의 경계에서 확정된 유죄의 증거들이 흔들리는지를 살펴본 뒤에는, 흔들림을 재심 사유로 옮길 수 있는 법정 틀을 확인해야 한다. 흔들린 증거가 곧바로 재심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형사소송법 제420조는 재심 청구가 가능한 이유를 열거하고, 그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 한하여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선고를 받은 자의 이익을 위하여 청구할 수 있다고 한정한다. 조문이 정한 틀 안에서만 사유를 찾을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1호는 재심이유의 첫 단추로 증거의 위조·변조를 든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1호는 "1. 원판결의 증거가 된 서류 또는 증거물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위조되거나 변조된 것임이 증명된 때"라 하여(형사소송법 제420조), 확정판결에 의한 증명을 요구한다. 이 사례에서 수사기관이 보관해 온 증거물에서 다른 사람의 유전자가 검출되었다는 사실은, 그 증거물 자체가 위조되었거나 변조되었다는 증명과 같은 것은 아니다. 따라서 첫 번째 항에 그대로 놓기는 어렵다.
원판결의 유죄를 떠받친 증거 가운데 목격자의 진술은 증언에 해당하고, 혈액형 감정은 감정에 해당한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2호는 그 허위의 증명을 둘째 사유로 삼는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2호는 "2. 원판결의 증거가 된 증언, 감정, 통역 또는 번역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허위임이 증명된 때"라 하였다(형사소송법 제420조). 목격자가 당시 경찰의 암시를 받았다는 말은 그 증언의 신빙성을 흔들지만, 위 사유가 요구하는 "확정판결에 의하여 허위임이 증명"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확정판결에 의한 증명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 증언이 허위로 볼 수 있는지 여부는 미정이다.
확정판결 뒤에 새로 드러난 사정은 다섯 번째 항의 자리를 찾는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는 "5. 유죄를 선고받은 자에 대하여 무죄 또는 면소를, 형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형의 면제 또는 원판결이 인정한 죄보다 가벼운 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라 정한다(형사소송법 제420조). 다른 사람의 유전자가 검출된 증거물과, 경찰의 암시를 받았다는 목격자의 새 말이 여기서 말하는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에 해당하는지는, 새로움과 명백성의 뜻을 살핀 뒤에 판단할 일이다. 이 항이 요구하는 요건은 조문에 주어진 것이지 새로 만들어 낼 것이 아니다.
형사소송법 제420조는 그 밖에도 무고의 증명, 확정재판에 의한 원판결 증거 재판의 변경, 지식재산권 침해 사건에서 무효 심결 또는 판결의 확정, 그리고 관여 법관·검사·사법경찰관의 직무 관련 죄의 증명을 열거한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는 "다만, 원판결의 선고 전에 법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에 대하여 공소가 제기되었을 경우에는 원판결의 법원이 그 사유를 알지 못한 때로 한정한다"는 단서를 둔다. 이 사례에서 경찰의 암시가 어떤 방식이었는지, 암시가 직무 관련 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미정이다.
한편 대법원 2018. 5. 2. 자 2015모3243 결정은 제7호의 사유가 제5호의 신증거 명백성과 별도의 요건임을 분명히 하면서, 재심을 유죄 확정판결의 중대한 하자를 바로잡는 비상구제절차로 설명한다. 그 결정은 "형사재판에서의 재심은 유죄의 확정판결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 피고인의 이익을 위하여 이를 바로잡기 위한 비상구제절차이다"라고 밝히고(대법원 2018. 5. 2. 자 2015모3243 결정), 같은 맥락에서 제7호가 "원판결, 전심판결 또는 그 판결의 기초된 조사에 관여한 법관, 공소의 제기 또는 그 공소의 기초된 수사에 관여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된 때"를 사유로 삼는다고 본다(대법원 2018. 5. 2. 자 2015모3243 결정). 이 사례에서 경찰의 암시가 수사에 관여한 사법경찰관의 직무 관련 죄의 증명으로 이어질지는 미정이며, 앞의 제2호가 요구하는 증언의 허위 증명과는 그 요건이 뚜렷이 갈린다.
문제가 된 증거물과 목격자의 새 말은 모두 원판결 이후에 확인되거나 진술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그 사정을 어느 항에 놓을 것인가는 조문이 요구하는 증명의 형태와 증거의 새로움을 따져 본 뒤에 정할 일이다. 형사소송법 제420조가 적은 사유의 틀을 넘어서 재심을 열 수는 없고, 그 사유에 해당한다는 증명도 같은 조문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남아 있는 증거를 다루는 판단은 이 법정 틀을 전제로 삼는다.
13.2확정 전 증거의 신규성
확정 전의 증거도 재심의 틀 안에서는 새로운 증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언제 새로움을 얻는지가 문제다. 형사소송법 제420조는 재심 사유를 열거하면서, 제5호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자에 대하여 무죄 또는 면소를, 형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형의 면제 또는 원판결이 인정한 죄보다 가벼운 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를 재심 사유로 정한다. 살인죄로 확정된 사건에서 수사기관이 보관해 온 증거물에서 다른 사람의 유전자가 검출된 일은, 이 조항이 말하는 새로운 증거에 관한 판단을 부른다.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은 판시사항 [1]에서 이 쟁점을 다룬다. 그 결정은 판시사항 [1]의 내용을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 정한 재심사유인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와 관련하여 그 증거가 법원뿐만 아니라 재심을 청구한 피고인에게도 새로워야 하는지 여부(적극)"(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로 제시한다. 재심의 문 앞에 선 증거는, 법원이 새롭게 알게 된 것인 동시에 피고인에게도 새로워야 한다는 기준을 받아들이는지가 이 쟁점이다.
이 기준을 받아들인 다수의견은 먼저 새로움의 뜻을 열거한 뒤, 피고인의 미제출에 과실이 있는 경우를 뺀다. 그 문장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 정한 무죄 등을 인정할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란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의 소송절차에서 발견되지 못하였거나 또는 발견되었다 하더라도 제출할 수 없었던 증거를 새로 발견하였거나 비로소 제출할 수 있게 된 때를 말한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고 선언한다. 이어서 "증거의 신규성을 누구를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에 대하여 위 조항이 그 범위를 제한하고 있지 않으므로 그 대상을 법원으로 한정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고 밝힌다. 피고인이 이미 확정 전에 그 증거물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가 여기서 가려져야 한다. 확정 전에 이미 있던 증거라도, 원판결의 소송절차에서 발견되지 못했거나 제출할 수 없었다면 비로소 제출할 수 있게 된 증거로 새로움을 얻는다.
그러나 그러한 증거라도 피고인의 과실이 있었다면 새로움이 닫힌다. 다수의견은 "재심은 당해 심급에서 또는 상소를 통한 신중한 사실심리를 거쳐 확정된 사실관계를 재심사하는 예외적인 비상구제절차이므로, 피고인이 판결확정 전 소송절차에서 제출할 수 있었던 증거까지 거기에 포함된다고 보게 되면, 판결의 확정력이 피고인이 선택한 증거제출시기에 따라 손쉽게 부인될 수 있게 되어 형사재판의 법적 안정성을 해치고, 헌법이 대법원을 최종심으로 규정한 취지에 반하여 제4심으로서의 재심을 허용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고 본다. 이어서 "따라서 피고인이 재심을 청구한 경우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의 소송절차 중에 그러한 증거를 제출하지 못한 데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그 증거는 위 조항에서의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서 제외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고 말한다. 이 사건의 증거물이 어떤 상태로 보관되어 있었는지, 피고인 측이 그 증거물과 감정 가능성을 알았는지, 유전자가 누구의 것인지, 목격자의 새 말이 언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는 미정으로 남아 있다. 확정 전 미제출의 경위와 당시 인지 여부는 이 미정의 사실들이 채워져야 비로소 드러난다.
그 미정의 사실들을 재심 개시 판단에서 어떻게 다룰 것인지는, 새로움의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인지에 달려 있다. 별개의견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는 그 문언상 ‘누구에 의하여’ 새로 발견된 것이어야 하는지 그 범위를 제한하지 않고 있는데, 다수의견과 같이 그 증거가 법원이 새로 발견하여 알게 된 것임과 동시에 재심을 청구한 피고인에 의하여도 새로 발견된 것이어야 한다고 보는 것은 피고인에게 명백히 불리한 해석에 해당하며, 법적 안정성의 측면만을 강조하여 위 조항에 정한 새로운 증거의 의미를 제한 해석하는 것은 위 조항의 규정 취지를 제대로 반영한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고 본다. 그에 따르면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서 무죄 등을 인정할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 해당하는지는, 재심을 청구하는 피고인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재심 개시 여부를 심사하는 법원이 새로이 발견하여 알게 된 것인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다. 이 견해에서는 피고인의 확정 전 인지 여부가 새로움을 닫지 못한다.
결국 확정 전의 증거가 새로움을 얻는지는, 원판결의 소송절차에서 그 증거를 제출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제출하지 못한 데 피고인의 과실이 있었는지에 달려 있다. 수사기관이 보관해 온 증거물에서 검출된 유전자가 새로운 증거로 열리는지, 목격자의 새 말이 그 문턱에 놓이는지는 이 사건에서 미정으로 남은 사실들이 정해져야 가려진다. 확정 전 증거의 신규성은 그 자료들이 채워지는 대로 제420조 제5호의 문 앞에서 다시 판가름된다.
13.3유죄 구조의 명백성
신규성으로 걸러진 새 증거가 확정된 유죄를 흔들 수 있는지에 관해, 2005모472는 “새로 발견된 증거만을 독립적·고립적으로 고찰하여 그 증거가치만으로 재심의 개시 여부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고 밝힌다.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이다. 자백과 목격자 진술, 혈액형 감정이 세운 유죄 구조를 평가할 때 증거를 떼어 놓고 보아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그 결정은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을 선고한 법원이 사실인정의 기초로 삼은 증거들 가운데 새로 발견된 증거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고 모순되는 것들은 함께 고려하여 평가하여야” 한다고 덧붙인다. 여기서는 보관 중 발견된 유전자가 혈액형 감정과 모순되는지, 목격자의 새 말이 경찰 암시를 받았다는 취지가 그 진술과 어떻게 맞물리는지가 함께 다뤄진다. 결합된 증거의 관계가 그대로 놓인다.
평가할 구 증거의 범위는 이 결정 안에서 견해가 갈린다. 다수의견이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고 모순되는 것들”로 한정한 반면, 별개의견은 “새로 발견된 증거와 재심대상인 확정판결이 그 사실인정에 채용한 모든 구 증거를 함께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평가·판단하여야 한다”고 본다. 목격자 한 사람의 진술과 자백이 얼마나 깊이 묶여 있는지가 어느 쪽에서든 짚어야 할 지점이다.
판단의 높이는 이 결정이 “단순히 재심대상이 되는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그 정당성이 의심되는 수준을 넘어 그 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되는 경우”로 제시한다. 목격자의 새 말과 유전자의 검출이 합쳐져 확정된 사실을 더 의심스럽게 만드는 데 그치는지, 아니면 그 사실을 유지하지 못하게 하는지가 여기서 갈린다. 이 기준은 확정 손해나 고의와 같은 평가와는 다른 줄에 있다.
별개의견은 구 증거의 결합이 “실제 각 사안에서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는바,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법원이 각 사안에 따라 새로운 증거와 확정판결이 채용한 증거들을 함께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타당하다”고 말한다. 어떤 구 증거를 얼마만큼 끌어올지는 사안마다 따로 가늠해야 한다는 취지다. 새 증거가 세 증거 중 하나와만 어긋나는지, 셋 모두를 함께 흔드는지는 그 구체적인 판단 안에서만 드러난다.
정리하면, 유죄 구조의 명백성은 새 증거 혼자의 힘으로 가리지 않는다. 이 사례에서 유전자의 검출과 목격자의 새 말은 각각 자백, 목격 진술, 혈액형 감정이 놓인 자리에 닿아 있고, 그 닿는 방식이 종합적으로 평가될 때만 판결을 유지하기 어려운 정도의 개연성이 드러난다. 이 범위를 넘는 법적 평가는 그대로 남겨 둔다.
13.4감정 기술과 새로움
새 증거가 기존 증거의 유죄 구조를 흔들 수 있는지를 본 뒤에는, 같은 증거물에서 감정 기술의 발전으로 얻은 결과가 재심사유의 신규성을 채우는지가 남는다. 2005모472 다수의견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의 증거 신규성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 정한 무죄 등을 인정할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란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의 소송절차에서 발견되지 못하였거나 또는 발견되었다 하더라도 제출할 수 없었던 증거를 새로 발견하였거나 비로소 제출할 수 있게 된 때를 말한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20년 전 확정된 유죄의 기초가 된 혈액형 감정과 구분되는 감정 결과가 뒤에 나왔다면, 그 결과가 위에서 말한 “새로 발견하였거나 비로소 제출할 수 있게 된” 때에 놓이는지가 먼저 문제이다.
다수의견은 신규성의 대상을 법원에 한정하지 않되, 피고인의 귀책사유에 따라 제외되는 경우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따라서 피고인이 재심을 청구한 경우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의 소송절차 중에 그러한 증거를 제출하지 못한 데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그 증거는 위 조항에서의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서 제외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이 판단은 기술 발전으로 비로소 얻어진 감정 결과와, 당사자가 알면서도 내지 않은 감정 결과를 가르는 준거를 준다. 다만 이 사례에서 20년 전 피고인 측이 증거물과 감정 가능성을 알았는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므로 위에서 말한 과실의 유무는 이 자리에서 확정할 수 없다.
별개의견은 신규성의 기준을 달리 보면서 그 까닭을 이렇게 밝혔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는 그 문언상 ‘누구에 의하여’ 새로 발견된 것이어야 하는지 그 범위를 제한하지 않고 있는데, 다수의견과 같이 그 증거가 법원이 새로 발견하여 알게 된 것임과 동시에 재심을 청구한 피고인에 의하여도 새로 발견된 것이어야 한다고 보는 것은 피고인에게 명백히 불리한 해석에 해당하며, 법적 안정성의 측면만을 강조하여 위 조항에 정한 새로운 증거의 의미를 제한 해석하는 것은 위 조항의 규정 취지를 제대로 반영한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별개의견은 나아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서 무죄 등을 인정할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 해당하는지는, 재심을 청구하는 피고인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재심 개시 여부를 심사하는 법원이 새로이 발견하여 알게 된 것인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고 하였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두 견해가 신규성의 기준을 어디에 두는지 갈리지만, 어느 쪽도 감정 결과 자체의 의미나 그 유전자의 출처를 정하지는 않았다.
감정 결과의 새로움을 신규성으로 인정받은 뒤에는, 그 결과가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인지도 별도로 살핀다. 2005모472 다수의견은 그 평가의 범위를 다음과 같이 정한다.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을 선고한 법원이 사실인정의 기초로 삼은 증거들 가운데 새로 발견된 증거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고 모순되는 것들은 함께 고려하여 평가하여야 하고, 그 결과 단순히 재심대상이 되는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그 정당성이 의심되는 수준을 넘어 그 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면 그 새로운 증거는 위 조항의 ‘명백한 증거’에 해당한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이 사례의 유죄는 자백, 목격자 한 사람의 진술, 혈액형 감정 위에 서 있으므로, 새로 얻은 감정 결과가 그 셋 가운데 어느 것과 모순되는지를 함께 놓고 보아야 한다.
별개의견은 그 범위를 더 넓게 보았다. “다수의견과 같이 새로운 증거가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새로운 증거만을 독립적·고립적으로 고찰할 것은 아니라고 해석한다면, 재심대상인 확정판결이 사실인정에 채용한 구 증거들 중에서 새로운 증거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모순되는 것들로 그 범위를 제한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별개의견은 또 “새로 발견된 증거와 확정판결이 채용한 구증거들 사이의 밀접한 관련성이나 모순성은 실제 각 사안에서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는바”(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라고 하였다. 이 사례에서 증거물 보관 상태가 어떠한지, 새 감정이 언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는 미정이다. 따라서 기술 발전으로 얻은 결과가 신규성을 갖추는지, 그리고 기존 증거와 모순되는지의 판단은 그 미정의 사실들이 채워져야 비로소 설 수 있다.
13.5보관과 남은 경계
새로 발견된 증거의 신규성이 누구를 기준으로 가를지 정리한 뒤에, 결국 남는 것은 그 증거가 오늘 어느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이다. 수사기관이 보관해 온 증거물에서 다른 사람의 유전자가 검출되었다고 하나, 그 유전자가 누구의 것인지, 증거물이 어떤 상태로 보관되어 있었는지는 미정이다. 보관 상태가 흔들린다면 새로 발견된 증거의 실체는 무엇인지가 곧바로 문제된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는 재심사유를 열거하며 "유죄를 선고받은 자에 대하여 무죄 또는 면소를, 형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형의 면제 또는 원판결이 인정한 죄보다 가벼운 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로 정한다. 이 문안은 증거의 보존과 보관에 관한 기준을 따로 두지 않는다. 재심 사유가 성립하는지를 판단하는 데 필요한 것은 증거의 존재와 내용이지, 보관의 구체적 기간이나 방법이 아니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 정한 무죄 등을 인정할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의 의미에 관하여,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 정한 무죄 등을 인정할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란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의 소송절차에서 발견되지 못하였거나 또는 발견되었다 하더라도 제출할 수 없었던 증거를 새로 발견하였거나 비로소 제출할 수 있게 된 때를 말한다"고 판시하였다. 이 판시는 증거가 수사기관의 보관 속에 이미 존재했더라도, 확정판결의 소송절차에서 발견되지 못했거나 제출할 수 없었다면 새로 발견된 증거에 해당할 수 있음을 뜻한다. 유전자가 검출된 증거물이 과거에 존재했더라도 그 결과가 당시에 드러나지 않았다면 신규성은 배제되지 않는다.
그와 아울러 이 결정은 "피고인이 재심을 청구한 경우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의 소송절차 중에 그러한 증거를 제출하지 못한 데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그 증거는 위 조항에서의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서 제외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덧붙인다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원판결 당시 피고인 측이 이 증거물과 감정 가능성을 알았는지는 미정이다. 이 물음에 대한 자료가 정리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으므로, 과실이 있었는지에 대한 판단은 이 사례에서 확정할 수 없다.
목격자 한 사람의 진술을 떠받쳤던 당시의 정황에 관하여, 이 결정의 다수의견은 "그 결과 단순히 재심대상이 되는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그 정당성이 의심되는 수준을 넘어 그 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면 그 새로운 증거는 위 조항의 ‘명백한 증거’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경찰의 암시가 어떤 방식이었는지, 목격자의 새 말이 언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는 미정이다. 목격자의 진술과 유전자 검출 결과가 유기적으로 관련되고 모순되는지를 판단하려면 보관 상태와 함께 당시 수사 정황이 더 확인되어야 한다.
이 장의 논의는 여기까지가 경계이다. 증거물과 기록이 어떤 방식으로 얼마 동안 보관되어야 하는지는 정하지 않았고, 보관의 구체적 기준을 새로 세우지도 않았다. 남은 것은 새로 발견된 증거를 둘러싼 세 가지 물음이 놓인 자리이며, 이 장은 그것이 어디에 남아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 그친다.